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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수임인이 취득한 권리의 이전의무의 이행시기 및 소멸시효, 위임계약에서 수임인의 의무>】《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 명의로 취득한 권리에 관한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4. 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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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수임인이 취득한 권리의 이전의무의 이행시기 및 소멸시효, 위임계약에서 수임인의 의무>】《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 명의로 취득한 권리에 관한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21711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보상업무대행협약에 따른 보상업무 처리로 수탁자 명의로 취득한 토지에 관하여 위탁자가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

 

판시사항

 

[1]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 명의로 취득한 권리를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하는 시기 및 위 권리에 관한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

 

[2] 갑 주식회사와 을 지방자치단체가 조선산업단지 개발사업 시행에 따라 갑 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에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매수 및 손실보상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보상업무대행협약을 체결하고, 위 협약에 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상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소유권을 갑 회사 명의로 등기하기로 정하였는데, 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부지 내 토지에 관하여 을 지방자치단체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 갑 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위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을 지방자치단체가 위 협약에 의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을 지방자치단체 명의로 취득한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협약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갑 회사에 이전하여야 하고, 각 토지에 관한 갑 회사의 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협약의 종료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684조 제2항은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는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그 이전 시기는 당사자 간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이다. 따라서 위임사무로 수임인 명의로 취득한 권리에 관한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부터 진행하게 된다.

 

[2] 갑 주식회사와 을 지방자치단체가 조선산업단지 개발사업 시행에 따라 갑 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에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매수 및 손실보상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보상업무대행협약을 체결하고, 위 협약에 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상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소유권을 갑 회사 명의로 등기하기로 정하였는데, 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부지 내 토지에 관하여 을 지방자치단체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 갑 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위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위 협약의 목적이나 업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협약의 법적 성질은 민법상의 위임계약 또는 그와 유사한 비전형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위 협약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을 지방자치단체는 위 토지에 관하여 갑 회사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그 권리의 이전 시기에 관하여 위 협약에서 특별히 정한 바가 없어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 중 제684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을 지방자치단체가 위 협약에 의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을 지방자치단체 명의로 취득한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협약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갑 회사에 이전하여야 하고, 각 토지에 관한 갑 회사의 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협약의 종료 시점부터 진행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이상엽 P.3-16 참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566-2569 참조]

 

. 사안의 개요

 

지식경제부장관은 경남 하동군 ○○△△리 지역의 매립지 및 매립배후지 개발사업의 시행자를 원고 회사 및 피고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고시한 후 위 매립지와 매립배후지 개발사업을 △△만 조선산업단지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으로 통합하였다.

 

원고 회사와 피고는 이 사건 사업 시행에 따른 실시협약을 맺고, 위 실시협약에 따라 원고회사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매수 및 손실보상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토지인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각 토지 소유자들을 매도인으로, 피고를 매수인으로 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2012. 7.경부터 2014. 12. 24.경까지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마쳤다.

 

원고 회사는 2018. 4. 17. 파산선고를 받았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원고는 2020. 5. 4.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 회사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피고가 위 토지의 취득 및 보상업무를 수행하여 이를 취득한 시점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도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한 각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 사실관계

 

재정경제부장관은 2003. 10. 30. 구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59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4조 제6, 동법 시행령(2005. 4. 28. 대통령령 제18816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3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내 토지 일원 등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였고, 그 개발사업 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 내 지역을 일부 매립하고 매립지와 매립배후지 총 6,281를 개발하는 계획이 수립되었는데, 위 사업의 시행자로 경상남도 등이 지정되었다.

 

이후 주식회사(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2008. 1. 18. 설립되었고, 지식경제부장관은 2008. 9. 12. 위 매립지 및 매립배후지 개발사업의 시행자를 원고회사 및 지방자치단체(이하 피고라고 한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발계획변경 승인을 고시한 후(지식경제부고시 제2008-126), 2009. 3. 30. 위 매립지와 매립배후지 개발사업을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고 한다)으로 통합하였다.

