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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제조물책임법의 ‘표시상의 결함’>】《항생제에 ‘평사에서 사육하는 닭의 달걀에는 휴약기간 이후에도 잔류가능’하다는 문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 제조물책임법의 ‘표시상의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3.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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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제조물책임법의 표시상의 결함’>】《항생제에 평사에서 사육하는 닭의 달걀에는 휴약기간 이후에도 잔류가능하다는 문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 제조물책임법의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21328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양계업자인 원고가 동물의약품 제조판매업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제조한 동물의약품에 표시상의 결함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제조업자 등에게 제조물의 표시상의 결함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및 결함이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 갑이 평사(평사) 형태의 축사를 설치하고 산란계를 사육하면서 을 주식회사가 제조하는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 플루오로퀴놀론계 항균제)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 엔로트릴을 닭에게 투약하였는데,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어 납품하지 못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가 엔로트릴에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계분 등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하고, 갑이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된 것은 위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것인바, 을 회사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 갑이 평사(평사) 형태의 축사를 설치하고 산란계를 사육하면서 을 주식회사가 제조하는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 플루오로퀴놀론계 항균제)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 엔로트릴을 닭에게 투약하였는데,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어 납품하지 못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가 제조·판매한 엔로트릴은 가축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약품으로, 주된 소비자는 갑과 같은 양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축 사육업자들이지만 최종적인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축산식품의 잔류 동물약품에 의한 오염 여부는 그에 따른 상당한 책임 문제가 수반되는 사육업자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사정은 동물약품의 전문 제조·판매업자인 을 회사로서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휴약기간 미준수의 경우 식육 등 축산식품에 약물이 잔류될 수 있어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여 준수하도록 한 엔로트릴의 권고사항에 비추어도 그러한 점,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10대 수칙에서 휴약기간 동안 사료 통, 축사, 사료저장고 등을 완전히 청소한 후 약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와 물만 먹이라는 주의사항을 둔 것도 잔류 동물약품으로 인한 축산식품 오염의 위험성이 축산식품의 생산·판매 및 그 전제 되는 동물약품의 구입·이용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됨을 나타낸 것인 점, 위와 같은 사유들이 직접 소비자인 사육업자들에게 구체적 사육환경하에서 휴약기간 준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관리상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겠지만, 소비자 측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나마 간접 섭취(투약)에 따른 휴약기간의 변동(조정)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아니함에 따른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및 을 회사의 책임을 전적으로 배제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을 회사가 엔로트릴에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계분 등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하고, 갑이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된 것은 위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것인바, 을 회사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326-2328 참조]

 

. 사실관계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엔로플록사신은 계란의 경우 잔류가 허용되지 않는다.

 

원고(양계업자)는 피고(동물의약회사)가 제조ㆍ판매하는 엔로트릴을 구입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주성분인 엔로플록사신이 위 제품에 표시된 휴약기간 경과 후에도 계란에서 검출되어, 원고의 계란은 납품이 거절되었다.

 

원고는 보유한 산란계를 모두 살처분하고 새로운 산란계를 들였으나 여전히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되자 자체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 평사에 사육되는 닭이 계분(닭똥)을 먹으면서 배출된 엔로플록사신이 다시 닭 체내로 유입되었기 때문임을 알아내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평사 사육 시 엔로트릴 사용 금지라는 문구를 삽입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불응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평사 사육 시 사용 금지를 알리는 문구가 삽입되지 않은 것은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는 엔로플록사신 일부가 계분으로 배설될 수 있고 평사에서 사육되는 닭은 그 계분을 섭취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으므로, 평사에서 사육되는 닭은 휴약기간을 지나도록 체내에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평사에서 사육되는 닭은 12일의 휴약기간이 지나도 잔류 가능취지의 표시를 하였어야 했으므로, 그 누락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엔로트릴의 권고사항은 휴약기간의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여 준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간접 섭취에 따른 휴약기간의 변동가능성을 일반ㆍ추상적으로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

원고도 직접 소비자로서 휴약기간 준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기는 하나, 이는 피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배제할 사유가 아니다.

