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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민법 제472조가 정한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가 유효하게 되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의 해석 및 지정충당, 제3자에 대한 부당이득, 변제의 효력, 변제충당>】《제3..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9. 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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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민법 제472조가 정한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가 유효하게 되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의 해석 및 지정충당, 3자에 대한 부당이득, 변제의 효력, 변제충당>】《3채무자가 착오로 압류채무자에게 지급한 돈을, 압류채무자가 다시 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한 경우에 제3채무자가 피압류채권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27872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3채무자가 착오로 압류채무자에게 지급한 돈을, 압류채무자가 다시 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한 경우에 제3채무자가 피압류채권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채권압류의 효력

 

[2] 민법 제472조에서 정한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경우로 볼 수 있는 경우 및 변제받을 권한 없는 변제수령자가 변제받은 급부로 자신이나 제3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권을 소멸시킨 경우, 민법 제472조에 의한 변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압류의 효력이 생기는데, 3채무자는 압류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지급이 금지된다(민사집행법 제227). 이는 채권압류의 본질적 효력으로서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피압류채권에 따른 급부를 제공하더라도 이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압류채권자가 추심권을 취득하면 그에게 다시 지급해야 하는 이중변제의 위험을 부담한다.

 

[2] 민법 제472조는 불필요한 연쇄적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의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경우란 변제수령자가 채권자에게 변제로 받은 급부를 전달한 경우는 물론이고,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채권자의 자신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권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등 채권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생긴 경우를 포함한다. 그러나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자신이나 제3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권을 소멸시킨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생겼다고 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472조에 의한 변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 쟁점

 

원고는 큰들에 대여 후 받은 1~4번 약속어음 중 2, 3번 약속어음에 대한 공정증서에 기초하여 큰들이 피고에 대해 가지는 물품대금채권 총 166,000만 원 중 15억 원에 관하여 채권압류, 전부명령을 받았고, 피고에게 그 명령이 송달되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를 간과하고 약 12억 원을 큰들에 송금하였고, 큰들은 그 중 109,000만 원을 다시 원고에게 송금하였다.

 

원고는 위 109,000만 원을 채권압류, 전부명령의 피보전채권인 2, 3번 어음이 아니라 1, 4번 어음금 채권에 변제충당한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전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전부명령이 압류경합 상태에서 발령되어 무효라는 이유로 패소하자, 위 압류명령에 기초하여 다시 추심명령을 받아 추심금청구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압류경합 등을 이유로 약 44,450만 원을 집행공탁하였다.

 

피고는 큰들이 원고에게 109,000만 원을 지급하여 2, 3번 어음금 채권이 소멸하였다거나 피고의 변제가 유효하다는 등의 취지로 다투었으나, 원심은 이를 배척하고 집행공탁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물품대금채권에 관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피고는 큰들에 대한 변제를 압류채권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지정충당의 결과로 큰들이 지급한 109,000만 원은 큰들이 추심명령에 따라 추심권자인 원고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채무(1, 4번 어음금 채무) 변제를 위해 지급한 것이 되어 피고에게 민법 제472조에 따른 변제의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이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 쟁점 : 민법 제472조가 정한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가 유효하게 되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의 해석 및 지정충당의 문제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여러 채권 중 , 어음 채권을 집행채권으로 해서 제3채무자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을 압류하였는데, 3채무자가 착오로 채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고, 채무자가 받은 돈을 다시 채권자에게 지급하자, 채권자가 이를 어음, 대여금 채권에 충당한 다음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명령을 받아 추심금 청구를 한 사안에서, 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물품대급을 지급하였다는 이유로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지(소극), 압류채권자가 이러한 경위로 지급받은 돈을 집행채권이 아닌 채권에 지정 변제충당 할 수 있는지(적극), 압류채권자의 변제 수령에 대하여 민법 제472(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가 적용되는지(소극)이다.

 

피고가 채무자에게 물품대급을 지급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피압류채권의 소멸을 주장할 수 없고, 채무자가 충당지정을 하지 않은 이상 원고가 집행채권이 아닌 채권에 지정변제충당할 수 있으며, 원고의 변제 수령에 대하여 민법 제47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안이다.

 

3. 변제의 제공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779-791 참조]

 

. 의의

 

채무의 이행에 있어 채권자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데, 채무자가 자신이 해야 할 모든 행위 내지 준비를 하였음에도 채권자가 협력을 하지 않는 경우, 성실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수령지체 제도가 적극적으로 채권자에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성실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면, 변제제공 제도는 소극적으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하게 함으로써 성실한 채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 현실제공(460조 본문)

 

채무자로서 하여야 할 행위를 완료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채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금전채무

 

전액제공 : 일부제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변제제공이 아니다.

 

통화나 거래상 통화와 동일하게 취급되는 지급수단(예컨대 자기앞수표) : 보통의 수표·약속어음의 제공, 은행 통장과 인출 인장의 제공 등은 특약이 없는 한 적법한 변제제공이 아니다.

 

금전을 채권자의 면전에서 제시할 필요는 없다.

 

현실제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가 급부를 즉시 수령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무내용에 좇은 급부를 제공하면서도 채권자가 그 급부를 즉시 수령하기 어려운 장애요인을 형성·유지한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은 현실제공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17403 판결).

 

물건의 인도채무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변제장소를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정물의 인도는 채권 성립 당시에 그 물건이 있던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467조 제1). 하자 있는 특정물을 이행기의 현상대로 인도 제공하는 것이 적법한 변제제공인지 문제되는데(462조 관련), 채무자는 하자 없는 완전한 특정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적법한 변제제공으로 보아야 한다.

