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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친족상도례>】《배우자의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와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한 경우,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도4390 판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2.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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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친족상도례>】《배우자의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와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한 경우,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4390 판결)

 

1. 사안의 개요

 

배우자 현금카드 훔쳤으니 이를 사용하여 돈을 절취한 행위의 피해자도 당연히 배우자일까?

 

남편 L 씨는 배우자 K 씨와 공동소유로 등기되어 있는 부동산(주택)에 대하여 K 씨 소유 지분을 말소하는 등 이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K 씨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 K 씨의 지갑에서 K 씨의 N 은행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와 N 은행 지점이 관리하는 현금자동인출기에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현금 500만 원을 인출하여 절취하였다.

 

L 씨는 절도죄로 처벌 될까? 아니면 친족상도례의 규정이 적용되어 처벌이 면제될까?

 

2. 이 사건의 쟁점 및 결론

 

. 쟁점

 

남편 L 씨는 배우자의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와 은행에 설치 된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여 절취하였다.

 

이 경우 L 씨는 배우자의 현금카드로 돈을 절취하였으므로 친족상도례규정이 적용되어 처벌이 면제될 수 있을까?

 

여기서 친족상도례의 적용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현금 절취의 피해자를 누구로 파악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 대상판결의 결론

 

절취한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행위는 현금자동인출기의 관리자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하므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없다.

 

, 이때 절도죄의 피해자는 현금카드의 명의자인 배우자가 아니라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이다.

 

L 씨의 절도행위는 친족 간의 범죄가 아니어서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없으므로, L 씨는 절도죄로 처벌된다.

 

3. 친족상도례(형법 제328)

 

. 형법 규정

 

328(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1항 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 친족관계

 

일반론

 

재산범죄에 친족상도례가 적용되기 위한 친족관계가 누구 사이에 존재하여야 하는가는 재산죄의 보호법익과 관련된 문제로서, 주로 절도죄의 보호법익이 소유권인가, 사실상의 점유인가라는 논쟁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이에는, 행위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는 견해(소유자 관계설), 행위자와 점유자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는 견해(점유자 관계설), 행위자와 재물의 소유자, 점유자 쌍방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는 견해(소유자·점유자 관계설) 등이 있다.

판례는 소유자·점유자 관계설을 취한다(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131 판결:「절도죄는 재물의 점유를 침탈하므로 인하여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재물의 점유자가 절도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나 절도죄는 점유자의 점유를 침탈하므로 인하여 그 재물의 소유자를 해하게 되는 것이므로 재물의 소유자도 절도죄의 피해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형법 제344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형법 제328조 제2항 소정의 친족간의 범행에 관한 조문은 범인과 피해 물건의 소유자 및 점유자 쌍방간에 같은 조문 소정의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단지 절도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간에만 친족관계가 있거나 절도범인과 피해물건의 점유자간에만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피해자가 수인인 경우 손해가 가분인 때에는 각 별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하고 손해가 불가분인 때에는 전부에 대하여 친족상도례의 적용이 없다고 본다(대법원 1966. 1. 31. 선고 651183절취물이 피고인의 아버지와 제3자의 공유인 사안에서 피해자의 한 사람이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친족 아닌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하여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함).

대법원 1985. 3. 26. 선고 84365 판결절취물이 피고인의 결혼한 오빠의 특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오빠의 고소 없이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사안인데, 그 설시 내용에 비추어 만약 오빠 부부의 공유재산이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음.

 

재산죄의 피해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 행위자와 법인의 사원 또는 대표자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더라도 친족상도례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기죄, 공갈죄의 경우

 

재산의 소유자와 재산의 교부·공여자가 다른 경우

 

사기·공갈 범인이 재산의 소유자 및 재산의 교부·공여자와 쌍방 모두 친족관계에 있어야 친족상도례가 적용된다고 한다(통설인 소유자·점유자 관계설).

