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폐기물매립, 토지오염, 토양오염, 쓰레기매립물, 하자담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기간>】《폐기물 매립으로 인한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10년)과 기산점(=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한국토지공사가 협의취득한 토지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한국토지공사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택지개발사업 지구 내 토지에 관하여 토지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상행위인지 여부(소극)
[2]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토지를 협의취득하는 경우,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10년)과 기산점(=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
[3] 갑 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을 등이 소유한 토지를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하였고, 갑 공사를 합병한 병 공사가 위 택지개발사업을 준공한 다음 위 토지 중 일부를 정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는데, 정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터파기공사를 하던 중 위 토지 지하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여 병 공사에 통보하자, 병 공사가 을 등을 상대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공사가 을 등 소유의 토지를 매수한 행위는 상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지 않고, 병 공사가 을 등에게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구하고 있으므로, 갑 공사가 위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부터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소가 제기되어 병 공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어느 행위가 상법 제46조의 기본적 상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영업으로 같은 조 각호의 행위를 하는 경우이어야 하고, 여기서 ‘영업으로 한다’는 것은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 한국토지공사법(2009. 5. 22. 법률 제9706호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따라 설립된 한국토지공사는 토지를 취득·관리·개발 및 공급하게 함으로써 토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도모하여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소유자로부터 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를 매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토지공사를 상인이라 할 수 없고,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 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를 상행위로 볼 수 없다.
[2]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토지를 협의취득하는 행위는 사법상의 법률행위로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에 대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되고, 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3] 갑 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을 등이 소유한 토지를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하였고, 갑 공사를 합병한 병 공사가 위 택지개발사업을 준공한 다음 위 토지 중 일부를 정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는데, 정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터파기공사를 하던 중 위 토지 지하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여 병 공사에 통보하자, 병 공사가 을 등을 상대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을 등 소유의 토지를 매수한 행위는 상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지 않고, 갑 공사를 합병한 병 공사가 을 등에게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구하고 있으므로, 갑 공사가 위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부터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소가 제기되어 병 공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갑 공사가 영업으로 부동산을 개발하여 매각할 목적으로 이를 매수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갑 공사와 을 등이 체결한 매매계약은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어 병 공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5년의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상행위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사건 토지가 포함된 토지(이하 ‘변경 전 토지’)에 관하여 피고 1, 2와 공공용지 협의취득에 따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5. 9. 1. 피고 1 지분(1/2)에 대하여, 2005. 9. 8. 피고 2 지분(1/2)에 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⑵ 원고는 甲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甲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⑶ 甲은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터파기공사를 하던 중 2015. 3.경 이 사건 토지 지하에 이 사건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원고에게 통보했다.
⑷ 원고는 2015. 8. 25. 피고들을 상대로, 변경 전 토지의 매수 전에 이 사건 폐기물이 매립되었음을 이유로 민법 제580조 제1항(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근거하여 폐기물처리비용과 원상복구비용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⑸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한 매매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⑹ 대법원은 위 매매계약에는 민법상 소멸시효기간(10년)이 적용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나. 쟁점 : 폐기물 매립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 및 소멸시효
⑴ 이 사건의 쟁점은, 폐기물 매립으로 인한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10년)과 기산점(=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이다.
⑵ 구 한국토지공사법(2009. 5. 22. 법률 제9706호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따라 설립된 한국토지공사는 토지를 취득·관리·개발 및 공급하게 함으로써 토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도모하여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를 매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토지공사를 상인이라 할 수 없고,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 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를 상행위로 볼 수 없다.
⑶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2005. 9.경 피고들 소유의 토지를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한 후 택지개발사업을 마쳐 제3자에게 토지를 매도하였는데 2015. 3.경 위 토지에서 매립된 건설폐기물이 발견되어, 한국토지공사를 승계한 원고가 피고들에게 민법 제580조 제1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청구한 사안이다.
⑷ 대법원은,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상행위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민법 제580조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을 상사채권으로 보아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3. 토지가 오염된 경우 구제방법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최종 매수인에게도 부담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토지 소유자가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한 경우, 거래 상대방 및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이때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 하는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헌법 제35조 제1항, 구 환경정책기본법(2011. 7. 21. 법률 제10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구 토양환경보전법(2011. 4. 5. 법률 제10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및 구 폐기물관리법(2007. 1. 19. 법률 제82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취지와 아울러 토양오염원인자의 피해배상의무 및 오염토양 정화의무, 폐기물 처리의무 등에 관한 관련 규정들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의 상대방 및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토지를 매수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또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지하까지 토지를 개발·사용하게 된 경우 등과 같이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거나 구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하여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음에 따라 마찬가지의 상황에 이르렀다면 위법행위로 인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나.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1586 판결)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1586 판결 : 성토작업을 기화로 다량의 폐기물을 은밀히 매립한 토지의 매도인이 협의취득절차를 통하여 공공사업시행자에게 이를 매도함으로써 매수인에게 토지의 폐기물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한 경우, 채무불이행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이 경합적으로 인정된다고 한 사례
다. 하자담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판시사항]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토지를 협의취득하는 경우,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10년)과 기산점(=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
[판결요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토지를 협의취득하는 행위는 사법상의 법률행위로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에 대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되고, 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라. 판례의 취지
⑴ 채무불이행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은 청구권경합 관계에 있어 하나라도 인정되면 승소할 수 있다.
