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남산 트리니티홀(Trinity Hall)의 마티네 콘서트(Matinee Concert)】《음악이든 그림이든 보는 이의 관점과 감정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젠 음악을 들으면 예전보다 더 감상적으로 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신세계남산 트리니티홀(Trinity Hall)에서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Matinee Concert)에 왔다.
푸르고 싱그러운 봄날의 따사로움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시원한 미풍이 내 뺨을 간지럽히며 스쳐 지나간다.
봄날의 황홀함에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또한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멘델스존(F. Mendelssohn)과 모차르트(W. A. Mozart)의 연주를 감상했다.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서곡 D장조, Op.27”은 처음 듣는다.
상당히 조용하고 답답할 정도로 정적인 분위기의 연주다.
하지만 역시 모차르트의 음악은 너무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467”과 “교향곡 제41번 C장조 K.551 ‘주피터”를 감상했는데, 이번에는 간만에 들은 피아노 협주곡 제21번의 ’2악장‘이 너무 인상 깊었다.
F장조인 2악장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1972)”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다.
위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곡을 쓸 때 모차르트는 엄청난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런 시련과 역경 속에서 암울하고 비관적인 것이 아닌, 이런 아름다운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앵콜연주인 “크시코크의 우편마차”도 훌륭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젠 음악을 들으면 예전보다 더 감상적으로 된다.
감정의 기복이 더 심해진다.
홀몬의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연주가 끝나고 5층 테라스로 올라가 남산을 바라보았다.
갑지기 심장이 두근거리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무작정 걷고 싶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역마살이 발동한다.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비해 삶이 너무 단조롭다.
영화를 보아도, 등산을 해도, 맛난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해도 이제는 젊은 시절에 비해 감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나이에도 여행을 꿈 꿀 때 심장 어딘가가 간질간질해진다.
아니 심장이 쫄깃쫄깃해진다.
낯선 곳 그 하늘의 오후의 분위기가 그립다.
그 곳에서는 다른 햇살이 스며들고, 공기의 질감은 부드러워진다.
그곳에서 마주친 파아란 하늘은 나에게 미소를 보내고, 살랑거리는 바람은 내 귀를 간지럽힌다.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긋한 커피내음은 내 호기심과 설렘을 자극한다.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 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 콘스탄티노스 카바피(C. P. Cavafy)의 '이타카(Ithaka)’ 중에서 -
더 나이들기 전에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하고 싶고, 더 늙기 전에 미지의 낯선 곳으로 여정을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그날 하루의 삶을 신기한 모험으로 대할 수 있다는 것,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경험하는 것,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 그 삶의 여행을 즐겁게 회상하는 것, 이런 것들이 인생의 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