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손해배상소송(일반)

【판례<불법행위책임의 요건(손해의 현실적·확정적 발생)>】《선박제거를 명하는 행정처분에 따른 인양비용과 관련한 '손해'의 의미(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56455 판결), 가해자가 행한 불..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1. 21. 15:12
728x90

판례<불법행위책임의 요건(손해의 현실적·확정적 발생)>】《선박제거를 명하는 행정처분에 따른 인양비용과 관련한 '손해'의 의미(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56455 판결),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제3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한 요건 및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선박제거를 명하는 행정처분에 따른 인양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

 

판시사항

 

[1]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제3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한 요건 및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2]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피해자에게 행정처분이 부과·확정되어 그 이행에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행정처분 당시 위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행정처분이 있은 후 행정처분을 이행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어 오랫동안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행정관청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행정처분의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행정처분의 존재뿐만 아니라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위 손해의 발생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행정처분을 받은 피해자)

 

판결요지

 

[1] 불법행위를 이유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현실로 입은 확실한 손해에 한하므로,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제3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어떤 행정처분이 부과되고 확정되었다면 그 행정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되지 아니한 이상 행정처분의 당사자인 피해자는 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행정처분의 이행에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처분 당시에 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행정처분이 있은 이후 행정처분을 이행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어 오랫동안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행정관청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불이행된 상태를 방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행정처분의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행정처분 당시의 자료와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행정처분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당사자에게 부과된 행정처분을 이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며, 행정처분 발령 당시와 달리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는 그 행정처분의 이행을 강행하여야 할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의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하고, 실제로 행정관청에서 장기간 행정처분이 불이행되고 있음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부과된 행정처분이 취소나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경우라면,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가까운 장래에 그 행정처분을 이행할 개연성을 인정하기 부족하여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위와 같은 손해의 발생 사실은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인 피해자가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 A 소유의 이 사건 선박이 2010. 4. 20. 피고 소유의 선박과 충돌하여 다음 날인 4. 21. 침몰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여수 부근 해상 수심 8090m 심해의 뻘에 묻힌 채 침몰하여 있다.

 

여수해양경찰서장은 2010. 8. 24. 원고 A에게 해상교통안전법 제9조 제3항을 근거로 이 사건 선박의 구난명령(이하 이 사건 구난명령이라 한다)을 통보하였다.

 

여수시장은 2014. 4. 3.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법이라 한다) 6조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의 제거명령(이하 이 사건 제거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 소유의 이 사건 선박이 충돌사고로 침몰하자 여수해양경찰서장은 구 해상교통안전법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난명령을 하였고, 여수시장은 구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제거명령을 하였음. 그러나 수년간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행정대집행이나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행정관청의 조치도 없었다.

 

해양사고 조사기관들은 이 사건 사고 현장을 조사한 각 보고서에서 이 사건 선박이 다른 선박의 항행 안전에 위험을 줄 우려가 없고, 이 사건 선박에서 오염물의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우려도 없으며, 이 사건 선박을 인양할 경우 내부에 안정적으로 고착되어 있던 유류나 아스팔트가 해저에 비산되어 추가 오염을 일으킬 수 있고, 선박 인양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유사한 사례도 거의 없어 인양 비용이나 위험의 정도가 상당히 높지만 이를 실제로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원고 회사는 원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이 사건 선박을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원심은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이 사건 선박과 충돌한 상대 선박의 선주)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선박의 제거에 따른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다.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제3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한 요건 및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이다.

작위의무를 명하는 행정처분이 장기간 이행되지 않고 그에 대한 제재도 없었던 경우 그 행정처분의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행정처분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가 문제된다.

 

⑵ 해저에 침몰한 선박에 대하여 행정청이 선박 제거명령을 하였으나, 장기간 그 행정명령이 이행되지 않고 있고 그에 대한 제재도 없었던 경우라면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선박 인양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명령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행의무자가 가까운 장래에 이를 이행할 것으로 보고 그 이행에 따른 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이 경우 원심은 침몰선박에 대한 제거명령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와 관계 법령상 요건과 관련하여 여전히 그 이행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및 나아가 각 행정명령이 장기간 불이행되고 있음에도 행정관청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사정이나 행정명령의 철회 또는 취소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보아 가까운 장래에 행정명령의 이행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의 제거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에 관하여 심리해 보았어야 한다.

