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0. 29. 22:48
728x90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윤경 변호사】

 

퇴근 후 틀어 논 오디오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 나온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던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꿈도 그리워진다

영도 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https://www.youtube.com/watch?v=WhImdDTqVzo&feature=player_detailpage

 

가수 현인(玄仁, 1919 ~ 2002)이 1953년에 발표한 노래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흥남철수작전(興南撤收作戰)의 혼란 속에서 생이별을 한 동생 금순이를 부산에 정착하여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오빠가 애타게 찾는 내용으로 가족을 그리워하는 실향민(失鄕民)의 아픔이 절절이 묻어난다.

 

영화 '국제시장'을 볼 때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었다.

실향민의 아픔과 기원을 토로한 절절한 가사와 달리 노랫가락은 경쾌하고 구성지다.

 

초임 판사로 부임한 첫 발령지가 이 노래의 주무대인 영도다리와 국제시장이 있는 부산이었다.

 

난 실향민도 아니고, 6. 25.를 겪지도 않았다.

사실 이 노래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노래다.

 

그런데도 이 노래는 나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 노래 때문에 부산에서 살 때는 깡통시장으로 불리던 국제시장과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는 영도다리를 자주 찾았다.

시장에서 양푼비빔국수, 씨앗 호떡, 단팥죽 등을 사먹었다.

 

이 노래의 배경인 영도다리, 국제시장 등의 무대를 찾으면서 아버지 세대의 술잔에 담겨 있는 슬픔의 눈물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당시 감천동에 거주했던 나는 부산지방법원이 있는 부민동을 가기 위해 감천고개를 넘어 가곤 했는데, 가파르게 넘어가는 야산의 비탈진 사면에 조그만 집들이 성냥갑처럼 달려 있어 피난민 촌을 연상시켰다.

 

지금은 ‘감천문화마을’로 탈바꿈하여 ‘한국의 산토리니’로 멋지게 변했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들으니 부산에서 살던 추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