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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의료사고와 설명의무위반>】《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4. 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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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의료사고와 설명의무위반>】《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21797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경추부의 기왕증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기관삽관 방식의 전신마취 및 장시간의 흉부거상·두부하강의 자세로 심장수술이 행해진 직후 척수병증이 발병되어 사지부전마비의 후유장애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와 같은 후유증이 설명의무 대상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의사의 설명의무의 구체적 내용 및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갑 병원 의료진이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기왕증이 있는 을의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수술을 하기 전에, 마취 및 수술 과정에서 을의 위와 같은 경추부 질환이 악화되어 경추부 척수병증 또는 사지마비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고 을에게 기관삽관을 이용한 전신마취와 흉부거상 및 두부하강의 자세로 장시간 수술을 하였는데, 수술 결과 을이 양측 손의 섬세한 기능장애 등의 후유장해를 입은 사안에서, 위와 같이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은 환자인 을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어야 할 사항인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응급환자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시술 전 환자의 상태 및 시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의 정도와 예방가능성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2] 갑 병원 의료진이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기왕증이 있는 을의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수술을 하기 전에, 마취 및 수술 과정에서 을의 위와 같은 경추부 질환이 악화되어 경추부 척수병증 또는 사지마비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고 을에게 기관삽관을 이용한 전신마취와 흉부거상 및 두부하강의 자세로 장시간 수술을 하였는데, 수술 결과 을이 양측 손의 섬세한 기능장애 등의 후유장해를 입은 사안에서, 위와 같이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은 위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위 수술로 예상되는 것이고 발생빈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발생할 경우 환자에게 중대한 생명ㆍ신체ㆍ건강의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므로,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에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결과와 대체 가능한 차선의 치료방법 등과 함께 환자인 을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어야 할 사항인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는 불안정성 협심증 치료를 위해 심장 수술(개흉관상동맥우회로술 및 좌측쇄골하동맥 우회로술)을 받기로 하였다.

 

수술 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에게 전신마취에 따르는 합병증 등을 설명하였으나, 마취 후 수술 과정에서 기왕증이 악화되어 경추부 척수병증 또는 사지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설명하지 않았다.

 

원고는 전신마취 후 흉부거상 및 두부하강의 자세로 10시간 수술을 받다가, 양측 손의 섬세한 기능장애 등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후유장해를 입게 되었다.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소극)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응급환자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시술 전 환자의 상태 및 시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의 정도와 예방가능성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69540 판결 등 참조).

 

자각증상 없는 경추부 관련 질환 환자에게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원고의 현 장해 상태는 이 사건 수술에서 통상 예견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대하여,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기왕증이 있는 환자가 기관삽관을 이용한 전신마취와 흉부거상 및 두부하강의 자세로 장시간 수술을 받는 경우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은 이 사건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예상되는 것이고 발생빈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발생할 경우 환자에게 중대한 생명·신체·건강의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에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결과와 대체 가능한 차선의 치료방법 등과 함께 환자인 원고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어야 할 사항이라고 보아야 하고, 원심이 든 원고의 주관적 증상 또는 후유증 발생가능성의 희소성 및 이에 따른 피고 병원 의료진의 예견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3. 의료과오책임

 

. 개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환자와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하 의료계약의 주체를 가리킬 때에는 의료인이라 한다)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존재하므로 의료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는 외에 진료를 담당한 의사 개인의 불법행위책임, 나아가 그 사용자인 의료인의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 채무불이행책임이 아닌 불법행위책임에 의하여 해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불법행위로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경우에 위자료가 용이하게 인정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 경우라고 하여 위자료가 반드시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244491 판결은 의료계약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명·신체가 침해된 경우 환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의료계약의 당사자인 병원 등은 환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민법 제393, 763, 751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특히 의료계약의 당사자 아닌 환자의 근친자가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불법행위 책임으로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둘째 채무불이행을 청구원인으로 구성하더라도 증명책임에 있어 환자에게 유리하지않기 때문이다.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과실을 증명해야 하는 반면, 채무불이행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자신에게 과실 없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응 채무불이행책임을 청구원인으로 구성하는 것이 환자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환자는 우선 의료인의 진료채무 이행이 완전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주장·증명하여야 하는데, 의료인의 진료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단채무에 해당하므로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만 가지고 곧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을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채무 불이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의 경우에 의사 개인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불법행위책임

 

 진료(진단, 치료)상 과실이 있는 경우 과실의 판단기준

 

 의사가 진단이나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예견의무/회피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되(대법원 2000. 7. 7. 선고 9966328 판결 등),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13045 판결 등).

 

 한편, 의사는 진료를 할 때 환자의 상황과 위와 같은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등 참조).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하여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담당 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263434 판결 : 환자가 흉부 엑스레이 검사 도중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져 다쳤는데 의료진이 19시간 뒤에야 뇌 CT 검사를 통해 외상성 뇌출혈 등을 진단한 후 수술을 하였으나 결국 환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의료진이 위 사고 발생 이후 환자에게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

 

 과실과 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완화

 

의사의 의료행위가 그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손해의 발생 및 그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보통인은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렵다. 그래서 판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과실과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52402 판결의 법리

 

