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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중재법, 국제중재, 국내중재>】《중재판정부 구성을 위한 중재인 선정절차에 관한 이의가 중재판정부 판정권한에 관한 이의인지 여부(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다240991, 2017다241000 판..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2. 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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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중재법, 국제중재, 국내중재>】《중재판정부 구성을 위한 중재인 선정절차에 관한 이의가 중재판정부 판정권한에 관한 이의인지 여부(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240991, 201724100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중재는 국제중재인데, 대한상사중재원 사무국은 이 사건 중재를 국내중재로 오인하고 국내중재규칙에 따라 중재인 선정절차를 진행하였다. 이는 중재판정부의 구성 또는 중재절차가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목에 해당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재판정 취소의 사유가 된다.

중재법 제5조는 당사자가 이 법의 임의규정 또는 중재절차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위반한 사실을 알고도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거나, 정하여진 이의제기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중재절차가 진행된 경우에는 그 이의신청권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국제중재규칙 제50조는 이 규칙의 규정, 중재합의, 중재절차에 적용되는 다른 규칙 또는 중재판정부의 지시가 준수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그에 대하여 즉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절차를 계속 진행한 당사자는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반면 중재법 제17조 제2항 전문은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관한 이의는 본안에 관한 답변서를 제출할 때까지 제기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중재제도의 특성상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중재합의와 중재절차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므로, 중재판정부의 구성에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위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관한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중재판정부의 구성이 당사자 간의 합의 등을 위반하여 해당 중재판정부가 당사자로부터 분쟁해결권한을 위탁받은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중재법 제5조나 국제중재규칙 제50조가 아닌 중재법 제17조 제2항 전문 또는 제3항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여야 한다.

이 사건 중재는 국제중재로서, 그 중재합의에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한 취지는 국제중재규칙에 따라 중재인을 선정하여 중재판정부를 구성하고 그 중재판정부의 판정에 따르겠다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내중재규칙에 따라 중재인 선정절차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국내중재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중재인 선정절차에 대하여 원고가 한 이의는 중재법 제17조 제2항 전문에서 규정하는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대한 이의제기에 해당하고, 원고는 중재법 제17조 제2항 전문이 정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므로 이의신청권을 상실하지 않았다.

 

2. 사안의 요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 김윤종 P.281-320 참조]

 

. 당사자의 지위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러시아 교포 2세이고,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A 자산운용회사가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라 설정한 투자신탁의 신탁업자이다.

 

. K 유한책임회사의 대출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약정

 

 러시아 법인인 K 유한책임회사는 2007. 4. 4. 피고와 A 자산운용회사로부터 400억 원을 대출받았고, 같은 날 러시아 법인인 L 회사가 위 대출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다.

 

 L 회사와 피고 및 A 자산운용회사는 2013. 5. 29. L 회사가 위 연대보증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일체의 보증채무를 조정하기 위하여 보증채무조정약정(이하 이 사건 보증채무조정약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원고가 위 보증채무조정약정의 이행을 연대보증하기로 하고 그 구체적인 조건은 피고와 A 자산운용회사 및 원고가 별도로 연대보증약정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2013. 5. 29. 피고 및 A 자산운용회사와 L 회사의 채무이행을 연대보증하기로 하는 연대보증약정(이하 이 사건 연대보증약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준거법에 관하여는 이 사건 연대보증약정은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해석되고 적용되며 이행된다.”라고 정하고, 관할법원에 관하여는 이 사건 연대보증약정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분쟁에 대하여는 대한상사중재원이 전속적인 관할권을 가진다.”라고 정하였다.

 

 원고, L 회사와 피고 및 A 자산운용회사는 2013. 7. 23. 이 사건 보증채무조정약정과 연대보증약정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추가합의(이하 이 사건 추가합의라고 한다)를 하였는데, 준거법과 관할 법원에 관하여는 대한민국법률과 대한상사중재원의 전속적인 관할권을 정하였다(이 사건 연대보증약정과 추가합의에서의 중재합의를 이 사건 중재합의라고 한다).

