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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직권남용죄>】《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한 임용권자의 재량과 직권남용죄의 관계(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도17879 판결) 지방자치단체장이 승진후보자명부 방식에 의한 5급 공무원 승..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4.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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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직권남용죄>】《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한 임용권자의 재량과 직권남용죄의 관계(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17879 판결) 지방자치단체장이 승진후보자명부 방식에 의한 5급 공무원 승진임용 절차에서 미리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들 중에서 승진대상자를 실질적으로 결정한 다음 그 내용을 인사위원회 간사, 서기 등을 통해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승진대상자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제시하여 인사위원회로 하여금 자신이 특정한 후보자들을 승진대상자로 의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직권의 남용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5급 공무원 승진임용과 관련한 기장군수와 인사실무 담당공무원의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

 

판시사항

 

지방자치단체장이 승진후보자명부 방식에 의한 5급 공무원 승진임용 절차에서 미리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들 중에서 승진대상자를 실질적으로 결정한 다음 그 내용을 인사위원회 간사, 서기 등을 통해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승진대상자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제시하여 인사위원회로 하여금 자신이 특정한 후보자들을 승진대상자로 의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직권의 남용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승진후보자명부 방식에 의한 5급 공무원 승진임용 절차에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의결 결과를 참고하여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들에 대하여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고서 최종적으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들 중에서 승진대상자를 실질적으로 결정한 다음 그 내용을 인사위원회 간사, 서기 등을 통해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승진대상자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제시하여 인사위원회로 하여금 자신이 특정한 후보자들을 승진대상자로 의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인사위원회 사전심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직권의 남용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로 볼 수 없다.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6, 이상덕 P.533-564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지방공무원 승진임용과 관련하여 임용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인사담당 실무자가 단지 인사위원회에 특정 후보자를 승진대상자로 제시·추천하는 의사를 표시하여 특정한 내용의 의결을 유도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기장군 2015년 하반기 5급 공무원 승진임용과 관련하여, 기장군수인 피고인 오○○이 기장군청 총무과 인사실무 담당자인 피고인 박◇◇에게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 49명 중 승진대상자 17명을 특정하여 주면서 인사위원회에 이를 추천하도록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 박◇◇가 인사위원회 부위원장 및 간사로 하여금 위 17명을 승진대상자로 추천한다고 호명하도록 하였으며, 인사위원회는 호명된 17명을 그대로 승진대상자로 의결하였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기장군수의 지휘·감독권을 남용하여 인사위원회 위원들로 하여금 법령에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기장군수의 의사에 따라 사전에 선정된 자들을 승진자로 의결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하였다.

 

원심은 인사위원회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인사위원회는 임용권자로부터 독립하여 심의·의결할 의무가 있는데,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를 장악하여 인사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심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사위원회에 특정 후보자를 승진대상자로 추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사업무의 정당한 지휘·감독을 벗어난 위법·부당한 권한행사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유죄로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지방공무원법령상 임용권자(기장군수)는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결과에 구속되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승진임용대상자를 결정할 권한은 임용권자에게 있으므로, 임용권자가 미리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들 중에서 승진대상자를 실질적으로 결정한 다음 그 내용을 인사위원회에 ‘승진대상자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제시하여 인사위원회로 하여금 자신이 특정한 후보자들을 승진대상자로 의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인사위원회 사전심의 제도의 도입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임용권자의 직권을 남용하거나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상고를 받아들여 무죄 취지로 일부 파기환송을 하였다.

직권남용죄 성립범위에 관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의 후속판결이다.

 

한편, 기장군 2015년 하반기 5급 공무원 승진임용과 관련하여, 검사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도 기소하였으나, 1심 및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 판단을 수긍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직권남용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6, 이상덕 P.533-564 참조]

 

. 직권남용죄의 헌법적 한계

 

법원이 공무원의 위법한 행정작용을 사법적(司法的)으로(= 재판을 통해) 통제하는 방법수단으로는 행정소송, 국가배상책임, 형벌(직권남용죄)이 있다.

 

행정소송(항고소송)은 위법한 행정작용을 취소하거나 무효로 선언하여 위법한 결과를 제거하고 합법적 상태로 원상회복시키는 데 주안점이 있다.

공무원의 주관적 고의과실 유무를 따지지 않고, 행정작용의 내용이 객관적 법질서에 반하여 위법한지 여부만을 심리하여 그렇다고 판단되면 해당 행정작용을 취소한다.

