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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침해요건과 그 동일성 판단방법【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다47782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7. 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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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침해요건과 그 동일성 판단방법【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다47782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다47782 판결】

 

◎[판결요지]

 

[1] 저작권법 제54조에 정한 출판권은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가진 자와의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바, 제3자가 출판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 있는 작품을 출판하는 때에는 출판권 침해가 성립된다 할 것이지만,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

 

[2]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만화저작물에 있어서 원작과 제3자가 출판한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는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연출의 방법(이야기의 전개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해당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제목 :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침해요건과 그 동일성 판단방법

 

I. 출판권의 침해

 

1. 출판권과 복제권의 관계

 

출판도 복제의 한 형태이므로 복제권의 내용에는 저작물의 출판을 허락할 배타적인 권리가 포함된다. 복제권과 설정출판권은 각각 배타적인 권리이므로 복제권자가 설정출판권을 설정한 경우 兩者간에 경합이 생기고 복제권자는 그 범위에서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된다. 마치 소유물에 관하여 제한물권을 설정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인정되고, 저작권자의 복제권은 그 범위에 한하여 제한되는 것이다. 따라서 복제권자는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거나 제3자에게 출판을 허락할 수 없게 된다.

 

2. 출판권의 침해

 

가. 복제권 침해와의 관계

출판권과 복제권을 비교하여 보면, 복제권이 출판권보다 약간 범위가 넓다. 출판권은 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복제ㆍ배포할 권리이고, 복제권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고 사진ㆍ복사ㆍ녹음ㆍ녹화 그 밖의 방법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출판권침해는 모두 복제권 침해로 되지만, 복제권 침해는 모두 출판권침해로 되지 않는다(三山裕三, 앞의 책, 251쪽).

 

하지만, 출판권의 본질이 복제에 있으므로, 그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복제권 침해 여부의 판단방법과 차이가 없다. 출판권은 복제권보다 범위가 좁을 뿐 복제권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정행위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동일 저작물을 출판권자의 허락없이 복제(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복제)하는 자는 출판권을 침해하는 자라 볼 수 있다{澁谷達紀, 「知的財産法講義 Ⅱ(著作權法·意匠法)」, 有斐閣(2004) 183쪽 참조}.

 

나. 2차적저작물의 작성과 출판권의 침해 여부

출판권은 그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므로, 원작을 개작하거나 번역하는 등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54조 제2항에서 말하는 “원작 그대로”라 함은 1자 1구절이라도 수정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원저작물로서 즉 원작의 복제권으로서 기능하는 형태로’라는 의미이므로, 번역하여 출판한다든가 또는 번안하여 출판한다고 하는 2차적 형태로 복제할 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실질적인 개변을 하여 출판하는 경우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의 침해가 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II.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 침해 요건 중 동일성 판단 기준

 

만화의 경우 그 저작물성은 글과 그림의 두 가지 측면에서 판단하여야 하므로, 원작과 제3자의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는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연출의 방법(연출의 방법이란 이야기의 전개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해당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중 어느 하나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하나가 동일ㆍ유사하다도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양 작품이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주는 시점, 컷 나누기,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등장인물의 표정․동작 및 동식물, 건물 등 주변의 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III. 결 론

 

대상판결은 만화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 요건 중 동일성(실질적 유사성)을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슈퍼삼국지는 전략삼국지를 기초로 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므로 출판권침해 요건 중 주관적 요건인 “만화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저작물에 기초한 종속성)”의 점은 충족하였지만, 객관적 요건인 “동일성” 여부는 위 판단기준에 비추어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슈퍼삼국지가 전략삼국지를 기초로 하였지만 변경이 이루어졌고, 그 변경이 사소한(trivial) 변경이 아니라 실질적인(substantial) 변경으로서 새로운 창작성이 가미되어 결과적으로 2차적저작물로 성립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2차적저작물의 성립요건 중 하나인 ‘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을 대법원이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비추어보면 대상판결의 판단은 주류적 판례의 태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대상판결은 출판권침해의 요건과 2차적저작물의 성립요건을 명백히 구별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대상판결에 대한 자세한 평석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발간 계간저작권 2006년 봄호에 실린 졸고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침해요건과 그 동일성 판단방법”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