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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명예훼손, 공적 인물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표현행위와 불법행위책임, 사실적시와 의견표명의 구별,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에 관한 위법성 조각사유>】《정치적 논쟁..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2. 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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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명예훼손, 공적 인물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표현행위와 불법행위책임, 사실적시와 의견표명의 구별,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에 관한 위법성 조각사유>】《정치적 논쟁에 관한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종북, 주사파, 사실의 적시, 의견의 표명, 공적존재, 공인, 공적인물, 공직자 등에 관한 표현행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

 

판시사항

 

[1]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및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는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와 그 한계

 

[2] 갑 등이 트위터 글이나 기사들에 을 등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게시하면서 종북’, ‘주사파등의 표현으로 지칭한 사안에서, 갑 등이 트위터 글이나 기사들에서 한 위 표현행위는 의견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여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을 등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해서 다루어야 하고 그 책임의 인정 여부도 달리함으로써 정치적 논쟁이나 의견 표명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표현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려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명예는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뜻한다. 누군가를 단순히 종북이나 주사파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러한 표현행위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된다.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극우극좌, ‘보수우익이든 종북이나 주사파든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할 수 없고, 그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의 지위를 고려하는 것은 이른바 공인 이론에 반영되어 있다.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 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개인의 사적 법익도 보호되어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보장과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에는 구체적인 경우에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하는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대법원이 언론보도가 공직자 또는 공직 사회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고 해서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 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다.

 

그런데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외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질 때에는 일반의 경우와 같이 엄격하게 증명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증명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 공방의 대상으로 된 좌와 우의 이념문제 등은 국가의 운명과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고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관한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언로를 봉쇄하여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하여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은 사실문제이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의견과 섞여 있어 논쟁과 평가 없이는 이에 대해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표현들 모두에 대하여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일정한 한계를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그에 앞서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공개 토론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표현을 이유로 법적 책임을 지우는 범위를 좁히되, 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명백히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책임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숨 쉴 공간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표현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에 무조건 법적 책임을 부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표현을 자유롭게 보장해야만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비록 양쪽이 서로에게 벽을 치고 서로 비방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은 그들의 토론과 논쟁을 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의 반대의견]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공적 인물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와 그에 터 잡은 민주주의의 전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고 관용하는 것이다. 생각과 이념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관용하는 전제 위에서 표현의 자유는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아예 토론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배제매도는 민주적 토론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 존재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종북’, ‘주사파’, ‘▽▽▽▽연합이라는 용어는 그러한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토론을 통한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하여 위와 같은 극단적 표현들은 자제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공개토론이 가능한 표현이라면 얼마든지 최대한 보장되어야 마땅하지만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고 토론 자체를 봉쇄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민주주의가 질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갑 등이 트위터 글이나 기사들에 을 등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게시하면서 종북’, ‘주사파’, ‘▽▽▽▽연합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한 사안에서, 위 표현행위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할 경우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는지 따져보고 그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에 따라 손해의 정도를 달리 보아야 하는데, 위 표현행위에 사실의 적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공인인 을 등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정황의 제시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갑 등이 트위터 글이나 기사들에서 한 위 표현행위는 의견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여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을 등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1은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2010. 7.경부터 통합진보당 대표로 활동한 정치인이다.

 

원고 2는 원고 1의 남편으로, 원고 1과 같은 법무법인의 공동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한편 피고 1주간 미디어 워치를 창간하여 대표로 활동한 언론인이다.

 

피고 12012. 3. 21.부터 같은 달 24.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원고들을 비판하는 글들을 작성·게시하였다.

 

그 글들에는 원고들은 경기동부연합 그 자체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종북·주사파이다.”, “원고 2는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이고,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이다.”, “원고 2 등이 원고 1 에게 대중선동 능력만 집중적으로 가르쳐 아이돌 스타로 기획하였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나머지 피고들은 정당 대변인, 기자, 언론사 등으로서, 피고 1의 트위터 게시글을 인용하거나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원고들을 비판하는 성명이나 기사를 작성·게시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및 정정보도 게재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및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는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와 그 한계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Brennan 대법관은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판결에서 "공적 문제에 관한 논쟁은 무제한적이고, 강렬하며, 널리 공개되어야 하고, 그 논쟁은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격렬하고 신랄하며 때로는 불쾌할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을 포함할 수도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이론은 우리나라 판례(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64384 판결;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62494 판결;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33489 판결)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에서는 정치적 논쟁에 관하여는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그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종북(從北)” 관련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들은 대체로 명예훼손을 긍정하는 경향성을 보여 왔고, 대상판결의 1심판결과 원심판결도 명예훼손을 긍정하였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넓게 파악함으로써 이러한 사안 유형에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될 여지를 좁혔다.

 

3. 명예훼손 책임 인정의 요건

 

. 일반론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실을 적시하여 상대방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111579 판결),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그 언론보도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우선,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므로, 사실의 적시가 없는 순수한 논평ㆍ의견으로 인하여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다만, 그것이 모욕적이거나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서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경우 모욕에 따른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의 적시는 어떠한 사실을 직접 명시하는 경우는 물론, 어떠한 사실을 암시하는 방법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적시된 사실이 타인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어야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사실이 적시되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대상이 된 사람의 가치 내지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없다(다만, 그 적시사실로 인하여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원고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에는 적시사실의 허위성 역시 명예훼손 책임 인정의 요건이 된다.

위와 같은 사실의 적시 여부 및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의 저하’, ‘적시사실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모두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아래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표현행위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0. 28. 선고 9638032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책임 인정 요건에는  사실의 적시,  사회적 가치ㆍ평가의 저하,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필요하다

 

. 사실의 적시

 

 일반론

 

 언론보도에 의하여 어떠한 사실이 적시되었는지 판단하는 문제는 명예훼손 성부 판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의 적시가 있는지, 적시사실이 무엇인지가 확정이 되어야 이를 기초로 하여 다른 요건들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의 표현 그 자체가 어떠한 사실관계를 명시하고 있다면 이 부분 판단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지만, 실무상으로는 표현의 내용이 논평 혹은 의견의 표명과 결합되어 있거나, 표현 자체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적시사실을 곧바로 드러내고 있지 않아 다른 사정을 종합하여 그러한 사실이 암시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는 등 사실의 적시 여부를 단번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언론보도에 있어서 제목ㆍ표제는 해당 보도가 독자에게 주는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제목ㆍ표제만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가능성이 논의될 정도로 이 부분 판단에 있어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한편, 최근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인하여 인터넷 주소를 링크하는 새로운 방식의 표현물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경우 어떤 기준으로 사실의 적시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링크의 방법으로 기사나 제3자의 인터넷 표현물을 게시한 행위가 전체적으로 보아 단순히 그 표현물을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것에 불과한 때에는 게시자에게 그 게시물에 따른 사실의 적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지만, 3자의 표현물을 실질적으로 이용ㆍ지배함으로써 제3자의 표현물과 동일한 내용을 직접 적시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된다면 게시자의 책임이 인정될 것이다라고 하여 기준을 제시하였으므로, 이를 판단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헌법판소 2013. 12. 26. 선고 2009헌마747 결정). 한편,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 제3자의 동영상을 편집하여 유포 내지 전파한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7. 20143253 판결(확정)],  기사 링크와 더불어 일부 문구를 인용한 경우[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10. 31. 선고 2014가합32892 판결(항소기각 확정)] 각 독자적인 사실의 적시가 인정된 사례이다.

 

 논평 혹은 의견 표명과의 구분

 

 명예훼손 사실의 적시를 통하여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가 침해될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사실의 적시 없이 단지 사람이나 사건에 관하여 논평 혹은 의견을 표명하는 표현행위는 비록 그로 인하여 타인의 외부적 명예가 침해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 그 밖의 표현행위를 의미함과 아울러 그 표현내용이 증거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하며, 어떤 표현행위가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된 표현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6371 판결).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는 순수한 논평ㆍ의견의 표명에 대하여는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할 수 없지만(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논평ㆍ의견의 표명 형식을 가지고 있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전제하고 있고 그렇게 전제된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인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되고(대법원 1999. 2. 9. 선고 9831356 판결,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일정한 논평ㆍ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논평ㆍ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의 경우에도 적시된 기초사실만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한편,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언론의 기사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논평ㆍ의견을 표명하는 것인지, 또는 논평ㆍ의견을 표명하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지를 구별함에 있어서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방법,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하여야 하는데, 이와 같이 보도내용 중에서 논란이 되는 표현의 객관적 의미는 그 언어적 문맥 및 그 표현이 이루어진 주변 상황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설령 보도내용 중 일부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거기에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부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내용 중의 다른 기재 부분과 함께 전체적ㆍ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아니하고 취지가 불분명한 일부 내용만을 따로 떼어내어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 표현행위자의 내심의 의도나 상대방의 개인적 이해득실 등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보도의 객관적인 표현형식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닌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도가 비판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한 다음 그 표현행위자로 하여금 사실의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논평ㆍ의견의 표명에 해당하는지,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언론보도 내용에 관하여,  우선 해당 표현의 통상적인 의미 파악을 통한 개별 문자의 분석과 그 객관적인 증명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다시 이를 전체적인 맥락에 비추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한 다음,  이러한 단계적 분석과 전체적인 상황접근방식을 거친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된 표현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논평ㆍ의견의 표명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를 논평ㆍ의견의 표명으로 추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해당 언론보도의 형식도 이 부분 판단에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실보도의 형식으로 행하여진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그 내용이 사실의 적시로 평가될 여지가 많고, 사설, 논평, 독자투고, 만평ㆍ풍자만화 등 의견보도 형식으로 행하여진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반대로 그 내용이 논평ㆍ의견의 표명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판단할 때 사실보도 형식의 표현행위 중에서도 순수한 논평ㆍ의견의 표명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의견보도 형식의 표현행위 중에도 사실의 적시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례

