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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해결 임시이사제도, 사회복지사업법상 임시이사 제도】《행정규칙의 법규성,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1. 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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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해결 임시이사제도, 사회복지사업법상 임시이사 제도《행정규칙의 법규성,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3936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사학분쟁해결제도로서의 임시이사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 임재남 P.49-71 참조]

 

. 임시이사제도

 

사립학교법상의 학교법인은 기본적으로 민법상 재단법인이다. 다만 민법과는 달리 이사회의 설치가 의무적이다(사립학교법 제15조 참조). 이사회는 학교법인의 주요의사를 심의의결한다(같은 법 제16조 참조).

만일 이사가 직무상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사들 사이의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은 마비된다. 특히 이사의 결원이 생겨도 후임이사를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학교법인에 대한 공적 개입이 필요하게 된다.

 

다음의 각 경우 등에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사립학교법 제25조 참조).

 학교법인이 이사들 사이의 분쟁 등으로 이사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경우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되어 이사회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게 된 때

그런데 임시이사는 본질적으로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법인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사적자치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취지에서 아래 대법원판결은 임시이사에게 후임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67115 판결).

 

. 임시이사 체제의 해소 : 사립학교의 정상화(= 정식이사의 선임)

 

 문제점

 

임시이사는 임시의 위기관리자이다.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되면 정식이사가 선임되어 정상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런데 임시이사는 정식이사 선임권이 없다. 즉 임시이사가 포함된 이사회결의로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식이사를 어떻게 선임할 것인지 문제 된다.

 

 사립학교법 규정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4조의2(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및 기능)

 25조에 따른 임시이사의 선임과 제25조의2에 따른 임시이사의 해임 및 제25조의3에 따른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관할청은 제3항에 따른 심의결과에 따라야 한다. 다만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고, 그 재심 결과를 수용하여야 한다.

25조의3(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관할청은 제20조에도 불구하고 제25조에 따라 선임된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되었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체 없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이사를 선임하여야 한다.

 

 위 규정의 취지

 

위 법률에 의하면,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는 관할청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참가행정청)의 심의를 거쳐 선임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관할청을 기속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을 보자면,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조인, 교육자, 교육행정가, 회계사 등으로 구성되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 3인을, 대법원장이 5인을 추천한다. 대법원장이 상대적 다수 위원을 추천하고,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호선하여 결정하는 점에서 중립적사법적 성격이 강화된 행정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2. 관할청은 정식이사 임명권의 행사함에 있어 기존 운영자 측 인사 과반수를 정식이사로 선임하여야 하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 임재남 P.49-71 참조]

 

. 문제점

 

관할청이 정식이사를 임명하게 되면, 학교법인의 기존 경영자는 학교법인에 대한 지배운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것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정식이사 선임 과정에서 기존 설립자 측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논란이 있다. 정식이사 임명에서 기존 운영자 측 인사가 과반수를 점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에 관한 역사적 경위

 

 예전의 사립학교법에는 임시이사가 선임된 사립학교의 정상화 방안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이 없었다. 대법원 1970. 10. 30. 선고 70116 판결은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권을 인정하였고, 이에 따라 사립학교 정상화는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러한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은 학교법인에 보장된 기본권으로서의 교육의 자주성 등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19054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권을 부정한 판례이다. 사학의 자유에는 종전 정식이사가 국가 간섭 없이 후임 정식이사를 자유롭게 선임할 권리가 포함되고, 이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2007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위헌주장이 제기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11헌바136 전원재판부 결정 등 위헌소원 사건). 다수의견은 정관에 화체된 설립목적을 유지계승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사학 자유의 본질이라고 본 반면, 소수의견은 정식이사의 후임이사 선출권을 통한 인적 연속성의 보장이 그 핵심 가치라고 보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헌법재판소 결정 다수의견의 같은 점은 양자 모두 종전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고, 사립학교 기능을 회복하여야 하는 공적 필요의 한도에서 일정 부분 사학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기본권인 사학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본 반면,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사학의 자유의 요체는 설립목적의 유지계승 보장이므로, 기존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반드시 보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면 좋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 임재남 P.49-71 참조]

 

 기존 이사들 전원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후 이사회가 전원 임시이사로 구성되고,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된 때, 관할청이 정식이사 전원을 새로 선임하는 형태가 학교법인 정상화의 가장 단순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556540 판결은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정식이사 전원에 대하여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재량권 일탈남용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위 판결은 원고들이 제기한 사건으로서 위 판결로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취소되어 원고들의 정식이사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임기만료한 기존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에 기하여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을 때,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의 범위에 관하여는  1(관할청 정식이사 선임권은 기존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배제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 가능하다는 견해,  2(관할청은 정식이사 전원에 대하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2설이 타당하다. 관할청은 분쟁의 경위, 설립자의 뜻, 기존 설립운영자 측의 기득권 등을 종합하여 재량권을 행사한 뒤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사립학교 분쟁 해결의 원칙이다.

 

이 사건과 같이 기존 정식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경우, 그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은 정식이사로서의 통상적 권한이 아니라, 긴급한 상태에서 인정되는 예외적 권한이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을 통하여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마당에 임기만료된 기존 이사의 예외적 권한에 구속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임기만료된 기존 정식이사에 대하여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에는 긴급처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통상의 경우, 임시이사가 선임되므로 임기만료된 기존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와 같이 예외적이고 우연한 사정에 기초하여 분쟁해결 방법을 달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관할청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관할청은 합리적인 재량행사를 통하여 분쟁의 다양한 양상에 알맞게 학교재단의 기능을 회복하는 한도에서 기존 정식이사 지위나 그 의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관할청이 재량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하여 이를 통제할 수 있으므로 종전 정식이사의 지위가 위태로워진다는 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4. 종전 정식이사들인 원고들에게 과반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정상화 심의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한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 임재남 P.49-71 참조]

 

. 문제의 소재

 

원고는 종전 정식이사에게 과반수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였던 폐지 전 정상화 심의원칙 이 이 사건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래 처분 당시의 법령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행정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처분을 늦추던 사이 당사자에게 유리한 법령이 폐지된 경우, 예외적으로 폐지된 법령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정상화 심의원칙은 법령의 위임 없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정한 행정규칙이다. 이러한 행정규칙이 재판규범 내지 재판자료가 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 행정규칙의 사실상 법규성

 

행정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규범으로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즉 법규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원은 행정규칙을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법규에 의하여만 심리하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 행정 현실에서 공무원들은 행정규칙에 따라서 처분한다. 법률보다 더 강한 사실상 규범력을 사실상 가지고 있고, 또 행정규칙은 각 부 장관 등이 많은 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제정한 것일 때도 있어, 법규성 여부를 떠나 행정기관의 전문성에서 우러나온 권위를 쉽게 부인할 수도 없다.

