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대위권 행사 후의 채무자의 처분행위의 제한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제권을 행사하도록 한 행위도 포함되는지 여부【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7343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7343 판결】
◎[요지]
[1]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2] 갑이 을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갑으로부터 매수한 병이 채무자인 갑, 을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중 을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갑이 을의 매매잔대금 지급 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을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갑과 을은 병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제목 : 대위권 행사 후의 채무자의 처분행위의 제한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제권을 행사하도록 한 행위도 포함되는지 여부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대위사실을 통지받았거나 알고 있는 경우 그 피보전권리의 처분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 ② 갑이 을(원고)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갑으로부터 매수한 병(피고)이 채무자인 갑,을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중 을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갑이 을의 매매잔대금 지급 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을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갑과 을은 병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채권자대위권 행사 후의 채무자의 처분권의 제한(= 제1 쟁점)
가. 민법 규정
채권자가 민법 404조 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전행위 이외의 권리를 행사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법 405조 1항), 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 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같은 조 제2항).
나. 채무자의 처분권의 제한(제1 쟁점의 해결)
⑴ 민법 405조 1항에서는 통지를 한 경우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통지에 의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경위에서건 채무자는 채권자의 권리행사 사실을 안 후에는 그 권리에 관한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대법원 1988. 1. 19. 선고 85다카1792 판결, 1989. 3. 14. 선고 88다카112 판결,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7343 판결).
⑵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한 이후에는 대위소송의 통지를 받은 채무자는 그 이전등기청구권을 포기할 수 없음(대법원 1968. 5. 28. 선고 68다460 판결, 1989. 3. 14. 선고 88다카112 판결 등)은 물론 이를 대상으로 한 화해도 불가능하다{民法注解[Ⅸ] 債權(2), 博英社(1995), 796쪽}.
⑶ 대위의 객체가 된 권리를 직접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관련된 다른 법률행위를 함으로써 그 대위행사의 객체인 권리를 소멸시키는 행위, 예컨대 대위행사하는 권리의 발생근거가 되는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혹은 대위하여 등기말소를 소구하고 있는데 그 하자 있는 등기원인을 추인하는 행위 등도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77. 3. 22. 선고 77다118 판결.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은 채무자인 매수인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이후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발생하는 매매계약해제의 효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
⑷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의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처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은 경우, 채무자가 그러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 그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더라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4167 판결. 위 판례는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시점에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된 것으로, 이 점에 관하여는 부정설{최형기,“대위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 및 전득자권리의 보전방법”, 법조(1989. 8) 81쪽}과 긍정설{김광태, "전득자의 대위에 의한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 대상판결 : 대법원 1991. 4. 12. 선고 90다9407 판결, 민사판례연구 제14집 (1992), 민사판례연구회, 365-366쪽}이 대립되어 있는데, 대법원은 긍정설의 입장을 취하였다].
다. 급부수령행위
⑴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위소송 제기 후 대위행사의 객체가 된 급부를 제3채무자로부터 스스로 수령하는 것이 허용되는가가 문제된다. 다수설은 이를 단순한 관리ㆍ보존행위로 보아 허용된다고 본다{民法注解[Ⅸ] 債權(2), 博英社(1995), 795쪽}. 판례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는 것은 민법 405조 소정의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같은 태도이다(대법원 1991. 4. 12 선고 90다9407 판결).
⑵ 나아가 판례는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채무자를 대위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경우에도 그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일 뿐이고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포함되지 않으므로(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47897 판결) 이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의 계속중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이전등기를 넘겨주는 것은 위 가처분의 내용에 위배되지 않고 따라서 그 이후 채무자로부터 취득한 제3자의 등기는 그가 위 가처분등기 있음을 알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유효하다고 한다(대법원 1989. 4. 11. 선고 87다카3155 판결, 1994. 3. 8. 선고 93다42665 판결, 1998. 2. 13. 선고 97다47897 판결).
같은 취지에서 판례는 채권자 甲이 채무자 乙을 대위하여 乙의 제3채무자 丙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함은 권리의 관리ㆍ보존행위이지 처분행위라 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 乙의 다른 채권자 丁이 대위권의 행사로 얻은 丙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명령에 의하여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행사가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0. 4. 27. 선고 88다카25274, 25281 판결).
2. 대위권 행사 후의 채무자의 처분행위의 제한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제권을 행사하도록 한 행위도 포함되는지 여부(= 제2 쟁점)
⑴ 대위권 행사 후 이를 안 채무자는 합의해제를 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4167 판결).
⑵ 그런데 대상판결은, 갑이 을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갑으로부터 매수한 병이 채무자인 갑, 을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중 을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 중 갑이 을의 매매잔대금 지급 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을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갑과 을은 병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어 법정해제권이나 약정해제권의 행사도 제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은 채무자가 매매잔대금 지급 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계약을 해제하게 한 것은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일 뿐 위 판시내용이 법정해제권이나 약정해제권의 행사도 제한되는 취지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체무자의 법정해제권이나 약정해제권의 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