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피용자 본인이 손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의 범위(안분설)【대법원 1995.7.14. 선고 94다19600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1995.7.14. 선고 94다19600 판결】
◎[요지]
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타인에게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그 불법행위자들의 손해배상 채무액이 동일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자 1인이 그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면 절대적 효력으로 인하여 다른 불법행위자의 채무도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멸하나, 불법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과실비율이 달라 배상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누가 그 채무를 변제하였느냐에 따라 소멸되는 채무의 범위가 달라진다. 즉 적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불법행위의 성립 이후에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많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 있는 자의 채무가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멸하는 것은 물론이나, 많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자가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그중 적은 범위의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자의 채무는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범위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부담하는 쪽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큼만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가"항의 이치는 사용자의 손해배상 책임에 있어서 피용자 본인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동일하고, 이러한 법리는 피용자 본인이 불법행위의 성립 이후에 피해자에 대하여 일부 금원을 지급함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손해배상의 일부 변제조로 지급한 것은 아니고 그 불법행위를 은폐하거나 또는 기망의 수단으로 지급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그 변제금 중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 채무소멸의 효과가 있다.
다. 보험사업자의 직원이 보험모집을 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가한 경우에는, 그 직원의 소속 보험사업자의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보험업법 제158조가 사용자의 배상책임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756조에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제목 : 피용자 본인이 손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의 범위(안분설)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비율이 서로 달라 손해배상책임액의 범위가 달라질 경우 그중 1인이 한 손해액 일부 변제의 효과, ② 전항의 법리가 불법행위를 한 피용자가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일부 금원을 지급한 경우 사용자의 배상책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2. 피용자 본인이 손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의 범위(= 제1 쟁점)
가. 사용자책임에 있어서의 과실상계
⑴ 법적 성질
민법상의 사용자책임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는 ① 그것이 사용자가 원래 피용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을 대신 부담하는 것이라는 대위책임설과 ② 원래부터 자기가 부담해야 할 책임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라는 자기책임설이 대립되어 있는데, 통설 및 판례(대법원 1983. 2. 8. 선고 81다428 판결, 1992. 6. 23. 선고 91다33070 판결 등 참조)는 대위책임설을 취하고 있다.
⑵ 피용자 본인의 책임과의 관계 (= 부진정 연대채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는 통상의 공동불법행위자의 경우와 달라,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피용자 자신의 민법 제750조에 의한 손해배상의무와 그 사용자의 제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는 별개의 채무라고 할 것이고(대법원 1969. 6. 24. 69다441 판결, 1975. 12. 23. 75다193 판결 등 참조), 양자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5다1193 판결).
⑶ 사용자에 대해서만 과실상계를 할 수 있는지 여부
피용자의 손해배상의무와 사용자의 손해배상의무는 별개의 것이므로 피용자와 사용자 사이에서는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서와 달리 과실상계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5다1193 판결, 1987. 7. 21. 선고 87다카637 판결, 1993. 1. 15. 선고 92다11732 판결,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 김성용, “많은 손해배상의무자의 일부변제로 인하여 소멸하는 적은 손해배상의무자의 채무의 범위”, 법조 45-2(1996.2), 158쪽 이하; 김영태, “사용자책임과 피용자 본인의 책임과의 관계”, 대법원판례해설 21(1994 상반기), 190쪽 이하}.
나. 피용자 본인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소멸범위(제1 쟁점의 해결)
⑴ 문제점 제기
사용자의 채무와 피용자 본인의 채무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고,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의 변제에는 절대적 효력이 있다. 다만 일부변제의 경우에 관해서는,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채권전부의 만족을 사유만이 절대적 효력이 인정되므로 일부변제는 상대적 효력이 있을 뿐이라는 견해(곽윤직, 채권총론 342-343면, 김형배, 채권총론 536면)가 있으나, 일부변제도 채권의 일부소멸을 가져 오므로 절대적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1976. 7. 13. 선고 74다746 판결, 대법원 1981. 8. 11. 선고 81다298 판결 등 참조).
문제는 사용자와 피용자 본인의 손해배상의 범위가 서로 다른 경우에 피용자 본인이 손해의 일부만을 변제하였다면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는 어느 범위에서 소멸되는지 여부이다.
⑵ 학설의 대립
이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견해의 대립이 있다{김영태, 재판연구관 세미나자료 대법원판례해설 1994년 상반기(통권 제21호) 203면 참조}.
① 내측설 : 그 변제액 만큼 사용자의 채무도 당연히 소멸되는 것이라는 견해이다.
② 외측설 :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지 않는 피용자만의 채무가 먼저 소멸되고 그 후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채무가 소멸된다는 견해이다.
③ 안분설 :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채무와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지 않는 피용자 본인만의 채무가 변제금액에 대한 각각의 채무액의 비율로 안분하여 소멸된다는 견해이다.
④ 과실비율설(공제후 과실상계설) :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은 사용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일부로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다만 결과에 있어서는 안분설과 차이가 없다.
⑶ 각 학설에 따른 계산방법
이 중 어느 견해를 취하는가에 따라 사용자의 잔존 손해배상채무의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김동옥, “피용자 본인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소멸범위”, 판례연구 11집 (2000.01) 351-3 2000 부산판례연구회, 367-368쪽}.
예를 들어, 피용자가 가한 피해자의 손해액이 100만원,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용자의 과실비율은 70%(과실상계율 30%), 불법행위이후 피용자 본인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의 일부 변제조로 40만원을 변제한 경우 사용자책임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① 내측설에 의하면, 100만원에서 과실상계한 다음 40만원 전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 30만원(100 x 70% - 40)이 된다.