당해 사건만 바라보고 재판하는 법원 입장에서 행정규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법규에 의존하여 심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 판례의 태도

 

 원칙(= 행정규칙에 대한 무시)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38874 판결은 행정규칙의 준수 여부로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선언하였다.

 

 행정규칙의 규범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경우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법규성을 가지는 경우 : 상위법령이 행정규칙에 법규사항의 규정을 위임한 경우, 그 행정규칙은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행정규칙은 실질상 법규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38171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7967 판결).

 

 신뢰보호원칙과 평등원칙을 매개로 규범력을 갖는 경우 : 재량권 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위반하는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7967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88828, 88835 판결 참조).

 

 재량권 존중의 정신에서 행정규칙이 일정한 규범력을 갖는 경우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60776 판결은 행정규칙의 법규성을 부인하면서도 재량에 관한 사항의 경우 행정규칙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그 허가기준을 정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이 법령에 반하거나 객관적 합리성이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법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제재처분의 양정기준 : 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48406 판결은 제재처분의 양정기준을 행정규칙으로 정한 경우, 행정규칙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존중하라는 취지이다.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 :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39297 판결은 산업재해 인정 기준을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법규성이 없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용노동부 고시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9362 판결의 경우 :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신뢰보호원칙, 평등권, 재량존중 등과 무관한 영역이다. 원칙에 따라 행정규칙을 재판규범 내지 재판자료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다.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9362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사립학교법상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 행사기준이다.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의3에 의하여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퇴임한 이사에게 인정되는 긴급처리권은 퇴임 이사의 직무수행을 곧바로 중단시키면 이사회 의결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됨을 전제로, 달리 그 퇴임 이사에게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691조의 유추로 인정되는 예외적․비상적 권한이다. 한편,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에 의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을 비롯한 민법상의 자율적 수단에 의해서는 학교법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경우에 인정되는 공적 개입 수단이다. 이러한 관계법령의 체계상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이 가능한 경우에는 애초에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이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되어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정식이사 선임권은 관할청으로 옮겨오고 그 선임권 행사를 통하여 학교법인 이사회가 정상화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퇴임한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이 무조건 보장될 필요는 없다.

 

 또한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회 기능이 마비된 경우, 임시의 위기관리자로서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되어 학교법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한 경우 퇴임 정식이사는 임시이사 선임의 효력이 부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긴급처리권을 상실하여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곧바로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예외적인 경우라 하여 그와 달리 볼 이유는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종전 정식이사가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보아 사립학교 분쟁해결 절차를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
다. 사립학교법이 규정한 정식이사 선임권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학교법인 활동의 장애를 초래한 분쟁의 다양한 양상에 알맞도록 관할청이 탄력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함이 바람직하다.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에 반영될 수 있고, 만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종전 정식이사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되어 정식이사 선임 처분은 행정쟁송절차에서 취소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이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등 참조).
3. 민법상 재단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학교법인은 스스로 구성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구현한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수단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유지․회복하기 어려운 때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보충․후견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다. 따라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가능한 한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그 권한행사 과정에서 설립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역시 법령상 인정된 제도로서, 이는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다소 후퇴시키더라도, 국가의 일정한 개입을 통하여 학교법인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므로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원고들은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라 해도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원고들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처분으로 이사회 이사 정수 전원에 해당하는 정식이사를 선임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보조참가인의 종전 정식이사로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당시의 정상화 심의원칙에 따라 정식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식이사 선임을 미루는 사이에 정상화 심의원칙이 폐지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폐지 전 정상화 심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원고들에게 과반수 이사 추천권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처분은 이를 부인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상화 심의원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을 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정상화 심의원칙이 적용되는지, 나아가 이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로 가를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법이 관할청에게 부여한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가.

 

 종전 정식이사들의 의견대립으로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피고보조참가인의 정상화 과정에서 종전 정식이사들 중 일방에 불과한 원고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분의 목적과 처분의 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5. 사회복지사업법상 임시이사 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6, 이상덕 P.81-105 참조]

 

. 다른 법률에 따른 임시이사 제도와의 비교

 

 민법 제63조에 따른 비영리법인의 임시이사 제도

 

 민법 제63조는 비영리법인에 이사가 없거나 결원이 있는 경우에 이로 인하여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임시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재판은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른다(33조 제1).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63조에 따른 임시이사는 법원의 선임결정을 필요로 하지만, 임시이사와 법인 사이에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대법원 1996. 4. 15. 951504 결정 : 법인과 이사와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이므로, 원칙적으로는 민법 제689조 제1항이 규정한 바에 따라 이사는 언제든지 법인을 대표할 수 있는 자에 대하여 고지함으로써 사임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법원이 선임한 임시이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 이사의 결원(임시이사 선임사유)이 해소되면 별다른 조치 없이 임시이사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7. 1. 21. 선고 963401 판결은,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인의 정식이사들에 대하여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5조에 따른 정식이사 취임승인 취소처분을 하였고 그에 따른 이사 결원을 이유로 법원이 민법 제63조에 따른 임시이사 선임결정을 하였는데, 그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식이사 취임승인 취소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면 정식이사의 지위가 소급적으로 회복되고 법원이 선임한 임시이사들은 법원의 별도의 해임결정이 없더라도 자동적으로 그 지위를 상실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민법 제63조에 따른 임시이사의 경우 이사회에서 정식이사를 선임할 의결권한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40332 판결 : 민법상의 법인에 대하여 민법 제63조에 의하여 법원이 선임한 임시이사는 원칙적으로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대법원 1963. 3. 21. 선고 62800 판결 참조). 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19054 전원합의체 판결도 민법 제63조에 따른 임시이사의 경우 이사회에서 정식이사를 선임할 의결권한을 가진다고 보는 전제에서,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선임한 임시이사의 경우 사립학교법의 특별한 입법 목적과 민법 제63조에 대한 특칙으로서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이사회에서 정식이사를 선임할 의결권한을 가지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의 일시이사 및 이사의 직무대행자 제도

 

 상법 제386조 제2항은 주식회사가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법원이 이사, 감사, 기타의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일시이사의 직무를 행할 자를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에 관한 재판도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른다(72조 제1, 84조 제1).

 

 상법 제386조 제2항에 따라 선임된 일시이사의 경우 이사로서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정식이사가 선임된 경우에는 일시이사의 권한은 당연히 소멸한다고 본다.

 

 한편 상법 제407조 제1항은 이사선임결의의 무효나 취소 또는 이사해임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가처분으로써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할 수 있고 또는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선임된 이사의 직무대행자의 경우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거나 법원의 허가를 얻은 경우 외에는 회사의 상무(常務)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지 못한다(상법 제408조 제1).