 

원고 회사와 피고는 2009. 8.경 이 사건 사업 시행에 따른 실시협약을 맺고, 이후 2010. 1.경 위 실시협약에서 정해진 바에 원고 회사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매수 및 손실보상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보상업무대행협약(이하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의 기간은 협약체결일로부터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등에 대한 협의 또는 수용재결이 있은 후 공탁 및 소유권이전 업무를 완료한 날까지로 한다. , 수용재결 신청은 보상공고일로부터 16개월 이내에 한다(4조 제1).

 

피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등에 대한 보상협의, 계약, 보상금지급, 토지 등의 등기, 수용재결, 보상금 공탁, 행정대집행 등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고(6조 제1항 제2), 원고 회사는 보상업무 관련 사업비 및 위탁수수료를 비롯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며 토지 등의 보상금을 예치한다(6조 제2항 제3, 4, 5).

 

피고는 보상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소유권을 원고 회사의 명의로 등기한다(12).

 

피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토지인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토지라고 한다)에 관하여 각 토지 소유자들을 매도인으로, 피고를 매수인으로 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2012. 7.경부터 2014. 12. 24.경까지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마쳤다.

 

원고 회사는 2018. 4. 17.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2017하합10025)를 받았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원고는 2019. 9. 25. 창원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토지가 원고 회사 소유임을 확인하고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부인의 청구(2019하기1023)를 하였다가 2020. 2. 11. 이를 취하하였고, 2020. 5. 4.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을 원인으로 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의 판단 : 원고 일부 승 [= 이 사건 각 토지(161필지) 3필지(159 내지 161)만 인용]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 피고는 원고 회사의 파산관재인인 원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사업부지의 취득 및 보상업무를 통하여 취득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제12조를 원인으로 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 원고 회사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제12조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상사채권으로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을 최종 취득한 2014. 12. 24.경으로부터 이미 5년이 경과한 이후인 2020. 5. 4. 비로소 제기되었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 재항변에 대한 판단 : 이 사건 각 토지 중 제1 내지 158번 기재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9. 4. 15. 완성되었다. 그러나 원고가 제159 내지 161번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인 2019. 9. 25. 창원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원고 소유임을 확인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부인의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부인의 청구 신청을 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한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서 부인의 청구 신청을 한 2019. 9. 25. 이 사건 각 토지 중 제159 내지 161번 기재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

 

.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당사자간의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를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하는 시기(=위임계약이 종료한 때)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위임종료시)이다.

 

민법 제684조 제2항은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는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그 이전 시기는 당사자 간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이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64432 판결,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611295 판결 참조). 따라서 위임사무로 수임인 명의로 취득한 권리에 관한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부터 진행하게 된다.

 

원고 회사와 피고는 2009. 8.경 조선산업단지 개발사업 시행에 따른 실시협약을 맺고, 이후 2010. 1.경 위 실시협약에서 정해진 바에 따라 원고 회사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매수 및 손실보상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보상업무대행협약을 체결함. 위 보상업무협약에는 피고는 보상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원고 회사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하기로 되어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 내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각 토지 소유자들을 매도인으로, 피고를 매수인으로 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2012. 7.경부터 2014. 12. 24.경까지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마침. 원고 회사의 파산관재인인 원고가 2020. 5.경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보상업무 처리로 획득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다.

 

원심은, 원고 회사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피고가 위 토지의 취득 및 보상업무를 수행하여 이를 취득한 시점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도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한 각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각 토지인 총 161필지 중 158필지에 대해서는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나머지 3필지에 대해서만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보상업무협약은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의 법적 성질은 민법상의 위임계약 또는 그와 유사한 비전형계약이므로,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684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협약의 종료시점부터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 다음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의 종료 이전에 피고가 원고 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그와 같은 사정이 없다면 어느 시점에 위 협약이 종료되는지를 특정한 다음 그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를 추가로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 명의로 취득한 권리에 관한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566-2569 참조]

 

. 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 이전 시기

 

관련 규정

 

민법

684(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 이전의무)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는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위 규정의 취지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를 위임인에게 이전할 시기에 관하여 민법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주석서는 수임인이 취득물 등을 위임인에게 인도할 시기에 관해 위임인과 수임인 사이에 특약이 있으면 그에 따르되, 특약이 없으면 위임종료시라고 한다.

