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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동반매도요구권 약정의 해석>】《계약상 협력의무에 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한 민법 제150조 제1항의 유추적용과 법률행위의 해석(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4. 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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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동반매도요구권 약정의 해석>】《계약상 협력의무에 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한 민법 제150조 제1항의 유추적용과 법률행위의 해석(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주주간 계약의 동반매도요구권 규정과 관련한 협조의무의 의미와 그 위반에 따른 효과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방법

 

[2] 어떠한 사실이 특정 법률행위에 관한 조건인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지가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인지 여부(적극)

 

[3] 계약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의 정도 및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매매계약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매도인과 매수인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4] 민법 제150조 제1항의 규정 취지 및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민법 제150(조건성취, 불성취에 대한 반신의행위)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5]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이 유추적용하는 경우,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6] 갑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이 을 외국법인의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던 병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을 법인의 지분 일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병 회사와 ‘3년 내에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주식을 매도하고자 하는 일방 당사자(매도주주)는 원칙적으로 입찰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며, 그 결과 매수예정자가 결정되면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 상대방 당사자에게 매도결정통지를 해야 한다. 매도주주는 상대방 당사자에게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한 동반매도요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상대방 당사자는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에 동의하거나(x),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상대방이 선택한 가격으로 매도주주의 주식 전부를 매수하거나(y), 매도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z).’는 등의 내용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정 유한회사가 갑 회사 등으로부터 위 지분매수계약 및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는데, 3년이 지난 후에도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정 회사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전제로 을 법인 지분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다가 병 회사가 자료제공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절차를 중단한 다음, 병 회사를 상대로 병 회사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었다며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병 회사가 정 회사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도 없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정 회사 소유의 을 법인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7]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 또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위 의무를 법률상 부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위와 같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위 의무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라고 보아야 하는 경우

 

판결요지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확하게 확정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서면에 사용한 문구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다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처분문서에 나타난 법률행위의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와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립 여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법률행위 내용의 일부를 구성한다. 특정 법률행위에 관하여 어떠한 사실이 그 효과의사의 내용을 이루는 조건이 되는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말미암아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지는 모두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

 

[3]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한편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반드시 매매목적물과 대금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만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4]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5]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150조 제1항이 방해행위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유추적용되는 경우에도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민법 제150조는 사실관계의 진행이 달라졌더라면 발생하리라고 희망했던 결과를 의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조항을 유추적용할 때에도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6] 갑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이 을 외국법인의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던 병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을 법인의 지분 일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병 회사와 ‘3년 내에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주식을 매도하고자 하는 일방 당사자(매도주주)는 원칙적으로 입찰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며, 그 결과 매수예정자가 결정되면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 상대방 당사자에게 매도결정통지를 해야 한다. 매도주주는 상대방 당사자에게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한 동반매도요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상대방 당사자는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에 동의하거나(x),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상대방이 선택한 가격으로 매도주주의 주식 전부를 매수하거나(y), 매도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z).’는 등의 내용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정 유한회사가 갑 회사 등으로부터 위 지분매수계약 및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는데, 3년이 지난 후에도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정 회사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전제로 을 법인 지분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다가 병 회사가 자료제공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절차를 중단한 다음, 병 회사를 상대로 병 회사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었다며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병 회사는 정 회사가 진행하는 매각절차의 상황과 진행단계에 따라 을 법인 지분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 적기에 을 법인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을 법인을 실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나, 정 회사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매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 점, 병 회사의 선택이 있어야만 (x), (y), (z)에 따라서 매매계약의 당사자, 매매대상, 매매금액 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매매계약의 체결이 의제되는 점, 위 매각절차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만 제출받은 상황에서 투자소개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던 초기 단계에서 중단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병 회사가 정 회사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도 없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정 회사 소유의 을 법인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7]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 또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위와 같은 문구를 기재한 의미는 문면 그 자체로 볼 때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는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당사자가 그러한 표시행위에 의하여 나타내려고 한 의사는 그 문구를 포함한 전체의 문언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하는데,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하겠다는 의사였다면 굳이 위와 같은 문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문구를 삽입하였다면 그 문구를 의미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서의 전체적인 문구 내용,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당사자에게 의무가 부과되었다고 볼 경우 이행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가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할 의사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보아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63-664 참조]

 

. 사실관계

 

원고 오딘 2 관련 부분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와 그 자회사인 DICC2011. 3. 25. 이 사건 제1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DICC의 지분(90% 10%) 10%씩 총 20%3,800억 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는 3년 내에 DICC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일방 당사자가 DICC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DICC 주식을 매도하는 주주는 회사 실사 실시 후 가장 유리한 가격과 거래조건을 제시한 매수예정자가 결정된 후 상대방에게 매도결정통지를 해야 하고 또한 상대방 역시 동일한 가격과 거래조건으로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DICC 주식 전부를 매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이하 동반매도요구권’), 그러한 요구를 받은 상대방은 동반매도 요구에 동의하거나, 매도주주의 DICC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주주의 DICC 주식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원고 오딘 2는 이 사건 제1투자자들의 위 계약상의 지위를 승계하였다.

 

DICC 지분매매계약이 종결된 때로부터 3년이 지난 때 2014. 4. 28.에도 DICC에 대한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원고 오딘 2DICC 주식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하여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게 DICC 실사를 위한 자료 또는 인수의향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였는데,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원고 오딘 2는 동반매도요구권은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어야 행사할 수 있는데,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를 방해하였으므로 동반매도요구를 위한 조건성취가 의제되었고 동반 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라 유일하게 이행가능한 위 항의 내용대로,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와 원 고 오딘 2 사이에 DICC 주식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주장하며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 하는 사안이다.

 

원고 시니안 등 부분

 

원고 시니안 등은 2011. 4. 28. 두산캐피탈과 사이에, 두산캐피탈이 실시한 주주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서 발생한 신권주인 보통주를 인수하기로 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이하 두산캐피탈 신주인수계약’)하였는데, 해당 인수대금은 DCFL의 유상증자대금으로 사용되었다.

 

원고 시니안 등은 피고 두산 등과 위 계약 체결 시 투자금의 사용과 회수 방안에 관한 사항을 정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두산캐피탈 주주간 계약’) 해당 계약은 당사자들은 두산캐피탈이 DCFL의 유상증자 이후에도 DCFL에 대한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할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두산 측 주주는 두산캐피탈로 하여금 DCFL에 대한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보아 매매계약의 체결을 의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파기 환송하였다.

 

. 쟁점

 

위 판결의 쟁점은, 주주간 계약상 동반매도요구권 조항의 의미 및 그 권리를 행사하는데 있어서 상대방이 부담하는 협조의무의 내용과 그 위반에 따른 효과(민법 제150조 제1항의 적용 여부), 주주간 계약에서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기재한 경우에도 이를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로 해석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인정 여부이다.

 

원고 이 그 지위를 승계한 제1투자자들이, 피고 1 등으로부터 그 소유의 X회사 지분을 매수하면서 체결한 1주주간 계약에 의하면, X3년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일방(매도주주)이 그 소유의 X 지분을 매도할 수 있고 그때 상대방의 X주식까지 함께 매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동반매도요구권), 매도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면 그 상대방은 그에 동의하거나(x), 또는 자신이 매도주주의 X주식 전부를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선택한 가격으로 매수하거나(y) 보다 유리한 조건의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z)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원고 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전제로 X주식 100%의 매각절차를 진행하였으나, 투자소개서 작성 단계에서 절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불발되었다.

 

원심은,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의 결정이 동반매도요구권의 조건이고, 피고 1이 원고 에 대해 제대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협조의무를 위반하는 등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어야 하는데 원고 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위 (x), (y), (z) 가운데 (y)만이 유일하게 이행이 가능하므로, 이에 따라 원고 과 피고 1 사이에 원고 소유의 X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고, 따라서 피고 1은 원고 에게 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 1이 투자소개서 작성 등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원고 에 대한 협조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심판단은 타당하지만(다만 원고 도 피고 1에 대해 일정한 내용의 협조의무를 부담함), 이 사건의 경우 원고 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원고 과 피고 1이 그 소유의 X주식을 매도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x), (y), (z)항이 선택채권의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사실상 기업인수계약과 마찬가지인 이 사건 매각절차의 특성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 1이 원고 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 1이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보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과 피고 1 사이에 원고 소유의 X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본 원심 판단 부분을 파기하였다.

 

원고 등이 그 지위를 승계한 제2투자자들이, 의 주식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같은 날 의 주주인 피고 1, 2, 3(이하 피고 2 ’, 이후 피고 4가 피고 2 등의 주주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과 사이에 체결한 2주주간 계약과 관련하여, 원심은 피고 2 등의 기망에 의해 의 주식(실권주)을 인수하였으므로 피고 2 등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거나, 주주간 계약상 기업공개의무, 회구보증약정을 유지할 의무 등을 부담하는데 이를 위반하여 피고 4가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한다거나, 피고 1이 여러 행위를 지시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등의 원고 등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로 판단하여, 원심의 위 판단부분과 관련한 원고 등의 상고이유는 모두 이유 없다고 하였다.

 

다만, 원심은 제2주주간 계약에 따라 그 상대방인 피고 2 등이 으로 하여금 (그 소유의) Y 지분을 유지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면서도 피고 2 등의 제2주주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한 피고 4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정하였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Y)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계약서 문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여 Y 지분유지의무가 인정된다는 원심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으나, 이 원고 등의 동의 없이 Y 지분을 매각하는 등 그 지분을 유지하지 않은 이상 피고 4는 그 의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 부분 원심을 파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63-664 참조]

 

원심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이므로 조건 성취로 간주하여야 하고, 약정된 3개의 선택지 중 유일하게 이행 가능한 항의 내용대로 매매계약이 의제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실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위약 사항은 매수인 물색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를 원고에게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불이행하였다는 정도이다.

 

게다가 선택지 항과 항은 피고 두산인프라에게 기회를 주는 내용의 선택지일 뿐 , , 항이 선택채권의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 매수인도, 매도가격도 정하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매매계약의 의제에까지 나아간 것은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계약상 의무(자료제공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 족할 것이고, 그 손해액의 계산이 어려울 경우에는 재량 조항에 따라 손해를 인정하면 될 것이다.