 

3. 불법행위에서 손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5, 김호용 P.157-180 참조]

 

. 손해의 개념, 의의

 

손해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익에 대한 침해로 인하여 생긴 불이익이고, 손해배상의 목적은 위법행위로 발생한 불이익을 복구하는 데 있다.

 

손해의 개념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대법원 판례는 차액설을 기초로 하여 규범적 평가설을 반영하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18349, 18356 판결 :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는 그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로서, 그것은 기존의 이익이 상실되는 적극적 손해와 장차 얻을 수 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소극적 손해를 포함하는 것인데, 이러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손해의 현실성확실성이라는 표지는 이미 손해의 상태가 발생한 경우 외에 장래 손해의 발생이 확실한 경우도 포함하며, 가해행위로 인한 법익침해의 회복을 위하여 금전을 실제로 지출한 경우만이 아니라 그 내용이 확정된 경우도 포함한다.

 

. 손해와 손해액의 증명

 

증명책임

 

손해 사실의 증명이 없으면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고, 그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원고에게 있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053038 판결,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58959 판결 등 참조).

 

그 증명의 정도는 불법행위의 다른 성립요건과 마찬가지로 법관에게 확신을 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7730 판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65097 판결 참조) 또한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액에 대한 입증도 필요하다.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은 불법행위 시이나, 불법행위 시와 결과발생 시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결과가 발생한 때에 불법행위가 완성된다고 할 것이므로 불법행위가 완성된 시점, 즉 손해발생 시가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이 된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545605 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65710 판결 등 참조).

 

손해발생 시점이라 함은 가해행위에 의하여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한 시점을 말하는 것이지 법익침해에 따른 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향후치료비 손해의 경우 손해발생 시점은 향후치료비 지출시점이 아니라 향후치료를 요하는 상해가 발생한 시점이 손해발생 시점이 되고, 일실수입 손해의 경우에도 수입을 상실케 한 법익침해 시에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된다.

 

. 3자에게 의무 또는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의 손해

 

3자에 대한 채무부담과 관련한 판례의 태도

 

판례에 의하면, 단지 제3자에게 어떤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아직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적어도 피해자가 제3자로부터 채무의 이행을 청구당하고 소송까지 제기당하는 등으로 그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비로소 피해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피해자에게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29948 판결,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22833판결 참조).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29948 판결(3자가 외국의 기관으로서 원고와의 약정에 기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것인지 여부가 매우 불확실한 사정이 있는 사안)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29948 판결은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현실로 입은 확실한 손해에 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 또는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어떤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상대방에게 채무액과 동일한 배상을 구하기 위하여 는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ㆍ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하여야 할 성질의 것임을 요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고가 이란국 수산청과 사이에 임의로 어선을 조업해역에서 철수시킴에 따라 입어료에 해당하는 어류에 대한 납품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약정 입어료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서, 피고가 임의로 어선을 철수시킴에 따라 입어료에 해당하는 어류를 납품시키지 못하였지만 원고가 이란국 수산청으로부터 입어료 상당의 손해배상금 지급청구를 당한 사정이 없어 보이므로 원고와 이란국 수산청 사이의 손해배상금 지급약정만으로 원고에게 위 입어료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사례이다.

 

또한, 판례는 변제공탁에서 과실이 있더라도 다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가능성이 있다거나 불법행위 이후 손해발생과 관련한 사정이 소멸한 경우에는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58959 판결은 제3채무자가 변제공탁을 하면서 그 공탁원인사실에 가압류채권자의 가압류에 관한 기재를 누락하는 등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사정을 들어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대법원 1998. 8. 25. 선고 974760 판결은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가등기 등을 각 경료하였더라도 그 후 그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등기 자체가 말소된 경우에는 위 매수인이 그 피담보채무 또는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를 현실적으로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자에게 의무 또는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판례의 태도에 의하면,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는지의 여부는 사회통념에 따라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가치평가 내지 판단이 따르는 문제이다.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제3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할 것인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채무부담으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 피해자의 처분의 자유

 

처분의 자유란 피해자가 손해배상금액을 받은 후에 실제로 원상회복을 위해 그 배상금을 사용하지 않고 받은 배상금액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가 수리비나 치료비와 같이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을 아직 지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되는 수리비 견적서나 치료비 견적서에 의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때에 규범적 손해개념에 의하면 이미 피해자의 해당 법익에 대한 완전성이 침해되었고 이를 손해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원상회복을 위한 금액은 실제 그 목적에 사용했는지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귀속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피해자에게 처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 자신의 법익에 발생한 불이익이 아니라 제3자에 대한 의무부담의 이행으로 인하여 향후 발생하는 손해는 규범적 손해개념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그 의무부담에 따른 비용을 실제 목적과 방법에 따라 지출하지 않는 한, 피해자에게 귀속되는 불이익이 아니므로 피해자가 이를 손해배상으로 지급받은 이후에 이를 그 비용으로 실제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처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소결

 

피해자의 제3자에 대한 의무부담을 손해로 파악하기 위하여는 그 의무부담이 사회통념에 따라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하여야 할 성질의 것임을 요한다.