 

 직무집행이 정지된 정식이사가 퇴임하고 후임 정식이사가 선임되더라도 가처분이 취소되기까지는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존속하며, 이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가처분이 취소되어야 하고, 그때까지는 후임 정식이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임시이사 제도

 

 사립학교법은 제25, 25조의2, 25조의3에서 임시이사의 선임, 해임,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사립학교법인 임시이사 선임ㆍ해임처분은 대외적으로는 관할청(유치원, 초ㆍ중ㆍ고교를 설치ㆍ경영하는 학교법인의 경우 시ㆍ도지사, 대학을 설치ㆍ경영하는 학교법인의 경우 교육부장관)이 처분권자이지만, 관할청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야 하므로(4, 24조의2 2, 4) 실질적인 내용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ㆍ의결하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관할청의 사립학교법인 임시이사 선임해임처분은 학교법인에 대한 행정처분이며, 그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 정식이사, 총학생회, 교수협의회는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임시이사 선임해임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26629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219496, 19502 판결 등).

대법원 판례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임시이사의 경우 사립학교법의 특별한 입법 목적과 민법 제63조에 대한 특칙으로서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이사회에서 정식이사를 선임할 의결권한을 가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19054 전원합의체 판결 : 학교법인의 기본권과 구 사립학교법(2005. 12. 29. 법률 제78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입법 목적, 그리고 같은 법 제25조가 민법 제63조에 대한 특칙으로서 임시이사의 선임사유, 임무, 재임기간 그리고 정식이사로의 선임제한 등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선임한 임시이사는 이사의 결원으로 인하여 학교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 임시적으로 그 운영을 담당하는 위기관리자로서, 민법상의 임시이사와는 달리 일반적인 학교법인의 운영에 관한 행위에 한하여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따라서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 사회복지사업법상 임시이사 제도

 

 사회복지법인의 정식이사 임면보고 및 해임명령

 

 1999. 4. 30. 법률 제59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은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하고(18조 제5), 임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주무관청이 그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22). 이에 따른 사회복지법인의 임원 취임승인은 주무관청의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감독조치의 일종이고, 임원 취임승인신청의 주체도 사회복지법인이며, 임원 취임승인처분 및 취임승인 취소처분의 상대방도 사회복지법인이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13614 판결).

 

 1999. 4. 30. 법률 제5979호로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복지법인이 임원을 임면한 경우 그 사실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고(18조 제5), 임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그 임원의 해임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22)[종전에는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감독권한 중 임원 임면보고 수리, 임원의 해임명령, 임시이사 선임 등 일부가 사회복지사업법 제52조 제1, 사회복지사업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위임되었는데, 2011. 8. 4. 법률 제10997호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해당 권한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시도지사에게 완전히 이양되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22조에 의하면,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면 시도지사는 사회복지법인에 그 임원의 해임을 명령할 수 있는데(1), 해임명령을 받은 사회복지법인은 2개월 이내에 임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여야 한다(3). 따라서 시도지사의 해임명령은 사회복지법인에 대하여 해임 조치를 할 의무를 성립시키는 처분일 뿐, 해임명령만으로 곧바로 해당 임원 해임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해임명령에 따라 사회복지법인의 해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아직 임시이사 선임의 요건인 임원 중에 결원이 생긴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40332 판결은 구 사회복지사업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해임명령의 경우에도 제20조 제1(이사 또는 감사 중에 결원이 생긴 때에는 2월 이내에 이를 보충하여야 한다)에 따라 사회복지법인이 2개월 이내에 임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여야 한다고 해석하였다. 이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여 2019. 1. 15. 법률 제16247호로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은 제22조 제3항에 제22조 제1항에 따라 해임명령을 받은 법인은 2개월 이내에 임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반면, 사회복지사업법 제18조 제5항에 따른 임원 임면보고 및 그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수리행위의 법적 성질이 문제 된다. 여기에서 3가지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강학상 자기완결적 신고로 보는 방안,  강학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의 수리처분으로 보는 방안,  강학상 인가로 보는 방안이 있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관할 행정청이 사회복지법인의 정식이사 선임보고를 수리하는 처분이라고 표현하였으므로 안을 배제한 것임이 분명하나, 안과 안 중 어느 하나를 분명하게 채택한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9조는 임원의 결격사유를, 21조는 겸직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58조는 제18조 제5항에 따른 임원 임면보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조는 사회복지법인이 임원의 임면보고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법인임원임면보고서에 당해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을 결의한 이사회 회의록사본, 임원 취임승낙서 및 이력서, 임원 상호간의 관계에 있어 사회복지사업법 제18조 제3항에 저촉되지 않음을 입증하는 각서, 사회복지사업법 제19조 제1항이 정한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각서 등을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령의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를 종합하면, 사회복지사업법 제18조 제5항에 따른 임원 임면보고는 사회복지법인이 관할 행정청에 임원 임면사항을 단순히 보고함으로써 충분한 강학상 자기완결적 신고가 아니라, 관할 행정청으로 하여금 이사회결의를 통해 선임된 임원에게 필수 첨부서류에 기초하여 법령상 임원의 결격사유 등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사회복지법인의 이사회결의 또는 임원 임면보고행위만으로 해당 임원 임면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 행정청이 임원 임면보고를 수리하는 처분을 하여야 비로소 임원 임면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행정실무상으로도 관할 행정청은 사회복지법인의 임원 임면보고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거친 후 수리 여부를 통보하고 있다.

 