 

한편 최대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문구는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없으나, 그와 같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재 내용이나 다른 사정으로부터 구속력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해당 문구의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 시니안 등으로서는 두산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DCFL 지분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두산캐피탈의 신주를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사정을 들어 해당 조항의 구속력을 인정하였다.

 

 

【처분문서의 증명력과 해석원칙,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처분문서의 해석방법, 법률의 해석, 법의 해석조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법률의 해석

 

. 서론

 

법의 내용을 사회생활의 구체적 사실에 실현시키는 것을 법의 적용이라 한다. 법은 언어로 구성된 추상적 명제의 형식을 취하고 규정내용이 일반적 추상적이므로,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법률효과를 발생케 하기 위해서는 법의 적용이라는 과정을 통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는 ‘3단 논법의 형식을 취하는데,  대전제인 관계법규의 의미내용을 명확히 하고,  사안 중에서 법규의 요건에 해당할 만한 사실을 찾아내고(소전제인 사실의 인정),  그 사실이 법규의 요건에 해당되는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법치국가에서 법의 적용은 주로 재판상 문제되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관의 임무이다.

 

. 법 해석의 의의와 기준

 

 의의

 

법 해석이란, 법의 적용에 있어 그 대전제가 되는 추상적인 법의 의미내용을 구체적으로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은 주로 성문법이다.

그런데 해석의 문제는 모든 실정법규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권리능력, 소멸시효, 등기, 채권자, 어음, 수표, 집행문, 기간, 기한의 개념과 같이 그 내용이 확정적으로 정의되어진 특정개념에 관하여는 해석의 여지가 없거나 매우 국한될 것이다. 반면, 예컨대 권리남용, 폭리행위, 신의성실, 정당사유 등과 같은 불확정개념의 경우에는 해석이 보다 큰 구실을 할 것이다.

 

 법률 해석 법률행위 해석의 관계

 

 공통점

 

양자 모두 언어의 의미내용의 확정을 중심으로 하는 점에서 같다. 그 해석된 결과가 분쟁해결의 규준이 된다.

 

 상이점

 

 해석 대상 : 법률 해석은 제정법 즉, 제정법이 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느냐를 밝히는 것이고, 법률행위 해석은 사적 행위(의사표시). , 사적 행위가 법적으로 갖는 의미가 무엇이냐를 조사하는 것이다.

 

 해석 목표 : 법률 해석은 궁극적으로 법률의 표준적 의미를 조사하는 것(수범자에 따른 상이한 해석은 인정될 수 없음)이고, 법률행위 해석은 표시수령자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표의자의 진의 혹은 표시의 객관적 의미(합리적인 표시수령자가 이해한 표시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의사주의와 표시주의 등의 대립이 있어왔다.

 

 보편타당성 및 수범자의 범위 : 법률 해석에 있어 법률은 원칙적으로 불특정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지닌다. , 평균적 수범자를 상정하여 제정되어 사회의 보편타당한 법규범으로 관념된다. 반면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 법률행위를 통해 당사자들이 정한 규율은 원칙적으로 그들 사이에서만 유효할 뿐 법률과 같은 보편타당성을 갖지 못한다. 법률행위 해석은 당사자들의 1회적 분쟁해결을 도모하기 때문에 개별사안적 타당성이 중시된다.

 

 법적효과 발생근거 : 법률 해석에 있어 법률은 자력으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면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 법률행위(특히 계약)에 일정한 법적 효과(권리의무의 발생·변경·소멸)가 발생하는 것은 1차적으로는 사적 자치에 기하여 표의자가 그것을 의욕했기 때문이고, 2차적으로는 그것이 강행법이나 공서양속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법성을 전제로 법질서가 그와 같은 시민적 자유의 자주적인 전개를 존중·승인하고 그 실현에 조력하기 때문이다.

 

 해석 방법 : 법률 해석에 있어 법률의 객관적 목적을 밝히는 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 해석되어야 할 조항의 다른 조항들, 다른 법규와의 체계적 관련성이 중요하다. 문리해석의 비중이 커서, 만약 법문의 내용이 명백하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의 다른 해석요소를 활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반면 법률행위(특히 계약)에서는 당사자들이 그 법률행위를 통해 추구하는 목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당사자의 법률행위의 목적은 해석에 있어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

 

 법 해석의 기준

 

법해석의 원칙은 첫째, 법문에 충실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해석을 주업무로 하는 사법이 법을 제정하는 입법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 원칙은 법해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둘째, 목적에 합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법은 수리나 논리처럼 현실사회와 무관하게 형이상학에만 머물러 있는 정보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특정사명을 갖고 현실사회에 던져진 규범이다. 따라서 그러한 목적 및 사명에 충실해야 법은 본연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법 본연의 영역 안에서는 법해석이 충분히 융통적일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이렇게 법의 목적 및 사명을 해석의 지침으로 할 때 비로소 법적용의 구체적 타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

법의 해석은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실정법규의 객관적 의미를 해명하는 것이므로, 이 작업은 이미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인 양면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규는 객관적 존재이고 어느 특정인을 대상으로 주어진 규정이 아니므로 해석에 있어서도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객관적 타당성이란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고 또 경우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지 않는 확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일반적 확정성, 법적 안정성이라고 하며, 법의 해석에 있어 첫째로 유의하여야 할 점이다.

또 한편으로는, 실정법이란 어느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된 것이므로, 실제의 구체적 사안에서 그 법규를 적용하는 데 있어 타당한 해결에 이르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이 있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 법 해석의 방법(종류)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에 의해 행해지는 해석으로서 공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해석기관에 따라 입법해석, 사법해석, 행정해석으로 나뉜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입법적 해석에 대하여만 보자면, 법령으로써 용어를 해석하는 것으로서, 동일법령 중에 해석규정을 두거나, 부속법규에 해석규정을 두거나, 법문 가운데 실례를 들어 해석의 표준을 두는 경우 등이다. 법령의 해석을 입법의 단계에서 명확히 해결하려는 것으로서, 법규() 해석 또는 법정해석이라고도 한다. 법령 자신으로 해석을 내리는 것이어서 확정적 권위를 가지는 것이므로 법원과 행정기관을 비롯하여 누구도 이 해석에 구속된다. , 법규해석은 강제력이 있어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다(사실에 있어서는 법규 그 자체이자 법규의 제정이다).

 

 학리해석

 

법문 자체, 입법취지, 그 법을 적용할 구체적 사안의 성질 등을 기초로 하여 언어학적, 논리학적 방법에 의하여 법률용어의 의의를 밝히는 것이다.

 

 문리해석

 

법의 자구 및 문장의 언어적 의미에 충실하게 하는 해석이다. 법해석의 출발이자 기본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자구 및 문장을 독자적으로 떼어내어 의미확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법문과 관련시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일한 법에 있는 동일한 자구·문장은 원칙적으로 동일한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예외는 있다 - 개념의 상대성).

법령은 국민일반에게 공포된 것이므로, 특수 전문용어, 학술용어, 법령 독특의 용어가 아닌 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통상의 의미로 해석함이 원칙이다.

다만, 문리해석은 법령의 진의를 잘못 파악하거나 사회사정의 변동을 무시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잃는 해석이 되기 쉬우므로, 논리해석이 필요하게 된다.

 

 논리해석

 

법제정의 목적, 법질서 전체의 체계, 다른 법령과의 관계, 각 법조문들 간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모든 논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해석하는 방법이다. 확장해석, 축소해석, 물론해석, 반대해석, 유추해석, 보정(변경)해석 등이 있다.

논리해석의 근거(무엇을 기초로 논리해석이 이루어지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설명할 수 있다.

 목적(론적) 해석(입법목적의 중시) : 법의 목적(취지, 정신)을 고려하여 법의 의미내용을 파악하려는 해석방법. 개별 법규의 목적만이 아니라 법의 일반적 목적도 모두 참고가 된다. 또한, 법제정 당시의 목적만이 아니라 법적용시의 목적도 아울러 고려된다.

 연혁해석 : 법성립의 연혁, 특히 법안의 이유서, 입안자의 의견, 국회의사록, 정부위원의 설명 등을 토대로 해석하는 방법.

 비교해석 : 법을 구법·외국법 등과 비교 대조하면서 해석하는 방법.

 체계해석(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 전체적인 법체계 속에서 해당법규가 차지하는 위치 및 관련성을 기초로 해당법규의 의미내용을 해석하는 방법. 법은 어느 것도 단독으로 존재·기능할 수 없고 여타의 법들과 서로 관계를 지니면서 하나의 체계를 이루므로, 법을 해석함에는 항상 다른 법들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검토

 

법령의 해석에 일의적·절대적 해석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개의 구체적 문제에서 법적 안정성의 유지와 구체적 타당성의 추구라는 법의 본질로부터 유래하는 요청에 응하여 적정·타당한 해석을 탐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문법 국가에서는 우선 문리해석을 기본으로 하면서 그 결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논리해석을 하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법령의 해석은 어디까지나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올바른 논리와 정의·공평의 관념이 그 근저에 놓여 있어야 할 것이다.

 

2. 법률행위의 해석방법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50-152 참조]

 

. 법률행위 해석 방법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의 해석은, 어떠한 표현행위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의사표시도 사람의 모든 표현행위 내지 의사소통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떤 표현이 객관적으로는, 즉 일반의 제3자에게 두루 ()’로 이해되더라도,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에서는 아래()’로 이해된다면, 그 의사표시는 아래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의사표시 해석은 표시행위가 당사자들 사이에서 주관적으로 가지는 의미를 탐색한다고 말할 수 있다(이른바 오표시 무해의 원칙을 채택한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2629 판결, 대법원 1996.

