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부정사용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 기망으로 취득한 신용카드사용】《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의미 및 ‘사용’의 의미(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22도1062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신용카드부정사용죄의 관련 법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호, 김정훈 P.382-394 참조]
가. 관련 규정
[구 여신전문금융업법(2002. 3. 30. 법률 제66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신용카드 등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
2. 위조 또는 변조된 신용카드 등을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3.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구 여신전문금융업법(2002. 3. 30. 법률 제6681호로 개정된 것)]
제70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신용카드 등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
2. 위조 또는 변조된 신용카드 등을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3.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4. 강취․횡령하거나 사람을 기망․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 2002. 3. 30. 신설
[여신전문금융업법(2009. 2. 6. 법률 제945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신용카드 등을 위조하거나 변조한 자
2. 위조되거나 변조된 신용카드 등을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3.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4. 강취․횡령하거나, 사람을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 표현만 달리 하고 내용은 동일함
나. 일반론
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2, 3, 4호는 신용카드부정사용죄에 관한 규정이고, 그중 제70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신용카드부정사용죄의 객체는 강취․횡령․편취․갈취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즉 강도행위, 횡령행위, 사기행위, 공갈행위에 의해 행위자가 점유를 취득하게 된 타인의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의미한다.
⑵ 여기서 ‘사용’의 개념이 문제 되는데, 예컨대 형법 제236조의 사문서부정행사죄에 ‘부정행사한 자’라고 하여 ‘부정’이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과는 달리,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부정’이라는 명시적인 표현이 없는데도 실무상 이를 통상 ‘신용카드부정사용죄’라고 하고 있다.
⑶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의 ‘부정사용’이란 위조․변조․도난․분실․강취․횡령․사취․갈취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진정한 카드로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① 물품구입행위(○) ⇒ 카드거래는 통상 카드회원이 가맹점에서 카드를 제시하고 매출전표에 서명함으로써 상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② 현금서비스(○) ⇒ 현금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타인의 신용카드를 현금자동지급기에 투입하는 것도 신용카드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에 해당한다.
③ 예금인출(×) ⇒ 예금인출은 신용카드가 아니라 단지 현금카드의 기능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신용카드의 부정사용에 포함시킬 수 없다.
❏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977 판결,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4233 판결 등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소정의 부정사용이라 함은 위조․변조 또는 도난․분실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진정한 카드로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절취한 신용카드를 온라인 현금자동지급기에 넣고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여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한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소정의 부정사용의 개념에 포함될 수 없다.
다. 판례의 태도
⑴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857 판결[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가 신설되기 전 판례]
㈎ 사안의 개요
만화가게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주인인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핸드백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현금서비스를 받아 현금을 인출하고, 다시 가게로 돌아와 피해자의 핸드백 안에 신용카드를 넣어두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없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으나(사용절도에 불과함), ‘도난된 신용카드’는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된 카드이고 불법영득의사까지 구비하여 반드시 절도죄로 처벌받을 것까지 요하지 않고, 도난된 신용카드의 사용은 그 신용카드를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므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신용카드부정사용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는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를 사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라 함은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그의 점유를 이탈하거나 그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된 신용카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점유를 이탈한 신용카드를 취득하거나 그 점유를 배제하는 행위를 한 자가 반드시 유죄의 처벌을 받을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위에서 본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신용카드에 대한 피해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이를 사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사용한 이 사건 신용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⑵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6도654 판결
㈎ 사안의 개요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과다한 술값 청구에 항의하는 피해자들을 폭행 또는 협박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급받기로 합의한 다음, 피해자들로부터 갈취한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물품구입 명목으로 결제하였다. 피고인은 편의점에서 술과 담배를 구입하는 것으로 매출전표를 작성하고 피해자들이 매출전표에 직접 서명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강취․횡령하거나 사람을 기망․공갈
하여 취득한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부정사용이라 함은 강취, 횡령, 기망 또는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진정한 카드로서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4233 판결 참조), 강취, 횡령, 기망 또는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라 함은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그의 점유를 이탈하거나 그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된 신용카드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857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과다한 술값청구에 항의하는 피해자들을 폭행 또는 협박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급받기로 합의한 다음 피해자들이 결제하라고 건네준 신용카드로, 합의한 대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편의점에서 술과 담배를 구입하는 것으로 매출전표를 작성하고 피해자들의 서명을 거쳐 매출전표의 작성을 완료한 후 2~3일 지나 편의점에서 신용카드 결제금액 상당의 술과 담배를 인도받아 술값에 충당한 사실을 알수 있는바, 이와 같이 합의에 따라 피해자들이 건네준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물품을 구입하고 매출전표를 작성하였고, 매출전표에 피해자들 본인이 서명까지 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폭행 또는 협박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술값을 결제하도록 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신용카드에 대한 피해자들의 점유가 피해자들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판시에 대한 비판론
위 판시에 대하여는 학계에서 다음과 같은 비판이 있다.