 

특정물인도 이외의 채무 변제는 채권자의 현주소에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영업에 관한 채무의 변제는 채권자의 현영업소에서 하여야 한다(467조 제2).

 

일정한 기일 또는 기간 내에 채권자가 일정한 장소에 와서 수령하는 채무의 경우에는 당해 기일 또는 기간 중 그 장소에 목적물을 보관하여 언제든지 채권자에게 인도할 수 있도록 해 두면 현실제공이 된다.

 

등기이전의무

 

특약이 있으면 그에 따른다. 특약이 없는 경우, 등기는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의 공동신청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등기의무자인 채무자가 등기에 필요한 준비를 갖추어서 등기소에 출석하면 현실제공이 있게 된다.

 

. 구두제공(460조 단서)

 

변제 준비를 완료하고, 그 사실을 통지하며, 그 수령을 최고하는 것이다. 변제 준비의 완료란 채권자가 수령을 원하면 곧바로 이행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구두제공이 허용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한 경우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 : 예컨대 채권자의 추심행위가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 채권자가 미리 공급하는 재료에 가공하여야 하는 경우, 채권자가 지정하는 기일, 장소에서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 등

 

기타 : 쌍무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채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불성실한 상대당사자에게 구실을 주게 될 수도 있으므로 당사자가 하여야 할 제공의 방법이나 정도는 그의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한다. 예컨대 매도인이 잔금지급기일에 약정된 장소에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현실제공 하였는데 매수인은 그 날 잔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뒤에는 매도인은 구두제공만 하면 된다. 대법원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장소로 정한 법무사 사무실에 그 서류 등을 계속 보관시키면서 언제든지 잔대금과 상환으로 그 서류들을 수령할 수 있음을 통지하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거듭 수령을 최고하면 이행의 제공을 다한 것이 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된 기간 동안은 매수인이 이행지체로 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6053 판결). 이 판결은 한 번 수령을 최고하면 그 효과가 상당한 시간 동안 계속된다고

판시한 점에 특히 의의가 있다.

 

구두제공조차 필요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의 수령 거절 의사가 분명하여 번복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른바 영구적 불수령’)에는 구두제공조차 필요하지 않다.

 

. 효과

 

채무불이행책임의 면책

 

변제의 제공은 그 때부터 채무불이행(이행지체)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461).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 상대방의 반대채무의 이행지체

 

일회적 변제제공만으로 상대방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지는 않는다. 이 경우 상대방의 이행지체책임이 계속되는지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는데, 판례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존재하는 이상 이행지체책임은 계속되지 않는다고 한다(계속적 변제제공설). 그러나 상대방의 이행지체책임은 상대방이 자기의 반대채무의 이행 또는 이행제공을 하지 않는 한 계속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유력하다(일회적 이행제공설).

 

수령지체

 

채권자가 채무자의 현실제공 또는 구두제공을 수령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귀책사유를 불문하고(법정책임설) 수령지체에 빠진다. 다만, 채권자가 영구적 불수령 의사를 표시한 경우, 채무자는 구두제공조차 하지 않더라도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채권자가 곧바로 수령지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채권자를 수령지체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현실제공이나 구두제공이 필요하다(대법원 2004. 3. 13. 선고 200179013 판결).

 

4. 채무내용에 좇은 변제(변제제공)가 되기 위한 요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779-791 참조]

 

. 3자의 변제

 

변제자는 채무자이다. 3자의 경우는 원칙적으로허용한다.

 

원칙적 허용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469조 제1항 본문). 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여 그 채무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을 요건으로 하고 이러한 의사는 타인의 채무변제임을 나타내는 변제지정을 통하여 표시되어야 할 것이지만,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하면서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다면 타인의 채무변제라는 지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71558 판결).

, 채무자 아닌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고 채권자도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다면 제469조에 의하여 제3자 변제의 대상인 타인의 채무는 소멸하고 제3자는 채무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6271455 판결).

 

3자가 유효하게 채무자가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채무자와 계약관계가 있으면 그에 따라 구상권을 취득하고, 그러한 계약관계가 없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734조 제1항에서 정한 사무관리가 성립하여 제739조에 정한 사무관리비용의 상환청구권에 따라 구상권을 취득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38106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68203 판결,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276539 판결 : 의 전처인 사망 후 그 상속인인 등을 상대로 자신이 의 채무를 대위변제하였다며 상속분에 따른 구상금을 구한 사안에서, 위 대위변제에 관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고, 에게 그에 따른 구상금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대위변제가 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거나 대위변제로 인한 이익을 자녀들에게 주고자 한 것이지 에게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예외적 불허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고(469조 제1항 단서),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469조 제2). 여기서 말하는 이해관계있는 자라고 함은 변제를 하지 않으면 채권자로부터 집행을 받게 되거나 또는 채무자에 대한 자기의 권리를 잃게 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변제함으로써 당연히 대위의 보호를 받아야 할 법률상 이익을 가지는 자를 말하고(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7278743 판결), 단지 사실상의 이해관계를 가진 자는 제외된다( 대법원 2009. 5. 28. 2008109 결정은, 공동저당의 목적인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후순위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설정되어 있는데 그 부동산에 대하여 먼저 경매가 실행되어 공동저당권자가 매각대금 전액을 배당받고 채무의 일부가 남은 사안에서, “물상보증인은 주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채권자의 선순위근저당권을 대위취득하고, 위 가등기권리자는 위 선순위근저당권에 대하여 물상대위함으로써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위 가등기권리자가 주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직접 경매신청을 하기 위하여 위 채무 잔액을 변제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채권자로부터 집행을 받게 되거나 또는 채무자에 대한 자기의 권리를 잃게 되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 아닌 사실상의 이해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라는 이유로, 위 가등기권리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채무 잔액을 대위변제하거나 변제공탁할 수 있는 이해관계 있는 제3또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해관계 없는 제3자가 변제를 한 경우에 그것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견해가 대립하나, 변제의 효과를 다투는 상대방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는 채무자의 반대의사는 제3자가 변제할 당시의 객관적인 제반사정에 비추어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함부로 채무자의 반대의사를 추정함으로써 제3자의 변제 효과를 무효화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8. 10. 24. 선고 87다카1644 판결,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6271455 판결).