 한편으로, 입법자가 종전의 임원 취임승인 제도를 일종의 규제완화 조치로서 임원 임면보고 제도로 변경한 것이고 인가라는 법률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원 임면보고 수리행위는 강학상 인가라기보다는 강학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의 수리처분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2012. 1. 16. 법률 제112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사립학교법 제45조는 사립학교법인의 정관변경에 관하여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였는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10766 판결 등은 이를 강학상 인가로 보아, 인가처분 자체에 고유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으로 기본행위의 효력을 다투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 후 2012. 1. 16. 법률 제11216호로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45조는 사립학교법인의 정관변경을 사전인가제에서 사후보고제로 전환하여 사립학교법인은 정관을 변경한 경우에는 14일 이내에 교육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고(2), 보고를 받은 교육부장관은 변경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30일 이내에 해당 학교법인에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으며(3), 명령을 받은 학교법인은 지체 없이 이를 시정하거나 변경하고 그 사실을 교육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4)고 규정하였다. 개정 이후 정관변경 보고 수리행위의 법적 성질이 다투어져 대법원이 판단한 사례는 아직 없으나, 개정이유 중 사후보고제라는 표현 및 위법한 정관 개정에 대한 사후적 대응수단으로서 정관 시정변경 명령 제도가 규정된 점을 고려하면,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45조 제2항에 따른 정관변경보고는 자기완결적 신고로서 관할 행정청의 수리처분을 요하지 않고, 정관변경은 사립학교법인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한 이사회결의로서 (그 결의가 상위법령 위반 또는 의결정족수 부족 등의 사유로 당연무효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변경된 정관 조항의 내용이 관계 법령에 위반되어 위법하다면 강행법규에 위반한 사인의 행위로서 원래부터 무효이지만, 관할 행정청의 정관 시정 변경명령에 따라 다시 정관 개정을 함으로써 원래부터 무효인 정관 조항의 외관을 제거하는 것이 된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임원 임면보고의 경우에도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45조에 따른 정관변경 사후보고 제도와 마찬가지로 이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사회복지사업법 제22조에 따른 임원 해임명령은 주로 임원이 재직 중에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사유로 하며, 선임의 위법은 일부만 해임명령사유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고(4), 그 밖에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임원 임면이 위법한 경우에 대한 사후적 대응조치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양자를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 임원 임면보고 수리행위는 단순히 사회복지법인이 장래에 하고자 하는 특정행위나 그에 관한 사업계획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관할 행정청의 심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법인이 정식이사를 선임해임하는 이사회결의를 먼저 한 후 그것이 관계 법령상 임원 결격사유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관하여 심사를 받는 제도라는 점에서 제도의 실질적인 내용이 사인의 사법상 행위(기본행위: 사회복지법인의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이사회결의)를 보충하여 그 법률상의 효력을 완성시키는 강학상 인가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대법원 판례가 사립학교법에 따른 임원 취임승인을 강학상 인가로 이해하고 있는 점(대법원 1991. 6. 14. 선고 901557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9651 판결 등), 사회복지법인의 이사회선임결의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의 제기를 허용해 온 점(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40332 판결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관할 행정청이 임원 임면보고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거쳐 수리하는 행위를  강학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의 수리처분으로 보든, 아니면  강학상 인가로 보든 간에, 관할 행정청이 수리하는 처분을 하여야 비로소 임원 임면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게 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양자의 도그마틱적 차이는 쟁송방법의 설계에 있다. 전자의 경우 임원 임면보고 수리처분은 관할 행정청이 임원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박탈하는 설권적 처분이고, 임원 임면에 관한 이사회결의는 임원 임면보고 수리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이사회결의에 하자가 있다면 관할 행정청을 상대로 요건을 흠결하여 위법한 수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여야 하고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이사회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서는 안 된다고 보게 된다(도시정비법에 따른 조합설립인가처분과 조합설립결의의 관계에 관한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60568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결의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원고적격이나 대상적격을 결여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 즉 소의 이익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임원임면보고 수리처분은 기본행위를 보충하여 그 효력을 완성시키는 행위로서 보충행위 자체에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행위의 하자를 다투는 것이라면 관할 행정청을 상대로 보충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기본행위인 이사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보게 된다(도시정비법에 따른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과 관할 행정청의 인가처분 사이의 관계에 관한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4913 판결 등 참조).

 

 쟁송방법은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 실정법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나, 실정법에 쟁송방법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정법의 합리적 해석의 문제로서 대법원이 사법정책적인 판단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법인의 임시이사 선임ㆍ해임

 

 2012. 1. 26. 법률 제112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사회복지사업법 제20조는 이사 또는 감사 중에 결원이 생겼을 때에는 2개월 이내에 보충하여야 하고(1), 사회복지법인이 제1항에 따른 기간 내에 결원을 보충하지 아니하면 시ㆍ도지사는 지체

없이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임사이사를 선임하여야 하며(2), 2항의 규정에 따른 임시이사의 선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다(3). 그러나 그 위임에 따른 구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2012. 8. 3. 보건복지부령 제1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1조는 이해관계인이 임시이사의 선임을 청구하고자 하는 때에는 청구사유와 이해관계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주무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였을 뿐, 사회복지사업법령에서 임시이사의 선임ㆍ해임의 구체적인 요건, 절차, 권한, 임기 등은 규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는 일반적인 비영리법인의 이사 결원에 대한 대응조치인 민법 제63조에 따른 임시이사 제도와 비교하여 보면, 사회복지사업법 제20조에 따른 임시이사 제도의 경우 사회복지법인 운영의 신속한 정상화를 위하여 이사 결원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염려를 임시이사 선임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무관청이 직권으로도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여 주무관청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인정하고 있으며(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85747 판결), 사회복지사업법 제20조에 따른 주무관청의 임시이사 선임은 행정처분이므로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유효하며, 사회복지법인의 임시이사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임시이사의 경우와는 달리 정식이사의 선임에 관한 의결권한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40332 판결).

 

 한편 2012. 1. 26. 법률 제11239호로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은 임시이사 선임에 관하여 종전의 제20조 제2, 3항을 삭제하고 제22조의3을 신설하여 사회복지법인이 제20조에 따른 기간 내에 결원된 이사를 보충하지 아니하여 사회복지법인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ㆍ도지사는 지체 없이 이해관계인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임시이사를 선임하여야 하고(1), 임시이사는 제1항에 따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재임한다고 규정하고(2), 임시이사의 해임에 관하여 제22조의4를 신설하여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된 경우, 임시이사에게 제7조 제3항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발생하였거나 임시이사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해관계인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임시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9152 판결은 구 사회복지사업법하에서는 임시이사의 선임사유와 절차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이고 임시이사의 해임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임시이사 선임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이상 관할 행정청은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직권으로 취소철회할 사유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임시이사 해임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임시이사 해임처분이 있기 전까지는 임시이사의 지위가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판단하였다[같은 취지에서 대법원 1991. 5. 28. 선고 905313 판결도, 주무관청이 사회복지법인의 정식이사 취임승인을 취소하고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임시이사를 선임하였으나 그 후 정식이사 취임승인취소처분이 쟁송절차에서 취소되어 정식이사의 지위가 소급적으로 회복됨으로써 이사의 결원(임시이사 선임사유)이 해소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주무관청에 의한 별도의 임시이사 해임처분이 없는 이상 임시이사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민법 제63조에 따른 임시이사 제도의 경우에는 이사의 결원(임시이사 선임사유)이 해소되면 별다른 조치 없이 임시이사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과는 구별된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임시이사 선임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이상 행정행위의 공정력(구성요건적 효력)이 인정되므로, 관할 행정청에 의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행정법 일반이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할 행정청은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해당 처분이 위법해지거나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경우 이를 직권으로 취소ㆍ철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ㆍ판례이다. 2012. 1. 26. 법률 제11239호로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은 임시이사의 해임에 관하여 제22조의4를 신설한 것은 본래 관할 행정청에 없던 임시이사 해임권한을 새롭게 부여하는 창설적 규정이 아니라, 기존에도 임시이사 선임권한 속에 당연히 내재하는 임시이사 해임권한을 주의적ㆍ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4. 사회복지법상 정식이사 선임과 임시이사 해임의 관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6, 이상덕 P.81-105 참조]

