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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완성의 효과, 소멸시효이익의 포기, 소멸시효의 남용】《절대적 소멸설, 시효원용권자》〔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2. 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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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완성의 효과, 소멸시효이익의 포기, 소멸시효의 남용, 소멸시효의 기산점】《절대적 소멸설, 시효원용권자》〔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364-389 참조]

 

. 서설

 

민법은 제162조 이하에서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제167조에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밖에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제369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이 시효의 완성 기타 사유로 인하여 소멸한 때에는 저당권도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766조 제1항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라는 제목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부칙 제8조 제1항 역시 본법 시행 당시에 구법의 규정에 의한 시효기간을 경과한 권리는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취득 또는 소멸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는 소멸시효가 완성하면 권리 그 자체가 소멸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167조가 규정한 소멸시효의 소급효도 소멸시효 완성에 의하여 권리가 소멸한다고 하지 않으면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소멸시효가 완성하면 권리가 곧바로 소멸하는 것인지(절대적 소멸설) 아니면 권리의 소멸로 인하여 이익을 얻는 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할 경우에 비로소 그 권리가 소멸하는 것인지(상대적 소멸설) 하는 것이다.

 

.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견해의 대립

 

여기에는 절대적 소멸설(소멸시효가 완성하면 곧바로 권리가 소멸한다는 견해)상대적 소멸설(소멸시효가 완성하더라도 곧바로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시효원용권자가 이를 원용하는 경우에 비로소 권리가 소멸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판례의 태도

 

판례는 기본적으로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에 따르고 있다

대법원 1966. 1. 31. 선고 652445 판결 :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채무자가 이를 원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자가 그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채무자 소유의 황우에 대하여 가압류를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소외 갑의 본건 채무는 신민법 시행 후에 소멸시효가 완성한 것임이 명백한바 신 민법 아래서는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시효완성의 사실로서 채무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며 본건에 있어서는 가압류의 신청 또는 그 결정 및 집행이 있기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에 게 과실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요구함

 

대법원 1980. 1. 29. 선고 791863 판결 등 다수 : 소멸시효기간 만료에 인한 권리소멸에 관한 것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제한함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35899 판결 등 다수 :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은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된다.”라고 판시하였다(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독자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함).

 

소멸시효 완성 주장의 대위행사를 허용함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22676 판결 : 일반채권자인 원고가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피담보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음은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다(대법원 1979. 6. 26. 선고 79407 판결, 1991. 3. 27. 선고 9017552 판결, 1995. 7. 11. 선고 951244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신주성 소유의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들에게 부당하게 많은 금액을 배당한 반면 후순위 채권자인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적은 금액을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가 잘못 작성되었음을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 사건인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 손병주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의 위 신주성에 대한 채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전영구 및 홍구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인 위 신주성은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이래 무자력의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신주성의 채권자인 원고들로서는 위 신주성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 신주성을 대위하여 위 신주성의 피고들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도 원고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원고들이 무자력 상태에 놓인 위 신주성을 대위하여 위 신주성의 피고 손병주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 취지로 보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소멸시효 및 변론주의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소멸시효 완성 주장도 채권자대위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음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8266 판결 등 다수 :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또는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자(이른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

 

일반적 기준

 

판례는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자에 한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4849 판결 등 다수).

이는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의 직접의무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그 밖에 제3자라 하더라도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관계에 있으면 포함된다는 취지인데, 다른 말로 하면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자기의 의무나 법적 부담을 면할 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직접 의무자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자는 독자적으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고, 이는 특히 직접의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원용권을 상실한 경우에 큰 의미가 있다.

 

채무자 자신

 

채무자가 자기의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연대채무자

 

여러 명이 연대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항상 같은 시기에 소멸시효가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B가 연대채무를 부담하는데 A는 채무를 승인하고 B는 채무를 승인하지 않은 경우, 연대채무자 사이에 승인에 의한 시효중단은 절대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416조 반대해석) A의 채무는 시효가 중단되는데 B의 채무는 시효가 계속 진행하여 결국 B의 채무만 먼저 시효가 완성할 수 있다. 이 경우 B의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A의 채무도 B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소멸하기 때문에(421), AB의 부담부분 범위에서 B의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보증인(연대보증인)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보증채무도 소멸하고, 이는 연대보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보증인이나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물상보증인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담보권의 부종성(369)에 따라 담보권도 소멸하기 때문에 물상보증인은 목적물에 관하여 담보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물상보증인이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하면 물상보증인은 담보권의 실행에 의하여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잃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물상보증인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30890 판결).

 

담보목적물의 제3취득자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담보권의 부종성(369)에 따라 담보권도 소멸하기 때문에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는 목적물에 관하여 담보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제3취득자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하면 제3취득자는 담보권의 실행에 의하여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잃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제3취득자는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12446 판결 : 원고가 A에게서 피고 명의로 담보가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는데 그 뒤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음에도 A가 피고에게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해 주어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자 원고가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는 원인무효임을 이유로 소유권에 기초하여 피고를 상대로 그 부동산의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인데,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매매예약의 형식을 빌어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제3자는 당해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이익을 받는 자라 할 것이므로 위 부동산의 가등기담보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채무자가 아니라도 그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원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채무자를 대위하여서만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당원 1991. 3. 12. 선고 90다카27570 판결 참조). 그렇다면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가등기가 경료된 후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상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고, 비록 시효원용 이전에 이미 피담보채권이 시효소멸된 담보가등기에 기초하여 위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들 앞으로 본등기가 경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며, 가사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경료를 채무자의 채권자들에 대한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여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담보부동산의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하였다.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39530 판결 :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의 목적물을 매각받은 자가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의 시효소멸 등을 주장하며 유치권자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유치권이 성립된 부동산의 매수인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라고 판시하여 시효원용권을 긍정하였다.

 

채권자대위권의 제3채무자의 피보전채권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더라도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에는 실체법상 아무런 영향이 없고, 3채무자는 단지 이를 이유로 채권자의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다투어 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권리의 시효소멸에 의하여 단지 소송상 이익을 받을 자에 불과한 자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35899 판결 등).

다만 채무자가 이미 소멸시효를 원용한 경우에는 피보전채권이 소멸하게 되므로 제3채무자가 그 효과를 원용하여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64471 판결 :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채무자를 상대로 피보전채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채무자가 그 소송절차에서 소멸시효를 원용하는 항변을 하였고, 그러한 사유가 현출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심리를 한 결과, 실제로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가 적법하게 완성된 것으로 판단되면, 채권자는 더 이상 채무자를 대위할 권한이 없게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40695 판결 참조)].

 

채권자취소권의 수익자(전득자)의 피보전채권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이 결여되기 때문에 사해행위의 수익자나 전득자는 사해행위가 취소되어 채무자에게 원상회복을 해야 하는 법적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사해행위의 수익자나 전득자는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4849 판결).

 

후순위담보권자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민법은 담보권에 관하여 순위확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후순위담보권의 순위가 승진되고, 이에 따라 후순위담보권자의 배당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이와 같이 권리의 시효소멸에 의하여 반사적으로 자기의 이익이 증대되는 이익을 받을 자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후순위담보권자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

 

대법원도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담보권의 순위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 소멸로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232597 판결).

