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재심대상판결 전후 범행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성립 여부>】《재심판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도1054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재심대상판결 전후 범행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재심의 대상이 된 범죄(선행범죄)에 관한 유죄 확정판결(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이 개시되어 재심판결에서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그 각 범죄에 대해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재심의 대상이 된 범죄(이하 ‘선행범죄’라 한다)에 관한 유죄 확정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에 대하여 재심이 개시되어 재심판결에서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다면,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사이에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그 각 범죄에 대해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범한 죄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을 받아 하나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그에 대하여는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범한 죄일 뿐만 아니라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기 이전까지 선행범죄와 함께 기소되거나 이에 병합되어 동시에 판결을 받아 하나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고,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 반면,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비록 재심판결 확정 전에 범하여졌더라도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와 사이에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이 성립하지 않는다.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가 종료하였을 당시 선행범죄에 대하여 이미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어 있었고, 그에 관한 비상구제절차인 재심심판절차에서는 별개의 형사사건인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여,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처음부터 선행범죄와 함께 심리하여 동시에 판결을 받음으로써 하나의 형을 선고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결국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지만,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로 취급할 수 없어 형법 제38조가 적용될 수 없는 이상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여야 한다.
다만 이러한 결론은 재심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재심대상판결이 여전히 유효하다거나 선행범죄에 대하여 두 개의 확정판결이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심판결이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에 해당하는 경우,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해당하므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에 대하여는 별도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 한편 재심대상판결이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었더라도, 재심판결에서 무죄 또는 금고 미만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가 더 이상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의 확정 이전에 범한 죄에 해당하지 않아 선행범죄와 사이에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중 어느 것도 이미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와 사이에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아 형법 제37조 전단의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 개의 죄’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8조의 경합범 가중을 거쳐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8호, 김종헌 P.575-609 참조]
가. 주요 사실관계
⑴ 재심판결 경위
㈎ 재심대상판결 : 2019. 12. 21.자 3회 음주운전 범행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 선고받아 2020. 4. 25. 미항소 확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단416 판결).
㈏ 재심판결 :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유로 피고인 재심청구 이후 재심절차 개시되어 재심법원에서 공소장변경 거쳐 2023. 5. 18.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 선고받아 2023. 5. 26. 미항소 확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23재고단7 판결).
⑵ 공소사실 요지
㈎ ①범행: 2019. 10. 말경부터 2020. 3. 9.경까지 17회에 걸친 각 필로폰 투약 범행, 2020. 1. 4.경부터 2020. 3. 4.경까지 10회에 걸친 각 필로폰 매수 범행.
② ②범행: 2020. 5. 11. 자 필로폰 투약 범행, 2020. 5. 12.자 필로폰 소지 범행, 2021. 8. 4.자 상해 범행, 2021. 8. 11.자 재물손괴 범행, 2021. 10. 8.경부터 2021. 12. 15.경까지 3회에 걸친 필로폰 매수 미수 범행, 2021. 10. 24.경부터 2021. 11. 12.경까지 7회에 걸친 필로폰 매수 범행.
나.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⑴ 제1심은 재심개시결정, 재심판결 이전인 2022. 12. 20.에 ①범행, ②범행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①범행, ②범행을 분리하여 ①범행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②범행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을 각 선고하였다.
⑵ 원심은 재심판결 확정 이후인 2023. 7. 20.에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①범행, ②범행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①범행, ②범행을 분리하여 ①범행에 대해서는 항소기각판결을, ②범행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각 선고하였다. 재심판결이 확정되어 ①범행과 ②범행 사이에 확정되었던 재심대상판결이 그 효력을 상실하였음에도 ①범행과 ②범행이 상호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아니라고 보아 ①범행, ②범행에 대하여 각각의 형을 선고한 것이다.
