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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 승인】《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의 법적 성질 및 효력 범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4. 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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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 승인】《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의 법적 성질 및 효력 범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의 '승인(민법 168조 제3, 177)'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352-356 참조]

 

. 의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법적 성질은 의사표시가 아니라 관념의 통지이다.

 

. 주체

 

 시효완성의 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자는 시효완성의 이익을 받을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그 밖의 제3자가 시효완성의 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시효완성의 이익을 받을 자에 대한 관계에서 아무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53366 판결,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6479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239744 판결(이행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승인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중단 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승인을 하는 자는 그 권리를 관리할 능력과 권한만 있으면 충분하다(177조 반대해석). 따라서 예를 들어 처분권한이 없는 부재자재산관리인(25)도 유효하게 승인행위를 할 수 있고, 비법인사단의 대표자는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당해 비법인사단의 채무에 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을 할 수 있다.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64383 판결 : 민법 제275, 27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므로(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60072, 6008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비법인사단이 총유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의 처분이 따르는 채무부담행위로서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나, 그 매매계약에 의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데 불과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는 행위가 아니어서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대표자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는 승인을 하는 경우에 있어 주민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승인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 상대방

 

 시효로 인해 권리를 잃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56310 판결)이 승인의 상대방이다.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56310 판결 : 주식회사인 채권자의 외부감사인이 채권자에 대한 회계감사를 위하여 채권자의 재무제표에 기재된 매출채권 등 채권의 실재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서 채권자가 외부감사인으로 하여금 해당 채권의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 존부 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거나 해당 채무자로부터의 채무승인의 통지를 수령할 권한을 배제하겠다고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감사인은 채권자와의 외부감사인 선임계약에 기초하여 피감 주식회사가 가지는 재무제표상 매출채권, 대여금채권 등의 채권과 관련하여 그 채무자로부터 적법한 감사활동의 일환으로 행하여지는 채무 확인 등의 절차를 통하여 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의 통지를 수령할 대리권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가령 채무자가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대하여 채무를 승인하는 진술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소멸시효중단 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으로 볼 수 없으며(대법원 1999. 3. 12. 선고 9818124 판결), 채무자가 2번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고 하여 1번 저당권자에게 그 피담보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시기

 

승인은 소멸시효의 진행이 개시된 이후에만 가능하고 그 이전에 승인을 하더라도 시효중단의 효과가 없다[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52568 판결. 이 판결에서는 병원의 입원 환자에 대한 치료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치료비채권(163조 제2항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림)의 소멸시효는 특약이 없는 한 개개의 진료가 종료될 때마다 진행한다고 하면서 비록 입원 치료 중인 환자라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가 퇴원시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병원의 <의료계약시 환자가 입원료 기타 제 요금이 체납될 시는 병원의 법적조치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는다.”라고 약정하였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비채무를 승인한 것이다>라는 재항변에 대하여, 당시 치료비채권은 발생하지도 아니하여 그에 관한 승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를 배척하였다].

 

. 승인의 방법

 

 승인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문서의 형식으로 승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명시적 승인뿐만 아니라 묵시적 승인도 가능하다.

 

 묵시적 승인의 긍정 사례

 

 일부 변제

 

동일 당사자 간의 계속적인 금전거래로 인하여 수 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무의 일부 변제는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한 이상(즉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이상) 그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동일 당사자 간에 계속적인 거래관계로 인하여 수 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모든 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채무의 일부로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수 개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승인을 하고 변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781790 판결 등). 동일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다수의 채권이 존재하는 경우 채무자가 변제를 충당하여야 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제는 모든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서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을 가진다. 채무자는 자신이 계약당사자로 있는 다수의 계약에 기초를 둔 채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변제 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변제를 하였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수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그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239745 판결). 그러나 그 채무가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그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고, 특히 채무자가 가압류 목적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받을 목적으로 피보전채권을 변제하는 경우 또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기 위하여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별개의 채무에 대하여서까지 채무를 승인하거나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14936 판결,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64793 판결 참조).

 

 담보의 제공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담보 목적의 가등기를 설정하여 주는 것은 제168조 소정의 채무의 승인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22676 판결). 하지만 채권자가 담보가등기를 마친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더라도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12701 판결 참조). 다만,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80. 5. 13. 선고 78179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가등기를 경료하고 부동산을 인도하여 준 다음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경우라면 채권자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동안에는 채무자가 계속하여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51028 판결).

 

 기한유예 요청 등

 

가령 채무자가 채권자의 변제독촉에 대하여 형편이 나아지면 갚겠다고 한 경우에는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취득시효와 관련하여, 점유자가 소송계속 중 분쟁해결을 위한 방편으로 소유자에게 토지를 매수하겠다고 제안한 것만으로는 소유권의 승인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81. 7. 14. 선고 81 64 판결 등). 회생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변제기 유예 합의도 채무에 대한 승인이 전제된 것이므로 채무승인의 효력이 있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6208303 판결).