 

.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9152 판결 사안에서의 임기 조항의 의미

 

 부관에 관한 행정법에서의 논의

 

 부관에 관한 행정법 이론도 기본적으로 민법학에서의 부관 개념과 법리에서 출발한다. 종래의 행정법학에서는  행정청이 행정행위(행정청의 일방적 의사표시)를 하면서 부관을 붙이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부관의 허용성),  처분상대방이 행정행위의 본체에는 불만이 없으나 부관의 내용에만 불만이 있는 경우에 무엇을 쟁송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부관의 독립 쟁송 가능성),  수소법원이 행정행위의 본체와 부관을 분리하여 부관 부분만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한지(부관의 독립 취소 가능성)가 주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논점과 관련하여, 재량행위인 경우에는 법령이 허용한 재량 범위 내에서 부관을 붙이는 것이 허용되나, 기속행위의 경우에는 법령에 특별한 수권규정이 없는 한 부관을 붙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판례이다[대법원 1995. 6. 13. 선고 9456883 판결 : 일반적으로 기속행위나 기속적 재량행위에는 부관을 붙일 수 없고 가사 부관을 붙였다 하더라도 무효이며(대법원 1988. 4. 27. 선고 871106 판결, 대법원 1990. 10. 10. 선고 894673 판결, 대법원 1993. 7. 27. 선고 9213998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행정행위의 부관이란 행정행위의 법률효과를 제한하거나 부가적 의무를 부과하기 위하여 행정행위의 본체(주된 내용)에 부가하는 부대적 규율을 의미한다. 민원인의 수익적 행정행위 발급 신청에 대하여 단적인 거부를 하는 대신에, 민원인의 신청과 비교하여 내용적으로 제한된 허가를 발급함으로써 행정청은 개별구체적인 상황에 적합한 탄력적인 규율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일반적으로는 단적인 거부를 하는 것보다 국민에게도 유리하므로 허용된다고 본다. 반면, 행정청이 개별구체적인 상황에 적합한 탄력적인 규율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처분서에 단지 법령에서 정해진 사항을 준수하도록 주의적확인적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를 법정부관이라 부른다.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강학상 부관에 해당하지 않고 부관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확립된 통설판례이다(대법원 1994. 3. 8. 선고 921728 판결 : 원고들이 받은 보존음료수제조업의 허가에 위와 같은 내용의 허가조건이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고시에 따라서 직접 지게 되는 의무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여, 이와 같은 조건은 이른바 법정부관으로서 행정청의 의사에 기하여 붙여지는 본래의 의미에서의 행정행위의 부관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법정부관에 대하여는 행정행위에 부관을 붙일 수 있는 한계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 임기 조항의 법적 성질 (= 법정부관)

 

 구 사회복지사업법 제20조는, 정식이사에 결원이 생겼음에도 사회복지법인이 2월 이내에 결원을 보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관할 행정청이 지체 없이 이해관계인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임시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임시이사 선임은 정식이사의 결원 보충을 위한 잠정적인 조치로서, 임시이사는 후임 정식이사가 선임될 때까지만 임시로 이사의 직책을 수행할 뿐인데, 이는 법률 규정의 해석에 의하여 분명하게 도출되는 사항이다. 그래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 임기 조항을 이미 법률에서 규정한 사항을 주의적ㆍ확인적으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여, 엄밀한 의미에서의 부관(조건ㆍ기한)이 아니라 법정부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관할 행정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면서 일정한 임기(기한)를 정하는 것은 가능하며, 바람직하다. 공무원 임명과 마찬가지로, 임시이사 선임은 임시이사 직책을 수행할 사람 본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행정처분이다. 임시이사로 선임되는 사람은 자신의 본업이 있으면서 임시이사 직책을 겸직하는 것이 보통이다. 임시이사 직책은 부수적인 활동이면서 본업에 영향을 미치므로, 대개 맡기를 꺼린다.

 

 해당 법인과 직접적 이해관계 없으면서 공익적으로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임사이사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런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법인 내부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경영권 분쟁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나 그 관련자를 (쌍방 동수로) 임시이사로 선임하기도 한다. 임시이사 체제가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임시이사가 성실하게 활동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정기적인 갱신심사를 통해 불성실한 임시이사는 퇴출시킬 필요가 있고, 임시이사 본인 입장에서도 이 부수적인 활동을 언제까지 하여야 하는지 미리 알아야 임시이사 선임 수락 여부를 결정하고 본업과 자신의 생활을 조정하여 임시이사 직책 수행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수 있으므로 분명한 임기를 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임시이사의 경우 행정실무상으로 관할청이 명시적으로 13년의 임기를 정하여 선임하며, 일정한 평가를 거쳐 재선임하기도 한다.

 

임기 조항을 부관으로 보는 경우

 

 만약 이 사건 임기 조항을 엄밀한 의미에서의 부관으로 보는 경우에는 해제조건이라기보다는 불확정기한이라고 이해함이 타당하다. 민법에서 조건과 기한의 구별기준은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인지, 당사자 사이에 장래에 반드시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이다. 물론 상지학원처럼 극심한 내부분쟁으로 십여 년간 임시이사 체제가 계속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1905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219496, 19502 판결 등 참조), 제도적으로 임시이사 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고, 언젠가는 정식이사가 선임되리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처분서 자체에서도 임기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기한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종기 있는 법률행위는 기한이 도래한 때에 당사자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그 효력을 잃는다(민법 제152조 제2). 따라서 이 사건 임기 조항을 기한으로 파악할 경우에는 후임 정식이사의 선임이라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임시이사의 지위는 자동으로 소멸하며, 관할 행정청의 별도의 임시이사 해임처분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후임 정식이사가 선임될 때까지라는 객관적 사정의 의미, 즉 언제 기한이 도래하였다고 볼 것인지도 그리 분명한 것은 아니다. 이를  법인 이사회에서의 정식이사 선임결의 및 임원 임면보고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수리라는 단순한 사실의 발생이라고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정식이사의 적법 또는 유효한 선임이라는 법효과의 발생이라고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사안에서는 후임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이사회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사후적으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만약 안을 채택할 경우 강북구청장이 2009. 2. 18.자 정식이사 선임보고 수리처분에 의하여 종전 임시이사의 지위는 자동적으로 소멸하였다고 보게 되는 반면, 만약 안을 채택하는 경우에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원 임면보고 수리처분을 강학상 인가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강학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의 수리처분으로 볼 것인지, 후자의 경우에도 정식이사의 적법한 선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정식이사의 유효한 선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임원 임면보고 수리처분을 강학상 인가로 볼 경우 기본행위, 즉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이사회결의가 무효이면 임원 임면보고 수리처분은 위법할 뿐만 아니라 정식이사의 유효한 선임이라는 법효과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으므로 종전 임시이사의 지위가 2012. 7. 17.  2016. 3. 22. 이사회결의 당시까지도 계속 유지된다고 보게 된다. 반면, 임원 임면보고 수리처분을 강학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의 수리처분으로 볼 경우,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이사회결의가 무효이면 정식이사 선임수리처분은 요건을 흠결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나, 관할 행정청의 입장에서 소집절차상의 하자로 이사회결의가 무효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기는 어려우므로 정식이사 선임 수리처분이 중대ㆍ명백한 하자로 당연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하자가 있으나 취소되기 전까지는 대외적으로 유효한 처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때 후임 정식이사가 선임될 때까지라는 기한의 의미를 정식이사의 적법한 선임이라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정식이사의 적법한 선임이 이루어진 바 없어 종전 임시이사의 지위가 2012. 7. 17.  2016. 3. 22. 이사회결의 당시까지도 계속 유지된다고 보게 되는 반면, 기한의 의미를 정식이사의 유효한 선임이라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2009. 2. 18.자 정식이사 선임보고 수리처분에 의하여 종전 임시이사의 지위는 자동적으로 소멸하였다고 보게 된다.