⑵ 다만, 채무불이행책임은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어야 하는 반면(만약 매도인이 직접 폐기물을 매립한 것이 아니고 매립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귀책사유가 부정될 여지가 있음), 하자담보책임은 기본적으로 무과실책임이기 때문에 매도인의 귀책사유 유무와 무관하게 인정될 수 있다.
4.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의 구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89-390 참조]
가. 구별 기준
제척기간은 일정한 권리에 관하여 법률이 미리 정하는 그 권리의 존속기간 내지 권리행사의 한정기간으로, 기간경과 시 그 권리는 당연히 소멸한다고 본다.
반면 소멸시효는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계속된 경우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하는지를 묻지 않고 그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법률상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양자 모두 시간 경과에 따른 권리소멸의 문제를 다루고, 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도모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되나, 제척기간에서는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소멸시효는 청구권에만 적용되지만 제척기간은 주로 형성권이 적용 대상이다. 청구권은 일반적으로 소멸시효의 적용 대상이지만 청구권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으면 소멸시효가 아닌 제척기간이 부가되기도 한다. 양자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나. 기간 경과의 효과
⑴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법문은 “ ……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규정하며, ‘완성한다.’의 의미에 관하여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이 대립한다.
●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 절대적 소멸설
① 소멸시효 완성으로 당연히 권리가 소멸하고,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며, 이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익이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고 본다.
시효이익의 포기를 이유로 시효 완성의 효과가 복멸되는 것은 위와 같은 의사표시에 기한 법률행위적 효과라고 하고, 이미 소멸한 채무를 소급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하는 행위로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②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면서, 다만 ‘변론주의의 원칙상’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그 사실을 주장하여야 비로소 법원이 소멸시효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2157 판결).
㈏ 상대적 소멸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권리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즉 원용권(援用權)이 발생하고, 그 원용권의 행사에 의하여 비로소 권리가 소멸한다고 본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위 원용권의 포기이며, 원용권의 포기에 의하여 권리는 소급하여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다.
⑵ 제척기간 경과의 효과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가 당연히 소멸된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 : 제척기간은 권리자로 하여금 당해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려는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소멸시효가 일정한 기간의 경과와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정에 의하여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는 달리 그 기간의 경과 자체만으로 곧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므로 그 기간 진행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권리가 발생한 때이고, 당사자 사이에 위와 같이 위 매매예약 완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를 특별히 약정한 경우에도 그 제척기간은 당초 권리의 발생일로부터 10년간의 기간이 경과되면 만료되는 것이지 그 기간을 넘어서 위 약정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로 연장된다고 볼 수 없다).
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판례와 같이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면, 그 기간 경과의 법적 효과 측면에서 제척기간과 소멸시효 사이에 차이가 없다.
다.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구별에 관한 판례의 태도
판례는 다음과 같이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을 대체로 엄격하게 구별해 왔다.
①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임의로 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
② 제척기간의 진행은 중단될 수 없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6425 판결 : 매매의 일방예약에서 예약자의 상대방이 매매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하여 매매의 효력을 생기게 하는 권리, 즉 매매예약의 완결권은 일종의 형성권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그 행사기간을 약정한 때에는 그 기간 내에, 그러한 약정이 없는 때에는 그 예약이 성립한 때로부터 10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고, 그 기간을 지난 때에는 예약 완결권은 제척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소멸하고, 제척기간에 있어서는 소멸시효와 같이 기간의 중단이 있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③ 제척기간은 그 성질에 비추어 소멸시효에서와 같은 정지가 인정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다13952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두2509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83 판결).
④ 형성권인 해제권에 관하여 그 제척기간이 경과한 때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3다63356 판결).
5. 소멸시효의 기산점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98-308 참조]
가. 개설
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제166조 제1항). 다만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경우에는 위반행위가 있은 때부터 진행하고(제166조 제2항),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한다(제766조 제1항).
