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자살사고의 면책에 관한 보험약관의 해석>】《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자면책사유의 해당 여부 및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경우,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갑의 딸 을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자, 갑이 병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을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판결요지】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갑의 딸 을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자, 갑이 병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을이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고, 만약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는데, 을을 치료하였던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 및 그 바탕에 있는 의학적 판단 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을이 자살할 무렵 주변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거나 충동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내세워 을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의 딸인 망인은 2004년경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는데, 2006. 10.경 학부모의 폭언 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2008. 10.경 우울증 진단과 함께 약 2달간 치료를 받게 된 이후부터 매년 가을 무렵 우울증을 호소하여 이듬해 봄까지 월 1회 가량 그에 대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아왔다.
⑵ 망인은 2011. 9. 말경부터 전신에 발병한 홍반성 구진 등의 피부병과 간 수치 악화 등으로 입원․통원 치료를 계속하다가, 2011. 10. 12. 퇴근 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하였다.
⑶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 앞서 2012. 2.경 ‘망인이 공무상 질병인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거부당하자 그 무렵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그 지급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⑷ 위 행정소송의 제1심과 항소심은 우울증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망인은 질병 치료와 학교 업무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갈등하다가 공무수행 중에 발병하 였던 우울증이 재발함으로써 정신적인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설시하면서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였고, 환송 후 항소심에서 위 대법원판결과 같은 취지의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 및 확정 되었다(이하 ‘선행 행정소송’이라 함).
⑸ 원고의 보험금 청구에 대해 피고 보험회사가 자살면책조항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⑹ 대법원은, 선행 행정소송의 내용과 같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우울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보험금지급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소멸시효는 선행 행정소송 제기일에 기산되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상고기각하였다.
나. 쟁점 : [자살사고에서 보험자의 면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및 보험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자 면책사유의 해당 여부 및 ㈏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다.
⑵ 망인이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에 이르자 망인의 유가족이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이미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연관성 및 주요우울장애에 대한 판단기준이 의학적으로 정립되어 있고,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이 주요우울장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인과관계를 인정한 의학적 소견이 나타나 있는 이상, 구체적이고 전문적, 의학적인 근거 없이 이에 반하는 인과관계 판단을 한 원심판단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재해사망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사망시이고,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의 자살인지 여부, 망인의 보험이 단체보험이어서 보험금청구권자가 그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 등은 인정되나 그 정도만으로는 위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에 해당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보험금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한 사안이다.
3.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국가유공자의 인정 여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제4조 제5항)을 두었다.
그런데 군인이 군대 내에서 괴롭힘 끝에 자살한 경우 또는 우울증이 극심해서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 등에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변경되었다.
이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11041호, 2011. 9. 15., 일부개정]에서는 국가유공자 적용대상 제외사유에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를 삭제하였다.
4. 자살사고의 면책에 관한 보험약관의 해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86-689 참조]
가. 문제점 제기
①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위 상법 규정과 같은 취지에서 보험약관에서도 자살에 관한 면책약관을 둔 경우가 많다.
이 사건도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 사안이다.
나. 판례(대법원 2005다49713 판결 등)의 입장
판례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는 자살(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한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 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 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
다. 자살사고(우울증)에서 보험자의 면책 여부에 관한 판례의 경향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86-689 참조]
⑴ 하급심판결의 경향
하급심 판결들의 경향은 다음과 같다.
① 우울증 경력이 오래된 경우 또는 상담일지 등에 나타난 우울증 증상이 심해보이는 경우에는 대체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②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 오래되지 않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입증 부족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청구를 기각한 사례들도 다수 존재한다.
③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는 오래되었는데, 공백이 있어서 병의 진행 정도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청구가 인용된 경우와 기각된 경우가 모두 존재한다.
⑵ 대법원 판례의 경향
① 우울증 환자가 자살한 경우 현재 보험금 지급의 기준이 명확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이 쟁점에 관하여는 판례도 거의 없다.
비슷한 사안에서 보험금 청구를 인용한 경우에도, 또는 기각한 경우에도 대법원에서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거나 판시를 내지 않고 기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법원에서는 자살면책 약관의 적용을 사실인정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판시를 낸 것은 원심이 행정사건의 판시와 모순되는 판결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② 우울증은 폐렴, 독감과 같은 질병이다.
단순히 정신적인 또는 감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전도물질의 이상으로부터 기인하는 화학적인 질환이다.
우울증은 불면증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고, 치료 없이 장기화되면 악화될 수 있다.
우울증의 주된 치료방법도 우울증치료제의 복용이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악화되다가 술을 마시거나 정신적으로 약해지면 우발적으로 자살에 이 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③ 우울증이 회복되지도 아니한 채 자살자가 임의로 우울증 치료를 중단한 경우에는 우울증은 점차 악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요컨대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사망하였다고 판단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우울증 환자가 자살한 경우에는 자살의 방법, 자살 직전의 자살자의 말과 행동들에서 나타나는 심리 상태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우울증의 진단을 받은 이후의 병세의 악화 정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86-689 참조]
⑴ 원칙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⑵ 예외
①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19624 판결 등)이다.
② 민법 제166조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는 법률상 장애를 뜻한다.
사실상의 장애는 그것이 주관적인 것이든, 객관적인 것이든 기산점에 영향이 없다.
③ 그런데 보험금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3년(과거에는 2년)으로서 매우 단기이고, 그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어서 정의관념에 반한다.
