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비오는 날 횟집이라니! 횟집에서 라면이라니!】《비가 오는 날에는 혼자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시간보다는 내 자신을 만나는 진지함에 걸맞는 구름이 억수로 걸려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5. 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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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횟집이라니! 횟집에서 라면이라니!비가 오는 날에는 혼자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시간보다는 내 자신을 만나는 진지함에 걸맞는 구름이 억수로 걸려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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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이다.

화창함 속에서 푸른 풀밭 위를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그런 행복한 풍경이 기대되는 날이다.

밝은 햇살은 그 무엇이든 그 날의, 발걸음의, 기억의 기쁨을 두 배 이상 높이기 때문에 우리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진다.

맑고 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끼어든 하루는 더 근사하게 기억되곤 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어떤 분은 눈을 뜨자마자 실망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창밖을 확인하고는 일어나고자 하는 의욕이 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어딘가 호젓한 곳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화창한 날도 좋지만, 비가 오는 날은 왠지 모르게 운치가 있다.

 

예전에 스코틀랜드 여행 중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급히 카페로 들어가 마셨던 에스프레소 맛을 잊지 못한다.

화창한 날씨였더라면 분명 카페는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것이고, 미소짓는 사람들 가운데 나도 날씨를 즐기러 온 또 하나의 사람이 되어 그저 그런 커피맛을 즐겼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의 운치가 커피 맛도 색다르게 만든다.

 

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신다.

내 마음도 촉촉하게 젖어든다.

이런 날씨에는 왠지 기분이 멜랑꼴리(mélancolie)해지면서 야외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잔하고 싶어진다.

잔뜩 낀 먹구름의 하늘을 바라보면, 무언가 신비롭고 오묘하다.

 

그런데 당장 커피를 마시기에는 너무 배가 고프다.

비가 오는 날에는 다들 무얼 먹을까?

 

횟집으로 가서 모듬회 한 접시에 백세주 한 병을 시켰다.

주인장 아저씨가 내 마음을 아는지 가게의 유리문을 활짝 열어제낀다.

바깥에서 들리는 세찬 빗소리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며 감동을 준다.

술 한잔에 해물라면과 멸치칼국수가 어울리는 날이다.

 

비오는 날 횟집이라니!

횟집에서 라면이라니!

하지만 비오는 날이라면 모든게 다 용서가 되고, 모든게 다 맛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혼자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시간보다는 내 자신을 만나는 진지함에 걸맞는 구름이 억수로 걸려 있다.

 

나이 든 이제는 기력이 빠지고, 흰머리도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미래의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더라도 난 세상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짐을 아는 것, 힘들고 고된 인생일지라도 그 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삶의 여정은 특별해진다고 믿는다.

저녁이 된 지금도 비가 여전히 주룩주룩 내린다.

당신의 여행 역시 오늘 더 특별하고 행복하기를.

카르페디엠(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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