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잘난 척한 대가】《반항기 가득한 딸이 이제는 나에게 머피의 법칙으로 다가온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2.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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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한 대가】《반항기 가득한 딸이 이제는 나에게 머피의 법칙으로 다가온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최근에 둘째 아이와 함께 아침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둘째가 토스트를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다.
토스트는 물론 잼을 바른 쪽으로 떨어졌다.
둘째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소리쳤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반박했다.
“아니, 뉴턴의 법칙이야!”

여기서 우리의 생각이 또다시 부딪쳤다.
둘째에게 토스트는 바보 같은 일이 항상 최악의 형태로 발생하는 즉 머피의 법칙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딸 앞에서 잘난 척하기를 좋아하는 난 이렇게 말했다.
“둘째야, 네가 정말로 우주의 중심이고 그래서 너 한 사람의 삶을 피곤하게 만들기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어떤 어둠의 힘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과학적 사고의 기본 전제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가정을 하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지금 내게는 회전력과 중력이면 충분해. 토스트가 식탁 높이에서 떨어지면 바닥에 닿기 전에 정확히 반 바퀴를 회전하게 되어 있고, 따라서 위로 향하고 있던 것이 아래로 뒤집힐 수밖에 없는 거야. 이건 영국 애쉬톤 대학 정보공학과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 매튜스(Robert Matthews)’라는 과학자가 증명한 사실이야.”

둘째는 이런 말을 듣는 게 영 달갑지 않아 볼멘소리를 했다.
“또 그놈의 과학 타령! 그게 내 토스트와 무슨 상관이야?”

“어떤 게 옳은지 실험을 해보자. 토스트를 이번에는 두 배 높이에서 떨어뜨려 보는 거야. 토스트가 여전히 잼을 바른 쪽으로 떨어지면 그럼 머피의 법칙이 맞는거겠지.”


둘째는 마지못해 동의하고 토스트를 떨어뜨렸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지구의 중력과 회전 때문에 토스트는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아 잼을 바르지 않은 쪽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우쭐해져서 둘째가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둘째는 이렇게 소리쳤다.
“아빠, 솔직히 말해봐. 의도적으로 잼을 반대 쪽에 바른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