 

다만,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채무자 또는 담보목적물의 소유자를 대위하여 그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일반채권자

 

채무자에 대한 다른 채권자의 채권에 관하여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일반채권자는 책임재산 증가를 매개로 배당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이와 같이 권리의 시효소멸에 의하여 반사적으로 자기의 이익이 증대되는 이익을 받을 자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일반채권자는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채무자를 대위하여 그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22676 판결 : 일반채권자인 원고가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피담보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라고 판시하여 일반채권자의 시효원용권을 부정하였다. 다만, 당해 사건에 관하여는 원고가 무자력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피고에 대한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절대적 불확지공탁의 공탁자의 공탁금출급청구권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511312 판결은, 택지개발사업을 하는 피고가 미등기 토지에 관하여 수용재결을 받은 다음 그 소유자를 알 수 없어 보상금을 공탁하였는데(이른바 절대적 불확지 공탁), 그때부터 10년이 지난 뒤에 원고가 그 토지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공탁금출급청구권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이고[공탁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와 국고귀속절차(대법원 행정예규 제560) 1.. 참조], 기업자가 절대적 불확지공탁을 한 경우 수용토지의 소유자가 기업자를 상대로 하는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의 소는 절대적 불확지공탁의 공탁금출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어서 그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7. 10. 16. 선고 9611747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가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 데 대하여 공탁금출급청구권은 피공탁자가 공탁소에 대하여 공탁금의 지급, 인도를 구하는 청구권으로서 위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된 경우 공탁자에게 공탁금회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 공탁금은 국고에 귀속하게 되는 것이어서(공탁사무처리규칙 제55조 참조)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종국적인 채무자로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국가라 할 것이고, 구 토지수용법(2002. 2. 4. 법률 제6656호로 폐지, 이하 같다) 61조 제2항에 의하여 기업자가 하는 관할토지수용위원회가 토지수용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의 공탁은 같은 법 제65조에 의해 간접적으로 강제되는 것이고, 이와 같이 그 공탁이 자발적이 아닌 경우에는 민법 제489조의 적용은 배제되어 피공탁자가 공탁자에게 공탁금을 수령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피공탁자의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할지라도 기업자는 그 공탁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것이어서(대법원 1988. 4. 8. 88201 결정 참조), 그러한 공탁자는 진정한 보상금수령권자에 대하여 그가 정당한 공탁금출급청구권자임을 확인하여 줄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도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적인 이익을 받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채무자인 국가에 대하여 아무런 채권도 가지지 아니하므로 독자적인 지위에서나 국가를 대위하여 공탁금출급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시효원용권을 부정하였다.

다만, 위 판시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판결도 공탁자가 공탁금회수청구권을 갖는 경우에는 국가를 대위하여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권리 소멸의 효과

 

시적 범위 (= 소급효)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167). 그러나 시효로 소멸하는 채권이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495).

 

물적 범위 (= 종된 권리도 소멸)

 

주된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에는 종속된 권리에 그 효력이 미친다(183). 따라서 주된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면 종된 권리도 기산일에 소급하여 소멸한다. 예컨대 원본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기본적 이자채권은 물론이고, 기산일 이후의 지분적 이자채권도 원본채권과 함께 소멸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본래의 채권이 확장된 것이거나 본래의 채권의 내용이 변경된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과 동일성을 가진다. 따라서 본래의 채권이 시효로 소멸한 때에는 손해배상채권도 함께 소멸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45779 판결).

 

한편,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은 주된 채권인 원본의 존재를 전제로 그에 대응하여 일정한 비율로 발생하는 종된 권리라 할 것인데, 하나의 금전채권의 원금 중 일부가 변제로 소멸된 후 나머지 원금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가분채권인 금전채권의 성질상 변제로 소멸한 원금 부분과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한 원금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 경우 원금에 종속된 권리인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 역시 변제로 소멸한 원금 부분에서 발생한 것과 시효완성으로 소멸된 원금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위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원금 부분으로부터 그 시효 완성 전에 발생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에는 미치나, 변제로 소멸한 원금 부분으로부터 그 변제 전에 발생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62940 판결. 예컨대 은행의 10억 원의 대출금채권(상사채권)의 변제기가 1997. 9. 26.인데 채무자는 1999. 11. 2. 7억 원을 원금에 충당하여 변제하였을 뿐인 상황에서 2002. 9. 26.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 완성(편의상, 소멸시효 중단의 문제는 논외)- 은행이 2004. 10. 27. 채무자를 상대로 나머지 원금 3억 원, 대출금 10억 원 전부에 대한 변제기 다음 날인 1997. 9. 27.부터 일부변제일인 1999. 11. 2.까지의 지연손해금, 나머지 원금 3억 원에 대한 일부변제일 다음 날인 1999. 11. 3.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각 청구한 경우, 은 전부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이 미치고, 는 소멸시효로 소멸하는 원금 3억 원 부분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만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이 미친다. 그렇다면, 중 변제로 소멸한 원금 7억 원 부분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는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5년의 소멸시효(대출금채권이 상사채권이므로 그 지연손해금채권도 상사채권에 해당함)가 적용되므로, 결국 소제기일인 2004. 10. 27.로부터 역산하여 5년이 경과하기 전날인 1999. 10. 27.부터 일부변제일인 1999. 11. 2.까지의 지연손해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인적 범위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하여 권리가 곧바로 절대적으로 소멸한다. 반면에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자가 소멸시효를 원용할 경우에 비로소 상대적으로 권리가 소멸한다고 한다. 다만,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더라도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의 의무자, 즉 직접의무자가 소멸시효를 원용한 경우에는 -그 권리가 변제 등 다른 사유로 소멸한 경우와 마찬가지로절대적·대세적으로 권리소멸의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직접의무자 아닌 제3자도 그 효과를 원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독자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지만, 채무자가 이미 그 소멸시효를 원용한 경우에는 이로 인한 권리소멸의 효과를 주장할 수는 있다.

 

.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시효완성 전의 포기

 

소멸시효의 이익은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는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184조 제1). 권리자가 의무자의 궁박을 이용하여 약자인 의무자로 하여금 포기를 강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시효완성 전에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는 의무자가 권리를 승인하는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인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177).

 

시효완성 후의 포기

 

의의

 

184조 제1항의 반대해석상 시효완성 후에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한 절대적 소멸설에 따르면 이는 의무자가 시효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데 대해 법률이 특별한 효력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하는 반면, 상대적 소멸설에 따르면 시효원용권자가 실체법상 시효원용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로 이해한다.

 

판례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한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시효에 의한 이익, 즉 시효에 의하여 의무를 면한다는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18129 판결 등 참조), 이는 절대적 소멸설에 따른 것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 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21556 판결 등 참조).

 

시효이익의 포기는 재판 외에서 해도 무방하나,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행하여져야 하고,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적법하게 도달한 때에 효력이 발생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18129 판결). 그 의사표시는 묵시적인 것이어도 충분하다.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 요건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자는 시효 완성의 이익을 받을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 한정된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64793 판결). 시효이익의 포기는 처분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처분능력·권한이 있어야 한다.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는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한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시효 완성의 사실을 알고 시효에 의하여 의무를 면한다는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25299 판결 :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그 표시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게 되고,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해석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109500 판결 :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을 가진 채권자에게 배당되어 채무의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3580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25484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634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10950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32458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21556 판결 : [사실관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대여금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였음), 피고가 1심에서 대여금채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증에 대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후 상계 항변을 하였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시효항변을 한 사안이다. [판단]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이의를 제기한 후 응소하여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청구를 기각하여 달라는 판결을 구하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대여금채권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소송에서의 상계 항변은 일반적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상계 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었던 경우에, 상계 항변 당시 채무자인 피고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이 속심적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제1심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상계 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피고가 원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을 하기에 앞서 제1심에서 상계 항변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피고가 상계 항변을 하였다는 점을 들어 원고로 하여금 피고가 더 이상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계 항변을 한 후 소멸시효의 항변을 한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가 소멸시효항변 전 상계 항변을 한 사정만을 중시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가분채무의 일부에 대하여도 가능하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107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109500 판결 참조).

