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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조건성취방해, 조건성취의제, 정지조건과 불확정기한의 구별>】《조건의 성취방해로 인한 조건의 성취 의제,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사례(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7. 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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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조건성취방해, 조건성취의제, 정지조건과 불확정기한의 구별>】《조건의 성취방해로 인한 조건의 성취 의제,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사례(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26664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조건부 약정을 체결한 당사자가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를 한 경우 조건의 성취를 의제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조건의 성취가능성(인과관계)이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의 의미 및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가 이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 일방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주식회사가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전자제품을 개발·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을이 갑 회사에 투자하면서 갑 회사는 을에게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 시마다 수익금 중 10%를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을이 갑 회사를 상대로 갑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이라는 투자상환금 지급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었다고 주장하며 약정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개발하려는 전자제품 판매로 인한 매출 발생 가능성 자체가 현저히 낮았다면 사업 진행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처음부터 그러한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 등만으로 갑 회사가 매출 발생이라는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경우라고 평가하기 부족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일방 당사자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의해 그 상대방이 발생할 것으로 희망했던 결과까지 의제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방해행위로 인하여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위와 같은 경우까지 조건의 성취를 의제한다면 단지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조건 성취로 인한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평·타당한 결과를 초과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방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는지는 당사자들이 조건부 법률행위 등을 하게 된 경위나 의사, 조건부 법률행위의 목적과 내용, 방해행위의 태양, 해당 조건의 성취가능성 및 방해행위가 조건의 성취에 미친 영향, 조건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갑 주식회사가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전자제품을 개발·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을이 갑 회사에 투자하면서 갑 회사는 을에게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 시마다 수익금 중 10%를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을이 갑 회사를 상대로 갑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이라는 투자상환금 지급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었다고 주장하며 약정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관련 전자제품을 실제 양산·판매하여 매출을 발생시키려는 의사나 능력 없이 을로부터 투자금을 지급받기만 하였다면 투자협정의 상대방인 을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는 있으나, 투자협정 체결 당시 해당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을도 매출 발생이라는 조건이 성취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등 갑 회사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을이 갑 회사의 전자제품 개발·판매 사업이 성공할 것으로 신뢰하였거나 이를 기대하여 투자를 하였더라도, 갑 회사가 개발하려는 전자제품 판매로 인한 매출 발생 가능성 자체가 현저히 낮았다면, 갑 회사가 사업 진행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처음부터 그러한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 등만으로 갑 회사가 매출 발생이라는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경우라고 평가하기 부족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 이동진 P.458-484 참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971-2972 참조]

 

. 사안의 개요

 

원고는 피고 회사(지적재산권 활용한 전자제품 개발ㆍ판매)에 투자하면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 시마다(‘이 사건 조건‘) 수익금 중 10%를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정을 체결하였다.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인은 제품설명회 등에서 다수의 유통점주들을 기망하여 유통점 계약 신청금, 제품 선급금 등을 편취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피고 회사가 처음부터 이 사건 조건을 성취할 의사가 없었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매출을 발생시키지 않았으므로, 조건의 성취가 의제(민법 제150조 제1)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 회사에 대하여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기망행위로 이 사건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피고 회사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 성취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음 피고 회사가 사업 진행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처음부터 그러한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 등만으로 이 사건 조건성취를 방해한 경우라고 보기 어려움).

 

. 사실관계

 

피고(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2006. 2. 7. 설립되어 전자제품 입력장치에 관련된 특허를 활용한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 초소형 인터넷 단말기 등 전자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던 법인이다.

 

원고는 2007. 1. 30. 피고 회사에 투자하면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 시마다 수익금 중 10%를 원고의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투자협정(이하 이 사건 투자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한편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A“2009. 5.경부터 2010. 8.경까지 피고 회사의 제품설명회 등에서, ‘당사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인데 유통점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에게만 제품을 공급해 주겠다. 피고 회사는 바로 매출 1조 원 회사가 되기 때문에 유통점주들은 모두 대박이 날 것이다.’라는 등으로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다수 유통점주들로부터 유통점 계약 신청금, 제품 선급금 등을 편취하였다.”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 이 사건 투자협정에 따라 2,600만 원을 투자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로서는 이 사건 투자협정에 따라 원고에게 위 투자금의 5배인 13,000만 원(= 투자금 2,600만 원 × 5)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13,000만 원의 약정금 지급을 구하였다.

 

1심은, 원고가 피고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매출이 발생해야 5배의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그와 같은 매출 발생이 없었고, 피고 회사가 유통점주들로부터 제품 선급금 등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았더라도 이를 피고 회사의 매출 발생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피고 회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이라는 투자상환금 지급 조건(이하 이 사건 조건이라 한다)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약정금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다(= 원고 패소).

 

원고는 원심에 이르러, 피고 회사가 처음부터 전자제품 등을 양산판매하여 이 사건 조건을 달성시킬 의사가 전혀 없었음에도 원고로부터 위 투자금을 지급받기 위해 원고를 기망하는 수법으로 이 사건 투자협정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는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추가하였다.

이에 원심은, 원고가 피고 회사에 투자한 투자금 액수는 1,000만 원이라고 확정한 다음,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A에 관한 관련 형사사건 기록 및 결과 등에 의할 때, 피고 회사가 처음부터 전자제품 등을 양산판매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이므로, 이는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조건의 성취가 의제된다는 보아, 원고의 약정금 청구 중 5,000만 원(= 위 인정된 투자금 1,000만 원 × 5) 부분을 인용하였다(= 원고 일부 승소).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의 의미 및 그 판단기준,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상대방의 방해행위만으로 조건의 성취를 의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2757 판결 참조),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 참조).