 위 판결은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증명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라는 개념을 창안하여 과실에 관한 환자 측의 증명부담을 완화하고[가령 대법원 2000. 2. 11. 선고 989816 판결은, 생후 48일 가량 된 아기가 패혈증 의증으로 입원하여 규칙적으로 정맥주사를 맞다가 뇌성마비 상태에 빠진 사안에서, “원고가 위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이우섭이 수유 후 10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간호사도 찜찜해 하는 터에 출생한지 48일밖에 되지 않은 원고에게 정맥주사로 항생제를 투여한 것은, 그것이 과학적·전문적으로 의료상의 과실이라고 증명된 경우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있는 행위에는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수유 전·후에는 아기를 심하게 울리는 등 정서적 불쾌 자극 요인을 배제할 필요가 있는 사실, 소아의 호흡정지발작의 빈도가 2.8% 내지 5%나 되는 사실, 위 이우섭이 원고의 정맥을 찾아 주사바늘을 찔렀으나 여러 차례 실패하고 신생아인 원고는 계속 울고 있어서 불안·고통·흥분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이우섭은 굳이 항생제의 정맥주사를 강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이우섭이 약 15분 걸려 원고의 발등의 정맥혈관에 주사바늘을 꽂은 것 자체만으로는 법률적인 과실이라고 보기 어려워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위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유 후 10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항생제를 정맥주사하였다는 상황까지 감안하여 보면, 원고는 계속 울고 있는데도 위 이우섭이 상당한 시간 정맥주사를 강행한 것 역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환자 측에서 이러한 의미의 과실과 타원인 개입불가능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최근의 판례는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203763 판결).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하므로 의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이 부정된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101916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203763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0. 7. 7. 선고 9966328 판결의 법리

 

 위 판결은 환자가 수술 도중에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증상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를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판시하였다. 심장수술 도중 발생한 대동맥박리현상으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한 경우, 그 대동맥박리는 심장수술을 위한 캐뉼라 삽관 직후에 나타나 그 수술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시간적 근접성), 그 발생 부위도 캐뉼라 삽관과 연관하여 볼 수 있는 부위로 보이고(부위의 연관성), 환자에게 심장수술 전후를 통하여 대동맥박리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으며(타원인 개입불가능성), 또 대동맥에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시술로도 대동맥박리가 나타날 수 있는데다가, 심장수술 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미미하게나마 있지만 그 경우도 주로 혈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그 대동맥박리는 결국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 중에서 부적절한 캐뉼라 삽관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 사례이다.

 

 위 판결은 이는 간접사실에 의해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45185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327442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203763 판결 등 참조).

 

 또한,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거나 그 합병증으로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76290 판결 등 참조).

 

 과실은 있으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 없다.

 

 오진과실과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라도 환자 측에서는 치료기회 또는 연명이익 상실을 이유로 의사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50623 판결은, 간암 4기에 있던 환자에 대하여 과실로 간암 진단을 하지 못한 사안에서, 간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세가 나타난 때에 간암 여부를 진단하여 치료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생존기간을 다소 연장할 수 있을지언정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우므로 의료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또한 환자의 생존기간이 다소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어느 정도의 노동능력이 남아 있을지 여부도 불분명하여 그 손해액 산정도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환자 측의 일실수입 및 장례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기각하고, 앞서 본 의사의 과실로 간암을 좀 더 빨리 발견하여 그 진행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망인 및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만을 인용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의 경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惡結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에 관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 다만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다.

 

 이때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하였다는 점은 불법행위의 성립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61402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77294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10562 판결 등 참조).

 

. 설명의무위반의 경우

 

 의의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이나 그 후에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설명에 의한 역작용이 주는 불이익(예컨대 암 등 불치병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설명이 오히려 공포 등 치료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을 야기)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불이익보다 큰 경우] 등이 없는 한, 의료계약상의 의무로서 또는 수술 등 신체침습행위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549608 판결). 이를 의사의 설명의무라 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25971 판결 :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 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진단·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하겠으나,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찾아온 산모에게 생존 태아의 관찰을 위해 입원을 권유한 뒤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였으나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안(생존 태아 역시 이미 비가역적인 뇌손상이 발생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큼)에서, “원고 2가 입원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검사·진단·치료 등을 받는 과정에서 원고 1에게 뇌성마비라는 중한 결과를 가져올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 2에 대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제왕절개술, 그밖의 치료행위 등에 의하여 원고 1에 대한 뇌성마비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이상, 피고들이 원고 2에게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한 경우 태아곤란증 또는 생존 태아에 대한 뇌성마비의 발생가능성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자료 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의료법에 설명의무조항 신설

의료법이 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어 다음과 같이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환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제1항에 따른 동의서 사본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1항에 따라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

면으로 알려야 한다.

 1항 및 제4항에 따른 설명, 동의 및 고지의 방법ㆍ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

령령으로 정한다.

 

 위 규정의 취지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일 뿐 아니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및 서식1에 의하면,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증명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 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지도설명의무와의 구별

 

 의료인이 의료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중에는 그 진료목적 달성을 위하여 환자나 그 보호자에게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상세히 설명하여 후유증 등에 대비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바, 이를 지도설명의무라 한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는 설명의무의 범위에 속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와는 구별하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는 신체에 침습을 가하는 진료행위에 관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 반면, 지도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하게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와 달리 자기결정권의 침해는 문제되지 않고 진료상의 과실이 문제 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64067 판결 : 시각이상 등 그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함에 있어서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그 경우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관하여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약품의 투여에 따른 치료상의 위험을 예방하고 치료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안전을 위한 주의로서의 행동지침의 준수를 고지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로서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때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는,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 결핵약인 '에탐부톨'이 시력약화 등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이상 이를 투약함에 있어서 그 투약업무를 담당한 보건진료원 등은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환자에게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고, 그 설명은 추상적인 주의사항의 고지나 약품설명서에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환자가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