8. 20. 선고 9619581 판결도 그러한 입장에서 비로소 설명될 수 있다. 나아가 예를 들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5조 제1항은 약관이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는데, 이는 통상 약관의 객관적 해석의 원칙이라고 불린다. 그 규정은 본문에서 말한 의사표시 해석에서의 주관적 해석의 일반적 원칙에 대하여 특별히 예외를 정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앞서 말한 바의 원칙은, 예를 들면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가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 예를 들면 표의자가 를 말하기 위하여 표시한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볼 때 아래라고 이해되어야 하고 또 실제로 상대방이 아래라고 이해한 경우에, 그 의사표시는 아래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귀결로 이어진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458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중 의사표시 해석의 방법에 관한 판시 부분).

 

. 자연적 해석 (= 표의자의 내심의 의사를 밝히는 것)

 

일반적으로 계약의 해석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아니 되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 쌍방 당사자가 모두 특정의 갑() 토지를 계약의 목적물로 삼았으나 그 목적물의 지번 등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계약서상 그 목적물을 갑 토지와는 별개인 을() 토지로 표시하였다 하여도 위 갑 토지에 관하여 이를 매매의 목적물로 한다는 쌍방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은 이상 위 매매계약은 갑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을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며, 만일 을 토지에 관하여 위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면 이는 원인이 없이 경료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2629, 2636 판결, 대법원 1996. 8. 20. 선고 9619581, 19598 판결).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석할 때에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한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계약서의 문언이 계약 해석의 출발점이지만,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서의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의사가 합치된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계약당사자 쌍방이 모두 동일한 물건을 계약 목적물로 삼았으나 계약서에는 착오로 다른 물건을 목적물로 기재한 경우 계약서에 기재된 물건이 아니라 쌍방 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는 물건에 관하여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상 지위에 관하여 당사자들의 합치된 의사와 달리 착오로 잘못 기재하였는데 계약 당사자들이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상 지위가 잘못 기재된 계약서에 그대로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242334 판결.   주식회사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기로 하고, 그에 따라  회사가 에게 부담하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등은 연대보증을 하고  등은 근질권을 설정해 주었는데,  회사가 에게 사채원금 지급기한의 유예를 요청하자,   회사가 기존의 변제기한을 유예하고 이율을 변경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등은 근질권설정자로  등은 연대보증인으로 기명날인한 사안에서,   등을 비롯한 합의서에 기명날인한 당사자들은 모두 인수계약 당시와 마찬가지로 원래의 연대보증인 또는 근질권설정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의사로 기명날인한 것이고, 위 합의서에 따른 합의는 작성 당사자 모두 인수계약에서 정한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의 변제기한과 이율에 관한 사항만 변경하는 내용으로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판단한 사례).

 

. 규범적 해석 상대방의 시각에서 표시행위의 객관적 의미를 밝히는 것.

 

. 보충적 해석 흠결 있는 법률행위를 보충하는 것.

 

. 법률행위 해석의 표준 : 민법의 규정, 당사자의 목적, 사실인 관습, 임의규정, 신의성실의 원칙 등

 

. 법률행위 해석의 소송상 문제

 

의사표시와 관련하여, 당사자에 의하여 무엇이 표시되었는가 하는 점과 그것으로써 의도하려는 목적을 확정하는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이고, 인정된 사실을 토대로 그것이 가지는 법률적 의미를 탐구 확정하는 것은 이른바 의사표시의 해석으로서, 이는 사실인정과는 구별되는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하여 한 당사자의 일련의 행위가 법률적으로 다듬어지지 아니한 탓으로 그것이 가지는 법률적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것을 법률적인 관점에서 음미, 평가하여 그 법률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 역시 의사표시의 해석에 속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69940 판결 :  로부터 토지를 매수하여 매매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였고, 그 후  에 대한 차용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에 대한 매매잔대금채권을 에게 양도하였는데, 이 양수한 위 매매잔대금채권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고 사실인정을 한 원심에 대하여, 위와 같은 채권양도의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인정할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어, 채권자인 과 근저당권자인  사이에 어떠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표시 해석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 법률관계의 실체는 채권자인 과 근저당권자인 의 관계, 위 근저당권설정의 동기 및 경위 등에 비추어,  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은 것이 아니라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원래의 채권자인 뿐만 아니라 근저당권자인 에게도 귀속시키기로 합의함으로써  이 불가분적 채권관계를 형성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함에도,  에게 매매잔대금채권을 양도하였다는 사실인정을 한 다음  에 대하여 한 변제는 채권양수인인 에게 그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법률행위의 해석

 

. 서론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주체), 목적(내용), 의사표시라는 요건이 필요하고, 특히 계약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표시의 합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계약에서 행위자와 명의자 또는 계약의 효과를 의욕하는 자 등이 나뉘거나, 관련자들 사이에서 표시된 것과 다른 진의나 내심의 의사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경우,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 당사자의 확정 문제이고, 이는 기본적으로 법률행위(계약) 해석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법률행위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므로 법률행위의 해석이란 결국은 의사표시의 해석과 같다고 본다. 다만, 의사표시 중에서 상대방이 있는(혹은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와 상대방이 없는(혹은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의 해석은 구별하여 취급할 필요가 있다. 표의자 의사의 존중 외에 상대방의 신뢰보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로서의 계약의 해석, 그 중에서도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가 쟁점이다.

 

. 의사표시이론

 

 의사표시의 의의

 

대체로,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의 표시행위라고 정의된다.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불가결의 요소이고, 표의자가 원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준법률행위(법률적 행위)와 구별된다. 법률행위는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를 실현하는 법적 수단이다.

 

 의사표시의 구성요소

 

의사표시가 성립하는 심리적 과정을 분석하면, 보통 어떤 동기에 의하여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를 결정하고(효과의사), 이 의사를 외부(타인)에 알리기 위하여 발표하려는 의사(표시의사)가 매개되어, 일정한 행위로 외부에 나타나는(표시행위) 3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의사표시의 본체를 이루는 것은 표시행위라고 설명된다.

 

 주관적 요소의사

 

 행위의사 : 어떤 외부적인 용태 즉 행위를 하려는 의식이다.

 표시의사(표시인식) : 법적으로 의미 있는 표시행위를 한다는 인식이다.

 효과의사 :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의욕하는 의사를 말한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61320 판결(대법원 1999. 1. 29. 선고 973422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등도 같은 취지) :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객관적 요소표시

 

효과의사를 외부에 표명하는 행위이다. 표시행위의 의의에 대해서 의사주의적 관점과 표시주의적 관점의 차이가 있다. ,  의사주의에서는 표의자의 내적인 의사의 표현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표시주의에서는 효과의사가 타인에게 인식될 수 있는 징표이자 법률효과의 본래의 근거이며,  효력주의에서는 표시행위는 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라고 한다. 의사표시로서의 가치(표시가치)를 가지는 적극·소극의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그 수단·방식에 제한이 없고, 명시적·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 법률행위(의사표시)의 해석

 

 법률행위 해석의 기본입장(목표, 대상)

 

법률행위(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의사표시의 본질 내지 효력근거에 관한 의사표시이론과 관련이 있다.

대체로 의사표시의 본질론에 관하여  의사주의에 따르면 표의자의 진의나 내심의 의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고(주관주의적 해석),  표시주의에 따르면 표시의 객관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며(객관주의적 해석),  효방주의는 (효과의사와 표시행위의 일치로서의) 의사표시의 객관적인 규범적인 의미를 탐구하려고 한다(객관주의에 가깝게 된다).

기존의 다수설인 표시주의적인 절충설에 의하면(또한, 신뢰보호에 의하여 제한된 의사주의를 취하는 견해도 마찬가지), 적어도 계약과 같이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한 한, 표의자의 순수한 내심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해석의 목표로 될 수는 없고, 표시행위가 가지는 객관적 의미내용을 탐구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법원판례도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의사표시의 요소를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진의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라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라고 보면서, 법률행위의 해석이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판례 중에는 법률행위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의 진의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하거나(대법원 1977. 6. 7. 선고 751034 판결), 형식적인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해야 한다는 판시(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2629, 2636(병합) 판결 등)도 있으므로, 당사자의 진의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61320 판결(동지 : 대법원 1999. 1. 29. 선고 973422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등)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40858 판결(동지 :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35571 판결,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32668 판결, 대법원 1994. 4. 29. 선고 941142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29130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16049 판결,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45259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43486 판결,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27923 판결,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31493 판결 등)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해석의 방법

 

근래에 법률행위 해석을, 특히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의 경우, 크게 밝히는(단순한) 해석 보충적인 해석으로 나누고, 밝히는 해석은 자연적(주관적-개별적인) 해석 규범적인(객관적-정형적인) 해석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연적 해석

 

표현의 문자적·언어적 의미에 구속되지 않고 표의자의 실제의 의사 즉 내심적 효과의사를 추구하는 것이다. 어떤 일정한 표시에 관하여 당사자가 사실상 일치하여 이해한 경우에는 그 의미대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 그 전형적 예가 오표시 무해의 원칙(잘못된 표시는 해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당사자가 사실상 일치하여 의욕한 것이 있다면 문언에 우선하여 그 일치된 이해대로 효력을 부정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자연적 해석에서는 표의자가 표시의 의미를 착오로 다른 의미로 이해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하고, 착오가 있는 때에도 생각한 의미로 효력이 있다. 나아가 당사자가 일치하여 의도적으로 일정한 표시에 다른 의미를 부가한 경우에도 같다[예컨대 암거래에 있어서 물건(기관총)을 암호(‘피아노’)로 표시하는 경우].

 

 규범적 해석

 

 의의

 

당사자의 사실상의 일치하는 이해가 확정되지 못하는 경우, 즉 의사표시에 관하여 표의자가 생각한 의미와 상대방이 생각한 의미가 다른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이 행하여진다. 규범적 해석은 표시행위의 객관적·규범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인데, 이는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있어서 상대방의 신뢰보호, 자기책임의 원칙 요청에 부응할 뿐 아니라, 해석에 적용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된다고 설명된다.