⑵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 권리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으나,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 이분론.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누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
법률상의 장애사유에는 그 밖에, 권리행사에 장애가 되는 하위의 법규범이 상위의 법규범에 위배되어 무효이어서 사실은 권리 행사가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하위 법규범의 존재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한다(대법원 1970. 12. 20. 선고 69누148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5219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 현실적으로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 경우에 권리행사를 부정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의 존재는 권리행사에 대한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⑶ 민법은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제한능력자가 법정대리인에 대하여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 천재 기타 사변으로 인하여 시효중단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이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제179조~제182조 참조), 이러한 입법태도는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시효기간의 진행 그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따라서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질병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사실상의 장애에 불과하여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으며, 또한 권리자가 제한능력자인데 그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사유(제179조 참조)로 고려될 수 있을 뿐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⑷ 다만, 대법원은 근래 들어 정의와 형평의 관념 및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원칙에 대하여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고(대법원 2003. 2. 11. 선고 99다66427,73371 판결,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64957,64964 판결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31168 판결 등).
권리자에게는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이 ‘권리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사실의 존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확인된 권리발생시점부터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인정하는 것은 확실히 부당하다.
나. 기한을 정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⑴ 확정기한부 채권 : 확정기한이 도래한 때
⑵ 불확정기한부 채권 : 그 기한이 객관적으로 도래한 때
⑶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
①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위의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채권자를 위하여 둔 것인 점에 비추어 명백히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② 그리고 이른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특약은 채권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전액을 일시에 청구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할부변제를 청구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회의 불이행이 있더라도 각 할부금에 대해 그 각 변제기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순차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채권자가 특히 잔존 채무 전액의 변제를 구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하여 전액에 대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다28340 판결).
⑷ 기한 유예의 합의가 있는 경우
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그 이행기가 도래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한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 유예된 때로 이행기가 변경되어 소멸시효는 변경된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이와 같은 기한 유예의 합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한데, 계약상의 채권관계에서 어떠한 경우에 기한 유예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것인지는 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 및 이행경과, 기한 유예가 채무자의 이익이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04 판결).
다.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반환시기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의 경우 대주는 언제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제603조 제2항), 소멸시효는 채권이 성립한 때부터 진행한다.
라. 예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기간은 상법상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인데, 그 기산점에 관하여는 각 예금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다.
① 우선 예치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언제든지 예입·반환을 반복할 수 있는 보통예금의 경우에는 계약 성립과 동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계약 기간에 예입과 반환이 되풀이될 때에는 금융기관 측의 채무승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최후의 예입 또는 반환 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다268265 판결 : 금융기관 직원의 예금 무단 인출로 인하여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예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사안).
② 그리고 기한의 정함이 있는 정기예금의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③ 당좌예금의 경우에도, 당좌예금은 그 계약이 존속하는 한 예금주는 수표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반환은 그 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당좌예금주는 단순히 수표만에 의하여 반환을 받는 제한을 받을 뿐 반환의 청구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소비임치와 마찬가지로 예금계약 성립시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마. 정지조건부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 : 조건이 성취된 때
바. 선택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선택권의 귀속에 관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의 선택권 행사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때 즉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진행한다.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8다23195 판결 : 이 사건에서 매립지 중 100평을 선택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하여 당초 약정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380조에 의하여 채무자인 피고에게 있다고 볼 것이고, 피고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381조에 따라서 채권자인 김종택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선택을 최고할 수 있고, 그래도 피고가 그 기간 내에 선택하지 아니할 때에 김종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기산점은 자신이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피고가 100평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65. 8. 24. 선고 64다1156 판결 참조),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고 도시계획결정 및 지적고시가 이루어져 피고가 소유할 토지의 위치와 면적이 확정되어 공부상 정리가 마쳐진 1987. 2. 26.에는 피고가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때로부터 선택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날로부터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것이다).
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2283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49 판결,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 甲 주식회사가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해군에 인도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이에 국가(해군)가 甲 회사를 상대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회사가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한 후 항해훈련 전에는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추진전동기의 하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국가(해군)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때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때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 사례].
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⑴ 제766조 제1항(3년) :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특히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29924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1836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등).
②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7577 판결 등).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0263 판결 : 피해자 등에게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만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설사 사고 발생 후 피해자 등이 사고 경위 등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위 법조항 소정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는지 여부는 결국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할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였다.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71592 판결 :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甲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甲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甲이 가해 경찰관들이나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될 것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甲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甲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甲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다259371 판결(甲의 소유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후 건물 임차인인 乙 주식회사가 임대인인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이 위 건물의 다른 임차인이 甲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관련사건에서 위 화재에 관하여 甲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제1심판결이 선고될 무렵에 乙 회사가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보아 乙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안에서, 甲은 관련사건의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甲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던 점, 甲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丙 보험회사가 乙 회사의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으나, 甲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丙 회사의 패소 판결이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책임의 주체 등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乙 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乙 회사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관련사건 상고심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때에 비로소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06384 판결 : 청소년 시절 피해를 당하였던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 제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사례.