④ 이에 따라 판례는 예외적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위와 같은 판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 유사판례인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64957, 64964 판결 :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과 보험약관상 면책사유, 자살사고의 면책에 관한 보험약관의 해석】《우울장애 등으로 인해 자살한 경우 그 사망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과 보험약관상 면책사유(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9호, 박동규 P.173-206 참조]
가. 우울장애 등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약관상 면책사유
⑴ 보험계약상 자살 시 면책약관의 내용 및 취지
㈎ 상법 제659조 제1항(보험자의 면책사유)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라고 규정한다. 생명보험에 관한 조항인 상법 제732조의2(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 등) 제1항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는 보험자의 면책사유에서 제외한다.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은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다(이하 ‘면책 예외사유 인정 법리’라고 한다)(동지 :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76696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 즉, 판례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한 경우에는 고의성이 결여되는 우발적인 것이므로 보험사고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손해보험회사와 생명보험회사 모두 상해보험상품을 취급하는데, 실무상 손해보험회사는 상해보험을 독립된 보험상품으로 취급함에 반해, 생명보험회사는 상해보험을 생명보험(주계약)의 특약(재해보험)으로 취급하고 있다.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별표의 표준약관 제17조에서는 자살에 관한 면책 예외사유에 관하여 종전에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정하고 있었는데, 2010. 1. 29.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변경되었다. ‘정신질환’은 의학적으로 정신장애, 의식장애 등으로 한정하여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반면, ‘심신상실’은 책임능력과 연관이 있는 법률용어이면서 더욱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심신상실’로의 개정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정신질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의학적 소견만이 요구되었다면, ‘심신상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의학적 소견을 토대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이었는지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요구된다.
㈐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하급심 역시 그 의미에 대하여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입장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과 그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을 구별하는 이상, 후자의 경우에도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인 심리 상태가 원인 내지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인 만큼, 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 심리 상태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할 정도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이르렀음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로 부산고법 2018. 11. 15. 선고 2018나52948 판결(미상고 확정), 서울중앙지법 2017. 8. 25. 선고 2016나85257 판결(대법원 2017다261165 판결로 심불기각) 등이 있다. 또한 ‘망인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현저히 제한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 사례로 부산고법(창원) 2016. 12. 15. 선고 2015나23447 판결(대법원 2017다202340 판결로 상고기각) 등이 있고, ‘순간적 내지 일시적으로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 상태에 빠진 것으로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 사례로 서울중앙지 법 2016. 8. 26. 선고 2016나25316 판결(대법원 2016다251925 판결로 심불기각) 등도 있다.
한편 서울고법 2018. 4. 19. 선고 2017나2053485 판결(미상고 확정)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의미를 완화하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기도 하였다. “자살을 보험금 지급에 대한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① 자살은 고의사고로서 보험사고의 우연성 및 불확정성 원칙에 반하고, ②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계약에서 계약당사자가 지켜야 할 선의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하며, ③ 자살을 면책사유로 함으로써 보험금 취득을 유일한 또는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자살을 감행하는 것과 같이 도덕적 해이 또는 역선택을 야기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고, ④ 만약 자살에 대해서도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그 보험금의 부담이 다른 선의의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되고 향후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여 소비자 보 호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자살 면책규정의 취지와 관련이 없거나 그에 어긋나지 않는 경우라면 ‘피보험자의 사망 시 유족 보호’라는 보험의 본래적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자살 면책의 예외사유로서의 ‘심신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가급적 폭넓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 구체적으로 위 면책 예외사유에는 외인성, 내인성 정신질환 외에도 심인성 정신질환, 즉 명확한 신체요인 또는 뇌의 기질적인 변화 없이 강렬한 심리적․정신적 원인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병적인 정신상태가 포함되고, 협의의 정신병, 신경병 외에 인격장애나 주취명정상태로 인한 심신상실상태, 고도의 급성스트레스반응 등 일시적 심신상실상태 또한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 대법원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의미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설시한 바는 없고, 다만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만으로 한정하지는 않는 입장이다. 앞서 본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은 부부싸움 중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져 사망한 사안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한된 상태에서 망인이 추락함으로써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게 된 우발적인 사고’라고 판시하였다.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인지 여부는 규범적 판단이므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제한된 상태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심신상실’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여 사리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보험약관의 ‘심신상실’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능력’ 유무를 판정하기 위한 예시적, 보충적 요건으로 제시된 법률적 개념이므로 반드시 의학적 개념이나 통상적 개념과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즉흥적인 자살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방어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하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상태를 인정하기 위해 피보험자에게 환각, 망상, 정신병적 착란증상까지 요구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 한편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234 판결은 자살로 인한 보험금 청구 시 ‘고의에 의한 사망’으로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본다. 이와 달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보험금청구자에게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보험자가 스스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는 보험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사항이고, 일반적으로 피보험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보험금청구자가 입증하기 용이한 사항이다. 대법원 2009. 12. 24. 자 2009다80934, 80941 판결의 원심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가 자살한 경우 일응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경험칙상 정형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입증의 용이함이라는 면에서도 피보험자 측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합당하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보험자 측에서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하였음에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바 있다.
⑵ 우울장애와 자살 사이의 관계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는 기분장애의 하나로 단순한 기분변화뿐만 아니라 신체적 및 정신적, 행동적인 변화로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를 말한다. 우울삽화(Depressive Episode)는 기분의 변화와 함께 사고의 형태나 흐름, 사고의 내 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의 저하,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말하는데, 그중 정도가 심한 삽화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하 고,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 없이 주요우울삽화만이 일회성 혹은 반복적으로 나타나 는 경우를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라고 한다.
