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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국제사법>】《중국 회사들 사이의 물품거래에 따른 미지급 물품대금을 중국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할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1.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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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국제사법>】《중국 회사들 사이의 물품거래에 따른 미지급 물품대금을 중국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할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3058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이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지 여부(적극) /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곳이 영업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인지 여부(적극)

 

[3]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이유 /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국제재판관할에서 예측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 / 법인인 피고가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를 두고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가 제기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5] 국제재판관할권이 병존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6] 갑 중국 회사 등이 을 주식회사가 중국법에 따라 설립한 병 중국 회사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병 회사에 물품을 공급한 후 물품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병 회사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법원에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소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과 같은 법원이나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국재재판관할의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성 유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또는 방법으로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제시한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2조는 “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5조 제1항 전문은 “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보통재판적은 이들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곳에 따라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원고에게 피고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관할 배분에서 당사자의 공평에 부합하기 때문이므로,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곳은 영업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3]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것은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국가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민사소송법 제11조에서 재산이 있는 곳의 특별재판적을 인정하는 것과 같이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면 바로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으므로,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4] 예측가능성은 피고와 법정지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어서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만일 법인인 피고가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를 두고 영업활동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가 제기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5]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 지리, 언어, 통신의 편의, 법률의 적용과 해석 등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

 

[6] 갑 중국 회사 등이 을 주식회사가 중국법에 따라 설립한 병 중국 회사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병 회사에 물품을 공급한 후 물품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병 회사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법원에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을 회사의 보통재판적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에 있고, 을 회사가 대한민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위 소송을 수행하는 데 중국 법원보다 대한민국 법원이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갑 회사 등이 소송 수행과 관련하여 지리상ㆍ언어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스스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갑 회사 등의 이러한 의사 또한 존중되어야 하는 점, 병 회사의 1인 주주인 을 회사로서는 병 회사가 물품대금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을 회사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대한민국 법원에 병 회사의 물품대금 채무와 관련한 소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을 회사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으므로 갑 회사 등이 승소할 경우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재판의 적정과 신속 이념에 부합하는 점, 위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이 중국법이라고 하더라도 국제재판관할권과 준거법은 서로 다른 이념에 따라 지배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소와 대한민국 법원 사이의 실질적 관련을 부정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소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충분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원고들은 중국 회사이고,  피고는 부산에 본점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 회사임.  피고는 ‘천진한미전자’라는 중국 회사를 중국법에 따라 설립하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원고들은 천진한미전자와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물품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피고가 중국 회사법에 따라 천진한미전자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법원에 물품대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들과 천진한미전자가 모두 중국 회사이고, 계약 체결, 물품 공급과 대금 지급 등이 중국에서 이루어졌고 관련 서류가 모두 중국어로 작성되어 심리에 필요한 증거방법이 대부분 중국에 있는데,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관할권을 인정할 경우 예측가능성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소를 각하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가 대한민국인 점, 원고들 스스로 소송수행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한 점, 피고도 대한민국 법원에 소가 제기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는 점, 준거법이 중국법이라도 그와 별개의 문제인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곧바로 부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관할권을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중국 회사들 사이의 물품거래에 따른 미지급 물품대금을 중국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할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중국 회사인 원고들이 중국 회사인 소외 회사에게 물품을 공급한 후 지급받지 못한 물품대금을 소외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중국법상 1인 주주의 유한책임회사 연대책임 법리에 따라 이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지급을 구하는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고의 보통재판적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에 있고, 피고는 소외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로서 자료 확보나 사실관계 파악에 무리가 없어서 대한민국 법원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중국 법원보다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지리상·언어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자 하는 원고들의 의사도 존중할 필요가 있는 점, 피고로서는 자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대한민국 법원에 소외 회사의 물품대금 채무와 관련한 소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재판의 적정, 신속 이념에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법원과 해당 소송의 당사자 또는 그 분쟁이 된 사안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으로 환송하였다.

