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의 유혹을 물리친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당신의 의지력이 약하다면, ‘행동장치’를 이용해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가 모험을 마치고 오는 길에는 무수히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뱃길로 항해를 하던 중 세이렌이 사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세이렌은 여성의 머리와 새의 몸을 가진 요정인데, 노래를 불러 지나가는 선원의 이성을 빼앗고 배를 난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디세우스는 이런 운명을 경고 받았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에게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어떤 명령을 내리더라도 절대 자신을 풀어 주어서는 안 된다고 부하들에게 당부했다.
마침내 세이렌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오디세우스는 노랫소리에 홀려서 부하들에게 자신을 묶은 끈을 풀라고 소리쳐 명령했다.
그러나 부하들은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계속 항해했고 덕분에 안전하게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
스스로 돛대에 몸을 묶은 덕분에 세이렌의 유혹을 이긴 오디세우스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갈 것을 대비해 자신의 몸을 배에 묶도록 한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행동장치(Commitment Device)'라고 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에 자신의 의지가 약해질 것을 알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단순한 원리지만 그 효과는 강력하다.
행동장치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과감하게 냉장고를 자물쇠로 잠그고 열쇠를 버리는 것과 같다.
배를 불태우고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집을 사는 것도 행동장치를 활용하는 한 방법이다.
현대 재산관리이론으로만 보면 이것은 어리석다.
첫째, 전 재산을 한 가지 대상(집)에만 넣어두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주식에서 전 재산을 한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둘째, 집을 사 두면 재산의 유동성이 낮아진다.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집을 팔아서 현금을 만들기가 대단히 어려우며, 일부만 현금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집을 갑자기 팔기 어렵다는 단점은 절약의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돈을 묶어 둘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돈을 집에 묶어 두면 더 이상 그 돈에 손을 대기가 어려워 진다.
그 결과 노후를 위해 저축한 돈을 미리 써버리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