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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취득시효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불법반출된 문화재를 둘러싼 법률관계와 국제사법(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다21559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0. 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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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취득시효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불법반출된 문화재를 둘러싼 법률관계와 국제사법(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21559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인도를 구하고 일본국 종교법인 관음사가 불상에 대한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사건]

 

판시사항

 

[1] 구 섭외사법 시행 당시 생긴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 판단하는 준거법(=취득시효기간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 및 목적물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준거법으로 지정된 외국법의 내용이 법정지법인 대한민국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적용 결과가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였을 경우와 비교하여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1] 국제사법 부칙(2022. 1. 4. 법률 제18670) 3조에 의하면 국제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생긴 사항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역시 그 시행일인 2001. 7. 1. 전에 생긴 사항에 관하여는 종전의 섭외사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섭외사법이라고 한다)의 시행 당시에 생긴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12조는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고, 그 권리의 득실변경은 그 원인된 행위 또는 사실이 완성할 때의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물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없다.

 

[3]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섭외사법이라고 한다) 5조는 외국법에 의하여야 할 경우에 있어서 그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할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하는 것은 섭외사법이나 국제사법과 같은 저촉규범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구 섭외사법 제5조 등에 따라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준거법으로 지정된 외국법의 내용이 법정지법인 대한민국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적용 결과가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였을 경우와 비교하여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법의 적용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 김영석 P.374-386 참조]

 

.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적 절도범들이 일본국 대마도(對馬島) 소재 △△(□□)에서 이 사건 불상을 절취하여 국내에 밀반입하다 검거되었다.

이후 위 절도범들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 사건 불상은 몰수되었다.

형사판결에서 몰수의 근거로 적시한 조문은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제5으로 아래와 같다.

92(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는 제외한다)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 1항에 규정된 것 외의 지정문화재 또는 임시지정문화재(건조물은 제외한다)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

2. 일반동산문화재인 것을 알고 일반동산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

, 생략.

1항부터 제4항까지의 경우에 해당하는 문화재는 몰수하되, 몰수하기가 불가능하면 해당 문화재의 감정가격을 추징한다. 다만 제4항에 따른 은닉 행위자가 선의로 해당 문화재를 취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한편 원심에서 일본의 종교법인 △△(宗敎法人 □□)가 피고에 보조참가를 하였고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시효취득 주장 등을 하였다.

 

. 소송의 경과

 

1심과 원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원고가 고려시대 서주 ○○사의 후신이라고 보고 원고는 이 사건 불상의 소유자로서 그 점유자인 피고에 위 불상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에 원심은 원고를 고려시대 서주 ○○사의 후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나아가 설령 후신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불상은 피고보조참가인이 시효취득 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사건 불상의 물권변동에 관한 준거법은 일본국 민법이 되어야 하는데, 그에 따를 시 피고보조참가인이 위 불상을 시효취득한 것이 되어 원고가 더 이상 소유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피고보조참가인은 원심에 이르러 비로소 이 사건 소송에 참여하면서 시효취득 주장을 하였기 때문에 시효취득에 관한 판단은 원심에서만 이루어졌다.

 

.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쟁점은 원고와 고려시대 서주 ○○사가 동일한지, 이 사건 불상의 물권변동(시효취득)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은 무엇인지, 그 준거법에 의할 시 피고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다. 대상판결은 특히 그중에서 와 관련하여 국제사법의 관점에서 물상의 물권변동에 적용되는 준거법을 정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 위 판결의 핵심쟁점은 취득시효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다.

 

국제사법 부칙(2022. 1. 4. 법률 제18670) 3조에 의하면 국제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생긴 사항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역시 그 시행일인 2001. 7. 1. 전에 생긴 사항에 관하여는 종전의 섭외사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섭외사법이라고 한다)의 시행 당시에 생긴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구 섭외사법 제12조는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고, 그 권리의 득실변경은 그 원인된 행위 또는 사실이 완성할 때의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물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없다.

 

한편, 구 섭외사법 제5조는 외국법에 의하여야 할 경우에 있어서 그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할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하는 것은 섭외사법이나 국제사법과 같은 저촉규범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구 섭외사법 제5조 등에 따라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준거법으로 지정된 외국법의 내용이 법정지법인 대한민국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적용 결과가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였을 경우와 비교하여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법의 적용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적 절도범들이 일본국 대마도 소재 관음사에서 이 사건 불상을 절취하여 국내에 밀반입하다 검거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후 위 불상은 몰수되었고 현재 피고가 보관하고 있다.

원고가 위 불상의 소유자였던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후신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그 인도를 구하는 사안이다.

