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을 저지(Judge)라고 부르지 않고 저스티스(Justice·정의)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자료를 찾다가 그 속에 숨어 있는 사진 한 장을 우연히 발견했다.
아주 오래 전 제자들과 찍었던 사진인데, 잊고 있던 추억을 찾은 기분이다.
오늘 자 신문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실렸다.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사법부의 수장도 영어의 몸이 되었다.
미국에서 판사는 저지(Judge)라고 부르지만, 대법관은 오직 정의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에서 저스티스(Justice·정의)라고 한다.
정의 그 자체라고 불릴만큼 대법관들은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신뢰와 존경은 판사라는 직함과 법복이라는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판결은 모든 국민의 집 안 화롯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국민의 재산, 국민의 명예, 국민의 생명 그리고 국민의 모든 것에까지 이른다.
법과정은 법률가들의 손에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23년 전 미국 Duke대 Law School에서 공부할 때 일부러 미국 법과대학생들도 어려워 한다는 ‘민사소송법(Civil Procedure)’, ‘불법행위법(Torts)’ 등의 J.D. 과정 기본 과목들을 수강하였다.
그때 수많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Leading Case들을 읽어나가면서 벅찬 감동에 온 몸이 떨렸다.
미국 대법관(Justice)들의 통찰력과 깊은 철학적 사고방식 그리고 판결에 언급된 인문학적 지식의 풍부함에 감동을 받았다.
판결문에 그들의 철학이 담겨 있었고, 고전이나 문학작품에 대한 적절한 인용을 통한 놀라운 인문학적 지식을 접하면서,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수천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 모자람과 어리석음을 보충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에서 보이는 그 밋밋함과 무미건조함, 기계로 찍어낸 듯한 설시와는 대조적이었다.
좋은 재판을 위하여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미국 증거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John Wigmore(1863-1943)는 1908년 "모든 법률가가 숙지해야 할 100권의 문학작품"의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법률가는 자신이 담당한 사안이 일반적 사상과 문학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숙지해야 할 특별한 직업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Harvard의 헌법교수 출신으로 연방대법원에 발탁된 Felix Frankfurter 판사(1882-1965)도 장래 법률가 되기를 꿈꾸는 12세 소년에게 보낸 충고에서 법학도가 되기 이전에 문학작품을 포함한 인류의 고전에 접근하는 노력을 쏟아야 한다면서 법률가는 지성인이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즈 판결[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1964)]의 표현을 살펴보자.
잘못된 진술은 자유로운 논쟁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만일 표현의 자유(freedoms of expression)가 생존에 필수적인 ‘숨쉴 공간(breathing space)’을 가져야만 한다면 잘못된 진술도 보호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지칭)은 모든 질서가 그 위반에 대한 처벌의 두려움만으로 지켜질 수 없다는 것과, 사상, 희망, 상상을 좌절시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과, 두려움은 억압을 초래하고 억압은 증오를 낳으며 증오는 안정된 정부를 위협한다는 것과, 부조리와 그 처방에 대하여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과, 사악한 조언에 대한 적합한 처방은 좋은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성의 힘이 공적 토론에 적용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그들은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을 만들었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관의 철학과 통찰력을 놀라운 비유를 통해 말하고 있다.
‘숨쉴 공간(breathing space)’이란 단어 하나에 모든 것이 설득력 있게 압축되어 있다.
다른 판결을 하나 더 살펴보자.
Plaut v. Spendthrift Farm, Inc., 000 U.S. U10298(1995)에서 판결을 작성한 Scalia 대법관은, 판결에서, “Separation of powers, a distinctively American political doctrine, profits from the advice authored by a distinctively American poet: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라고 적었다.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라는 표현은 미국의 국민시인 Frost(1874-1963)의 시 ‘벽을 수리하기(Mending Wall)’에 나오는 표현으로서 유명한 표현이다.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Breyer 대법관은 결론에서 다수의견에 동조하였지만 권력분립원칙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입장이기 때문에 보충의견에서 역시 Frost의 같은 시(Mending Wall)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적었다.