⑶ 대법원의 판단 (= 상고기각)
다. 이 사건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범행과 ②범행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지 여부이다. ①범행과 ②범행 사이의 재심대상판결이 재심판결 확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①범행과 ②범행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야 하는 것인지, 또는 재심절차의 특수성 등에 따라 ①범행과 ②범행 사이의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성립이 부정되는 것인지가 문제 된다.
즉, 재심판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가 핵심쟁점이다.
⑵ 재심의 대상이 된 범죄(이하 ‘선행범죄’라 한다)에 관한 유죄 확정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에 대하여 재심이 개시되어 재심판결에서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다면,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사이에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그 각 범죄에 대해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범한 죄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을 받아 하나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그에 대하여는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9948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9295 판결 등 참조).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범한 죄일 뿐만 아니라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기 이전까지 선행범죄와 함께 기소되거나 이에 병합되어 동시에 판결을 받아 하나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고,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 반면,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비록 재심판결 확정 전에 범하여졌더라도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와 사이에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이 성립하지 않는다.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가 종료하였을 당시 선행범죄에 대하여 이미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어 있었고, 그에 관한 비상구제절차인 재심심판절차에서는 별개의 형사사건인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여,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처음부터 선행범죄와 함께 심리하여 동시에 판결을 받음으로써 하나의 형을 선고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8도206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결국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지만,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로 취급할 수 없어 형법 제38조가 적용될 수 없는 이상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여야 한다.
다만, 이러한 결론은 재심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재심대상판결이 여전히 유효하다거나 선행범죄에 대하여 두 개의 확정판결이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심판결이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에 해당하는 경우,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해당하므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에 대하여는 별도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 한편, 재심대상판결이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었더라도, 재심판결에서 무죄 또는 금고 미만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가 더 이상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의 확정 이전에 범한 죄에 해당하지 않아 선행범죄와 사이에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 중 어느 것도 이미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와 사이에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아 형법 제37조 전단의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8조의 경합범 가중을 거쳐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⑶ 원심은,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행에 대하여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를 인정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선행범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행에 대하여는 선행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 및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와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관계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채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였다.
⑷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고,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재심대상판결 전후 범행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8호, 김종헌 P.575-609 참조]
가. 형법 제37조 전단ㆍ후단 경합범
⑴ 수 개의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각 범행에 대한 형을 그대로 누적ㆍ병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형벌의 효과는 그 기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진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우리 형법은 실체적 경합범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원칙적으로 가중주의(장기 또는 다액의 1/2 가중)에 따라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형법상 실체적 경합범의 제도적 기능은 수죄에 대한 형의 양정에 있다.
⑵ 이렇듯 실체적 경합범은 하나의 재판에서 수 개의 범행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할 때 그 형을 정하기 위한 개념이므로, 하나의 재판에서 수 개의 범행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이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볼 수 없다. 즉, 수 개의 범행이 존재하더라도 그 수 개의 범행 사이에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등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그 수 개의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하지 않는다.
⑶ 한편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이하 ‘후단 경합범’이라 한다)은 당초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이하 ‘전단 경합범’이라 한다) 관계에 있던 수 개의 죄가 우연한 사정으로 하나의 재판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지 아니하고 그중 일부에 대하여만 별도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 동시에 판결할 경우(전단 경합범으로 취급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 개의 죄가 당초부터 전단 경합범에 해당하지 않는 관계라면 당연히 후단 경합범도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⑷ 정리하면,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하는 전단 경합범과 후단 경합범은 모두 하나의 재판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수 개 범행 사이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그중 실제 동시에 판결이 이루어져 하나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전단 경합범이 성립하는 것이고, 반대로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있었으나 우연한 사정으로 동시에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하나의 형 선고가 현실화되지 않은 경우는 후단 경합범이 성립하는 것이다.
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 개의 범행이 존재하더라도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 중 대표적인 예는 그 수 개의 범행 사이에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경우이고(그 밖의 예로는 분리선고 규정이 있는 경우 등이 있을 것이다), 실무상 이에 관한 이론은 없다고 보인다.