 

. 이 사건 중재의 진행 및 판정

 

 피고는 2014. 11. 28. 원고를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이 사건 연대보증약정 및 추가합의에 따른 연대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하였다(이하 이 사건 중재라고 한다).

 

 대한상사중재원은 피고의 중재신청서를 접수한 후 2014. 12. 9. 원고에게 중재신청의 접수통지 및 중재절차이행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냈고, 위 공문은 2014. 12. 11. 송달되었다. 공문에는 통지의 수령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판정부 구성에 필요한 중재인 후보자의 선정희망순위를 표시하여 제출하라고 기재되어 있고, 중재인 후보자 명단과 국내중재규칙이 첨부되었다.

 

 원고는 중재대리인을 선임하였고, 원고의 중재대리인은 2014. 12. 26.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인 후보자 명단에 선정 희망순위를 번호로 표시하여 제출하였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원고와 피고가 제출한 중재인 후보자 명단에 따라 중재판정부를 구성하고 제1차 심리기일을 2015. 1. 26.로 통지하였다가, 원고의 신청으로 2015. 2. 9.로 변경하였다.

 

 원고는 2015. 2. 5. 대한상사중재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원고가 러시아인이고 주된 영업소가 러시아에 소재하므로 이 사건 중재에 대해서는 국제중재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국내중재규칙에 따라 중재판정부가 구성된 것은 당사자 사이의 중재합의 및 중재규칙에 반하여 부적법하다는 본안전 항변을 하였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심리를 모두 진행한 후 2015. 7. 14. 이 사건 중재가 국제중재임에도 국내중재규칙에 따라 중재판정부를 구성한 것에는 문제가 있으나, 원고가 국제중재규칙 제50조에 따라 즉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의제기권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고 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중재판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3. 국제중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 김윤종 P.281-320 참조]

 

. 국제중재의 의미

 

해당 중재가 국내중재(domestic or national arbitration)에 해당하는지 국제중재 (international or transnational arbitration)에 해당하는지는 실무상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구별하는 기준은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보통 분쟁의 성격에 따르는 경우와 당사자의 국적이나 주소지에 따르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중재 법에서는 이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대한상사중재원(Korean Commercial Arbitration Board, KCAB) 중재규칙이 당사자들의 주소를 구별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사건 중재의 경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러시아에 영업소를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나, 2009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200일 이상을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중재합의 체결 당시 러시아에 상거소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중재규칙은 영업소의 개념에 당사자의 상거소를 포함하고, 원고가 대한민국 외의 곳에 상거소를 두고 있으므로 이 사건 중재는 국제중재로서 국제중재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 중재판정부의 구성과 그 위반에 따른 중재판정의 취소

 

 중재판정부의 구성절차

 

중재인 및 중재판정부의 의미

 

중재제도의 특성상 중재인(arbitrator)은 중재합의와 중재절차의 가장 핵심적인 요 소라 할 수 있고, 중재인 선정과정은 중재에서 당사자자치 원칙을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절차라 할 수 있다.

중재인이란 중재에 부탁된 분쟁을 자기의 책임하에 최종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자를 말하고, 중재판정부(arbitral tribunal)는 구체적인 분쟁을 심리 하고 중재판정을 내리는 판단의 주체로서 1인 또는 수인의 중재인에 의하여 구성된 중재인단을 의미한다.

중재사건을 수행하는 중재인의 권한은 곧바로 중재합의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그 권한이 국가의 법질서로부터 나오는 법원의 판단과는 크게 다르다. 국제상사중재에서 가장 부각되는 강점이 분쟁해결의 신속성과 중재인의 중립성이라는 점에서 중재인의 선정절차는 이러한 장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고 중재인은 중재에 관련된 당사자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중재판정부의 구성절차

 

중재법에서 중재인의 선정절차는 당사자 합의로 정함을 원칙으로, 당사자 합의가 없는 경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12).

* 12(중재인의 선정) 중재인의 선정절차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정한다.

2항의 합의가 없으면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중재인을 선정한다.

1. 단독중재인에 의한 중재의 경우: 어느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로부터 중재인의 선정을 요구받은 후 30일 이내에 당사자들이 중재인의 선정에 관하여 합의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느 한쪽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법원 또는 그 법원이 지정한 중재기관이 중재인을 선정한다.