 

. 쟁점

 

위 판결의 쟁점은,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피고 제조 동물의약품을 투약한 닭들이 산란한 계란에서 약품 성분의 검출사고가 발생한 사안에 대한 피고의 표시상의 결함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ㆍ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17333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52287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제조판매한 엔로트릴은 가축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약품으로, 주된 소비자는 원고와 같은 양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축 사육업자들이지만 최종적인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축산식품의 잔류 동물약품에 의한 오염 여부는 그에 따른 상당한 책임 문제가 수반되는 사육업자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동물약품의 전문 제조판매업자인 피고로서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휴약기간 미준수의 경우 식육 등 축산식품에 약물이 잔류될 수 있어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여 준수하도록 한 엔로트릴의 권고사항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10대 수칙에서 휴약기간 동안 사료 통, 축사, 사료저장고 등을 완전히 청소한 후 약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와 물만 먹이라는 주의사항을 둔 것도 잔류 동물약품으로 인한 축산식품 오염의 위험성이 축산식품의 생산ㆍ판매 및 그 전제 되는 동물약품의 구입ㆍ이용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됨을 나타낸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위와 같은 사유들은 그 직접 소비자인 사육업자들로서도 엔로플록사신에 표시된 휴약기간의 철저한 준수 외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계분을 통한 간접 섭취 등 구체적 사육환경 하에서 휴약기간 준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관리상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내용의 소비자 측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앞서 본 엔로플록사신의 특성, 예상 가능한 사용형태, 그 안전성 혹은 위험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인식의 정도,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및 그 위험회피를 위한 표시 등 조치의 난이도 및 신뢰 혹은 기대 가능성 등에 비추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나마 그 간접 섭취(투약)에 따른 휴약기간의 변동(조정)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아니함에 따른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및 피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배제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이고, 피고는 동물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며, 피고가 제조하는 엔로트릴은 엔로플록사신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임. 엔로플록사신은 계란에서는 잔류가 허용되지 않는다.

 

원고는 축사에 새로운 닭을 들이고 엔로트릴을 투약하였음. 이후 원고는 위 닭들로부터 생산된 계란을 생활협동조합에 납품하였으나 원고가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음. 원고의 닭들이 생산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된 것은 원고의 닭들이 엔로트릴을 섭취한 다음 배설한 계분에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고 닭들이 이를 다시 섭취하는 과정에서 닭들의 체내에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잔류하게 된 것이었다.

 

원고는 엔로트릴에 계분을 통한 섭취와 잔류가능성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표시상의 결함이라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구하였고, 원심은 엔로플록사신의 잔류가능성은 양계업을 운영하는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므로 피고로서는 휴약기간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는 위험에 관하여 주의 깊게 조사하여 이를 표시하였어야 함에도 휴약기간을 닭의 경우 12일로 표시하였을 뿐 예외 사정을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인정하였고, 대법원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3. 항생제에 평사에서 사육하는 닭의 달걀에는 휴약기간 이후에도 잔류가능하다는 문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 제조물책임법의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하는 지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326-2328 참조]

 

. 사실관계 요약

 

계란은 그 산란계가 사육되는 환경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계란의 껍질(난각)에 적힌 문자를 보고 알 수 있다.

ex) 생산자 ‘M3FDS’10. 4. 축사 내 평사에서 사육된 산란계로부터 얻은 달걀

엔로플록사신은 계분을 통하여 체외로 배출되는데, 1, 2번 유형은 닭들이 바닥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계분을 먹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3, 4번 유형의 양계업자들과 달리 원고의 계란에서는 계속 검출되었던 것이고, 원고도 자신의 닭을 전부 폐사시키고 새 닭으로 실험을 해 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평사에 사육되는 닭은 휴약기간 후에도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될 수 있다는 문구를 약품에 기재하였어야 한다고 보았다.