다만 위임의 내용에 따라서는 위임종료 전에 인도하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위임종료 전에 인도해야 할 특약 내지 사정이 없다면 수임인의 인도의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최고가 있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한다.

 

판례도 주석서와 같은 입장이다.

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64432 판결 : 민법 제684조 제1항에 의하면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이를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때 인도시기는 당사자간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위임계약이 종료한 때이므로, 수임인이 반환할 금전의 범위도 위임종료시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 사건 사업의 내용

 

재정경제부장관은 경남 하동군 일원 등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였고, 그 개발사업 중 하나인 이 사건 사업은 하동군의 일부 지역을 매립하고, 매립배후지를 수용하여 △△만 조선산업단지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가진 사업이다.

 

원고 회사는 하동군과 함께 위 매립지 및 매립배후지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되었고, 위 매립지와 매립배후지 개발사업은 이 사건 사업에 통합되었다.

 

원고 회사와 피고는 이 사건 사업 시행에 따른 실시협약을 맺고, 이후 위 실시협약에 따라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은 피고가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편입된 토지 등에 대한 보상협의, 계약, 보상금 지급, 토지 등의 등기, 수용재결, 보상금 공탁, 행정대집행 등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 회사는 보상업무 관련 사업비 및 위탁수수료를 비롯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고, 토지 등의 보상금을 예치해두며, 피고는 위 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소유권을 원고 회사의 명의로 등기하기로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

 

원고 회사의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5년의 상사시효가 경과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고, 소멸시효 완성 여부와 관련하여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가 된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진행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날이 소멸시효 기산점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의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기가 불확정기한인 위임계약 종료 시라고 보았다.

대법원이 위임계약 종료 시를 이행기로 본 근거는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이다.

민법에 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이전시기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민법 제684조 제2항과 주석서 해석을 종합하면, 위임인과 수임인 사이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이전시기는 위임계약종료 시이다.

 

사안의 검토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에 특약이 없다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가 아니라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에 위임계약이 종료되었을 때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당사자 간 특약이 존재하는가로서 사실인정의 문제에 가깝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편입된 전체 토지에 관한 소유권 취득을 마친 후 그 토지 위에 조선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이 사건 사업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에 따라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을 때마다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고,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 종료되었을 때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받아 조선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면 된다.

,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피고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 취득 시에 이전하기로 하는 특약의 존재는 인정하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이상엽 P.3-16 참조]

 

. 원심(= 1)의 판단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제12조는 피고가 보상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그 소유권을 원고 회사의 명의로 등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사업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의 취득 및 보상업무를 수행하여 이를 취득한 시점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며(=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발생시기), 위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대한 소멸시효의 기산점 역시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한 각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발생시기).

 

원심은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발생을 전제로 하여 그 기한이 도래하였다고는 표현하지 아니하고, 대신 위 채권의 발생시기에 초점을 맞춰 그 시기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데, 이는 원심이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인지 여부 (= 부정)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이행기에 관해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고, 법률에도 이행에 관한 규정이 없어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이행기에 관한 약정이 존재하는지 여부 (= 약정 없음)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에는 피고는 보상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소유권을 원고 회사의 명의로 등기한다.”라는 규정(12)만을 두고 있을 뿐이다.

해당 조항이나 그 외에서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이행기에 관하여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내용이 확인되지는 아니하였다.

피고의 증빙서류 제출의무(4조 제3)는 협약 종료 이후 피고가 이행하여야 할 부수적, 절차적 의무에 불과하므로, 그 의무 이행기를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기와 같이 볼 수는 없다.

