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가족모임】《그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오신, 팔순 넘으신 우리 장모님》〔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10. 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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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임】《그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오신, 팔순 넘으신 우리 장모님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의사 부부로서,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큰처남의 둘째 아이가 영국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귀국했다.

장인어른, 장모님을 모시고 두 조카와 함께 반포 세빛섬에 가서 식사를 했다.

큰조카는 UCLA를 졸업하고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이고, 영국에서 공부 중인 둘째 조카는 내년 미국유학 Admission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채빛 퀴진은 거의 2년만에 가본다.

밤바람이 정말 차갑다.

예전에는 손님으로 북적거렸고 주말 저녁은 2부제로 운영했는데, 지금은 1부제로만 운영하고 있고 손님도 많지 않다.

을씨년스런 밤공기만큼이나 경기도 냉각되어 있나 보다.

 

조카들이 기분 좋게 잘 먹으니, 맛있는 것을 자주 많이 사주고 싶다.

벌써 와인을 마실 나이들이 되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밥상 앞에서 항상 갈라진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하셨는데, 이젠 내가 그 심정이다.

 

장모님도 손자들과 함께 있으니,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교직에 계셨던 장모님은 교장선생님을 마치고 연금으로 생활하신다.

평생을 검약하게 저축하고 살아오신 만큼 크게 노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며 사실 수 있으신 분이다.

근데 용돈을 드리면, 당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손주들을 위해 사용하신다.

돈을 모았다가 자식이나 손주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하신다.

 

자식 3명을 서울대, 연대 의대, 고대 법대를 보내셨다.

자식들이 약사, 의대교수, 감사원 고위직 공무원이 된 것을 평생 자랑으로 살아오신 분이다.

며느리들도 모두 연고대 출신 의사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살아오셨고, 지금도 자식 밖에는 모르신다.

 

자식들 모두 자기 인생을 책임지고 앞가림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어머니 하고 싶은 일 하시고 가진 재산 모두 다 쓰시고 가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치아가 안 좋으신데도 그 돈 남겨 자식들 물려 주시겠다고 쓰시지 않는다.

옷도 안사입으신다.

당신의 안위보다도 자식들 걱정뿐이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난다.

이전 세대의 부모들이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의 감정은 자녀의 성취에서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탈무드에서는 이를 나챠스(Nachas)”라고 표현한다.

최상의 효도는 부모로 하여금 자식 자랑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럴 때 부모가 느끼는 행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단다.

 

그러고 보니 어느 책에서 읽은 일화가 생각난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대도시에 큰 저택과 마부 딸린 마차를 사 드릴테니 이사를 가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시라고 제안을 하였다.

부모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카네기가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어 보니, 부모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내가 대도시로 가서 큰 저택에 마부 딸린 마차를 타고 다닌 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자식이 사주었다고 대놓고 자랑할 이웃사람들이 전혀 없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이전 세대의 부모들의 철학과 사고방식은 이와 같은 모양이다.

 

그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오신 팔순 넘은 장모님이 남은 생을 정말 건강하고 행복하게 마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