다만 소송의 대상이 행정처분(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로서의 대외적 처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어떤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어 취소되는 경우에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책임 성립 요건으로 직무수행의 위법성’, ‘공무원의 고의과실이외에 객관적 정당성 결여를 추가적으로 요구함으로써,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70600 판결 등 다수).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더라도, 공무원이 경과실인 경우에는 피해자로부터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받거나 국가에 대한 구상청구를 받을 책임이 면제되며, 공무원이 고의중과실인 경우에만 직접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형벌의 최후 보충성이란 헌법적 가치를 고려하면, 공무원의 직권(재량권)남용을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포섭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공무원의 공직 활동의 자율성과 재량을 보장하고 무차별적인 직권남용죄 의율을 제한하는 법치국가적 안전장치로서 적어도 2가지가 요청된다.

 

첫째, 공무원의 행정활동이 (만약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경우를 전제로 한다면) 취소소송에서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경우라면 직권남용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적법한 행정활동에 대해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 원칙상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취소소송에서 행정청의 재량권을 승인하고 존중하는 법리가 발전해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도록 한다면 수사기관의 과도한 수사기소를 억제할 수 있고, 일선 행정공무원들에게도 취소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정도라면 직권남용죄 의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둘째, 형벌의 최후 보충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고려하면,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보다 더욱 엄격하여야 하며, 따라서 국가배상책임에서의 객관적 정당성 결여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 직권남용 관련 대법원 판례의 추이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래로 최근 대법원 판례는 직권남용죄의 성립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2236 전원합의체 판결(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직권남용행위의 상대방이 공무원인 경우에는 피고인의 요청에 따른 상대방의 행위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요청대로 직무를 수행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지를 관계 법령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11698 판결(법무부 검찰국장의 인사권 남용 사건)에서는 최종 결정권자(임용권자)를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수행에 관하여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그 범위에서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특히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다양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하고 상호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인사대상자 전원을 만족시켜주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실무 담당자가 작성한 인사안이 인사원칙기준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행정소송 영역에서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 징계에 관하여 임용권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는데, 최근에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하여는 공무원 징계의 경우보다도 훨씬 넓은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승진적격성을 갖춘 여러 후보자들 중에서 승진대상자를 선택결정하는 행위는 후보자에 대한 인격적정성적 평가를 기초로 하는 것으로서 사법심사가 곤란하며 인사권자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911698 판결은 검사 전보인사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고 함부로 인사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라고 판시하였는데, 전보인사보다 승진인사에 대한 재량이 훨씬 넓으므로, 이 사건 5급 공무원 승진인사에 관하여 (뇌물수수, 서류조작과 같은 다른 범죄행위가 개입되지 않은 한) 인사권자의 최종적인 승진대상자 결정은 가급적 존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사건 5급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하여 승진후보자명부상 49번으로서 승진한 박○○ 후보자보다 선순위였으나 탈락한 후보자가 기장군수의 승진임용결정(자신에 대한 탈락결정)에 불복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를 상정해 보면, 단지 기장군의회 의장의 인사청탁과 그에 따른 기장군수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박○○ 후보자를 승진시키고 그 결과 선순위인 다른 후보자를 탈락시킨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취소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인사권자의 결정에 대하여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법질서상 체계모순에 해당한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취소소송이 인용되려면 그러한 청탁 및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거나 또는 원고(탈락자)가 승진자보다 더욱 승진적격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탈락자)가 자신에게는 승진 부적격 사유가 없고 승진자에게는 승진 부적격 사유가 있다는 점을 주장증명하는 경우에만 원고의 취소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657564 판결은 교육부장관의 국립대학교 총장 임용제청 제외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이 제기 된 사안으로서, 국립대학교 총장 임용에 관하여 인사권자에게 매우 광범위한 재량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 이므로 이를 일반공무원 5급 승진임용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 나 국립대 총장 임용의 경우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기본권 보호 및 총장 후보자 직접선거 결과의 존중 측면 (헌재 2006. 4. 27. 선고 2005헌마1047, 104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에서 인사권자의 재량이 제한되어야 하 고, 이보다 일반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한 인사권자의 재량이 훨씬 넓다고 보아야 한다]).

 

. 공무원 승진임용 관련 직권남용죄가 인정된 판례

 

좁은 의미의 판례, 특정 사건에서 대법원이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하여 제시한 의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1차적으로 그것의 문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지만, 나아가 그 문언이 염두에 둔 해당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 실정법의 규정과 인접한 다른 판례들과의 관련성까지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재다516 판결 참조).

 

공무원 승진임용 관련하여 임용권자 또는 인사 담당 공무원의 행위를 직권남용 죄로 인정한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애당초 승진후보자명부에 들어올 수조차 없는 사람을 승진후보자명부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특정 후보자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경쟁 후보자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특정 후보자의 명부상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경우이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43995 판결(충청남도교육감 사건),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13766 판결(서울특별시교육감 사건),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11884 판결(용인시장 사건),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14358 판결(부안군수 사건),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3328 판결(인천광역시교육감 사건),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3468 판결(문경시장 사건),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19444 판결(전라북도교육감 사건) 등 참조].