 

3. 국제재판관할권의 판단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 김호용 P.235-257 참조]

 

가. 관련 규정

 

제2조(국제재판관할)

①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②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나. 위 규정의 취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0 참조]

 

 국제사법은 ‘어디서 재판할 것인가’에 관한 법이 아니라 ‘재판할 때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 즉 준거법에 관한 법률이다. 단, 제2조에 관할에 관한 규정이 있다.

 

 기준 :  실질적 관련성(Substantial)  +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함
보통재판적은 피고 주소지이다. 국제재판관할권도 마찬가지로 나라가 다르면 상대방 국가에 가서 소송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한다는 취지이다. 

 

. 국제재판관할의 대원칙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의 예시로는 당사자 간의 공평(fairness)과 합리성(reasonableness), 실질적 정의(substantial justice), 적법절차의 원칙이나 근접성 또는 밀접성(proximity)의 원칙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등에서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라고 판시하고 있다].

 

 실질적 관련성(제2조 제1항)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국제재판관할권 인정요건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법정지인 대한민국이 국제재판관할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 대상이 우리나라와 관련성을 갖는 것, 즉 연결점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고와 법정지국과의 ‘최소한의 접촉’, 관할권을 행사하는 국가와 사건 간의 ‘진정한 연계’, 또는 ‘의미 있는 연결’, ‘합리적 연계’, 나아가 법원과 당사자 간의 ‘근접성’, ‘중요한 관련’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 관련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도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인 적정․공평․신속․경제 등 요소의 범주 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관할배분설).

 

 국내법 관할 규정 기준 +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 고려(제2조 제2항)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되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제정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개인적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과 판결의 실효성(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적용하여야 한다.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은 국내토지관할과 구별되는 특성을 말하는데, 토지관할은 단순한 관할의 장소적 배분의 문제이나 국제재판관할은 이에 추가하여 법원의 조직, 법관과 변호사의 자격, 소송절차 및 실체의 준거법, 재판의 집행가능성 등에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국제재판관할의 이익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은 상호 대립하는 다양한 이익을 비교․형량한 뒤에 결정하는 규범적 판단의 문제이다.

국제재판관할 이익은 구체적으로 ① 당사자 이익, ② 법원의 이익, ③ 국가 이익과 ④ 질서 이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① 당사자 이익은 가능한 한 당사자와 가까운 법원에서 소송을 하는 데 대하여 당사자가 갖는 지리상, 언어상 및 통신상의 이익을 의미하고, 당사자 사이의 공평성, 소송수행의 편의, 예측가능성 등이 문제 된다.

② 법원의 이익은 사안과 증거조사가 편리한 곳에서 재판을 하는 데에 법원이 가지는 이익을 의미하고, 재판의 신속성, 능률성, 판결의 실효성 등이 문제 된다.

③ 국가 이익은 국가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피고를 보호함으로써 법적 평화를 유지하여야 하며, 원고의 국적에 관계없이 실효적인 권리보호를 하 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④ 질서이익은 국제사법의 이상의 하나인 ‘국제적 판결의 일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연결원칙을 따르고, 자국 판결이 외국에서 승인될 개연성을 제고하며, 동일 사건에 대해 다시 외국에서 재판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이익을 말한다.

 

3. 국제재판관할 결정 기준과 관련한 판례의 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 김호용 P.235-257 참조]

 

가. 국제사법 개정 전의 학설과 판례

 

 2001년 국제사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①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이 있으면 역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추지할 것이라는 역추지설, ② 국내토지관할 규정에 근거하여 국제재판관할 유무를 판단하되 적정, 공평, 신속 등 민사소송법상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제재판관할이 없다는 수정역추지설, ③ 적정, 공평 등 민사소송법의 이상을 고려하여 조리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관할배분설 또는 조리설이 있었다.