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도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환자에 대한 수술 등 침습행위가 종료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료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환자가 의사의 업무범위 이외의 영역에서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예견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환자에 대한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설명하는 데까지도 미친다 할 것이므로(의료법 제24조 참조), 의사는 수술 등의 당해 의료행위의 결과로 후유 질환이 발생하거나 아니면 그 후의 요양과정에서 후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비록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요양의 방법이나 일단 발생한 후유 질환으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대처할 수 있도록, 그와 같은 요양방법, 후유 질환의 증상과 그 악화 방지나 치료를 위한 대처방법 등을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설명·지도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는 그 목적 및 내용상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이므로,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그로 인한 생명·신체상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이른바 지도설명의 무 개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70445 판결 :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 1은 망인이 퇴원할 무렵 망인에게 수술 후 몇 개월 동안 상처가 아플 수 있는데, 그 통증은 3개월 정도 지속될 수 있다. 처음에 많이 아프다가 좀 좋아지다가 또 아플 수도 있다는 설명만 하였을 뿐, 수술 부위의 통증과 심장의 통증을 구분하여 주의사항을 말하여 주지 않았고, 피고 2 역시 위와 같은 사항을 말하여 주지 않은 사실,  피고들이 망인에게 교부한 안내서에는 항응고제의 부작용, 위험성, 항응고제의 약효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 복용시 유의사항, 즉시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망인에게 구두로 그 내용을 설명해 준 적은 없는 사실,  망인은 2004. 6. 12. 19:00경 호흡곤란 등의 통증을 느꼈음에도 피고 1이 수술 후 가슴통증이 올 수 있다고 했다면서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즉시 피고 병원을 찾아가지 않았던 사실,  망인은 같은 날 21:30경 호흡 곤란이 심해지고 전기가 튀듯 두근거린다고 하며 비로소 원고 1에게 119 구급대를 불러 달라고 하였는데 위 구급대를 기다리던 중 의식을 잃었고, 그 후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다른 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이미 소생이 불가능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앞서 본 법리를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망인에게 항응고제의 효과, INR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 항응고제 부작용 및 그 위험성 등을 명확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가슴 통증 등 안내서에 기재된 일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그 위험성 및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즉시 응급실에 내원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지도·설명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는 단순하게 안내서의 교부만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데, 피고들은 위와 같은 설명·지도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 가슴 통증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통증을 느끼고도 약 2시간 30분이나 지체한 관계로 적절한 응급처치 등을 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바, 결국 피고들의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환자의 진료거부에 대한 설명의무

 

 환자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를 보유한다. 따라서 환자는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의료진이 권유하는 진료를 동의 또는 거절할 권리가 있지만 의학지식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자기결정을 하기 어려우므로,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 진료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과 함께 진료를 받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위험성 등 합리적인 사람이 진료의 동의 또는 거절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70906 판결).

 

 

 따라서 진료를 거부하는 환자에게 이러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그저 환자의 의사에 따라 진료를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이 경우 단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 인한 위자료만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나쁜 결과 발생으로 인한 모든 손해가 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문제되는데,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환자가 진료에 동의하였을 것으로 예상되고, 나아가 그 진료가 이루어졌더라면 나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설명의무 위반과 나쁜 결과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나쁜 결과 발생으로 인한 모든 손해가 배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의료진의 설명은 의학지식의 미비 등을 보완하여 실질적인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고, 환자가 위험성을 알면서도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부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의료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경우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지 여부는, 해당 의학지식의 전문성, 환자의 기존 경험, 환자의 교육수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70906 판결 : ( 10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음)이 임신 29주 무렵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으면서 흉부 방사선촬영과 분만실 입원을 거부하였는데,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 발생 후 응급제왕절개술을 받은 결과 신생아 가사 상태의 여아와 사망한 상태의 남아를 출산하였고, 이후 여아도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병원 의료진이 권유한 흉부 방사선촬영 등을 거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알았거나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음에도 흉부 방사선촬영이 태아에 미칠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부하였다고 보이는데, 환자가 의료진이 권유하는 진료의 필요성과 진료 또는 진료거절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절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환자가 임신부여서 진료거절로 태아에게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며,  병원 의료진이 에 대한 흉부 방사선촬영 등 기초적인 검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폐부종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였거나 이뇨제를 투여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병원 의료진에게 설명의무 위반,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설명의무의 인정근거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인이 의료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일 뿐만 아니라 신체에 대하여 침습을 가하는 진료행위가 환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전제가 된다.

 

 설명의 상대방

 

의사의 설명은 진료행위가 환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환자 자신에게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 자신에게 의사능력이 있는 이상 가족이나 친족들에게 설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명의 대상

 

 환자가 진료행위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설명이 면제될 수 없으며, 위험과 부작용 등이 당해 진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 마취제인 할로테인은 1956년경부터 임상에서 환자에게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1963년경부터 10,000명당 1명 정도의 비율로 수술 후 황달, 전격성 간염, 간괴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발생 빈도가 크지는 아니하지만, 일단 전격성 간염이나 간괴사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사망률이 50-100%에 이른다는 것이고, 소외 망 유은영은 실제로 위 마취제를 사용한 결과 전격성 간염 등으로 사망하여 그 위험의 정도가 생명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중대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 피고들로서는 위 마취제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의 위험을 위 유은영과 그 부모인 원고 유영태, 최구만 등에게 설명하여 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의약품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을 뿐 그 위험성의 구체적인 발현기전이 밝혀지지 아니한 단계에서도 의사로서는 환자에게 해당 의약품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고, 이는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102209 판결. 이 판결은 피고 측 한의사의 한약 투여로 인해 원고가 간손상을 입은 사안(한약 투여 과정에서 과실은 없음)에서, “한약의 위험성이 한약의 단독작용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한의사가 환자에게 양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하는 행위는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고, 한의사는 한약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해당 한약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위험성을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의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29666 판결 등).