③ 그리고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ㆍ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ㆍ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 원고는 만 1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을 입은 후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경우 위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사고 당시 피해자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언어장애 등의 손해가 언제 현실화되어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이 언제 그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곧바로 교통사고 당시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일을 소멸시효 기산일로 삼아 피고(가해자)의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④ 여기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행위능력이 제한된 자인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아야 위 조항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9897 판결 : 피고가 2000. 7. 25. 05:30경 안양산 휴양림 청소년수련원의 여학생 숙소 내에서 잠을 자던 원고를 간음한 사안에서, 피고로부터 위와 같이 간음을 당할 당시 만 15세로서 미성년자이던 원고의 법정대리인이 원고의 피해사실 및 그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성년이 된 2005. 4. 25.경까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사례이다.
⑤ ‘법인’의 경우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 그렇지만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과 그 대표자의 이익은 상반되므로 법인의 대표자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대표권도 부인된다고 할 것이어서 법인의 대표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를 안 때에 비로소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이고, 만약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이 법인의 대표자와 공동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을 배제하고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4126 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20475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다5043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법인이 대표자의 신원보증인에게 갖는 권리의 소멸시효는 대표자가 안 때가 기산점이 되고, 다른 임원, 사원, 직원 등이 안 때로 기산점이 늦추어지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13614 판결)].
⑥ 권리자인 피해자의 위와 같은 주관적 용태,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다32913 판결).
⑦ 한편,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데(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에 유공자예우법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됨이 확정될 때까지는 같은 항 본문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법률상 이를 행사할 수가 없다 할 것이므로, 이처럼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판례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겠으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33754 판결).
채권자가 북한에 납북되어 있다는 사정은 기본적으로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이 판결은 이를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⑵ 제766조 제2항(10년) : 불법행위를 한 날
①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55312 판결).
◎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다54566 판결 : 甲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乙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주었고, 丙 회사 등이 위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乙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구매승인서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丙 회사 등에 위 거래에 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으나 그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어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국가가 甲 은행 등을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乙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준 것 때문에 국가가 입은 손해는 乙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한 丙 회사 등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부과 징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한 것인데, 국가가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는지는 乙 회사 등이 구매승인서 내용대로 물품을 수출하지 않고 불법으로 내수 유통시킨다는 것을 丙 회사 등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에 달려 있고, 이는 丙 회사 등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된 후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패소 여부가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가려지는 것이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화된 시점은 부과처분을 한 세무서장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확정된 때이고, 국가의 甲 은행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역시 위 판결 확정일이라고 한 사례.
◎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다282197 판결 :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피압수자의 손해는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아직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위법한 폐기처분이 이루어진 시점이 아니라 무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로 봄이 타당하다.
②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③ 하지만 그 손해의 결과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④ 그런데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공급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환자인 피해자가 감염되었는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 AIDS의 잠복기는 약 10년 정도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며, AIDS 환자가 되었다는 것과 HIV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HIV 감염이 진행되어 실제 AIDS 환자가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그 손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⑤ 또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 심리적, 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 甲이 초등학교 재학 중 테니스 코치 乙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데, 약 15년 후 甲이 乙과 우연히 마주쳤고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불안, 분노 등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어, 乙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⑥ 한편,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은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38865 판결).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원고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76307 판결).
⑶ 계속적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부터 각별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고(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함께 각 손해가 발생한 때부터 각별로 10년(국가배상채무의 경우 5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935 판결).
◎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그 건축행위에 따른 일영의 증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고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그 시점에 이러한 일조방해행위로 인하여 현재 또는 장래에 발생가능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손해 등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그 때부터 진행한다. 다만, 지극히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고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935 판결 : 피고는 방OO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을 통하여 망 김OO이 소대장인 방OO의 구타 등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처리하고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망 김OO이 병사하였다는 부실한 통지를 함으로써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이를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정확하게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불이행하였고, 이러한 위법한 부작위는 해군참모총장이 2008. 4. 15. 원고 측에게 망 김OO이 군복무 중이던 1958. 1. 28. 진해해군병원에서 순직하였다는 순직확인서를 발송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로 인하여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날마다 새로운 피고의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각별로 진행한다.
⑷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에 관한 특례
①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제766조 제3항).
이는 민법이 2020. 10. 20. 법률 제17503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해당 부칙 제2조에 따라 개정 법률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성적 침해로 발생하여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 등은 주변인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대리인을 통한 권한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아니하도록 하여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성년이 된 후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며,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다47886 판결).
◎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다9039, 9046 판결 : 갑의 보험금 납부 등 보험관리업무를 맡은 을이 갑이 송금한 돈 중 일부를 사용하고 갑의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용한 사안에서, 을의 사용 권한 범위, 갑의 허락 여부 등을 밝힘으로써 용도 외 사용 당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을이 갑의 보험관리업무를 종료한 때부터 갑의 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차. 부작위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위반행위를 한 때(제166조 제2항)
카. 구상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⑴ 보증인의 구상권
구상권이 발생한 때이다. 사전구상권과 사후구상권은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⑵ 공동불법행위자의 구상권
피해자에게 현실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이다.
파.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변론주의 적용 대상
① 판례는 취득시효와는 달리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소멸시효 주장 내지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 적용대상인 주요사실로 보아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0111 판결).