해석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의 고려는 표시의 상대방(수령자)이 적절한 주의를 베푼 경우에 이해되었어야 하는 표시행위의 의미가 탐구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수령자시계, 수령자의 이해시계 또는 수령자의 이해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표의자가 생각한 의미와 표시수령자가 생각한 의미가 다른 경우에는, 상대방의 이해가능성을 고려하여 해석이 행해져야 한다. 표의자의 이익보다 상대방의 신뢰보호를 우선시키는 것이다(표의자에 의하여 실제 의욕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표시행위에 기하여 표의자에 의하여 의욕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 효력이 있다).

상대방이 실제로 이해한 의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또한 상대방의 주관에 너무 치우치게 되어 형평성을 잃게 되므로, 표시된 언어·행태 및 주위사정을 기초로 평균적인 상대방(평균인)이 이해하였으리라고 여겨지는 객관적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표의자나 상대방의 주관적인 의도보다는 정의와 형평의 시각에서 어떤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를 모색하므로 규범판단이 개재하게 되고 따라서 규범적 해석이라고 부른다.

 

 규범적 해석의 방법(출발점)

 

규범적 해석은 표시에 사용된 문자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문법적 해석). 다만, 그 문자가 일반적인 언어관용과 다른 의미로 사용된 징후가 있는 경우에는 문자에 머물러 있을 것을 고집할 수는 없다. 표시된 문자와 다른 의미는 당사자의 상의, 행위목적, 그리고 표시의 전체맥락에서의 표현의 위치로부터 생겨날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문자해석은 금지된다. 또한, 해석은 표시의 사고법칙적 관계를 고려하여 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표시된 부분들과 함께 법률행위 전체를 고려하여야 한다.

 

 규범적 해석의 표준

 

통상 법률행위의 해석의 표준으로서 법률행위의 문언, 당사자의 목적 기타 법률행위 당시의 제반사정, 관습, 임의규정 및 신의칙 등이 제시되는데,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는 것이 규범적 해석의 내용이 될 것이다.

 

 보충적 해석

 

법률행위의 내용에 틈(흠결, 공백)이 있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는 해석방법이다.

당사자들이 법률행위를 하면서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규율하기는 어렵고, 규율되지 않은 문제에 관하여 뒤에 다툼이 생길 경우가 있는바, 법률이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여러 임의규정(보충규정)을 두고 있으나 임의규정이 없거나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 틈이 발생한다. 이러한 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보충적 해석이다. 보충적 해석은 자연적 해석 또는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법률행위의 성립이 인정된 연후에 비로소 문제된다. , 법률행위가 성립되었으나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규율되지 않은 경우에 이를 보충하는 것이다.

법원은, 가령 계약에서 당사자들이 간과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들이 무엇을 의욕했을 것인가를 신의칙과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탐구하여야 하고, 따라서 여기에서는 당사자의 진의가 아니라 그들의 가정적인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

 

 해석의 표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들에 따라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사자의 목적 기타 의사표시 당시의 사정들

 

법률행위에 부수하는 제반사정들, 즉 표현의 문자적인 의미에만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행위의 의미내용을 탐구하여야 한다. 표시행위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는 모든 경과와 상황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행위 당사자의 모든 용태, 계약 상의에서의 표시들, 행위당사자의 하나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표시되거나 그의 표시로부터 명백한 법률행위의 목적, 표시행위의 장소와 시간, 당사자들 사이에 이미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거래에서의 지금까지의 습관, 표시행위가 인식가능하게 관계하는 표의자 또는 상대방의 이전의 표명들, 표시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관계 특히 어떤 의미와 목적으로 일반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법률행위가 행하여지는가 하는 관계, 표시행위 나타난 당사자의 개인적인 관계 등이 고려된다.

당사자의 목적은 제반사정들 중 중요한 것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관습 내지 거래관행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행위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관습 내지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 당사자가 관습 내지 거래관행에 따라 행동한다는, 특히 일정한 표현을 거래의 통상적인 의미로 사용한다는 일반적인 생활경험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106조에서도 관습이 법률행위해석의 표준이 됨을 규정하고 있다(다만,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면 그에 따른다. 또한 관습은 강행규정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임의규정

 

민법 제105조의 반대해석에 의하여,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또는 의사표시가 불명료한 경우에는 임의규정을 적용한다[민법 제105 (임의규정)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

본래 임의규정은  해석규정(일정한 경우 추정한다는 표현)  보충규정(“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 또는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등의 표현)으로 세분되는데, 규범적인 해석과 관계되는 것은 전자이고, 보충적인 해석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후자이다.

 

 신의성실의 원칙

 

앞서 본 여러 기준에 의하여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 신의성실의 원칙(법률상의 행동원리) 또는 조리(법의 근본이념)에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예문해석이나 수정해석(효력유지적 축소)’ 등이다.

 

 기타의 해석원칙

 

 통일해석의 원칙 : 표시행위의 각 부분을 분리해서 개별적인 의미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표시행위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통일적인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8290 판결약관의 용어풀이란도 본문과 결합하여 전체로서 약관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본문에서 사용된 용어 중 그 의미가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한다든지 그 풀이에 혼란이 없도록 하는데 그쳐야 할 것이고 본문의 의미를 임의로 제한하거나 본문과 모순되는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유효(효용) 해석의 원칙 : 법률행위가 유효하게 되는 해석과 무효로 되는 해석이 있다면, 유효한 해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표시행위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경우 당사자에게 가장 효용이 있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456098 판결아파트 분양계약서에서 공유대지 증감에 관한 상호 면책조항이 있었던 사안에서, 그 조항에서 공유대지에 대한 공부 정리 결과 공유대지의 증가나 감소가 있을 경우라 함은 바로 분양계약 당시 계획된 아파트 단지의 대지에 대하여 지적법에 따른 순수한 지적공부 정리 결과 객관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증감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해석하는 한 위 면책조항이 형평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엄격(축소, 제한) 해석의 원칙 : 권리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약정, 의무자의 의무와 책임을 면제 또는 축소하는 약정, 또는 당사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약정은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3103 판결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연대보증인은 본 약정에 의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액을 한도로 하는 금액 및 모든 채권채무금액에 대하여도 연대이행할 모든 책임을 지겠다.”를 채무자의 기존 채무가 아니라, 연대보증 이후 발생하는 장래의 채무만을 보증하는 취지로 해석한 사례). 그 밖에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35571 판결, 대법원 1994. 6. 28. 선고 946048 판결, 대법원 1995. 5. 23. 선고 956465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33607 판결,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 등.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 계약 내용이 불명확할 때에는 그 계약을 작성한 자에게 불이익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주로 약관과 관련하여 문제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

 

 특히 보통거래약관의 해석에 관하여 약관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계약과 다른 고려가 필요하다. ,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개별적인 경우의 사정에 의하여 해석되어야 하지만, 약관은 그것의 전형적인 내용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고 개별적인 경우의 사정에 의한 상이한 종류의 규범적인 이해가 문제되지 아니한다. 약관은 대량거래에 관하여 획일적인 처리를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므로, 구체적인 경우의 상대방의 사정에 의하여 해석되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거래약관의 해석에서는 평균적인 고객이 알았어야 하는 사정만이 고려되어야 한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 (약관의 해석)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72093 판결(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20752 판결, 대법원 1996. 6. 25. 선고 9612009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35226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72093 판결 등도 동지).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

 

 처분문서의 증명력과 해석 원칙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는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력에 관한 법리이지만, 법원이 구체적 소송에서 증거에 의하여 어떤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확정하는 데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기재내용(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의 태도이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1013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67264,67271 판결등 다수). , 처분문서에는 강한 증명력(추정력)이 인정된다.

 

물론, 처분문서에 의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문서에 기재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불명확하여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앞서 본 실체법상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일반이론 및 소송법상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422(본소), 423(반소) 판결처분문서란 그에 의하여 증명하려고 하는 법률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어느 문서가 처분문서인가의 여부는 입증사항이나 취지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고 실제로 처분문서라고 인정되고 그것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작성자가 거기에 기재된 법률상의 행위를 한 것이 직접 증명된다 하겠으나 그때에도 당시에 능력이나 의사의 흠결이 없었다거나 그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 등은 별도의 판단문제로서 작성자의 행위를 석명함에 있어서는 경험칙과 논리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처분문서에 의하여 행해진 법률행위의 내용이 문서의 기재내용(문언)에 의하여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된다면 그 기재대로 법률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또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서 제1의 기준을 어디까지나 문언해석에 두어야 하는 이상,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의 내재적 제한인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34643 판결 :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아니 되나,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3103 판결(대법원 1995. 5. 23. 선고 956465 판결,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 등) : 계약당사자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48265 판결 :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만약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판례의 법리 정리

 

판례는, 법률행위의 해석의 목표를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가 아니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확히 확정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다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특히 처분문서의 경우)을 위시하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칙,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는바, 이 역시 기존 통설과 같은 입장이고 주로 규범적 해석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통설이 자연적 해석(오표시 무해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은 당연한 원칙이라고 한다. 판례도, 쌍방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합치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표시와 관계없이 그 합치된 의사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하여,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원칙은 당사자 확정의 문제에서도 공히 적용되고 있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97183 판결 :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4912 판결,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22089 판결, 대법원 1998. 5. 12. 선고 9736989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2629, 2636(병합) 판결(대법원 1996. 8. 20. 선고 9619581, 19598 판결도 같은 취지) : 일반적으로 계약의 해석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아니되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 쌍방당사자가 모두 특정의 갑 토지를 계약의 목적물로 삼았으나 그 목적물의 지번 등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계약서상 그 목적물을 갑 토지와는 별개인 을 토지로 표시하였다 하여도 위 갑 토지에 관하여 이를 매매의 목적물로 한다는 쌍방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은 이상 위 매매계약은 갑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만일 을 토지에 관하여 위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면 이는 원인이 없이 경료된 것으로써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법원에서 계약 해석이 문제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선 계약서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서 출발하여 그 내용이 불분명할 때에는 계약 체결 당시 및 그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계약을 해석할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인정하여 그에 따라 재판하는 것은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계약 해석의 결과로 당사자의 의사가 확정된다고 할 때 그 당사자의 의사는 현실적인 당사자의 의사인 경우도 있지만 제반 사정에 의하여 합리적인 당사자라면 그러한 의사를 가졌을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계약의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재판의 실제에 있어서는 주류를 이룬다. 그러한 취지에서 판례도, 단순히 규범적 해석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당사자가 가졌을 진정한 의사를 추측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양 당사자가 이해한 의미가 명확하고 그것이 일치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인 당사자라면 표시행위에 부여하였을 의미가 해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4. 처분문서의 해석 방법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52-155 참조]

 

. 처분문서의 의의

 

 처분문서는 증명할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문서이다. 계약서, 어음, 수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비교하여 보고문서는 외부적 사실 또는 사람의 내심의 상태에 대한 보고, 의견, 감정 등을 기재한 문서이다. 상업장부, 진단서, 일기장, 등기사항증명서나 가족관계등록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구별은 문서의 증거가치를 따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판례는 어떤 문서를 처분문서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증명하고자 하는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행하여졌음을 필요로 하고, 그 문서의 내용이 작성자 자신의 법률행위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법률행위를 외부적 사실로서 보고·기술하고 있거나 그에 관한 의견이나 감상을 기재하고 있는 경우에는 처분문서가 아니라 보고문서라고 할 것이다.”라고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6222 판결 등 참조).