 

 설명의 시기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265010 판결 : 수술 당일 40분 전에 환자에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고 곧바로 수술에 나아간 사안).

 

 위반의 효과

 

 진료행위가 신체에 침습을 가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도 명백히 동의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면 면책된다(

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27449 판결).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권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히는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망 유**은 대학입학시험을 준비 중인 고교 3년생으로서 판시 미골통 이외에는 다른 병이 없이 건강하여 이 사건 수술을 받으러 가면서도 스스로 걸어서 갈 정도의 상태이었고, 위 미골통은 그 자체로는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질환이 아니며, 위 유**의 이모인 망 최**이 피고들로부터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하여 판시와 같은 수술을 받은 후 고열 등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직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위 유**이나 그 부모인 원고들에게 위 미골절제술이 불가피한 수술이었는지 여부를 설명하여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할로테인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하여 주지 아니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위 유**이나 위 원고들로서는 피고들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들었더라면 위 수술을 받지 않았거나 위 마취방법에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들이 위와 같은 설명을 다하지 아니한 과실과 위 유**의 사망과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하지만,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증명함으로써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60162 판결 등).

 

 그 위자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또는 중대한 결과의 발생 자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등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의사의 진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고 설명의무 위반만 인정되는 경우,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의 명목 아래 사실상 재산적 손해의 전보를 꾀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29666 판결 : 조루를 치료하기 위하여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시행한 결과 당초 예견할 수 없었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한 사안에서, “원심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생과 관련된 피고의 진료상 과실 및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위험성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제외한 부작용 및 수술방법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만을 인정한 다음, 위자료 액수의 결정에 있어서는 제1심과 달리 이 사건 수술의 부작용 및 후유증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하였고, 자살충동,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로까지 피해가 확대된 점까지 추가로 참작하여 위자료 액수를 제1심이 인정한 금액의 3.5배에 이르는 7,000만 원으로 결정하였다. 피고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원심이 인정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에 한정되어야 하는 점에다가 제1심과 원심이 위자료 산정 시 참작한 사유 및 인정한 위자료 액수의 차이,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위자료의 액수가 사실심법원의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확정할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자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등을 포함하였거나 원심이 인정한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위자료에서 참작해서는 안 되는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를 과다하게 산정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한편,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 환자 본인 이외에 그 가족들도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논의가 있는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어 환자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고 하여 자기결정권이 문제될 수 없는 나머지 환자 가족들이 그로 인하여 무슨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가족들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은 부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대법원 2003. 6. 10. 선고 200313178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법 2003. 1. 16. 선고 200221686 판결).

 

. 계약책임 (채무불이행책임)

 

 의료계약의 성립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하 의료인이라 한다)에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된다. 의료계약에 따라 의료인은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하여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에 대하여 환자 측은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17417 전원합의체 판결).

 

 한편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에 해당하고(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45828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의료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환자가 아닌 자가 의료인에게 의식불명 또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는 환자의 진료를 의뢰한 경우 진료 의뢰자와 환자의 관계, 진료를 의뢰하게 된 경위, 진료 의뢰자에게 환자의 진료로 인한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환자의 의식상태, 환자의 치료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진료 의뢰자와 의료인 사이에 환자의 진료를 위한 의료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118396 판결 : 갑 의료법인이 을 사회복지법인과 을 법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갑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후송하여 진료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요양시설에 입원 중이던 병이 을 법인 요양보호사의 잘못으로 골절상을 입고 업무협약에 따라 위 병원으로 후송되어 입원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안에서, 을 법인 요양보호사의 과실로 병이 골절상을 입었으므로 을 법인이 진료비를 부담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갑 법인과 병의 진료를 위한 의료계약을 체결한 계약당사자는 병이 아니라 을 법인이고, 병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경위 및 과정, 치료 경과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갑 법인과 을 법인 사이에 체결된 의료계약에 따른 병의 진료 범위는 골절에 대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전신에 대한 보존적 치료에 해당하는 기존장애에 대한 치료가 포함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의무의 내용

 

 의료계약에 따라 의료인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등을 위하여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를 부담한다.

 

 의사는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과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를 토대로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과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다.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 그 과정에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발생을 예견하고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38442 판결 등 참조).

 

 다만, 질병의 진행과 환자 상태의 변화에 대응하여 이루어지는 가변적인 의료의 성질로 인하여, 계약 당시에는 진료의 내용 및 범위가 개괄적이고 추상적이지만, 이후 질병의 확인, 환자의 상태와 자연적 변화, 진료행위에 의한 생체반응 등에 따라 제공되는 진료의 내용이 구체화되므로,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상태 등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그렇지만 환자의 수술과 같이 신체를 침해하는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그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자의 동의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환자가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진료행위를 선택하게 되므로, 의료계약에 의하여 제공되는 진료의 내용은 의료인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에 의하여 구체화된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의사의 진료상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거나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 경우, 의사 개인은 의료기관의 이행보조자로 다루어진다.

 

 의료인의 진료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단채무에 해당하므로 환자에게 나

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만 가지고 곧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을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채무 불이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에 있어 의사 개인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자료가 필요하다.

 

.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의사의 의료행위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손해가 의료행위의 과오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다만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28939 판결).