 

 과거 섭외사법하에서 판례는 대체로 역추지설 또는 수정역추지설의 입장에 서 토지관할 규정의 해석과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중심으로 국제재판관할을 판단하 였다고 평가된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3다39607 판결 : 섭외사건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섭외사건에 관한 외국법원의 재판관할권 유무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 이 외국에 있을 때에는 이에 따라 외국 법원에서 심리하는 것이 조리에 반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외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2001년 국제사법 개정 이후의 판례의 태도

 

 2001년 개정 국제사법에서 제2조를 신설한 이후 대법원 판례는 국제재판관할권 여부를 국제사법 제2조에 따라 판단하되, 실질적 관련성의 요소로서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 국내법의 관할 규정,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메인 이름 판결

 

*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내에 주소를 두고 영업을 영위하는 원고가 미국의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에 등록․보유하고 있는 도메인 이름에 대한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의 이전 판정에 불복하여, 도메인 이름이 이전된 피고(미국 회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사건의 쟁점을 도메인 이름 선등록자인 원고의 등록․이용행위가 오프라인상의 피고의 기존 지적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것인지 여부라고 보아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다.

위 사안에서 도메인 이름의 선등록자인 원고의 주소지(대한민국)가 사업 중심지였고, 영업상의 손해가 발생한 곳도 원고의 사업 본거지이며, 원고의 도메인 이름 이용행위가 침해행위인지 여부 및 손해의 유무를 판정하기 위한 증거들은 모두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었다.

2001년 개정 국제사법 시행 이전에 제기된 사건으로 국제사법 제2조를 직접적으로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대립되는 관할이익 즉, 소송당사자의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하고, 실질적 관련을 근거로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냉동청어 판결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다71908, 71915 판결 : “① 이 사건 소송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으로서, 분쟁이 된 사안과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청어의 인도지이자 최종검품의 예정지인 중국 법원이었다 할 것이나, ②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하여 중국 법원에 제기한 소가 각하되었고, 직접적 증거인 청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가 이 사건 청어를 인도받고 처분해버린 시점으로부터 약 5년이 경과하여 이제 와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부정한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본소에 대하여 반소를 제기하고 있으므로, 원피고 사이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일거에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④ 원고가 대한민국 회사로서 우리나라에서 계약의 체결과 관련된 서류를 팩스로 전송받는 방법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정산금을 송금받기로 한 곳이 대한민국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에도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 회사가 일본 회사에 러시아에서 선적한 냉동청어를 판매하여 중국에서 인도하기로 하고 그 대금은 선적 당시의 임시 검품 결과에 따라 임시가격을 정하여 지급하되, 인도지(중국 청도항)에서 최종 검품을 하여 최종가격을 정한 후 위 임시가격과의 차액을 정산하기로 한 매매계약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안이었다.

대법원은,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냉동청어의 인도의무지인 중국 법원이라고 언급함으로써 계약특징적 급부이행지에 대한 계약관할을 명시하였으나, 계약사건에서 의무이행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규칙을 정면으로 다루는 대신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인정하였다.

 

 중국 항공사 판결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 “첫째, 원고들이 내세우고 있는 이 사건 소송의 청구원인은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 또는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이므로, 불법행위지(이 사건 사고의 행위지 및 결과발생지 또는 이 사건 항공기의 도착지) 및 피고 회사의 영업소 소재지가 속한 대한민국 법원에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이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한데,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 유무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둘째,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으므로, 지리상, 언어상, 통신상의 편의 측면에서 중국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피고 회사에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곤란하고, 원고가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하여 재판을 청구하고 있는 점도 쉽사리 외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의 영업소가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피고 회사 항공기가 대한민국에 취항하며 영리를 취득하고 있는 이상, 피고 회사가 그 영업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영토에서 피고 회사 항공기가 추락하여 인신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고 회사로서는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에 복속함이 상당하고, 피고 회사 자신도 이러한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이익 측면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셋째, 일반적으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국가의 법원에 사안과 증거조사가 편리하다는 재판관할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데, 관련 사건에서 이미 증거조사가 마쳐졌다든지 관련 사건에서 당사자가 책임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든지 하는 사정은 소송 제기 시점에 따라 좌우되는 우연적인 사정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우연적인 사정에 의하여 재판관할권 유무가 달라진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생략)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이 중국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또한, 피고 회사의 영업소가 대한민국에 있음에 비추어 대한민국에 피고 회사의 재산이 소재하고 있거나 장차 재산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원고들은 대한민국에서 판결을 받아 이를 집행할 수도 있을 것이고, 원고들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이익 측면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넷째, 국제재판관할권은 주권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형식적인 이유를 들어 부당하게 자국의 재판관할권을 부당하게 넓히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지만, 부차적인 사정을 들어 국제재판관할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 또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같은 항공기에 탑승하여 같은 사고를 당한 사람의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단지 탑승객의 국적과 탑승 근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국제재판관할권을 달리하게 된다면 형평성에 있어서 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될 것이다.”