 

한편, 이해관계 없는 제3자가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여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제745조 제1항이 유추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78702 판결: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인 갑이 을의 병 은행에 대한 대출원리금을 대위변제하자 병 은행이 이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사안에서, 채권자 병 은행으로서는 갑의 변제가 을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고 그 채무의 담보인 근저당권을 말소함으로써 채무자 을을 상대로 한 채권 보전이나 행사가 어렵게 되었다는 이유로, 민법 제74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갑이 병 은행에 위 대위변제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 변제수령자

 

채권자 또는 채권자를 대신하여 변제를 수령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대리인, 채권

자대위권을 행사한 채권자). 다만 채권이 가압류·압류된 경우, 채권이 질권의 목적이 된 경우, 채권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채권자는 변제수령권이 없다.

 

채권이 가압류·압류된 경우 : 채권자는 이행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는 없다. 다만 채권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는 가압류·압류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여야만 이행청구를 할 수 있다. 이는 의사의 진술을 구하는 소로서 판결이 확정되면 바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지 별도로 현실적인 집행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에 대하여 압류·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 추심권이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므로 채권자는 이행청구를 할 수 없다. 채권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하면 당사자적격 흠결로 각하된다.

 

채권이 압류·전부된 경우 : 채권 자체가 전부채권자에게 이전되므로 채권자는 이행청구를 할 수 없다. 채권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하면 청구가 기각된다.

 

.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의의

 

변제수령권이 없는 자에 대한 변제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 그러나 채무자가 변제를 함에 있어서 거래상 필요한 주의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령자에게 변제수령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한 선의·무과실의 채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민법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선의·무과실의 변제를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470).

 

채권의 준점유자

 

거래의 관념상 변제수령권이 있다고 믿을만한 외관을 갖추고 있는 자. 예를 들어 채권양도계약이 무효인 경우 채권 양수인, 예금증서 기타 채권증서와 그 변제를 받는 데 필요한 인장을 소지한 자(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38992 판결), 무효인 전부명령 또는 추심명령을 받은 자(대법원 1995. 4. 7. 선고 9459868 판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표현상속인 (= 인정)

위조된 영수증 소지자(= 인정)

참칭대리인이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 제도는 채권의 준점유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표현수령권자에 대한 선의·무과실의 변제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참칭대리인 또한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판례도 민법 제470조에 정하여진 채권의 준점유자라 함은 변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의 거래 관념상 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가지는 사람을 말하므로 준점유자가 스스로 채권자라고 하여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대리인이라고 하면서 채권을 행사하는 때에도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여 같은 입장이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5389 판결 : 이 판결의 사안은 예금주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예금주의 통장과 인감을 소지하고 예금 반환을 청구하자, 은행 직원이 예금청구서에 나타난 인영과 비밀번호를 신고된 것과 대조 확인하는 외에 주민등록증을 통하여 예금주와 청구인의 호주가 동일인이라는 점까지 확인하여 예금을 지급한 것인데, 법원은 이를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선의·무과실의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하였다).

물론 이 경우 표현대리에 관한규정도 적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제125, 126, 129조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예컨대 제3자가 대리인이라고 참칭하는 데 대하여 진정한 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기본대리권을 수여하지도 대리권 수여 표시를 하지도 않은 경우)에는 비록 변제자가 선의·무과실이라 하더라도 위 어느 조항에도 해당하지 않아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선의·무과실의 변제자를 보호하는 데 표현대리의 법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변제자의 선의 · 무과실

 

수령자에게 변제수령권이 있다고 믿고(誤信, 적극적 의미), 그와 같이 믿은 데에 과실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91224 판결).

증명책임에 관하여는, 470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채권자가 채무자의 악의 또는 과실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470조의 조문구조에 비추어 볼 때 변제의 유효를 주장하는 채무자가 자신의 선의·무과실을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31858 판결).

 

진정한 채권자의 귀책사유 필요 여부 (= 소극)

 

이 제도가 외관법리에 기초한 것임을 근거로 진정한 권리자인 채권자의 귀책사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의 해석상 일반적인 외관법리를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상(예컨대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법정대리의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바, 이 경우에는 본인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외관법리가 발현된 대표적인 경우라고 하는 표현대리에서조차 그것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본인의 귀책사유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명문의 규정에도 없는 채권자의 귀책사유를 추가적인 요건으로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권리자인 채권자 보호의 문제는 선의·무과실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 효과

 

채무자와 진정한 채권자 사이의 관계

 

진정한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 채무가 소멸하였기 때문이다.

 

진정한 채권자와 채권의 준점유자 사이의 관계

 

진정한 채권자는 변제를 받은 채권의 준점유자에게 (침해)부당이득 반환청구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와는 달리 후자의 경우에는 채권의 준점유자에게 고의·과실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변제자와 채권의 준점유자의 관계

 

변제자가 제470조에 의한 보호를 포기하고 채권의 준점유자에게 이미 지급한 급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통설은 변제의 효과는 확정적이라고 하여 이를 부정하고 있다. 통설의 입장이 타당하다.

