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고독이 위로가 되는 순간】《어렴풋 느꼈다. 감정들이 메말라 더 이상 파닥거릴 수 없을 때 비로소 삶의 두근거림도 그칠 것이라는 걸.》〔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 근처 선정릉을 산책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자, 팔을 쭉 뻗어 두 손 가득 하늘을 담는다.
시원한 바람에 코끝이 차다.
들이마시는 공기가 너무 시원하고 상쾌하다.
이런 사소한 즐거움과 기쁨이 항상 아쉽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놔두면 된다.
순간들이 모두 모여 인생을 이룬다.
판사건, 검사건, 변호사건 법조인들의 삶이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고 매우 팍팍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실 1-2년전까지만 해도 평일에도 야근을 자주 했고,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했던 것 같다.
법조인들이라면, 아마도 평생을 이처럼 지내오신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김영삼, 김대중, 이건희, 정주영 등 한 시대를 호령했던 분들이 모두 사라졌다.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예전엔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시간이 지났을 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떠났을 때 비로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젊은이들이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한가로움의 묘미를 즐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렵고 무거운 시간들을 통과해 오면서 고통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현명함을 갖게 된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내 즐길 수 있는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같은 것을 눈에 담아도 예전과는 다르게 세상을 보면서,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행복은 사람이 성숙할 때만 제대로 느끼는 감정이다.
행복이란 때론 한여름 나무 밑의 그림자차럼 사소하기도 하고, 나무 위 높은 곳에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처럼 탐스럽기도 하다.
지난 7-8월부터 주말마다 서울 근교를 걷기 시작했다.
모두 처음 가본 낯설고 생소한 곳이었다.
자금 생각해보면 마치 1-2년 전의 경험처럼 아득하고 몽롱한 추억으로 남았다.
여유롭고 기분좋은 추억들이다.
아련하고 애틋한 그 감정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어렴풋 느꼈다.
그 감정들이 메말라 더 이상 파닥거릴 수 없을 때
비로소 내 삶의 두근거림도 그칠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