 

. 처분문서의 진정성립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라 함은 문서에 형식적인 서명 등이 존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사에 기초한 서명행위 등이 행하여진 사실이 있는 것을 뜻한다.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1단계 추정, 사실상 추정),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2단계 추정, 법률상 추정).

 

 1단계 추정인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장의 도용 등을 주장하며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진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59122 판결 등 참조).

 

 또한 위와 같은 사실상 추정은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 이외의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깨어지는 것이므로, 문서제출자는 그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 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37831 판결 등 참조).

 

 2단계 추정과 관련하여, 인영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문서는 그 전체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그러한 날인을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 당시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날인만을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한다고 볼 것이므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62977 판결 등 참조).

 

 만일 그러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이 번복되어 백지문서 또는 미완성 부분을 작성명의인이 아닌 자가 보충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밝혀진 경우라면, 다시 그 백지문서 또는 미완성 부분이 정당한 권한에 기초하여 보충되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그 문서의 진정성립을 주장하는 자 또는 문서제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11406 판결 등 참조).

 

 한편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하고(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34666 판결 등 참조), 특히 처분문서의 소지자가 업무 또는 친족관계 등에 의하여 문서명의인의 위임을 받아 그의 인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29667 판결 : 변호사 갑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을이 임금과는 별도로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사본을 서증으로 제출하면서 갑을 상대로 약정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은 근로계약서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본 부제출에 대한 정당성이 되는 구체적 사유를 증명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근로계약서는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 갑의 약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서 가치가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근로계약서에 나타난 갑의 인영이 갑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계약서가 원본이라도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즉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92487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569990 판결 등 참조).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46531 판결(조건부 채무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26769 판결(영업양도로 인한 채무인수의 범위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78958 판결(주채무 이행기 연장 시 보증채무 연장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64253 판결(M&A계약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매수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279951 판결(근로계약서에서 기간을 1년으로 하되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고 정한 사안에서,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제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

 

다만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38593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34643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5206973 판결(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피담보채무액, 근저당권설정자와 채무자 및 채권자와의 상호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가 계약서 문언과는 달리 일정한 범위 내의 채무만을 피담보채무로 약정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그 담보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등 참조].

 

그러나 처분문서에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29130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3482 판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8260299 판결 :  주식회사와  주식회사가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서  회사가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주식회사에 공급하면  회사가 정산하기로 하면서  회사는  회사의 제품구매자 정책에 따라 회수 등을 당함으로써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하였는데,  회사가 식중독 사고 및 제품 일부의 하자 발생을 이유로 재고 전량을 반품하였고, 이에  회사가 위 계약 조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손해배상 조항은 개별 제품의 하자 존부와 관계없이 제품구매자인 의 정책에 따라 회수 등을 당함으로써 이 입은 손해를 이 배상하도록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회수 등의 근거가 되는 정책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가진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조치에 대해서는 이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72572 판결(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14115 판결(임대차기간 중의 해제·해지 의사표시에 어떠한 절차가 요구되거나 제한이 따르는 경우, 기간만료로 인한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에도 그와 같은 제한이 적용되는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238540 판결(약정 지연손해금의 기산시기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6254740 판결(동업관계 탈퇴로 인한 지분가치 평가 시 영업권 제외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219116 판결(모델계약에서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 사용을 허락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226395 판결(분양대행계약에서 분양실적이 분양목표에 미달한 경우 분양대행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 사안에서, 분양대행업자가 부담하는 채무는 계약기간 내에 목표분양률을 달성하여 그 결과를 제공하여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분양완료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분양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분양대행업무를 진행할 수단채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0245408 판결(3채무자의 질권설정 승낙의 범위가 문제 된 사안)].

 

. 복수의 처분문서가 작성된 경우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그러한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나 우열관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각각의 계약서에 정해져 있는 내용 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17603 판결 :  로부터 상가건물 일부를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정하였는데, 그 후  이 위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면서 임차면적, 임대차기간, 월차임, 특약사항에 관하여 내용이 약간씩 다른 4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차례로 작성한 사안에서, 세 번째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가 세무서에 제출할 목적으로 허위로 작성된 사실에 대하여는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가장 마지막으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이하 4 임대차계약서라 한다)에 대하여는 만이 이를 허위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하는데, 이 제출한 증거나 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제4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라고 볼 수 없고, 4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으로 임대시작일이 명시된 점 등에 비추어  이 임차면적을 확대하면서 임대차기간을 8년으로 연장하기로 하여 2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가 다시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기로 하여 제4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4 임대차계약서에 기재된 문언에 따라 임대차계약 기간을 위 계약서의 특약사항에서 정한 임대시작일로부터 5년이라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마. 판례가 판시하는 관련 법리


① 당사자 사이에 약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6다234043 판결 등).


②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③ 처분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에 의하여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896 판결 등).

 

④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하는 것이므로,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6다32193 판결).

 

바. 계약에서 어느 당사자에게 여러 가지 권리행사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경우 그 당사자의 권리행사 방법 선택 가부(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1598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계약의 해석 방법,  계약에서 일방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부여된 경우 그 행사방법이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계약의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4. 29. 선고 941142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5245145 판결 등 참조).

 

 계약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어느 당사자에게 여러 가지 권리행사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면, 계약의 해석상 그 선택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그중 어느 권리를 행사할지를 선택할 수 있고 다른 당사자로서는 그와 같이 선택된 권리행사를 존중하고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

 

 원심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해석상 원고가 대상주식의 매수를 청구하였음에도 피고가 불응한 경우, 원고로서는 위약벌로서 잔여주식의 귀속을 요구할 수 있을 뿐 더 이상의 추가 청구를 하지 못하고, 피고가 그러한 잔여재산의 귀속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이행을 최고한 다음 그 이행 여부를 보아 계약을 해제하고 가중된 금액에 기한 매도청구 및 위약벌로서 규정된 잔여주식의 귀속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해석상 원고에게 위약벌의 제재와 계약의 해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권리행사 방법 중 어느 한 쪽에 우위를 두고 있지는 아니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5. 근로계약의 해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김영진 P.1676-1678 참조]

 

. 법률행위의 해석

 

 처분문서의 문언에서 출발하되, 그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293098 판결 :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내용, 그러한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29130 판결 :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함(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4653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21621 판결 등)

 

. 근로계약 역시 법률행위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 방법이 적용됨

 

다만, 근로계약의 경우 근로기준법 등 각종 강행규정의 취지와 목적, 계약당사자의 협상력의 차이, 약관적 성격, 근로관행 등에도 유념해야 하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과 같은 계약관계를 정하는 다른 단체법적 규율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6. 판례의 태도

 

가. 조정이 불성립된 조정기일에 합의서가 작성되었고, 그 합의 내용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일방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그 합의의 효력, 합의서에 이의신청권 유보와 포기 내용이 혼재된 경우 이의신청권 유보의 내용을 무익한 기재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다291323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합의서에 이의신청권 유보와 포기 내용이 혼재된 경우 이의신청권 유보의 내용을 무익한 기재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소송의 당사자 사이에서 조정기일에 이루어진 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고(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200771 판결 등 참조), 특히 그 다툼의 원인이 된 조정 관련 조항의 불명료나 모순 등을 조정절차를 주재한 법원 스스로 제공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될 우려가 있는 당사자의 입장과 관점을 충분히 배려하여 합의 당시 상황과 조정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 등을 살펴 그 의미와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조정기일에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음에도 조정을 주관하는 법원의 관여 하에 당사자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그 합의서에 합의 내용대로 법원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것이고 이에 대해 당사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명시하고 이후 당사자 일방이 합의 내용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한 경우라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법원의 조정 권유 노력에 대한 존중 하에 조정을 결렬시키지 않고 일단 합의서를 작성하되, 이의신청 기간 중에는 그 합의 내용의 최종적인 수용 여부에 대한 이의신청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신뢰와 기대를 가지고 합의에 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때 그 합의서 내용 중 그 결정에 대하여 이의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이의신청권을 부정하는 취지의 기재가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조정절차를 주관한 법원이 서로 모순되는 이의신청권 유보에 관한 기재를 삭제하거나 그 기재가 효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한 바 없는 이상 당사자가 그 이의신청권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아니된다. 조정이 성립되지 못하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진 사정 및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본래의 취지에 비추어도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이 해석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조정실에 비치된 양식에 따라 작성된 합의서의 주의사항란에 합의내용대로 법원으로부터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당사자에게 송달되며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이의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생깁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당사자는 아래 합의내용대로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그 합의내용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이의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일방이 이의를 신청한 경우, 합의서 작성을 통해 그 즉시 이 사건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에 합의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의 내용에 잠정적으로 합의하되,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에 대한 고지된 이의신청 기간 내에 충분히 숙려하여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최종적으로 수용할 것인지에 관한 이의신청권을 당사자에게 유보해 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하였더라도 이 사건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안이다.

