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꿈틀거리는 역마살】《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어느 순간마다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의 묘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 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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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역마살】《세렌디피티(serendipity) 어느 순간마다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의 묘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칠레의 경제학자 만프레드 막스 니프와 그의 동료들이 멕시코의 치아파 고원지대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여행을 하는 중에 일행 중 한 여성이 마음에 쏙 드는 멋진 나무의자를 시장에서 발견했다.

마야의 신화에서 유래한 모티브들이 예술적으로 그려져 있었고, 기가 막히게 멋진 솜씨로 깍아 만든 의자였다.

여성은 인디오 목공에게 그 의자의 가격을 물었다.

 

“12페소라오

목공은 대답했다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한 그녀는 다시 이렇게 물었다.

“10개를 사면 얼마인가요?”

내심 여러 개를 사면 깍아 주겠거니 생각하며 물어 본 것이었다.

 

목공은 잠시 말을 멈추고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150페소요.”

 

잠깐만요.”

여성은 따지듯이 말했다.

어째서 가격이 올라갈 수 있나요? 1개를 팔 때보다 더 비싸잖아요.”

 

그러자 인디오 목공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의자 하나 만들 때는 재미있게 일을 하는데, 10개를 만드는 것은 지루하잖아요.”

 

위 계산법은 여성에게는 황당한 논리였지만, 인디오 목공에게는 절대적으로 올바른 의미를 담고 있는 생각이다.

인디오 목공은 단 한마디로 온 세상이 떠받들고 있는 돈의 논리’, ‘상품의 가치 산정에 관한 통념을 깨뜨려버렸다.

 

우리가 생각하는 돈의 논리는 돈이 행복이고, 더 많은 돈은 더 큰 행복이어야 한다.

하지만 인디오 목공에게는 돈이란 행복한 삶을 희생하는 댓가로 받는 교환가치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물질적 가치보다는 건강과 행복의 중요성이 커진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자, 더욱더 해외여행이 가고 싶어진다.

박탈당한 자유를 더욱더 갈구하게 된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을 때 바이러스 자체는 별로 겁나지 않았다.

그저 가벼운 감기몸살에 불과하다.

하지만 10일간 격리된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걷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답답함에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는 해외여행이 정말 그립다.

행복을 향한 몸짓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행위가 여행 말고 또 있을까?

자유를 향한 몸짓이다.

 

해외여행의 추억을 곱씹다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생긴다.

낯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웃는 얼굴의 잡상인 아주머니처럼 세렌디피티(serendipity) 어느 순간마다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의 묘미다.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이 사소한 행복과 추억은 시간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

좀처럼 바래지 않고 오래오래 곱씹어진다.

어떤 계절, 어느 순간에 꺼내어도 생생하게 펄떡이고 있다.

아무 장소에나 꺼내 놓더라도 자신만의 색깔로 찬란하다.

 

끝없이 여행을 꿈꾼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이 음식이, 이 햇살이, 이 나른함이, 이 매혹이,

호기심과 설렘 속에서 마주치는 그 모든 것이 일상이 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