 

 면책적 채무인수

 

면책적 채무인수가 있은 경우, 인수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채무인수와 동시에 이루어진 소멸시효 중단사유, 즉 채무승인에 따라 채무인수일로부터 새로이 진행된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912376 판결).

 

 기타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총유물의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 위하여 매수인과 함께 법무사 사무실을 방문한 행위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는 승인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64383 판결).

 

 묵시적 승인의 부정 사례

 

 계속적 거래에서 동종 물품 주문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외상대금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 거래로 인한 각 외상대금채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개별적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지 거래종료일부터 외상대금채권 총액에 대하여 한꺼번에 소멸시효가 기산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대법원 1978. 3. 28. 선고 772463 판결, 1992. 1. 21. 선고 9110152 판결 등 참조), 각 개별거래시마다 서로 기왕의 미변제 외상대금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확인된 대금의 일부를 변제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새로이 동종 물품을 주문하고 공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왕의 미변제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59959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68940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이 이루어진 것만으로는 채무자인 피고가 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대여금 채권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에는 채권자나 구체적 채무내역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재무제표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결의는 회사의 대내적 업무처리 과정일 뿐 채권자 등에 대한 대외적 의사표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42922 판결).

 

. 승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와 액수를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하면 충분하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2947 판결,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59959 판결,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205127 판결).

 

 승인은 시효의 이익을 받는 이가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그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65864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할 필요도 없다.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45566 판결 :  과의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하여 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고 등기명의를 신탁하였으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실명등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위 부동산의 회복을 위하여 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근거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이 위 부동산이 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의 소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로서 관련 세금의 부담과 같은 재산적 지출을 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의 대내적 소유권을 인정한 데에는 에 대하여 소유권등기를 이전·회복하여 줄 의무를 부담함을 알고 있다는 뜻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표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 후  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한 때까지는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그 무렵까지 의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그리고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25299 판결 등 참조).

예컨대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은 공탁이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사실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탁의 경위와 목적 및 공소사실의 다툼 여부, 인정되는 손해배상채무의 성격 및 액수와 공탁금액과의 차이, 그 밖의 공탁 전후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36735 판결 :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제1심판결 및 항소심판결 선고 전에 각 1,000만 원을 공탁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도 하지 않고 공탁금 회수제한신고서도 첨부한 사안에서, 채무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채무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형사재판과정에서 그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곤란하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공탁에 의하여 당시 그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위 각 공탁에 의하여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채무 전액에 대한 승인의 효력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 효과

 

승인의 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때에 소멸시효가 중단되고, 그 다음 날부터 새롭게 시효가 진행한다.

 

. 주장·증명책임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자(채권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한편 원고가 소장에서 피고들이 지연손해금의 일부를 변제하였으니 나머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는 주장을 한 것만으로는 이를 일부변제가 있었으니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78. 12. 26. 선고 781417 전원합의체 판결).

 

2.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의 법적 성질 및 효력 범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313-1317 참조]

 

. 승인은 관념의 통지

 

 승인은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등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19)’을 표시하는 관념의 통지(준법률행위)이다(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2947 판결, 2005. 2. 17. 선고 20045995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및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반소피고) 1998. 3. 31.부터 2001. 6. 30.까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요청에 따라 매 분기 말일에 이 사건 물품대금이 포함된 잔액확인통지서를 작성·교부하여 준 행위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하거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하여 피고가 채무의 변제를 유예해 주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약 그 유예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변제유예의 의사를 표시한 때부터, 그리고 유예기간을 정하였다면 그 유예기간이 도래한 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한 피고의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채무의 변제가 유예되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유예된 변제기한에 관계없이 소멸시효는 진행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심의 이러한 잘못은 피고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일부 변제, 변제 약속, 변제기 유예 요청 등이 승인에 해당한다.

 

. 일부 변제의 경우 승인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채무의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경우 채무의 일부 변제는 채무 전부에 대한 승인에 해당한다.

채무의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표시로 볼 수 없다.

 

⑵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따른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의 경우,  원금과 지연손해금의 경우, 어느 일부만 변제하여도 채무 전부에 대한 승인 효력이 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99105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20604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99105 판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위와 같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2002. 9. 4.부터 3년 이내인 2003. 1. 25.과 같은 해 2. 28.에 치료비를 지급하였고, 다시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05. 9. 23.과 같은 해 9. 26.에 치료비를 지급하는 등 소멸시효 완성 전에 원고에 대한 치료비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도,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구하는 손해배상금은 일실수입과 위자료로서 피고가 채무를 승인한 적극적 손해(치료비)와는 소송물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치료비 지급으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원고가 구하는 일실수입과 위자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신체의 상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가해자에게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에 있어서는 그 소송물인 손해는 통상의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 재산상 손해와 일실수익 상실에 따르는 소극적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고통에 따르는 정신적 손해(위자료) 3가지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으나(대법원 1976. 10. 12. 선고 76131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치료비를 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2006. 12. 28. 법률 제8127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9조 제1항 단서, 11조 등의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그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 손해에 한정하여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20604 판결 :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7817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부동산을 인도하여 준 다음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

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경우라면, 채권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동안에는 채무자가 계속하여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51028 판결 참조).