 

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른 실시협약 및 그에 기한 법률행위의 해석(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다270121 판결)[=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른 실시협약의 성격 (= 공법상 계약) ]

 

실시협약에 의한 민간투자사업의 시행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간투자법이라 한다) 및 관련 법률에 정한 일정한 절차 등 규정을 따라야 하고,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자 지정 시 인정된 사업 외의 사업은 수행할 수 없으며, 관리운영권의 처분 시나 출자자 변경 시 주무관청의 사전승인이 요구되는 등 제한 또는 수정사항이 존재한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하 국가 등이라 한다)이 실시협약에 의하여 각기 취득하는 권리의무는 사법상 대등한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되는 계약에 의하여 계약당사자가 취득하는 권리의무와는 내용 및 성질을 달리한다.

실시협약에 의한 사업시행은 민간투자법 및 관련 법률에 정한 일정한 절차 등을 따라야 한다. 국가 등은 협상대상자와 총사업비, 사용기간 등 사업시행의 조건 등이 포함된 실시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업시행자를 지정하게 된다(민간투자법 제13). 사업시행자는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해당 사업의 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받은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같다(민간투자법 제15조 제1항 본문).

따라서 민간투자법에 따른 실시협약 및 그에 기한 법률행위의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민간투자법 및 관련 법률의 규정 내용과 실시협약에서 정한 해석원칙에 벗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다. 처분문서인 동업계약서에 의하여 이루어진, 주주총회에 의한 사내이사 해임이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 동업계약에 일정 기간 근속하도록 정하고 그 전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주식 중 일정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하도록 하는 이 사건 근속조항을 두었는데, 주주총회에서 피고들에 대한 이사 해임을 결의하자 대표이사인 원고가 위 근속조항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액면가에 따른 주식양도를 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이 사건 근속조항이 적용되는지(적극) 및 원고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피고들의 해임을 주도하여 민법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조건성취를 주장할 수 없는지(소극)(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53430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동업계약에 일정 기간 근속하도록 정하고 그 전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주식 중 일정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하도록 하는 이 사건 근속조항을 두었는데, 주주총회에서 피고들에 대한 이사 해임을 결의하자 대표이사인 원고가 위 근속조항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액면가에 따른 주식양도를 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이 사건 근속조항이 적용되는지(적극),  원고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피고들의 해임을 주도하여 민법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조건성취를 주장할 수 없는지(소극) 여부이다.

 

 이 사건 근속조항은 가.항에서는 동업자의 자의적인 퇴사, .항에서는 동업자의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를 규정하여 동업자의 퇴사를 2가지로 구분하고 있고 각 항목은 서로 배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건 근속조항과 달리 이 사건 동업계약 제7조 나.항은 동업자의 의무위반과 귀책사유의 존재를 동업계약 해지와 권리 포기의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그 반대해석상 이 사건 근속조항 다.항에서 정한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에는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퇴사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150조 제2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2757 판결 참조),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 참조).

 

 동업계약에 일정 기간 근속하도록 정하고 그 전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주식 중 일정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하도록 하는 근속조항을 두었는데, 주주총회에서 피고들에 대한 이사 해임을 결의하자 대표이사인 원고가 위 근속조항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액면가에 따른 주식양도를 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위 근속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한편,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양도받게 될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의결권 행사에도 제한이 있어 피고들의 해임이라는 조건 성취로 원고가 이익을 얻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들의 해임은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는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로 보이고 원고가 독단적으로 피고들을 해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민법 제150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이다.

 

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처분문서를 해석하는 방법 /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이후,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보유한 다른 채권자에 대해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의 일부를 대위변제하면서 근저당권 실행시 회수금 충당순서에 관한 약정을 맺은 경우 그 약정 해석의 방법(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21429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이후,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보유한 다른 채권자에 대해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의 일부를 대위변제하면서 근저당권 실행시 회수금 충당순서에 관한 약정을 맺은 경우 그 약정 해석의 방법이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19776, 19783 판결 등 참조).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해석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서에 나타난 연체이자라는 문언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회수금 충당순서에 관한 약정은,  약정 당시 이미 채무자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있었던 점,  약정 당사자들은 모두 기업 회생절차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자로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계획이 인가되거나 회생절차가 폐지되는 두 가지 경우만이 가능하고, 만일 회생계획이 인가된다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함) 252조 제1항에 따라 채무자에 대한 채권 내용이 실체적으로 변경됨을 잘 알고 있는 점,  채권자들이 채무자에 대한 권리 행사와는 상관없이 채권자들 사이에서만 회생계획에 따라 변경되기 전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약정은 사적 자치의 원칙, 특히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만, 채권자들 사이에서 그러한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채무자회생법 제252조 제1항에서 정한 권리변경 효력을 배제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게 표시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 당사자들이 이 사건 약정을 한 동기와 경위, 약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들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채무자에 대한 회생계획이 인가된 이상 회생계획 내용을 반영하여 이 사건 약정의 연체이자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라.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자동연장조항이 있다면 취업규칙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고 근로자가 직무상 역량이 부족하였더라도 계약기간은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본 사례(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다27995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계약내용을 기재한 처분문서의 해석 방법이다.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29130 판결 등 참조). 특히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와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46531 판결 등 참조).

 

 원고(근로자)와 피고(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서에는 기간을 1년으로 하되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이하 이 사건 조항’)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위 계약기간 도중 피고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되었으며, 계약기간 만료 후에 근로계약이 자동 연장(갱신)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해고된 때부터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상당액 지급 등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부당해고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이 사건 조항은 원고가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적용되는 규정인데 원고가 그러한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위 근로계약이 자동 갱신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 중 계약기간 만료일 이후의 기간에 대한 부분은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위 법리 및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항을 그 문언의 의미와 다르게 축소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마.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에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다298409 판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으로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법 해석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갑이 국가와 체결한 국유임산물 매각계약의 계약조건에서 소관 관서의 장은 매수자가 산림관계법령 또는 계약사항을 위반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때 계약보증금, 기납된 대금 및 매각임산물은 국고에 귀속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국가가 갑이 계약에서 정한 기한 내 반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매각대금 등을 국고에 귀속하자 갑이 국가를 상대로 미반출산물에 상당하는 매각대금 등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위 국유임산물 매각계약은 갑과 국가가 사경제 주체로서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한 사법상 계약으로서 계약조건의 매각대금 국고귀속 조항은 문언 그대로 갑이 계약사항을 위반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계약조건이나 관련 법령의 내용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매수인의 기한 내 반출의무 위반으로 인해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에는 손상 또는 부패되었거나 손상 또는 부패할 우려가 있는 국유임산물이 아닌 한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그와 같이 해석하여야 할 객관적인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조건과 기한이 붙은 법률행위<조건부 법률행위, 기한부 법률행위, 기한의 이익, 기한이익의 상실>】《조건 불확정 기한의 구별, 정지조건과 해제조건, 불법조건, 조건과 친하지 않은 법률행위,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조건부 법률행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51-262 참조]

 

. 의의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고, 법률행위에서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 그 자체이다.

 

 특정 법률행위에 관하여 어떠한 사실이 그 효과의사의 내용을 이루는 조건이 되는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말미암아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지는 모두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는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하고,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는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52087 판결,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6234043 판결 등).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의 표시는 그 방법에 관하여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나 묵시적 약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하려면,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221368 판결(정산합의가 해제조건부 법률행위라고 인정한 사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202821 판결( 이 빌라 분양을 이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으로 분양계약기간 완료 후 미분양 물건은 이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위 특약사항은 인수하는 조건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그 자체만으로 당사자가 조건을 붙여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계약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지 아니한 점, 오히려 인수하는 조건이라는 문언은 미분양 세대의 인수에 따라 계약의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의사라기보다는 단순히 이를 계약의 내용 중 하나로 정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볼 소지가 큰 점, 위 특약사항을 둔 이유가 분양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미분양 세대가 있는 경우 이 이를 인수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함이지 이 미분양 세대를 인수하지 아니할 경우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수수료 전부를 포기하게 할 의사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빌라분양을 전부 완료하지 못한 채 계약이 중단된 경우에도 이 이미 분양하거나 인수한 세대만큼 에 이익이 된다면, 신의칙에 비추어 에게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점을 종합하면, 위 특약사항은 이 분양계약기간 만료 후 미분양 세대를 인수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계약의 내용을 정한 것에 불과하고, 계약의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조건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조건 불확정 기한의 구별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립 여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 반면 장래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실현되는 시기가 비록 확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기한으로 보아야 한다.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서 이를 결정해야 한다.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24215 판결 : 원심이, 정리회사 동아건설 주식회사의 관리인 소외 1이 원고에 대하여 2000. 12. 4.부터 2000. 12. 8.까지 희망퇴직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회사정리계획 인가결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평균임금 3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표시는 회사정리계획인가를 조건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불확정한 사실의 도래를 변제기로 정한 것이고, 따라서 회사정리절차가 폐지되어 정리계획인가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 그 때에 기한이 도래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옳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89036 판결 : 아파트 신축·분양 사업의 분양수입금 인출배분에 관하여 공사도급변경약정에서 시행사의 선투입비 및 일반관리비 채권을 2순위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위 선투입비는 아파트 분양 실계약률에 따라 계약률 50% 45억 원, 최초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계약률 75% 35억 원, 12개월 이내에 계약률 95% 10억 원을 각각 지급하기로 한 사안에서,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선투입비는 위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시행사가 위험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시행사의 선투입비 채권은 일정 기간 내에 일정 분양률이 충족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최대 90억 원까지 2순위로 지급받기로 약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부관이 화해계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201702 판결 :   주식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회사는 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소송 계속 중   회사가,   회사의 채무자인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받고,  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하면서 모든 합의사항의 이행은 이 제3채무자들로부터 위 금액을 모두 지급받은 후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  회사 등으로부터 위 금액을 모두 지급받는다는 사실이 발생해야 나머지 청구 포기와 부제소 특약이 포함된 합의서의 이행의무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위 돈을 지급받는다는 것은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로서 조건으로 볼 여지가 있고,   회사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제받을 것이 확실시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포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도 위 합의는 정지조건부 합의로 볼 여지가 크며, 위 합의가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달리 볼 이유가 없는데도, 위 합의를 에게 부과된 이행의무의 기한을 정한 것으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따라서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다카10579 판결은, 임차인(원고)과 임대인(피고)이 점포의 임대차계약을 합의해제하면서 그 계약금 등에 관하여 그 점포가 타에 분양되거나 임대된 때에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임대인이 이를 제3자에게 무상대여하고 1 5개월이나 그대로 지나간 사안에서, “당사자가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한으로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의사는 확실하고, 다만 그 이행기한만 불확실한 경우이다).

