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그대 잘 지내나요. 난 괜찮지 않아요.]【윤경 변호사 법무법인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8. 4. 1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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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잘 지내나요. 난 괜찮지 않아요.]윤경 변호사 법무법인 더리드(The Lead)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란다.

화창한 날씨에 벚꽃까지 눈부시다.

모두들 활력이 넘치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근데 난 아니다.

요즘 밤에 8-9시간 이상 푹 자는데도, 점심 먹고 나서는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존다.

낮에도 잠이 온다.

저녁에도 10시가 넘으면 잠이 쏟아진다.

어딘가 눕고 싶고, 리클라이너에 누워 다리를 쭉 뻗고 있으면 그냥 편안하고 좋다.

 

뭔가 단단히 병이 생겼나 보다.

다음 주 건강검진을 신청했다.

 

작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대장이 잘 비워지지 않아 실패했다.

3번째 대장내시경 도전이다.

 

3-4년 전에 씨엠쿨산이란 용액 2리터 중 1리터만 마시고 갔다가 검사불능판정을 받았고, 작년에는 2리터를 겨우 다 마셨는데도 장청소가 완벽하게 되지 않아 또 검사불능판정을 받았다.

 

장세장제는 비위가 상해서 마시기 고역이다.

쿨프렙산 2리터를 마셔야 한다는 부담감에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올라온다.

몸이 허약해지니 정신력도 이 모양이다.

 

몸이 힘들면, 외롭고 슬프다.

위로를 받고 싶지만, 아직 정확한 병명을 모른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자.

우선 자리에 힘 없이 누워야 한다.

약간의 소품도 필요하다.

치울 힘도 없었다는듯 벗은 옷을 침대 옆에 던져 놓고, 이름 모를 알약을 머리 옆 사방으로 흐트러뜨려 놓아야 한다.

마구 던져진 코 푼 티슈(tissue)와 함께.

 

나를 아낀다고 주장하는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받아야만, 자리를 털고 일어설 힘을 얻지 않겠는가?

그것 없이 쿨프렙산 2리터를 어찌 마실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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