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먹먹함과 슬픔으로 가득 찬 밤】《세월은 젊음을 앗아가지만, 그만큼의 다른 선물을 준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2. 11. 00:25
728x90

먹먹함과 슬픔으로 가득 찬 밤】《세월은 젊음을 앗아가지만, 그만큼의 다른 선물을 준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고등학교 동기의 본인상 부고를 접했다.

치과의사인 그 친구의 사인은 뇌졸증으로 인한 심정지라고 한다.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진료를 했다고 하니, 그 친구도 자신의 죽음을 몰랐을 것이다.

정말 허망하고, 가슴이 먹먹함과 슬픔으로 가득 차 올라온다.

 

늙는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건강을 잃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능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과정이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노년은 내 문제가 아니었다.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건 먼 미래의 나중에였다.

 

그러나 앞으로 올 날의 어느 때로 한껏 유예해 둔 늙음의 시간은 그리 멀리 있는 추상적인 미래가 아니었다.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새겨진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글귀처럼 어느 순간 우리 나이 또래에게 다가와 있었다.

 

요즘은 인생의 어떤 시점보다도 더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렇다고 내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거나, 젊은이의 체력을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마지막 발악을 한다.

이마에 보톡스를 맞고 얼굴에 보습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면서 어떤 때는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이미 지는 태양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마음의 변덕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 간다.

 

노화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주관적인 감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몸이 먼저 그 순간을 알아차린다.

젊을 때는 철이 없지만, 늙어서는 힘이 없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이왕 늙으려면 곱게 늙고 싶다.

재력과 권력, 미모는 사라진다.

유일하게 사라지지 않는 것은 기품이다.

 

늙어서도 품위를 지키려면 정신의 능력이 퇴행하지 않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

시간이 가면 익어서 풍미가 우러나는 잘 숙성된 와인처럼 너그러움과 관대함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밤새 빛을 비추어 주는 나만의 등대를 세워둘 일이다.

 

,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경험하고 그 풍경들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그 추억의 단편들이 몸으로 배어 나와 사계가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감성적이고 가슴 뛰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긴 세월을 살아온 고목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듯, 자라나는 세대가 힘들 때 마음 놓고 푸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삶의 고통과 역경, 세상의 불합리와 부조리도 웃어 넘기는 여유와 포용력을 가진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