우울증 환자군이 앞서 본 우울삽화를 경험하는 동안에는 지적 기능 발휘가 상당히 제한되어 실제 행동이나 사회적 기능에서도 심각한 장애를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주요우울삽화 기간 중에는 항상 자살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자살한 사람의 90% 이상이 정신질환과 연관되고, 그중에서 우울장애 등의 기분장애가 50% 이상을 차지하며, 우울장애 환자의 약 15%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자살의 80%가 우울장애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자살생각의 경우 비우울군에 비하여 보통 우울군이 4.786배 높았고 심한 우울군의 경우 6.420배로 우울이 심할수록 그 수치가 높아지고, 급성 우울 장애를 포함하여 정신과 질병이 있는 사람이 자살할 소지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12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신경정신의학적으로 자살 자체가 심한 정신질환의 경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울장애에서 자살은 우울장애 말기보다 주로 초기에 나타나고, 심하게 우울한 당시보다는 우울삽화로부터 회복기에 더 많이 자살한다.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사고는 우발적,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삽화기간의 매순간 동반되는 고통으로 형성되는 것이므로 자살 전 극도의 흥분이 관찰되기 어렵다. 그리고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은 외적으로 불안증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내면에서 불안증이 들끓는 경우가 많으므로 외부에서는 당사자의 그와 같은 사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거나 그 전후에 별다른 이상징후가 외부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여 ‘차분하게 행동한 결과이므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자살’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 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인지에 관한 판례의 흐름
⑴ 종래 판례는 우울장애로 인해 자살한 사안의 경우 보험자의 면책 예외사유로 인정 또는 부정한 원심을 심불기각 또는 상고기각으로 수긍한 사례들이 대다수였다[보험금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대법원 2008. 7. 10. 자 2008다30116 판결(심불기각),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76696 판결(상고기각), 대법원 2009. 9. 10. 자 2009다51509 판결(심불기각), 대법원 2010. 4. 29. 자 2010다8013 판결(심불기각), 대법원 2016. 2. 3. 자 2015다65448 판결(심불기각) 등이 있다. 반대로 보험금 지급책임을 부정한 사례로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판결(상고기각), 대법원 2009. 10. 29. 자 2009다62035 판결(심불기각), 대법원 2009. 12. 24. 자 2009다80934 판결(심불기각), 대법원 2015. 4. 23. 자 2015다202537 판결(심불기각), 대법원 2016. 8. 24. 자 2016다20787 판결(심불기각), 대법원 2017. 1. 12. 자 2016다256142 판결(심불기각) 등이 있다].
넓은 의미에서의 사실인정 문제로 보아 대체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경계선이 다소 불명확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다가 2020년경부터는 우울장애로 인해 자살에 이른 경우 우울장애의 정도나 자살 무렵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하는 판례군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하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⑵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이하 ‘➊판결’이라 한다)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종합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70557 판결 참조).”(이하 ‘종합고려 법리’라고 한다)
보건소 공무원인 망인이 직장에 병가를 신청하고 병원에 찾아가 불안, 의욕저하 등을 호소하면서 직장을 쉬기 위하여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거듭 요구하여 ‘우울성 에피소드’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주거지 인근 야산에서 유서를 남긴 채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안에서, 원심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망인이 자살 당일 우울성 에피소드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발병 시기가 그다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자살행위 당일 행적, 망인이 남긴 유서의 내용과 망인의 심리상태,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비추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위 사안은 망인이 종전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가 자살 당일 1회만 받았을 뿐이고, 내원 당일의 초진도 장기간의 관찰과 진료에 따른 것이 아니라 1회의 면담과 질문검사를 통한 것이어서, 망인이 자살 당시 실제로 중한 정도의 우울장애를 겪고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또한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제기된 행정소송에서도 원고패소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⑶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다226537 판결(이하 ‘➋판결’이라 한다)은 종합고려 법리를 따르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 인정 범위를 종래보다 다소 넓게 인정하였다.
위 판결은 망인이 1년간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심한 불안, 초조, 기분저하, 의욕감퇴, 충동성 등을 보여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 우울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으며, 과거 2차례 자살시도를 한 적도 있었는데, 이처럼 우울증을 앓아오던 중 유서를 작성하고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이다. 원심은 유서를 남기거나 신변정리를 하는 등 자살을 준비하거나 계획한 정황이 있음에도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경우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인정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기각을 하였다.
위 사안에서는 망인의 주치의가 사후적으로 발행한 진단서에 ‘잦은 자살기도 등 사고의 위험성이 큰 상태였고, 자신의 병적 상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으며, 내원 당시 장기간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정신과적 가료 요하는 상태’라고 되어 있었고, 진료기록 감정결과에서도 ‘주치의가 망인에게 입원을 요청한 적이 있는 것을 확인되고, 극심한 우울상태에서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자의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증이 극심한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유서 작성 및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신변을 부탁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 된다.’고 하는 등 망인의 당시 정신질환 상태 등에 대한 의학적 자료가 제출되어 있었다.
⑷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다302718 판결(이하 ‘➌판결’이라 한다)은 망인이 생전에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인 감정결과(일종의 ‘심리적 부검’) 등을 토대로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로 인정하였다.
망인은 2013. 1.경 건설회사에 입사하였는데, 2014. 6.경 공사현장 아파트 옥상에 서 전선으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원심은 망인의 우울증 진단 및 치료 전력이 없 고 의료기관의 소견(관련 행정소송에서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의료사안감정촉탁결 과)도 극심한 우울증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며 사고 당일 업무 처리에 특이사항이 없었고 자살에 이른 방법 등을 고려할 때, 망인이 당시 심신상실 등으 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러 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면서 “망인은 사망 당시에 업무상의 과로나 스 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의 심화로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됨 으로써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라고 판시하 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즉, ① 망인은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다른 현장으로 전출하면서 5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2명이 나누어 맡게 되었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였다. ② 망인은 하자보수 업무를 담당하기 전부터 그 업무와 관련된 불안감을 호소하였고 업무를 시작한 뒤 입주민들의 계속되고 무리한 하자처리 요구로 불안감이 크게 상승하였으며, 업무처리에 대한 상관의 질책으로 자존감마저 떨어지고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력감에 빠지게 되어 그로 인한 우울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③ 그러던 중 회사로부터 ○○○ 공사현장으로 파견을 권유받아 사직을 고민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사건 당일에는 신규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발령받았는데 해당 공사현장에서도 그 동안 망인이 크게 힘들어 했던 하자보수 업무를 동일하게 맡기로 예정되었음을 알게 되어 향후 상당기간 망인의 업무내용이나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없어졌다. ④ 망인이 사망 전날 밤 여자친구와의 통화에서 ‘책도 읽어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 봤는데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는 등 무력감과 우울증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 있었다. ⑤ 사망 당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근무를 하다가 갑자기 자살에 이르렀을 만큼 망인의 정신적 상태가 불안정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사망 직전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도 수신자의 기재조차 없어 누구에게 쓴 것인지 알 수가 없고 그 내용도 ‘말, 사람, 너무 어렵다.’ 등 순간의 감정을 남긴 수준이어서 여기에 통상의 인지력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망인의 유지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⑥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 소견 및 원심과 관련 소송의 서울의료원장이나 배상의학회에 대한 감정 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망인은 우울증세가 있었다고 간주하여도 무방하다는 것이고, 사망 직전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우울이 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⑦ 원고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망인의 업무량, 근무환경 및 신체적․정신적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망인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 법령의 고의에 의한 사망 중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의 자해행위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면책 예외사유와 거의 일치한다.