 

 사실의 적시 인정 사례

 

 벗기기 위험 수위  연극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 아래 특정 연극이 ‘10세 전후의 소년소녀가 성적 학대를 당하는 내용이고, ‘남녀 아역배우와 중년 남녀 사이의 변태적 성행위를 묘사하는 파격성을 보여주며, ‘극중 7세의 남녀어린이가 30대 주부의 성적 학대의도를 앞질러 스스로 상반신을 벗거나 전라가 된다는 등 내용이 담긴 비판 기사에 대하여,  기사 내용 중 성행위에 관한 내용이 있는 점,  해당 기사가 비평 형식으로 게재된 것이 아니라 사회면에 직접적인 사실보도 형식으로 기사로 실린 점,  기사 내용에 적시된 것과 같이 7세의 남녀 어린이가 상반신을 벗거나 혹은 알몸이 된다하더라도 일반인의 성적 호기심이 유발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일반적인 독자의 입장에서는 위 제목의 '벗기기'라는 표현을 해당 기사 내용 중 적시된 신체노출 관련 사실들을 전제로 한 평가라기보다는, 해당 기사 내용 중 적시된 신체노출 관련 사실들 이외에도 해당 연극에 관객의 저속한 성적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하여 출연자의 신체를 노출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별도의 전제사실을 적시하는 것으로 볼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9. 2. 9. 선고 9831356 판결)

 

 기사 중 '계엄법은 1949. 11. 24. 제정되었는데, 최근 발견된 계엄선포 관련 문건에 따르면 이승만 정권은 계엄법을 제정 전인 1948. 11. 17.에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밝혀졌으니, 그 계엄은 법적 근거 없이 이승만 정권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선포된 것이 틀림없다'는 내용의 표현을 전체적으로 전제 사실의 적시가 없는 순수한 의견의 표명으로 볼 수 없고, 전제사실로 계엄법이 1949. 11. 24.에 제정되었다는 사실 이승만 정권이 1948. 11. 17.에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다만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앞서 본 기사 내용 중 계엄이 불법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부분은 그와 같이 보는 근거 즉,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까지 따로 밝히고 있는 이른바 순수의견으로서 그 자체로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

 

 주사파라는 표현에 대하여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로 지목될 경우 그는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므로 이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14613 판결)

 

 일간지 사설에서 검찰의 감청 의혹이라는 제목 아래, 검찰이 공개한 휴대폰 통화내역이 감청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근거로 검찰이 전날까지도 개인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고 하였던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감청이 아님을 애써 강조하였으며 공개내용이 대화체이고, 한 달도 더 넘은 시점부터 약 20일 동안 10차례 나눈 비밀통화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는 등의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경우, 위 사설은 비록 그 중 통화 내용의 공개가 이례적이라든가 감청이 아님을 강조한 점이 석연치 않고 비밀통화 내용이 상세히 기술된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등 의견 또는 논평이라고 보아야 할 부분도 상당히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원고들이 불법 감청을 한 다음 그 감청 내용을 일부 공개하면서 그 감청 사실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였다는 취지의 사실을 간접적, 묵시적으로 적시하고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28619 판결)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실체라는 제목, “극단적인 친일, 매국세력이라는 소제목 아래뉴라이트는 친일세력을 등에 업은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제시대로 인하여 한국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정비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우리 근대사의 큰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하며 이에 감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종군위안부는 강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인 매춘이며,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비상식적인 주장까지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게시글 중 이들은비상식적인 주장까지 하고 있다는 부분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그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5756 판결. 다만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위 내용 중 뉴라이트는 친일세력을 등에 업은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볼 수 있다는 부분은 주관적 의견표명 내지 추상적 판단을 나타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원고가 제작한 누드 사진들이 일본의 주간지 플래시(FLASH)’에 게재되자 한국의 두 월간 잡지에서 한국 여대생, 연예인 누드 사진이 포르노로 둔갑 또는 사진 예술작품들 일본으로 건너가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인용 게재한 데 대하여, 이 사건 기사 내용은 플래시지에 우리나라 사진작가의 누드 사진이 실렸다는 것이고, 나아가 플래시지의 편집 저의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잡지의 상업성을 충족시키고자 한국 작가의 사진 예술을 악용하였다는 내용의 비평, 논평을 가한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원심은 피고가 원고의 작품들에 대하여 포르노로 둔갑 또는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고 표현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1990. 2. 13. 선고 8932908 판결)].

 

 원고 등이 1997년경 경제 위기의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해외도피를 의논하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는 풍자만화에 대하여 원고 등이 경제위기와 관련된 책임 추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해외도피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암시함과 아울러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우회하여 표현한 것일 뿐 원고 등이 해외로 도피할 의사를 갖고 있다거나 해외 도피를 계획 또는 모의하고 있다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이 판결에서는 만평ㆍ풍자만화에 대하여, 이는 인물 또는 사건 풍자의 소재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직접 적시하지 아니하고 이에 풍자적 외피를 씌우거나 다른 사실관계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만큼, 어떠한 사상이 적시 또는 표현되었는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풍자적 외피 또는 은유를 제거한 다음, 만평 게재의 동기, 풍자나 은유의 기법, 독자들의 지식 정도와 정보 수준, 소재가 된 객관적 상황이나 사실 관계를 종합하여 그 만평이 독자들에게 어떠한 인상을 부여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인터뷰 기사에서 어용노조의 가장 큰 폐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의 노조 집행부는 회사 앞에서 가족들을 억누르고 회사 편을 든다고 답변한 부분에 관하여, 위 발언은 해당 노동조합 집행부가 사망 산재사고 등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서 회사에 대응하지 아니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논평이나 의견을 다소 과장해서 진술한 것일 뿐 회사 앞에서 가족들을 억누르고 회사 편을 든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2507 판결)

 

 기사 중 “‘초선인 권○○(실명) 의원이 의정활동이나 지역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가 지난해 구청장 선거 공천파동에 이어 대선을 거치면서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부분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고, ○○의 지역구 의정활동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21491, 21507 판결).

 

 ○○(실명)은 친일파”, “□□(실명)대학교는 망 이○○ 전 이사장의 친일,  운영으로 인하여 재단이 부실화되었다”, “○○ 516계파이다라는 표현에 관하여, 위와 같은 표현이 전부이고, 달리 이○○의 친일 행적, 계파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면, 의견 내지 평가를 표명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5783 판결)

 

 미국의 도축시스템에 대해서 과연 우리 정부가 그 실태를 본 적이 있는지, 보려는 노력을 했는지 그것도 의문입니다는 내용의 광우병 관련 방송보도에 대하여, 해당 방송보도는 정부가 미국 도축시스템의 실태 중 아무 것도 본 적이 없다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 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에 필요한 만큼 미국 도축시스템의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는 피고의 주관적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526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17237 판결)

 

 ○○(실명)는 구원파 계열의 이단이다”, “○○은 체계적으로 신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라는 기재 부분은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함께 기술하면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주관적인 종교적ㆍ교리적 분석에 기초한 순수한 의견 또는 논평에 해당하는 것이고, “○○가 기성교회를 공격하고 폄하하며 자기들을 드러내기만을 고집하려고 시도하였다 또는 ○○의 시도를 막아 우리 고장 □□(실명)이 이단들이 발호하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고 우리 고장 □□과 우리 가정 및 자녀를 지켜내자라는 등 기재 부분이나 성경 위에 활동하는 마귀나 벌레 등을 젓가락으로 집어내는 형상을 희화한 그림 부분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일 뿐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5924 판결. 종교적 이단논쟁과 관련하여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구분을 통한 면책법리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 암시의 방법에 의한 사실의 적시

 

 법리

 

 사실의 적시는 그 사실을 직접 표현한 경우는 물론, 소문이나 제3자의 말, 보도를 인용하는 방법으로 단정적인 표현이 아닌 전문 또는 추측을 기사화하는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그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 사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1420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5312 판결).

이를테면, 갑이 언론사에 을이 뇌물을 받았다고 허위 사실을 제보하여, “을이 뇌물을 받았다고 갑이 폭로하였다 또는 “......이라는 소문(의혹)이 있다는 기사를 실은 경우에도, 그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면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 반드시 그러한 구체적인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적시된 내용 중의 특정 문구에 의하여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고[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6904 판결(아래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중 , )],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는 내용의 소문, 전문 등을 언급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소문, 전문의 내용과 같은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소문, 전문의 내용에 대한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13. 1. 25. 선고 201253224 판결(확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9. 9. 선고 2015가합8297 판결(확정)(아래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중 , )]. 그러므로 어떠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대립되는 양쪽 당사자의 주장을 균형적으로 소개하거나, 일방의 주장을 다루더라도 그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언급 없이 단순히 주장 내용의 소개에 그치는 경우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를 인정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 유의할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도내용에 적시된 사실의 주된 부분은 암시된 사실 자체라고 보아야 하므로,  암시된 사실 자체가 허위라면 그에 관한 소문 등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진실이라 하더라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2. 4. 10. 2001193 결정,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64487 판결),  이 경우 보도내용으로 인한 정정보도 여부나 명예훼손, 위법성조각사유의 존부 등을 판단할 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내용에 해당하는지, 그 내용이 진실한지, 보도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그 보도내용의 주된 부분인 암시된 사실 자체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므로, 그 보도내용에 인용된 소문 등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그 신빙성 등에 비추어 암시된 사실이 무엇이고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리ㆍ판단하지 아니한 채 그러한 소문, 3자의 말 등의 존부에 대한 심리ㆍ판단만으로 명예훼손 해당 여부, 위법성조각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5312 판결). 다만, 소문ㆍ전문의 존재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인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소문ㆍ전문 등의 존재 자체를 적시사실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의 존부를 판단하여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유명한 진보논객 진○○(실명)이 진보 성향의 신문 △△(실명, 원고)의 대표이사가 좋은 기자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는 없는 사건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원고는 열린우리당이 만들어낸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고 발언하였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하여 위 기사가 독자에게 위 진보논객이 바라보는 원고는 없는 사건도 만들어내는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는 인상을 주어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다만, 언론사에 관한 표현행위에 대한 완화된 위법성 심사기준이 적용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해당 보도로 원고가 실제로 없는 사건도 만들어내는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는 사실이 암시되는지 여부에까지 나아가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는데 이는 해당 진보논객의 그와 같은 평가가 그 자체로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는 어떠한 사람의 평가 또는 발언사실 자체가 곧바로 그 대상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므로, 이 사안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사실의 적시 인정 사례

