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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정신병원 강제입원, 감금죄, 비자의입원,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전처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남편과 아들의 감금죄 해당 여부(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8429 판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4. 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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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정신병원 강제입원, 감금죄, 비자의입원,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전처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남편과 아들의 감금죄 해당 여부(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842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정신보건법 제3조 제1호에서 말하는 정신질환자에 의학적으로 정신병 또는 정신장애의 진단을 받은 사람 외에 정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사람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2]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피고인 갑, 을이 각각 피해자의 아들 피고인 병 등과 공동하여 피해자를 응급이송차량에 강제로 태워 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시켰다고 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갑, 을에게 감금죄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이들의 행위가 형법상 감금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정신보건법 제3조 제1호는 정신질환자를 정신병(기질적 정신병을 포함한다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보호라는 법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자에는 의학적으로 정신병 또는 정신장애의 진단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2]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피고인 갑, 을이 각각 피해자의 아들 피고인 병 등과 공동하여 피해자를 응급이송차량에 강제로 태워 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시켰다고 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망상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경우 진단적 조사 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지속적인 관찰이나 특수한 검사가 필요한 때에도 환자의 입원이 고려될 수 있고, 피고인 갑, 을은 보호의무자인 피고인 병의 진술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찰한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에게 피해사고나 망상장애의 의심이 있다고 판단하여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한 것이므로, 진단 과정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최선의 주의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신중하지 못했던 점이 일부 있었더라도 피해자를 정확히 진단하여 치료할 의사로 입원시켰다고 볼 여지 또한 충분하여 피고인 갑, 을에게 감금죄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이들의 행위가 형법상 감금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피고인 갑, 을이 피해자를 입원시킨 행위가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재산분할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아들과 함께 전처를 강제 입원시킨 사안이다.

 

결혼 20년 만에 협의이혼한 B 씨는 협의이혼 당시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았던 재산 외에 숨겨둔 재산이 드러나 전처 H 씨로부터 ‘6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재산분할소송을 당하자 법정다툼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해외 유학 중 일시 귀국한 아들과 공모하여 H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아들은 응급이송업체 직원들과 함께 H 씨 집 앞에 가서 엄마!”라고 불러 H 씨가 현관문을 열게 하고, 응급이송업체 직원들은 응급 환자가 아닌데도 H 씨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고 H 씨의 양팔을 도복 끈으로 묶어 강제로 끌어내어 응급이송차량에 태운 후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가 강제로 입원시켰다.

 

검찰은 B 씨와 아들 등에 대하여 H 씨를 응급이송 차량과 정신병원에 감금한 혐의로 기소하였다.

 

3. 이 사건의 쟁점 및 결론

 

. 쟁점

 

이혼한 남편이 아들과 공모하여, 전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들을 보호의무자로 하여 아내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면, 감금죄에 해당할까?

 

. 대상판결의 결론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정신보건법 제24조에서 정한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고 강제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켰다면 감금죄가 성립할 수 있다.

 

4.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 정신보건법의 규정

 

정신보건법에서 자의입원에 대한 예외로서 강제입원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제24, 25조 그리고 제26조이다. 동법 제24조 제1항에서는 우선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의 동의가 있고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동법 제25조 제3항에 따르면 정신과전문의가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어 그 증상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당해인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이나 종합병원에 2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입원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동법 제26조 제1항에 의하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로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자를 발견한 자는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하여 제23조 내지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입원을 시킬 수 없는 때에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당해인에 대한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신보건법 제24조에서 제26조의 규정들이 요청하는 강제입원의 중요한 요건들을 간략히 도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아울러, 정신보건법에서는, 동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하여 보호의무자에게서 입원동의서 또는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지 않고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나 동조 제3항을 위반하여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보호의무자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원 등의 신청을 하지 않거나 지연한 경우, 동법 제26조 제5항을 위반하여 응급입원 후 정신과전문의의 진단결과 계속입원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당해 입원환자를 즉시 퇴원시키지 않은 경우와 같은 강제입원에 관한 절차의 위반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벌금이라는 형사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동법 제57). 뿐만 아니라 강제 입원은 특히 당해 입원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형법상의 감금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정신보건법 규정의 적용사례

 