 

 예컨대 질병의 특성, 치료방법의 한계 등으로 당해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이, 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판단능력이나 의료기술 수준 등에 비추어 의사나 간호사 등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함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지 치료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55397 판결).

 

. 의료과오 시 병원 측의 환자에 대한 진료비청구권 행사 가부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215031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13028 판결).

 

그리고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공평의 원칙상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28939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55397 판결).

 

4. 의사의 설명의무

 

. 설명의무의 의의

 

진료계약의 성질은 위임계약이라고 볼 것이고, 위임계약에 있어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만(민법 제683), 진단과 치료채무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데 비하여 환자는 일반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있을 뿐인 점, 의사의 진료채무가 추상적으로는 적절한 진료를 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진료형태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그 진료행위가 수시로 변동되어 환자의 완치를 목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인 점, 환자는 진료의 객체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신체에 대한 수술, 투약 등 침습의 형태로 진료가 이루어지는 까닭에 환자 스스로 생명, 신체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의사로부터 치료행위의 위험성 등의 설명을 받은 후에 침습의 형태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지므로 진료의 주체이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의사는 환자의 청구가 없더라도 환자에게 적극적인 보고의무, 즉 설명의무를 부담한다.

 

. 설명의무의 근거

 

대법원판례는 환자의 승낙권이 최초로 문제된 대법원 1979.8.14. 선고, 78488 판결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취지로 판시한 이래, 대법원 1994.4.15. 선고, 9360953 판결에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인정된다고 하여 설명의무의 근거로서 계약상 의무 또는 위법성조각사유를 들었고, 그 이후의 대법원판결들도 이를 인용하고 있다.

 

환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므로 이에 기하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신에 대한 의료침습의 필요성, 정도, 그로 인한 결과를 알고 의료침습을 선택할 권리인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당해 의료계약에 기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의사로부터 충분하고도 적절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으며, 의료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에 기하여 의료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하여 의사의 설명의무가 인정된다.

 

한편 환자는 구체적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항상 합리적인 판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의학적 내지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데, 의사는 성실한 설명을 통하여 환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데 그쳐야지 환자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강요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 설명의무의 성질

 

채무자의 급부의무를 주된 급부의무와 부수의무로 구분할 때 부수의무는 주된 급부의무의 이행의 완전에의 관련성에 따라 독립적 부수의무와 종속적 부수의무로 구분할 수 있다. 진료계약상 의사의 의무 중 진료의무가 주된 급부의무라고 보는 것에는 이견이 없고,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실행에 기여한다는 독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의무이므로 독립적 부수의무라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판례가 "의사가 환자에게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대법원 1999.9.3. 선고, 9910479 판결, 대법원 1994.4.15. 선고, 9360953 판결)하고 있으나,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이상 설명의무가 주된 급부의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고, 독립적 부수의무로서 진료계약상의 의무라는 의미에서의 설시라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 설명의무의 내용

 

설명의 주체

 

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해 처치의사라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으로도 충분하지만(대법원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처치의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나 사무직원에 의한 설명은 허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설명의무는 진료의무와 독립한 의무로서 의사에게 고유한 의무이고, 또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특히 환자 자신과 관련하여 관심있는 부분에 대하여 질문 등을 하여 이를 명확히 해야 할 의무가 환자에게 있다면 그 상대방은 의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술에 참여하지 아니하고 설명만 한 의사라 할지라도 설명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그 범위 안에서 환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병원의 經營者는 그 병원에 근무중인 의사에게 환자에 대한 완전하고도 포괄적인 설명의무를 다하도록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으며, 단지 각과의 과장등에게 일반적인 설명의무에 대한 교시를 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경영자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설명의 상대방

 

설명은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가 설명을 할 상대방은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동의할 자로서 원칙적으로 환자 자신이 되며(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35671 판결은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인척에 불과한 시숙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어떤 의사도 환자와 의논하지 아니하고 그의 친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 및 의료처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동의를 기대하거나 그들에게 동의를 위임받도록 할 권리가 없다.

 

환자가 미성년자이어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이해력과 판단능력이 결여되거나 또는 부족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보호자를 설명시에 참여시켜야 하고 예견되는 진료에 대하여 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미성년자인 환자가 충분한 판단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환자에게 설명하여야 하고, 그 환자는 부모의 동의에 반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동의권능은 민법상의 행위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실제적인 이해력과 판단능력에 달려 있으므로 미성년자인 경우에도 실제적인 이해력과 판단능력이 있으면 동의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성년자의 신체상태에 지속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거나 비교적 오랜 동안의 입원과 같이 미성년자를 부모의 보호로부터 격리하여 침습을 행할 경우에는 판단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동의 외에 부모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도 그 환자가 의료침습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필요한 변식력을 가지고 있다면 정신질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으며, 그 환자의 동의만이 유효하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침습의 의미와 효과를 평가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의사는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고 후 의식불명인 환자 또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의 질병의 진행이나 장기간 약물의 투여로 인하여 의식이 약화된 환자인 경우에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동의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환자는 설명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환자를 대리하여 결정해야 하는 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실제로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환자의 법정대리인이 아닌 환자의 배우자, 자녀 등 이른바 환자의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환자가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거나, 환자가 설명을 직접 들으면 받게 될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질병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법정대리인이 아니더라도 최근 친가족이 설명의 상대방이 된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체할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 긴급상태에서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의 해명을 위하여 가까운 친족에게 문의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떠한 친족도 연락되지 않거나 그들의 통지가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의료적 침습을 실행할 권리가 의사에게 있다고 본다.