『대법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가 신설되기 전 판시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해석상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점유를 이탈’한 경우는 ‘강취․횡령’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된 경우는 ‘기망․공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나, 대법원은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가 문제 된 이 사안에서 ‘의사에 기하지 않고 점유가 이탈․배제’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피해자의 사용승낙이 없는 사기 또는 공갈죄로 취득한 신용카드의 경우에만 신용카드부정사용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어서 입법 취지가 몰각된다.』
⑶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5도1424 판결
㈎ 사안의 개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주면 신용카드 대금을 납부하겠다고 기망하여 피해자가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교부받아 사용하였다.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사기죄로 공소제기되지 않고, 카드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기죄로만 공소제기되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신용카드부정사용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면서 원심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인용하였다.
『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관한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1)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주면 신용카드 대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가 발급받은 농협비씨카드와 신한카드를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2) 피고인의 기망에는 신용카드의 대금변제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의 교부 자체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기망에 의해 취득한 후 사용하였음이 인정되고, 이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사람을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3) 위 공소사실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공소사실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 판시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기망행위 및 신용카드 부정사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06. 7. 6. 선고 2006도654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⑷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22도3295 판결
㈎ 사안의 개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강○○을 기망하여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신용카드를 교부받아 사용하였다.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사기죄로 공소제기되지 않고, 카드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기죄로만 공소제기되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구체적 판단 없이 신용카드부정사용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라.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의미 및 ‘사용’의 의미(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22도10629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법률을 해석하는 방법, ②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의미(=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점유가 배제되어 그들로부터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및 ‘사용’의 의미(=강취․횡령, 기망 또는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진정한 카드로서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이다.
⑵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되어야 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는 ‘강취․횡령하거나, 사람을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사용’은 강취․횡령, 기망 또는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진정한 카드로서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977 판결,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423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는 문언상 ‘기망이나 공갈을 수단으로 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라는 의미이므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점유가 배제되어 그들로부터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⑶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신용카드 1장(이하 ‘이 사건 신용카드’)을 교부받은 뒤 그때로부터 약 한달 사이에 이 사건 신용카드로 총 23회에 걸쳐 결제를 함으로써 피해자를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과정에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사기 혐의로도 기소되었으나, 상고심의 심판대상은 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부분에 한정된다.
⑷ 원심은, 기망으로 취득한 신용카드 부정사용은 신용카드 자체를 기망하여 취득한 후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경우에 인정되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준 것으로 보이므로 신용카드 사용대금에 대한 피고인의 편취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신용카드 부정사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⑸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판시한 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 사건 신용카드를 교부받은 뒤 이를 총 23회에 걸쳐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하였으므로,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기망당함으로써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이 사건 신용카드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대한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기에, 이 사건 신용카드는 피고인이 그 소유자인 피해자를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에 해당하고 이를 사용한 피고인의 행위는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2.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의 해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호, 김정훈 P.382-394 참조]
가. 형벌 규정 해석의 대원칙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6도654 판결 판시의 문제점
대법원 2006도654 판결은 제70조 제1항 제4호가 신설되기 전 판례인 대법원 99도857 판결을 인용하여 판시한 것인데, 학계에서의 비판론과 같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문제가 있다.