강제입원 규정이 갖는 다양한 차원의 문제들은 특히 지난 2009, 남편들과 함께 처의 의사에 반하여 처를 입원시키고 입원이 일정 기간 지속되게 했던 정신과 의사들에 대해 감금죄의 죄책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5383 판결)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2009년 사안의 발단은 공소외 남성들이 자신들의 처가 보통의 교회와는 다른 교리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특정 교파의 종교 활동을 하면서 가사와 육아를 등한시하는 것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면서 비롯되었다. 이 남성들은 부인에게 종교를 이유로 폭행을 가하기도 하고 이후 수회에 걸쳐 감금상태로 교회목사의 개종교육을 강제로 받게도 하였으나 결국 부인들을 개종하게 하는 데에 실패하였으며, 그후 자신들의 처를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게 되었다. 이 남성들 중 1인에 대해서는 부인에 대해 가한 (목을 조르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얼굴을 때리고, 부엌칼로 위협하는 등의) 폭행, 교회목사 겸 이단종교연구가를 만나야 한다며 목검을 보이며 행한 협박, 감금상태에서의 개종교육, 그리고 71일간의 정신병원에의 강제 입원에 따른 감금을 이유로 유죄판결이 이미 확정된 바 있었다. 어쨌든 2009 사안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당해 피해 여성들에 대해 입원 결정을 내린 이후 최종적으로 이들을 적응장애 또는 신경증장애로 진단하면서 증상이 많이 호전된 것으로 판단하기까지 약물치료와 문예요법, 미술요법, 사회사업가와의 상담 등의 치료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입원 기간동안 당해 여성들에게는 면회, 전화, 산책 등이 금지되었고, 병원 3층 내에서만 생활하도록 강요받았다. 여기서 정신과의사들이 피해 여성들을 강제입원시키고 일정기간 입원을 계속하게 한 것과 관련하여 재판이 진행되었다.

. 정신질환자의 동의

 

정신질환의 범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정신보건법 소정의 정신질환자는 의학적으로 정신병 또는 정신장애의 진단을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5222 판결).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보건법 제2조 제5호에서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하여는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한다는 정신보건법의 기본 이념을 규정한다. 아울러 동법 제23조는 정신질환자의 입원은 자의로이루어지는 것이며 입원한 환자로부터 퇴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퇴원을 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한다. 이 때에 정신질환자가 자의로입원하고 퇴원할 수 있는 결정의 능력은 역으로, ‘강제적인입원의 가능성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강제적인입원은 보호의무자의 동의에 의해 이루어지거나(동법 제24) 또는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동법 제25조 및 제26). 그렇기 때문에, 정신질환자의 자발적 결정, 한편으로는 보호의무자의 조력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정신질환자가 동법에서 규정하는 위험성을 표징하지 않을 것을 전제한다.

 

5. 대상판결 사안의 분석

 

. 관련규정

     

형법 제276(체포, 감금, 존속체포, 존속감금)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신보건법 제22(보호의무자의 의무)

보호의무자는 피보호자인 정신질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치료를 받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거나 입원을 연장시켜서는 아니 된다.

정신보건법 제24(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으며, 입원 등을 할 때 당해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 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한 요건

 

정신보건법은 제24조에서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경우 갖추어야 할 요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보호의무자의 동의 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찰하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다음 이에 터잡아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입원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입원조치에 대하여 정신질환자가 저항하는 때에 비로소 정신의학적, 사회적으로 보아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물리력의 행사가 허용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4415 판결).

 

정신질환자이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법이 정한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위반하여 강제로 정신병원 등에 입원시킨 경우에는 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

 

6. 대상판결의 판시내용

 

B 씨와 아들의 행위는 정신보건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H 씨를 대면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찰 진단이나 정신병원장의 입원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아들이 H 씨를 강제로 응급이송차량에 태워 정신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시킨 행위는 정신보건법에 터 잡은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더하여 아들로서 어머니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H 씨가 자발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설득하여 보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응급입원절차 등 다른 방법에 의한 입원절차를 취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H 씨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데리고 가 입원시킨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결국 B 씨와 아들은 H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 감금하였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감금죄로 처벌되었다.

    

H 씨를 입원시킨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감금죄를 저지른 것일까?

 

H 씨를 입원시킨 정신병원의 의사도 B 씨와 공동하여 H 씨를 감금하였다고 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감금)으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사가 보호의무자인 아들의 진술뿐만 아니라 H 씨를 직접 대면하여 진찰한 결과를 토대로 H 씨에게 피해사고나 망상장애의 의심이 있다고 판단하여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하였으므로, 진단 과정에 최선의 주의를 다하지 않았거나 신중하지 못했던 점이 일부 있었더라도 정확히 진단하여 치료하기 위하여 입원시켰다고 볼 여지 또한 충분히 있어, 의사에게 감금죄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의사의 행위가 형법상 감금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 입원을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 2항에 대하여,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가 오로지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적법절차에 위배되어 위헌적이라고 의심할 상당할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가9 전원재판부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