 

. 영수증 소지자에 대한 변제(471)

 

영수증을 소지한 자에 대한 변제는 그 소지자가 변제를 받을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효력이 있다. 그러나 변제자가 그 권한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민법 472)

 

채권의 준점유자 및 영수증 소지자 외에 변제를 받을 권한이 없는 자에 대한 변제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

이는 불필요한 연쇄적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규정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경우에는 변제의 수령자가 진정한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변제로 받은 급부를 전달한 경우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무권한자의 변제수령을 채권자가 사후에 추인한 때와 같이 무권한자의 변제수령을 채권자의 이익으로 돌릴 만한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32214 판결).

 

또한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채권자의 자신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권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등 채권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생긴 경우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나,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자신이나 제3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권을 소멸시킨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생겼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제472조에 의한 변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17117 판결,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278729 판결).

 

한편, 이와 같이 무권한자의 변제수령을 채권자가 추인한 경우에 채권자는 무권한자에게 부당이득으로서 그 변제받은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215550 판결,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44291 판결 등 참조).

예를 들어 채권담보권자가 채권양수인보다 우선하고 담보권설정의 통지가 제3채무자에게 도달하였음에도, 그 통지보다 채권양도의 통지가 먼저 도달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제3채무자가 채권양수인에게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채권담보권자가 무권한자인 채권양수인의 변제수령을 추인하였다면, 이러한 추인에 의하여 제3채무자의 채권양수인에 대한 변제는 유효하게 되는 한편 채권담보권자는 채권양수인에게 부당이득으로서 그 변제받은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71856, 71863 판결).

 

. 전부명령의 변제효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에는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에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본다(민사집행법 제231조 본문). 예컨대 집행채권자 갑이 집행채무자 을을 상대로 을이 제3채무자 병에 대하여 갖는 금전채권(피전부채권)에 대하여 압류·전부명령을 받아 그 명령이 을 및 병에 대하여 각각 송달되고 확정이 되면, 위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 병에게 송달된 때에 소급하여 피전부채권이 갑에게 이전되고, 이로써 갑의 을에 대한 집행채권은 그 범위에서 변제로 소멸하게 된다.

 

5. 변제의 효력 발생 시기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779-791 참조]

 

변제는 채권의 소멸 원인 중의 하나로 언제 변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영역에 속한다.

 

. 집행절차에서 배당을 받는 경우

 

배당이의가 있는 경우 (= 배당표가 확정된 때)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배당기일에 출석한 채권자는 자기의 이해에 관계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그의 채권 또는 그 채권의 순위에 대하여 이의할 수 있고(민사집행법 제151조 제3), 이 경우 이의한 채권자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154조 제1). 배당표에 대한 이의가 있는 채권에 관하여 적법한 배당이의의 소가 제기된 때에는 그에 대한 배당액을 공탁하여야 하고(민사집행법 제160조 제1항 제5), 이의된 부분에 대해서는 배당표가 확정되지 않는다(민사집행법 제152조 제3).

 

위와 같이 배당액이 공탁된 뒤 배당이의의 소에서 이의된 채권에 관한 전부 또는 일부 승소의 판결이 확정되면 이의된 부분에 대한 배당표가 확정된다. 이때 공탁의 사유가 소멸하게 되므로, 그러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집행법원에 그 사실 등을 증명하여 배당금의 지급을 신청하면, 집행법원은 그 판결의 내용에 따라 종전의 배당표를 경정하고 위 공탁금에 관하여 다시 배당을 실시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161조 제1,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39363 판결 참조). 이 경우 집행법원의 법원사무관 등은 지급할 배당금액을 적은 지급위탁서를 공탁관에게 송부하고, 지급받을 자에게는 배당액 지급증을 교부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159조 제2, 3, 민사집행규칙 제82조 제1, 공탁규칙 제43조 제1). 이때 공탁관은 집행법원의 보조자로서 공탁금 출급사유 등을 심리함이 없이 집행법원의 공탁금 지급위탁서에 따라 채권자에게 공탁금을 출급하게 된다(위 대법원 200939363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절차에 비추어 보면, 배당표가 확정되어야 비로소 채권자가 공탁된 배당금의 지급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배당표 확정 이전에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하지 않았는데도 그 채권에 대해 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배당표가 일단 확정되면 채권자는 공탁금을 즉시 지급받아 수령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데, 배당표 확정 이후의 어느 시점(가령 배당액 지급증 교부 시 또는 공탁금 출급 시)을 기준으로 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게 되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채무의 소멸 시점이 늦추어질 수 있고, 그때까지 채무자는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어 불합리하다.

따라서 채무자가 공탁금 출급을 곤란하게 하는 장애요인을 스스로 형성·유지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당액에 대한 이의가 있었던 채권은 공탁된 배당액으로 충당되는 범위에서 배당표의 확정 시에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배당표의 확정 전에 어떤 경위로든 채권자가 공탁된 배당금을 지급받아 수령하고 그 후 같은 내용으로 배당표가 확정된 경우에는,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그 채권의 만족을 얻은 시점인 공탁금 수령 시에 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는 근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가 이의함으로써 해당 배당액이 공탁되었다가 배당이의소송을 거쳐 배당표가 확정됨에 따라 공탁된 배당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70822 판결).