 

. 제조물책임 중 표시상의 결함은 예외적으로 과실책임임

 

제조물책임법의 특징은 크게 2가지로, 제조업자의 무과실책임과 증명책임의 완화이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결함의 유형은 크게 3가지이지만, 이는 예시적 열거로서 그 외에도 제조물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제조물책임법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결함이란 해당 제조물에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조상ㆍ설계상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 “제조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하여 제조상ㆍ가공상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ㆍ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代替設計)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표시상의 결함은 다른 경우와 달리, ‘표시를 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을 것이 문언상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강학상으로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제조물책임은 과실책임으로 해석하고 있고, 원심과 대상판결도 과실책임이라는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1심은, 다른 업체의 엔로플록사신 제품에도 평사에서 사육되는 닭에 관한 표시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여, 피고의 예견가능성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원심과 대상판결은 피고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 과실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213289 판결 (대상판결) :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는 엔로트릴이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에게 투여될 경우 계분을 배설하고 다시 섭취하는 과정에서 닭들의 체내에 휴약기간 이상의 기간 동안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 피고가 엔로트릴에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계분 등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41-1349 참조]

 

. 의의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 일반적으로 제조물책임은 과실책임의 원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하나, 우리 제조물 책임법이 과실책임의 원리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설계상 결함과 표시상 결함의 경우에는 합리성 요건이 있어 과실책임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적용범위

 

제조물책임법은 그 법 시행(2002. 7. 1.) 후 제조업자가 최초로 공급한 제조물부터 적용한다. 이는 소비자가 인도받은 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자가 최초로 자기의 지배 밖에 있는 사람에게 당해 제조물을 인도하거나 이용에 제공한 날을 기준으로 한다.

 

5. 제조물책임의 요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41-1349 참조]

 

. 제조물(2조 제1)

 

 다른 동산이나 부동산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를 포함한 제조 또는 가공된 동산을 말한다. 부동산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조란 일반적으로 원재료에 손을 가하여 새로운 물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생산보다는 좁은 개념이다. 따라서 미가공 농산물, 축산물, 임산물 등은 동산임에도 불구하고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가공이란 재료에 공작을 가하여 새로운 속성을 부가하거나 가치를 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물에는 여러 단계의 상업적 유통을 거쳐 불특정 다수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소비자와의 공급계약에 따라 그 소비자에게 직접 납품되어 사용되는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 고엽제는 제조회사인 피고들이 미국 정부와의 개별적 공급계약에 따라 대량으로 제조하여 미국 정부에 판매하고 실질적으로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불특정 다수의 군인들에 의하여 사용된 물품으로서 제조물책임의 적용 대상이 되는 제조물에 해당한다고 판단).

 

. 결함(2조 제2)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제조상의 결함

 

 제조업자의 제조물에 대한 제조·가공상의 주의의무의 이행여부에 불구하고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16771 판결은,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자 원고가 오랜 운전 경력에 동종의 사고를 낸 적이 없는 원고가 통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였으니 자동차회사가 이 사건 자동차를 제조, 설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으로 인하여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 사안에서, “원고의 페달 오조작으로 인하여 위 자동차가 급발진한 것으로 추인되는 한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사고 당시 이 사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15934 판결은, 주택 내 2층 안방에서 갑자기 TV가 폭발하여 불이 솟아오르면서 커튼에 옮겨 붙어 주택의 2층과 가재도구가 불에 탄 사안에서, 이 사고는 TV 수상관의 전자총 부분이 누전으로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뿐 누전이 발생한 경위에 관하여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TV가 정상적으로 수신하는 상태에서 폭발하였으며 피해자는 화재 발생 6년 전에 S회사가 제조한 이 제품을 구입하여 수리나 구조 변경 없이 화재가 날 때까지 사용한 점에 비추어,  TV는 이를 유통에 둔 단계에서 이미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의약품의 제조물책임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고,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그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16776 판결. 제조물 책임법이 직접 적용되는 사안은 아님).