이처럼 위 판례는 사후적인 감정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하였을 뿐 아니라,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인정 기준이 거의 일치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면서 관련 행정소송과 반대의 결론을 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⑸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이하 ‘➍판결’이라 한다)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인지’에 있어서 ‘의학적 견해가 나타난 증거를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설시한 대표선례이다.
“㈎ … (면책 예외사유 인정 법리 및 종합고려 법리 설시) …
㈏ 신체적 및 정신적, 행동적인 변화로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는 기분을 조절하는데 문제가 있는 우울장애라고 할 수 있고, 정신의학에서는 우울한 상태란 사고의 형태나 흐름, 사고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이렇게 기분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우울삽화(Depressive episode)라고 하며, 정도가 심한 삽화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하여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한다.
㈐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매뉴얼 제5판(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은 주요우 울장애에 대해서, ①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될 것, ②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등을 포함한 9개의 인지, 행동, 신체적 증상을 제시하면서, ‘① 또는 ②가 포함된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라고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하나의 증상으로 포함되어 있고 한편,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에 대해 주요우울장애에서 주요우울삽화의 발병과 한 해의 일정한 기간 사이에 규칙적인 시간관계가 있을 것 등의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는 DSM-5에서 언급한 증상의 개수 등을 고려하여 우울장애를 경도, 중등도, 고도(중증) 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울병 에피소드가 뚜렷하며 의기소침, 특히 자부심의 소실이 나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충동이나 행위가 일반적이며 많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고도(중증)로 보고 있다.
㈒ 위와 같이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 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 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이하 ‘의학적 견 해 고려 법리’라고 한다)
위 판결은, 초등학교 교사이었던 망인이 2006. 10.경 학부모 폭언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2008. 10.경 우울증 진단과 함께 2달간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매년 가을 무렵 우울증을 호소하여 다음 해 봄까지 월 1회 가량 정신과 상담 및 치 료를 받아왔는데, 2011. 9.말경부터 전신에 발병한 홍반성 구진 등 피부병과 간수치 악화 등으로 입원 및 통원 치료를 계속하다가 2011. 10.경 퇴근 후 집에서 목을 매 어 자살한 사안이다. 원심은 ‘사망 전날 정상적으로 출퇴근하였고, 사망 당일에도 특이한 행동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집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망인의 심리상태가 급격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극도의 흥분상태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망인을 치료하였던 정신과 전문의의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견해에 관한 증거가 제출되었고, 그 견해에 의할 때 망인은 2006년 학급 내 문제로 우울장애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겪은 후 매년 10월경을 전후하여 우울삽화가 발생하는 등 망인이 자살할 즈음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 상태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의학적 견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원심에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위 판결은 ‘원고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에 따라 2년]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기산하여 이미 완성되었다는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상고기각을 하였다.
망인의 유족이 제기한 행정소송(유족보상금 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현출된 의학적 소견에 의하면 ‘자살 무렵 망인의 상태는 의학적으로 의사가 재입원을 권유할 정도로 심한 상태’였음이 인정되었는데, 위 판결은 이러한 의학적 소견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또한 관련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는 망인의 유족이 패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 파기되어 최종 승소확정된 바 있는데, 명시적인 판시는 없지만 위 판결에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⑹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1다270555 판결(이하 ‘➎판결’이라 한다)도 앞서 본 의학적 견해 고려 법리를 인용하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으로 보지 않은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위 판결은, 망인이 과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불안장애 소견으로 통원 및 약물치료를 받았고 자살을 시도하여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퇴원 후에도 불안 증상을 호소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교통사고로 입원한 남편 간병을 위해 병실에 머무르던 중 스카프를 화장실 문고리에 묶어 목을 매는 방법으로 자살한 사안이다.
위 사건에서는 망인이 보험약관상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는데, 원심은 망인의 자살이 자유의지에 의한 행동일 뿐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인 우울증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망인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주요우울 장애를 앓게 되었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치료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상의 부정적 경험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적 상황 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자살하였으며, 망인의 주치의는 자살과 관련성을 갖는 주요우울장애의 악화가능성도 제시하였다.’라는 점 등을 들어 ‘망인이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다고 추단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위 사건에서 망인의 주치의는 3차례의 사실조회에서 ‘망인의 자살이 교통사고로 발생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주요우울장애에 의한 것으로 망인이 사망 당시 최소한의 인지와 판단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관되게 의학적 소견을 밝혔는바, 위 판결 역시 이러한 의학적 소견이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⑺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36378 판결(이하 ‘➏판결’이라 한다)은 망인의 자살이 보험금취득을 위한 의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도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전문가의 의학적 소견을 함부로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특히 전문가 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제출되었을 때 사실심법원이 사실인정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하여 최초로 설시하였다.
“㈎ … (면책 예외사유 인정 법리 및 종합고려 법리 설시) …
㈏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739조, 제732조의2 제1항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보험자가 고의에 의하여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보험계약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고,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할 경우 보험계약이 보험 금 취득 등 부당한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 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 보 험자의 면책사유인 고의에 의한 자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은 이와 같은 입법 취지를 고려한 것이므로(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등 참조), 피보험자가 자살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보험계약의 체결과 유지, 사망까지의 시간적 간격,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내용 등 관련 사정에 비추어 피보험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중대한 과실 아닌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아울러 고려될 수 있다.
