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어릴 적 입맛, 맛 없었던 어머니의 요리]【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2.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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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입맛, 맛 없었던 어머니의 요리]【윤경변호사】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중 유독 싫어하는 것이 2개 있었다.

‘새우젓 계란찜’과 ‘동지팥죽’이 그것이다.

 

어머니는 계란찜 요리에 꼭 새우젓을 넣으셨는데, 젓갈 냄새가 너무 싫어 ‘새우젓 계란찜’은 내가 가장 싫은 음식 중 하나였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창피하게도 계란찜에 새우젓을 넣어먹는 집은 우리집 뿐이었다.

 

또 다른 하나가 바로 ‘동지팥죽’이다.

단팥죽은 맛이 있는데, 소금간을 해서 먹는 ‘짭짤한’ 동지팥죽은 맛이 없었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찹쌀 새알’은 미근거리는 식감이 좋지 않아 기피하는 음식이었다.

 

대학에 합격하여 서울로 유학을 온 후부터 오랜 기간 그 두 음식에 대한 기억은 내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그 두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질색을 하지만, 난 이제 계란찜에 새우 육젓을 넣고 요리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요리법이지만, 나에겐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담겨 있다.

 

어릴 적 매년 동짓날에는 항상 동지 팥죽을 먹었다.

그날만 먹는 것이 아니다.

식은 팥죽을 며칠간 데워 먹어야 했다.

팥죽 위에는 두꺼운 막이 생겼다.

막을 걷어내고, 지겹게 먹었다.

워낙 손이 크신 분이라서.

 

그런데 이제는 동지 팥죽 역시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불현 듯 오늘 동지팥죽을 먹고 싶어 근처 백화점에서 ‘새알이 많이 들어 있는 팥죽’을 사무실로 배달시켜, 퇴근하면서 가지고 들어 왔다.

 

저녁 식탁에 올리고 음악을 트니, 크리스마스 캐롤도 나온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왜 어릴 적 식성이 지금에 와서 변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죽을 때가 되면 입맛이 변한다는데...

 

지금도 집안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나면,

어디에선지 어머니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똥강아지야, 밥 먹어라!”

큰 소리로 부르시던 정겨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이상하게도 그 냄새는 언제나 싱싱했고, 언제나 그리운 슬픔이었다.

그 냄새는 지금 진한 아픔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