 

법률상 이행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는지 여부 (= 존재)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은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2011. 8. 4. 법률 제11017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구 토지보상법) 81조 제17)에 의거하여 피고(지방자치단체)와 원고 회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원고 회사가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내 편입용지 매수 및 손실보상 등에 관한 업무를 피고에게 위탁하고 피고가 이를 수탁받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의 목적(1), 업무의 내용(6), 계약상 의무와 권리의 양도나 처분이 금지된다는 점(17조 제2), 수탁자에게 보고의무가 있으며(4조 제3, 7조 제3, 14), 수탁자에게 비용(보상금, 부대비용)의 선급청구권이 있다는 점(8, 10), 수탁자에게 보수(위탁수수료)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9), 수탁자가 위탁자를 위하여 취득한 토지 소유권을 위탁자에게 이전해 주어야 한다는 점(12)(=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관련) 등에서 민법상의 위임계약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계약의 법적 성질은 민법상의 위임계약과 유사한 비전형계약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계약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법상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이 된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64432 판결 참조).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기와 관련하여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에는 이행기에 관한 약정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위 의무는 민법 제684(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 이전의무)의 내용과 유사한바, 해당 규정의 내용과 법리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민법 제684조 제2항에는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는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 권리를 이전하여야 할 시기는 민법 제684조 제1항에서의 물건의 인도시기에 준하여 정한다.

민법 제684조 제1항은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인도 시기는 당사자 간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이며(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6443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계약이 종료된 때이다.

결국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민법 제684조를 유추적용하여 그 이행기가 정해질 수 있으므로 법률상 이행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하여 법률상 이행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으므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

 

. 확정기한인지, 불확정기한인지 여부 (= 불확정기한)

 

민법 제684조에 따라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이름으로 취득한 권리를 위임인에게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 이전 시기는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종료 시이다.

 

수임인의 취득한 권리의 이전의무의 이행기가 위임종료 시이므로, 위 이전의무는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에 해당한다.

 

민법 제684조의 법리를 이 사건에 유추적용해 보면,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당사자 간(피고와 원고 회사)에 특약이 있거나 위탁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 종료하는 때라고 할 것이다.

 

당사자 간(피고와 원고 회사)에 특약이 있는지 여부 : 이 사건에서 피고와 원고 회사 사이에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데 특약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위탁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인지 여부 : 나아가 협약기간 종료 전에 소유권이전을 마쳐야만 위탁의 본뜻에 부합하는 사정이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의 협약기간은 공탁 및 소유권이전 업무를 완료한 날까지이다(4조 제1). 여기서 소유권이전 업무란 원고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시간 논리상 협약기간 종료 이전에 원고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야만 협약기간이 종료(=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종료)되므로, 위탁의 본지에 부합하려면 적어도 소유권이전청구권의 이행기를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종료 이전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만약 이를 긍정한다면 그 시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소유권이전의무는 다시 기한이 없는 채무로 볼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의 본지는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내 편입된 토지 전체를 원고 회사 명의로 등기하는 데 있는 것이지 그중 일부의 토지라도 신속히 원고 명의로 등기하는 데에 있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후자로 볼 경우 피고가 이른 시기에 소유권을 취득하고 원고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을 해주지 아니한 토지가 있을 때 극단적인 경우 피고가 최종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이미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버릴 수도 있다. 원고회사와 피고가 이러한 상황을 상정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협약기간종료에 관한 문구만으로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계약의 본지가 그 종료 이전에 원고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을 마쳐야 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 의 사정이 확인되지 아니하므로 이행기를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 종료하는 때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행기가 그와 같으므로,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에 해당한다.

 

. 소멸시효의 기산점 (=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종료 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불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이므로 소멸시효그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기산한다.

 

이 사건에서 기한은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 종료할 때에 도래한다.

