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사무장병원,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주체>】《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를 이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하면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사무장 병원의 운영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상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 주체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를 이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하면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는 위와 같은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를 이용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인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있어서 비록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운영 및 손익 등이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인과 의료인 아닌 사람 사이의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피고는 제약회사를 퇴사한 후 경매를 통해 충남 서천군 (주소 생략) 소재 건물을 그 처인 소외 2 명의로 매수하였다.
⑵ 피고는 위 건물에 의료장비 등 의료시설을 갖추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소외 3과 소외 1(이하 ‘소외 1 등’이라고 한다)을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고용한 다음 2014. 9. 27. 소외 1 명의로 ‘○○병원’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그때부터 2015. 8. 28.까지 ○○병원을 운영하였다.
⑶ 피고는 ○○병원의 총괄이사라는 직함으로 활동하였고, 소외 1 명의로 개설된 ○○병원 수입·지출 계좌의 통장과 소외 1의 인장을 소지하면서 위 계좌로 입금된 보험급여 등 병원 수익금을 사용하여 병원의 물적 설비를 구입하고, 인력관리를 위해 노무법인과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등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였다.
⑷ 원고 등은 소외 1을 사용자로 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지만, 실제 피고가 원고 등을 비롯한 ○○병원의 직원들을 채용하였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원들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였으며,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고, 소외 1 등에게도 매월 약정된 급여를 지급하였다.
⑸ 피고는 ○○병원의 실경영자로서 원고 등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였다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7. 7. 19.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7고단31 판결), 위 판결은 2017. 7. 27. 그대로 확정되었다.
⑹ 한편 소외 1도 피고와 동일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었지만, 누가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는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피고가 실질 사용자이고, 소외 1은 피고용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2016. 9. 12. 무죄가 선고되었고(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5고단1251 판결), 검사가 항소하였지만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대전지방법원 2016노2567 판결).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의사가 아닌 사람(속칭 ‘사무장’)이 의사를 고용하여 의사 명의로 의료기관(속칭 ‘사무장 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한 경우에 근로기준법상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의사인지, 사무장인지(=사무장) 여부이다.
⑵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107071, 107088 판결 등 참조).
⑶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를 이용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인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있어서 비록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운영 및 손익 등이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인과 의료인 아닌 사람 사이의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⑷ 의사 아닌 피고(=사무장)가 의사 甲, 乙을 고용하여 개설·운영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인 ○○병원 소속 직원들이 실제 경영자인 피고를 상대로 임금 및 퇴직금을 청구한 사안이다.
⑸ 원심은, 사무장 병원의 운영 및 손익 등이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인과 의료인 아닌 사람의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이므로(대법원 2003두1493 판결) 임금 등 지급의무 역시 의사에 귀속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⑹ 대법원은, 사무장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는 사무장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고용계약의 의의
⑴ 민법상 ‘고용계약’(노무자가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과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의 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으나, 민법의 고용에 관한 규정이 규율하고 있는 대상은 자주적 노동 또는 종속적 노동을 구별하지 않는 반면, 근로기준법은 종속적 노동만을 그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계약과 근로계약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요컨대 근로관계는 채권적 계약관계의 유형으로서는 민법의 고용관계에 속하지만, 근로자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과 기타 계약의 자유를 제약하는 제반 법령의 적용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특수한 법률관계라고 하는 것이다.
⑵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제655조).
⑶ 한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4. 고용의 법률효과
가. 사용자의 의무
⑴ 보수지급의무
사용자의 노무자에 대한 보수지급의무는 고용계약에 따른 본질적 의무이다. 보수 또는 보수액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관습에 의하여 지급하여야 한다(제656조 제1항). 보수는 약정한 시기에 지급하여야 하며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고 관습이 없으면 약정한 노무를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한다(제656조 제2항).
⑵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 의의
노무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 근거 또는 법적 성질 : 고용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
㈐ 범위
① 사용자의 노무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는 노무자의 업무와 관련성이있고 사용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인정된다.
② 판례도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 위반의 효과
① 사용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노무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② 이 경우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사실은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객관적 요건이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는 노무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③ 그리고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④ 실무에서는 피용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 요건에는 큰 차이가 없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
⑤ 하지만 효과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될 수는 없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 근로자파견에서 묵시적 합의 이론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안전배려의무 인정).
나. 노무자의 의무
⑴ 노무제공의무
① 노무자의 사용자에 대한 노무제공의무는 고용계약에 따른 본질적 의무이다. 노무의 내용은 고용계약에서 약정한 바에 따른다. 노무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제3자로 하여금 자기에 갈음하여 노무를 제공하게 하지 못하고(제657조 제2항), 사용자 역시 노무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제657조 제1항).
② 사용자가 노무자에 대하여 약정하지 아니한 노무의 제공을 요구한 때에는 노무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제658조 제1항). 약정한 노무가 특수한 기능을 요하는 경우에 노무자가 그 기능이 없는 때에는 사용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제658조 제2항).
⑵ 경업금지의무
① 노무자는 고용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사용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에 종사하지 않을 신의칙상 주의의무가 있다.
② 그런데 고용계약 종료 후에도 일정한 기간 경업을 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한 경우그 효력은 어떠한가?
판례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5. 고용계약의 종료
가.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
⑴ 고용기간의 만료에 의한 종료
① 다만, 고용기간이 만료한 후 노무자가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 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본다(제662조 제1항 본문).
② 그러나 당사자는 제660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제662조 제1항 단서). 고용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에는 전 고용에 대하여 제3자가 제공한 담보는 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한다(제662조 제2항).
⑵ 3년 이상의 경과와 해지통고
고용의 약정기간이 3년을 넘거나 당사자의 일방 또는 제3자의 종신까지로 된 때에는 각 당사자는 3년을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제659조 제1항). 그 경우 해지의 효력은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하면 생긴다(제659조 제2항).