 

소멸시효 완성 후의 채무의 승인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자가 채무의 승인(예를 들어 기한의 유예를 요청하는 것)을 하였음에도 그 뒤 시효에 의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의 승인을 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알았던 것으로 사실상 추정하면서 나아가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모르고 채무를 승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사실상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대법원 1967. 2. 7. 선고 662173 판결 등 참조. 예를 들어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의 변제기 유예요청 또는 일부 변제가 있은 경우, 채무자는 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또한 채무자는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채무 전체에 관하여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원금채무에 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으나 이자채무에 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채무자가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원금채무에 관하여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한편 그 이자채무에 관하여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며, 채무자의 변제가 채무 전체를 소멸시키지 못하고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479, 477조에 따른 법정변제충당의 순서에 따라 충당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12464 판결)].

 

그러나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의 승인을 하였다면 오히려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몰랐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위와 같은 판례의 논리는 문제가 있다.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의 승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당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25432 판결은 하자보수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문제 된 사안에서, “피고는 소멸시효 완성 후 보험금지급채무를 변제함으로써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아파트 신축공사에 관한 하자보수보증보험 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증보험회사인 피고로서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서 채무를 승인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를 승인하게 되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이제는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할 것이므로 그 뒤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선행행위에 반하는 거동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판례도 취득시효에 관하여 그와 같이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624101 판결).

 

최근의 판례는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효과의사의 존부라는 측면에서 종전 판례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21556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3209978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32458 판결(통상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중지시키거나 일정 기간 담보권 실행을 못하게 하는 한편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여 궁극적으로 채무에 대한 면책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채권을 기재하였다고 하여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효이익 포기의 효과

 

상대효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자는 더 이상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다. 따라서 다른 소멸시효 원용권자는 여전히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된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초하여도 보증인, 물상보증인, 3취득자 등에게는 영향이 없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12446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200227 판결 : [사실관계] 소외인은 1992. 8. 25. 피고로부터 50,000,000원을 차용하였고(이 사건 차용금채무이다), 그 담보로 같은 날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1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소외인은 2004. 4. 16.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차용금채무와는 별도로 그때까지의 미지급이자 등을 30,000,000원으로 확정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4. 4. 20.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2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로써 소외인은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 원고는 2013. 12. 6.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과 그 지상 4층 공동주택을 매수하여 같은 날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판단]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후에 그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전제로 하여 근저당권의 제한을

받는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어서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소멸시효의 재진행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에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승인함으로써 그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새로이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14340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12464 판결).

 

시효이익의 포기로 인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긴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에 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행위는 소멸하였던 채무가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결과적으로 채무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채무를 새롭

게 부담하게 되는 것이므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3. 5. 31.2012712 결정).

 

주채무 시효완성 후 보증인의 승인의 경우

 

보증의 경우 주채무와 보증채무는 별개의 채무이므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 시효이익포기 여부도 별개로 판단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채무의 시효완성 후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승인한 뒤 다시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 된다.

 

통상의 경우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는 주채무의 존속을 전제로 한 것, 즉 주채무가 있으면 보증책임도 계속 부담하겠다는 뜻이지 주채무가 소멸된 경우까지도 그와 상관없이 보증인이 독자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등의 사유로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로써 주채무가 당연히 소멸되므로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보증채무 역시 당연히 소멸된다. 그리고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보증채무가 소멸된 상태에서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거나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자가 아닌 보증인의 위 행위에 의하여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 포기 효과가 발생된다고 할 수 없으며,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등과 같이 그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인은 여전히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51192 판결 : 갑이 주채무자 을 주식회사의 채권자 병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을 회사의 주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한 상태에서 병 회사가 갑의 보증채무에 기초하여 갑 소유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금을 수령하는 것에 대하여 갑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안에서, 변제 충당 등에 따른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효과가 발생하였다거나 갑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고 달리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없으므로, 갑이 여전히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보증채무의 부종성과 보증인의 주채무 시효소멸 원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다만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여 보증채무의 본질적인 속성에 해당하는 부종성을 부정하려면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채권자와 그러한 내용의 약정을 하였어야 하고, 단지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211620 판결: 상가 분양자인 갑 주식회사가 을 은행과 수분양자들에 대한 중도금 대출에 관하여 대출업무약정을 체결하면서 수분양자들의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수분양자인 병의 을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의 연대보증인이 되었는데, 갑 회사가 을 은행에 주채무자인 수분양자들의 개별 동의 없이 대출의 만기연장을 요청하면서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책임지기로 하였고, 그 후 갑 회사가 병과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하면서 대출금의 상환을 책임지기로 약정하였으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아니한 채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면서 이자만을 납부하였으며, 을 은행은 병에 대하여 시효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병의 대출금 채무가 시효완성된 사안에서, 갑 회사는 수분양자들과 다수의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수분양자들이 주채무자인 대출금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으므로, 갑 회사가 을 은행과 주채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대

출만기를 연장하면서 그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책임지기로 한 것은 주채무가 시효소멸해도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일괄적인 업무처리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갑 회사가 분양계약을 해제하면서 병에 대하여 대출금의 상환을 책임지기로 한 것을 채권자인 을 은행에 대한 의사표시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갑 회사가 을 은행에 병의 동의없는 대출만기의 연장을 요청하였고, 분양계약이 해제된 후에도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였으며, 이에 따라 을 은행이 병에 대하여 채권회수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등으로 갑 회사가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갑 회사가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소멸시효의 남용

 

판례의 태도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32332 판결 등 참조).

 

판례가 인정하는 4가지 유형

 

1유형 (=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

 

1유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권리남용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1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로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경우[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60392 판결 : 교도관(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수형자(피해자)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지만, 수형자가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각종 소송서류 등을 작성하기 위한 집필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교도관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채무자가 권리발생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채권자에게 허위의 사실을 알려 준 경우(대법원 1999. 12. 7. 선고 9842929 판결), 채무자가 채권자로 하여금 권리행사를 미루도록 유인한 경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29895 판결(행정절차 등을 거쳐 지급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경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18129 판결(임의로 변제할 듯한 태도를 보인 경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8332 판결(부당하게 권리행사의 철회를 권유한 경우)]가 있다.

 

권리남용이 부정된 사례로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잘못된 신뢰에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26287 판결 : 상속채무를 부담하게 된 상속인의 행위가 단순히 피상속인에 대한 사망신고 및 상속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게을리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사망한 피상속인을 피신청인으로 하여 상속부동산에 대하여 당연 무효의 가압류를 하도록 방치하고, 그 가압류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채권자에게 알리지 않은 정도에 그치고, 그 외 달리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저지하고 방해할 만한 행위에 나아간 바 없다면 위와 같은 소극적인 행위만을 문제삼아 상속인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2유형 (=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판례는 이제까지 권리행사에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소멸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원칙을 견지하여 왔고, 민법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사실상의 장애사유 중 일정한 객관적 장애사유에 한하여 이를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2유형의 의미를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민법의 기본결단, 즉 권리자에게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소멸시효 정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소멸시효의 완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과 정면에서 배치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제2유형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기에 추가로 이를 의무자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 있는 사정, 이를테면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데에 의무자 측이 일정한 기여를 한 사정 등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판례도 특히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그 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되어 왔던 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기준을 내용이 본래적으로 불명확하고 개별 사안의 고유한 요소에 열려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법원칙으로서의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요한다.”라고 판시하여 이 유형이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44327 판결 참조).