따라서 그 소멸시효도 위 시기부터 기산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 종료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심리하지 아니하고 이와 무관하게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발생시기(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한 시점 =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 종료한 시점이 언제인지에 관하여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최종적으로 취득한 시점(2014. 12. 24.)이라는 견해], [아직까지 종료하지 아니하였다는 견해], [원고 회사 파산 시(2018. 4. 17.)라는 견해],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의 협의 해약 시라는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설이 타당하다.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제4조 제1항에는 본 협약기간은 협약체결일로부터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내 편입된 토지 등에 대한 협의 또는 수용재결이 있은 후 공탁 및 소유권이전 업무를 완료한 날까지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위 협약 제12조에는 피고는 보상업무 처리로 취득하는 토지 등에 관하여 소유권을 원고 회사 명의로 등기한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4조 제1항에서 말하는 소유권이전 업무를 완료한 날이라고 함은 원고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 업무를 완료한 날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를 그리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의 본지에도 반하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계약 제4조 제1항에서 협약의 종료시점으로 보고 있는 공탁 및 소유권이전 업무협의 또는 수용재결에서 이어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협의 또는 수용재결을 원인으로 토지소유자 피고로 소유권이전을 하고,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을 원인으로 피고 원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위 제4조 제1항 소정의 소유권이전 업무라고 함은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그와 같이 해석을 하면,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 제4조 제1항에 따라 위 협약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이 마무리되면 종료되는 것이고, 12조에 따라 피고는 이를 원고 회사 명의로 이전하면 된다.

 

⑷ ①설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최후 시점인 2014. 12. 24.에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협약이 종료하게 된다.

 

원고는 그로부터 상사시효인 5년이 경과되기 전에 2019. 9. 25.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부인의 청구 신청(창원지방법원 2019하기1023)을 하였다가 2020. 2. 11. 이를 취하한 다음 그로부터 6개월 내인 2020. 5. 4.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이 사건 각 토지 전체에 대한 소가 적법하게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 중 158필지는 2019. 4. 15.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인 2019. 9. 25. 부인의 청구 신청이 있었다고 보아 위 158필지에 대해서는 시효중단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3필지에 대해서만 시효중단을 인정하였다.

 

.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은,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그 채권이 발생할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았다. 이는 위 채권을 기한이 없는 채권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계약은 민법상의 위임계약과 유사한 비전형계약으로서 해당 규정의 내용과 법리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기인한다.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불확정 기한이 있는 채권이므로 그 소멸시효는 그 불확정 기한이 도래한 이후부터 진행된다. 이 사건에서 그 불확정 기한은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계약이 종료한 때에 도래하게 된다. 이 사건 보상업무대행계약 종료시점은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최종적으로 마친 2014. 12. 24.이다. 그로부터 상사시효인 5년이 경과되기 전에 원고의 부인청구신청으로 이 사건 소는 제기 당시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은 위임계약에서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 명의로 취득한 권리를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하는 시기 및 위 권리에 관한 위임인의 이전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명확히 하였다.

 

5. 위임계약에서 수임인의 의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157-1165 참조]

 

. 선관주의의무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한다(681).

 

 따라서 비록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완료하였더라도 그 업무처리가 위임의 본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손해를 위임인에게 배상할 책임을 진다. 예를 들어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지 아니한 까닭에 만약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였더라면 지출하지 아니하여도 될 비용을 위임인이 지출하였거나 위임의 본지에 미치지 못하는 업무처리를 하였음에도 위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였다는 전제에서 실제 소요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위임인은 수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추가로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수임인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205796 판결).

 

. 복임권의 제한

 

 수임인은 위임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 없이 제3자로 하여금 자기에 갈음하여 위임사무를 처리하게 하지 못한다(682조 제1).

 

 한편, 수임인이 위임인의 승낙을 얻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제3자에게 위임사무를 처리하게 한 경우에는 위임인에 대하여 그 선임·감독에 관한 책임이 있다(682조 제2, 121조 제1). 다만, 수임인이 위임인의 지명에 의하여 그 제3자를 선임한 경우에는 그 부적임 또는 불성실함을 알고 위임인에 대한 통지나 그 해임을 태만한 때가 아니면 책임이 없다(682조 제2, 121조 제2).

 

. 보고의무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고 위임이 종료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전말을 보고하여야 한다(683).

 

. 취득물 등의 인도·이전 의무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하고,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는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684).

 

 만약 수임인이 위임인에게 인도할 금전 또는 위임인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할 금전을 자기를 위하여 소비한 때에는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하며 그 외의 손해가 있으면 배상하여야 한다(685).