 

설명의 시기

 

설명은 원칙적으로 의적 침습이 있기 전에 하여야 할 것이고, 시기를 놓친 설명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설명은 적시에, 즉 환자가 자신의 인식능력과 결정능력을 완전히 가지고 있고, 행하여질 의료침습시까지 상당한 고려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행하여져야 한다. 특히 선택치료를 언급할 때, 치료에 너무 늦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이에 반하여 진단사항이 모두 나오지 아니한 상태에서 너무 이른 설명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 기준은 환자가 형량하여 결정하는 데 기여하고, 상황에 의하여 편견이 이미 생기지 아니한 진정한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여야 하는 데 있다.

또한 구체적인 경우에 설명의 시기가 언제쯤이 적절한지는 다양한 상황에 달려 있으며 이를 일률적으로 확정시키기는 어렵다. 원칙적인 경우에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의논하고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시간이 환자에게 주어지면 된다 하겠다. 그리고 의사의 설명과 진료간의 시간적 간격은 時間과 질병 자체의 실질적인 적응증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함께 결정된다. , 시간적으로 긴급하거나 질병 자체가 긴급한 경우에는 시간적 간격이 적어진다. 요컨대 설명은 중요시되는 법익 보호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하에 가능한 한 빨리 행하여야 된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265010 판결은 의사의 설명의무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265010 판결의 사안을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수술로 인한 후유증 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원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피고 병원 의사들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원고에게는 동맥경화가 있었고, 동맥경화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 도중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성이 더 높다. 피고 측은 이러한 사정을 수술 직전에 설명하였다. 수술에 동의하여 수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수술실로 옮기기 직전에 위와 같은 설명을 들은 경우 환자는 가족과 상의하는 등 신중하게 결정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설명의 방법

 

설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나 동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한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명은 환자의 연령과 교육 정도에 맞춰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일방적이서는 안되고 의사와 환자 쌍방의 대화이어야 한다. 의사는 또한 이와 같은 대화를 통해서 환자가 이미 설명을 들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와 설명이 적절한지의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설명은 의학적인 상세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환자로 하여금 자기결정을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그에 관련된 판단자료를 제공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발생가능성이 매우 적은 것을 의학적으로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으며, 환자가 질문하지 않은 것을 위험성이 아주 적은 합병증 빈도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설명할 것이 아니라 환자가 침습의 중대성과 위험성 및 그 침습을 택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 등에 대한 올바른 표상을 얻도록 설명해야 한다.

의사는 설명에 있어서 인식할 수 있는 환자의 희망을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또한 환자의 명시적인 질문에 대하여는 전반적으로 충분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최근 설명대화의 근거로서 치료 내지는 수술 전에 서명을 위하여 환자에게 제시되는 표준침습의 실행과 위험에 대한 설명서 내지 동의서라는 양식이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양식들은 의사와의 대화를 나눌 때 준비자료로서 유용성이 있는데, 의사와의 실질적인 대화에서 환자가 알고 있으며 특히 관심이 많은 개별상황에 대하여 환자의 질문을 더 용이하게 해 줄 수 있고, 또한 다양한 양식 중 대부분이 의사에게 설명의 중점이 될 만한 점들을 환기시켜 주고 따라서 의사가 이행할 설명의 근거로 사용하는 데 적합한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양식들은 설명대화의 상호성 및 특정한 환자와 관련된 특수한 대화의 가능성이 결여된다. 따라서 이들은 각 개별 경우에 있어서 유효한 설명기준이 될 수 없으며 의사의 설명대화를 대체하는 것이 될 수도 없다. 오직 설명대화 속에서만 이러한 보조수단에 의하여 환자가 충분하고 올바르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취하여진 설명서 또는 동의서에 대한 서명은 환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그 내용이 환자와 함께 적절히 논의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될 수는 없으며, 단지 서명에 앞서 치료 내지는 수술과 그것의 발생가능한 결과에 대한 대화가 나누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정황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대법원도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부위의 수술을 위하여 전신마취를 받은 환자가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이 사건 수술을 함에 있어 의사의 병 내용 설명을 숙지하고 자유의사로 승낙하며 수술중 및 수술후 경과에 대하여 의사와 병원 당국에 하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아니하기로 하고 수술 시행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부동문자로 인쇄된 수술승인서 용지에 서명 날인을 받은 것만으로는 전신마취로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35671 판결).

 

또한 의사가 설명을 함에 있어서는 환자에게 불리한 소견을 불쑥 제시하지 말아야 하고 환자가 침습의 필요성에 설득되도록 노력하면서 행하는 보호적 설명이 요청된다. , 특정치료에 의학상 환자의 합리적 선택의 여지가 없고, 그 치료가 단지 생명연장에 불과한 경우가 아니면 특히 그러하며, 환자가 그 질병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침습을 거절할 때 비로소 그 침습이 없으면 그에게 닥쳐올 위험을 보다 자세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며, 여기서도 단계적 조치가 이용될 수 있다고 한다.

 

설명의 범위 및 기준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하여는 설명의무가 없다(대법원 1999.9.3. 선고, 9910479 판결).