2. 3명의 중재인에 의한 중재의 경우: 각 당사자가 1명씩 중재인을 선정하고, 이에 따라 선정된 2명의 중재인들이 합의하여 나머지 1명의 중재인을 선정한다. 이 경우 어느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로부터 중재인의 선정을 요구받은 후 30일 이내에 중재인을 선정하지 아니하거나 선정된 2명의 중재인들이 선정된 후 30일 이내에 나머지 1명의 중재인을 선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느 한쪽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법원 또는 그 법원이 지정한 중재기관이 중재인을 선정한다.

 

중재인의 선정에 관하여 당사자는 국적과 관계없이 선정할 수 있으며, 중재계약에서 중재인의 선정방법과 그 수를 정할 수 있다.

기관중재의 경우 대체로 당사자가 중재인을 직접 선정하지 아니할 때에는 중재사 무국이 중재인을 선정하고 당사자로부터 비용과 수당을 받아 중재인에게 이를 지급 한다. 사무국의 중재인 선정행위는 실질적인 대행일 뿐이고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경 우에도 중재인과 당사자 사이에 중재인 선정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절차

 

국제중재절차

 

구 국제중재규칙(2016. 6. 1.자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국제중재에 있어서 중재인 선정절차는 아래와 같다. 먼저 당사자들이 ‘3인 중재인의 심리로 합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독 중재인 심리를 원칙으로 하되, 중재원 사무국에서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3인 중재인에 의한 심리로 결정할 수 있다(11). 이러한 경우 당사자들은 사무국으로부터 중재인 수에 관한 결정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각각 1인의 중재인을 선정하고, 선정된 2인의 중재인이 합의하여 중재판정부의 의장중재인을 선정하게 된다(12조 제1). , 국제중재절차에서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에 의해 선정된 단독중재인이 판정을 하고, 당사자들이 요청하는 경우 사무국이 중재인들의 명단을 제공할 수 있으며, 당사자들이 중재인을 선정할 수 없거나 선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무국이 대신 선정하게 된다.

 

국내중재절차

 

구 국내중재규칙(2016. 6. 1.자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사무국은 중재합의 에서 중재인의 수를 정하지 아니한 경우 그 재량으로 중재인의 수를 1인 내지 3인으로 정한 다음, 중재인명부 중에서 한국인 중재인 후보자 수인을 선택하고 그 명단을 양 당사자에게 송부한다(21조 제1).

각 당사자는 후보자명단에 의장중재인과 중재인을 각각 구별하여 선정의 희망순위를 표시하기 위한 번호를 붙여서 위 명단의 수령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회신을 하고, 지명된 후보자의 순위에 따라 중재인의 취임수락서를 받는 방법으로 중재판정부를 구성하게 된다(21조 제2).

 

국제중재절차는 당사자들에 의해 선정된 단독중재인이 판정을 하고, 당사자들이 요청하는 경우 사무국이 중재인들의 명단을 제공할 수 있으며, 당사자들이 중재인을 선정할 수 없거나 선정하지 않는 경우에 사무국이 대신 선정한다는 점에서 국내중재절차와 그 진행과정이 상이함을 알 수 있다.

 

 중재판정부의 구성 또는 중재절차의 위반에 따른 중재판정의 취소

 

중재판정은 법정의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발생하나 (중재법 제35), 중재절차의 기본적인 요건을 결여하여서 중재법 제36조 제2항에 열거된 취소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사자가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중재법 제36조 제1).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목은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중재법의 강행규정에 반하지 아니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그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 중재법에 따르지 않은 하자가 있을 경우 중재판정 취소사유를 인정한다. 여기서 중재절차란 중재인 앞에서의 절차뿐만 아니라 중재인이나 중재기관의 선정까지도 포함하여 중재의 신청으로부터 중재판정까지의 모든 절차를 의미한다.

이 사건 중재합의에는 당사자 사이에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중재법의 임의규정이 보충적인 절차법이 되므로, 중재절차가 그 임의규정에 위반한 것이 취소사유가 될 것이다.