 

 피고가 1997년 대선 직전에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사상 검증 대토론회(전국에 생중계됨)’에서 모 대통령 후보에게 질문하는 형식을 취하여 일설에 의하면 모 단체가 재벌이라든가 기업체에서 약점을 미끼로 돈을 긁어 쓴다는 말도 있습니다만이라고 질문한 경우에 사실의 적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그 해당 단체들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37647 판결)

 

 독립군과 싸운 경력을 가진 분”, “전범이라는 인터뷰내용은 친일행각이라는 평가의 전제사실이라고 한 후 위 표현들이 간접적, 우회적인 표현으로 사회 저명인사인 원고가 1945년 이전에 반민족적인 행위를 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였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3214 판결)

 

 신문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인터넷과 PC 통신을 이용해 사회에 떠도는 소문을 과장, 윤색하여 사실인 것처럼 유포시키는 자가 유명 앵커우먼의 이혼 배경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퍼뜨린 데 대하여 전국적인 배포망을 가진 피고 언론사 기자가 그 소문에 대하여 변명의 기회를 준다는 명목 아래 신문사의 성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모 신문사가 그런 내용을 보도하였다고만 지적하여 독자들이 그 소문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 경우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01. 5. 31. 선고 200011081 판결(확정)]

 

 사설에서 검찰의 감청 의혹이라는 제목 아래, 첫 문단에서 검찰이 공개한 휴대폰 통화내역이 감청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적시한 뒤, 그와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근거로서, 검찰이 전날까지도 개인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고 하였던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감청이 아님을 애써 강조하였으며, 검찰이 공개한 통화내역 내용은 대화체로 되어 있고, 한 달도 더 넘은 시점부터 약 20일 동안 10차례에 걸쳐 나눈 비밀통화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는 등의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경우, 위 사설은 원고들(수사검사들)이 불법 감청을 한 다음 그 감청 내용을 일부 공개하면서 그 감청 사실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였다는 취지의 사실을 간접적, 묵시적으로 적시하고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28619 판결)

 

 건설교통부 일반감사와 관련된 양심선언 내용 중 감사 도중 피해자의 지시에 의하여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가 중단되었다’, ‘○○그룹의 실제 사주인 장□□이 장△△에게 뇌물을 준 것이 밝혀졌다’( ○○, □□, △△은 모두 실명)는 등의 사실이 적시되어 있고, ‘청와대에서 감사원 상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감사가 중단된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이 있는 경우, 위 의혹의 내용으로 공표한 사실은 그 증명이 가능하고, 그 발언은 피고인이 그러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감사원 상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감사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여 암시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외압에 의한 감사원 상부의 감사중단결정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7915 판결)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부ㆍ처별 고려대상자 명단이라는 극비 보고서를 단독 입수하였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하여, 이는 자신의 기사가 특종임을 과시하려는 문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써 위 극비 보고서의 작성명의자가 중요문서를 소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이 판결은 나아가,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가 이른바 극비 보고서를 입수하여 보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 보고서의 작성명의자로 되어 있는 특정인이 보안의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동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평가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당하다고도 판시하였다)

 

 거창지청에서 김○○(실명)를 구속하고 이군수를 조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유포한 사안에서, 위 문자메시지를 거창지청장 또는 거창지청 구성원(이하 거창지청장 등이라 한다)이 그와 같은 내용을 알린다는 내용으로 볼 수 없고, 거기에 거창지청 지청장실의 전화번호 끝자리를 생략한 허위의 발신번호가 게재되었더라도 위 문자메시지의 내용에서 거창지청장 등이 그와 같은 내용을 알린다는 사실이 곧바로 유추되지 않으며, 실제로 위 문자메시지를 받은 기자들 중 다수가 위 문자메시지 발송자를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다면, 문자메시지를 받은 상대방들이 발신번호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거창지청장 등이 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고 추측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더라도,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위 문자메시지에 의하여 거창지청장 등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6904 판결)

 

 여자 연예인(원고)과 상대방 사이의 폭행, 감금, 동거사실에 관한 논쟁을 보도하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보도한 기사들에 대하여, 당시 위 논쟁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어서 일방의 주장으로 인용표시가 명확히 되어 있다면 일반 독자가 그것을 곧바로 진실하다고 믿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해당 기사들은 상대방의 주장을 인용한 것임을 정확히 표시한 점,  일부 기사들에 상대방의 주장과 배치되는 원고 측 또는 제3자의 주장을 함께 적시하였고, 상대방 입장 전문을 보도한 기사의 경우에도 그 전에 원고 측 주장을 마찬가지로 전문 그대로 게재한 적이 있었던데다 원고와 상대방 양측 모두 언론에 제보하면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었던 점,  해당 기사들에서 상대방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할만한 문구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상대방의 주장 사실을 전달하고 있을 뿐 상대방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3. 1. 25. 선고 201253224 판결(확정)]

 

 양천구 구의원 나○○(실명)가 양천구 교통행정과 공무원들을 중고차 매매단지 토착 세력들과의 유착 혐의로 고발하였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하여, 위 기사는 구의원 나○○로 표현의 주체를 특정하고, 그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그 고발 사실을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한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인 점, 해당 기사의 제목과 그 주된 내용은 나○○의 고발사실인 점 등에 비추어, 위 기사는 나○○ 의원의 고발내용을 보도한 것일 뿐, 그를 통하여 양천구 교통행정과 공무원인 원고에 관한 어떤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 않다고 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9. 9. 선고 2015가합8297 판결(확정)]

 

. 제목ㆍ표제 관련 문제

 

 법리

 

 언론보도의 제목(표제) 부분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으므로, 해당 언론보도가 일반 독자에게 어떠한 인상을 주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그러한 중요성 때문에 신문 또는 잡지의 기사가 전체로서는 진실하여 반드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제목(표제)이 본문의 내용과 다른 인상을 줄 경우에 제목(표제)만으로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신문기사의 제목은 일반적으로 본문의 내용을 간략하게 단적으로 표시하여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본문을 읽게 하려는 의도로 붙여지는 것이므로, 신문기사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제목이 본문의 내용으로부터 현저히 일탈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별개의 독립된 기사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목만을 따로 떼어 본문과 별개로 다루어서는 아니 되고, 제목과 본문을 포함한 기사 전체의 취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60908 판결)고 하여 제목(표제)과 본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을 원칙으로 선언하면서, 예외적으로 기사 본문의 내용과 다른 인상을 주는 특정한 제목의 기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게재되어 일반 독자가 그에 대하여 일정한 고정 관념을 가지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제목의 게재 행위 자체가 본문과는 별도로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에 있다(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24624 판결. 다만, 이 판결의 사안은 제목과 본문 전체 내용을 포함한 기사 전체의 취지로 보더라도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이다).

 

 예외적으로 본문과 별도로 제목(표제)의 게재 행위 자체만으로 명예훼손이 성립되는 경우, 언론사 편집 책임자가 제목을 선정하여 붙이는 때가 많으므로, 기자가 특별히 요구하여 제목 선정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이상은 언론사와 편집 책임자만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제목(표제)의 게재행위 자체만의 명예훼손을 인정한 하급심 사례

 

기사의 본문 부분 내용은 원고가 대학 시절 대마초를 흡연한 전과가 있다는 것인데, 그에 반하여 그 부분 기사의 제목은 대학때부터 대마초 흡연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 기사의 제목을 읽은 후 본문을 읽게 되는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위 제목이 주는 강한 인상으로 인하여 원고가 대학 시절 이후 현재까지 대마초를 흡연하고 있다는 관념을 가지기에 충분하여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인정한 사례가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0. 11. 29. 선고 2000가합32395 판결(확정)].