 

설명의무의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판결은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또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593 판결; 1997. 7. 22. 선고, 9549608 판결;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1999.12.21. 선고 9829261 판결).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시에만 한하지 아니하고 검사진단처치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겠으나,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의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하여야 하는 설명의 대상을 내용별로 유형화해 보면 환자의 증상, 침습의 내용정도, 수술등 처치의 전망(효과-증상개선의 정도), 침습의 필요성긴급성 및 수술등 처치를 하지 않는 경우의 증상의 정도, 다른 치료방법으로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는 점(보충성), 침습의 결과 생기는 위험의 내용정도 및 방지가능성, 당해 시설에 있어서 과거의 실적 등이다.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이러한 설명의 대상에 관하여 의사는 환자에게 어떤 범위 안에서 어느 정도로 설명하여야 하는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바, 일반적으로 의사의 충분한 설명을 전제로 한 환자의 동의만이 유효하다고 하는데, 누구를 기준으로 충분한 설명이라고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합리적 의사 기준설, 합리적 환자 기준설, 구체적 환자 기준설, 이중기준설 등이 있다. 생각컨대 이것은 객관적주관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져야 할 것으로서 보통은 분별력 있는 환자가 자기결정을 하기 위하여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사정에 대하여 개괄적으로설명하면 충분하다고 하겠고,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 아울러 당해 환자의 특별한 사정, 즉 교육정도연령신조심신상태 및 의사와의 관계 그리고 특히 그가 중요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항도 함께 고려할 필요도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953 판결).

 

설명의 한계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환자의 치유에 위해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암 등 불치병의 진단이나 처치상의 중대한 위험 등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설명은 오히려 공포 등 치료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을 야기할 수 있어 의사의 설명의무의 이행을 무조건 강제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때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하여 설명을 피하는 것이 치료상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면, 즉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불이익과 설명에 의한 역작용이 주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전자보다 후자가 크다면 설명의무를 면제함이 바람직하며, 완전한 설명이 환자의 건강을 현저히 손상케 하거나 환자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어 치료효과에 나쁘게 작용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분설명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대부분의 대법원판결들이 긴급한 경우 기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설명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면제되는 경우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설명의 불이익과 불설명의 불이익의 형량기준이 어떻게 되느냐인데, 이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특히 당해 환자의 심리상태에 의존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예컨대 암이라는 진단설명은 그 환자를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심리적정신적 의기소침에 빠지게 하므로 의사는 이른바 자비의 거짓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명이 원칙이고 그 면제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 환자의 심리상태라는 것이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손쉬운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정보를 받아 벌써 알고 있는 환자 혹은 이미 어떤 의료적 침습에 대하여 결정을 한 환자나 설명받을 것을 포기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환자에 대하여는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또한 응급의 경우에는 형식적인 추정적 동의에 의하여 설명의 불이행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법익이 환자가 갖는 자기결정권보다 상위에 놓이게 되므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에 별 이론이 없다. 그리고 환자가 중태이어서 실제로 의사가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역시 의사의 설명의무는 면제된다고 본다. 대법원판결에서도 원고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하에서 의식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투약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이 불가능하였으므로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그 시점까지의 설명의무를 부인한 바 있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225885 판결).

 

한편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 수술이나 투약 등 침습적 의료행위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되며, 예컨대 환자의 심장질환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를 위하여는 가까운 장래에 대동맥판막치환, 상행대동맥확장 및 좌측 주관상동맥입구확장 등의 개심수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고 또 환자가 그러한 개심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환자가 수술에 수반될지도 모르는 부작용까지 고려하여 여러 가지로 대처할 선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그 수술을 승낙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이 판결은 또한 의사의 설명이 환자로 하여금 의학지식 및 기술상 합리적인 진료행위를 비합리저인 근거로 거부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의사가 의료침습을 행하기 전에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거나 불충분한 설명을 함으로써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환자의 손해에 대하여 진료계약상의 독립적 부수의무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야 하고, 설명의무위반과 환자의 법익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먼저 설명이 유효하게 행하여졌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설명의무위반과 환자의 법익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 또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면 환자에게 법익침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즉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 확정되어야 한다.

 

설명의무위반과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를 논함에 있어서는 무엇을 손해라고 할 것인가를 먼저 확정하고, 그 후에 그 손해의 발생과 설명의무위반과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경우에 인과관계의 존재를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손해라 함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 자체자기결정권의 적절할 행사가 이루어진 경우에 예측되어지는 결과와 자기결정권이 행사되지 못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발생한 결과와의 차이를 모두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전자의 손해에 있어서는 인과관계가 별도로 문제될 여지가 없지만 후자의 손해(일실수입도 포함됨)에 있어서는 적법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현실로 이루어진 결정 또는 치료결과와는 다른 결정 또는 치료결과가 이루어졌을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의사가 배상하여야 할 책임의 범위는 환자에게 발생한 전손해, 즉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모두 포함시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냐, 정신적 손해로 한정하여야 할 것이냐에 관하여 견해가 나뉘고 있다.

 

대법원은 당초 긴급성이 요구되지 않는 두부모발 결핍부분에 대한 성형수술을 위하여 피부이식술 등을 시행하면서 그 내용과 후유증에 대한 설명의무위반으로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을 유지하는 판결(대법원 1987.4.28. 선고, 86다카1136 판결)을 하면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판단하지는 아니하였으나, 1994.4.15. 선고, 9360953 판결 이래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하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설명의무위반이 의료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상당인과관계있는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1996.4.12. 선고, 9556095 판결).

 

이는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있어 전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에 있는 것이므로 대법원판례가 전손해설의 입장을 취한다고 할 수 있다.

, 의사가 설명의무위반시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다만,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등을 하여 사망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또는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등의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하고, 전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그 이전의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52402 판결;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953 판결 등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으나,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을 이유로 실제로 전손해의 배상을 인정한 것은 위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이 최초이다).