② 이때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9.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8.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 피고는 위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거래 종료 시점인 1990. 9.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1. 3.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였는바, 위 양 기간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나아가 판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③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여야만 상대방으로서도 법원이 임의의 날을 기산일로 인정하는 것에 의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음이 없이 이에 맞추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공격방어방법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이 이유 있는 경우에, 설령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그 점을 항변으로 다시 주장하지 않는 이상 법원은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여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0244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0111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14241 판결).
6. 특정물 매매에서 하자담보책임
가. 의의
⑴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580조 제1항).
⑵ 하지만 이는 경매의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제580조 제2항). 여기서 말하는 ‘경매’는 민사집행법상의 강제집행이나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상의 공매 등과 같이 국가나 그를 대행하는 기관 등이 법률에 기초하여 목적물 권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하는 매도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상 중도매인이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경매를 통하여 농수산물을 매수한 경우에는 목적물의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다80839 판결 참조).
나. 요건
⑴ 특정물에 ‘하자’가 있을 것
㈎ 하자의 판단 기준
① 학설은 매매의 목적물이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성질·상태에 미달한 경우를 의미한다는 견해(객관적 하자설)와 매매의 목적물이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성질·상태에 미달한 경우를 의미한다는 견해(주관적 하자설)가 대립하고 있다. 다만 객관적 하자설에서도 매도인이 목적물의 특수한 성질 또는 상태를 보증하였는데 목적물의 성질·상태가 실제로는 그에 미달한 경우에는 하자가 있다고 본다.
② 판례는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또는 당사자가 예정하거나 보증한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매도인은 민법 제580조에 따라 매수인에게 그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부담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 매매의 목적인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던 사안에서, 계약 당시 지목이 ‘전’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는 밭인 상태에서도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굴착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매립된 폐기물의 위치나 수량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토지를 밭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폐기물이 식물의 재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전’에서 ‘대지’로 변경하였다는 사정으로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객관적 상태를 달리 평가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하자를 인정하였다.
◎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30554 판결 :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공급한 기계가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 그 기계에 작업환경이나 상황이 요구하는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하여 하자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기 위하여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제품이 사용될 작업환경이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환경이나 상황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제품의 공급을 요구한 데 대하여, 매도인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공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한다고 판시)도 같은 취지이다.
㈏ ʻ법률적 장애ʼ가 ʻ물건ʼ의 하자에 포함되는지 여부
① 예를 들어 공장용 부지를 매매하였는데 관계 법령상 그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없는 경우와 같이 매매 목적물에 법률적 장애가 있는 경우에 이를 물건의 하자로 볼 것인가(민법 제580조 적용) 아니면 권리의 하자로 볼 것인지(민법 제575조 적용) 여부가 문제된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경매의 경우에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민법 제575조 적용시 긍정, 민법 제580조 적용시 부정), 담보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으로 매수인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 요구되는지(민법 제575조 적용시는 선의‘, 민법 제580조 적용시는 ’선의·무과실‘), 권리행사기간(민법 제575조 적용시는 1년, 민법 제580조 적용시는 6월)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실제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건의 하자로 보아 제580조를 적용하게 되면 모든 면에서 매수인에게 크게 불리하다.
② 판례는, “건축을 목적으로 매매된 토지에 대하여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어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 위와 같은 법률적 제한 내지 장애 역시 매매 목적물의 하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다만 위와 같은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이미 그 전에도 “매도인이 불법 운행하여 150일간 운행정지처분된 차량을 매도한 경우, 매수인이 그 차량을 매수하여 즉시 운행하려 하였다면 매수인으로서는 다른 차량을 대체하지 않고는 그 목적을 달할 수 없는 경우도 예상되므로 매수인이 그런 하자 있음을 알지 못하고 또 이를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는 때에는 민법 제580조의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매수인은 그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2525 판결)는 판례가 있었다.
매매 목적물에 관한 법률적 장애를 권리의 하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물건의 하자로 볼 것인가 문제는 결국 경매 목적물에 법률적 장애가 있는 경우에 담보책임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제580조 제2항이 경매 목적물에 ‘물건’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부정하는 취지는 –경매법원이 용이하게 조사할 수 없는- 물건의 하자를 이유로 경매가 해제되는 것을 막아 경매 절차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인바(이에 비하여 매매 목적물에 관한 ‘권리’의 하자는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경매법원이 용이하게 조사할 수 있고, 실제로도 매각물건명세서에 모두 기재되고 있다), 매매 목적물에 관한 법률적 장애 또한 경매법원이 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만일 이를 이유로 매각받은 사람이 경매를 해제할 수 있다면 경매 절차의 안정성을 크게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률적 장애를 물건의 하자로 보아 제578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 하자의 존재 시기
하자는 계약 성립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어야 한다는 견해(계약성립시설)와 계약 성립 이후에도 매매 목적물에 관한 위험의 이전시기 이전에 존재하고 있었으면 충분하다는 견해(위험이전시설)가 대립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98다18506 판결에서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계약 성립 이후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위험부담의 법리가 적용된다.