 

원심에서 일본의 종교법인 관음사가 피고에 대해 보조참가를 하고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시효취득 주장 등을 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불상이 제작·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瑞州) 부석사와 원고는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있지만, 구 섭외사법 제12조 등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의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인 일본국 민법(= 시효기간 만료 당시 이 사건 불상의 소재지인 일본국에서 시행되던 민법)에 의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로써 원고는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서주 부석사와 원고를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 사찰의 실체와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지만, 원심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이상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의 결론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취득시효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 김영석 P.374-386 참조]

 

. 문제점 제기

 

이 사건 불상을 둘러싼 법률관계에는 당사자들의 국적, 주소, 물건소재지, 행위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저촉규범에 따라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통상적이라면 그 저촉규범은 당연히 국제사법이 되겠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법률관계는 후술하듯이 국제사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다.

 

이에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는 어떠한 저촉규범이 적용되어야 하는지(국제사법 v. 구 섭외사법), 구 섭외사법에 따르면 동산의 물권변동에 관하여 어떠한 법이 준거법이 되는지, 일본국 민법을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공서위반에 반하는지 등이 문제 되는데, 이하에서 순차적으로 살펴본다.

 

. 저촉규범의 결정 (= 구 섭외사법이 적용됨)

 

현행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된 것) 부칙(2022. 1. 4. 법률 제18670) 3조는 법 시행 전에 생긴 사항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하고 있고(참고로 부칙 제3조 단서는 현행 국제사법 시행 전후에 계속되는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2001. 4. 7. 법률 제6465) 2항은 또다시 법 시행 전에 생긴 사항에 대하여는 종전의 섭외사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법률이 개정될 때마다 그 이전에 생긴 사항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은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다투어지고 있는 시점은 후술하듯이 1973. 1. 26.이다.

따라서 이 사건 불상의 물권변동에 관하여 적용될 준거법은 <시점>에 우리나라에 시행되고 있던 저촉규범인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섭외사법이라 한다)이 되어야 한다.

 

. 구 섭외사법에 따른 취득시효의 준거법

 

물권변동의 준거법

 

구 섭외사법 제12조 제1항은 아래와 같이 물권변동의 준거법은 <목적물의 소재지법>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같은 조 제2항에서 그 물권변동의 원인된 행위 또는 사실이 완성할 때의 목적물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물권변동이 이루어지기까지 해당 목적물의 소재지는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이처럼 목적물 소재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정해둔 것이다.

구 섭외사법

12(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한다.

전항에 규정한 권리의 득실변경은 그 원인된 행위 또는 사실이 완성할 때의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한다.

 

취득시효기간 만료시점의 불상소재지 (= 일본국)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 피고보조참가인의 취득시효기간 만료 시(= 아래 : 1973. 1. 26.)를 기준으로 한 이 사건 불상의 소재지는 일본국이다. 따라서 구 섭외사법 제12조에 의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을 점유시효취득 하였는지는 일본국 민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973. 1. 26. 당시에 시행되던 일본국 민법이 그 기준이 될 것이다.

문화재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문화재도 동산에 해당하므로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문화재보호를 위해 적어도 문화재에 관하여는 목적물 소재지법이 아니라 기원국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이른바 기원국법주의)도 있다. 그러나 기원국법주의에 대해서는 기원국의 개념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 기원국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다는 점, 이미 구 섭외사법(= 현행 국제사법도 마찬가지임)이 동산에 관하여 목적물 소재지법을 확립하고 있는 이상 그 문언의 해석범위를 뛰어넘는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따라서 입법론으로는 별론으로 하고 구 섭외사법의 해석상으로는 기원국법주의를 취하기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가사 기원국법주의를 취하여 이 사건 불상의 기원국을 대한민국으로 보더라도, 시효취득에 관한 규정은 일본국 민법의 시효취득에 관한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결과에 있어서 달라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굳이 기원국법주의를 취할 실익도 크지 않다.

 

이러한 점들에 더하여 일반적인 준거법 결정원칙에 변경을 가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동산에는 기본적으로 목적물소재지법이 적용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물이 역사적ㆍ예술적ㆍ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은 충분히 타당하고 수긍할 수 있다.

 

. 일본국 민법을 적용하는 것이 공서에 반하는지

 

구 섭외사법 제5

 

구 섭외사법 제5조는 아래와 같이 외국법인 준거법을 적용하여 우리나라의 공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 외국법을 적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5(사회질서에 반하는 외국법의 규정) 외국법에 의하여야 할 경우에 있어서 그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만약 이 사건에도 준거법인 일본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공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외국법뿐만 아니라 외국법을 적용한 결과가 우리의 공서에 반하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하고, 이는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저촉규범의 체계의 예외이므로 제한적으로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대상판결의 경우

 

일본국 민법의 점유취득시효 규정은 우리나라 대한민국 민법의 점유취득시효 규정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일본국 민법 자체가 우리의 공서에 반한 다고 보기는 어렵다(이 경우 1973. 1. 26. 당시의 민법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현행 민법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견해가 대립할 수 있는데, 양 시점의 해당 민법 조문들의 규정에는 차이가 없다).

