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불맛과 감칠맛】《호기심을 충족시키며 낮선 곳을 걷는 것이 내 삶을 반짝이게 해줄거라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듯 속삭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0. 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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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맛과 감칠맛】《호기심을 충족시키며 낮선 곳을 걷는 것이 내 삶을 반짝이게 해줄거라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듯 속삭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창밖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들어온다.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화창하다.

산들바람이 자연 속을 거닐라고 유혹한다.

주말 동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낯선 곳을 찾아 잠시라도 걷는다.

 

완연한 가을날씨다.

코스모스도 피었고, 억새도 예쁘다.

오전 내내 자연 속을 걸었다.

 

점심에는 음식점을 찾아 직화쭈꾸미볶음을 먹었다.

여기서는 피자와 원두커피도 무료로 그냥 제공한다.

쭈꾸미볶음에서 불맛이 난다.

불맛 때문에 더 맛있다.

 

혀는 4가지 맛을 느낀다고 배웠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이다.

수천년 동안 인류는 이 4가지가 혀가 느끼는 맛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4가지 맛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적 맛이 있다.

바로 감칠맛이다.

묘한 느낌의 부드럽고 자극적인 맛이 미뢰를 감싸고 혀에 착 감겨 맴돈다.

감칠맛은 단순한 맛 이상의 감각적 느낌인데, 맛을 보면 알지만 뭐라 딱 꼬집어 설명하거나 분류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의 맛이다,

 

불맛도 이런 감칠맛 중의 하나다.

똑같은 재료인데도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풍미가 완전히 다르다.

그게 바로 감칠맛인 것이다.

정확히 말해 그 자체는 맛이 아니고, 다른 맛들을 더 깊고 감미롭고 부드럽게 해 준다.

화덕에서 구운 피자의 도우(dough)도 탄수화물 특유의 묘한 감칠맛이 있다.

 

집에 돌아와 오후에는 다시 휘스니스센터로 가서 2시간 동안 근육을 조져댔다.

샤워를 하고 나니, 적당한 피로감과 알맞은 노곤함에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젊은 시절에는 머리를 쓰는 것이 좋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무언가에 집중해서 몰입감에 빠지는 즐거움을 선호했고, 귀중한 시간을 몸을 움직이는데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오랜 습관이었던 독서를 하지 않은지 벌써 몇개월이 지나간다.

전에는 혼자서 조용히 독서를 하는 것이 좋았는데, 요즘은 책을 들여다보기가 싫어진다.

 

머리를 쓰는 것이 점점 귀찮고 힘들어진다.

대신 몸을 움직이는 것은 쉽고, 편하고, 즐거움을 준다.

몸을 적당히 혹사시키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

책이 주던 호기심을 온몸의 근육에 자극을 주며 낯선 곳을 걷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걷고, 먹고, 근력운동을 한다.

게을러지려는 육체를 계속 걷게 만들고 근육을 혹사시키다 보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

나이 든 지금은 문득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삶을 맑게 유지하고 싶다.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낮선 곳을 걷고 온몸의 근육에 자극을 주는 것이 내 삶을 반짝이게 해줄거라고.

그 덕분에 내 삶이 반짝인다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듯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