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해설<형사소송>일반교통방해죄】《신고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함으로써 교통방해를 유발한 집회에 참가한 경우, 참가 당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사안의 요지
2015. 4. 16. 서울광장에서는 약 10,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0부터 21:00까지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세월호 1주기 범국민행동’ 추모제(이하 ‘이 사건 집회’라 한다)가 신고 없이 개최되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세종로 방면으로 경찰이 진행방향 2개 차로에 설치한 질서유지선을 따라 행진을 시작하다가 21:10경 질서유지선을 넘어섰고, 21:16경에는 세종대로의 10차로 전 차로를 점거하기 시작하였다.
경찰은 이 사건 집회로 인한 차벽설치 구간에 일반 차량이 갇히지 않도록 사전 통제·우회 등의 계획을 세운 다음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한 직후인 21:15경에는 코리아나호텔 앞에 전 차로를 가로지르는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21:16경에는 광화문광장 남쪽 세종대로 사거리와 청계광장 동쪽 모전교에 차벽을 설치하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21:17경 코리아나호텔 앞 질서유지선을 넘어 행진을 계속하였고, 경찰은 21:20경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차벽을 설치하여 집회 참가자들의 이동을 제지하였다.
피고인은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 사건 집회에 참석한 뒤 21:27경부터 22:04경까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질서유지선을 넘어 방송차량을 따라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면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까지 행진하고, 행진을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세종대로에서 머물다가 그 무렵 귀가하였다.
2. 판시사항
피고인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상근간부로서 ‘대외협력실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 2015. 11. 14. 15:00경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서울시청 부근 호텔 앞에서 집회 중이던 시위대에 합류하여 같은 날 16:00경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앞에 설치된 경찰 1차 차벽 앞 등지에서 집회 참가자 68,000여 명과 함께 도로의 전 차로를 점거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을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하였고, 피고인은 자신은 이미 경찰에 의하여 이미 차량이 통제되어 그 통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 있던 도로를 점거하였던 것이기 때문에 교통방해의 위험을 초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하였다.
2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다수인이 행진하여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은 경찰의 교통통제 및 차벽설치로 인하여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도로로 걸어 나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는 교통방해의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평가할 수 없다. 한편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도로점거를 사전에 공모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의 죄책도 물을 수 없다.’라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3. 판결요지
[1] 형법 제185조는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하여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밖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4485 판결 등 참조).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형법상의 일반교통방해죄를 집회와 시위의 참석자에게 적용할 경우에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을 방해하는 방법을 위와 같이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는 데다가 도로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경우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위험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집회나 시위로 교통방해 행위를 수반할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2]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에 따라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하더라도 당초에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때에도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참가자가 위와 같이 신고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나거나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4921 판결 등 참조).
[3] 일반교통방해죄는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하면 바로 기수가 되고 교통방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도7545 판결 등 참조).
또한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방해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교통방해의 상태가 계속되는 한 가벌적인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한다.
따라서 신고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함으로써 교통방해를 유발한 집회에 참가한 경우, 참가 당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
4. 판례 해설
대상판결은, 교통방해를 유발한 집회에 참가한 경우 참가 당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종래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이 초래될 경우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이 사안에서는 집회를 개최하여 그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는 등으로 도로 교통을 방해한 경우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집회는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는 등으로 도로 교통을 방해한 것은 맞지만, 피고인이 그 집회에 참가하였을 무렵 그러한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없어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는 2심이 무죄의 근거로 본 것과는 달리 본 것이다.
2심은 교통이 이미 차단된 상태라면 더 이상의 교통방해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고, 대법원은 그럼에도 교통방해의 위험이 계속하여 존재하고, 경우에 따라 증가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즉 그 이후 가담한 자에 대하여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피고인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하였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