 

3. 소멸시효의 중단과 승인

 

가. 소멸시효의 중단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그때까지 진행한 시효기간을 소멸하게 하고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의 기간을 진행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는 일단 진행된 시효기간을 그대로 인정하는 소멸시효의 정지와는 구별된다.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의무자의 법적 안정을 위하여 그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이다. 그런데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자가 그의 의무를 인정하는 등 계속되는 권리불행사 상태와 상용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더는 그 사실상태를 존중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미 진행한 시효기간의 효력을 아예 상실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 소멸시효의 중단은 바로 이러한 근거에서 마련된 제도이다.

 

 소멸시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증명하면, 소멸시효 완성을 저지하려는 자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를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변론주의 원칙상 시효중단의 효과를 원하는 당사자로서는 시효중단의 명시적 주장 내지 적어도 그러한 취지의 주장은 하여야 하고, 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에 관한 당사자 주장의 의사해석상 시효중단의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시효중단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판단할 것은 아니지만, 그 주장책임의 정도에 있어서는 묵시적 주장이나 간접적 주장을 폭넓게 인정하고 석명권의 적절한 행사로 구체적 타당성을 꾀함이 타당하다.

 

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기간의 진행 중에만 문제가 되고 시효 완성 후의 승인은 시효이익의 포기의 문제일 뿐이다.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표시의 방법은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하므로[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59959 판결(원고와 계속적인 물품외상거래를 하던 피고가 단순히 기왕에 공급받던 것과 동종의 물품을 추가로 주문하고 공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왕의 채무의 존부 및 액수에 대한 인식을 묵시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안)] 묵시적 승인을 주장하는 채권자로서는 당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기왕의 채무의 존부와 액수에 대한 인식을 표시한 사실을 근거지우는 구체적 사실을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

 

 승인에는 상대방의 권리에 관한 처분의 능력이나 권한이 있음을 요하지 않으나(민법 177), 그 반대해석상 그 권리를 관리할 능력이나 권한은 있어야 하므로, 피고로 서는 승인 당시 채무자에게 관리능력 또는 권한이 없었던 사실(예컨대,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법률행위를 피한정후견인이 한정후견인의 동의 없이하여 한정후견인이 이를 취소한 사실 또는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승인하여 법정대리인이 이를 취소한 사실 등을 재재항변사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을 재재항변으로 주장하며 승인의 효과를 다툴 수 있다. 

다만, 3자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승인을 주장하는 자가 제3자에게 승인할 권한이 있음을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70. 3. 10. 선고 69401 판결 참조).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시효가 새로이 진행하므로 피고는 시효중단사유가 있더라도 그 사유종료시로부터 시효가 다시 진행하여 그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한 사실을 들어 다시 시효소멸의 항변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 주장은 시효중단의 재항변에 대한 재재항변이 아니라 당초 시효소멸의 항변과 병렬적 위치를 갖는 또다른 항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고의 시효중단의 재항변에 대하여 피고는 민법 170조 내지 17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는 경우에 관한 사실을 주장하며 재재항변을 할 수 있다.

 

채권자가 소의 제기사실을 주장하며 시효중단의 재항변을 하면, 채무자는 재재항변으로서 그 소송이 각하, 기각 또는 취하로 종결되었음을 주장ㆍ증명하면 된다. 또 채권자가 문제된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가압류하였다고 재항변하면, 채무자는 그 가압류가 소명부족 등으로 취소된 사실을 주장하며 재재항변할 수 있다.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금전채권에 대하여 가압류가 행하여진 경우에 그 후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그 집행이 취소되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소급적으로 소멸되나(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53273 판결), 적법한 가압류가 있었으나 제소기간의 도과로 인하여 가압류가 취소된 경우에는 민법 제175조에 정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88019 판결).

 

다. 변제충당과 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 승인의 인정범위 [= 채무자가 변제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채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경우 모든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39745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동일한 채권자에게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채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변제금을 지급한 경우 모든 채무에 대하여 채무 승인의 효과가 미치는지(적극)이다.

 

 동일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다수의 채권이 존재하는 경우 채무자가 변제를 충당하여야 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제는 모든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서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을 가진다. 채무자는 자신이 계약당사자로 있는 다수의 계약에 기초를 둔 채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변제 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변제를 하였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수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그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⑶ 대법원은, 원고에 대하여 A 채무와 B 채무를 함께 부담하고 있던 피고가 변제를 충당하여야 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채 두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변제금을 지급하였는데, 위 변제로 인한 채무승인의 효과가 A, B 양 채무에 미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