 

다만, 대법원 판례는 의무자 측의 일정한 기여라는 것을 반드시 적극적이고 비난받을 만한 언동을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217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32332 판결 참조), 이러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이 유형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음에도 소멸시효의 기산점 및 진행에 관한 해석이나 소멸시효 정지에 관한 법규정 및 해석만으로는 권리자의 합리적 이익을 충분히 배려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것이므로, 이 유형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 의무자 측의 적극적이고 비난받을 만한 언동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여 이를 인정할 것은 아니다.

 

2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로는 다음과같은 사례가 있다.

 

권리의 발생 여부가 모호하여 누구도 권리의 존재를 알기 어려웠던 경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32332 판결 : 근로자들이 퇴직한 때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뒤에 취업규칙 부칙의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이에 따른 추가퇴직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관련 사건에서 그 취업규칙 부칙의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근로자들이나 회사 모두 법규범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취업규칙 부칙의 규정이 정당하다고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원고 근로자들이 추가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 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엿다.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61381 전원합의체 판결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1965년 한일 간에 국교가 정상화되었으나 청구권협정 관련 문서가 모두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구권협정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일본국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한 개인청구권까지도 포괄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견해가 대한민국 내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온 사정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소제기 당시까지도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원고들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사건에 대한 은폐 또는 사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재심판결이나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또는 일정한 연구성과가 나오기 전에는 사건의 진상을 알기 어려운 경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70189 판결 : 대한민국 산하 육군 연대장이던 갑이 6·25 전쟁 중이던 1950. 8.경 정당한 사유 없이 대대장 을을 즉결처분에 의하여 총살한 뒤 을이 군사법원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것처럼 판결문 등을 위조하였는데, 을의 유족들이 2003. 12.경 재심판결을 통해 판결문 위조사실을 밝혀낸 뒤 대한민국을 상대로 을의 사망경위를 은폐·조작하여 유족들의 인격적인 법익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72599 판결 : 대외적으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하였으나 실제로는 국가가 조직·관리하는 관변단체 성격을 띠고 있던 국민보도연맹 산하 지방연맹 소속 연맹원들이 1950. 6. 25. 한국전쟁 발발 직후 상부의 지시를 받은 군과 경찰에 의해 구금되었다가 그들 중 일부가 처형대상자로 분류되어 집단 총살을 당하였고, 이후 정부가 처형자 명부 등을 작성하여 3급 비밀로 지정하였는데, 위 학살의 구체적 진상을 잘 알지 못했던 유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 이후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36091 판결 : 신병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 군인이 선임병들에게서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 및 끊임없는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전입한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1991. 2. 3. 부대 철조망 인근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는데, 유족들은 위 자살사고가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가혹행위 및 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대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2009. 3. 16. 자 진상규명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비로소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2009. 3. 16.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공공기관의 일반적인 업무처리 과정이 고려된 경우

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2173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근로자가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뒤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으로 인하여 취업하지 못한 기간의 휴업급여를 청구한 사안에서, “근로자가 입은 부상이나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요양급여 신청의 승인 여부 및 휴업급여청구권의 발생 여부가 차례로 결정되고,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의 적법 여부는 사실상 근로자의 휴업급여청구권 발생의 전제가 된다고 볼 수 있는 점,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한 경우에 한하여 휴업급여를 지급하여 왔고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 점, 그러므로 요양급여의 신청이 승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휴업급여를 청구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에 의하여 거절될 것이 명백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은 근로자로서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휴업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비록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바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요양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을 받기 전에는 휴업급여를 청구하더라도 휴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의 판결확정시까지 별도로 피고에게 휴업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상황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채권자가 권리행사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원고에게는 객관적으로 이 사건 휴업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까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심신상실자에 대하여 특별한 배려를 한 경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44327 판결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심신상실의 상태에 빠진 이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8년이 지난 뒤에서야 그 무렵 취임한 법정대리인(후견인)을 통하여 보험회사를 상대로 그 교통사고를 원인으로 한 상해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안에서(보험금청구권은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2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는 2년이라는 매우 짧은 소멸시효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보험자 스스로 보험금청구권자의 사정에 성실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여러 장애사유 중 권리자의 심신상실상태에 대하여는 특별한 법적 고려를 베풀 필요가 있다는 점, 이 보험사고로 인하여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그 사고 직후부터 명확하게 알고 있던 보험회사는 의 사실상 대리인에게 보험금 중 일부를 지급하여 법원으로부터 금치산선고를 받지 아니하고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보험회사가 주장하는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받아들이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의 보험금청구를 인용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당사자 사이에 계속적인 계약관계가 유지된 경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252987, 252994 판결 : 유제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갑 주식회사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을 등이 갑 회사를 상대로 갑 회사가 을 등에게 제품의 구입을 강제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이 갑 회사의 대리점 영업을 계속한 기간에는 객관적으로 갑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고, 그러한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을 등이 갑 회사와 거래관계가 종료한 날 해소되었다고 보아, 을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거래종료일로부터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반면에 권리남용이 부정된 사례도 다수 보인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은, 대법원이 2004. 4. 22. 선고 20007735 전원합의체 판결로 임용기간이 만료된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하여 이를 다툴 수 없다는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대법원의 종전 견해는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이 불법행위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한 특별사정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3유형 (=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3유형은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였으나 시효완성 사실을 모르고 채무를 승인한 경우와 같이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시효완성 후에 채무를 승인한 때에는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어 이 유형이 적용될 여지는 많지 않다.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제3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는 보이지 않고(대법원 1997. 2. 11. 선고 9423692 판결), 취득시효에 관하여는 이를 긍정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624101 판결 : 시효완성 후에 그 사실을 모르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기로 하였다 하더라도 이에 반하여 시효주장을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4유형 (=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위 사유는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큰 상태에서 채무자가 동일하게 시효가 완성된 다른 채권자에게는 임의로 변제를 하면서 당해 채권자에 대해서만 소멸시효 완성을 들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시효 완성을 인정하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등의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당해 사안에서는 적용을 부정함).

 

4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로는 국가에 의하여 간첩으로 조작된 후 세월이 흘러 재심소송을 거쳐 국가배상청구를 한 경우가 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103950 판결).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의 경우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그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초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71881 판결 등).

 

. 소멸시효 남용의 효과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권리자는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때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90194, 90200 판결).

 

권리행사의 장애 상태가 해소된 때

 

권리행사의 장애 상태가 해소된 시점과 관련하여, 판례는 수사과정에서 불법구금이나 고문을 당한 사람이 그에 이은 공판절차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감금 등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검찰에서 혐의 없음결정까지 받았다가 나중에 재심절차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경우, 이러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불법구금이나 고문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검찰이 위와 같이 직권남용, 감금 등 고소사건에 관하여 혐의 없음결정을 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른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나 그 후 피해자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그 통보를 받았다는 사정은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258148 판결).

 

이처럼 불법구금이나 고문을 당하고 공판절차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감금 등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혐의 없음결정까지 받은 경우에는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국가배상책임을 청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채무자인 국가가 그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 행사

 

이 경우 상당한 기간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원인,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된 사유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기까지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252987, 252994 판결).