 

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죄 부분은 (적법하게 작성된) 승진후보 자명부상 후보자들 중에서 인사권자가 단순히 승진대상자를 미리 특정해 주고 그것을 추인하는 내용으로 인사위원회 심의의결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사안유형이 전혀 다르다.

 

3. 승진후보자명부 방식에 의한 승진임용 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6, 이상덕 P.533-564 참조]

 

. 승진후보자명부 방식의 승진임용에서 명부상 순위에의 구속의 의미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등은 법률 자체에서 임용권자는 근무성적, 경력평정 그 밖에 실증에 따른 순위에 따라 직급별로 승진후보자명부를 작성하여야 하고, 승진후보자명부의 높은 순위에 있는 자부터 차례로 임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승진후보자명부의 높은 순위에 있는 자부터 차례로 임용하여야 한다.’라는 문언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 판례의 태도 (= 실체적 구속 ×, 절차적 구속 )

 

최근 대법원판결은 아래와 같이 후보자명부상 순위에 절차상 구속력은 인정되나, 실체상 구속력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 임용권자는 후보자들을 명부상 순위에 따라 차례로 심사하여 승진임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명부상 고순위의 특정 후보자를 반드시 승진임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순위자의 승진적격성 여부를 먼저 심사하여 승진임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고순위자의 승진적격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먼저 고순위자의 승진임용을 결정하여야 한다.

 

고순위자에 대한 우선적인 승진적격성 심사 없이 하순위자의 승진적격성을 먼저 심사하여 하순위자를 승진임용대상자로 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하순위자를 승진임용하는 것은 임용권자가 고순위자를 승진 부적격이라고 평가하여 승진임용에서 제외하였음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644308 판결).

 

.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한 임용권자의 광범위한 재량 및 법원의 존중(사법자제) 필요

 

대법원은 2018. 3.에 공립 초중등학교 교장교감 승진임용거부 관련 4건의 판결을 선고한 다음[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47492 판결(판례공보 게재), 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644308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633971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34162 판결], 그 연장선에서 2018. 6.에 국립대 총장 임용거부 관련 3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550092 판결(방송통신대 사건),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57564 판결 (순천대 사건),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538580 판결(공주대 사건)].

 

이들 사건에서 대다수의 하급심은 탈락한 원고들은 승진임용에 관한 사실상의 기대를 하는 것에 불과할 뿐, 법규상조리상 승진임용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각하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신청권 이론은 본안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이론적 논거에 불과할 뿐이고, 이러한 판단의 실질은 임용권자에게 광범위한 인사재량이 있으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행정현실에서 뇌물이나 인사청탁을 받고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용권자가 자의적으로 인사재량권을 남용하는 사례들이 종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런 예외적 사례에서 억울하게 탈락한 공무원의 권리 구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승진 탈락한 후보자에 대한 거부처분이 아니라 불이익 처분’(승진임용 제외처분)으로 구성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및 원고적격을 인정하 면서도, 승진임용에 관하여 임용권자에게 매우 광범위한 인사재량권이 있으므로 수소법원의 본안심사는 자의성 심사로 완화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승진예정인원의 산정

 

이 사건 사안에서 승진예정인원을 1명 추가하는 내용으로 재산정하였다거나 일시적으로 기장군 5급 정원을 상회하는 내용으로 승진임용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승진임용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인사위원회 사전심의에의 구속력 인정 여부

 

국가공무원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 및 그 하위의 공무원임용령은 법 제40조의2 1(1급 공무원의 승진임용), 3(승진후보자명부 방식의 승진임용)에 따라 임용하거나 임용제청할 때에는 미리 승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임용권자나 제청권자가 승진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구속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경우 승진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에는 행정내부적 구속력도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반면, 지방공무원의 경우 지방공무원법 제8조 제1항 제3, 39조 제4항은 승진임용을 할 때에는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지방공무원임용령에서는 인사위원회의 승진의결을 거쳐 임용하여야 한다.’(38조 제1),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 소속 공무원의 승진임용을 위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또는 승진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38조의5)라고 규정하고 있어,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 심의의결 결과에 구속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런데 지방공무원임용령 제38조의5는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규범적으로는 이러한 재량축소의 효과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지방공무원임용령 제38조의5는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규범은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시행령 제정자(대통령)의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권고적 효력은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의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6, 이상덕 P.533-564 참조]

 

.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중 직권을 남용하여해당 여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위원회에 특정 후보자를 승진대상자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에 대한 개입관여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으며, 승진후보자명부에 오른 후보자들 중 최종적으로 누굴 승진대상자로 선택할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사항이고 법원이 그들 중 어느 후보자가 승진적격성이 높다는 방식으로 사법심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적 가치평가는 승진후보자명부 자체는 적법하게 작성된 것임을 전제로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임용권자의 인사재량은 승진후보자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진행하여 승진대상자를 최종적으로 선별결정하는 데에 인정되는 것이지, 승진후보자명부의 작성 자체는 임용권자의 재량이 거의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승진후보자명부의 작성은 임용권자의 권한이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근무성적평정 결과 등을 집계하는 데 주안점이 있고, 임용권자의 재량은 일부 가점조정을 하는 데 그친다.

