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좌회전과 우회전이 여전히 헷갈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7. 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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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과 우회전이 여전히 헷갈려!]【윤경변호사】

 

남자는 공간 인식능력이 뛰어나 여자에 비해 운전을 잘 한다고 한다.

그간 많은 접촉사고를 내면서도 운전을 좋아했던 것을 보면, 나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금은 운전을 거의 하지 않지만, 간혹 주말에 초행 길을 운전하다 보면 여전히 좌우 방향을 혼동한다.

 

사거리에 들어서면서 조수석에 탄 사람이 “여기서 우회전이야!”라고 외치는 순간 두뇌는 신속하게 움직인다.

“우측은 밥 먹는 손이 있는 쪽이고, 그럼 이쪽으로 가야하는구나”라고 판단을 내리고 핸들을 돌리려는 순간 이미 교차로를 그대로 통과하고 만다.

 

좌측과 우측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두뇌의 판단 작용 없이 ‘반사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부족해서일까.

 

어릴 적에도 매번 헷갈렸다.

초등학교 짝인 친구가 “손바닥을 보았을 때 새끼손가락이 왼쪽에 있는 손이 오른손이야.”라고 알려주었다.

그 때 두 손을 펼쳐 번갈아 바라보면서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모른다.

그 친구가 지금 눈 앞에 있다면, 머리통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당시 나름대로 다른 방법을 강구하였다.

그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이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에게 심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자동적으로 오른손을 심장이 있는 쪽으로 가져갔고, 나는 심장이 항상 왼쪽에서 뛴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해 주었다.

 

며칠 후 큰 아이에게 그 교습법의 효과를 확인하고 싶어서 이렇게 물었다.

“자 말해봐. 심장이 어디에 있지.”

 

아이는 나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빠! 제 자리에 잘 있지, 그게 어디로 가겠어.”

 

요즘은 식당 문을 열 때 손잡이에 써 있는 “Pull”과 “Push”도 헷갈린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복잡한 분석을 하기보다는 ‘경험에 따른 직관이나 느낌’에 의존할 때가 점점 많아진다.

용량이 작은 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잠시 뇌의 활동을 꺼둔다.

 

그러다보니 정말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깊숙이 파묻혀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이 모습을 본 동료가 불쑥 다가와 묻는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또 새로운 전략을 구상 중인가?”

 

내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아무 생각도 안 해!”라고 대답하면, 제발 부탁드린다.

그 말 좀 믿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