 

 사실의 적시 인정 사례

 

 기사 내용 전체는 원고와 타인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 사실 및 그들에 대한 혐의 사실을 보도한 것이지만 위자료 5억 원을 받아내려 소송 남편에 청부 폭행이라는 제목과 아울러 본문 중에 이혼 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청부 폭행을 의뢰한 원고와 원고로부터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한 정○○(실명) 2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라고 표현한 데 대하여 문법으로 볼 때나 일반 독자들이 받게 되는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8. 7. 14. 선고 9617257 판결)

 

 일간신문에서 원고 일행이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과 그 내용, 이에 대한 통일원의 조치 내용과 경찰 및 검찰의 수사상황 등을 계속하여 보도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김일성 사망 애도편지’, ‘김일성 애도편지’, ‘김일성 애도서신’, ‘김일성 애도 도의원 3 등의 제목을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원고 일행이 김일성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하여 편지를 보낸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고, 나아가 그 기사들 전체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 일행이 김일성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하여 편지를 작성ㆍ전달하였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등 사정에 비추어 위 기사들은 원고 일행이 김일성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하여 편지를 보낸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24624 판결)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이라는 세로 6단 크기의 제목과 경쟁사에 자사 유통조직 등 알려라는 중간 제목 및 ○○회사 30대 차장이라는 소제목으로 된 기사에 대하여, 그 제목이 본문에 비하여 활자의 크기나 지면면적에 있어 훨씬 크고,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 ‘경쟁사에 자사 유통조직 등 알려라고 되어 있어 원고의 범행을 단정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사의 제목과 아울러 본문의 내용 또한 원고의 범행 동기와 그가 누설한 회사기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원고의 범행이 진실임을 전제로 수사당국이 수사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인 것처럼 관계자에 대해서도 사전공모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경우, 제목의 크기나 표현된 문구가 주는 강한 인상, 본문에 (비록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긴 하지만) 범행 동기와 그가 누설한 기밀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사정에 비추어 일반 독자들은 원고가 단순히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보다는 경쟁업체에 스카우트되기 위하여 회사 기밀을 누설하였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사실의 적시를 인정한 사례(대법원 1999. 1. 26. 선고 9710215, 10222 판결. 유사 사례로 범행을 단정하는 문구의 제목을 사용한 범죄혐의 보도 기사에 대하여 사실의 적시를 인정한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53425 판결도 있다).

 

 사실의 적시 부정 사례

 

 일부 좌익노조 호화생활해부라는 제목과 “1천억 넘는 무노동ㆍ유임금, 노조갹출금 체제파괴 공작비에라는 부제, “극소수 노동자가 혁명의 주력군이다”, “연간 수십억 원을 거둬 쓰는 민노총”, “노조가 판공, 기밀비에 의전활동비까지라는 소제목 아래 원고들(노동조합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한 월간지 기사에 대하여, 위 기사는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 용도와 관련하여 의문만을 제기하였을 뿐 노조간부들이 조합비의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고, 위 기사가 '호화생활'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기사는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용도에 관한 의문 제기와 별도로, “자동차노조의 강○○ 위원장, ○○ 택시노조, ○○ 화학노련 위원장 등은 그랜져를 굴리며, 섬유노조의 김○○, 선원노련의 권○○( ○○들은 모두 실명)씨 등은 포텐샤를 타고 다닌다. 이들도 월 1백만3백만 원의 판공비를 쓰고 있다. 이들은 또 대기업 임원실보다 큰 4050평 규모의 조합장 사무실과 수 명의 여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라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고 있으므로, 위 기사 중 원고들의 조합비 사용용도에 관한 의문 제기가 위 노조 간부들이 조합비 중 일부를 개인용도로 유용하여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 우회적으로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실의 적시를 부정한 사례(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판결)

 

 기사가 권력 멀리해야 할 단체가 정부 돈 받고 낙선운동’”이라는 제목과 총선시민연대 소속단체도 지원받아라는 부제목, “중앙단체 중 8 4,0001 3,000만 원씩, 산하 지방조직이 따로 지원받고 참여도라는 소제목으로 되어 있고, 기사의 본문은 그 첫머리에서 시민단체의 성격상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정부의 돈을 지원받은 뒤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그 도덕성이 결정적으로 불신당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한 다음, 2003년도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교부받은 시민단체, 각 지원금의 액수 및 지원방법 등을 설명하고, 나아가 그 지원금을 교부받은 상당수의 시민단체들이 2004. 4. 실시된 총선과정에서 후보 낙선운동에 참여한 사실과 이에 대비하여 마지막 문단에서 당선운동은 시민운동가들이 개인 차원에서 참여하였고, ‘후보자 정보공개를 주도했던 경실련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경우, 해당 기사는 시민단체들이 2003년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는 사실과 원고들이 낙선운동을 하였다는 사실을 별개로 적시하고 그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함에 그친 것으로 보일 뿐, 위 두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원고들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기 때문에 낙선운동을 하였다 또는 원고들이 낙선운동을 하였는데, 이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60908 판결)

 

.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

 

 일반론

 

 명예훼손이란 단순히 주관적인 명예감정을 침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뜻한다(대법원 1999. 7. 13. 선고 9843632 판결). , 적시된 사실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어야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다 하더라도 명예훼손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이와 같은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5077 판결).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의 어떠한 표현행위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고려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5077 판결), 보도된 문구 자체로는 명예훼손적인 표현이 아니지만 그것이 다른 외부적 정황사실과 결합되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ㆍ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한편, 실무상 범죄의 피해자가 범죄사실이 공표됨으로써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범죄로 인한 피해사실이 적시되었다고 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ㆍ평가가 저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사생활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피해자의 피해를 축소 왜곡하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된 경우,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이 가해자 측에 있는 피고가 극심한 성적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인 원고의 피해내용과 정도를 축소ㆍ왜곡한 허위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은, 그 자체로 위 범죄행위의 피해자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보도내용을 접하는 독자나 청취자에게 마치 원고가 입은 피해가 그리 중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과장하여 민주화운동을 매도하는 데에 이용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여지도 있으므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11570 판결).

 

 사례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 인정 사례

 

 원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로 인하여 일부 혈우병 환자들이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진보논객 ○○○(실명)의 강연 내용을 왜곡 보도하여 독자로 하여금 소위 진보논객인 ○○○이 바라본 원고(언론사)는 없는 사건도 만들어 내는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다라는 인상을 가지게 한 경우, 원고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였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다만, 언론사에 관한 표현행위에 대한 완화된 위법성 심사기준이 적용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었다).

 

 피해자가 고소취소의 대가로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하여 곽○○(실명)을 고소하였다는 내용의 적시사실은 피해자의 기본입장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8310 판결. 유사사례로 피해자가 자신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였던 동료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적시된 경우, 그것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한 대법원 2005. 12. 22. 선고 20058209 판결도 있다. 고소나 고발을 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지만, 위 판결들은 예외적으로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일제시대로 인하여 한국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정비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우리 근대사의 큰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하며 이에 감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종군위안부는 강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인 매춘이며,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비상식적인 주장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 뒤에 피해자(대학교수)의 대학명과 실명을 기재한 글을 게시한 경우, 이는 피해자가 위와 같은 주장을 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켜 그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5756 판결)

 

 넷째부인 또는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 이는 우리 사회의 일반 관념상 부도덕한 성적 관계를 암시하는 단어이므로 부정한 성적 관계를 암시함으로써 대상자들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13718 판결)

 

 사회적 가치ㆍ평가 저하 가능성 부정 사례

 

 계엄법은 1949. 11. 24.에야 비로소 제정되었는데, 최근 총무처 산하 정부문서기록보존소에서 나온 제주도지구 계엄선포 관련 문건에 따르면, 이승만 정권은 계엄법을 제정하기도 전인 1948. 11. 17.에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밝혀졌으니 결국 이 사건 계엄은 법적 근거 없이 이승만 정권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선포된 것이 틀림없다는 취지의 글에 대하여, 피고가 따로 밝히고 있는 의견의 기초가 되고 있는 사실,  계엄법이 1949. 11. 24.에 제정되었다는 사실 이승만 정권이 1948. 11. 17.에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다는 사실은 그 속에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명예훼손이 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

 

 “2003. 1.경 문○○(실명) 민정수석비서관이 리스트(부ㆍ처별 고려대상자 명단)를 작성하였는데 그 대상자 중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추천한 인물과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인수위에서 공식 추천된 인물보다는 리스트에 나온 고려대상자가 더 많이 입각했다고 적시되어 있는 기사에 관하여, 위 기사가 문○○ 민정수석비서관이 장관급 등 고위직 인사에 인수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고, 당시 대통령이 국민추천 등의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장관 인사를 하겠다고 표방하고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그것이 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 아니어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4573 판결. 적시사실은 허위로 인정되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성립이 부정되었다).

 

 ○○회사(실명, 소주 제조회사)가 일본 아사히 맥주에 지분이 50% 넘어가 일본 기업이 됐다는 내용은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 등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회사 제조 소주의 구매에 소극적이 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사회통념상 ○○회사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6728 판결)

 

 “44, ○○(실명) 소장의 이단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영상 및 멘트를 통하여 피해자들이 엄마, 아빠를 따라가 교주 안□□(실명)을 찬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지만, 기독교 성서의 해석 기타 이유에서 안□□을 재림 예수로 믿고 찬양하는 종교가 법질서에서 그 자체 금지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아니하는 한 오히려 그 종교 활동은 헌법 제20조 제1항에서 정하는 종교의 자유로 보호되며, 위 종교 활동이 적법하고, 그 누구도 객관적ㆍ사회적 또는 법적 잣대에 의하여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상,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9209 판결)

 

 서울특별시 제2기동대 전경대원입니다라는 제목 하에 저희 전경들은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이젠 더 이상 이○○(당시 대통령의 성명)의 개노릇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부에서는 계속 시민놈들을 개 패듯이 패라는 명령만 귀따갑게 명령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중략) 오늘 자정을 기하여 저희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시민진압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오늘 자정부터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상부의 명령을 무조건 거부할 것입니다라고 게시한 글(라디오 생방송 멘트로도 소개됨)에 대하여, 전체적인 내용은 경찰 상부에서 내린 진압명령이 불법적이어서 이에 불복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취지로서, 그것이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하시키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11226 판결. 적시사실은 허위로 인정되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성립이 부정되었다).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이 범죄를 고발하였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졌다고 하여 그 고발사실 자체만으로 고발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그 고발의 동기나 경위가 불순하다거나 온당하지 못하다는 등의 사정이 함께 알려진 경우에 고발인의 명예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단지 피해자가 누군가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였다는 말만 하고 그 고발의 동기나 경위에 관하여는 언급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와 같이 말한 것만으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4. 6. 28. 선고 93696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6687 판결)

 

. 적시사실의 허위성 문제

 

 일반론

 

 명예훼손은 적시된 사실의 진위를 불문하고 성립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무상 대다수의 원고들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적시사실이 허위라는 것은 해당 언론보도의 전체적ㆍ객관적인 내용에 비추어 그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도내용 중 일부 내용의 진위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거기에 특정인에 대한 비판이 부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자료 중의 다른 기재내용이나 구두설명 등을 전체적ㆍ객관적으로 파악하여 그것이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고, 그 취지가 불분명한 일부 내용만을 따로 떼어내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 적시사실 중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111579 판결).