 

국제항공운송사업을 하는 중국 법인(피고, 대한민국 내에 영업소가 있음)이 중국인인 승무원을 고용하여 피고 회사가 운항하는 북경 → 김해행 항공기에 탑승하도록 하였는데, 위 비행기가 김해공항에서 추락하여 위 승무원이 사망하자 그 유가족들이 다른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함께 피고 회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계약 위반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위 판결은 2008년 냉동청어 판결과는 달리 법원이 고려한 여러 사정을 단순히 열거하고 결론을 내리는 대신, 도메인 주소 판결에서 설시한 개인적 이익과 법원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익을 형량하여 결론을 내렸다는 점과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데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 유무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회사를 상대로 굳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소를 한 이상 비록 준거법이 중국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국제재판관할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고, 대한민국 내에서의 판결의 집행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 적극적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일교포 대여금 판결

 

*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7571 판결 :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대여금 청구 중 2003. 9. 11. 자 5백만 엔은 피고가 공동대표이사인 주식회사 원우주택이 추진하던 순천시 문화테마파크 개발 등 사업과 관련하여 지급된 돈으로 채권의 발생 자체가 대한민국 내 개발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고, 원고가 가압류 집행한 피고 소유의 부동산 역시 위 개발사업의 부지로서 당해 재산과 분쟁의 사안 사이에 실질적 관련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대여금 청구 중 2003. 10. 9. 자 2천만 원은 원고가 대한민국 내 거주자인 소외인 명의의 계좌로 2천만 원에 해당하는 일본국 돈 1,938,699엔을 송금한 후 대한민국 수표로 인출된 돈인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돈의 수령 및 사용 장소가 대한민국이고 수령인도 대한민국 내 거주자라는 점에서 위 2천만 원 청구 역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5백만 엔 및 2천만 원 청구는 당해 분쟁의 사안과 대한민국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대여금 청구 중 4천만 엔은 그에 관한 분쟁의 합의관할이 일본국 내 원고 주소지 법원인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법정지인 대한민국과 어떠한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피고는 제1심법원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의 존부에 관한 관할위반 항변을 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한 변론만을 하였고, 그 결과 본안에 관한 사항만을 쟁점으로 한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피고는 원심에 이르러서야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관할위반 주장을 하였는바, 국제재판관할에서 민사소송법 제30조에 규정된 바와 같은 변론관할을 인정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해칠 우려가 없는 점, 오히려 같은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고 효과적인 절차의 진행 및 소송경제에도 적합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4천만 엔 청구에 관하여 비록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법정지인 대한민국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없다 하더라도 이에 관하여 제1심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생겼다고 봄이 상당하다.”

 

일본국에 주소를 둔 재외동포가 일본국에 주소를 둔 재외동포를 상대로 대여금채무에 대한 변제를 구하는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사안이다.

원심판결은 이 사건 소가 민사소송법 제11조의 재산권에 관한 소이고 원고가 가압류를 집행한 피고 소유의 부동산 소재지가 한국이지만, 한국과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부정하였다.

종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728 판결 등)는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이 국내에 있는 경우 승소판결을 얻으면 이를 집행해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재산소재지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위 판결은 재산소재지라는 이유만으로 관할을 인정하는 대신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원심과 달리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하였다.

 

 계약체결지와 의무이행지가 중국인 사건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의 인정 여부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또는 방법으로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제시한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3조 본문은 “사람의 보통재판적은 그의 주소에 따라 정한다.”라고 정한다. 따라서 당사자의 생활 근거가 되는 곳, 즉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가 토지관할권의 가장 일반적․보편적 발생근거라고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조는 “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에게 피고의 주소지 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관할 배분에서 당사자의 공평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소지는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것은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국가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11조는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사람 또는 주소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재산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청구의 목적 또는 담보의 목적이나 압류할 수 있는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면 바로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재산이 우연히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게 된 경위, 재산의 가액, 원고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판결의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해야 한다.