다수의견이 한 미국시인의 충고를 인용하였으므로 어떤 이는 바로 그 시인의 다음과 같은 주의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 시인은 “벽을 사랑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Something there is that doesn't love a wall).”라는 노래하였을 뿐 아니라 “내가 벽을 만들기 전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았어야 한다 / 벽 안에 둘 것과 벽 밖에 둘 것을(Before I built a wall I'd ask to know / What I was walling in or walling out."이라고 노래하였다.
참 대단하고 멋진 대법관들이다.
지혜롭고 인생의 깊은 맛을 하는 ‘Justice’들답다.
문학을 포함한 예술이 공동체의 가치관에 관련된 지적 실험이라면 법은 이런 실험의 결과물 중에 사회적 공인을 얻는 부분을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문학의 기능을 두고 어느 문인이 주장했듯이 과연 '이 세계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문학이 존재한다면, 법은 이 세계를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대법원판결문이 반드시 재미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호소력 있고 재미있는 문체와 내용으로 보완되고, 풍부한 인문학적 표현을 통해 사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할 철학과 통찰력이 담긴다면, 대법원판결이 지금보다 더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학력】
○ 1997 미국 Duke 대학교 Law School 졸업, ○ 1985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 ○ 1983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1979 대전고등학교 졸업
【저서】
○ 민사집행총서 부동산경매 I, II (2017), 사법행정학회 ○ 민사집행(부동산경매)의 실무 개정증보판 (2013), 육법사 ○ 민사집행(부동산경매)의 실무 2008, 육법사 ○ 저작권법 2005, 육법사 ○ 보전처분(가압류, 가처분)의 실무(상) 1999, 법률정보센터 ○ 부동산경매(입찰)의 실무(하) 1999, 법률정보센터
【경력사항】
○ 2018. 6. – 현재 법무법인 더리드(The Lead)의 대표변호사
○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고문변호사
○ 2018. 1.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
○ 2017. 12. 서울고등검찰청 국가송무상소심의위원회 위원
○ 2017. 11. 대한변호사협회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회 위원
○ 2017. 6. 사법시험 제2차 시험위원
○ 2017. 5. 법제처 법령해석위원회 위원
○ 2016. 8.서울지방변호사회 편집위원회 위원장
○ 2015. 3.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회 위원장
○ 2015. 2. 민사집행법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제2015-82)
○ 2015. 2. 지식재산권법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제2015-83)
○ 2010. 2. – 2018. 5. 법무법인 바른의 파트너변호사
○ 2008 – 2010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부장판사 (2년)
○ 2004 – 2007 사법연수원 교수 부장판사
○ 2001 – 2003 대법원 재판연구관
○ 2000. 2. – 2003. 7. 사법연수원 제1호 연구법관
【기타 경력】
○ 사법시험 1, 2, 3차 출제 위원(민법, 민사소송법, 저작권법)
○ 법무사시험 및 법원공무원시험 출제위원(민법, 민사소송법)
○ 사법보좌관 교육 담당(민사보전실무 강의 등)
○ 민사집행 담당 법관 등을 상대로 한 교육 및 특강
○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 초빙 변호사특별연수 강사(민사집행법 등 강의)
○ 민사법, 강제집행, 언론소송, 저작권법 등에 관한 수많은 논문 발표
○ 로앤비(LawnB)dp 수백편의 민사판례 천자평석 게재
○ 민사집행법 및 저작권법에 관한 단행본 출간
○ 법원실무제요(강제집행) 및 주석서(민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의 집필위원
【주요 업무분야】
◉ 민사집행, ◉ 민사소송(부동산, 펀드, 건설 등), ◉ 형사소송, ◉ 기업법률자문 및 각종 M&A, ◉ 저작권법, ◉ 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 ◉ 행정사건, ◉ 회사정리·파산
【법률 논문】
◉ 사해행위취소와 가액배상, 캐릭터의 저작물성, 상가의 업종제한 규정의 효력 및 그 변경절차 등을 비롯하여 법조, 인권과 정의, 저스티스 등에 약 80여 편의 논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