 

 한편, 적시사실 자체는 진실한 사실이나 상대방에 대한 사실 중 일부분을 누락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  누락을 이유로 적시사실이 허위라고 볼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그러한 이유만으로 적시사실 자체의 허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여객운송업무가 아니라 순수 화물 착발량이 연간 200만 톤에 달하는 화물운송업무가 주된 기차역에 대하여 하루 평균 15명이 승하차하는 한가한 역에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한 사안에서, 해당 기차역 이용객이 하루 평균 15명인 것이 사실인 이상, 화물운송업무에 관한 내용을 누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시사실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10. 31. 선고 2014가합32892 판결(항소기각 확정)].

하지만, 예외적으로 누락 또는 생략에 의해 거짓된 외관이 생기기에 이른 경우에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상황은 모두 도외시하고 오로지 부정적인 상황에 기해서만 평가를 하는 경우, 예컨대 범죄사건의 보도에서 1심에서 유죄로 선고된 사실만 언급하고 2심에서는 무죄로 판명된 사실을 언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실제상의 사실관계와 일치되지 않는 일방적이고 왜곡된 상을 전달하게 된다.

 

 증명책임

 

 이와 같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적시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반면, 원고가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진위여부를 불문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할 경우에는, 적시사실의 허위성은 책임 인정의 요건이 되지 않으므로 원고가 이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명예훼손적인 사실을 적시한 피고가 위법성조각을 주장하는 경우 그 요건인 적시사실의 진실성(또는 상당성) 및 공공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원고가 적시사실의 허위성을 증명하게 되면, 피고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이 경우에는 이미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증명된 경우이므로, 피고가 그와 양립 불가능한 진실성을 증명하는 것은 논리상 불가능하고, 다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를 증명하여 위법성 조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들어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는 경우 그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때, 어떠한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어떠한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그것이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점에 관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그 존재 또는 부존재에 관하여 충분한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이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시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인 경우, 그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ㆍ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원고)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피고)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원고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526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주의할 점은, ‘(진위여부를 불문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이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청구에 있어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 이유만으로 곧바로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위법한 판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1967. 7. 25. 선고 671000 판결). 실무상으로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청구에 있어 적시사실의 허위성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여부까지 나아가 검토ㆍ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위법성조각사유

 

. 명예훼손 특유의 위법성조각사유

 

 형법 제310조는 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위법성 조각사유는 민사상 불법행위로서의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유추적용 된다고 하는 것이 통설이며, 대법원도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라고 판시한 이래,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일 것,  표현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한편 언론중재법 제5조 제2항은 인격권의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서 이루어진 경우 또는 언론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언론등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수용하여 입법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증명책임

 

 언론ㆍ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다.

한편 원고가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진위가 분명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청구원인으로 할 경우, 사실 적시자인 피고가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인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또는 상당성) 및 공공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먼저  원고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 피고는 위법성조각의 항변을 하며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주장은 실익이 크지 아니하고, 단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적시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사항의 증명에 집중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원고가 적시된 사실의 허위성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는,  적시된 사실이 진위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위  항과 같이 피고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적시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사항을 증명하여 위법성조각의 항변을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로 판단되었으므로, 피고는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점만 증명한다면 그 표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러한 증명책임의 원칙은 판례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53387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 공공성의 요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명예훼손의 보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판례는 앞서 본 것과 같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일 것,  표현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 판례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며, 이 경우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의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ㆍ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의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36329 판결,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15922 판결).

 

 공공의 이익은 반드시 국가나 사회 전체의 이익일 필요는 없고, 특정한 사회 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므로 그 범위는 피해자와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작은 사회에 관한 사실을 그 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만 공표할 때에도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된다[국악협회 이사장 선거에 즈음하여 어느 후보자한테서 5층 건물을 증여받는 대가로 국악협회 이사장으로 추천하였다고 인식할 만한 인쇄물을 배포한 경우에 관한 사례(대법원 1997. 4. 11. 선고 9788 판결)와 교회 담임 목사를 출교 처분한다는 취지의 교단 산하 판결 위원회의 판결문을 예배 보러 온 신자들에게 배포한 경우에 관한 사례(대법원 1989. 2. 14. 선고 88899 판결) 참조]

 

 범죄 보도에 관한 공공성

 

 익명보도의 원칙

 

1990년대만 하여도 우리나라의 언론실무에서는 실명보도가 원칙이었다. 이에 언론학자들이 보도윤리 차원에서 익명보도 주장을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이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며,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므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으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는 없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보도 대상 인물이 공적 인물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명보도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익명보도의 원칙을 선언하였다.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17257 판결은 원고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상 일반 국민들로서는 피고 언론 각사가 적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이를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그 범인이 바로 원고라는 것까지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볼 때에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언론 각사가 원고의 신원을 명시하고, 피고 공사의 경우 초상을 보여주면서 한 원심판시의 각 적시 사실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 언론 각사가 이 사건 보도를 함에 있어서 그 적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도 없이, 원심이 피고 언론 각사의 위법성 조각 항변을 배척한 것은 결론적으로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였는데, 당해 보도 대상 인물이 공적 인물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 외에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10215, 10222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65620 판결 참조).

 

 실명보도의 허용요건

 

한편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익명보도 원칙의 예외로서 실명보도의 허용요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법원은 언론기관이 피의자를 특정하여 그에 대한 범죄사실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그 보도목적의 공익성과 보도내용의 공공성을 갖추어야 하고 그 보도에 앞서 범죄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하며, 기사의 작성 및 보도 시에도 당해 기사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으로 인하여 일반 독자들이 사실을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도의 내용 및 그 표현방법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언론사가 피의자를 특정하여 범죄를 보도하기 위해서는 범죄보도의 허용요건으로서의 공익성의 요건과 진실성 또는 상당성의 요건이 요구된다고 명확히 전제한 다음, “언론기관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서 피의자를 가명이나 두문자 또는 이니셜 등으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그 보도대상자의 주변 사람들만이 제한적 범위에서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지만,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범죄사실을 보도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가 훨씬 확대되고 피의자를 더 쉽게 기억하게 되어 그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 역시 훨씬 커지므로, 범죄사실의 보도와 함께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실명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정보에 대한 이익과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비교형량한 후 전자의 이익이 후자의 이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71 판결), 특히 언론사가 범죄를 보도하면서 피의자의 실명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범죄보도의 허용요건으로서의 공익성의 요건과 진실성 또는 상당성 요건 이외에 실명보도의 공공성이 추가적인 위법성조각사유 요건으로 요구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그 이유로 실명보도와 일반적인 보도의 법익침해 정도 차이를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어떠한 경우에 피의자의 실명보도를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더 우월하다고 보아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고, 범죄사실의 내용 및 태양, 범죄 발생 당시의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적 배경과 그 범죄가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에 미치는 영향력, 피의자의 직업, 사회적 지위ㆍ활동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여부, 범죄사건 보도에 피의자의 특정이 필요한 정도, 개별 법률에 피의자의 실명공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여부,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이익 및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등을 종합ㆍ참작하여 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실명보도의 공공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다음,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에 관한 것이거나 사안의 중대성이 그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갖고 있어 공공에게 중요성을 가지거나 공공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는 경우 또는 피의자가 갖는 공적 인물로서의 특성과 그 업무 내지 활동과의 연관성 때문에 일반 범죄로서의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서 공공에 중요성을 갖게 되는 등 시사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개별 법률에 달리 정함이 있다거나 그 밖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더 우월하다고 보아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보도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실명보도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전형적인 사례를 제시하였다.

 

 공공성 인정 사례

 

언론은 주로 사회의 관심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므로, 공공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극히 사적인 보도이거나 비방 목적의 악의가 없는 한 대체로 공공성은 인정되어 왔다.