 

가압류채권자의 경우 (= 본안판결이 확정된 때)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배당법원은 배당을 실시할 때에 가압류채권자의 채권에 대하여는 그에 대한 배당액을 공탁하여야 하고, 그 후 그 채권에 관하여 채권자 승소의 본안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공탁의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가압류채권자에게 그 공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160조 제1항 제2, 161조 제1).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안의 확정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가압류채권자의 채권은 위와 같이 공탁된 배당액으로 충당되는 범위에서 본안판결의 확정 시에 소멸한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65874 판결). 이러한 법리는 위와 같은 본안판결 확정 이후에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본안판결 확정 시에 이미 발생한 채권 소멸의 효력은 채무자회생법 제348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6227014 판결. 이러한 경우에 가압류채권자가 공탁된 배당금을 채무자의 파산선고 후에 수령하더라도 이는 본안판결 확정 시에 이미 가압류채권의 소멸에 충당된 공탁금에 관하여 단지 그 수령만이 본안판결 확정 이후의 별도의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가 위와 같이 수령한 공탁금은 파산관재인과의 관계에서 민법상의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 가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변제한 경우

 

가집행선고가 붙은 제1, 2심판결에 기초한 금원 지급에 의한 채권소멸의 효과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소심에서 가집행선고가 붙은 판결이 취소 또는 변경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56259 판결).

그러므로 제1심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초하여 피고가 그 가집행선고 금액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이를 참작함이 없이 당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0. 8. 선고 9326175, 26182 판결).

위와 같이 채권의 소멸의 효과는 판결이 확정된 때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므로, 이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는 적법한 청구이의 사유가 된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515827 판결).

 

6. 민법 제472조가 정한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

 

. 민법 제472조의 성립요건 및 적용 범위

 

 민법 제472조는  2조의 경우 외에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2란 제470조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와 제471조의 영수증소지자에 대한 변제로서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위 조항은 프랑스 민법 제1239조를 모방한 일본 민법 제479조를 계수한 것으로서 그 취지는 대개 우회적이고 복잡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되고 있다.

통상 위 조항은 권한 없는 변제수령자가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았으나 그 변제받은 목적물을 진정한 채권자에게 그대로 인도하거나 변제와 관련하여 진정한 채권자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한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정한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채권자가 채무를 변제받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되거나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이익을 얻게 된 경우에도 변제의 효력을 부정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다시 채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채무자에게 가혹하고, 그럴 경우 다음과 같은 우회적이고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번거롭기도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회적이고 복잡한 법적 절차를 피하고 간명한 법적 처리를 하는 데 민법 제472조의 취지가 있다.

 

 이와 같이 민법 제472조에 따라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려면 변제로 채권자가 이익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변제수령자가 채권자에게 변제목적물을 그대로 인도한 경우는 물론,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수령한 것과 채권자에게 생긴 이익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다.

 

. 판례의 태도

 

 대법원 1995. 6. 16. 선고 952654 판결

 

소위 ‘1인 회사의 단독주주가 개인 명의의 예금과 회사 명의의 예금을 구분하지 않고 회사의 운용자금으로 이용하여 오던 중,  1인 회사의 직원이 권한 없이 단독주주 개인 명의의 통장에서 예금을 인출하여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경우, 그 회사가 얻은 이익만큼은 단독주주 개인이 이익을 받은 셈이 된다고 보아 민법 제472조에 따라 예금지급의 효력을 인정한 사례이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89456 판결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받을 권한이 없는 제3자에게 변제함으로써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소멸되었다면,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변제는 채권자가 받은 이익의 한도 내에서 변제로서의 효력이 있고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는 그 변제가 유효한 범위 내에서 소멸한다고 한 사례이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되었다.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32214 판결

 

민법 제472조는 불필요한 연쇄적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의 경우에도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에는 변제의 수령자가 진정한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변제로 받은 급부를 전달한 경우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무권한자의 변제수령을 채권자가 사후에 추인한 때와 같이 무권한자의 변제수령을 채권자의 이익으로 돌릴 만한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일반론을 설시한 판례이다. 이 사건에서는 채권자가 권한 없는 변제수령자의 행위를 사후에 추인하였다고 보아 민법 제472조에 기한 변제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 민법 제472조가 정한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가 유효하게 되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의 해석

 

 민법 제472조에 규정된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란 수령자가 변제로 수령한 것을 자신 또는 제3자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도 포함한다.

 

⑵ 여기서 수령자가 변제로 수령한 것으로 자신 또는 제3자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 수령자가 변제로 수령한 것으로 자신 또는 제3자에 대한 채권자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수령자가 채권자에 대한 자신 또는 제3자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령자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 수령자에 대한 채권자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를 의미한다.

 

. 채권자가 변제수령자로부터 별개의 채무를 변제받은 경우 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와는 별개의 채무를 변제받은 경우에는 그 변제에 따라 채권자가 당초 보유한 별개의 채권도 함께 소멸하게 되므로, 채권자의 전체적인 재산규모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채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경우에는 실질적인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채권자가 변제수령자로부터 별개의 채무를 변제받았더라도 그러한 변제로 인하여 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변제수령자의 변제수령과 별개 채무에 대한 채권자의 변제수령 사이에 이해관계상의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수령한 것으로 자신의 별개의 채무를 변제하는 등의 행위는 변제로 수령한 것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와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 채무자를 특별히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민법 제472조의 규정 취지는 변제수령자의 변제수령행위를 무효로 할 경우 예상되는 복잡하고 불필요한 연쇄적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함으로써 우회적인 법적 처리를 피하고자 함에 있다. 그런데 원심처럼 채권자가 변제수령자로부터 별개 채무를 변제받은 경우를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에 포함시키게 되면, 채권자로서는 단 한 번의 채무변제만 받았을 뿐임에도 채무자에 대한 채권과 변제수령자에 대한 별개 채권을 모두 상실하게 되므로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결과는 불필요한 연쇄적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민법 제472조가 당초 예정한 효과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혀 새로운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제수령자가 채권자에게 별개의 채무를 변제한 것은 채무자가 한 변제의 효력 여부와는 상관없이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제수령자는 채권자를 상대로 이미 변제한 급부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472조는 변제수령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변제한 급부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와 같이 변제수령자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의 효력을 인정하면 그 법률관계는 간명하게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해질 뿐이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채권자가 변제수령자로부터 채무자의 본래의 채무가 아닌 변제수령자의 별도의 채무를 변제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47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7. 권한없는 자에 대한 변제(민법 제472조의 해석) 요약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67-770 참조]

