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향기, 또르표 냄새】《향수보다는 비누향이, 비누향보다는 또르의 체취가 나를 기분좋게 만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 입으면, 또르가 달려와 킁킁거리며 여기저기 내 옷 냄새를 맡는다.
심지어 손등과 머리칼 냄새를 맡으면서 핥기 시작한다.
또르는 내 머리 냄새가 잔뜩 묻은 베개를 엄청 좋아한다.
베개에는 두피의 피지 냄새가 날텐데, 그걸 좋아하다니 또르의 취향도 고약하다.
내가 다가가면, 자신의 배에 배방구를 해달라고 발라당 드러눕는다.
나도 목욕 안한 또르의 구수한 털냄새가 좋은 걸 보니, 피장파장이다.
냄새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든다.
향긋하고 기분 좋은 향을 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심지어 예민하게 날이 서 있는 신경마저 부드러워 진다.
자연 속을 걸을 때 나무 냄새, 풀잎 냄새, 바람 냄새를 맡으면, 스트레스가 날라간다.
토바코향, 가죽 냄새, 나무 타는 냄새, 커피향 등 다양한 냄새를 맡고 체험하는 것이 즐겁다.
오래 전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추억(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이란 영화를 보고 나서 향수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 접한 향수는 크리드(Creed)의 '어벤투스(Aventus)'와 딥띠끄(Diptyque)의 ‘탐다오(Tamdao)’였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기분 좋은 향을 접했을 때의 그 황홀함은 매우 컸다.
위 영화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벤 위쇼 Ben Whishaw 분)’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 뒤로 아닉 구딸(Annick Goutal), 조 말론(Jo Malone), 펜할리곤스(Penhaligon's)를 순차로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닉 구딸의 ‘닌페오미오(Ninffeo Mio)’와 펜할리곤스의 '엔디미온(Endymion)'을 즐겨 쓴다.
근데 이런 향수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
은은한 비누향이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향은 목욕을 마친 또르의 체취다.
물론 목욕하지 않은 또르의 구수한 냄새도 여전히 정겹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