 

다만 소멸시효 제도는 법적 안정성의 달성 및 증명곤란의 구제 등을 이념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적용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201844 판결 :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다만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그보다 간이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른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때는 형사보상결정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90194, 90200 판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2007년 초경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리 토지의 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생겼고, 그러한 상태에서 피고는 2008. 3.경 원고 교회의 담임 목사직에서 은퇴하였다는 것이므로, 늦어도 2008. 3.경에는 원고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원고는 그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기간이 훨씬 지난 2009. 3. 19.에 이르러서야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매우 특수한 개별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가 있으나, 그 경우에도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후 2009. 4. 6. 망인들에 대한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졌지만, 다른 한편 정리위원회는 2009. 8. 21. 국회와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후 2010. 6. 30. 활동을 종료한 다음 과거사정리법 제32조에 따라 2010. 12.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한 종

합보고서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의 건의의견을 제시하였다. 국회에서도 2011. 11. 17.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813885)이 발의되었으나, 그 후 당해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도 있다. 즉 이 사건에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원고들이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그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였으나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소가 정리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비교적 단순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210개월이 경과한 2012. 2. 14.에 제기되기는 하였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진실규명결정 이후 단기소멸시효의 기간 경과 직전까지 피고의 입법적 조치를 기다린 것이 상당하다고 볼 만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할 것이고, 이를 감안하면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 이른바 고엽제 사건에서, “고엽제 제조회사인 피고들이 고엽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인 TCDD에 의하여 생명·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는 사정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음에도 위험방지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고엽제를 제조·판매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한 점, 그 결과 베트남과 미국 정부의 파병 요청에 따라 베트남전에 참전한 우리나라 군인들이 아무런 잘못 없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 점,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고엽제의 후유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탓에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복무 종료 후 귀국하여 신체에 염소성여드름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는 그것이 고엽제로 인하여 생긴 질병이라는 것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점, 또한 염소성여드름은 일반적인 피부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워 의료기관에서 그 피부질환이 염소성여드름이라고 진단받고 그 질병이 고엽제와 관련성이 있다고 고지받기 전에는 고엽제에 노출됨으로써 자신이 어떠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가 극히 곤란하였던 점, 베트남전 복무 종료 시부터 장기간이 경과한 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들이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소송에서 증거자료를 상실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 사건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인과관계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성과물이 축적되어 온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그 밖에 원심이 판시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장기소멸시효기간 경과 선정자들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하여 자신의 피부 질환이 염소성여드름에 해당하고 그것이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고엽제에 노출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됨으로써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에 관하여 인식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이들에게 객관적으로 피고들을 상대로 고엽제 피해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장기소멸시효기간 경과 선정자들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피고들이 이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한 후 위와 같이 가압류를 신청하였거나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선정자들 중 원심판결 별지 제3목록 기재 선정자 1,725, 선정자 6,586, 선정자 9,742를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의 경우에는, 베트남전 당시 살포된 고엽제가 미국에 소재하는 피고들에 의하여 제조·판매된 것이어서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에 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였고, 고엽제에 함유된 TCDD의 인체 유해성, 고엽제의 결함 등에 관한 증거자료의 상당수가 미국에 소재하고 있어, 위 나머지 선정자들 개개인이 고엽제후유증환자 등록 후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단기간 내에 피고들을 상대로 가압류신청을 하거나 소제기를 하는 등 권리행사를 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점 등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었고, 이를 감안하면 위 나머지 선정자들은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최대 3)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한편, 선정자 1,725, 선정자 6,586, 선정자 9,742는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함으로써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를 인식하였고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도 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사유도 소멸하였다고 할 것인데,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가압류를 신청하거나 가압류 신청 없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 등 권리행사를 한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230535 판결 : 한센병 환자의 국가배상 청구사건에서, “원심은 제1심 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한센인피해사건법에 따라 2010. 6. 24.부터 2012. 6. 27.까지 사이에 원고들에 대한 피해자 결정이 이루어진 사실, 그런데 원고들에 대한 피해자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인 2009. 8. 6. 이미 한센인피해사건법에 보상금 지급규정 등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어 국회에 계

류되어 있다가 제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사실, 위 법률에 따라 설치된 한센인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도 2013년경에 발행한 보고서에서 한센인피해사건법의 개정 등을 통한 한센인피해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촉구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이를 기초로 하여 원심은, 한센인피해사건법에 의한 피해자 결정을 받은 원고들에게는 그 결정 시까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원고들이 피고의 입법적 조치를 통한 피해보상 등을 기대하였으나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특수한 사정이 있으므로, 한센인피해사건 피해자 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 완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여기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상당한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라 함은, 채무자인 국가가 입법 등을 통하여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상을 한다거나 채권자의 보상 요구에 응하여 기존의 법령·제도에 따른 보상절차를 진행하는 등 피해보상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가 이를 기다릴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경우 또는 채권자가 다른 법령에 의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에 갈음할 수 있는 보상을 청구함으로써 적어도 그 절차의 종결 시까지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 채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가 6개월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243696 판결).

 

2.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일반론

 

. 관련 규정

 

 민법 제166(소멸시효의 기산점)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 일반론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는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자 한다(판례, 통설). 법률상의 장애가 아닌 사실상의 장애(예를 들어,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는 경우)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212220 판결 등 참조).

 

 법률상 장애의 대표적인 예는, 기한의 미도래나 정지조건의 불성취가 있다.

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으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권리가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기한미도래 또는 정지조건 미성취 상태에서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한다.

 

. 구체적인 소멸시효의 기산점

 

 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은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확정기한이란 자연적 시간의 경과로 발생하는 시기가 확정되어 있는 기한을 말한다.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기산한다. ‘불확정기한이란 서울에 첫눈이 내릴 때’, ‘이 사망하였을 때 등과 같이 기한사실이 장래 발생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 발생시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기한을 말한다

 

채무자가 기한의 도래를 알았는지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 이 점에서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와 다르다(민법 제387조 제1항 후문).

 민법 제387(이행기와 이행지체)

 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은 채권자가 언제라도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채권발생시기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된다. 당사자가 이행기에 관해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고 법률에도 이행에 관한 규정이 없는 때에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이 된다.

 

이 경우에도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와 다르다(민법 제387조 제2).

 387(이행기와 이행지체)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라.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원칙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예외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대법원 1993. 7. 13. 선고 9239822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19624 판결 등)이다.

 

 민법 제166조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는 법률상 장애를 뜻한다.

사실상의 장애는 그것이 주관적인 것이든, 객관적인 것이든 기산점에 영향이 없다.

 

 그런데 보험금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3(과거에는 2)으로서 매우 단기이고, 그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어서 정의관념에 반한다.

 

 이에 따라 판례는 예외적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위와 같은 판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유사판례인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64957, 64964 판결 :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마. 일반적으로 소멸시효, 제척기간의 경우 ‘안 날’은 관련사건 재판이 계속 중이면 ‘판결 확정시’라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다259371 판결)

 

 공작물 점유·소유자의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 채권이 단기소멸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는지와 관련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관련사건의 제1심 판결 선고일인지, 상고심 판결 선고일인지 문제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일반적으로 소멸시효, 제척기간의 경우 안 날은 관련사건 재판이 계속 중이면 판결 확정시라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원고는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30440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54686 판결,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82156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그 책임의 주체 등 그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원고의 대표이사 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원고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 판결 선고 무렵에 이 사건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다만 원고는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고가 관련사건 제1심 판결 선고 무렵에 그 손해의 발생 등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한 사례이다.