⑵ 매수인의 선의 · 무과실
⑶ 매도인의 귀책사유는 요구되지 않는다.
다. 효과
⑴ 대금감액청구권의 인정 여부
매수인이 아직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라면 법률관계를 간명히 하기 위하여 매수인에게 대금감액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데,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어 견해가 대립한다.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의 ‘손해배상’ 개념 속에는 실질적으로 대금감액청구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⑵ 손해배상청구권
매수인이 청구원인으로 제580조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실제로 이러한 경우는 매도인이 하자 있는 물건을 급부한 데 대하여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일 것이다. 왜냐하면 담보책임의 본질을 채무불이행에 대한 법정무과실책임으로 본다면,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매수인은 제390조를 청구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손해배상의 범위는 어떠한지 문제된다.
담보책임의 본질을 법정책임으로 보는 견해는 신뢰이익 배상이라고 하고, 담보책임의 본질이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이라고 보는 견해에서는 견해가 대립한다.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필요하다고 보아 담보책임을 채무불이행책임에 대한 특칙이라고 해석하는 견해는 이행이익 배상이라고 하는 반면,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는 신뢰이익 배상이라고 한다.
담보책임은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법이 정한 ‘무과실책임’이므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신뢰이익 배상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체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믿고서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의미한다.
⑶ 하자보수청구권의 인정 여부
①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어 견해가 대립한다. 이를 긍정하면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에 비추어 보수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매도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그 지위를 불안정하게 할 여지가 있으나, 소비자보호의 측면에서 소비자 또는 매수인에게 다양한 권리구제책이 될 수 있고 또한 보수능력이 있는 매도인에게는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하자의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에는 부정하여야 한다.
② 판례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매매 목적물인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고 매수인이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한다면 매수인은 그 비용을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고, 민법 제580조 제1항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 매매대금이 57,368,000원인 사안에서 하자보수비용 60,925,170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
⑷ 계약해제권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⑸ 위 각 권리의 상호관계
대금감액청구, 하자보수청구와 계약해제는 서로 배척적이다. 그리고 대금감액청구와 하자보수청구는 선택적이다. 문제는 대금감액청구, 하자보수청구와 손해배상청구의 관계인데, 앞의 권리로도 전보되지 않은 신뢰손해가 있다면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⑹ 권리행사기간
㈎ 제척기간
① 매수인이 하자의 존재를 안 날부터 6월(제582조). 이와 같이 단기의 권리행사기간을 규정한 취지는 담보책임에 관한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특히 동산 매매의 경우).
기간의 성질에 관하여는 제척기간으로 보는 데 견해가 일치되어 있다(통설 및 판례).
② 행사기간을 제척기간으로 보는 경우 그 의미가 문제되는데, 다수의 견해는 그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출소기간으로 보고 있으나 판례는 그 기간 내에 재판 외에서 행사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 소멸시효
① 매도인에 대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제582조의 제척기간이 적용되고, 이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② 그런데 하자담보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권리의 내용·성질및 취지에 비추어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제582조의 제척기간 규정으로 인하여 위 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엇보다도 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매매 목적물에 숨은 하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사실상 장애에 불과하다) 그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 [사실관계] 원고는 1998. 7. 21. 및 1998. 8. 29. 피고와 사이에 피고 소유의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1998. 9. 14. 및 1998. 10. 16.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B로부터 이를 다시 매수한 후 2006. 8. 초순 무렵 이 사건 토지 지하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2006. 8. 7. 원고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였다. 원고는 A로부터 위와 같은 통지를 받은 직후인 2006. 8. 17.과 2006. 8. 23. 및 2006. 8. 31. 총 3회에 걸쳐 피고에게 이 사건 폐기물의 발견 사실과 위 폐기물을 처리하여 줄 것과 미처리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다(제척기간 준수). A는 이 사건 폐기물을 처리한 후 원고를 상대로 2006. 11. 9. 그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원고는 위 소송에서 1억 5,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자 2008. 10. 2. A에게 위 판결금 합계 166,764,765원을 지급하였으며, 위 판결은 2009. 1. 15. 확정되었다. 원고는 2009. 8. 7. 피고에게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서 원고가 이 사건 폐기물의 처리비용 상당액으로 A에게 기지급한 금원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판단] “원고의 이 사건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인도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1998. 9. 14. 내지 1998. 10. 16.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9. 8. 7.에서야 피고에게 이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분명하므로, 원고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미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계약이 체결된 1998. 7. 21. 내지 1998. 8. 29.경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으나, 원고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이들 토지를 인도받을 때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③ 따라서 매수인이 하자의 존재를 안 때부터 6월이 경과하지 않았더라도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제척기간은 지나지 않았지만 소멸시효는 완성하게 된다.