 

 판례의 태도

 

판례는 당사자 사이에 이유의 기재를 요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없는데도 중재판정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 중재판정의 취소사유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73918 판결).

판례는 심문기일에서 중재인 3인 중 2인만으로 중재판정을 한 경우에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중재판정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117146(본소), 9117153(반소) 판결].

 

4. 중재절차에 대한 이의신청권과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관한 이의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 김윤종 P.281-320 참조]

 

. 중재절차에 대한 이의신청권 및 그 상실(중재법 제5)

 

중재법 제5조는 임의규정이나 중재절차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위반한 경우 당사자가 그 위반 사실을 알고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의신청권한을 상실(포기)하는 것으로 보고 이후의 단계에서 그 하자를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재법은 이의신청권 상실과 관련하여, 당사자가 위반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의를 제기하여야 할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여야 하고, 이의제기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이의신청권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국제중재규칙에서도 유사한 규정을 갖고 있다.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사유의 대부분은 실체적 판단이 아니라 중재의 절차적 하자에 관한 것인데, 당사자가 절차적 위반에 대하여 적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나중에 불복절차에서 그러한 사유를 주장할 수 없다.

 

. 이의신청권 상실의 판단 기준

 

 요건

 

중재법 제5조에 규정된 이의제기권의 상실은 이의제기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 상충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당사자가 중재절차상의 하자에 관하여 이의신청권을 상실하려면, 그러한 중재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knowledge)하고, 나아가 그러한 하자 있는 중재절차를 승인(consent) 또는 의도(intention)하는 것이 필요하다.

, 당사자가 중재절차에 있어 위반사실을 알았다고 하여 바로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당사자가 그 위반사실에 대하여 의도적이든 묵시적이든 이를 승인 내지 추인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당사자가 중재절차의 위반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그 후의 중재절차에 참여하는 경우 이를 당사자 사이에 위반 사유가 있는 방법에 따르기로 하는 묵시적인 새로운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판단 기준

 

중재절차에서 절차상 하자를 알고도 적시에 이의제기가 없으면 이의신청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의제되므로, 시간적 요소가 매우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당사자가 절차상 하자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음에도 중재판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중재판정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당사자가 이의신청권을 포기하였는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것이 금반언의 원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판례의 태도

 

판례 중에는 중재인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문제되었으나 중재인에 대한 기피신청 이나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중재절차를 진행한 사안에서, 당사자가 중재인에게 공 정성과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유가 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중재판정의 취소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21995 판결).

한편 중재인 선정절차가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위반하였는데 당사자들이 이를 알면서도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관하여 진술한 경우에 이의신청권의 포기로 본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29264 판결).

다만 위 두 판결은 구 중재법(1999. 12. 31. 법률 제6083호로 전면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판단한 것인데, 구 중재법에는 이의신청권 상실규정이나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대한 규정이 없었고, 중재판정 취소의 소(13)에 관하여만 규정되어 있었다.

 

.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대한 불복절차

 

 중재법은 권한판단 권한의 원칙 즉, 중재판정부가 자신의 권한 및 이와 관련하여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대한 이의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17조 제1).

이는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무효인 경우 또는 사건이 중재합의의 범위 밖에 있는 경우에 중재판정부에게 판정권한이 없지만 중재판정부로 하여금 이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대한 이의제출 시기(중재법 제17조 제2)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을 부인하는 이의제기는 피신청인의 답변서가 제출되기 이 전에 제기되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는 당사자에 대하여 자신이 중재인을 선정하였거나 또는 그 선정에 참여하였다는 사실로 인하여 그러한 이의제기 하는 것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이의제기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라도 그 지연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때에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17조 제4). 이는 무경험한 당사자들이 중재절차의 초기단계에 중재인의 권한 흠결이나 권한 유월을 모를 수 있고 중재판정부의 권한의 준거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간적 제한을 완화한다는 취지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기한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중재절차의 나머지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중재판정 취소절차나 강제집행절차에서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관한 이의 중 중재합의의 경우

 

2016년 개정된 중재법은 신청인이 청구서면에서 중재합의의 존재를 주장하고 피 신청인이 반박서면에서 이를 다투지 아니하면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므로(8조 제3항 제3), 이 경우 반박 서면의 제출시점까지를 이의제기 시 점으로 보게 될 것이다. 판례는 개정 전 중재법 아래에서 선택적 중재조항이 문제된 사안의 경우 당사자 일방이 신청한 중재절차에 별다른 이의 없이 임할 때에는 해당 중재조항은 중재합의로서의 확정적인 효력을 갖게 된다고 보았다(법원 1990. 2. 13 선고 88다카23735 판결,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12452 판결).