 

또한, 일본법을 적용한 결과가 공서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서위반에 해당하여 외국법이 적용되지 않는 때는 그 반대 해석상 우리나라의 법이 적용되는데 이때에도 시효취득에 관한 판단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피고보조참가인이 절취품인 것을 알면서도 왜구로부터 이 사건 불상의 점유를 이전받았거나, 왜구의 종전 점유도 시효취득의 기간으로 함께 주장하였다면 달리 볼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보조참가인이 절취품인 것을 알면서도 왜구로부터 위 불상을 인도받았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고, 피고보조참가인이 왜구의 점유까지 승계하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피고보조참가인은 왜구로부터 취득하였다고 하지 않고 기타 여러 경로를 통해 취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할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하는 것은 섭외사법이나 국제사법과 같은 저촉규범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어 조심스럽다. 따라서 외국법의 적용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본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하다.

 

. 국제적 강행규정의 문제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으로서의 성질을 지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목적물소재지법에 의해 그 내용이나 적용 결과가 공서에 반하지 않는 일본국 민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더라도 문화재보호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으로서 당사자들의 법률관계에 적용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아래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조심스럽거나 그 논의의 실익이 없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문화재보호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인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결론에는 수긍할 수 있다.

국제적 강행규정이라는 개념은 2001. 7. 1.부터 시행된 구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에서 비로소 도입되었고,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섭외사법에서는 관련 규정 자체를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국제적 강행규정은 개별원칙에 따라 지정된 준거법의 적용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도 없는 구 섭외사법하에서도 적용하기는 조심스럽다.

설령 해석상 구 섭외사법하에서도 국제적 강행규정이라는 개념을 끌어다 쓸 수 있어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은 절취된 문화재의 선의취득만 금지할 뿐(문화재보호법 제87조 제5), 취득시효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입법론으로는 별론으로 하고, 현행 문화재보호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으로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취득시효의 완성을 부정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마땅치 않다.

문화재보호법 제87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문화재의 매매 등 거래행위에 관하여는 민법249조의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다만 양수인이 경매나 문화재매매업자 등으로부터 선의로 이를 매수한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유실자(遺失者)는 양수인이 지급한 대가를 변상하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1. 문화재청장이나 시ㆍ도지사가 지정한 문화재

2. 도난물품 또는 유실물(遺失物)인 사실이 공고된 문화재

3. 그 출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나 기록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문화재

 

4.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 김영석 P.374-386 참조]

 

. 대상판결의 결론 (= 상고기각)

 

이 사건 원고(대한불교조계종 ○○)가 피고(대한민국)를 상대로 이 사건 불상(= 대한민국 국적 절도범들이 일본국에서 절취하여 국내에 밀반입하였다가 검거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피고가 몰수한 불상)의 인도를 구하고 그에 대하여 피고보조참가인(= 일본국 종교법인 △△)이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사건에서, 이 사건 불상이 제작ㆍ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瑞州) ○○사와 원고는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불상의 물권변동에 적용되어야 하는 준거법, 즉 구 섭외사법 제12조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의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인 일본국 민법에 의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법 부칙 제3조 등에 따라 이 사건 법률관계에는 구 섭외사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구 섭외사법 제12조에 의하면 시효기간 만료 당시 이 사건 불상의 소재지인 일본국에서 시행되던 민법이 그 준거법이 되어야 하고, 일본국 민법은 그 규정이나 적용 결과가 우리나라의 법 내지 이를 적용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적용이 공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서주 ○○사와 원고를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 사찰의 실체와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지만, 원심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이상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보아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국제사법 부칙 등에 따라 구 섭외사법 시행 당시 생긴 사항에 관하여는 구 섭외사법이 저촉규범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 구 섭외사법 제12조에 따르면 동산의 물권변동에 관하여는 목적물 소재지법이 준거법이 되어야 하고 예술적 가치 등이 있는 동산이라고 해도 달리 볼 수 없다는 점, 구 섭외사법 제5조에 따라 준거법으로 지정된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판시하였다.

특히 구 섭외사법 제12조는 현행 국제사법 제33조에서, 구 섭외사법 제5조는 현행 국제사법 제23조에서도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판시는 현행 국제사법의 해석기준으로서도 유의미하다.

 

또한, 대상판결은 원심과 달리 고려시대 서주 ○○사와 원고의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 불상은 향후 대한민국과 일본국이 모두 가입한 유네스코협약에 따라 교섭주체인 양국 정부 간의 실질적 협의를 통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록 피고보조참가인의 시효취득으로 소유권을 상실하기는 하였으나) 대상판결이 원고가 서주 ○○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로서 이 사건 불상의 원시취득자였다고 판시한 부분은 향후 유네스코협약의 해석ㆍ적용과 관련하여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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