 

 이 사건 임기 조항을 부관(불확정기한)이라고 보게 되는 경우 이러한 추가적인 논리조작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게 되고, “후임 정식이사가 선임될 때까지라는 문언은 행정처분서의 일부이므로 결국 행정청의 의사표시 해석 여하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여야 하는데, 강북구청장이 2007. 6. 29.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하면서 행정처분서에 이 사건 임기 조항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깊이 있는 검토를 하였다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없어,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 임기 조항을 법정부관이라고 판단하였다.

 

 만약 위와 같은 논리를 거쳐 2007. 6. 29.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따른 임시이사 지위가 2012. 7. 17.  2016. 3. 22. 이사회결의 당시까지도 5, 10년씩 장기간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가정하면, 이는 종전 임시이사 선임처분 당시에는 예정하지 않았던 당혹스러운 결과이다. 또한 그에 따라 만약 2012. 7. 17.  2016. 3. 22. 이사회결의가 유효하다고 보는 경우, 이는 김◇◇이 공동설립자인 원고들을 배제하고 사회복지법인의 경영권을 독차지하려는 시도를 정당하다고 추인해 주는 셈이어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2009. 2. 18.자 정식이사 선임보고 수리처분에 포함된 임시이사 해임처분에 의해서 종전 임시이사의 지위는 확정적으로 소멸한 것이고, 그 후 2008. 12. 29.  2009. 1. 29.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이사회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발생한 결원은 관할 행정청이 새로운 임시이사를 선임함으로써 보충하고, 새로운 임시이사 체제에서 내부분쟁을 수습하거나 공동설립자 양측이 원만하게 공동참여하는 타협점을 모색하도록 함이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다. 양측 중 한편이 사회복지법인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비위를 범하여 유죄판결을 받거나 해임명령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사회복지법인의 경영에서 배제되는 것이 타당하며, 어느 한편이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의 편파적 운영을 통해서 사회복지법인의 경영에서 배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묵시적 행정처분 개념의 인정이유 및 사례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의사표시이지만, 이는 행정청(또는 공무원)의 주관적ㆍ독단적ㆍ임의적인 의지작용이 아니라, 법률(입법자의 결정)을 개별ㆍ구체적 사안에서 구현하는 객관적 법집행 작용이다. 행정청이 법률을 적법하게 집행하려면 법이론적ㆍ논리적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2개 이상의 의사표시를 함께 하여야 하는데, 행정실무상으로 담당공무원의 법학 실력 부족 등으로 그중 1가지 의사표시만 한 경우에, 학설과 판례상으로 대외적으로 표시된 1개의 의사표시에는 필수적으로 함께 하였어야 할 관련 의사표시를 묵시적으로 한 것으로 선해(추단)해 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행정청의 추단적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행해진 행정처분에 대하여 법논리와 형식만을 강조하여 필수적 요소가 흠결되어 법적으로 무의미한, 실효성 없는 조치라고 가치절하함으로써 발생하는 법률집행의 공백과 혼란을 차단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묵시적 행정처분이란 대외적으로 표시된 행정처분 내에 그와 필수적으로 결부되어야 하는 관련 행정처분이 내재되어 있다고 의사표시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문제로서 강학상 추단적 행정행위라고도 불리며, 강학상 의제적 행정행위 개념과는 구별된다. 의제적 행정행위란 사인이 행위신고를 하면 행위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둔 경우[건축법 제14(건축신고)  11조에 해당하는 허가 대상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미리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고를 하면 건축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 사인의 행위허가 신청에 대해 행정청이 일정 기간 내에 허가 가/부에 관해 결정을 하지 않으면 허가가 발급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둔 경우와 같이[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제13(공장설립등의 승인)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7조의2 3항에 따라 지원센터의 장으로부터 공장설립등에 관한 서류를 송부받은 때에는 서류를 송부받은 날부터 20(관계 법령에 인허가 및 승인 사항이 따로 정하여진 경우에는 그 기간) 이내에 승인 여부 또는 승인 처리 지연 사유를 지원센터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그 기한 내에 승인 여부 또는 승인 처리 지연 사유를 통보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한이 지난 날의 다음 날에 승인한 것으로 본다], 행정청이 실제 행정행위를 한 바 없음에도 법률에서 행정행위가 발급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둔 경우에 관한 논의이다.

묵시적 행정처분의 대표적인 예로 아래 3가지를 들 수 있다.

 

 경원자 관계에서 A후보자에 대한 선정결정에 내재된 B후보자에 대한 탈락결정

 

행정실무상으로 수익적 행정처분을 발급할 수 있는 수량(T.O.)이 한정되어 있어 여러 신청인들 중에서 일부만 선정하여 수익적 행정처분을 발급하는 경우에, 행정청은 선정된 자(합격자)만을 발표할 뿐, 탈락자를 별도로 발표하지는 않는다. 국립대총장 임용제청 거부 사건에서도 대학이 추천한 1순위 A후보자, 2순위 B후보자 중에서 교육부장관이 B후보자를 총장으로 임용제청하였다고 발표하였을 뿐, A후보자를 임용제청에서 제외하였다는 발표를 별도로 하지는 않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한정된 자리를 놓고 다투는 복수의 희망자(경원자) 중에서 B후보자를 선정하는 결정(명시적 의사표시)에는 A후보자에 대한 탈락결정(묵시적 의사표시)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A후보자에 대한 탈락처분이 있었다고 사실인정(의제 또는 추단)한 후 곧바로 A후보자에 대한 탈락처분의 당부에 관하여 본안판단을 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57564 판결 : 교육부장관이 대학에서 추천한 복수의 총장 후보자들 전부 또는 일부를 임용제청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제외된 후보자들에 대한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독일 행정소송법에서는 취소판결의 대세효 및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소송당사자 사이의 기판력만 인정되므로, 경원자 관계에서 탈락자 A  경원자 B에 대한 수익적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자신 A에 대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필요적으로 병합하여 제기하여야 한다고 본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탈락자 A가 양자 중 어느 하나, 또는 양자 모두에 대하여 선택적으로(and/or)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보는데(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27517 판결), 양자 중 어느 하나만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처분청이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관련 처분도 직권으로 취소한 후 취소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처분을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당이득 징수처분에 내재된 금전 급부결정의 직권취소ㆍ철회처분