 

 당사자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의제기 시기를 도과한 경우

 

당사자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의제기를 해태한 경우 그 후의 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차단효(preclusive effect)]. 그러나 중재가능성의 결여나 공서위반의 경우와 같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사항에는 이의제기 시점과 상관없이 이의를 판단할 수 있다.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관한 이의절차

 

중재판정부의 권한심사권 행사

 

중재재판부는 피신청인의 관할항변이 있거나 직권(ex officio)으로 중재합의에 대 하여 심사할 수 있고, 피신청인의 이의가 있는 경우 선결문제로 결정하거나 본안에 서 중재판정과 함께 판단할 수 있다(17조 제5). 그러나 중재판정부의 권한심사 권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아래와 같은 제한과 견제가 가능하다.

 

법원의 재심사(중재법 제176)

 

중재판정부가 중재판정 권한을 인정한 경우 그 결정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원에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대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데(17조 제6), 이는 전면적인 재심사(de novo review)이다.

법원의 권한심사에 대하여는 항고할 수 없는데(17조 제8),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중재판정 취소소송이나 집행판결 청구소송에서 권한 존부를 문제삼을 경우 법원이 위 재심사에 구속되지는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중재판정 취소의 소 제기(36) 또는 집행단계에서의 심사(37조 이하)

 

중재판정부가 중재판정 권한을 선결문제로 먼저 판단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관한 심리에 나아간 후 중재판정에서 중재관할을 인정한 경우 중재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은 당사자는 유효한 중재합의가 없음을 주장하면서 이를 이유로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또는 유리한 중재판정을 받은 당사자가 중재판정 집 행판결을 구할 때 집행거부사유로도 주장할 수 있다.

중재판정부가 선결문제로 판정권한을 인정한 경우에 당사자가 법원에 심사를 구하지 아니하고 중재판정 이후에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거나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가 문제 되는데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인정된다고 본다. 이 경우에 중재지국 또는 집행국 법원도 전면적인 재심사권한을 갖게 된다.

 

. 중재판정부의 구성이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속한 문제인지 여부

 

 문제점 제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중재인 선정절차에서 당사자의 합의 또는 임의규정을 위반한 것이 문제 되는데, 이와 같이 중재판정부의 적절한 구성도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우리나라 중재법에서 중재판정부 구성이 중재판정부 판정권한에 속하는지 여부에관하여 긍정설과 부정설, 절충설의 견해대립이 있다.

 

 소결

 

이 사건 중재합의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이 전속관할권을 갖는다라고만 정하고, 이 사건 중재가 국제중재인지 국내중재인지 및 중재인 선정방법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정함이 없다. 이 사건 중재합의의 내용으로 포섭되는 국제중재규칙의 해석에 따르면 이 사건 중재는 국제중재로서 국제중재규칙에 따라 중재판정부를 구성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한상사중재원 사무국에서는 국내중재규칙에 따라 중재인 선정절차를 진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중재에서 중재판정부 구성과 관련하여 위반된 사항은 중재인을 선정하는 절차와 방식이 된다.

대상판결은 중재제도의 특수성상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중재합의와 중재절차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그 구성에 당사자 합의나 이를 대신하는 임의규정을 위반하여 중재판정부가 당사자로부터 분쟁해결 권한을 위탁받은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중재법 제5조가 아니라 중재판정부의 판정권한에 관한 제17조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중재인 선정절차를 통하여 구성되고 이와 같은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중재제도의 특성을 구분짓는 본질적인 부분 중 하나이므로, 이에 대한 위반사항은 그 경중을 불문하고 단순한 절차상의 하자로 보아서는 안 되고, 중재판정부의 본질적인 권한 문제로 접근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