 

. 민법 조항

 

민법 제472(권한없는 자에 대한 변제) 2조의 경우(채권의 준점유자, 영수증소지자에 대한 변제) 외에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

 

. 관련 판결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17117 판결 : 민법 제472조는 불필요한 연쇄적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변제 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의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경우란 변제수령자가 채권자에게 변 제로 받은 급부를 전달한 경우는 물론이고,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채권자의 자신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권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등 채권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생긴 경우를 포함하나, 변제수령자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자신이나 제3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권을 소멸시킨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생겼다고 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472조에 의한 변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소외인이 권한 없이 원고 명의의 예금계좌에서 금전을 인출하여 이를 원고 명의의 다른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자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경우, 원고는 다른 계좌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대신 소외인에 대한 기존 손해배상채권을 상실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은행)에 대한 이 사건 예금채권이 민법 제472조에 따라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8. 변제충당 법리 요약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67-770 참조]

 

. 변제충당의 방법

 

지정충당(민법 제476), 법정충당(민법 제477), 합의충당(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민법 제476, 477조가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합의충당이 유효함)이 있다.

, 법정충당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에 당사자 사이의 합의충당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특정채무에 충당하였는데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을 이유로 묵시적 합의충당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 지정충당에 있어서 충당의 순서

 

민법 제479조가 정한 변제충당의 순서, 즉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는 지정충당으로 변경할 수 없고, 이는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가 지정권을 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15602 판결 :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에 있어서는 민법 제479조에 그 충당 순서가 법정되어 있고 지정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6조는 준용되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충당하여야 하고,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라 할지라도 위 법정 순서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충당의 순서를 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있는 경우이거나 당사자의 일방적인 지정에 대하여 상대방이 지체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묵시적인 합의가 되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법정충당의 순서와는 달리 충당의 순서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12399 판결 등 참조).

 

충당의 순서를 판단함에 있어 원본과 이자를 합한 개별 채무별로 순서를 따져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채무가 있고 변제가 이를 모두 만족시키기 못하는 경우, 여러 개의 이자 채무를 먼저 소멸시키고 난 다음에 여러 개의 원본 채무 중 어떠한 채무에 충당할 것인지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지정권은 우선 변제자(채무자)에게 있고(민법 제476조 제1), 변제자가 지정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변제받는 자(채권자)가 지정권을 가진다(민법 제476조 제2).

 

9. 민법상 변제충당방법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791-798 참조]

 

. 총설

 

 민법에는 지정변제충당(민법 476)과 법정변제충당(민법 477)만 있다.

 

 지정변제충당 및 법정변제충당은 모두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간 합의에 따른 합의변제충당의 유효성도 인정한다.

 

다만, 상대방이 채무자의 변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충당방법을 바꾸기로 하는 합의까지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민법은 비용채권  이자채권(지분적 채권)  원본채권 순으로 충당 순서를 정하고 있다(민법 479).

지정변제충당으로 위 변제충당순서를 바꿀 수는 없다(대법원 1990. 11. 9. 선고 90다카7262 판결 등).

법정변제충당 제도는 채권자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 변제와 변제충당

 

 피고가 항변사유로서 변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대주인 원고에게 일정금원을 지급한 사실과 그 급부가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지급된 사실을 주장ㆍ증명하면 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와 별개의 동종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사실(채무의 발생원인은 하나이나 수개의 급부를 하여야 하는 경우, 예컨대 수개월분의 차임, 수회분의 할부금이 지체되어 있는 경우, 그 전부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한 금원을 변제한 때에도 민법 478조에 따라 변제충당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

 피고가 지급한 급부가 총 채무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한 사실,

 피고가 제공한 급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합의충당, 지정충당, 법정충당 등의 방식에 의하여 다른 채무에 충당된 사실을 주장하며 변제충당의 재항변을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피고로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동종 채무의 발생원인이 무효사유에 해당하여 그 채무가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권리장애사유), 급부 이전에 이미 변제하여 소멸한 사실(권리소멸사유) 등을 주장하며 재재항변을 할 수 있다.

 

⑵ ⓐ, 의 요건사실이 증명되면 일단 변제충당의 문제로 들어가게 되는데 민법 47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분비례에 의한 법정충당 이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변제 충당의 효과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사실을 주장ㆍ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49338 판결).

 

 먼저 합의충당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충당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사실을 주장ㆍ증명하면 될 것인데, 충당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합의할 필요는 없고, 만약 채권자가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순서와 방법으로 충당하기로 하였다면 그러한 내용의 합의충당도 가능하며, 이 경우 채권자가 위 약정에 기하여 스스로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순서와 방법에 좇아 변제충당한 이상 채무자에 대한 의사표시와는 관계없이 충당의 효력이 있다(대법원 1991. 7. 23. 선고 9018678 판결).

 

그런데 이와 같은 충당합의가 약관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고객인 채무자의 정당한 이익을 완전히 무시하여 부당하게 불리할 경우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로 된다. 어음거래약정서 중 변제충당에 관한 조항이 채권자에게 무제한의 포괄적 충당권을 부여하 면서도 그 순서와 방법의 기준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수시로 자의적으로 충당할 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 로서는 충당되는 채무를 알 수도 없게 되어 있고, 심지어는 채권자가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으면서 채무자에게 불리한 순서와 방법으로 변제충당을 한다고 하여도 채무자가 이의를 할 여지도 없게 되어 있는 경우, 위와 같은 약관조항은 고객인 채무자 등의 정당한 이익을 완전히 무시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서 신의성실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이므로 무효이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25938 판결, 2002. 7. 12. 선고 9968652 판결).