나아가 예측가능성은 피고와 법정지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어서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생활 기반을 가지고 있거나 재산을 취득하여 경제활동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가 제기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 지리, 언어, 통신의 편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중국인인 원고가 중국 국적의 부부인 피고들을 상대로 중국에서 이루어진 금전대여행위에 따른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계약체결지와 의무이행지는 중국이나 피고들이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생활 기반을 형성하고 있고, 재산을 소지하고 있으며, 상당한 기간 대한민국 법원에서 실질적인 변론과 심리가 이루어져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위 판결은 국제재판관할권의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국내 민사소송법에 따른 보통재판적과 특별재판적을 국제사법 제2조에 따른 실질적 관련성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그 밖에 예측가능성 등 국제재판관할의 이익을 부가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법 제2조의 실질적 관련성과 관련하여 판례가 국제재판관할에서 여전히 국내 민사소송법에 따른 보통재판적과 특별재판적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외국 국적의 당사자들 사이에 제기된 이혼소송에서 국제재판관할의 판단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므12552 판결 :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되, 해당 사건의 법적 성격이나 그 밖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위 대법원 2016다33752 판결 참조).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국제사법 제2조는 가사사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가사사건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려면 대한민국이 해당 사건의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므1196 판결 참조). 그런데 가사사건은 일반 민사사건과 달리 공동생활의 근간이 되는 가족과 친족이라는 신분관계에 관한 사건이거나 신분관계와 밀접하게 관련된 재산, 권리, 그 밖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건으로서 사회생활의 기본토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사사건에서는 피고의 방어권 보장뿐만 아니라 해당 쟁점에 대한 재판의 적정과 능률,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 보호, 가족제도와 사회질서의 유지 등 공적 가치를 가지는 요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사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의 유무’는 국내법의 관할 규정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국적이나 주소 또는 상거소(常居所), 분쟁의 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이루어진 장소(예를 들어 혼인의 취소나 이혼 사유가 발생한 장소, 자녀의 양육권이 문제 되는 경우 자녀가 생활하는 곳,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인 경우 해당 재산의 소재지 등),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준거법, 사건 관련자료(증인이나 물적 증거, 준거법 해석과 적용을 위한 자료, 그 밖의 소송자료 등) 수집의 용이성, 당사자들 소송 수행의 편의와 권익보호의 필요성, 판결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위 판결은, 가사사건에도 국제사법 제2조가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대한민국에 당사자들의 국적이나 주소가 없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내법의 관할 규정에 따른 관할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이혼청구의 주요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대한민국에서 형성되었고(부부의 국적이나 주소가 해외에 있더라도 부부의 한쪽이 대한민국에 상당 기간 체류함으로써 부부의 별거상태가 형성되는 경우 등) 이혼과 함께 청구된 재산분할사건에서 대한민국에 있는 재산이 재산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첨예하게 다투어지고 있는 사정 등이 있다면, 피고의 예측가능성, 당사자의 권리구제, 해당 쟁점의 심리 편의와 판결의 실효성 차원에서 대한민국과 해당 사안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4. 대상판결의 경우 실질적 관련성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 김호용 P.235-257 참조]

 

이 사건은 중국에 있는 소외 회사의 물품대금채무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소외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피고에 대해 연대책임을 구하는 소이고, 피고는 소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회사일 뿐 원고들과의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는 아니다.

국제재판관할의 법적 안정성과 예견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실질적 관련성의 우선적인 기준은 피고의 주소지, 불법행위지, 영업소의 소재지 등 민사소송법상의 토지관할 근거가 되는 연결점이 되고, 그에 따른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참작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가.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의 고려

 

① 일반관할

 

법인은 자연인과 달리 법에 의하여 의제되는 존재이므로 영업활동과 관련하여 주된 사무소 내지 영업소가 있는 곳을 보통재판적으로 본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대한민국 법인이고,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 부산에 소재하고 있어서 토지관할 중 보통재판적이 인정된다.