라. 채무불이행책임과의 관계
먼저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지, 다음으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때 양 책임을 경합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⑴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도인이 채무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매도인이 계약 성립 당시에 이미 하자가 있었던 물건을 계약성립 이후 잘 보관하여 매수인에게 이행기의 현상 대로 인도한 경우, 매도인은 ‘채무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2002다51586 판결은, 매도인이 폐기물을 매립하여 조성한 대지를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매수인에게 매도하여 매수인이 그 토지를 정상적인 토지로 복구하기 위해서 복구비를 지출하게 된 사안에서, “매도인이 성토작업을 기화로 다량의 폐기물을 은밀히 매립하고 그 위에 토사를 덮은 다음 도시계획사업을 시행하는 공공사업시행자와 사이에서 정상적인 토지임을 전제로 협의취득절차를 진행하여 이를 매도함으로써 매수자로 하여금 그 토지의 폐기물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면 매도인은 이른바 불완전이행으로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이는 하자 있는 토지의 매매로 인한 민법 제580조 소정의 하자담보책임과 경합적으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매매의 목적인 특정물에 원시적인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불완전급부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매도인은 매매계약에 따라 하자 없는 완전한 물건의 소유권을 이전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이는 특정물 매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매도인이 하자 있는 물건을 인도한 것은 채무 내용에 좇은 이행이라고 볼 수 없다(특정물도그마의 부정). 따라서 하자 있는 물건을 인도한 데 대하여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
⑵ 채무불이행책임을 경합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판례는 경합을 긍정하고 있다.
7.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 및 소멸시효
가. 제척기간
⑴ 매수인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민법 제582조, 제580조).
직권조사사항이다.
‘형성권’이 아니라 ‘청구권’임에도 불구하고 제척기간이 인정된다.
⑵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을 ‘권리의 성질’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규정’에 따라 구분하기 때문이다.
법률규정에 ‘시효가 완성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으면 소멸시효, ‘행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으면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
⑶ 6개월은 출소기간이 아니라 재판 외 행사기간이므로,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내용증명만 보내도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척기간 중 출소기간인 경우로는 채권자취소권, 점유회수청구권, 상속회복청구권 등이 있다.
⑷ 출소기간인 제척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소 각하 사유인 반면, 재판 외 행사기간인 제척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청구기각 사유이다(권리 소멸).
청구기각 사유임에도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나. 소멸시효
⑴ 소멸시효 역시 적용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 하자담보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권리의 내용·성질 및 취지에 비추어 민법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되고, 민법 제582조의 제척기간 규정으로 인하여 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엇보다도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⑵ ‘인도받은 때’부터 상행위면 5년, 상행위가 아니면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⑶ 기산점이 ‘인도시’라는 점에서 토양오염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는 ‘제거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여 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것과 차이가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8. 토양오염 사건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
가. 토양오염 행위와 불법행위
⑴ 원칙적으로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파괴행위 등의 가치하락 행위는 타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될 수 없고, 그 이후 위 소유물이 순차적으로 매도되는 경우에도 매도인의 위 가치하락 행위가 전전매수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지는 아니한다.
소유물의 상태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거나 기망 등을 한 경우 매수인에 대하여 담보책임, 채무불이행책임, 불법행위책임 등을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직접적 거래관계가 없는 전전매수인에 게 곧바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⑵ 그러나 토양오염의 경우 전전매도 이후 아주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오염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전전매수인이 토지 소유권 행사를 위해 폐기물을 파내는 시점에서 비로소 손해발생이 현실화되는 문제가 있어, 이러한 경우 매도인의 토양오염 행위가 전전매수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판례의 태도
⑴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6다205540 판결
불법행위책임의 위와 같은 난점으로 인하여, ‘물권적 청구권’인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의한 해결을 모색하였던 사안이다.
하급심에서는 토지 소유자인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었으나, 대법원은 기존의 법리(2003다 5917 판결 등)에 따라 ‘매립된 생활쓰레기가 이미 주변 토양과 뒤섞여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되어 있고, 이러한 상태는 과거 위법한 쓰레기 매립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로서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에 불과할 뿐 생활쓰레기가 현재 원고의 토지 소유권에 대하여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⑵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최종매수인에 대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위 전합판결의 다수의견은 “매립행위를 한 토지소유자가 전전 취득한 현재 소유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은 “자신의 토지에 폐기물을 매립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는 토지의 전전 매수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소수의견이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기도 하나, ① 토지에 폐기물을 다량으로 매립한 매도인이 최종매수인의 막대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부합하는 점, ② 자신 소유의 토지에도 법령을 위반하여 폐기물을 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토의 보전과 사회 적 비용 감소에 기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형평, 정의관념에 부합하는 다수의견이 타당하다.