 

나아가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16643 판결,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205127 판결 :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받은 4 5천만 원을 소외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위 4 5천만 원을 지급하는 시기에 관해서 ‘2005. 5. 31. 받기로 한 시흥시 △△동에 있는 주상복합공사와 관련하여 □□□로부터 받을 금액이 영수되면’(1 부관) 영수금액의 1/3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사업 재기시’(2 부관) 지급할 것을 약속한 사안에서, 2 부관은 피고가 사업을 재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까지나 돈을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재기가 확정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지났는데도 피고의 사업 재기가 없었다면 그때 비로소 나머지 대금에 대한 변제기가 도래한다는 뜻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

 

. 조건의 종류

 

 정지조건과 해제조건

 

 불법조건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 때에는 그 조건은 물론 법률행위자체도 무효가 된다(151조 제1). 예컨대 갑이 을에게 부첩관계의 종료를 해제조건으로 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을 증여한 경우 위 해제조건은 부첩관계의 종료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증여계약 자체도 무효가 된다(대법원 1966. 6. 21. 선고 66530 판결).

 

한편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

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임금지급약정에 붙은 부관이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면 그 부관만 무효이고, 나머지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293098 판결 :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무효이고, 나머지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

 

. 조건과 친하지 않은 법률행위

 

조건을 붙일 수 없는 법률행위에 조건을 붙이면 법률행위 전체가 무효로 된다(대법원 2005. 11. 8.  2005541 결정). 당사자가 특별히 조건을 붙인 이유는 그 조건이 없으면 본체인 법률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단독행위

 

단독행위에는 원칙적으로 조건을 붙이지 못하나(상계, 취소 등),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상대방에게 이익만 주는 경우  상대방이 결정할 수 있는 사실을 조건으로 한 경우(예컨대 이행지체에 빠진 상대방에게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면서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한다는 정지조건부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1508 판결)에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신분행위

 

 어음 및 수표행위

 

.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

 

 주장·증명책임

 

예컨대 원고가 피고에게 증여를 원인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때 피고가 항변으로 위 증여계약에 정지조건이 붙어 있음을 주장·증명하면 원고가 재항변으로 그 정지조건의 성취를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에 관한 사례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한 경우 이는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재산분할협의라 할 것인바, 그 후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산분할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33458 판결 등).

 

 약혼 예물의 수수는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라 할 것인바, 약혼 예물을 수수한 후 혼인이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예물을 수령한 사람이 혼인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한 경우에는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이라는 해제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65506 판결).

그러나 일단 혼인이 성립하고 그 혼인이 상당 기간 지속된 이상 가사 예물을 수령한 사람의 책임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미 혼인이 성립한 이상 약혼 예물 증여는 확정적으로 유효하므로 예물 수령자가 예물의 소유권을 갖는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65506 판결).

 

.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에 의한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150조 제1).

이는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

 

 판례는 상대방이 하도급받은 부분에 대한 공사를 완공하여 준공필증을 제출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하거나 위 채무를 보증한 사람은 위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들이 위 공사에 필요한 시설을 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사장에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위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머지 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하였다면, 그것이 고의에 의한 경우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상대방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 공사대금채무자 및 보증인에 대하여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42356 판결). 이 경우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의제되는 시점은 이러한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으리라고 추산되는 시점이다.

 

 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제150조 제1항이 방해행위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유추적용되는 경우에도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제150조는 사실관계의 진행이 달라졌더라면 발생하리라고 희망했던 결과를 의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조항을 유추적용할 때에도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150조 제2).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253430 판결).

 

 예컨대 약혼 예물을 교부한 사람의 책임에 의하여 혼인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 그는 혼인의 불성립이라는 해제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주장하여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 효력

 

 조건이 성취된 경우

 

정지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147조 제1). 해제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147조 제2). 당사자가 조건 성취의 효력을 그 성취 전에 소급하게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급효가 있으나(147조 제3), 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조건이 성취되기 전

 

 조건부 권리의 처분 등 : 조건의 성취가 미정한 권리의무는 일반 규정에 의하여 처분, 상속, 보존 또는 담보로 할 수 있다(149).

 

 조건부 권리의 침해 금지

 

조건 있는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조건의 성부가 미정한 동안에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148).

 

 손해배상청구권

 

당사자 일방이 조건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였고, 그 뒤에 조건이 성취되면, 상대방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 성질이 채무불이행(조건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신의칙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의한 것인지 불법행위(조건부 권리의 침해)인지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다.

 

 이른바 중간처분 무효의 법리

 

예컨대 해제조건부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는데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수증자가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매매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처럼, 조건부 권리를 침해하는 처분행위의 효력은 어떠할까.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는 유효하겠지만, 나중에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해제조건부 증여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그 해제조건이 성취되면 그 소유권은 증여자에게 복귀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당사자 간에 별단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그 조건 성취의 효과는 소급하지 아니하나, 조건 성취 전에 수증자가 한 처분행위는 조건 성취의 효과를 제한하는 한도 내에서는 무효라고 할 것이고, 다만 그 조건이 등기(부동산등기법 제54조에서 말하는 권리소멸약정의 등기를 말한다)되어 있지 않는 한 그 처분행위로 인하여 권리를 취득한 제3자에게 위 무효를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25584 판결).

 

아. ‘특약사항’ ‘부관’으로 해석하지 않은 사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다20282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 방법 및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는 외부에 표시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이다.

 

 법률행위의 해석에 있어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한편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고, 법률행위에서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 그 자체이다.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는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하고,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는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외부에 표시되었다고 인정하려면,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

 

 갑과 을이 빌라 분양을 갑이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으로 분양계약기간 완료 후 미분양 물건은 갑이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위 특약사항은 인수하는 조건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그 자체만으로 당사자가 조건을 붙여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계약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지 아니한 점, 오히려 인수하는 조건이라는 문언은 미분양 세대의 인수에 따라 계약의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의사라기보다는 단순히 이를 계약의 내용 중 하나로 정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볼 소지가 큰 점, 위 특약사항을 둔 이유가 분양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미분양 세대가 있는 경우 갑이 이를 인수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함이지 갑이 미분양 세대를 인수하지 아니할 경우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수수료 전부를 포기하게 할 의사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갑이 빌라 분양을 전부 완료하지 못한 채 계약이 중단된 경우에도 갑이 이미 분양하거나 인수한 세대만큼 을에 이익이 된다면, 신의칙에 비추어 갑에게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점을 종합하면, 위 특약사항은 갑이 분양계약기간 만료 후 미분양 세대를 인수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계약의 내용을 정한 것에 불과하고, 계약의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조건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기한부 법률행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51-262 참조]

 

. 의의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은 확정되어 있는데, 다만 그 시기에 관하여 기한을

붙인 경우를 말한다.

한편, ‘법률행위 부관으로서 기한 채무의 이행에 붙은 기한은 개념상 구별되어야

한다. 시기부 법률행위에서는 아직 채권이 발생하지 않은 것임에 비하여, 채무의 이행에 기한이 붙은 법률행위에서는 이미 채권은 발생하였으나 그 이행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이다.

 

. 기한의 이익

 

 의의

 

기한의 이익이란 기한이 존재하는 것, 즉 기한이 도래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가 받는 이익을 말한다. 그런데 민법상 기한의 이익은 법률행위 부관으로서의 기한이 아닌 채무의 이행기한과 관련되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153, 388조 참조), 기한의 이익은 채무의 이행기한이 도래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가 받는 이익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기한의 이익을 갖는 자

 

 구체적 사정에 따른 판단

 

 기한의 이익을 갖는 당사자는 법률행위의 종류, 당사자의 특약 또는 법률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정하여진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31323 판결 :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고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경우에 이 해약금의 제공이 적법하지 못하였다면 해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 안에 적법한 제공을 한 때에 계약이 해제된다고 볼 것이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였다면, 중도금 등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는 것이므로 매수인은 매도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

 

 예컨대 무상임치의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경우에도 임치인(채권자)에게, 은행의 정기예금의 경우에는 은행(채무자)과 고객(채권자) 쌍방에게 기한의 이익이 인정된다.

 

 153조 제1항에 따른 추정

 

기한의 이익이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지 불분명한 경우에는 채무자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기한의 이익의 포기

 

 의의

 

기한의 이익은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한 이를 포기할 수 있다(153조 제2).

 

 일방적 기한이익의 포기

 

가령 무이자소비대차의 차주, 무상임치인, 매매대금채무를 부담하는 매수인은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기한의 이익을 임의로 포기할 수 있다.

 

 쌍방적 기한이익의 포기

 

기한의 이익이 상대방을 위해서도 존재하는 경우에도 기한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153조 제2, 468). 가령 이자부소비대차의 채무자는 이행기까지의 이자를 지급하여 기한 전에 변제를 할 수 있으며, 은행은 약정기한까지의 이자를 지급하면 예금주에게 정기예금을 일방적으로 반환할 수도 있다.

 

 효과

 

이는 의사표시로서 기한의 이익을 포기함과 동시에 기한이 도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가령 주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그것은 보증인에게 효력이 없다.

 

. 기한의 이익의 상실

 

 의의

 

388조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채무자의 기한의 이익은 상실된다. 이는 제388조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채무자를 더 이상 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까지 채권자가 기한의 도래를 기다려서야 비로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당사자들의 특약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 실무상으로는 법정 기한이익 상실은 거의 문제되지 않고 대부분 약정에 의한 기한이익 상실이 문제되고 있다.