피고의 주된 사무소를 일반관할로 인정하게 되면 피고의 소송상 편의와 방어권 보장이 가능하게 되므로, 피고에게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특별 관할 : 재산이 있는 곳의 특별재판적

 

법인에 대하여 1차적으로 보통재판적의 원인이 되는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가 없거나 이를 알 수 없는 때에는 재산이 있는 곳에 특별재판적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은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있는 것이 명백하여 제11조의 보충 적용이 문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외국과 사이에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에 관한 상호보증이 없는 등의 사유로 외국판결의 국내 집행이 어려운 경우에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할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728 판결: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자 또는 주소를 알 수 없는 자에 대 한 재산권에 관한 소는 청구의 목적 또는 담보의 목적이나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이 대한민국 내에 있을 때에 는 그가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그 재산소재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가 있는 것인바(민사소송법 제9조),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를 상대로 승소판결을 얻으면 이를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걷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그 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 국제재판관할 이익에 관한 검토

 

① 이 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의 공평성과 소송수행의 편의, 예측가능성 등 당사자 이익의 측면에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소는 소외 회사의 주주이자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영업을 하는 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그에 대한 연대채무의 책임을 구하는 것이다.

보통 원고가 자신에게 유리한 국제재판관할을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건은 중국에 본점을 둔 원고들이 거리상, 언어상 불편함을 감수하고 한국 법원에 제소한 사건이므로, 당사자들의 공평성과 소송수행의 편의는 문제가 없다고 보인다.

예측가능성은 피고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어느 곳에서 제소할 것인지에 관하여 최소한의 예견을 가지고 그에 맞추어 자신의 행위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던 법원에 일방적으로 소가 제기된 경우 그 법원의 관할을 인정하면 당사자의 공평에 반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피고는 소외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로서 직원 교류와 지급보증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소외 회사가 물품대금의 지급을 지체하고 있는지 여부나 그에 따라 피고가 중국법에 따라 일정한 연대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가 소외 회사의 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한 경위 등이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어서 그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제소될 수 있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견가능하였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② 재판의 신속성이나 능률성 등 공적 이익(법원 이익)의 측면도 긍정할 수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소를 대한민국에서 제기하는 이유에 대하여 소외 회사의 폐업으로 소재가 불명하고 책임재산이 없으며, 피고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피고가 응소할 가능성이 적고 그 판결을 받더라도 한국 법원에서 승인, 집행을 위한 판결을 받기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중국에서 소송을 거친 후 다시 대한민국에서 승인, 집행을 위한 판결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소송경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으므로 원고들이 승소판결을 얻는다면 이를 집행하기가 용이하여 판결의 실효성도 취할 수 있다.

 

③ 국제재판관할권은 병존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입장이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이 중국법이고 중국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당사자나 분쟁사안과 대한민국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관할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대상판결의 분석

 

대상판결은 중국 항공사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대법원 2010다18355 판결)과 중국인들 사이의 대여금 판결(대법원 2016다33752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재판관할의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할 때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 규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국제재판관할 판단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국제재판관할 이익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할 경우 피고의 증거, 자료 수집의 편의성 등 소송수행의 측면에서 불리함은 없는지, 당사자의 예측가능성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재판의 적정과 신속 이념에 부합할 수 있는지 여부 등 국제재판관할이라는 특수성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 대상판결의  검토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804 참조]

 

국제사법은 ‘어디서 재판할 것인가’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재판할 때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 즉 ‘준거법’에 관한 법률이지만, 제2조에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다.

 

국제재판관할의 핵심은 ‘실질적 관련성(Substantial)’의 유무이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 국내법상 관할 규정을 참작한다.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재판관할을 검토할 때 ‘어느 나라에서 재판하는 것이 더 타당하겠는가’를 생각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다. 즉 ‘대한민국에서 재판해 주어도 될 만한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재판을 할 실익도 있다.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으니, 원고들이 집행판결 없이 이 사건 승소판결을 통해 피고에게 곧바로 집행을 할 수 있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 지리, 언어, 통신의 편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