근무성적평정은 임용권자(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아니라, 부서장들의 권한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인을 승진임용하기 위하여 부서장들에게 특정인에게 높은 점수를,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공무원에게 낮은 점수를 주도록 지시하거나, 평정서 작성권자인 부서장 모르게 평정서의 내용을 조작하는 행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일반적인 권한(부서장 또는 인사실무 담당 공무원에 인한 인사지휘감독권)을 남용하여 부서장의 평정권한을 침해하는 행위이자, 인사위원회에 사전심의의 기초자료에 관하여 허위 정보를 제공하여 기망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행위의 내용과 수법 그 자체로 위법하여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중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는지의 해당 여부

 

인사위원회의 직무는 승진후보자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의 승진적격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승진후보자명부가 적법하게 작성된 것인 이상, 인사위원회가 실질적인 심의 없이 임용권자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 그중 특정 후보자를 승진적격성이 있는 사람으로 의결한 행위는 심의가 부실했던 것이 잘못일 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인사위원회 회의의 다수를 점하는 외부위원들의 경우 본인 성의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나, 다만 현실적으로 후보자들의 면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개는 자발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적당히 거수기 역할을 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위원회에 특정 후보자를 승진대상자로 의결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인사위원들로 하여금 더욱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도록 하는 데 기여하였을 수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자신의 일반적인 권한을 남용하여 불이익을 줄 것처럼 협박강요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사위원회 위원들 스스로 자신의 심의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를 포기한 것일 뿐, 이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라고 판단을 하는 것은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이 사건 사안에서 승진후보자명부 자체는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근무성적평정과 경력평정을 집계한 결과로서 적법하게 작성되었고 특히 박○○ 후보자가 후보자명부상 49번으로 등재된 것이 위법하지 않다면, 기장군수가 인사위원회에 박○○ 등 후보자 17명을 승진대상자로 특정하여 제시함으로써 인사위원회 위원들로 하여금 17명을 그대로 승진대상자로 의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인사위원들에게 군수의 의견과 다른 내용으로 의결을 할 경우 기장군수가 자신의 일반적인 권한을 남용하여 어떤 불이익을 줄 것처럼 협박강요를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 사건 사안에서는 군의회 의장이 49번 박○○ 후보자를 승진시켜 달라고 청탁을 하였기 때문에 기장군수가 인사위원회에 박○○ 후보자를 승진대상자로 제시하여 의원위원회 의결을 받고 이에 터 잡아 승진임용결정을 하였다.

물론 군의회 의장의 인사청탁은 일응 인사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군의회 의장과 박○○ 후보자 사이에 뇌물 수수, 인척, 동문 선후배 관계 등과 같은 부정적 요인으로 인사청탁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지만, 만약 군의회 의장이 박○○ 후보자가 군청 또는 군의회 사무과에서 근무하면서 군의회를 성심성의껏 보좌하는 등 평소 근무태도를 특별히 훌륭하다고 평가하여 승진임용 추천을 한 경우라면, 기장군수가 군의회 의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 잘못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기장군수가 군의회 의장의 인사청탁 내지 추천의 실질적인 사유를 알았든 몰랐든 간에, 기장군수 자신이 뇌물을 수수하거나 평정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범죄행위를 별도로 범하지 않은 이상, 군의회 의장의 인사청탁 내지 추천을 자신의 승진임용결정에 반영한 행위는 결과로서 평가되어야 하고 정치적윤리적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일 뿐, 법적으로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5.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6, 이상덕 P.533-564 참조]

 

대상판결은 공무원 승진임용과 관련하여 임용권자 또는 인사담당 실무자가 단지 인사위원회에 특정 후보자를 승진대상자로 의결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특정한 내용의 의결을 유도한 것만으로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임용권자의 광범위한 인사재량을 존중하고 직권남용죄 성립범위를 제한하였다.

 

그간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특정 후보자가 애당초 승진후보자명부에 오를 기본 자격이 없는데도 근무성적평정 결과 등 서류를 조작하여 승진후보자명부에 올린 경우이거나,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특정한 내용으로 심의의결을 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일반적인 권한을 남용하여 불이익을 줄 것처럼 협박강요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임용권자의 인사위원회에의 개입관여 행위가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제도 도입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라고 하여 모두 직권남용죄로 의율할 수 없으며, 임용권자의 인사재량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관계 법령과 제도를 개선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형벌로 의율하려고 하는 것은 폐해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