 

 이는 수임인이 위임인으로부터 업무처리비용으로 금원을 선지급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수임인으로서는 그 받은 비용에서 업무처리를 하는 데에 사용하고 남은 금원이 있다면 이를 위임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수임인은 위임인의 그러한 비용반환청구가 있으면 그 지출한 비용의 액수와 용도를 증명하지 않는 한 반환을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102851 판결).

 

6. 소멸시효의 기산점

 

. 관련 규정

 

 민법 제166(소멸시효의 기산점)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 일반론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는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자 한다(판례, 통설). 법률상의 장애가 아닌 사실상의 장애(예를 들어,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는 경우)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212220 판결 등 참조).

 

 법률상 장애의 대표적인 예는, 기한의 미도래나 정지조건의 불성취가 있다.

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으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권리가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기한미도래 또는 정지조건 미성취 상태에서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한다.

 

. 구체적인 소멸시효의 기산점

 

 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은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확정기한이란 자연적 시간의 경과로 발생하는 시기가 확정되어 있는 기한을 말한다.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기산한다. ‘불확정기한이란 서울에 첫눈이 내릴 때’, ‘이 사망하였을 때 등과 같이 기한사실이 장래 발생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 발생시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기한을 말한다

 

채무자가 기한의 도래를 알았는지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 이 점에서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와 다르다(민법 제387조 제1항 후문).

 민법 제387(이행기와 이행지체)

 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은 채권자가 언제라도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채권발생시기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된다. 당사자가 이행기에 관해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고 법률에도 이행에 관한 규정이 없는 때에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이 된다.

 

이 경우에도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와 다르다(민법 제387조 제2).

 387(이행기와 이행지체)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7. 구체적인 소멸시효의 기산점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98-308 참조]

 

. 개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166조 제1). 다만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경우에는 위반행위가 있은 때부터 진행하고(166조 제2),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한다(766조 제1).

 

 166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 권리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으나,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 이분론.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

 

법률상의 장애사유에는 그 밖에, 권리행사에 장애가 되는 하위의 법규범이 상위의 법규범에 위배되어 무효이어서 사실은 권리 행사가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하위 법규범의 존재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한다(대법원 1970. 12. 20. 선고 69148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5219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 현실적으로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 경우에 권리행사를 부정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의 존재는 권리행사에 대한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3622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

 

 민법은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제한능력자가 법정대리인에 대하여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 천재 기타 사변으로 인하여 시효중단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이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179~182조 참조), 이러한 입법태도는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시효기간의 진행 그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따라서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질병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사실상의 장애에 불과하여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으며, 또한 권리자가 제한능력자인데 그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사유(179조 참조)로 고려될 수 있을 뿐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근래 들어 정의와 형평의 관념 및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원칙에 대하여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고(대법원 2003. 2. 11. 선고 9966427,73371 판결,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64957,64964 판결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31168 판결 등).

권리자에게는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이 권리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사실의 존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확인된 권리발생시점부터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인정하는 것은 확실히 부당하다.

 

. 기한을 정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확정기한부 채권 : 확정기한이 도래한 때

 

 불확정기한부 채권 : 그 기한이 객관적으로 도래한 때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위의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채권자를 위하여 둔 것인 점에 비추어 명백히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른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특약은 채권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전액을 일시에 청구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할부변제를 청구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회의 불이행이 있더라도 각 할부금에 대해 그 각 변제기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순차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채권자가 특히 잔존 채무 전액의 변제를 구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하여 전액에 대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28340 판결).

 

 기한 유예의 합의가 있는 경우

 

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그 이행기가 도래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한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 유예된 때로 이행기가 변경되어 소멸시효는 변경된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이와 같은 기한 유예의 합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한데, 계약상의 채권관계에서 어떠한 경우에 기한 유예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것인지는 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 및 이행경과, 기한 유예가 채무자의 이익이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274904 판결).

 

.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반환시기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의 경우 대주는 언제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603조 제2), 소멸시효는 채권이 성립한 때부터 진행한다.

 

. 예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기간은 상법상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인데, 그 기산점에 관하여는 각 예금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다.