 

바. 유아가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고 그로 인하여 장애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손해를 안 날’을 정하는 방법(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유아가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고 그로 인하여 장애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손해를 안 날을 정하는 방법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29924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1836 판결 등 참조). 이때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⑶ 원고는 만 1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을 입은 후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경우 위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사고 당시 피해자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언어장애 등의 손해가 언제 현실화되어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이 언제 그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곧바로 교통사고 당시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일을 소멸시효 기산일로 삼아 피고(가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사.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수급권의 이전과 소멸시효(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8두46780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동순위 또는 차순위 유족이 선순위 유족으로부터 이전받은 구체적 유족연금수급권이 소멸시효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소극),  유족연금수급권 이전 청구에 대한 결정의 처분성,  구체적 유족연금수급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월별 수급권의 소멸시효 기간과 기산점이다.

 

 군인이 사망한 후 유족연금을 지급받아오던 군인의 배우자(원고의 며느리)가 재혼하고 군인의 아들(원고의 손자) 18세가 됨으로써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게 되자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차순위 유족인 군인의 아버지(원고)와 어머니가 유족연금수급권 이전 청구를 하였으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거부된 사안에서, 구체적 유족연금수급권과 월별 수급권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차순위 유족의 유족연금수급권 전부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구 군인연금법(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라 한다)상 유족연금에 관한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에, 유족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유족의 생활 안정과 복리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유족연금 제도의 입법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군인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연금수급권은 선순위 유족이 군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5년 내에 유족연금을 청구하여 국방부장관의 지급결정을 받아 구체적인 유족 연금수급권(기본권)이 발생한 경우, 그에 따라 다달이 발생하는 월별 수급권(지분권)이 소멸시효에 걸릴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유족연금수급권은 독립적으로 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소멸시효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이는 선순위 유족에게 유족연금수급권의 상실사유가 발생하여 동순위 또는 차순위 유족에게 구체적인 유족연금수급권이 법 제29조 제2항 규정에 의하여 이전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선순위 유족이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함에 따라 동순위 또는 차순위 유족이 그 상실 시점에서 그 유족연금수급권을 법률상 이전받는다 하더라도 동순위 또는 차순위 유족은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2010. 11. 2. 대통령령 제226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56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국방부장관에게 유족연금수급권 이전청구서를 제출하여 심사판단받는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유족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관한 국방부장관의 결정은 선순위 유족의 수급권 상실로 청구인에게 유족연금수급권 이전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행정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월별 유족연금액 지급이라는 후속 집행행위의 기초가 되므로,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국방부장관이 거부결정을 하는 경우 그 거부결정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불복하여야 하고, 청구인이 정당한 유족연금수급권자라는 국방부장관의 심사확인 결 정 없이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으로 그 권리의 확인이나 유족연금의 지급을 소구할 수는 없다.

 

 선순위 유족에게 법 제2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여 구체적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함에 따라 동순위 또는 차순위 유족이 법 제29조 제2항 규정에 의하여 곧바로 구체적 유족연금수급권을 취득한 경우 그로부터 발생하는 월별 수급권은 매 연금지급일(매달 25)부터 5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한 때에는 각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게 되며, 국방부장관에게 시행령 제56조에 따라 유족연금수급권 이전청구를 한 경우에는 이미 발생한 월별 수급권에 관하여 권리를 행사한다는 취지를 객관적으로 표명한 것이므로, 그 이전 청구 시부터 거꾸로 계산하여 5년 이내의 월별 수급권은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어 지급받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소멸시효의 기산점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98-308 참조]

 

. 개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166조 제1). 다만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경우에는 위반행위가 있은 때부터 진행하고(166조 제2),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한다(766조 제1).

 

 166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 권리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으나,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 이분론.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

 

법률상의 장애사유에는 그 밖에, 권리행사에 장애가 되는 하위의 법규범이 상위의 법규범에 위배되어 무효이어서 사실은 권리 행사가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하위 법규범의 존재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한다(대법원 1970. 12. 20. 선고 69148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5219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 현실적으로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 경우에 권리행사를 부정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의 존재는 권리행사에 대한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3622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

 

 민법은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제한능력자가 법정대리인에 대하여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 천재 기타 사변으로 인하여 시효중단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이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179~182조 참조), 이러한 입법태도는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시효기간의 진행 그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따라서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질병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사실상의 장애에 불과하여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으며, 또한 권리자가 제한능력자인데 그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사유(179조 참조)로 고려될 수 있을 뿐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근래 들어 정의와 형평의 관념 및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원칙에 대하여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고(대법원 2003. 2. 11. 선고 9966427,73371 판결,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64957,64964 판결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31168 판결 등).

권리자에게는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이 권리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사실의 존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확인된 권리발생시점부터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인정하는 것은 확실히 부당하다.

 

. 기한을 정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확정기한부 채권 : 확정기한이 도래한 때

 

 불확정기한부 채권 : 그 기한이 객관적으로 도래한 때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위의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채권자를 위하여 둔 것인 점에 비추어 명백히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른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특약은 채권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전액을 일시에 청구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할부변제를 청구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회의 불이행이 있더라도 각 할부금에 대해 그 각 변제기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순차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채권자가 특히 잔존 채무 전액의 변제를 구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하여 전액에 대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28340 판결).

 

 기한 유예의 합의가 있는 경우

 

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그 이행기가 도래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한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 유예된 때로 이행기가 변경되어 소멸시효는 변경된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이와 같은 기한 유예의 합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한데, 계약상의 채권관계에서 어떠한 경우에 기한 유예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것인지는 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 및 이행경과, 기한 유예가 채무자의 이익이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274904 판결).

 

.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반환시기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의 경우 대주는 언제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603조 제2), 소멸시효는 채권이 성립한 때부터 진행한다.

 

. 예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기간은 상법상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인데, 그 기산점에 관하여는 각 예금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다.

 

 우선 예치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언제든지 예입·반환을 반복할 수 있는 보통예금의 경우에는 계약 성립과 동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계약 기간에 예입과 반환이 되풀이될 때에는 금융기관 측의 채무승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최후의 예입 또는 반환 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268265 판결 : 금융기관 직원의 예금 무단 인출로 인하여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예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사안).

 

 그리고 기한의 정함이 있는 정기예금의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당좌예금의 경우에도, 당좌예금은 그 계약이 존속하는 한 예금주는 수표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반환은 그 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당좌예금주는 단순히 수표만에 의하여 반환을 받는 제한을 받을 뿐 반환의 청구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소비임치와 마찬가지로 예금계약 성립시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 정지조건부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 : 조건이 성취된 때

 

. 선택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선택권의 귀속에 관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의 선택권 행사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때 즉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진행한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9823195 판결 : 이 사건에서 매립지 중 100평을 선택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하여 당초 약정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380조에 의하여 채무자인 피고에게 있다고 볼 것이고, 피고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381조에 따라서 채권자인 김종택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선택을 최고할 수 있고, 그래도 피고가 그 기간 내에 선택하지 아니할 때에 김종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기산점은 자신이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피고가 100평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65. 8. 24. 선고 641156 판결 참조),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고 도시계획결정 및 지적고시가 이루어져 피고가 소유할 토지의 위치와 면적이 확정되어 공부상 정리가 마쳐진 1987. 2. 26.에는 피고가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때로부터 선택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날로부터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것이다).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2283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10249 판결,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201156 판결 :  주식회사가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해군에 인도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이에 국가(해군)  회사를 상대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회사가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한 후 항해훈련 전에는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추진전동기의 하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국가(해군)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때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때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 사례].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766조 제1(3) :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특히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29924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1836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1687 판결 등).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7577 판결 등).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30263 판결 : 피해자 등에게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만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설사 사고 발생 후 피해자 등이 사고 경위 등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위 법조항 소정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는지 여부는 결국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할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였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71592 판결 :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 가해 경찰관들이나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될 것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259371 판결(의 소유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후 건물 임차인인  주식회사가 임대인인 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이 위 건물의 다른 임차인이 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관련사건에서 위 화재에 관하여 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제1심판결이 선고될 무렵에  회사가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보아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안에서, 은 관련사건의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던 점, 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가  회사의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회사의 패소 판결이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책임의 주체 등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회사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관련사건 상고심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때에 비로소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206384 판결 : 청소년 시절 피해를 당하였던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 제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사례.

