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바라본 가을정취】《보기 위해서 눈을 감아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시각은 때론 진실을 감추어 버린다.>
오늘 같이 시원한 가을 바람이 볼가를 살며시 스칠 때면, 눈을 감은 채 바람의 흐름을 느끼고 공기의 질감을 맡는다.
눈을 감았음에도 가을의 정취가 눈에 더 잘 보인다.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눈을 감는다.
휘트니스 센터에서 트레드밀(treadmill)에서 걸을 때는 무척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느낀다.
한때는 답답함을 견디려고 TV를 보면서 걸었는데, 요즈음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들으면서 한다.
눈을 감은 채 걷는다.
장시간 동안 눈을 감은 채 운동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나 보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오히려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근력운동을 할 때도 눈을 감는다.
근육의 긴장감과 그 뻐근함, 세포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점점 눈을 감은 채 세상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눈을 감는다.
샤워를 하면서도, 면도를 하면서도 눈을 감는다.
음악을 듣거나 TV를 볼 때도 자주 눈을 감는다.
심지어 전화를 하다가도 눈을 감는다.
목소리에 담긴 상대방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상대방이 전화 받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상대방이 코를 후비는 모습이나 메모지에 갈기는 볼펜소리도 감지된다.
우리의 감각 중 의외로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모양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종종 스스로에게 가장 큰 거짓말을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각적인 자극은 사람들의 감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약 80%)의 정보를 시각에 의존한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양의 순위는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이다.
시각정보를 통해 이루어진 생각들은 쉽게 바꾸기 힘들다.
그래서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시각적 효과를 노린 광고나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이 우위를 점하고, ‘가창력’보다 얼굴과 몸매가 예쁜 아이돌(idol) 가수가 판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백 번 들어 봤자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소리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는다.
과연 그럴까?
보이는 것이 항상 진실일까?
<눈을 감아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
눈에 보이는 것이 종종 스스로에게 가장 큰 거짓말을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당신이 만약 남들이 보지 못한 특별한 것을 보고 싶다면, 오감의 눈을 떠보자.
두 손으로 나뭇잎을 만지면 감촉만으로도 정교한 대칭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꽃잎을 더듬으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멋진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촉감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답고, 놀랍고, 감동을 준다.
전화를 하면서 눈을 감아 보라.
목소리에 담긴 상대방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상대방이 전화 받는 모습과 표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청각의 놀라운 힘이다.
이제 두 눈을 감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당신이 이 세상에 선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자.
오늘 하루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아쉬웠던 일을 생각해보자.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의 말처럼 ‘보기 위해서 눈을 감아 보자’.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육체의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진정으로 볼 수 있다.
‘보고자 하는 그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