 

피해자가 가해행위로 인하여 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을만한 단순한 가정적상태만으로는 손해라고 할 수 없다.

 

피해자의 의무부담 자체가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의무부담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하여 확정된 경우[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22833 판결(부동산 교환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제3자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하여 패소판결을 선고받고 다른 부동산을 가압류당한 경우)]나 당사자의 약정 또는 사실상의 이유로 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대법원 1988. 12. 27. 선고 87다카2323 판결,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28568 판결)를 예로 들 수 있다.

 

3자에 대한 의무부담의 이행으로 인하여 향후 발생하는 손해에 대하여는 피해자에게 처분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고, 지급받은 손해금은 그 비용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손해와 손해액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원고에게 있고, 그 증명의 정도는 법관에게 확신을 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4.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 사건 선박 제거비용 상당의 손해가 확정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는지 여부)[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5, 김호용 P.157-180 참조]

 

. 행정명령의 이행의무에 따른 손해에 관한 판례 검토

 

행정명령에 따른 이행의무 또는 이행 비용을 손해로 인정한 판례

 

판례는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로 인하여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정화비용 등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66549 전원합의체 판결 :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또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지하까지 토지를 개발ㆍ사용하게 된 경우 등과 같이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거나 구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하여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음에 따라 마찬가지의 상황에 이르렀다면 위법행위로 인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 사안은 오염물질의 존재와 오염원인 발생자, 이를 제거하거나 정화할 필요성이 명확하고 그 정화의무를 현실적으로 이행하는 데 장애가 없는 상황에서, 행정청의 정화명령에 따른 것이든 토지의 사적 활용을 위한 것이든 그 정화 조치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세부과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납세의무가 확정적으로 발생하고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본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14604 판결 : 학교법인의 물상보증인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에 있어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경매로 인하여 물상보증인에게 양도소득세 등이 부과되고 그 부과처분이 확정되었다면 그 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되지 아니한 이상 피고지자는 납세의무를 확정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채무부담 역시 손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비록 그 해당 세금이 납부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손해는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과세부과처분에 의하여 납부된 조세의 부당이득 성립 여부는 행정행위의 존재 여부가 선결문제이고 과세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닌 경우, 행정처분의 공정력이 직권 또는 쟁송취소에 의하여 배제되지 아니하는 한 행정처분의 공정력으로 인하여 부당이득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 사안이다(대법원 1999. 8. 20. 선고 9920179 판결 등).

 

하급심판결 중 관할 행정청이 불법 건축물임을 이유로 그 소유자에게 철 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는 불법 건축물 가액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본 사례가 다수 있다(수원지법 2009. 2. 13. 선고 200818922 판결, 대전지법 2016. 11. 29. 선고 2014가단212824 판결, 인천지법 부천지원 2018. 8. 28. 선고 18가단100177 판결 등).

 

소결

 

일반적으로 행정명령에서 상대방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상대방은 그에 구속되어 이행의무가 인정되고, 불법행위의 가해자에게 그 이행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그 이행 비용을 손해로 파악할 수 있다.

 

행정청의 철거명령, 오염물 제거명령 등 행정처분에 따른 이행의무의 비용을 손해로 인정하는 판례들의 사안은 그 처분에 따라 당사자가 처분을 이행할 것이 바로 예정되고 그 이행에 관하여 별도의 사정변경이 없으리라는 사정 또는 그에 관한 소송상의 주장이 없는 경우를 전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행정명령에 따른 손해의 발생은 원고가 제3(국가)에게 부담하는 의무의 이행에 따른 것으로 이 사건 선박이 제거되기 이전에 그 의무부담이 확실한지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인데, 그에 필요한 비용을 현실성, 확정성을 갖춘 손해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선박이 제거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비용이 선박이 제거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확실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선박의 항행 안전 또는 수질오염의 위험요건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볼 사정이 있고 사실상 장기간 그 이행이 이루어지거나 강제되지 않았으며 선박을 인양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경제적 어려움도 상당히 높아 이 사건 행정명령에 따른 현실적 이행에 장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사정들은 그 이행의무의 실행가능성의 정도, 이행강제의 여부와 행정명령을 불이행 할 경우 그에 따른 제재의 가능성 등의 관점에서 손해의 현실성확실성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 사건에서는 행정명령의 존재 자체만으로 그 이행비용을 바로 현실적확정적인 손해로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손해의 현실적 발생에 대한 입증의 정도와 판단 방법