이 경우 채무자인 피고로서는 이에 해당하는 사실을 주장하며 재항변할 수 있다.

 

일단 충당에 관한 합의가 인정되면 법정충당을 포함하는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상 모든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기 때문에(대법원 1987. 3. 24. 선고 84다카1324 판결,1999. 11. 26. 선고 9827517 판결, 2009. 6. 11. 선고 200912399 판결) 상대방이 지정충당 또는 법정충당에 관한 주장을 하더라도 이에 관한 판단을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

 

 합의충당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지정충당의 주장이 있으면 법정충당에 앞서 이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각 당사자는 변제충당의 결과가 자신에게 유리한 채무의 지정사실을 들어 안분비례에 의한 법정충당 이상의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

 

변제수령자는 변제자가 지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비로소 지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경우에 있어서도 변제자가 즉시 이의를 하면 그 지정은 효력을 상실하므로(민법 476 2. 변제자의 이의가 있는 경우 법정충당의 문제로 가게 된다는 견해와 변제자의 지정권이 부활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데, 통설은 전자의 입장을 취한다), 대주인 원고가 변제 당시 충당할 채무를 스스로 지정하였다고 하면서 지정충당의 주장을 할 경우 차주인 피고로서는 원고가 지정한 후 즉시 이의를 제기 하였다는 사실을 주장하여 이에 대항할 수 있다. 변제수령자의 지정주장에 대한 변제자의 이의는 항변으로서의 위치를 갖는다.

 

한편, 충당에 관한 지정이 있더라도 민법 479 1항에서 정한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는 변경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212871, 12888 판결).

 

그런데 A, B채무에 각각 비용, 이자, 원본이 있고 변제자가 B채무에 충당할 것을 지정한 경우,  B채무의 비용  이자  원본  A채무의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  B채무의 비용  A채무의 비용  B채무의 이자  A채무의 이자  B채무의 원본  A 채무의 원본의 순서,  비용(법정충당의 순서)  이자(법정충당의 순서)  B채무의 원본  A채무의 원본의 순서 등의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의 견해는 위 판례에 배치되나, , 의 견해 중 어느 것이 타당한 지에 관하여는 아직 판례가 없다.

 

 지정충당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거나 그러한 주장이 없을 경우에는 법정충당의 방식에 의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이행기의 도래  변제이익  이행기의 선도래의 순으로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정하고, 이러한 사항이 동일할 경우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변제에 충당하게 되는데(민법 477), 그 법정변제충당의 순서는 채무자의 변제제공 당시를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71712 판결).

 

이와 같이 법정충당의 순서 자체는 법률 규정의 적용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법률상의 효과이어서 법정충당의 순서에 관한 진술은 비록 그 진술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이를 자백이라 볼 수 없으나, 법정충당의 순서를 정하는 데에 기준이 되는 이행기나 변제이익에 관한 사항은 구체적 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6763 판결).

 

판례에 나타난 변제이익에 관한 예를 보면,  주채무자 입장에서는 보증인이 있는지 여부는 변제의 이익의 차이가 없으나{대법원 1997. 7. 25. 선고 9652649 판결, 주채무자 입장에서 물상보증인이 제공한 물적 담보가 있는 채무와 그러한 담보가 없는 채무 사이에도 변제이익의 차이가 없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8250 판결)}, 보증인의 입장에서는 보증인으로서 부담하는 보증채무(연대보증채무 포함)가 자신의 채무에 비하여, 연대채무는 단순채무에 비하여 각 그 변제의 이익이 적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55543 판결,2002. 7. 12. 9968652 판결).  변제자가 발행 또는 배서한 어음이 담보로 제공된 채무가 그렇지 않은 다른 채무에 비하여 변제의 이익이 많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 22281, 22298 판결).

 

. 변제충당의 법리

 

 변제충당의 의미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 어느 채무를 소멸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변제충당이다(민법 제476, 477, 479).

 

 계약충당(합의충당)

 

변제충당의 경우에도 당사자 일방의 지정에 의한 충당 방법(민법 제476)이나 법률의 규정에 따른 충당순서에 의한 충당 방법(민법 제477, 479)이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앞서 당사자 사이의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한 충당 방법이 우선한다.

 

 지정충당

 

 민법 제476조는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는 변제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변제자가 전항의 지정을 하지 아니할 때에는 변제받는 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변제자가 그 충당에 대하여 즉시 이의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당사자 일방의 지정에 의한 충당 방법인 지정충당이다.

 

 민법 제476조의 취지는, 지정권이 우선 변제자에게 있고 변제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으며 상대방은 이의할 수도 없는 반면, 변제자의 지정이 없는 경우에 지정권은 변제받는 자에게 넘어가지만 이에 대하여 변제자의 이의가 있으면 변제받는 자의 지정은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제자의 지정권도 항상 최우선일 수는 없으며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경매 등의 영역과 뒤에서 보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를 정한 민법 제479조이다.

 

 법정충당

 

 민법 제477조는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한다. 1. 채무 중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도래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면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2. 채무 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3.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같으면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나 먼저 도래할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4.  2호의 사항이 같은 때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정충당이 없는 경우 또는 변제받는 자의 지정충당에 대하여 변제자가 이의한 경우에는 법정충당을 하여야 한다.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

 

 민법 제479조는  채무자가 1개 또는 수개의 채무의 비용 및 이자를 지급할 경우에 변제자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한 급여를 한 때에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하여야 한다.  전항의 경우에 제477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지정충당과 법정충당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이에 어긋나는 일방적인 충당지정은 효력이 없다(대법원 1981. 5. 26. 선고 803009 판결).