이에 관한 이론적 근거로, 유죄 확정판결이 있으면 그 후에는 새로운 인격태도가 기대되고 인격의 일련성이 차단된다는 점을 제시하는 견해가 있고, 일본 주석형법도 대체로 유죄 확정판결로 인한 인격의 단절, 새로운 인격 태도에 관한 기대, 유죄 확정판결의 경고적 기능 등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37조, 제39조 제1항의 해석을 통한 결론 도출도 가능하다고 보인다. 즉, 형법 제37조 전단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 개의 죄”를 전단 경합범으로, 후단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후단 경합범으로 규정하고, 형법 제39조 제1항 본문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하므로, 후단 경합범에 해당하는 죄에 대하여는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후단 경합범인 “그 죄”에 대하여 별도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고, 후단 경합범이 아닌 판결 확정 이후의 죄와 전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취급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⑹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4도469 판결 등은 다음과 같은 사안에서 전과2 범행과 ①범행이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고, ①범행과 ②범행이 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도 않다고 판단하면서 ①범행과 ②범행에 대하여 별도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앞서 기재한 실체적 경합범의 성립 요건, 후단 경합범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위 사안의 결론을 보다 간명하고 명확하게 도출할 수 있다.
㈎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전과2 범행과 ①범행 사이에는 전과1 확정판결이 있으므로 전과2 범행과 ①범행은 하나의 재판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는 관계이다. 따라서 전과2 범행과 ①범행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다.
실체적 경합범의 일종인 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 ①범행과 ②범행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①범행과 ②범행 사이에 전과2 확정판결이 있으므로 ①범행과 ②범행도 하나의 재판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는 관계이고, 따라서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다. 전과2 확정판결 이전의 ①범행에 대해서는 별도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②범행과 사이에 실체적 경합범의 일종인 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나. 재심절차 일반
⑴ 재심제도의 본질
재심은 해당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로, 확정된 종국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⑵ 2단계 구조
㈎ 재심절차는 재심개시절차와 재심심판절차의 2단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 재심개시절차는 재심청구가 이유 있는지를 심사하여 재심심판을 개시할 것인지, 즉 재심개시결정을 할 것인지 여부를 정하는 절차이다.
㈐ 재심심판절차는 재심개시결정에 따라 개시된 사건을 당해 심급의 공판절차에 따라 다시 재판하는 절차이다. 이는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해당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⑶ 재심개시절차, 재심개시결정
㈎ 재심개시절차에서는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만을 판단하여야 하고, 그 재심사유가 재심대상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등 실체적 사유는 고려할 수 없다. 즉, 재심청구인이 주장하는 재심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면 재심개시결정을 하여야 한다.
㈏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면, 설령 재심개시결정이 부당하더라도 재심법원은 더 이상 재심사유 존부에 대하여 심리ㆍ판단할 수 없고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하여야 한다.
㈐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재심판결 확정 이전까지는 재심대상판결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8도20698 전원합의체 판결도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는 절차의 성질과 그 판단 범위, 재심개시결정의 효력 등에 비추어 보면, 유죄의 확정판결 등에 대해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후 재심심판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만으로는 확정판결의 존재 내지 효력을 부정할 수 없고,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어 법원이 그 사건에 대해 다시 심리를 한 후 재심의 판결을 선고하고 그 재심판결이 확정된 때에 종전의 확정판결이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판시하였다.
⑷ 재심심판절차, 재심판결
㈎ 재심심판절차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닌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이다.
