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의 노예】《변화와 혁신을 방해하는 말, “그건 원래 그런 거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미국 철로의 폭 = 로마시대 전차를 끄는 말 두마리의 엉덩이 사이의 폭>
변화와 혁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원래 그런 거야! 바꿀 필요 없어!"
그러나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도 유래를 따라가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데서 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건 원래부터 그런거야!" 라는 표현이 적용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가 하나 있다.
미국의 철로는 폭이 일반적으로 4피트 8.5인치이다.
그냥 옛날부터 원래 그랬던 거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한번 따져보자고 들면 참으로 생뚱맞고 이상한 수치의 폭이다.
왜 미국의 선로는 딱 떨어지는 숫자의 폭이 아니라 굳이 그렇게 복잡한 숫자의 폭으로 정해지게 된 것일까?
영국의 기준 수치가 그렇고, 미국으로 간 이주자들이 그것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국인들은 왜 또 선로의 폭을 그렇게 정했을까?
그것은 마찻길을 깔아왔던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 선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들은 왜 그렇게 이상한 수치로 길을 만들었던 것일까?
마차의 크기에 맞추어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차는 왜 또 그런 수치로 만들었을까?
그렇게 마차를 좀 널찍하게 만들지 않으면, 아주 옛날부터 있었던 낡은 길에 깊이 팬 바퀴자국에 마차 바퀴가 빠져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 옛날의 낡은 도로는 또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영국에 군대를 파견하기 위해 로마인들이 건설한 것이었다.
이 도로는 먼 과거에도 사용되었고 마차가 생긴 다음에도 사용되었다.
그럼 그 깊은 바퀴 자국은 어쩌다가 생겼을까?
옛날 도로에 깊은 바퀴자국을 남긴 것은 바로 로마의 전차들이다.
그리하여 그 후로도 마차의 바퀴가 망가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결국 마차를 로마 황제를 위해 제작되었던 전차들과 폭이 같게 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국의 선로 폭은 로마시대 전차의 바퀴 폭에서 유래된 것이다.
관료주의는 그렇듯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로마시대의 전차는 말 두마리의 엉덩이 사이의 폭에 맞추어서 그 폭이 정해졌다고 한다.
<미국 우주왕복선 추진로켓이 4피트 8.5인치(약 1.435m)인 사연>
우주선 발사대에 세워져 있는 우주탐사선을 보면, 연료 탱크에 두개의 추진 로켓이 장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을 전문용어로는 솔리드 로켓 부스터(SRB)라고 부르는데, 미국 유타주에 있는 한 회사에서 제작한다.
기술자들은 원래 부스터를 좀 더 입체감이 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스터를 유타에 있는 공장에서 발사대까지 기차로 운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기차선로가 산악지대에 있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부스터의 폭도 하는 수 없이 터널의 폭에 맞추어야 했다.
그리고 기차가 지나가는 터널의 폭은 물론 로마시대 전차의 폭, 그러니까 말 엉덩이 두 개의 폭보다 조금 넓게 설계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세계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된 교통수단인 우주왕복선의 디자인이 두 말 엉덩이 사이의 폭에 기준해서 설계된 것이다.
미국 우주왕복선 추진로켓이 4피트 8.5인치(약 1.435m)인 사연이다.
그런데도 진정 말의 엉덩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웃을 일이 아니다.
혁신과 개선의 대상들이 "원래 그런 거니까 바꾸기 어려울 거야"라는 관습 때문에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대부분이란 사실에 놀랄 뿐이다.
"그건 원래 그런거야!"를 외치며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는 순간
우리는 관습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