 

 그리고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ㆍ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ㆍ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1687 판결 : 원고는 만 1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을 입은 후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경우 위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사고 당시 피해자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언어장애 등의 손해가 언제 현실화되어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이 언제 그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곧바로 교통사고 당시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일을 소멸시효 기산일로 삼아 피고(가해자)의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여기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행위능력이 제한된 자인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아야 위 조항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79897 판결 : 피고가 2000. 7. 25. 05:30경 안양산 휴양림 청소년수련원의 여학생 숙소 내에서 잠을 자던 원고를 간음한 사안에서, 피고로부터 위와 같이 간음을 당할 당시 만 15세로서 미성년자이던 원고의 법정대리인이 원고의 피해사실 및 그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성년이 된 2005. 4. 25.경까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사례이다.

 

 법인의 경우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 그렇지만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과 그 대표자의 이익은 상반되므로 법인의 대표자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대표권도 부인된다고 할 것이어서 법인의 대표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를 안 때에 비로소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이고, 만약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이 법인의 대표자와 공동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을 배제하고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34126 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20475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5043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법인이 대표자의 신원보증인에게 갖는 권리의 소멸시효는 대표자가 안 때가 기산점이 되고, 다른 임원, 사원, 직원 등이 안 때로 기산점이 늦추어지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13614 판결)].

 

 권리자인 피해자의 위와 같은 주관적 용태,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32913 판결).

 

 한편,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데(대법원 1998. 7. 10. 선고 987001 판결: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에 유공자예우법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됨이 확정될 때까지는 같은 항 본문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법률상 이를 행사할 수가 없다 할 것이므로, 이처럼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판례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겠으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33754 판결).

채권자가 북한에 납북되어 있다는 사정은 기본적으로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이 판결은 이를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766조 제2(10) : 불법행위를 한 날

 

 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55312 판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54566 판결 :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주었고,  회사 등이 위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구매승인서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회사 등에 위 거래에 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으나 그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어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국가가  은행 등을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준 것 때문에 국가가 입은 손해는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한  회사 등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부과 징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한 것인데, 국가가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는지는  회사 등이 구매승인서 내용대로 물품을 수출하지 않고 불법으로 내수 유통시킨다는 것을  회사 등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에 달려 있고, 이는  회사 등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된 후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패소 여부가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가려지는 것이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화된 시점은 부과처분을 한 세무서장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확정된 때이고, 국가의  은행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역시 위 판결 확정일이라고 한 사례.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282197 판결 :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피압수자의 손해는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아직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위법한 폐기처분이 이루어진 시점이 아니라 무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로 봄이 타당하다.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97137 판결).

 

 하지만 그 손해의 결과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71881 판결 등).

 

 그런데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공급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환자인 피해자가 감염되었는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16776 판결 : AIDS의 잠복기는 약 10년 정도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며, AIDS 환자가 되었다는 것과 HIV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HIV 감염이 진행되어 실제 AIDS 환자가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그 손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또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 심리적, 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97137 판결 : 이 초등학교 재학 중 테니스 코치 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데,  15년 후  과 우연히 마주쳤고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불안, 분노 등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어, 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한편,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은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33686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238865 판결).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원고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276307 판결).

 

 계속적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부터 각별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고(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358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함께 각 손해가 발생한 때부터 각별로 10(국가배상채무의 경우 5)의 장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18935 판결).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35865 전원합의체 판결 :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그 건축행위에 따른 일영의 증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고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그 시점에 이러한 일조방해행위로 인하여 현재 또는 장래에 발생가능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손해 등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그 때부터 진행한다. 다만, 지극히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고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18935 판결 : 피고는 방OO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을 통하여 망 김OO이 소대장인 방OO의 구타 등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처리하고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망 김OO이 병사하였다는 부실한 통지를 함으로써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이를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정확하게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불이행하였고, 이러한 위법한 부작위는 해군참모총장이 2008. 4. 15. 원고 측에게 망 김OO이 군복무 중이던 1958. 1. 28. 진해해군병원에서 순직하였다는 순직확인서를 발송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로 인하여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날마다 새로운 피고의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각별로 진행한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에 관한 특례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766조 제3).

이는 민법이 2020. 10. 20. 법률 제17503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해당 부칙 제2조에 따라 개정 법률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성적 침해로 발생하여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 등은 주변인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대리인을 통한 권한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아니하도록 하여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성년이 된 후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며,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47886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9039, 9046 판결 : 갑의 보험금 납부 등 보험관리업무를 맡은 을이 갑이 송금한 돈 중 일부를 사용하고 갑의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용한 사안에서, 을의 사용 권한 범위, 갑의 허락 여부 등을 밝힘으로써 용도 외 사용 당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을이 갑의 보험관리업무를 종료한 때부터 갑의 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부작위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위반행위를 한 때(166조 제2)

 

. 구상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보증인의 구상권

 

구상권이 발생한 때이다. 사전구상권과 사후구상권은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공동불법행위자의 구상권

 

피해자에게 현실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이다.

 

.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변론주의 적용 대상

 

 판례는 취득시효와는 달리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소멸시효 주장 내지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 적용대상인 주요사실로 보아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35886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20111 판결).

 

 이때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9.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8.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35886 판결 : 피고는 위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거래 종료 시점인 1990. 9.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1. 3.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였는바, 위 양 기간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나아가 판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여야만 상대방으로서도 법원이 임의의 날을 기산일로 인정하는 것에 의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음이 없이 이에 맞추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공격방어방법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이 이유 있는 경우에, 설령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그 점을 항변으로 다시 주장하지 않는 이상 법원은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여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60244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20111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214241 판결).

 

3.  과거사 사건 소멸시효에 대한 판례의 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박성구 P.124-135 참조]

 

. 이 사건 위헌결정 이전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 이전에는 대체로 장기소멸시효(5)가 완성되었음을 전제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인지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27604 판결 이래 판례는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권리남용)로서,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1유형),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2유형),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3유형),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4유형)를 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 중 사실행위형 사건에 대하여는 제3유형으로 파악하였다.

이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제정 등으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하였다는 평가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하 생략)].

 

과거사 사건은 625를 전후하여 자행되었던, 재판 없이 행한 불법처형을 비롯한 물리적인 사실행위에 의한 인권침해(사실행위형)와 장기간의 불법구금 및 고문 등에 의한 방법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후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유죄판결형)로 나눌 수 있다.

 

한편 유죄판결형 사건에 대하여는 제2유형으로 파악하였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201844 판결 :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 이 사건 위헌결정의 선고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2조 제1항 제3, 42)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위헌결정을 하였다.

 

* 2(진실규명의 범위)

 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 8. 15.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4. 1945. 8. 15.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 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을 일부 위헌결정으로 보아 기속력을 인정하였고, 그에 따라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였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33686 판결 :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고 할 것이어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에 따른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하는 소멸시효’(이하 장기소멸시효라 한다)는 적용되지 않고, 국가에 대한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규정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 역시 이러한 객관적 기산점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한 것으로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238865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 239455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220380 판결 등이 있다].