9. 토양오염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 여부
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하는데(민법 제766조 제1, 2항), 토양오염으로 인한 손해가 토지의 전전매도 이후 위 기간이 지난 다음에 발견될 경우에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 여부가 문제된다.
⑵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를 매수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또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지하까지 그 토지를 개발·사용하게 된 경우 등과 같이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거나 구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하여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음에 따라 마찬가지의 상황에 이르렀다면 위 위법행위로 인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의 문제는 거의 생기지 아니한다.
10. 불법행위책임의 요건 중 ‘손해의 현실적·확정적 발생’을 부정한 최근 판례
가. 등기관 과실로 부족한 지분을 매수하게 된 중간매수인(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6다217833 판결)
⑴ 등기공무원의 잘못으로 대지권의 표시가 잘못 기재된 등기가 마쳐졌는데, 중간매수인이 최 종매수인으로부터 부족 지분에 대한 배상을 요구받자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하였으나 이를 기각한 사안이다.
⑵ 최종매수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면 인용되었을 것이다.
⑶ 하지만 중간매수인의 경우 최종매수인으로부터 부족 지분에 대한 배상을 요구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손해가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실제로 최종매수인에게 손해를 배상하게 되면 그때는 중간매수인의 손해가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나. 선박인양명령을 받았으나 아직 이행하지 아니한 선박 소유주(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56455 판결)
⑴ 원고 회사 소유의 선박이 충돌사고로 침몰하자 여수시장 등이 선박 구난명령, 제거명령을 하였으나 수년간 그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행정대집행이나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행정관청의 조치도 없었던 상황에서, 원고의 피고(선박 충돌을 야기한 상대 선박 선주)에 대한 선박인양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사안이다.
⑵ 여러 사정에 비추어 원고 회사가 실제로 제거명령 등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선박제거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제거명령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 손해가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군사구역 내 건축물을 건축하다가 공사중지명령을 받은 건축주(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7다278446 판결)
⑴ 피고(김포시)가 군사시설 보호법상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간과하고 관할부대장에 게 협의요청을 하지 않은 채 원고들의 건축신고를 수리하였는데, 관할부대장이 공사중지 등을 요청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공사중지명령을 하였고, 이에 원고들이 아직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철거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된 사안이다.
⑵ 철거를 요구받은 정도만으로 철거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⑶ 마찬가지로 실제 건축물 철거 이후에는 해당 손해의 현실적ㆍ확정적 발생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라. 포항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담합 사건(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76679 판결)
⑴ 조달청장이 공고한 입찰에서 참가자들이 담합하여 높은 금액으로 낙찰을 시켜 낙찰받은 회사가 높은 금액의 공사대금채권을 얻고, 나머지 회사들은 설계비를 보상받아 지출한 비용을 회수해 간 사실이 적발되었는데, 국가가 낙찰자와의 계약을 취소하지는 않고 입찰참가자들을 상대로 실제 낙찰가격과 정상적인 낙찰가격과의 차액을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사안이다.
⑵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하였는데, 대법원은 낙찰 이후 공사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국가가 높은 금액의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하게 된 시점에 손해가 발생하였고, 따라서 계약체결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⑶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국가가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을 뿐 아직 실제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 사안들과 달리 그 시점에 손해가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본 이유는, 채무자가 국가여서 채무를 갚지 않거나 집행을 당하지 않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⑷ 실제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순간에는 그와 경제학적 가치가 동일한 공사대금 채무가 소멸하게 되므로, 그때 비로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11.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89-390 참조]
가. 청구권 경합
이 사건의 경우 세 가지 청구권이 모두 문제될 수 있다(청구권 경합).
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① 피고는 최종 매수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② 중간매수인이 최종매수인에게 손해배상을 하여 준 경우라면, 중간매수인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인 매도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⑵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1586 판결).
⑶ 하자담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대상판결)
나. 하자담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기간
하자담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기간은 별개로 진행한다.
⑴ 제척기간
매수인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민법 제582조, 제580조). 이는 제척기간이다.
⑵ 소멸시효
하자담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의 대상도 된다.
하자담보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권리의 내용·성질 및 취지에 비추어 민법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되고, 민법 제582조의 제척기간 규정으로 인하여 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엇보다도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위 판결의 사안에서는, 내용증명 우편을 신속하게 발송함으로써 제척기간은 준수하였으나, 인도받은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다. 대상판결의 내용
⑴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 민사시효 10년)
원고(한국토지주택공사)는 상인이 아니다.
원고가 토지를 협의매수한 것은 상행위가 아니다.
판례는 원고가 이주대책의 일환으로 아파트를 특별공급한 경우에 그 분양계약도 상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0244 판결).
⑵ 제척기간 준수 및 소멸시효 중단
원고가 2015. 3.경 甲으로부터 폐기물 매립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6개월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제척기간을 준수하였고,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것이 피고들로부터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이므로 소멸시효기간도 완성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