 

. 강제경매절차에서의 변제충당방법

 

대법원은, 부동산 강제경매절차에서의 배당금에 대하여, 민사집행법 소정의 부동산 강제경매제도의 목적이나 성질 그리고 그 절차에 관한 여러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합의충당이나 지정충당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1. 7. 23. 선고 9018678 판결).

 

.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의 변제충당방법

 

 구 경매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배당금에 대해 당사자 사이의 합의충당을 허용하고 있다. 즉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는 지정변제충당은 허용하지 않으나 합의에 의한 변제충당은 허용하였다(대법원 1991. 7. 23. 선고 9018678 판결,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17092 판결).

 

 구 경매법 폐지후의 판결

 

대법원은, 구 경매법이 폐지되고 난 뒤 담보권의 실행 등을 위한 경매에 있어서 배당금이 동일 담보권자가 가지는 수 개의 피담보채권의 전부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한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변제충당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에 의한 변제충당은 허용될 수 없고, 이 경우에는 획일적으로 가장 공평·타당한 충당방법인 민법 제477조의 규정에 의한 법정변제충당의 방법에 따라 충당을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임의경매에 있어서도 강제경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합의충당이 허용될 수 없고 법정충당에 의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555504 판결, 1997. 7. 25. 선고 9652649 판결, 1998. 7. 10. 선고 986763 판결, 1999. 8. 24. 선고 9922281, 22298 판결, 2001. 9. 28. 선고 200133352 판결 등).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51339 판결도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결국 현행법 하에서는 강제경매이든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임의경매)이든 합의충당이나 지정충당을 허용할 수 없고, 법률의 규정에 의한 충당만이 인정된다.

 

. 보증계약에서의 변제충당과 변제의 이익

 

 보증인이 있는 경우와 보증인이 없는 경우는 변제의 이익에 차이가 없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26481 판결).

보증인이 없는 채무가 변제이익이 더 크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주채무자 입장에서는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보증인에 대한 구상의무를 부담할 뿐 아니라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종전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이 보증인에게 이전되므로, 변제이익에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주채무자가 변제한 금원은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부터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변제충당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9207141 판결).).

 

 다른 사정(지연손해금 약정)이 없으면, 변제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에 먼저 충당이 되므로, 보증기간 만료 후 변제한 것이 있으면 보증기간 내에 발생하였던 채무에 먼저 충당된다(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9207141 판결).

다만, 변제 및 변제충당의 순서는 채무자인 피고가 주장 입증하여야 할 사항이다(채무소멸의 항변).

 

10. 3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67-770 참조]

 

. 단축급부 사안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46730 판결 :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피고(건물 신축) - 가인유통(건물 매수인) - 원고들(수분양자)’ 관계에서, 가인유통이 피고에 대한 매매 중도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원고들로 하여금 분양대금 일부를 피고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였는데, 가인유통과 원고들 사이의 분양계약이 해제된 경우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기각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돈은 가인유통과의 계약관계에 따라서 정당하게 받은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 원인이 있으므로, 설령 원고들과 가인유통 사이의 계약 관계가 해제 내지 무효가 되더라도 피고는 원고들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 삼각 부당이득 사안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53733,53740 판결 :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데,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경리업무 담당자가 회사자금의 횡령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회사 명의로 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하여 그 대출금을 편취한 후 이를 회사 또는 그 회사의 채권자인 거래처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여 횡령금 상당액을 변제한 경우, 위 송금 당시 이러한 사정에 대하여 회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위 회사가 금전취득 또는 채무소멸의 이익을 얻은 것은 편취행위의 피해자인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B의 요청에 의해서 CA에게 직접 송금하였는데 B, C 사이의 법률관계가 편취행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형성된 것일 때, 단축급부 사안의 법리와 마찬가지로 AB에 대한 채권이 있으므로 C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채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반환의무가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이와 같은 판례 설시가 반복되어 왔다.

 

부당이득 반환의무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손해를 가하면 발생하는 것인데 중대한 과실유무를 함께 따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리와는 다소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채권자가 편취 등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임을 알았거나 그에 관하여 중과실이 있는 경우 이익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이유로 판례가 형성되었고, 이후 동일한 판례가 몇 차례 반복되고 있다.

 

11. 대상판결의 내용검토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67-770 참조]

 

압류명령의 존재로 인해 피고는 원고에게 큰들에 대한 지급으로 대항할 수 없다.

 

큰들이 원고에게 피고로부터 받은 급부 중 109,000만 원을 전달하고 원고가 이를 압류명령과 무관한 1, 4번 어음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것을 지정하였는데, 채무자가 지정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채권자의 지정에 특별히 이의하지 않았으므로 위 지정충당이 유효하다.

 

결국 큰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급부를 원고에게 전달하였다 하더라도, 추심명령에 따라 추심권자인 원고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채무(1, 4번 어음금 채무) 변제를 위해 지급한 것이 되어, 변제수령자(큰들)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채권자(원고)의 기존 채권을 소멸시킴으로써 원고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없으므로, 민법 제472조에 따른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원고가 큰들에게 1, 4번 어음금 채권이 없이 압류명령의 집행채권인 2, 3번 어음 금 채권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큰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급부를 원고에게 전달하여 위 채권을 소멸시킨 것은 추심권자에 대한 정당한 변제의 전달로서 민법 제472조가 곧바로 적용될 수 있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추심채권 상당액을 모두 지급할 수밖에 없다.

피고가 이중급부의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지만, 이는 압류명령의 존재를 간과한 과실에 기인한 것이어서 형평의 관점에서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