㈐ … [➍판결 법리 중 ㈏, ㈐, ㈑에서 설시한 우울장애에 관한 의학적 내용 및 ㈒에서 설시한 의학적 견해 고려 법리 설시] …
㈑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법원이 그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용하여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각 감정기관에 대하여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 10955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41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전 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에 사실심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으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04490, 204506 판결 등 참조).”(이하 ‘감정의견 모순․저촉 시 법원의 조치 관련 법리’라고 한다)
망인은 11. 12.경 운영하던 가게의 확장이전과 관련된 불안감, 우울감, 불면 증세로 정신과병원에서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다가 11. 19.경 집에서 멀티탭 전선으로 목을 매어 자살시도를 했고, 같은 날 다른 정신과병원을 찾아 ‘정신병적 양상이 없는 중증의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았고, 11. 22. 다시 내원하여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았으며, 11. 24. 다시 내원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다.’고 상담을 하여 향정신병약제인 아리피졸을 추가로 처방받았는데, 같은 날 집에서 멀티탭 전선으로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이다. 원심은 망인의 치료기간이 길지 않거나 자살방법이 충동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주요우울장애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신을 해쳤다고 볼 만한 의학적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고, 그것이 자살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즉, ① 망인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나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하여 최초로 정신과병원을 방문할 때까지 정신질환으로 진단 내지 치료를 받은 바 없고, 망인의 자살 즈음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등의 사정도 없다. ② 주요우울장애 증상 발현 당시 망인 가게의 영업실적은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망인은 사업확장을 위해 새로운 점포를 임차하여 영업을 준비하던 중이었으며, 망인이 자살할 만한 다른 동기는 발견되지 않는다. ③ 망인의 치료경과에 비추어 보면 주요우울장애의 악화가 급격하면서도 현저하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④ 망인의 주치의(사실조회)와 망인의 진료기록을 사적 감정한 정신과 전문의는 ‘망인이 급격하게 악화된 중증의 주요우울장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⑤ 반면 피고(보험회사) 측 의료자문회신서(사적 자문결과)는 작성자와 소속 기관이 지워져 있고, 서두에 “이하 내용을 법적 송무자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그 내용을 보더라도 망인이 중증 주요우울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망인에게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나 치매와 같은 심각한 인지장애 등이 없었다는 일반적인 사정만을 들어 자살 당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였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원심이 이처럼 불명료하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며 망인의 자살을 전후한 의료적 상태에 가장 근접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주치의 등의 의학적 소견과 모순되는 자료를 사실인정의 증거로 삼기 위해서는 증인신문,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하여 그 불명료한 부분 등을 보완하거나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였어야 했다.
⑻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2다241493 판결(이하 ‘➐판결’이라 한다)도 망인을 진료한 정신과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었던 사안에서 ‘의학적 견해 고려 법리’ 및 ‘감정의견 모순․저촉 시 법원의 조치 관련 법리’(다만 해당 법리가 최초로 설시된 ➏판결의 법리 중 후단의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 다음에 ‘또는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의 형태로 법원에 제출 된 경우’가 추가되었다)를 설시하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위 판례는, 망인이 2018. 9.경 2회 자살시도를 하였고 2018. 12.경 A정신과의원에서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로 진료받았는데, 3일 후 다시 자살시도를 하여 B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해서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으며, 2019. 2.경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는 방법으로 자살한 사안이다. 원심은 망인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고, 자살과정이 우발적이지 않다는 사정 등을 들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망인이 2018. 12.경 A정신과의원에서 우울장애 등으로 처방받았으나 불과 3일 후 다시 과거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였고, B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망인을 진료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당시 약물치료를 포함한 지속적인 정신과진료 및 보호자의 감시 필요성을 망인 등에게 설명하였으며, 망인의 퇴실기록지에도 진단명 ‘주요우울장애’로 기재되어 있는 점, 망인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은 망인의 거듭되는 자살시도와 심각한 우울증 상태에 있었다는 진단을 부정할 사정이 될 수 없는 점, 자살 직전 친구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정은 그 이전에도 망인이 자살을 시도할 당시 누나, 전처 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점에 비추어 망인이 도저히 어떠한 의사결정도 할 수 없을 정도이고 자살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이고, 유서를 남겼다는 사정 역시 마찬가지인 점 등을 들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위 판결은, A정신과의원에 대한 제1심의 사실조회회신에서는 ‘정신과적 병명은 모르고 내원 당시 추정진단은 혼합형 불안우울장애였으며, 망인의 병적 상태를 상, 중, 하 중 어느 것으로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하였는데, 이는 B대학병원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과 배치되고 A정신과의원에서 스스로 처방한 내용과도 배치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원심에서 별다른 적극적 조치 없이 만연히 위 사실조회에 근거하여 판단한 것이 잘못이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
⑼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0다263567 판결(이하 ‘➑판결’이 라 한다)은 의학적 견해 고려 법리를 조금 변형하여, 망인의 진료기록 및 진료기록을 감정한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었음에도, 환청, 환시, 망상 등의 증상이 없었다거나 자살방법이 충동적이지 않다는 사정 등을 근거로 망인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본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 … (면책 예외사유 인정 법리 및 종합고려 법리 설시) …
㈏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18762 판결 등 참조).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고 정황들에 대한 증거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법원은 이러한 의학적 소견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이와 다른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를 근거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자살의 방법이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방법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다281367 판결 참조).”