 

설명의무가 환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 침습의 필요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즉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인정된다. 따라서 설명의무위반의 경우에 환자가 입은 손해는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로 인한 신체손상이나 사망 등이 아니라 그가 그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은 정신적 손해인 것이다. 따라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로 행하여진 의료행위에 대하여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을 진다. 의료행위가 성공적이어서 그 결과 환자의 질병이 치유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도 당해 의료적 침습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사가 입증한 경우에도 위자료를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다름이 없다. 또한 설명의무위반도 있고 진료상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일단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위자료 배상의 책임이 있고,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의료과오에 관한 일반론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것만으로 인격권의 침해가 이루어지므로 설명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요구하지 않지만, 모든 손해를 구하는 경우에는 설명의무위반의 정도가 의료침습과정에서의 주의의무위반과 같은 정도로 평가되고 또한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함으로써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범위의 인정기준을 제기하였다. 여기에서 설명의무위반의 정도가 의료침습과정에서의 주의의무위반과 같은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설명의무위반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서의 가해행위인지 여부에 해당하는 책임성립단계에서의 인과관계인 책임발생적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이고, "모든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에서의 "모든 손해"는 책임충족적 인과관계에서의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전통적인 학설과 같이 법익 침해의 측면으로서가 아니라 상당인과관계의 측면으로 파악한 타당한 결론이라 하겠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되면 바로 의료과오로 인한 전손해 배상을 인정할 것이지 주의의무위반 동일시할 정도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우회하여 그 전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은 미골통을 앓고 있는 환자(고교3년생)에 대하여 미골통 그 자체로는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질환이 아니며, 환자의 이모가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하여 같은 수술은 받은 후 고열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직후이었음에도 수술전에 간기능검사 등의 기본검사만을 하였을 뿐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하여 조사하였어야 할 환자의 병력 등에 대하여는 사전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수술실에서 문진을 하고서 바로 수술을 시행한 결과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한 사안인바, 사안이 이러하다면 의사의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다고 보여지므로 굳이 미골절제술이 불가피한 수술이었는지 여부 및 할로테인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아니한 설명의무위반으로 전손해의 배상을 인정하여야 할 논리적 필연성도 없다고 본다. 이 사건에 있어서 미골절제술이라는 치료법 선택의 잘못, 할로테인 마취 전 환자의 병력 등에 대한 사전조사 미비 등과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 위 손해배상의 기준을 적용한 대법원판결의 사례

 

본태성고혈압, 대동맥판막폐쇄 및 부전증, 좌측추관상동맥협착 등의 환자에 대하여 시행한 개심(개심)수술은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고, 뇌전색은 전형적인 부작용이지만 발생빈도가 크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설명의무를 다하였어도 원고가 수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 볼 수 없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을 명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미골통(미골통) 환자에 대하여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하여 미골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미골절제술이 불가피한지, 위 마취제로 인한 전격성 간염이나 간괴사 등의 부작용을 설명하여 주지 않았고, 설명을 들었더라면 수술을 받지 않거나 마취방법에 동의하지 않았을 사정을 인정하여 전손해의 배상을 명하였는바(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이 사안에서는 설명의무위반의 정도가 의료침습과정에서의 주의의무위반과 같은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내장 수술에 따른 후유증인 망막박리의 발생가능성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망막박리의 예방, 진단, 치료 및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초래될 결과에 대비하지 못하도록 하여 망막박리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는바(대법원 1997.7.22. 선고, 9549608 판결), 이 경우에는 후유증의 설명을 받더라도 백내장 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자료만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수술 후 수술중의 출혈로 인하여 수혈하면서 수혈로 인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설명하지 아니한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인정하였는바(대법원 1998. 2. 13. 선고 967854 판결), 수혈에 의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이 수혈행위에 있어 전형적인 위험이고, 원고가 특별히 긴급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수혈하였다는 판시부분을 고려해 보건대 전손해를 청구하였더라면 그 지급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안검부위에 대한 안과수술 후 시신경염 또는 허혈성 시신경증에 기인한 시력상실은 위 수술에서 예견되어지지 않고, 시력상실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경우 예견할 수 없었던 시신경염 등에 관한 설명의무는 없다고 하였는바(대법원 1999. 9. 3. 선고 9910479 판결),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대하여는 설명의무가 없으므로 이는 당연하다.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829261판결에서 환자로서는 척추교정술을 받지 않았을 경우 하반신마비가 초래될 것이어서 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수술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위자료만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5.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손해배상책임

 

. 설명의무위반의 근거 (=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게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근거로 한다.

 

. 설명의무의 대상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 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69540 판결 등).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69540 판결 :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225885 판결,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3421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48443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등 참조).

 

.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채무불이행책임인 동시에 불법행위책임)

 

의사의 설명의무는 위임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인 동시에 법률(의료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의무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인 동시에 불법행위책임이다(청구권경합).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60953 판결 :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위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 또는 그 가족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가 있다.

 

. 증명책임 (= 의사)

 

설명의무의 증명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일 뿐 아니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및 [서식] 1에 의하면,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입증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

 

.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설명의무위반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중한 결과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된다면 일실손해를 포함한 전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가 인정되기도 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89662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이 아닌 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의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이 입증되어야 한다.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595-596 참조]

 

. 설명의무위반의 근거 :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그 근거로 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56095 판결)

 

설명의무위반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중한 결과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된다면 일실손해를 포함한 전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가 인정되기도 한다(위 대법원 9556095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89662 판결).

 

. 설명의무의 대상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 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69540 판결 등).

 

.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설명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은, 발생한 결과가 중하고, 무언가 의사의 과실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는 경우에 자주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도 그런 경우이다.

다만, 수술 등 치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가능성이 적더라도 생길 수 있는 모든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설명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그대로 관철한다면, 현실에서는 아주 불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