 

 설계상의 결함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이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 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17333 판결. 한편 위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16771 판결에서는 운전자의 액셀러레이터 페달 오조작으로 인하여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원고가 급발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체설계로서 주장한 쉬프트 록(Shift Lock)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만 자동변속기 레버를 주차 위치에서 전()진 위치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로서  쉬프트 록의 장착으로 급발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고, 그 정도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점, 운전자가 자동변속기 자동차의 기본적인 안전 운전 요령만 숙지하여 실행하면 굳이 쉬프트 록을 장착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사고 예방 효과가 있는데 자동차는 법령에 정하여진 바에 따른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운전할 수 있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의 올바른 사용은 자동차 운전자로서 반드시 숙지하여야 할 기본 사항인 점 등에 비추어 자동차회사가 이 사건 자동차에 쉬프트 록을 장착하였더라면 급발진 사고를 방지하거나 그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었음에도 이를 장착하지 아니하여 위 자동차가 안전하지 않게 된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국내외의 조사 결과 급발진 사고를 일으킨 차량들에 있어서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사이의 간격과 사고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실, 페달 간격을 넓게 배치하면 오히려 위급 상황시의 대처가 어렵게 될 위험성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자동차의 페달 간격에 있어서 운전자의 오조작을 야기할 수 있는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22092 판결은 이른바 담배소송에서 담뱃잎을 태워 그 연기를 흡입하는 것은 담배의 본질적 특성인 점, 담배연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니코틴과 타르의 양에 따라 담배의 맛이 달라지고 담배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나 향을 가진 담배를 선택하여 흡연하는 점, 담배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효과를 의도하여 흡연을 하는데 니코틴을 제거하면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제조업자가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이 혼합된 화학제품을 설계·제조하는 경우, 

화학제품의 사용 용도와 방법 등에 비추어 사용자나 그 주변 사람이 그 독성물질에 계속적·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고, 그 독성물질이 가진 기능적 효용은 없거나 극히 미미한 반면, 그 독성물질에 계속적·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사용자 등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제조업자가 사전에 적절한 위험방지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사용자 등이 그 피해를 회피하기 어려운 때에는, 제조업자는 고도의 위험방지의무를 부담한다. 즉 이러한 경우 제조업자는 그 시점에서의 최고의 기술 수준으로 그 제조물의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조사·연구를 통하여 발생 가능성 있는 위험을 제거·최소화하여야 하며, 만약 그 위험이 제대로 제거·최소화되었는지 불분명하고 더욱이 실제 사용자 등에게 그 위험을 적절히 경고하기 곤란한 사정도 존재하는 때에는,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될 정도로 그 위험이 제거·최소화되었다고 확인되기 전에는 그 화학제품을 유통시키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제조업자가 이러한 고도의 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한 채 생명·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는 화학제품을 설계하여 그대로 제조·판매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화학제품에는 사회통념상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이 결여된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 이른바 고엽제 사건에서, 제조회사인 피고들에게는 베트남전 당시의 최고의 기술 수준으로 TCDD의 인체 유해 가능성과 고엽제의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조사·연구를 통하여 발생 가능성 있는 위험을 제거·최소화하는 한편, 그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될 정도로 그 위험이 제거·최소화되었다고 확인되기 전에는 고엽제를 유통시키지 말아야 할 고도의 위험방지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단지 2,4,5-T  TCDD 함량 기준을 1ppm을 넘지 않도록 설정하거나 그러한 기준조차 설정하지 않은 채로 고엽제를 제조하여 이를 유통시켰으므로, 피고들이 베트남전 동안 제조·판매한 고엽제에는 인체의 안전을 위한 고도의 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회통념상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결여한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 본 사례.