 

㈎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보조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에 행정청이  보조금 교부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하고(30), 그런 다음  지급받은 보조금에 대한 반환명령을 하도록(31) 규정하여, 양자를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30(법령 위반 등에 따른 교부 결정의 취소)

 중앙관서의 장은 보조사업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조금 교부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

1.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2. 법령, 보조금 교부 결정의 내용 또는 법령에 따른 중앙관서의 장의 처분을 위반한 경우

3.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 (이하 생략)

 31(보조금의 반환)

 중앙관서의 장은 보조금의 교부 결정을 취소한 경우에 그 취소된 부분의 보조사업에 대하여 이미 보조금이 교부되었을 때에는 기한을 정하여 그 취소한 부분에 해당하는 보조금과 이로 인하여 발생한 이자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이하 생략)

 

 민법상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 성립하는데(741), 보조금은 행정청의 보조금 교부 결정에 근거하여 지급된 것이므로, 보조금 교부 결정이 직권취소되어야 비로소 민법상 부당이득이 성립한다(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36541 판결 등. 20136541 판결은 석유사업법상 석유 수입판매업자에게 석유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하여 일률적으로 부과금을 부과한 다음 일정한 경우에 부과금을 환급하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는 사안에 대한 것인데, 여기에서 환급금은 특정한 산업, 제품, 거래유형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의미에서 보조금에 해당한다).

 

 그런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44조 제3항 등 다수의 개별법률에서는  를 개념적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단순히 부당이득을 징수하여야 한다.’ 또는 반환명령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이때 부당이득 징수처분에는 표면적으로는  지급받은 돈을 반환하라는 명령(명시적 의사표시)만 있을 뿐이지만, 그 전제로서  보조금 교부 결정의 직권취소처분(묵시적 의사표시)이 포함(내재)되어 있다고 이론구성을 하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자 확립된 재판실무이다. 이론적으로 이 있어야 비로소 부당이득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성 보험급여(비용)의 징수에 관한 것이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른 부당이득 징수처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에 따른 부당이득 징수처분에 관한 재판실무도 마찬가지의 이론구성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44 (보조금의 사용 등)

 국토교통부장관ㆍ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 또는 군수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제43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보조금이나 융자금을 교부받은 사업자단체 또는 운송사업자 등에게 보조금이나 융자금의 반환을 명하여야 하며,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국세 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회수할 수 있다.

 

 납입고지에 내재된 금전 부과처분

 

 납입고지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관이 세입을 징수할 때 징수 원인과 금액을 조사결정한 후 납부의무자에게 통지하는 예산회계법(재정법)상의 행위로서(국세징수법 제9), 납입고지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국가재정법 제96조 제4, 지방재정법 제84).

반면, 금전 부과처분이란 행정절차법 및 행정소송법상의 행위이다.

 국세징수법 제9(납세의 고지 등)

 세무서장은 국세를 징수하려면 납세자에게 그 국세의 과세기간, 세목, 세액 및 그 산출 근거, 납부기한과 납부장소를 적은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여야 한다. 다만 국세기본법 47조의4에 따른 납부지연가산세 및 같은 법 제47조의5에 따른 원천징수납부 등 불성실가산세 중 납세고지서에 따른 납부기한이 지난 후의 가산세를 징수하는 경우에는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

 지방회계법 제21(세입의 징수기관과 징수의 방법)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그 위임을 받은 공무원(이하 징수관이라 한다)이 지방세와 그 밖의 세입을 징수할 때에는 징수 원인과 징수 금액을 조사결정한 후 납부의무자에게 납입고지를 하여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96(금전채권채무의 소멸시효)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국가가 행하는 납입의 고지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지방재정법 제84(납입고지의 효력)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납입고지는 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다.

 

 조세나 변상금 부과처분의 경우 하위법령의 명시적인 규정에 따라 금전 부과처분서와 납입고지서가 동시에 발송되고 있어, 사실상 하나의 행위를 두 개의 측면에 서 달리 파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서로 규율하는 근거 규정이 다르고, 행정실무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양자의 외연이 일부 중복되지만,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다. 양자의 관계에 관하여 실무상으로 2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납입고지서 발행 없이 금전 부과처분서만 교부한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에 관한 분명한 판례는 없으나, 납입고지서 발행 여부라는 형식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하급심의 주류적 경향으로 보인다. 개별법령상 납입고지, 납부고지 또는 납세고지란 표현이 사용되어 별도로 법정된 고지서 양식으로 고지서가 송달된 경우에만 납입고지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근거법령에서 처분상대방이 금전 부과처분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어 자기집행력을 부여한 경우에는, 금전 부과처분서만을 교부하고 별도로 납입고지서를 발행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당 금전 부과처분은 민법상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청구로 포섭하여 시효중단효과를 인정함이 타당하다. 사법관계에서는 일방 당사자가 타방에게 의무이행을 청구하는 의사의 통지(최고)를 하여, 타방이 그에 따라 임의이행하지 않으면 직접 이를 강제할 수는 없어(private enforcement 금지, 권력의 국가독점) 국가기관(, 법원)에 집행권원의 부여를 청구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재판상 청구이고 집행권원을 부여받으면 그에 터 잡은 강제집행을 법원이나 집행관에게 신청하여야 한다. 반면, 행정법상의 권리관계에서는 국가기관(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법관계를 일방적으로 형성ㆍ변경하는 고권적(高權的) 결정을 하며, 행정청의 이러한 고권적 결정, 즉 행정처분에는 대개 근거법령에서 자기집행력(예를 들어 금전의 강제징수, 행정대집행 등)을 부여하고 있다. 근거법령에 의해 자기집행력이 부여된 행정처분의 경우, 행정청은 처분상대방이 임의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법원에 집행권원 부여를 청구할 필요가 없으며, 행정처분서가 바로 집행권원이 된다.