 

 유명 여배우가 불법 유학을 알선하여 사기를 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망하였다는 내용에 관하여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도된 것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1996. 5. 28. 선고 9433828 판결)

 

 시민 단체들의 재원 조달 방법의 투명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 사례(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37647 판결)

 

 사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사회 지도층 중 일부(유명 대학의 총장)의 의견을 드러냄으로써 공정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례(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9892 판결)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의 소유자가 재건축조합에게 이를 고가로 매도하려고 하여 재건축조합 및 조합원들과 이해가 상반된 상황에서, 위 소유자가 사석에서 도로를 고가로 매도하여야 한다는 동석자의 말에 동조한 사실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재건축조합 소식지 등을 통하여 조합원들에게 알린 사례(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15922 판결)

 

 공공성 부정 사례

 

 원고를 악덕 변호사로 표현한 수기 중 변호사의 잘못 드러나 나는 드디어 승소했다”, “수임변호사가 날짜까지 변조해 가며 나를 패소케 하였다”,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법 몰라 이용당한 꼴 등 원고를 비방하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면접 여대생을 희롱하였다는 등의 보도로 변호사인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을 인정한 사안에서, 그 보도 행위가 원고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5510 판결)

 

 기사(월간잡지)가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학의 운영 및 그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서 일부 공익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공익 목적보다는 원고를 반대하는 대학교의 전 이사장 측의 일방적 입장만을 대변하여 원고를 비방하려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64487 판결)

 

 유명 연예인의 범죄경력을 보도한 부분에 관하여 기사의 주된 보도 내용과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보도 내용과 동종의 전과도 아니고 국민들이 정당하게 알아야 할 부분에 관한 보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연예인 겸 기업의 대표로서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 범죄경력의 보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07. 6. 1. 선고 200461372 판결)

 

 지하철 성추행 공무원이라도 모자이크 처리가 불완전하여 원고의 얼굴과 그 직업이 드러나고, 음성이 변조됨이 없이 방송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00. 10. 11. 선고 2000가합4673 판결(확정)]

 

 이른바 나주 성폭행 피해자 사건에서, ‘피해자의 부친이 술을 매우 많이 마시는 사람이다’, ‘피해자의 모친이 게임광이다라는 부분은 범죄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거나 범죄의 경위를 설명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사적 인물의 사적 사항이라는 이유로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3. 19. 선고 2013가합50317 판결(확정)]

 

. 보도의 진실성 또는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보도의 진실성

 

보도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이 증명되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한편 그 증명 정도는 자유로운 견해의 개진과 공개된 토론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는 그것이 생존함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면 족하고 일부 자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52142 판결).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중요성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소송에서 가장 큰 핵심쟁점은 기사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어떤 기사에 의하여 자기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면 언론사로서는 그 기사가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거나 기사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벗어나려 할 것인데, 언론사는 보도 또는 여론 형성을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어떤 기사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은 어렵지 않게 인정되지만, 대부분 기사의 내용이 진실임을 증명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책임을 질 것인가의 여부는 결국 기사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함께 기사의 성격상 신속한 보도가 요청되는 것인가, 정보원이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의 확인이 용이한 사항인가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35199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27769 판결).

 

풍문이나 억측에 터잡아 보도한 경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지 아니하고, 진실임을 뒷받침할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판단 기준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각각의 사안에 따라서 행위자가 누구인가(신문인가, 잡지인가, 일간인가, 월간인가), 기사의 성격(신속이 필요한 보도 기사인가, 상당한 기간을 두고 준비하는 기획 기사인가)이 어떠한가, 취재원이 믿을 만한가, 진실의 확인이 쉬운 사항인가, 피해자에게 확인하였는가(적어도 확인하려고 노력하였는가),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 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로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그 판단 시점은 보도 당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그 후에 드러난 객관적 사실이나 자료도 판단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대법원 1996. 8. 20. 선고 9429928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범죄 보도에 관한 상당성

 

익명보도의 원칙과 관련하여, 당해 범죄의 사안이 중대하여 그 피의자 등의 실명 공개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문제와 그 실명보도에 있어서 언론사등이 필요한 진실확인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관한 상당성의 문제는 구별된다. 사안이 중대한 범죄 등의 경우에 실명보도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언론사등은 범죄의 혐의가 상당 정도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보도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보도 목적의 공익성과 보도 내용의 공공성이 갖춰져야 하고 그 보도에 앞서 범죄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한다. 특히 수사 초기 단계에서나 의혹보도의 경우 범죄혐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이를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 사유인 상당성을 결여할 수 있으므로,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 따라서 언론사등이 중대 범죄사건 등에 관하여 실명보도를 함에 있어서는 익명보도의 경우보다 범죄보도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더 높은 진실확인의무를 부담한다.

대법원도 보도의 내용이 진실과 다를 경우 실명이 보도된 피의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는 그렇지 아니한 경우보다 더욱 커지므로, 언론기관이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범죄사실을 보도할 경우에는 그 보도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는 더 높아진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71 판결), 실명보도의 경우 일반적인 범죄보도에 비하여 상당성의 판단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상당성 요건의 지위

 

한편 상당성의 요건을 고의, 과실의 판단 문제로 보는 판례들도 있다.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35718 판결은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아니하였어도 그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 할 수 없다.”라고 하였고,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은 원심(서울고등법원 1997. 4. 16. 선고 9636700 판결) 이는 위법성을 결여한 것이어서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라고 한 데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방송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에게 고의 및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은 그 이유를 달리하고 있으나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옳고, 상고이유는 이유 없는 것으로 돌아간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밖에 대법원 1998. 5. 8. 선고 9636395 판결도 상당성 판단 부분을 고의, 과실의 문제로 보았다.

 

어떻게 이론 구성을 하든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위법성조각사유의 한 요건으로 파악하는 것이 다수의 실무례로 보인다.

 

 상당성 인정 사례

 

 일간 신문사 기자가 법원에서 구속영장 사본을 열람하여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을 알게 되자 검사에게 취재를 요청하여 다른 기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원고와 그 피의사실이 요약ㆍ정리된 자료를 배포 받고 검사가 발표하는 수사 경위를 들은 다음, 이러한 취재 자료에 기하여 기사를 작성하여 보도한 사안에서, 검사의 발표에 기하여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에 관한 기사를 그대로 작성ㆍ게재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진위 여부에 관하여 별도로 조사ㆍ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9. 1. 26. 선고 9710215, 10222 판결)

 

 역사적인 사실에 관한 보도나 방송에 관하여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도 고려해야 하고, 따라서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사건을 다룬 방송 드라마가 단순히 억측만에 기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자료(여러 관계자들의 진술과 암살범 안두희의 시인, 국회 소위원회의 조사보고서, 그동안의 언론 보도)에 기한 것이라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

 

 포르말린 사건으로 알려진 사안에서 수사 기관의 발표에 근거하여 보도하였다가 나중에 무죄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보도자료에 근거하여 가감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은 면책된 사례(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324406 판결)

 

 한 방송사가 모 국회의원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일부를 먹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였다고 방송한 사안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경우에도 SRM을 제거하고 나머지를 먹어도 인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거의 없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반대되는 학계의 견해가 있는 이상, 국회의원의 위 발언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보도한 것은 그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20181 판결)

 

 일간지에서 국세청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매매하면서 증여한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국토이용관리법을 위반하는 방법으로 부동산투기를 한 자로서 피해자를 포함한 82명의 명단을 담아 배포한 보도 자료를 그대로 보도한 사안에서, 그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사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서울민사지방법원 1992. 4. 29. 선고 91가합43911 판결. 상고심인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18389 판결에서는 국세청장 등의 주의의무만이 문제 되었다].

 

 일간지에서 서울 경찰국의 보도 자료에 따라 보도하였는데, 그 내용에 피해자가 전과 7범이라는 허위 사실이 들어 있었던 경우라도 언론사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서울민사지방법원 1988. 4. 29. 선고 87가합3739 판결)

 

 판문점 총격공작사건을 직접 모의한 3인 중 1명이 외삼촌인 원고의 추천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다른 2명을 북한과 접촉하게 한 사실, 원고가 옥수수박사의 방북을 성사시킴으로써 북한에 대한 농업원조가 이루어진 사실, 신빙성 있는 취재원(안기부장의 핵심측근)을 상대로 원고와 관련한 물증의 존재와 원고에 대한 조사 사실 등을 취재한 사실, 취재내용이 10개월 전의 메모 내용과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수사기관과 달리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현실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언론사로서는 그 기사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00. 8. 24. 선고 9911986 판결(확정)]

 

 상당성 부정 사례

 

 범죄 보도 관련 사례

 

범죄사건 보도의 경우, 수사 당국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수사당국을 취재하고 그 내용을 뒷받침할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보도한 경우, 관계자나 소문에 따라 독자적으로 취재ㆍ보도하면서 정확한 기사를 작성함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경우, 당국의 공식발표에 따른 보도라도 발표를 오해하거나 과장ㆍ각색하거나 자기의 견해나 억측을 첨가하여 범인으로 단정하여 보도한 경우 등에는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10대 가출 소녀에 대한 기사인데, 피해자의 딸이 가출하여 동거 중 임신하게 되자 피해자가 강제로 딸을 집에 가두고 일방적으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사실과 달리 표현한 사안에서, 담당 기자가 피해자를 만나보는 등 필요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그 때문에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된 사례(대법원 1994. 5. 10. 선고 9336622 판결)

 

 일간 신문사가 다른 언론의 보도 내용(‘여배우 불법 유학 관련 혐의라는 제목으로 피해자가 불법 유학을 알선하여 사기를 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내용)을 마치 직접 취재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 및 관련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더 이상의 사실 확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근거 없이 그대로 기사를 작성한 사례(대법원 1996. 5. 28. 선고 9433828 판결)

 

 지방 일간지에서 피해자들이 김정일에게 남북 간 교류 성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는데도, ‘김일성 사망 애도 편지를 보냈다고 왜곡하여 보도하였고, 통일원 관계자의 통일원에서 이에 대하여 경고 결정을 하였다.”는 비공식의 말과 동료 기자들의 검찰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저촉 여부를 내사 중이다.”는 말만 믿고 기사를 작성하였으며, 사실과 달리 보강 수사를 계속하였다고 보도한 사례(이 사안에서는 피고들이 진정으로 통일원 관계자나 경찰 관계자로부터 경고 검토 내지 결정 또는 수사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그대로 보도하였다고 하였으나 이 점에 대한 증명조차도 부족하였던 경우였다.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24624 판결)

 