⑶ 부득이한 사유와 해지권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661조).
⑷ 사용자의 파산과 해지통고
사용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때에도 노무자 또는 파산관재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제663조).
나.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경우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제660조 제1항). 그 경우 해지의 효력은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생긴다(제660조 제2항). 다만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제660조 제3항).
6. 고용계약의 무효·취소와 소급효 제한
⑴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참조)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1689 판결 등 참조).
⑵ 다만 그와 같이 근로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 甲 주식회사가 乙에게서 백화점 의류 판매점 매니저로 근무한 경력이 포함된 이력서를 제출받아 그 경력을 보고 甲 회사가 운영하는 백화점 매장에서 乙이 판매 매니저로 근무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력서의 기재와 달리 乙의 일부 백화점 근무 경력은 허위이고, 실제 근무한 경력 역시 근무기간은 1개월에 불과함에도 그 기간을 과장한 것이었으며, 이에 甲 회사가 위 근로계약은 乙이 이력서를 허위 기재함으로써 甲 회사를 기망하여 체결된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안에서, 백화점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매장의 매니저를 고용하려는 甲 회사로서는 고용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백화점 매장 매니저 근무경력이 노사 간의 신뢰관계를 설정하거나 甲 회사의 내부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고, 사전에 乙의 경력이 허위임을 알았더라면 乙을 고용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므로, 乙의 기망으로 체결된 위 근로계약은 하자의 정도나 乙의 근무기간 등에 비추어 하자가 치유되었거나 계약의 취소가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甲 회사의 취소의 의사표시로써 적법하게 취소되었고, 다만 취소의 소급효가 제한되어 위 근로계약은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의 장래에 관하여만 효력이 소멸할 뿐 이전의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 사례이다.
⑶ 이는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참조).
7.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관련
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등 참조).
⑵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로서, 건설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입법 취지를 두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한 직상 수급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입법 취지, 규정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
⑶ 한편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은 당사자가 이를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 주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주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건설근로자의 임금청구 소송을 심리하는 사실심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가 위와 같이 건설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강행규정인 점,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가 많고, 필요에 따라 해당 공사현장에서 공사기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근로관계가 맺어지는 건설사업의 특성상 건설근로자의 경우 누구와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이에 따라 건설근로자로서는 보다 자력이 있는 직상 수급인 등을 자신과 고용관계를 맺은 사업주라고 주장할 여지가 상당한 점 등을 염두에 두어, 해당 건설근로자가 소송 상대방과의 고용관계를 주장하는 경우 그러한 주장 안에 설령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직상 수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묻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하고, 그러한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충분함에도 섣불리 소송 상대방이 해당 건설근로자와의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그 임금청구를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⑷ 갑 주식회사가 하도급받은 공사 일부를 미등록 건설사업자인 을에게 재하도급을 주고, 인력공급업체를 운영하는 병 주식회사는 을과 인력공급계약을 체결하여 공사 현장에 근로자들을 공급한 경우, 위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병인지 을인지에 따라 갑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의해 임금지급책임이 있는지 좌우된다. 인력공급업체가 직업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사업으로서 근로자를 공급받는 업체와 해당 근로자 사이에 고용계약이 성립되도록 알선하는 형태로 인력공급을 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의 사용자는 인력을 공급받는 업체로 봄이 상당하다. 특히 일용직 인력공급의 경우 그 특성상 외형상으로는 인력공급업체가 임금을 지급하거나 해당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업무의 편의 등을 위해 인력공급업체와 인력을 공급받는 업체 사이의 명시적·묵시적 동의하에 구상을 전제로 한 임금의 대위지급이거나, 임금 지급과 관련한 근거 자료 확보 등을 위해 근로자들의 현장 근로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에 불과할 수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섣불리 근로자들의 사용자를 인력공급업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5051 판결 : 병 회사는 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알선수수료를 공제한 금원을 근로자들에게 먼저 지급하였고, 그 후 갑 회사를 상대로 을이 지급하지 않은 임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병 회사가 공급한 근로자들은 형식상으로만 병 회사의 직원으로 되어 있을 뿐 독자적으로 공사를 하도급받아 관리하는 을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아 공사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근로자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을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을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한편 병 회사의 임금 지급은 대위지급에 불과하다고 보여 병 회사를 사용자라고 볼 근거가 되기 어려우므로, 갑 회사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 따라 하수급인인 을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을과 연대하여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8. 대상판결의내용 분석 : [=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 확정의 법리]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51-352 참조]
가. 민법상 계약의 당사자 해석 법리
⑴ 법률행위 해석의 기본 원칙과 순서
① 자연적 해석(의사합치)
② 규범적 해석
③ 보충적 해석
⑵ 계약당사자 확정에 관한 해석 법리
계약의 상대방에 관해서는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누구를 당사자로 이해했을 것인가)를 두고 판단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4059 판결 등).
나. 근로기준법의 경우
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임금지급의무에 관하여는 민법상 계약의 상대방 확정의 법리와는 다른 법리가 적용된다.
⑵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등).
다. 대상판결의 분석
⑴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은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약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지 근로 제공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 미제공은 사용자의 임금 지급 거절사유가 되는 것이다.
⑵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인 원고에게 임금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강행법규 위반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⑶ 사무장 병원의 경우에는 계약의 상대방이 항상 사무장이라는 취지로 대상판결을 이해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원고가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의사만이 자력이 있고 병원 운영에 관여한 사정이 조금이라도 인정된다면 원고의 청구가 인용될 여지도 상당하다. 사무장과 의사의 중첩적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근로자가 사무장과 의사가 동업하는 조합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에게 임금지급 채무의 연대책임을 묻는 경우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사실인정과 평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