 

 표시상의 결함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이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 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17333 판결. 한편 위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16771 판결은 이 사건 자동차의 취급설명서에 엔진 시동 시에는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확인한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을 걸고 자동변속기 선택레버를 이동시키라는 지시 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위 지시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따랐더라면 이 사건 사고(급발진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법령에 의한 면허를 갖춘 사람만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에 있어서 위의 지시 외에 운전자가 비정상적으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경우까지 대비하여 그에 대한 경고나 지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결함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22092 판결은 이른바 담배소송에서 언론 보도와 법적 규제 등을 통하여 흡연이 폐를 포함한 호흡기에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담배소비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되게 되었다고 보이는 점, 흡연으로 니코틴에 대한 의존증이 어느 정도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존의 정도와 유발되는 장해 증상 및 그 강도 등에 비추어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일 뿐만 아니라,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 이를 쉽게 끊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담배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인식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비추어 보면, 담배제조자인 피고들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담뱃갑에 경고문구를 표시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결함과 인과관계의 추정(3조의2)

 

 제조물의 대부분이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되고, 이에 관한 정보가 제조업자에게 편재되어 있어서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 여부 등을 과학적ㆍ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앞서 보았듯이 대법원도 이를 고려하여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함으로써 소비자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2017. 4. 18. 법률 제14764호로 개정된 제조물 책임법은 제3조의2를 신설하여 다음과 같이 결함과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조항을 두었다(2018. 4. 19. 시행).

피해자가 다음 각 호의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위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위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

 

. 생명, 신체 또는 당해 제조물 이외의 재산에 손해 발생

 

.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 면책사유가 없을 것

 

 면책사유(4조 제1)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하지 아니한 사실(예컨대 제조자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제조물이 도난당한 경우)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

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른바 개발위험 항변)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이른바 고엽제 사건) :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조업자에게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을 지우지 아니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들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이 고엽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인 TCDD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생명·신체에 유해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 위험을 방지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피고들이 고엽제를 제조·판매한 때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고엽제의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면책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의 법령이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한 사실

예컨대 법령에서 자동차의 전조등의 최고 광도를 규정해 놓았는데, 오히려 그로 인하여 등이 너무 어두워 사고가 발생하자 피해자가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을 묻는 경우, 회사는 이 조항에 의하여 면책 항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엽제 사건에서 제조회사인 피고들은 법령 기준 준수 항변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고들의 고엽제 제조·판매 당시 미국의 법령에 2,4,5-T나 이를 원료로 하는 고엽제의 TCDD 함유량에 관한 어떠한 기준도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고엽제 공급계약과 그 제조명세서에도 TCDD의 함유 여부나 그 정도에 관한 기준이 제시된 바 없어 고엽제의 결함이 미국의 방위물자생산법이나 그에 근거하여 체결된 고엽제 공급계약 등의 준수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아니한 피고들의 잘못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 법령 기준의 준수를 이유로 한 피고들의 면책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원재료 또는 부품의 경우에는 당해 원재료 또는 부품을 사용한 제조물 제조업자

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하여 결함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보호 규정이다)

 

 면책 배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후에 당해 제조물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함에 의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예컨대 리콜(Recall)]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⑴②~에 의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4조 제2).

 

6. 책임의 주체 및 효과 등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41-1349 참조]

 

. 책임의 주체

 

 제조업자(2조 제3)

 

 제조물책임을 부담하는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제조·가공 또는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 또는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기타 식별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하여 자신을 제조업자로 표시하거나 제조업자로 오인시킬 수 있는 표시를 한 자를 말한다.

 

 정부와의 공급계약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제조지시에 따라 제조물을 제조·판매한 경우에도 제조물에 결함이 발생한 때에는 제조물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이른바 고엽제 사건).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

 

피해자가 제조물의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제조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 대여 등의 방법으로 공급한 자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제조업자 또는 공급한 자를 그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고지(告知)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3조 제3).

 

 동일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는 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5). 이는 부진정연대채무로 해석된다.

 

. 효과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민법 규정이 적용된다(8, 민법 제393).

 

 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에 관하여는 담보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 이론에 의하여 그 계약 상대방에게 책

임을 물어야 한다(3조 제1)(대원 2000. 7. 28. 선고 9835525 판결은, 자동차가 원인불명의 화재로 전소하자 그 소유자가 자동차가 출고 당시부터 전기 배선 등에 결함이 있었음을 주장하며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그 차량 자체의 소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로서는 매도인인 피고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으로서 해배상을 구하여야지, 제조물책임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의 사안은 제조물 책임법이 시행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판단한 것이다).