 

 法定 기한이익 상실 사유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 감소, 멸실하게 한 때(1)

 

 채무자 : 물상보증인이나 제3취득자가 이에 포함되는지 문제되나, 채권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그들의 행위에 의하여 채권관계의 기초인 신뢰가 위태롭게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담보 : 이는 채무자의 일반재산이 아닌 물적담보나 인적담보 등의 특별한 담보만을 의미한다.

 

 손상, 감소 또는 멸실 : 이는 담보가치를 저하 또는 소멸시키는 행위 모두를 가리킨다. 그리고 사실행위 뿐만 아니라 법률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가령 채무자가 이미 양도담보의 목적이 된 채권을 다시 제3자에게 양도하고 뒤의 양도에 관하여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를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채권자(양수인)는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이미 채무자(양도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목적인 채권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상, 감소 또는 멸실에 의하여 구체적인 피담보채권의 담보에 부족이 생길 필요는 없다. 그러한 행위가 있다는 것만으로 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위태롭게 되었기 때문이다.

 

 귀책사유 : 통설은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필요 없다고 하나, 채무자의 귀책 없이도 채무자에게 기한이익의 상실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이러한 경우에는 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위태롭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필요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채무자가 담보 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2)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5)

 

 기한이익 상실 약정

 

 의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장래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기로 하는 약정이다. 388조는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히 허용된다. 다만 이는 채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제10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1 2,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10, 13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

은행 여신거래기본약관 제7조 제1항 제1호가 제 예치금 기타 은행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가압류·압류명령이나 체납처분 압류통지가 발송된 때라고 하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이 약관 규정이 가압류압류명령이나 체납처분 압류통지가 은행에게 도달된 때가 아니라 발송된 때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가압류명령 등이 은행에 송달되기 전에 자동채권(대출금채권 등)의 변제기를 도래시켜 상계적상의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상계를 가능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채무자도 가압류나 압류명령 등이 발송된 사실을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한이익이 상실되게 되어 지체책임을 지게 되는 등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례는 이러한 약관규정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나, 그 타당성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

 

 종류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 약정 :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곧바로 채무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는 약정이다(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제7조 제1: 예금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명령이 발송된 때에는, 채무자는 은행으로부터 독촉·통지 등이 없어도 당연히 은행에 대한 모든 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며 곧 이를 이행할 의무를 지기로 한다).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 약정 :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곧바로 채무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기한이익 상실의 의사표시를 해야만 채무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는 약정이다(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제7조 제2 : 채무자의 일반재산이 가압류된 때에는, 채무자는 은행의 청구에 의하여 은행에 대한 모든 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며 곧 이를 이행할 의무를 지기로 한다).

 

 구별 기준 :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위의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채권자를 위하여 둔 것인 점에 비추어 명백히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28340 판결 : 돌이켜 이 사건 기한이익 상실 약정을 보면,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약정한 이행의무를 한번이라도 지체하였을 때 기한의 이익을 잃고 즉시 채무금 전액을 완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약정의 내용은 당사자 사이에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을 한 것일 뿐 나아가 피고의 의사표시가 없이도 당연히 기한이익이 상실된다는 약정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약정의 문언만으로 이 사건 기한이익 상실약정을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수는 없고, 달리 기록상 그와 같이 볼만한 뚜렷한 자료도 없는 이상 이 사건 기한이익 상실약정은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보아야 한다.).

 

. 기한이익 상실의 효과

 

 法定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한 경우

 

 기한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한다.”

 

 법정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곧바로 기한의 도래가 의제되지는 않고, 채권자는 바로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질 뿐이다. 따라서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하기 전에는 채무자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행지체에 빠지지도 않는다.

다만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파산선고와 동시에 변제기가 도래한다.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하면 채무자는 이제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의 경우에 채권이 성립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과의 균형상 법정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실되는 기한이익의 범위

 

 물적 범위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한 채무에 한정된다.

 

 인적 범위 원칙적으로 제3자의 법적인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주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경우 물상보증인이나 보증인이 기한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저당물보충청구권과의 관계

 

저당물보충청구권을 행사하여 실제로 저당물의 보충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채권자는

이제 기한이익의 상실을 주장하지 못한다.

 

 기한이익 상실 약정이 있는 경우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 약정

 

채권자의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바로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케 하는 이른바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을 하였을 경우에는 그 특약에 정한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함과 동시에 기한의 이익을 상실케 하는 채권자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이행기 도래의 효과가 발생하고, 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때부터 이행지체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915184 판결).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 약정

 

이른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특약은 채권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전액을 일시에 청구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할부변제를 청구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회의 불이행이 있더라도 각 할부금에 대해 그 각 변제기의 도래시마다 그때부터 순차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채권자가 특히 잔존 채무 전액의 변제를 구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하여 전액에 대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28340 판결 등).

 

4. 조건불성취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 박재억 P.45-78 참조]

 

. 법률행위의 조건

 

 조건의 의의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 조건은 법률행위의 성립에 관한 것이 아니고 그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에 관한 것이다. 법률행위는 확정적으로 성립하여 있고 다만 그 효력이 불확정함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경우에 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정하여진다. 이러한 조건이 붙은 법률행위를 조건부 법률행위라고 한다.

 

 조건의 성질

 

 표시성 : 조건은 법률행위에 있어서의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므로 의사표시 그 자체이고, 조건부 법률행위라 할 때의 조건이 그것이다. 일단 무조건의 법률행위를 한 후에 그 행위의 효력을 조건부로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그것이 전체로서 1개의 조건부 법률행위로 되는 것은 아니다. 조건의사가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지 아니하면 이는 법률행위의 동기에 지나지 아니하고(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10797 판결), 이와 같이 표시되지 아니한 동기는 법률행위의 효력에서 독립하여 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의사표시의 일반원칙에 따라 조건의사와 그것의 표시를 요구한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30349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46210 판결).

 

 불확실성 : 조건은 장래의 실현이 불확실한 사실을 내용으로 하고, 이는 기한과 구별된다. 장래 실현이 불확실한 사실 그 자체를 조건이라고도 하는데(조건의 성취에서의 조건’), 의사표시로서의 조건과 구별하기 위하여 조건사실이라고 한다.

 

 장래성 : 조건은 장래의 사실을 전제로 한다. 과거의 사실은 객관적으로 기정의 사실이므로 당사자가 주관적으로 모르고 있더라도 조건사실이 될 수 없다.

 

 정지조건과 해제조건

 

 의의 : 정지조건은 당사자의 조건의사에 따라 법률행위의 효력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조건이고, 해제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소멸을 이에 의존케하는 조건이다.

 

 구별기준 :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은 이론상 구분되나 실제에 있어 외형상 이를 확연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당사자의 조건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일단 법률행위의 효력을 발생케 하고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취에 의하여 그 효력을 소멸케 하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이면 해제조건, 그렇지 아니하면 정지조건이라 해석하여야 한다. 당사자의 조건의사가 그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판단하 기 어려운 경우에는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하여 정지조건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판례의 태도

 

 법률행위의 해석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90095, 90101 판결

 조건과 조건의사의 표시 :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52087 판결

 조건의사 유무에 대한 판단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6234043 판결

 

다. 선행소송에서 이루어진 정산합의와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인정 요건(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221368 판결)

 

 아파트 신축분양사업을 추진하던 자가 사업부지 매입작업을 하는 자와 사업부지 양도양수와 정산 등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다음에 제3자에게 그 사업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위 양수인으로부터 정산금과 위약금 채권을 양수하여 매입작업을 한 자를 상대로 그 정산금과 위약금을 청구하고, 위 정산금채권을 전부받은 위 분양사업자의 채권자도 승계참가하여 그 전부금을 청구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조건부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다90095, 90101 판결 등 참조).
한편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고, 법률행위에서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 그 자체이다.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는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하고,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는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52087 판결,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6다234043 판결 등 참조).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의 표시는 그 방법에 관하여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나 묵시적 약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하려면,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

 

 피고와 A 주식회사가 토지매입작업과 관련한 정산합의를 하면서 미매입 일부 토지들에 대해서도 특정 금액을 정산기준액으로 정하여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정산합의’를 하였는데, A 주식회사로부터 그 정산금 채권을 양수한 원고가 ‘매입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정산합의가 유효하므로 이들 미매입 토지도 정산금 산정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산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와 A 주식회사는 묵시적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정산합의가 A 주식회사가 이들 토지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것이 확정되거나 그 매매계약 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함을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고,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정산합의가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임을 전제로 그 해제조건의 성취 여부를 심리한 다음 이 사건 정산합의의 무효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정산금 청구 부분을 파기한 사례이다.

 

 해제조건의 표시 여부 : 이 사건 정산합의는 이 사건 약정을 기초로 하여 정산금액을 합의한 것이므로 대상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다. 묵시적으로 표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정산합의는 선행소송에서 매매계약 체결을 전제로 이미 그 효력이 발생하였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가 아니라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이다. 이 사건 정산합의는 A산업개발이 대상 토지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것이 확정되거나 매매계약 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법률행위라고 볼 수 있다.

원심으로서는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인 이 사건 정산합의의 조건성취 여부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야 한다. 기록상 해제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묵시적 의사표시나 묵시적 약정에 의해서도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표시되어 조건부 법률행위가 성립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였다.

 

라. 피고가 보조금을 수령하면 원고에게 월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사안에서 ‘보조금 수령’이라는 부관의 무효 여부(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다293098 판결)

 

 위 판결의 쟁점은, 피고가 보조금을 수령하면 원고에게 월 250만 원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사안에서 보조금 수령이라는 부관의 무효 여부이다.

 

 근로기준법 제43조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고(1),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2).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매월 일정하게 정해진 기일에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 전부를 직접 지급하게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37896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임금지급약정에 붙은 부관이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면 그 부관만 무효이고, 나머지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가 보조금을 수령하면 원고에게 월 250만 원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사안에서, 원심은 보조금 수령이라는 부관은 조건에 해당하고, 그 부관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조건의 성취 여부에 관한 원고의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월 250만 원 임금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해당 부관은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에 해당하는데,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그 불확정기한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으므로,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무효이고, 나머지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