 

 우선 예치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언제든지 예입·반환을 반복할 수 있는 보통예금의 경우에는 계약 성립과 동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계약 기간에 예입과 반환이 되풀이될 때에는 금융기관 측의 채무승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최후의 예입 또는 반환 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268265 판결 : 금융기관 직원의 예금 무단 인출로 인하여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예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사안).

 

 그리고 기한의 정함이 있는 정기예금의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당좌예금의 경우에도, 당좌예금은 그 계약이 존속하는 한 예금주는 수표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반환은 그 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당좌예금주는 단순히 수표만에 의하여 반환을 받는 제한을 받을 뿐 반환의 청구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소비임치와 마찬가지로 예금계약 성립시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 정지조건부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 : 조건이 성취된 때

 

. 선택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선택권의 귀속에 관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의 선택권 행사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때 즉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진행한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9823195 판결 : 이 사건에서 매립지 중 100평을 선택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하여 당초 약정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380조에 의하여 채무자인 피고에게 있다고 볼 것이고, 피고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381조에 따라서 채권자인 김종택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선택을 최고할 수 있고, 그래도 피고가 그 기간 내에 선택하지 아니할 때에 김종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기산점은 자신이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피고가 100평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65. 8. 24. 선고 641156 판결 참조),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고 도시계획결정 및 지적고시가 이루어져 피고가 소유할 토지의 위치와 면적이 확정되어 공부상 정리가 마쳐진 1987. 2. 26.에는 피고가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때로부터 선택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날로부터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것이다).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2283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10249 판결,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201156 판결 :  주식회사가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해군에 인도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이에 국가(해군)  회사를 상대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회사가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한 후 항해훈련 전에는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추진전동기의 하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국가(해군)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때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때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 사례].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766조 제1(3) :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특히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29924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1836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1687 판결 등).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7577 판결 등).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30263 판결 : 피해자 등에게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만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설사 사고 발생 후 피해자 등이 사고 경위 등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위 법조항 소정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는지 여부는 결국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할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였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71592 판결 :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 가해 경찰관들이나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될 것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259371 판결(의 소유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후 건물 임차인인  주식회사가 임대인인 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이 위 건물의 다른 임차인이 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관련사건에서 위 화재에 관하여 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제1심판결이 선고될 무렵에  회사가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보아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안에서, 은 관련사건의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던 점, 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가  회사의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회사의 패소 판결이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책임의 주체 등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회사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관련사건 상고심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때에 비로소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206384 판결 : 청소년 시절 피해를 당하였던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 제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사례.

 

 그리고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ㆍ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ㆍ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1687 판결 : 원고는 만 1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을 입은 후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경우 위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사고 당시 피해자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언어장애 등의 손해가 언제 현실화되어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이 언제 그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곧바로 교통사고 당시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일을 소멸시효 기산일로 삼아 피고(가해자)의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여기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행위능력이 제한된 자인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아야 위 조항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79897 판결 : 피고가 2000. 7. 25. 05:30경 안양산 휴양림 청소년수련원의 여학생 숙소 내에서 잠을 자던 원고를 간음한 사안에서, 피고로부터 위와 같이 간음을 당할 당시 만 15세로서 미성년자이던 원고의 법정대리인이 원고의 피해사실 및 그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성년이 된 2005. 4. 25.경까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사례이다.

 

 법인의 경우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 그렇지만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과 그 대표자의 이익은 상반되므로 법인의 대표자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대표권도 부인된다고 할 것이어서 법인의 대표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를 안 때에 비로소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이고, 만약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이 법인의 대표자와 공동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을 배제하고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34126 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20475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5043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법인이 대표자의 신원보증인에게 갖는 권리의 소멸시효는 대표자가 안 때가 기산점이 되고, 다른 임원, 사원, 직원 등이 안 때로 기산점이 늦추어지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13614 판결)].

 

 권리자인 피해자의 위와 같은 주관적 용태,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32913 판결).

 

 한편,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데(대법원 1998. 7. 10. 선고 987001 판결: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에 유공자예우법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됨이 확정될 때까지는 같은 항 본문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법률상 이를 행사할 수가 없다 할 것이므로, 이처럼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판례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겠으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33754 판결).