 

입증책임

 

원고 A에게 손해의 발생 및 손해액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데,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해 일응 이 사건 선박의 제거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한 입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선박 제거와 관련한 근거 법령상 위험요소의 사정변경을 나타내거나 선박 제거의 필요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자료들을 제출하였고 그에 따라 그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을 여지가 있다는 사정을 반증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 A는 이 사건 행정명령의 존재 이외에 위 명령이 이행될 가능성과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 등 더 구체적인 손해의 입증을 하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의 이행가능성과 관련한 손해의 현실화 판단

 

불법행위의 결과로 피해자가 행정처분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 그 즉시 이행의무가 발생하므로, 비용을 수반하는 행정처분으로 인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정처분 당시에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처분이 있은 이후 장기간 그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에 대한 강제이행 조치가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경우라면 행정처분 당시의 자료뿐만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 행정처분의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선박 제거에 따른 비용을 손해로 파악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행정명령의 이행이 가능하고 그 필요성이 있어 위 행정명령에 따른 선박 제거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확실하게 예상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은 행정명령에 따른 이행의무가 가능한지, 그 이행의 필요성이 있는지 불확실한 사정이 있다.

 

이 사건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적고, 행정명령의 취소나 철회 가능성도 높으며, 사실상 이 사건 선박을 인양할 현실적 가능성도 낮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행정명령에 따른 선박 제거의무가 이행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이므로, 선박 제거에 필요한 비용상당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어떤 행정처분이 부과되고 확정되었다면 그 행정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되지 아니한 이상 행정처분의 당사자인 피해자는 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행정처분이 있은 이후 행정처분을 이행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어 오랫동안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행정관청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불이행된 상태를 방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처분의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행정처분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445-446 참조

 

5. 판례해설 : 불법행위책임의 요건-손해의 현실적․확정적 발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445-446 참조]

 

. 불법행위 손해배상 : 손해는 현실적 · 확정적으로 발생한 것이어야 함

 

불법행위에서 손해는 현실적 · 확정적으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16217833 판결의 분석

 

등기공무원의 잘못으로 대지권의 표시가 잘못 기재된 등기가 마쳐졌고, 중간 매수인이 최종 매수인으로부터 부족 지분에 대한 배상을 요구받자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중간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례는 최초 매수인뿐만 아니라 그 등기 기재를 믿고 매수한 모든 매수인들의 손해가 전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최종 매수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면 인용되었을 것이다.

위 판결은 중간 매수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으로서, 대법원은 중간 매수인이 최종 매수인으로부터 부족 지분에 대한 배상을 요구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손해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중간 매수인이 패소 판결 확정 이후에 최종매수인에게 실제 배상을 하게 되면, 손해 발생시점이 변론종결일 이후여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기판력이 미치지 않음).

최종 매수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중 지급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타당한 결론이다.

 

대법원 2017276679 판결(포항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담합 사건)의 분석

 

입찰 참가자들이 담합하여 높은 금액으로 낙찰을 시켜서 한 회사가 이득을 얻고, 나머지 회사들은 설계비를 보상받아 지출한 비용을 회수해 간 사실이 적발되었는데, 낙찰자와의 계약을 취소하지는 않고 입찰 참가자들 상대로 정상적인 낙찰가격과의 차액을 공동불법행위로 청구한 사안이다.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하였는데, 대법원은 계약 체결에 따라 채무를 부담하게 된 시점에 손해가 발생하였고, 따라서 계약체결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국가이어서 채무를 변제하지 않거나 집행을 당하지 않을 방법이 없으므로, 채무를 부담하게 된 시점에 손해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국가가 실제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에는 공사대금 채무가 소멸하므로, 그때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 대상판결의 검토

 

앞서 본 두 판례를 기초로 대상사건을 보면, 이 사건은 원고 회사가 실제로 채무를 이행할 가능성도 높지 않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이 사건 선박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채무가 확실하지 않으므로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경우 원고 회사가 실제 비용을 지출하여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되었을 때 다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