⑴ 제70조 제1항 제4호가 신설되기 전에는 신용카드부정사용죄의 객체가 ‘위조, 변조, 분실, 도난’된 신용카드이므로, 모두 신용카드 명의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피고인이 점유하게 된 신용카드에 해당한다.
⑵ 제70조 제1항 제4호가 신설되면서 신용카드부정사용죄의 객체로 ‘강취, 횡령, 기망,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까지 확대되었는데, 여기에는 명의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피고인이 점유할 수 있는 경우[강취, 횡령]와 명의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피고인이 점유할 수 있는 경우[기망, 공갈]가 혼재되어 있다[그중 기망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① 사용승낙이 있는 경우와 ② 사용승낙이 없는 경우(예컨대, 신용카드를 보관만 하고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기망하여 신용카드를 교부받아 무단 사용한 경우, 신용카드의 사용한도를 높여 주겠다고 하여 신용카드를 교부받은 후 무단 사용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⑶ 강취, 횡령으로 신용카드를 취득한 경우에는 종전 판례의 판시가 유효하나, 기망, 공갈로 신용카드를 취득한 경우에는 종전 판례로 포섭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⑷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된 경우를 ‘진정한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되거나 ‘하자 있는 의사에 의하여 점유가 배제’된 경우로 해석한다면 위 판시가 잘못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신용카드 취득 원인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나열한 것은 적절한 판시라고 보기 어렵다.
⑸ 더욱이 위 판결 결론 부분에서는 “신용카드에 대한 피해자들의 점유가 피해자들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도 ‘의사에 기하지 않고 점유가 이탈하거나 배제’된 경우에만 유죄가 된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으므로, 문언의 해석과는 다른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다.
다.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에 관한 해석
⑴ 결국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의 의미는 ‘신용카드의 취득’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즉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지 않고 (하자 있는 의사표시 또는 사실상의 처분에 의하여) 점유가 배제된 신용카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⑵ 사기죄나 공갈죄에서는 재물에 대한 처분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소유자 또는 점유자가 점유를 상실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단순히 사용권한만을 부여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2006도654 판결 사안은 주점에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외포를 당한 상태에서 현금서비스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을 허락하여 피해자가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물품구입 매출전표에 직접 서명하여 피고인이 부정사용행위를 완료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새로운 해석론에 의하더라도 무죄로 판단될 수 있는 사안이다].
⑶ 따라서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는 문언상 ‘기망이나 공갈을 수단으로 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라는 의미이므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점유가 배제되어 그들로부터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라. 판례변경이 필요한지 여부
새로운 해석론은 대법원 2006도654 판결 중 ‘기망 또는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의 해석에 관한 판시를 사실상 변경하는 취지이므로, 판례변경이 필요한지 여부가 문제 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에서 법리에 맞는 새로운 판시를 하더라도 명시적 판례변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⑴ 대법원 2006도654 판결은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가 문제 된 사안이고, 이 사건은 기망으로 취득한 신용카드가 문제 된 사안이다.
⑵ 어떠한 판시에 의하더라도 대법원 2006도654 판결 사안은 피해자의 점유가 배제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매출전표에 서명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신용카드 자체를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이 사건은 피고인이 신용카드 자체를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 사건에서는 이미 신용카드에 대한 사기죄가 유죄로 인정되었다].
⑶ 대법원 2006도654 판결은 신용카드의 취득원인에 해당하는 강취, 횡령, 기망, 공갈을 나누어 분설하지 않고 한꺼번에 설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 사건의 법리 판시는 그중 기망, 공갈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발췌하여 그 해석을 명확하게 하는 취지이다.
⑷ 대법원 2006도654 판결 결론 부분에서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에 대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점유가 배제되었다.’고 판시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으나, 이 부분은 법리 판시가 아닌 해당 사안에 대한 포섭의 문제이므로, 판례변경의 영역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