변호사 윤경/수필

【서울지방변호사회보】《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의 나라 모로코》〔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0. 1. 8. 17:23
728x90

서울지방변호사회보】《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의 나라 모로코》〔윤경 변호사

 

(기사내용 사이트)

http://news.seoul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667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의 나라 모로코

 

지난 2월에 모로코를 다녀왔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배경이 된 아이트 벤 하도우(Ait Ben Haddou), 스머프가 사는 푸른빛의 마을 셰프샤우엔(Chefchaouen), 마라케시의 전통시장을 구석구석 걸었다.

낙타를 타고 사하라 사막 안으로 들어가 붉은 사막을 트레킹했고, 밤에는 은하수를 보았다.

가슴 벅찬 감동이다.

 

모로코를 다녀 온 후 바쁜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밀린 일 때문에 시간은 정신 없이 흘러간다.

바쁜 와중에도 가끔씩 모로코 생각이 난다.

꿈속을 거닐고 온 것처럼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모로코 특유의 냄새, 음식, 하늘색, 건물 등이 뇌리에 박혀 있다.

바로 얼마 전 겪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총천연색 꿈을 꾼 것 같다.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행 막판에 계단을 오르다가 왼쪽 다리에서 무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무척 놀랐다.

종아리 근육 중 일부가 놀라서 늘어나거나 끊어진 것으로 생각되는데, 걸을 때마다 극심한 근육통증이 있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걸었는데, 근육통이 조금씩 사라졌다.

모로코 여행을 통해 큰깨달음을 얻는 것은 전혀 없다.

그럴 목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내 인생을 조금씩 미묘하게 변화시킬 것임은 분명하다.

그냥 그저 그렇게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만 하면서 무채색의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 충동이 점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는 삶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고, 별탈 없이 흘러가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반면 갈수록 틀에 박힌 생활이 점점 싫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나 같은 부류의 인간 말이다.

아무리 좋은 식당도 반복해서 가기 보다는 새로운 음식을 찾아 안 가본 식당에 가는 것이 더 좋다.

어떤 분들은 마음에 들었던 여행지를 다시 찾아가는데, 가본 곳을 다시 찾기보다는 가보지 못했던 낮선 곳을 처음 방문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나 같은 사람들은 기계적이고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에 쉽게 싫증을 내는 편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신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 그 일이 익숙해지면 재미가 없어진다.

이런 이들은 새로운 일을 접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일에 도전하는 것에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여행만한 것이 없다.

 

젊은 시절에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다.

일단 시간과 돈이 없었다.

사실 여행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지겹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훌훌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면 인생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고, 아름답고 낭만적인 장면들이 걸음걸음 시야에 펼쳐질 것 같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짜증나는 일도 많고, 실망과 피로감만 안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인생을 바꿀만한 깨달음 같은 것도 전혀 없다.

그래서 난 이제 여행을 떠날 때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즐길 생각만 한다.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갖지 않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여행기간 자체는 짧겠지만, 그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몇 달 동안 행복감 속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그저 집 안의 창문을 여는 일이다.

간다고 해서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도 아니고, 가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나면, 같은 방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가끔 인생의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가 흐르는 방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속는 셈치고 무작정 떠나보자.

 

여행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는 없다.

돈과 시간이 생긴 후에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들은 돈과 시간이 남아 도는 행운아들이 아니었다.

여행은 늙어서 은퇴 후 가는 것이 아니라 늙기 전에 가는 것이다.

죽기 직전에 가는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행의 진짜 가치는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야 빛을 발한다.

좋은 추억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