 

여기서 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의 의미가 문제 된다. 문언상으로는 제조물 그 자체에 대하여 발생한 당해 제조물의 수리비와 같은 손해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석될 여지가 있지만, 학설은 당해 제조물을 사용하지 못하여 수입을 얻지 못하게 된 해와 같은 경제적인 손해도 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판례도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는 제조물 그 자체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영업 손실로 인한 손해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로 한 손해는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4824 판결 : 피고 B가 일본 업체로부터 발전기를 납품받아 피고 A에게 공급하자 피고 A 등이 원고의 발전시설에 이를 설치해주고 도급계약에 따른 발전설비공사를 완공하였는데 발전기의 흠으로 원고가 약 40일간의 수리기간 동안 발전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한 사안에서, “이 사건 발전소는 터빈, 보일러, 발전기, 복수기 등의 제반 설비가 기능적으로 일체화되어 가동되는 시설로서 이 사건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이 사건 발전기와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발전설비 전체를 가동하지 못하게 되어 전력생산이 중단되는데, 발전설비의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발생하는 영업 손실 상당의 손해는 이 사건 발전기의 가동 중단으로 인하여 논리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제조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에 해당하여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 B에 대한 원고의 제조물책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 이전에 대법원 1999. 2. 5. 선고 9726593 판결은 제조물 책임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에서 노래방 기기의 결함으로 인하여 노래방업자가 수입을 얻지 못한 손해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징벌적 손해배상(3조 제2)

 

 우리 법원의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일반의 상식 등에 비추어 적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소액다수의 소비자피해를 발생시키는 악의적 가해행위의 경우 불법행위에 따른 제조업자의 이익은 막대한 반면 개별 소비자의 피해는 소액에 불과하여, 제조업자의 악의적인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2017. 4. 18. 법률 제14764호로 개정된 제조물 책임법은 제3조 제2항을 신설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함으로써 제조업자의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 및 장래 유사한 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는 개정법의 시행일인 2018. 4. 19. 이후 최초로 공급하는 제조물부터 적용한다(부칙 제2).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그 결함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

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이 경우 법원은 배상액을 정할 때  고의성의 정도,  해당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

하여 발생한 손해의 정도,  해당 제조물의 공급으로 인하여 제조업자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해당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제조업자가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그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의 정도,  해당 제조물의 공급이 지속된 기간 및 공급 규모,  제조업자의 재산상태, 제조업자가 피해구제를 위하여 노력한 정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⑷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2021. 1. 26. 제정되어 2022. 1. 27.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제조물책임에 관련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중대재해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를 말하는데, 그중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또는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다만,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재해는 제외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3).

 

그리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법인 또는 기관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중대재해처벌법 제15조 제1). 법원은 그 배상액을 정할 때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정도,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의무위반행위의 종류 및 내용,  그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의 규모,  그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  그 의무위반행위의 기간ㆍ횟수,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재산상태,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15조 제2).

 

 중대재해처벌법 제9(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생산ㆍ제조ㆍ판매ㆍ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한 그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ㆍ예산ㆍ점검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1항 제1호ㆍ제4호 및 제2항 제1호ㆍ제4호의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면책특약의 제한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무효로 한다. 예컨대 제조업자가 설정한 내구연한이 제품구입일로부터 5년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공급일로부터 10년 이내(7조 제2항 본문 참조)에 사고가 발생한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영업에 이용하기 위하여 제조물을 공급받은 자가 자신의 영업용 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그와 같은 특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6).

 

. 권리행사기간

 

 3년의 소멸시효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7조 제1).

 

 10년의 제척기간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제조업자가 손해를 발생시킨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7조 제2항 본문). 다만, 신체에 누적되어 사람의 건강을 해하는 물질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 또는 일정한 잠복기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에 대하여는 그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기산한다(7조 제2항 단서). 약품 또는 제조식품에 의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10년의 권리행사기간은 제척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