 보도자료에는 폭행, 업무방해, 감금 사실밖에 없고 수사 기록까지 열람하였으면서도, 일간지 기자가 피해자가 춤바람이 나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보도하거나, 피해자에게 확인도 하지 아니한 채 수사 경찰관과 비공식으로 만나 고소장을 입수하여 피해자가 춤바람이 나서 간통까지 하다가 남편에게 발각되었다.”라고 보도한 사례(대법원 1998. 7. 14. 선고 9617257 판결)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조합장과 다른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돈을 받은 사실이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 임원들이나 구성원들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구속영장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46회의 청탁사례금 지급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아니하고, 피해자들에 대해 취재를 하지 아니한 채 그들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보도한 사례(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50213 판결)

 

 이른바 김훈 중위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임에도, 원고가 북한의 지령을 받거나 북한군과의 접촉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상관인 김훈을 살해하였다는 단정적 내용을 보도한 사례(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55510 판결)

 

 범죄 보도 이외의 사례

 

 월간 잡지사가 원고를 악덕 변호사로 표현하는 수기 형태의 글을 실어 보도한 사안에서, 잡지사의 경우 신속성의 요청이 강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진실성에 대하여는 전혀 검토하지 아니하고 원문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장의 일부만 수정한 사례(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피해자가 신고 없이 사슴 축사를 신축하였다.”라고 보도하였는데, 피해자의 직속상관인 면장한테서 고급 간부인 피해자가 신고를 안 했겠느냐, 신고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으면서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제보자인 동네 이장의 말만 듣고 보도하였고, 그 기사의 표현 형식도 일단 인용 보도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기자가 실제로 피해자의 비위 사실을 지득, 확인한 것처럼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당국에 모종의 조치를 촉구하는 뜻을 담은 사례(대법원 1997. 9. 30. 선고 9724207 판결)

 

 실명을 밝힌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는 일반 청취자들이 그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쉬운 반면에 신속성의 요청은 일반 보도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방송에서는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이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송의 기초가 되는 자료 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 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충분한 조사 활동을 사전에 거침이 마땅하므로, 이러한 확인이나 조사 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를 그대로 방송한 사례(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26세의 중견 모델 진모양 접대 사실 보도 사건이라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관계인들의 진술 등을 통하여 가명이 아닌 실제 신원을 검토할 수 있었고, 기사의 성격상 신속한 보도가 필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어 그러한 조사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이러한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던 사례(대법원 1998. 5. 8. 선고 9636395 판결)

 

 인터넷에서 무료로 취득한 공개 정보는 누구나 손쉽게 복사ㆍ가공하여 [ 87 ] 게시ㆍ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내용의 진위가 불명확함은 물론 궁극적 출처도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특정한 사안에 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접속하는 인터넷상의 가상공동체(cyber community)의 자료실이나 게시판 등에 게시ㆍ저장된 자료를 보고 그에 터 잡아 달리 사실관계의 조사나 확인이 없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의 적시를 한 사례(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66806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108579 판결)

 

 종전 방송내용에 대하여는 1998. 9. 13.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였으나, 이후에 새로운 자료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방송내용을 수정 없이 그대로 요약하면서 일부 내용을 추가하여 방영한 것에 대하여 1998. 12. 13. 재방영 당시에는 종전 방송내용에 관하여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방송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서울지방법원 2000. 3. 29. 선고 99가합34685 판결(항소기각 확정)]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 인용과 상당성

 

대법원은 언론매체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참작하여 보도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의 보도로 인한 책임은 면할 수 없으므로(더구나 이 사건과 같이,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명시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취재한 양 작성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자기 책임하에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특히 일간신문이나 방송의 보도내용은 취재시간이 제한된 탓에 보도내용의 진위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과장 보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그 진실성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를 진실로 믿기 위하여는 더욱더 진위 여부의 확인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보도 매체의 독자적인 확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433828 판결. 위 판결은 신뢰성 있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기사를 정확하게 게재한 언론사는 비록 그 기사의 내용이 명예훼손적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미국의 통신사 제공기사의 항변(wire service defense)’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통신사(현재 연합뉴스와 같이 기사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는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보도한 경우와 관련하여, 통신사와의 송수신 및 전재 계약에 따라 제공하는 통신을 전재할 때에는 크레디트를 붙여 그 전재 사실을 반드시 명시하여야 하고, 크레디트를 붙이지 아니한 기사에는 보도 신문사가 책임지기로 약정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 통신기사를 그대로 보도한 경우에는 상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많을 것이지만, 제공받은 기사에 크레디트나 그 전재 사실을 밝히지 않고, 또한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면 상당성이 부인될 가능성이 크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51520 판결).

 

4. 위법성 심사기준이 완화되는 특수한 경우

 

. 공적 존재에 대한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특수성

 

 일반론

 

1990년대부터 정부기관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하거나 언론사 서로 간에 제기하는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이 급증하였고, 이 무렵 헌법재판소는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ㆍ사회성을 갖춘 사실(알 권리)로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표현 내용과 방식에 따라 상반되는 두 권리를 유형적으로 형량한 비례관계를 따져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적 인물과 사인, 공적인 관심 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은 공적 인물이 그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명예훼손적 표현은 그 제한이 더 완화되어야 하는 등 개별사례에서의 이익형량에 따라 그 결론도 달라지게 된다.”라고 판시함으로써(헌법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공인 및 공적 관심사에 대한 특별취급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도 2002년을 전후하여 공인, 특히 공직자에 대하여, 그리고 정치이념에 대한 보도의 자유를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한편 대법원 판례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립해 온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53387 판결 참조). 이에 관한 미국 판례는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1964) 참조].

언론사의 경우에도 그 설립목적이나 감시와 비판, 여론형성 등의 사회적 역할에 비추어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일을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인 또는 공적 존재로 보아 그에 대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의 심사기준을 완화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데, 현재는 언론사를 공적 존재로 보아야 한다는 데 대하여 이론이 없다. 위와 같은 위법성 심사기준의 완화는 그 표현행위자(통상 언론소송에서의 피고)가 사인인지 공적 존재인지를 불문하고 적용되지만, 실무에서는 표현행위자가 언론사인 사건이 대부분이고, 아래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도 대체로 피고가 언론사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 등에 관한 표현행위

 

대법원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며,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ㆍ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의 여부도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 “공직자나 정치인과 같은 공적인 존재의 도덕성, 청렴성의 문제나 그 직무활동이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 직무활동에 대한 비판도 보다 신축성 있게 수인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감시ㆍ비판ㆍ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함부로 위축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시한 이래(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공직자 등 공적 존재에 대하여는 위법성의 심사기준을 완화하여 왔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64384 판결,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62494 판결,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63558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53387 판결).

 

그 판시내용을 종합하면,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증명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하고,  좌우의 이념문제는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하여서는 안 되며,  정당의 정치적 주장이나, 공직자의 도덕성ㆍ청렴성이나 업무처리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 제기 또는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관하여는, 그것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 모함이거나(위 대법원 200037524, 37531 판결)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주278 ) 아닌 한 쉽게 그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35199 판결).

 

 언론사에 관한 표현행위

 

대법원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ㆍ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당해 표현이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되고, 수사적인 과장 표현도 언론기관이 서로 반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넓게 용인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52142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위 판결례는 모두 언론사 간의 소송이었다. 이후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86782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107129 판결 등도 마찬가지이다), 공적 존재에 대한 명예훼손사건의 법리를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사건에까지 확대하였다.

 

.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표현행위

 

 종교의 자유와 인격권의 비교ㆍ형량을 통한 위법성조각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종교의 자유에는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선전하고 새로운 신자를 규합하기 위한 선교의 자유가 포함되고 선교의 자유에는 다른 종교를 비판하거나 다른 종교의 신자에 대하여 개종을 권고하는 자유도 포함되는데, 종교적 선전, 기타 종교에 대한 비판 등은 동시에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이나, 그 경우 종교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0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하여 특별 규정의 성격을 가진다 할 것이므로 종교적 목적을 위한 언론ㆍ출판의 경우에는 그 밖의 일반적인 언론ㆍ출판에 비하여 보다 고도의 보장을 받게 된다.”라고 하면서, “다른 종교나 종교 집단을 비판할 권리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것인데, 그로 인하여 타인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종교의 자유 보장과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두 법익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그 비판 행위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공표가 이루어진 범위의 광협, 그 표현 방법 등 그 비판 행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비판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타인의 명예 침해의 정도를 비교ㆍ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619246, 19253 판결).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이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으로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도 그 행위는 근본적으로는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19755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687903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84236 판결도 같은 취지).

, 표현행위의 목적과 대상 등이 종교와 직접 관련된 경우, 일반적인 표현행위의 경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합법성의 범위를 폭넓게 파악하는 특별한 위법성 조각사유 심사기준을 채택하는 접근방식을 통하여 종교적 언론의 자유를 고도로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구분을 통한 면책

 

대법원은 특정 종교집단의 목사에 대한 비판에 관한 형사사건에서, 사실의 적시에 관한 일반론을 적시한 뒤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는 것이며, 비록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형법 제307조 소정의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고,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점에 비추어 다른 종교 또는 종교집단을 비판할 자유 역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5924 판결), 종교적인 이단논쟁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쌍방의 비판행위에 관하여 순수한 의견표명의 인정범위를 넓게 파악함으로써 종교적 행위의 자유의 폭을 확대하는 접근방식을 취하였다.

 

 유의점: 언론매체의 비판 보도

 

대법원 판례는 종교집단들 사이의 이단성 논쟁이 아니라 언론매체가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한 경우에 있어 종교적 자유에 관한 법리가 아닌 일반적인 표현행위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 해당 보도행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43437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528365 판결).