채권자가 북한에 납북되어 있다는 사정은 기본적으로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이 판결은 이를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766조 제2(10) : 불법행위를 한 날

 

 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55312 판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54566 판결 :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주었고,  회사 등이 위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구매승인서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회사 등에 위 거래에 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으나 그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어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국가가  은행 등을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준 것 때문에 국가가 입은 손해는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한  회사 등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부과 징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한 것인데, 국가가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는지는  회사 등이 구매승인서 내용대로 물품을 수출하지 않고 불법으로 내수 유통시킨다는 것을  회사 등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에 달려 있고, 이는  회사 등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된 후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패소 여부가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가려지는 것이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화된 시점은 부과처분을 한 세무서장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확정된 때이고, 국가의  은행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역시 위 판결 확정일이라고 한 사례.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282197 판결 :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피압수자의 손해는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아직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위법한 폐기처분이 이루어진 시점이 아니라 무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로 봄이 타당하다.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97137 판결).

 

 하지만 그 손해의 결과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71881 판결 등).

 

 그런데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공급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환자인 피해자가 감염되었는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16776 판결 : AIDS의 잠복기는 약 10년 정도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며, AIDS 환자가 되었다는 것과 HIV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HIV 감염이 진행되어 실제 AIDS 환자가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그 손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또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 심리적, 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97137 판결 : 이 초등학교 재학 중 테니스 코치 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데,  15년 후  과 우연히 마주쳤고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불안, 분노 등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어, 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한편,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은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33686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238865 판결).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원고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276307 판결).

 

 계속적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부터 각별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고(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358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함께 각 손해가 발생한 때부터 각별로 10(국가배상채무의 경우 5)의 장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18935 판결).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35865 전원합의체 판결 :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그 건축행위에 따른 일영의 증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고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그 시점에 이러한 일조방해행위로 인하여 현재 또는 장래에 발생가능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손해 등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그 때부터 진행한다. 다만, 지극히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고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18935 판결 : 피고는 방OO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을 통하여 망 김OO이 소대장인 방OO의 구타 등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처리하고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망 김OO이 병사하였다는 부실한 통지를 함으로써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이를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정확하게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불이행하였고, 이러한 위법한 부작위는 해군참모총장이 2008. 4. 15. 원고 측에게 망 김OO이 군복무 중이던 1958. 1. 28. 진해해군병원에서 순직하였다는 순직확인서를 발송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로 인하여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날마다 새로운 피고의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각별로 진행한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에 관한 특례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766조 제3).

이는 민법이 2020. 10. 20. 법률 제17503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해당 부칙 제2조에 따라 개정 법률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성적 침해로 발생하여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 등은 주변인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대리인을 통한 권한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아니하도록 하여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성년이 된 후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며,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47886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9039, 9046 판결 : 갑의 보험금 납부 등 보험관리업무를 맡은 을이 갑이 송금한 돈 중 일부를 사용하고 갑의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용한 사안에서, 을의 사용 권한 범위, 갑의 허락 여부 등을 밝힘으로써 용도 외 사용 당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을이 갑의 보험관리업무를 종료한 때부터 갑의 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부작위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위반행위를 한 때(166조 제2)

 

. 구상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보증인의 구상권

 

구상권이 발생한 때이다. 사전구상권과 사후구상권은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공동불법행위자의 구상권

 

피해자에게 현실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이다.

 

.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변론주의 적용 대상

 

 판례는 취득시효와는 달리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소멸시효 주장 내지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 적용대상인 주요사실로 보아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35886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20111 판결).

 

 이때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9.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8.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35886 판결 : 피고는 위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거래 종료 시점인 1990. 9.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1. 3.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였는바, 위 양 기간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나아가 판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여야만 상대방으로서도 법원이 임의의 날을 기산일로 인정하는 것에 의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음이 없이 이에 맞추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공격방어방법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이 이유 있는 경우에, 설령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그 점을 항변으로 다시 주장하지 않는 이상 법원은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여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60244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20111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21424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