위 판례는, 망인이 입대하여 소속부대에 배치된 3월경 이후부터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인 모욕과 폭행, 따돌림을 당해오다가 8월경 부대 내 화장실에서 전투화 끈을 이용해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이다. 원심은 망인이 신체증상장애, 적응장애, 인격장애로 진단받았을 뿐 환청, 환시, 망상 등 의사결정능력에 의심을 가질 만한 증상이 없었고, 스스로 목을 매기 전까지 자신의 경험, 생각을 기재한 진술서를 작성하였으며, 목을 매는 자살방법은 극도의 흥분상태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의 자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망인이 부대원들로부터 받은 가혹행위의 정도가 매우 중요하였던 점, 이로 인해 망인은 6월경 국군수도병원에서 불면, 불안 증세를 호소하였고 신체증상장애, 적응장애,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7월경 1회, 8월경 2회 진료를 받으면서 전신의 이상 증상을 호소하였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점,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회피할 방법을 찾기도 어려웠고, 자살에 이를 때까지 소속부대 변경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망인의 우울, 불안상태, 자살사고 등이 자살실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고, 초진 당시부터 지속되어 온 정신건강의학과적 증상은 자살 직전에는 더욱 심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망인은 사망 직전 극심한 우울 및 불안 증상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시된 점, 육군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가 망인에 대하여 구 군인사법 시행령(2017. 6. 20. 대통령령 제28116호로 개정된 것)[별표 8]의 순직자분류기준표상 ‘순직’(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 폭언, 가혹행위 또는 업무과중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자해행위를 하여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결정하고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이를 기초로 망인을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재해사망군경’으로 결정한 점 등을 근거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⑽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이하 ‘➒판결’이라 한다)도 망인의 우울장애 정도 등에 관한 의학적 자료가 있는 사안에서 이와 달리 본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또한 위 판결은 ‘자살 전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만을 가지고 섣불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법리를 최초로 판시하였다.
“(면책 예외사유 인정 법리 및 종합고려 법리 설시) … 아울러, 의사로부터 우울병 등의 진단을 받아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살 무렵의 상황을 평가할 때에는 그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망인은 2010년경 최초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2016년경 주요우울병, 상세불명의 강박장애 등 진단을 받았으며 2018. 11.경 ‘중증 우울에피소드’ 등의 진단을 받았는 데, 2019. 11.경 건물 계단난간에 패딩점퍼로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이다. 원심은 망인이 자살 직전 가족들과 통화하며 ‘미안하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등 자신 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고, 자살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자 살기도가 충동적이거나 돌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망인의 담당의사가 2018. 11.경 ‘임상증상의 호전이 뚜렷하지 않고 병식이 부족한 상태로서 보다 집중적인 입원치료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힌 점, 망인은 2019년 물품배송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2019. 10.경까지 진료를 받았고 자살 보름 전쯤에는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점, 망인이 자살 전날부터 그다음 날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셨고 많이 취해서 비틀대고 구토하기도 하였으나 망인이 의도적으로 과하게 음주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은 자살 9년 전부터 주요우울병 등 진단 하에 진료를 받아오다가 1년 전에는 입원치료가 필요 한 상황에 이르렀고 우울증을 겪으며 반복적으로 죽음을 생각해 온 것으로 보이는 데, 자살 무렵의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망인을 둘러싼 상황이 지극히 나빠졌고 특히 자살 직전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고, 망인이 가족과 통화하고 목을 매는 방식으로 자살한 것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이후의 사정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신경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우울장애의 특성, 자살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우울장애가 개인의 정신 내지 신체에 미친 영향은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자살 무렵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자살의 방법과 태양’ 등을 결정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기엔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것으로 이해된다.
⑾ 한편 대법원 2023. 3. 16. 자 2022다303537 판결(이하 ‘❿판결’이라 한다)은 심리불속행 기각 사례이다. 망인이 중국 법인장으로 근무하던 중 사무실 철제 계단 난간에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에서, 원심은 망인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주변에 여러 차례 호소한 점, □□의료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망인의 우울증이 악화되어 결국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우울증의 심화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았고, 대법원은 원심에 대하여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하였다. 망인이 생전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진단 내지 진료받은 내역이 없으나, 일종의 ‘심리적 부검’으로서 위와 같은 감정촉탁결과(정신과 전문의가 SNS 대화내용 등 객관적인 증거와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감정한 결과)가 제시되어 있었고, 제1심과 달리 원심은 그 증명력을 인정하였다.
라. 판례에 대한 분석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 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앞서 본 판례들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⑴ 판례는 ➊판결 법리와 같이 종합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여러 사정을 고려하지만 각 요소별 고려정도는 다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울증 진단 및 치료의 내용과 그 경과, 자살 무렵의 상황 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특히 자살 전 및 자살 무렵의 망인의 정신적 심리상태, 정신질환 상태 등에 대한 의학적 자료 내지 견해를 주요하게 살펴본다. ➍판결(대표선례)은 망인의 우울장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소견이 있으면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판시하였고, 이러한 기준은 이후 일관되게 적용되어 왔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으로 인정한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망인이 생전에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경우로서 의사의 사전 진단 또는 사후적으로 주치의에 대한 사실조회나 진료기록감정 등을 통해 자살 무렵 망인의 우울장애가 중한 정도의 상태였음이 인정되는 사안들이었다(➋판결, ➍ 판결, ➎판결, ➏판결, ➐판결, ➑판결, ➒판결). 그러나 면책 예외사유를 인정한 사례 중에는 망인이 생전에 우울장애 진단 및 진료를 받은 전력이 없었더라도 사후적인 감정(‘심리적 부검’)을 통해 자살 무렵 우울증상의 정도가 심하다는 의학적 견해가 제시되었던 사안들도 있다[➌판결, ➓판결(심불)].