 

 둘째, 행정청이 금전 부과처분서를 별도로 작성교부하지 않은 채 납입고지서만 발행한 경우에 금전 부과처분이 행해진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사전통지, 의견제출기회 등의 행정절차를 거친 후, 별도의 처분서 없이 납부고지서만 발행하는 형태로 금전 부과처분을 하는 경우가 행정실무상 종종 있다(특히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의 하급행정기관에서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에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금전 부과처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납입고지 자체를 이 사건 처분이라고 약칭한 다음 본안판단을 하는 것이 확립된 하급심 재판실무이다. 납입고지서에 처분사유(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 및 불복방법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고, 단지 얼마를 언제까지 납부하라는 결론(주문)만 기재되어 있을 뿐인데도, 이유제시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처분의 전체적 과정(행정절차)을 통해 실질적인 이유를 고지받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처분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불복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지장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3380 판결 등). 다만 조세부과처분에 세액계산명세서를 첨부하지 않은 경우에는 납부고지를 할 때 세액계산명세서를 첨부하도록 한 조세법률 시행령의 별도의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본다(대법원 1989. 11. 10. 선고 887996 판결 등)], 대개 유효적법한 금전 부과처분이 행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겉으로 표시된 행위만을 기준으로 엄밀하게 판단하자면 납입고지(명시적 의사표시) 외에 금전부과처분은 별도로 행해진 바 없다고 사실인정하는 것이 가능한데도, 확립된 재판실무는 그 납입고지에 금전 납부를 명령하는 처분(묵시적 의사표시)이 포함되어 있다고 사실인정(의제 또는 추단)하는 것이다. 이는 유효한 금전 부과처분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법률집행이라는 공익뿐만 아니라 처분상대방의 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행정절차법상 처분서 작성교부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당 금전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판결이 선고확정되더라도, 피고 행정청은 다시 처분서만 작성교부하면서 동일한 내용의 처분을 반복할 수 있으며, 원고는 다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므로, 선행판결은 원고의 실효적인 권리구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정청의 불완전한 의사표시의 선해

 

 위와 같이 유형화할 수는 없지만, 그 밖에도 행정청의 불완전한 의사표시를 법원이 유효ㆍ타당한 내용으로 선해해 주는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18035 판결을 살펴본다. 산지전용허가에서 정한 기간 내에 목적사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산지전용허가조건 위반(목적사업 미완료)으로 산지전용허가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산지전용허가의 목적사업이 부지조성인지, 산지전용을 통한 부지조성을 전제로 더 나아가 건축물의 건축인지는 산지전용허가 취소처분이 적법한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대법원 200918035 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당초 신청서에 전용목적을 창고부지조성이라고 기재하여 산지전용허가를 신청하였으나, 피고 양평군수는 보완요구를 하여 원고로부터 창고건축에 관한 사업계획이 포함된 창고활용계획서를 받은 후, 2005. 6. 23. 산지전용허가를 발급하면서 허가서에 전용목적을 창고부지조성이라고 기재하였으나 그 허가조건으로 목적사업인 건축물건축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라는 부관을 부가하였다. 대법원은, 산지전용허가의 목적사업은 처분서의 문언 및 처분 경위 등을 종합하여 행정처분(산지전용허가)의 내용을 해석하는 문제라고 하면서, 해당 사안에서 목적사업을 건축물의 건축이라고 주장한 피고의 입장 및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220571 판결은 피고 구청장이 원고 재개발조합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인가처분을 하면서 특정 현황 도로’(원칙적으로 공공시설로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귀속될 대상임)에 관하여 용도폐지하여(판례 법리상 용도폐지를 하면 일반재산으로 그 성격이 변경되어 사업시행자가 유상으로 매입하여야 함) 원고가 유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부관을 부가하였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인가처분서의 문언은 다소 불분명하지만 피고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하여 적법ㆍ유효한 부관이 부가되었다고 선해해 준 사례이다.

 

 대법원 201220571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11172 판결은 원고 학교법인이 피고 교육감에게 기본재산 매각에 관한 허가를 신청하였다가 거부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원고가 허가신청의 대상으로 삼고 피고도 불허가처분의 대상으로 삼은 기본재산(부동산)은 실제로는 ○○ 110-11 토지인데, 신청서 및 처분서에 대상부동산을 ○○ 110-1 토지로 착오로 기재하였을 뿐인 경우에는 수소법원은 피고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 110-11 토지에 관한 매각 불허가처분의 당부를 심리ㆍ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처분서에 기재된 ○○ 110-1 토지에 대한 매각 불허가처분의 당부를 심리ㆍ판단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대법원 201220571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9829 판결은, 피고 시장이 원고 건설회사에 대하여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처분을 하면서 인근에 3개의 도로를 개설하여 기부채납하라는 부관을 부과하였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비록 승인처분서에는 도로의 위치, 면적, 지번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원고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첨부서류에 위 3개 도로의 위치, 면적, 지번 등이 특정되어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적법ㆍ유효한 부관이 부가되었다고 선해해 준 사례이다.

 

다. 관할행정청의 사회복지사업법인 정식이사 선임보고를 수리하는 처분에 임시이사 해임처분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9152 판결)

 

 2012. 7. 17.  2016. 3. 22. 이사회결의 당시 2007. 6. 29.자로 선임된 임시이사 들의 임시이사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원심은,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되면 별도의 해임처분 없이도 임시이사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소멸한다는 전제에서, 강북구청장이 2009. 2. 18. 피고 법인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보고 수리처분을 함으로써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되었기 때문에 임시이사의 지위와 권한이 확정적으로 소멸하였고, 그에 따라 2012. 7. 17.  2016. 3. 22. 이사회결의가 모두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임시이사의 지위가 소멸하려면 관할 행정청의 임시이사 해임처분이 있어야 하므로 원심판단에는 사회복지법인의 임시이사 해임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강북구청장이 2009. 2. 18. 피고 법인에 대하여 한 정식이사 선임보고 수리처분에는 2007. 6. 29. 선임된 임시이사를 해임하는 의사표시(묵시적 해임처분)가 포함되어 있고 이로써 종전 임시이사들의 권한은 확정적으로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후임 정식이사가 선임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임시이사의 임기가 자동적으로 만료되어 임시이사의 지위가 상실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관할 행정청이 임시이사를 해임하는 행정처분을 해야만 비로소 임시이사의 지위가 상실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관할 행정청이 사회복지법인의 정식이사 선임보고를 수리하는 처분에는 정식이사가 선임되어 이사의 결원이 해소되었음을 이유로 종전 임시이사를 해임하는 의사표시, 즉 임시이사 해임처분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할 행정청인 강북구청장이 피고의 정식이사 선임보고를 수리함으로써 임시이사의 지위와 권한은 확정적으로 소멸한다.

따라서 지위를 잃은 임시이사가 참석한 제1, 2차 이사회결의는 모두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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