 

. 실존 인물이나 사실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로 인한 위법성 인정 기준

 

대법원은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행위자가 적시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행위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데, 그와 같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며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아울러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ㆍ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3483 판결), 실존 인물이나 사실을 다룬 영화 등에도 앞서 본 명예훼손 사건 특유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되지만, 특히 상당성 판단에 있어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논픽션 역사드라마에 관한 관련 최초의 판시는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19038 판결로,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고, 그 후 대법원 1998. 5. 8. 선고 9734563 판결에서 실명에 의한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에 있어서는 일반의 청취자 등이 그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쉬운 반면에 신속성의 요청은 일반 보도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방송에 있어서는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이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보다 크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방송의 기초가 되는 그 자료 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 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충분한 조사활동을 사전에 거침이 마땅하므로, 이러한 확인 내지 조사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를 그대로 방송하였다면 방송사 측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구체적인 상당성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5. 사실과 의견의 구별  [이하 사법 51호 이상윤 P.35-109 참조]

 

. 사실적시와 의견표명의 구별

 

민사상 불법행위에서 문제 되는 명예(이는 외부적 명예로서, 인격의 내재적 가치로서의 내부적 명예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판단인 명예감정과는 구별된다)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60950 판결 등;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서의 명예는 위와 같은 외부적 명예로서, 인격의 내재적 가치로서의 내부적 명예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판단인 명예감정과는 구별된다).

 

외부적 명예, 즉 타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표현행위는 한편으로는 명예훼손모욕적 표현(언사)’으로 구분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의 적시에 의한 경우와 의견의 표명에 의한 경우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민사상 명예훼손은 사실의 적시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모욕적 표현은 의견의 표명에 해당하지만, 우리 판례에 의하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도 일정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의견이 묵시적으로 그 근거가 되는 기초 사실을 전제하고 있거나 또는 의견 표명과 함께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힌 경우, 그 기초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26432 판결 등). 반면 의견의 기초가 된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고 그러한 기초사실을 따로 밝히지도 않은 채 단지 의견만 표명한 경우, 그러한 의견 표명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타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표명의 형식과 내용 등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예외적으로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명예훼손과는 다른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19734 판결 등).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표명을 구별하는 실익은, 우선 의견의 표명이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는 정도가 사실의 적시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적 사실 적시의 경우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고 면책을 받으려면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증명해야 한다. 반면 순수한 의견 표명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모멸적인 인신공격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또한 법률상 사실의 적시를 요건으로 규정한 경우도 있는데, 가령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언론보도가 사실적 주장에 해당하여야 한다[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본문은 정정보도 청구의 요건으로,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해당 언론보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언론사……에게 그 언론보도등의 내용에 관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또한 같은 법 제16조 제1항은 반론보도청구권에 관하여,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 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언론사등에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여 사실을 암시하는 경우 역시 사실의 적시로 보아야 하는바(대법원 1999. 2. 9. 선고 9831356 판결,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58823 판결 등), 이는 의견 표명의 전제가 되는 기초 사실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원은 의견 표명에 대하여, ‘그 근거가 되는 기초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거나(-) 또는 그러한 기초 사실을 묵시적 전제가 되는 사실로서 간접적·우회적으로 암시하는는(-) 경우그 근거가 되는 기초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도 묵시적으로 암시하지도 아니하는 경우로 구분하여 위 의 경우에만 명예훼손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위 유형의 의견에 관하여, “단순한 의견 개진만으로는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의견 또는 논평의 표명이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은 순수한 의견 또는 논평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되지 아니”(대법원 2000. 7. 28. 선고 996203 판결)한다고 판시하였고, 또한 위 -유형의 의견에 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기사로 계엄이 불법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와 같이 보는 근거, 즉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까지 따로 밝히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표명한 의견 부분은 이른바 순수의견으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0208 판결)라고 판시한 것도 있어서(위 각 밑줄 표시는 필자), 미국법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의 구별 기준

 

판례는 언론매체의 기사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지, 또는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근하는 방법을 전제로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방법뿐 아니라,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및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함께 고려하여야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1868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249040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65494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반론보도 청구의 대상인 원보도가 사실적 주장인지 단순한 의견의 표명인지 구별하는 척도에 관하여, 원보도가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하고 명확하며 역사성이 있는 것으로서 외부적으로 인식 가능한 과정이나 상태를 포함하여 원보도의 보도 대상이 된 행위자의 동기, 목적, 심리상태 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면 이를 사실적 주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249040 판결).

 

또한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 허위사실공표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공표및 공직선거법 제251[공직선거법 제251: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본문의 후보자비방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대하여, 모두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고 하면서,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정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4260 판결,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4595 판결, 대법원 2004. 2. 26. 선고 995190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8368 판결 등).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대법원은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을 구별함에 있어서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방법뿐 아니라,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사실 적시의 징표로서 객관적 증명가능성’, ‘역사성’(이는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8368 판결 등 참조)로서의 성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적 인식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특히 반론보도 청구 사건에서와 형사사건에서 증명(입증)가능성’, 즉 당해표현행위의 내용이 증거에 의하여 증명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준은 민사상 불법행위 사안에도 적용될 수 있다.

 

6. 공적 영역에서의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한 심사기준의 완화

 

. 공적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 보장 확대

 

대법원은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에서, 인격권으로서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 조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밝히면서 형법 제310조에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익성’(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진실성’(진실한 사실)의 요건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에 대하여도 위법성 조각사유로 됨을 분명히 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피고가 진실성까지 증명하지는 못하더라도, 대신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 상당성의 요건을 증명하면 역시 위법성이 없다고(이하 위 , 내용을 줄여서 상당성 법리라고 부르기도 할 것이다) 판시하였다. 상당성 법리는 제3자에 대한 보도를 통하여 비판과 견제기능을 수행하는 언론기관에 대하여 큰 의미가 있는데, 위 법리에 의하여 언론기관이 그 보도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불법행위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언론의 활동공간이 확대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적 존재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이라 한다)에 대한 비판적 표현이 문제 된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37524, 37531 판결(이하 민노총 판결이라 한다), 표현된 내용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하여는 광범위한 문제제기와 공개토론이 허용되어야 하므로, 그에 관한 의혹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진실성 또는 상당성의 요건에 관하여 일반의 경우보다 피고의 증명의 부담을 완화시켜 주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같은 해에 선고되었고 역시 공적 존재인 한국방송공사 또는 그 소속 방송 제작자들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이 문제 된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14613 판결(이하 ‘KBS 판결이라 한다)에서, “좌와 우의 이념문제……는 국가의 운명과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고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문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관한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언로를 봉쇄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그 후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64384 판결도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하면서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부정하였는데, 이로써 대법원은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사안의 경우,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불법행위책임을 더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고, 그 이후 여러 차례 이루어진 판결들을 통하여 판례이론이 더욱 정교화되면서 법리로 확립되어 왔다.

 

.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에 관한 위법성 조각사유

 

판례상 위와 같이 특별한 심사기준이 적용되는 사안은 공적 영역 중에서도 특히 표현행위자의 공적 존재에 대한 비판·감시·견제 기능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는 몇몇 세부 분야들로 한정되어 있는데, 그러한 세부 분야들은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의혹 제기,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 제기,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정당의 정치적 주장이다.

 

특히 위 , , 분야에 있어서는, 언론과 정당의 감시·비판·견제 기능이 필요함을 근거로, 그 표현행위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 즉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 , 분야에 관한 공적 영역에서의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의 위법 여부에 관하여 공적 존재인 원고의 인격권과 피고의 언론의 자유 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서로 비교 형량함으로써, 당해 표현행위가 정당한 표현의 자유 행사로서의 한계 내에 있는지, 아니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여 그러한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아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때 그 표현행위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의혹사항의 내용이나 공익성의 정도,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정도, 피고의 사실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사실확인의 용이성 또는 근거나 자료의 신빙성, 진실과의 부합정도(허위성의 정도),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야 한다(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52216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35199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29379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53805 판결. 위 법리에 따라 위법성을 부정한 사례로는,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64384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53387 판결,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28619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52142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140397 판결, 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374837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107129 판결 등이 있고, 반면 위법성을 인정한 사례로는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29379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53805 판결,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108579 판결 등이 있다).

 

한편 대상판결 이전에 위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련된 사안은 2002년에 선고된 두 판결(민노총 판결과 KBS 판결)에서만 발견되는데, 위 두 판결에서 대법원이 위법성 심사기준을 적용한 방법도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명예권 사이의 비교 형량 판단이었고, 이 점에서 나중에 위 , , 분야에서 형성된 법리와 다르지 않다. 다만 위법한 표현행위를 정치적 이념에 관한 타방의 기본 입장을 왜곡시키는 경우’(분야, KBS 판결)라고 하는지 아니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 , 분야)라고 하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공적 영역에서의 표현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심사기준이 종래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상당성 법리, 즉 피고가 표현행위의 공익성과 진실성 또는 상당성의 요건을 증명한 경우 위법성을 부정하는 법리와 별개의 새로운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출현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종래에 견해 대립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언론 보도의 위법성이 문제 된 사안에서 상당성 법리에 따른 위법성 조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하지는 않으므로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이미 여러 차례 판단한 바 있으므로(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28619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53214 판결 등), 대법원이 현재 위 양 법리를 서로 구별되는 별도의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에 따라 현재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 사안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로는 상당성 법리를,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사안의 경우에는 상당성 법리 외에 명예권 보호의 필요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 필요성을 비교 형량하여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지 않는 한 위법성을 부정하는 새로운 법리(이하 공적 영역 법리라 한다)를 각각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 대상판결의 판시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종북’, ‘주사파라는 용어의 불명확성과 다의성, 가변성을 지적하면서 극우극좌, ‘보수우익이든 종북이나 주사파든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그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종북’, ‘주사파관련 제1 표현 부분은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 점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