한편 망인의 상태에 관한 의학적 소견이 서로 배치되는 경우에는, 사실심법원으로서는 만연히 어느 한 소견만을 택할 것이 아니라, 해당 전문가에 대한 증인신문, 사실조회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⑵ 단순히 망인이 자살 직전에 정상적으로 행동하였다는 사정(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거나 가족과 통상적인 연락을 한 사정 등), 유서의 존재, 신변정리의 흔적 유무 등 자살 이전 특정 시점의 행동만을 가지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보지는 않는다. ➋판결은 자살 직전 망인의 판단력이 극심히 떨어져도 유서 작성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신변을 부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았고, ➐판결은 자살 직전 친구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유서를 남겼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는 망인이 도저히 어떠한 의사결정도 할 수 없을 정도이고 자살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➒판결은 자살 직전 가족과 통화하고 목을 매어 자살한 것은 이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이후의 사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자살의 방법 및 태양 등만을 가지고도 망인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➋판결, ➌판결, ➍판결, ➎판결, ➏판결, ➑ 판결, ➒판결은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이고 ➐판결은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는 방법으로 자살한 사안임에도, 모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이라고 보았다. 자살을 사전에 의도 내지 미리 계획하고 준비했는지의 사정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자살의 동기와 관련해서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 실직 등 경제적 어려움, 군대 내 가혹행위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인정되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로 보았다(➌판결, ➍판결, ➐판결, ➑판결 등). 우울장애 외 다른 자살동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이라고 판단할 근거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과거 자살시도가 있었다는 사정 역시 망인의 정신질환 상태를 추단할 사정으로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인정함에 있어 하나의 근거로 고려할 수 있다.
⑶ 보험금을 목적으로 한 자살인지, 보험금과 전혀 무관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려한다. 즉 보장내용이 유사한 다수의 보험에 중복가입하였다거나,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하였다거나,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취득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지 등의 사정이 고려될 수 있겠다. ➏판결은 망인의 자살 즈음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등의 사정도 없음을 고려하였다.
⑷ 관련 행정소송에서 산재보험 등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서의 법원 판단과 같은 결론으로 가는 경향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➊판결, ➌판결, ➍판결은 관련 행정소송에서의 판단과 반대 결론을 내린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들이다. 행정소송 없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을 망인에게 유리한 요소로 고려한 사례도 있다[➑판결, ➓판결(심불)].
산재보험법 및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업무(공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하여 업무(공무)상 질병인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살한 것인지, 즉 업무(공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은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 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은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 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두47327 판결도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 망한 경우에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비록 망인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다거나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보험약관상 면책 예외사유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인지에 대한 판단에서 준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견해대립이 있다. 물론 양자의 기준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겠지만, 양자 모두 규범적 판단이고, 신경정신의학적으로 자살이 심한 우울장애 등의 경과로 발생한다고 보는 만큼, ‘우울장애가 중한 상태’라는 판단과 ‘우울장애와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이 실제로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이러한 판례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마. 판례에 대한 비판과 반박
⑴ 이와 같은 최근 판례의 흐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통상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 자살하지는 않고 실제로 자살한 사람의 90% 이상이 정신질환 등을 가지고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그렇다면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 시 면책 예외사유의 인정 범위가 매우 넓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살충동을 우울장애의 정신병리에 의해 피동적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아 모든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면, 상법 및 대부분의 보험 약관이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의 전형적인 경우로서 ‘자살’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아무런 실익이 없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면책 예외사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우연성을 요건으로 하는 보험제도의 기본원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살에 대한 부도덕한 유인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장애의 정도가 매우 극심하고 환청, 환영의 호소 등 병적 장해로서 정신질환과 연결될 경우에 한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⑵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반박할 수 있다.
㈎ 우울증은 정신장애의 일종이자 질환이고, ‘중한 정도의 우울장애’에 의한 자살은 개인의 의지로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신경정신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부정적 사고에만 몰입하여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못하고 자살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우울증은 외부에 현출되지 않지만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증상의 정도에 있어서 주기가 있어서 겉에서 보았을 때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판단능력을 상실하게 하고 자살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급성으로 진행될 수 도 있다. 결국 우울증은 개인의 행위를 전반적으로 지배할 정도에 이를 수 있고, 우 울증이 개인적인 약함의 표현이거나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의학적 으로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고도의 우울장애에 해당할 수 있고, 정신병적 증상이 없다고 하여 개인이 통제가능한 범위라고 볼 수는 없다. 우울증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이상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사망하였다면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의학적으로 단순한 우울증세가 있는 경우나 경한 정도의 우울장애가 있는 경우와는 구별해야 한다.
㈏ 이처럼 정신질환의 일종으로서 중한 정도의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은 보험약관상 면책 예외사유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보험법의 일반원리와도 배치되지 않는다. 보험계약에서 선의성, 우연성을 해치는 도덕적 해이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것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것인데, 반대로 이러한 도덕적 해이 현상의 발현으로 보기 어려운 자살의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판례는 ‘망인의 당시 심리적 정신상태’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나 근거 등을 기본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면책 예외사유에 대한 판단의 객관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면책 예외사유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선의성, 우연성을 해할 우려를 방지할 수 있다.
㈐ 보험금 부당수령의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보험금 지급사유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신의칙에 위반되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➏판결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인지와 관련하여 ‘피보험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중대한 과실 아닌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아울러 고려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만약 자살이 보험금 취득 목적과 관련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이처럼 면책 예외사유를 인정한다고 하여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커진다거나 자살에 대한 부도덕한 유인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험금 부당수령 등의 목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면책 예 외사유에서 제외하자는 것은, 우울증을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지 문제로 바라보는 시 각의 방증이다.
㈑ 중한 정도의 우울장애로 자살한 경우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대상이 된다고 봄이, 유족 등 보험수익자의 보호와 경제적 안정(생활보장)이라는 생명보험의 기능과도 부합한다. 반면 보험자는 통상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보험자의 정신건강 등 질환유무에 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인수하는 위험의 범위를 정하고 있고, 인구 대비 자살률이나 우울증 유병률, 자살자 대비 우울증 환자의 비율 등은 통계적으로 산출할 수 있어서 보험자는 그 인수하는 위험을 보험료에 반영할 수도 있으므로, 이것이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 대상판결(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 사건의 경우
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망인이 우울장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① 망인의 정신적 심리상태: 정신보건임상심리사가 작성한 ‘심리학적 의견서’(일종의 사감정)에서는 ‘망인은 높은 직무 스트레스와 양육 스트레스가 혼재되어 주요우울장애가 유발된 것으로 추정되고 주요우울장애의 증상이 자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다만 위 의견서는 그 내용이 불충분하고 작성 근거가 된 세부적인 자료들이 확인되지 않아서 그 자체만으로는 증명력을 높게 인정하기 어렵다.