 

.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에 규정된 사건(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대하여 장기소멸시효 적용이 배제됨에 따라 단기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만을 판단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쟁점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경우에도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지 문제 될 수 있다.

실제 이 사건에서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면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쳐,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위헌결정문의 주문 및 이유에 따르더라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는 사건에 한정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

비록 이 사건 위헌결정의 청구인들은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이기는 하지만[다만 헌재 2015헌바440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원회 차원의 진실규명결정은 없었고,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보고서를 근거로 당해 신청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인용 되었으며[서울고법 2019. 7. 4. 선고 2018재나20224 판결(상고취하 확정)], 재심무죄판결[서울중앙지법 2009. 12. 23. 선고 2008재고합4, 2009재고합27, 28 판결(구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확정]이 선고되었다], 이는 위 청구인들이 진실규명결정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특수한 사정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기 때문일 뿐 진실규명결정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장기소멸시효를 배제하여 권리구제를 넓히고자 하는 이 사건 위헌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231984 판결에서도 원고들에 대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었음에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이 라고 보아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였다.

 

4.  과거사 사건 단기소멸시효 완성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박성구 P.124-135 참조]

 

. 일반론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함을 뜻하고, 단순한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손해 발생의 사실을 모른 때에는 과실로 알지 못하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한다.

손해의 인식이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무엇인가 손해를 입은 사실을 앎으로써 족하고, 반드시 손해의 정도나 수액을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

 

소멸시효가 진행하려면 손해뿐만 아니라 가해자를 알아야 하고, 여기서 가해자란 배상의무자를 뜻하므로, 직접 가해행위자와 별도로 사용자책임국가배상책임 등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할 의무자가 있는 때에는 이러한 사실을 안 때부터 소멸 시효가 진행한다.

결국 손해와 가해자를 안다고 하는 것은 가해자에 의하여 불법행위가 행하여졌 음을 인식한다는 의미하고, 판례도 같은 취지이다(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32371 판결).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 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 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33469 판결).

 

. 소멸시효 기산점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대법원은 단기소멸시효와 관련하여 대체로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먼저 진실규명결정이 있는 사건에서는 진실규명결정을 안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246573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286925 판결 등).

 

 재심무죄판결이 있는 사건에서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231625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232284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276307 판결 등).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의 이 사안에서 원고 에 대해서는 재심무죄판결이 있었으나, 원고 , 에 대해서는 재심무죄판결이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상황으로, 원고 , 에 대한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 된다.

 

원심은 불법행위가 종료된 때, 즉 원고 , 에 대한 불법구금 상태가 해소된 1987. 7.경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은 원고 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원고 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이 취소된 이후) 비로소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5.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에서의 장기소멸시효 적용 배제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131-1133 참조]

 

. 관련 규정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진실규명의 범위)

 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 8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

4. 1945 8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 :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적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

 

. 장기소멸시효 적용 배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이른바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에 대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의 적용이 배제되었다.

이러한 위헌결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권리남용과 신의칙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장기소멸시효 조항에만 위헌결정을 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에 단기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는 여전히 적용된다.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인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사실인정의 문제이나, 진실규명결정일(2010. 6. 30.)이 아닌 그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정통지서 송달일이 언제인지는 기록상 불명확했던 것으로 보이나, 그날로부터 소를 제기(2013. 6. 18.)하기까지 3년을 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6.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189-1191 참조]

 

. ‘손해의 발생이 현실화된 날로부터 10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장기소멸시효).

 민법 제766(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를 한 날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

불법행위와 위법행위(가해행위)의 개념은 구별되어야 한다.

불법행위는 위법행위, 손해, 인과관계, 책임성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 사용하는 개념이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를 한 날이 아닌 가해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날을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하며,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그리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손해를 안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 그 발생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나. 성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750)의 특수성

 

 성범죄 피해의 영향은 피해자의 나이, 환경, 피해 정도,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양상, 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ㆍ심리적ㆍ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성범죄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이 나타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⑴ 이 사건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원고가 성인이 되어 피고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잠재적ㆍ부동적인 상태에 있었다가 피고를 만나 정신적 고통이 심화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음으로써 객관적ㆍ구체적으로 발생하여 현실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정확하게는 원고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한 때가 될 것이나, 이 사건에서 과거 일부 증상이 발현되었으나 고착화되지 않은 점, 피고를 조우하기 전후에 겪은 정신적 고통의 현저한 차이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 그 손해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아 이를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았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 또한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가 될 것이다.

 

  판결은,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인 2016. 6. 7.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7.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허이훈 P.3-37 참조]

 

. 산재보험법상 소멸시효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기간

 

현행 산재보험법은 제112조 제1항 본문은 제36조 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의 시효를 3년으로 정하면서 단서에서 그에 대한 예외로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의비,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다.

단서 규정은 2018. 6. 12. 법률 제15665호 개정을 통하여 신설되어 2018. 12. 13. 시행되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경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

이와 같이 보험급여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면 발생하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 는 권리’, 이른바 추상적 수급권의 경우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소멸 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대상판결 사안은 추상적 수급권에 관한 사안이어서 문제되지 않지만, 피고의 보험급여결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구체적 수급권의 경우에도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시효가 적용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 일반론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 민법 제166조 제1항에 의하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 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 참조).

,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 할지라도 소멸시효 진행에 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때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행사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추상적) 수급권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를 통해 이루어진다(산재보험법 제 36조 제2,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1, 2항 참조).

따라서 진폐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경우 최초 진폐보상연금 청구를 통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추상적 수급권이 발생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 청구가 가능한 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개별 보험급여의 근거법률의 해석을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는 요양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2318 판결),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2033 판결).

장해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정면으로 판시한 대법원판결은 확인되지 않지만, 산재보험법 제57조 제1, 5조 제4호에 의하면 장해급여는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된 때 지급하고,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의미함에 비추어(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14977 판결 참조),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때로 해석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4810 판결).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인데, 산재보험법 상 보험급여의 법적 성격과 산재보험법 제91조의3의 해석에 터 잡아 그에 관한 판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유족의 수급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검토

 

 '유족급여'는 근로자의 사망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그 유족의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족급여제도는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상속인이 그 재산을 상속하는 제도와는 취지를 달리한다.

유족급여는 별도의 보험급여로서 소멸시효 기산점은 유족이 그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근로자의 사망 시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판례도 같은 태도이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11013 판결 참조).

 

 그런데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는 유족급여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망인이 행사할 수 있었던 수급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망인과 유족은 권리 주체가 다르고, 유족이 망인의 포괄승계인의 지위에서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래의 보험급부와 기산점을 달리 보아야 하는 것 아닌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고유권설(유족 자신의 법률에 의한 독자적 권리 취득 및 행사로 보는 견해)  승계취득설(유족은 망인의 수급권을 법률상 승계한 것으로 보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승계취득설이 타당하다.

 

.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검토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 해석에 관하여 장해상태 기준시설, 등급결정시설 및 개별적순차적 진행설의 대립이 있다.

장해상태 기준시설이 타당하다.

 

라.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

 

⑴ 장해상태 기준시설에 의하면,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 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망인의 진폐장해상태는 2012. 5. 23. 진폐의 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장해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여 진폐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한다.

망인은 2012. 5. 23.부터 피고에게 더 높은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청구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망인의 유족인 소외 1이 망인의 사망 후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라 망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이 사건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망인의 진폐증이 2014. 4.경까지 계속하여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2012. 5. 23.에는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2012. 5. 23.을 소멸시효의 기 산점으로 하였을 때 소외 1이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를 한 2016. 6. 14. 3년의 소 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위 판결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법리를 바탕으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