㈏ 다만 통상의 공판절차에 관하여 적용되는 법령이 일률적으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재심제도의 취지와 특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적용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별개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 별개 사건 병합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위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8도20698 전원합의체 판결도 “재심의 취지와 특성, 형사소송법의 이익재심 원칙과 재심심판절차에 관한 특칙 등에 비추어 보면, 재심심판절차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가 재심대상사건과 별개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재심대상사건에 일반 절차로 진행 중인 별개의 형사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
㈐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종전의 확정판결인 재심대상판결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5715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4019 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도17909 판결 등은 재심판결이 확정된 때 재심대상판결은 당연히 그 효력을 상실하므로 재심대상판결은 더 이상 누범 전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 제6항이 규정하는 누범 전과 등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재심판결의 기판력, 재심범행과의 후단 경합범
⑴ 위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8도20698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습절도 범행으로 재심대상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심대상판결과 재심판결 사이에 또다시 저지른 상습절도 범행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지, 재심범행과 사이에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⑵ 먼저, 기판력이 미치는지 여부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상습범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이하 앞서 저질러 재심의 대상이 된 범죄를 ‘선행범죄’라 한다)을 받은 사람이 그 후 동일한 습벽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는데(이하 뒤에 저지른 범죄를 ‘후행 범죄’라 한다)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이 개시된 경우, 동일한 습벽에 의한 후행범죄가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판결 선고 전에 저지른 범죄라 하더라도 재심 판결의 기판력이 후행범죄에 미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재심대상판결과 재심판결 사이에 저지른 당해 사건 범행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치는 시적 범위는 사실심리의 가능성이 있는 최후의 시점인 판결선고 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재심심판절차에서는 공소사실 추가, 추가 사건 병합이 허용되지 않아 재심대상판결 이후에 저질러진 범행에 대한 사실심리가 불가능하므로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행에 대하여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⑶ 다음으로, 후단 경합범이 성립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 그 후 별개의 후행범죄를 저질렀는데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이 개시된 경우, 후행범죄가 그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판결 확정 전에 범하여졌다 하더라도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후행범죄와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 사이에는 후단 경합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재심대상 판결과 재심판결 사이에 저지른 당해 사건 범행이 재심범행과 사이에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심심판절차에서는 공소사실 추가, 추가 사건 병합이 허용되지 않아 재심대상판결 이후에 저질러진 범행에 대한 사실심리가 불가능하므로, 재심대상판결 이후 저질러진 범죄는 재심심판절차에서 재심범행과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받을 수 없었다는 등의 이유였다.
⑷ 결국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심심판절차의 특수성, 즉 재심심판절차에서 공소사실 추가, 추가 사건 병합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실심리의 가능성이 있는 최후의 시점인 재심대상판결 선고 시를 재심판결의 기판력 시적 범위로 보고, 같은 이유로 재심범행과 함께 재판받아 하나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었던 당해 사건 범행은 재심범행과 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라. 견해의 대립 및 대상판결의 결론 (= 전단 경합범 부정설)
⑴ 이 사건 사안에서 “재심대상판결 확정일 사이에 저질러진 ①범행”과 “재심대상판결 확정일과 재심판결 확정일 사이에 저질러진 ②범행” 사이에 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전단 경합범 긍정설’과 ‘전단 경합범 부정설’이 대립한다.
⑵ 대상판결은 전단 경합범 부정설을 취하였다. 즉,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①범행)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②범행) 사이에는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그 각 범죄에 대해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⑶ 아울러, 이러한 결론이 재심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재심대상판결이 여전히 유효하다거나 재심범행에 대하여 두 개의 확정판결이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고, 재심판결이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에 해당하는 경우,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①범행)는 재심범행과 후단 경합범 관계에 해당하므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②범행)에 대하여는 별도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⑷ 나아가, 재심대상판결이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었더라도, 재심판결에서 무죄 또는 금고 미만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①범행)는 더 이상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의 확정 이전에 범한 죄에 해당하지 않아 재심범행과 사이에 후단 경합범에 해당하지 않고, 결국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죄(①범행)와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죄(②범행) 중 어느 것도 재심범행과 사이에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아 형법 제37조 전단의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 개의 죄’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8조의 경합범 가중을 거쳐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점도 부연하였다.
마.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재심범행과 재심대상판결 이후 범행 사이에 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8도20698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초로 재심범행과 재심대상판결 이전 범행 사이에 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 재심대상판결 전후 범행 사이에 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