② 망인의 과중한 업무부담 및 육아 스트레스: 망인은 2013. 1.경 업무강도가 높은 경리부서로 전환배치되고 2017. 1.경에는 경비 관련 전산시스템 개발 업무까지도 수행하게 되어 업무부담이 매우 가중되었다. 이로 인해 망인은 거의 매일 연장근무를 하였는데, 2017. 7.경부터 사망 전날인 2018. 2. 26.경까지 확인된 연장근무시간이 같은 기간 정상근무시간의 절반에 이르고, 사망 직전 1주일간은 오히려 연장근무시간이 정상근무시간보다 많았다. 망인은 당시 7세와 3세인 자녀들(원고2, 3)을 양육하고 있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돌보기 위해 2018. 1.경 육아 휴직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업무로 인해 육아휴직을 2018. 3.초로 연기하였고, 다시 2018. 4.경 이후로 연기해야 하자, 2018. 2. 26. 육아휴직 신청을 스스로 철회하였다.
③ 망인이 보인 증상: 망인은 남편인 원고1에게 ‘슬프다’, ‘힘들다’, ‘죽을 것 같다.’는 등과 같은 말을 계속하였고, 직장동료에게도 ‘죽고 싶다.’고 말하는 등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였다. 또한 망인은 자살 직전 두 달 정도 피로나 활력 상실, 식욕감소 및 소화기 장애, 수면장애 등과 같이 주요우울장애 환자들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다.
④ 자살 무렵의 상황: 망인은 육아휴직 신청을 스스로 철회한 그날 야근 후 그 다음 날 00:09경 가족이 잠들어 있는 집에 귀가하자마자 30분 내에 퇴근 당시의 복장으로 목을 매어 자살에 이르렀다. 유서를 남기거나 신변정리를 한 바 없다.
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인정: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망인 사망 후인 2018. 11. 19.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였다.
⑵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생전에 우울장애로 진단 내지 진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 과중한 업무와 육아부담에 따른 스트레스로 주요우울장애가 유발된 상태에서 자살 전날 육아휴직을 철회해야 하는 상황 및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 상황이 겹쳐지자 그 증상이 악화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여지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망인의 당시 정신적 심리상태 등에 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하기 위하여 객관적 자료, 유족 등 주변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감정절차로서 심리적 부검 등을 통해 망인의 주요우울 장애 발병가능성 등 당시의 상태 등에 대하여 충실히 심리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이 생전에 진단 내지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망인의 정신상태에 대한 의학적 견해가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파기되어야 한다.
사. 대상판결(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의 의의
⑴ 대상판결(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은 종래 판례가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 시 보험자의 면책 예외사유를 넓게 인정해 오던 경향에서 나아가, 망인이 생전에 우울장애 등으로 진단 내지 진료를 받은 적이 없음에도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 최초의 사례이다. 대상판결(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의 판시는 의학적 소견을 요하는 취지의 ➍판결 등 기존 선례들 및 ‘의사의 진단 없이도 사후적인 감정을 통해 면책 예외사유를 인정’한 ➌판결 등 기존 판례의 법리를 보완하는 취지이다. 원심이 만연히 망인의 당시 상태 등에 대한 의학적 자료 가 없다는 이유로 면책 예외사유를 부정한 것이 심리미진이라는 취지이므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심리적 부검’과 같은 감정 등을 통해 의학적 소견을 청취한 후 이를 고려하여 망인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인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과 같은 일자에 선고된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3다269597 판결 역시 동일한 취지이다.
⑵ 한편 대상판결(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과 같은 일자에 선고된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352 판결과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2다216312 판결은 망인이 생전에 우울장애로 진단 및 진료를 받아 그 사망 당시 정신적 심리상태 등에 관한 의학적 증거가 존재하는 사안에서 면책 예외사유를 부정한 원심에 대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례들이다. 위 판결들은 먼저 ‘면책 예외사유 인정 법리’ 및 ‘종합고려 법리’와 ➒판결에서 설시한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설시한 후, 나아가 “우울장애 등을 겪다가 사망한 사람이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 환각, 망상, 명정 등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라는 법리를 처음으로 명확히 설시하였다[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30329 판결 역시 동일한 법리를 설시하면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아. 우울장애 등으로 인해 자살한 경우 그 사망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529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판단 방법, ②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관련된 치료를 받은 사정이 없었던 경우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이다.
⑵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 참조).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육체적․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경과와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의 구체적인 증상, 사망한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사망한 사람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 등 참조).
⑶ 이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하였는지와 관련하여, 사망한 사람이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고,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를 토대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관련된 치료를 받은 사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그가 자살에 이를 때까지의 경위와 제반 정황, 사망한 사람이 남긴 말이나 기록, 주변인들의 진술 등 모든 자료를 토대로 사망한 사람의 정신적 심리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망한 사람의 주요우울장애 발병가능성 등을 비롯하여 그가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⑷ 망인이 야근 후 귀가하였다가 자택 안방 욕실에서 샤워기에 목을 매어 사망하자, 망인의 배우자 및 자녀인 원고들이 망인이 보험약관상 면책 예외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임
⑸ 원심은, 망인이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살한 것이지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음
⑹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망인이 자살에 이르기 전에 주요우울장애를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사실은 없지만, 망인이 호소한 증상, 정신보건임상심리사가 작성한 심리학적 의견서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자살에 이를 무렵 주요우울장애를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여지가 없지 않으므로, 사망하기 전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 유족 등 주변인의 진술 등을 비롯한 모든 사정을 토대로 망인의 당시 정신적 심리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망인의 주요우울장애 발병가능성 및 그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인지 여부 등을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