 

재산의 소유자 또는 재산의 교부·공여자와 피기망자, 피공갈자가 다른 경우

 

사기죄의 경우에는, 피기망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는 견해가 다수이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어서 피기망자는 피해자가 될 수 없으니 소송사기의 경우 법원은 피해자가 아니고, 재물을 편취당한 제3자와 사기죄를 범한 자 사이에만 친족관계가 있으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것이라고 한다(대법원 1976. 4. 13. 선고 75781 판결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라고 할 것이므로 사기죄에 있어서는 재산상의 권리를 가지는 자가 아니면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원을 기망하여 제3자로부터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 피기망자인 법원은 피해자가 될 수 없고 재물을 편취당한 제3자가 피해자라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인 제3자와 사기죄를 범한 자가 직계혈족의 관계에 있을 때에는 그 범인에 대하여는 사기죄에 준용되는 형법 제328조 제1항에 의하여 그 형을 면제하여야 할 것이다).

 

공갈죄의 경우에는, 피공갈자도 피해자로 본다. 이는, 공갈죄는 재산권 못지않게 자유권도 중요한 보호법익으로 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횡령죄, 배임죄의 경우

 

횡령죄와 관련하여, 판례는 보호법익을 소유권 기타 본권으로 본다(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2219 판결). 다수설은 횡령죄의 본질은 위탁에 의한 신임관계를 깨뜨리는 권한남용 내지 배신행위에 있는 것(월권행위설)이 아니라 불법영득의사의 실현에 있다(배신행위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5439 판결).

 

배임죄와 관련하여, 판례는 배임죄의 본질은 법률상의 처분권한을 남용하는 것에 있는 것(권한남용설)이 아니라 본인과의 사이의 내부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데에 있다(배신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810 판결).

 

4. 대상판결 사안의 분석

 

. 관련 규정     

 

형법 제329(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44(친족 간의 범행)

328조의 규정은 제329조 내지 제332조의 죄 또는 미수범에 준용한다.

형법 제328(친족 간의 범행과 고소)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 한다.

1항 이외의 친족 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 친족상도례의 의미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 중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 즉 권리행사방해,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의 죄에 대하여 친족 간 범행의 특례(=친족상도례)를 규정하고 있다.

 

친족상도례란 친족 사이에 재산에 관한 범죄가 저질러진 경우 친족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례를 말한다.

 

친족 간의 일에 국가가 형벌로써 적극적 으로 개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기인한다.

 

이 경우에는 일단 범죄는 성립하나, 다만 친족의 범위에 따라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범죄는 처벌이 면제되고(근친인 경우), 그 밖의 친족 간의 범죄는 친족인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비로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친족의 개념과 범위는 원칙적으로 민법에 따른다.

 

5. 대상판결의 판시내용

 

L 씨의 행위는 현금자동인출기의 관리자에 대한 절도죄이므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절도죄에 관한 친족상도례 규정인 형법 제344, 328조 제1항에 의하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절도죄는 형이 면제된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 절도 범행이 저질 러진 경우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어 처벌이 면제된다.

 

그런데 절취한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취득하는 행위는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지배를 배제하고 현금을 자기의 지배하에 옮겨 놓는 것으로 절도죄가 성립하고, 여기서 피해자는 현금카드의 명의자가 아니라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이다. 따라서 L 씨의 절도행위는 친족 간의 범죄가 아니어서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없으므로, L 씨는 절도죄로 처벌받게 된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사례에 관한 대법원판례를 살펴보자.

 

A 씨는 B 씨로부터 B 씨 명의로 등록된 봉고 화물자동차를 매수하고 B 씨에게 대금을 모두 지급 한 다음 이를 인도받아 집 앞에 세워두었다.

위 자동차는 아직 명의이전이 되지 않아 자동차의 소유권은 B 씨에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B 씨의 남편인 C 씨가, 위 자동차는 B 씨 명의로 등록만 했 을 뿐 실제로는 자신이 소유하기로 했다는 이유로 A 씨 몰래 자동차를 운전하여 가져갔다(절도).

 

대법원은, 형법 제344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형법 제328조 제1항에 정한 친족 간의 범행에 관한 규정은 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 및 점유자 쌍방 간에 같은 규정에 정한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 에만 적용되고, 단지 절도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 간에만 친족관계가 있거나 절도범인과 피해 물건의 점유자 간에만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절도범 C 씨 는 자동차 소유자 B 씨의 배우자로서 B 씨와 친족관계가 있지만, 자동차 점유자 A 씨와는 친족 관계가 없으므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898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