② 외측설에 의하면, 40만원은 사용자가 부담할 책임아닌 부분(피용자 본인의 책임부분)에서 우선 공제되고 나머지가 있으면 사용자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 것이므로, 100만원에서 과실상계한 다음 10만원(40 -30)을 공제한 나머지 60만원[100 x 70% - {40 - (100 - 70)}]이 된다.
③ 안분설에 의하면, 100만원에서 과실상계한 다음 40만원중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을 공제한 나머지 금 42만원 (100 x 70% - 40 x 70%)이 된다.
④ 공제후 과실상계설에 의하면, 100만원에서 4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60만원에서 과실상계한 나머지 42만원{(100 - 60) x 70%}이 된다.
⑷ 판례의 태도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은 안분설을 취하고 있다. 위 안분설은 결과적으로 ‘공제후 과실상계설’을 취하는 것과 같아,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한편 다른 사안이기는 하나, 판례(대법원 1976. 6. 22. 선고 75다819 판결)는 소위 손해배상의 일부청구에 있어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 손해의 전액에서 과실비율에 의한 감액을 하고 그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하지 아니할 경우에 그 잔액을 인정할 것이고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청구의 전액을 인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외측설)이 타당하다고 하고 있으며(이는 신원보증에 관한 사안임), 일부보증에 있어 주채무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보증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도 외측설이 통설이다.
다. 대상판결의 경우(제1 쟁점의 해결)
⑴ 판시 내용
대상판결인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타인에게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그 불법행위자들의 손해배상 채무액이 동일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자 1인이 그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면 절대적 효력으로 인하여 다른 불법행위자의 채무도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멸하나, 불법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과실비율이 달라 배상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누가 그 채무를 변제하였느냐에 따라 소멸되는 채무의 범위가 달라진다. 즉 적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불법행위의 성립 이후에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많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 있는 자의 채무가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멸하는 것은 물론이나, 많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자가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그중 적은 범위의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자의 채무는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범위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부담하는 쪽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큼만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례로는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 1994. 8. 9. 선고 94다10931 판결,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 등이 있다.
⑵ 계산방법
피용자가 사용자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혀 금 2억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었다. 피용자는 금 2천만 원, 사용자는 금 7천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였다. 피용자의 불법해위와 관련된 피해자의 과실비율은 30%이다. 이 경우 피용자와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할 금원을 안분설에 따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① 피용자 : 200,000,000원 - (50,000,000원 + 20,000,000원) = 130,000,000원
② 사용자
과실상계 : 200,000,000원 × 0.7 = 140,000,000원
공제 : 140,000,000원 - (50,000,000원 + 20,000,000원 × 0.7) = 76,000,000원
2. 위 법리가 사용자의 배상책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제2 쟁점)
가.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과실상계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또는 손해의 확대에 피해자의 과실이 기여하였는데 그 피해자의 과실이 공동불법행위 각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과실비율의 평가가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공동불법행위자 A, B의 과실 정도에 차이가 있어 피해자의 과실이 가해자 A에 대한 관계에서는 30%로, 가해자 B에 대하여는 50%로 평가되는 경우이다.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 객관적 행위공동만을 요구하므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의사의 연락 없이도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의에 의한 가해자와 과실에 의한 가해자 사이에서도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게 되어, 이러한 사례는 흔히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공동불법행위자 A, B에 대하여 비율을 달리하여 과실상계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판례는, 공동불법행위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으로, 법원이 피해자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비율이 서로 다르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로 개별적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고 그들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6다55631 판결, 1997. 4. 11. 선고 97다3118 판결, 1991. 5. 10. 선고 90다14423 판결).
나. 대상판결의 법리인 안분설의 적용범위(제2 쟁점의 해결)
⑴ 대상판결을 포함한 앞서 본 판결들은 판시사항 자체만으로는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서 과실상계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을 보면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사안으로서, 민법 제750조의 공동불법행위 관련 사안이 아님에 주의하여야 한다. 위 판시내용은 공동불법행위에까지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이렇게 판시한 판례는 100% 모두 사용자와 피용자 사이의 관계로서, 이를 부진정연대채무 전반에 걸친 판시로 단정하기 곤란하다.
⑵ 즉 대상판결의 판시내용 중 이 부분 취지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피용자 본인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고 하여(같은 취지로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 1998. 7. 24. 선고 97다55706 판결),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과실 비율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의 판례는 피용자가 불법행위책임을 지고, 피해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그 사용자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는 피용자에 대하여는 그 손해 전액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사용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과실 부분 만큼 감액된 부분에 한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 1994. 8. 9. 선고 94다10931 판결)에서 주로 다루어졌다가, 공동불법행위의 일반적인 경우에까지 그 가해자 별로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일반화된 것으로 보이는데(위에서 든 두 판결은 모두 사용자책임이 문제되는 사안에 대한 판결이었고, 다만, 공동불법행위의 경우를 다룬 판결은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34233 판결이 있는바, 위 판결은 앞에서 든 논지를 일반화하여 설시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각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관계에서 과실 비율을, 55%, 80%로 다르게 본 원심의 조치를 수긍한 것에 그친 것이었다), 과연 공동불법행위에까지 일반적으로 이것을 인정할 수는 있을지에 관하여는 회의적이다.
대상판결인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 및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의 두 사안 모두 사용자책임에 관한 것인데, 설시는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이러한 법리가 사용자책임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 두 판결은 핵심은 일부 변제의 경우 소멸되는 채무의 범위에 있으므로 위 두 판결만 가지고 판례가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과실비율이 달라진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그 이후의 판례들을 보면 판례는 부정적 견해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