 

다만 일방 당사자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의해 그 상대방이 발생할 것으로 희망했던 결과까지 의제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방해행위로 인하여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위와 같은 경우까지 조건의 성취를 의제한다면 단지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조건 성취로 인한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평타당한 결과를 초과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방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조건부 법률행위 등을 하게 된 경위나 의사, 조건부 법률행위의 목적과 내용, 방해행위의 태양, 해당 조건의 성취가능성 및 방해행위가 조건의 성취에 미친 영향, 조건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 1,000만 원을 투자하면서 피고 회사가 전자제품 개발 및 판매 사업을 추진하여 매출이 발생하면 투자금의 5배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상환받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 회사가 관련 제품의 개발 등을 전혀 하지 않는 등 처음부터 조건(위 매출 발생)을 성취시킬 의사가 없었던 이상 위 조건(위 매출의 발생)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 성취가 의제된다면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약정금(투자금의 5배인 5,000만 원)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판시하고, 이 사건의 제반사정상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원고 주장의 사정이 피고 회사의 조건성취 방해행위로 평가된다는 이유만으로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일부환송하였다.

 

3.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사례(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266645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971-2972 참조

 

.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른 조건성취의 의제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함

 

민법 제150조 제1항의 방해한 때에는방해를 하려고 하고, 그에 따라 방해가 된 때에는이라는 의미이다.

민법

150(조건성취, 불성취에 대한 반신의행위)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 위 인과관계는 조건성취를 주장하는 쪽에서 입증하여야 함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조건성취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하여야 한다.

(예시) 어느 냉장고 업체가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모든 고객에게 1,000만 원씩 주겠다라는 공약을 걸고 냉장고를 팔았는데, 갑자기 한국이 16강에 올라갔고, 이에 냉장고 업체가 대한민국 선수들이 묵고 있는 호텔 앞에서 밤새 소란을 피워, 대한민국이 브라질에 패하여 8강 진출에 실패한 경우

고객들은 냉장고 업체의 방해가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고, 그 부분은 사실 인정의 문제이다.

 

결국 조건성취의 의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방해행위, 방해를 시도하였고 그에 따라 방해가 됨, 방해가 없었더라면 성취되었을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판시가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지운 것이 아님을 주의하여야 한다.

 

[참고] 이 사건에서 원고가 승소할 경우,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한 사기죄의 형사판결과 모순관계에 있게 되는 문제가 있다.

 

4. 정지조건과 불확정기한의 구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 이동진 P.458-484 참조]

 

. 조건과 기한

 

조건은 장래 발생 사실이 불확실한 것인 반면, ‘기한은 장래 발생 사실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조건은 그 자체가 확실하지 않지만 불확정기한은 장래 도래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언제 도래할지가 불확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관 사실이 장래 발생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할 경우 이를 기한으로 삼기 부적합하나, 부관 사실 자체만으로 그 사실의 발생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당사자가 채무를 부담할 의사가 분명할 때에는 이행시기만 유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조건과 기한을 구별함에 있어 대법원은 아래 판시와 같이 일정한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는 경우라도 상대방이 그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구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24215 판결 등 :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에 있어서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판시에 따라 조건과 기한을 구별해 보면,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에서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 이를 정지조건으로 보는 반면, 해당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다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구별을 위해서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당사자들이 의도한 구체적인 의사가 무엇인지 먼저 명확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방 당사자가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약정을 하면서 일정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무를 이행한다는 의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지 채무의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매매와 같은 쌍무유상계약에서의 대가 지급이나 본래적 채무의 이행 문제와 관련한 부관의 성질이 다투어지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대가의 지급이라는 결과가 불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는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여금과 같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이를 변제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 채무의 변제와 관련하여 부관이 설정되더라도 그 부관 사실은 원칙적으로 불확정기한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별 기준에 따라 정지조건 내지 불확정기한 여부가 판단된 일부 사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관련 판례

 

불확정기한이라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205127 판결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되고, 채권자가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

 

사안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공장 설립과 관련하여 투자금 45천만 원을 지급받았으나 소외인이 사망하여 쌍방 계약이 상실되었으니 위 45천만 원을 2005. 5. 31. 시흥시 △△동에 있는 주상복합공사와 관련하여 □□□로부터 지급받을 예정인 금액을 받으면 받은 금액의 1/3을 지급하고, 부족분은 피고의 사업 재기 시에 지급한다고 약정한 경우이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 사안과 비교

 

피고 내지 피고 회사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과 사안이 유사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위 사례는 투자금 관련 쌍방 계약 자체가 소멸되어 이를 원상회복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단지 그 반환 시점을 피고의 사업 재기 시라고 정한 경우에 불과하므로 이를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이다. 반면 이 사건의 경우 투자금 자체의 반환이 아니라 투자금의 5배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지급받기로 한 경우여서 위 사례와는 사안상 차이가 존재한다.

 

정지조건이라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50199 판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사정, 즉 피고는 당시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의 제1, 2심에서 모두 승소하여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 있었고, A 등 지분에 관하여 수용재결 신청을 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면서도, 이 사건 합의에서는 위 소송의 항소심에서 인정된 지장물보상대금의 7배가 넘는 거액의 돈을 원고에게 지장물보상대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점, 피고는 원고로 하여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그 형제들인 A 등 지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하여 신속하게 골프장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자 원고와 이 사건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A 등 지분에 관하여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지 못하여 피고가 토지수용 절차를 통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할 경우에도 A 등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외에 별도로 원고에게 거액의 지장물보상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합의에 기한 피고의 지장물보상대금 지급의무는, 피고가 판시 채권가압류 신청을 취하한 때로부터 1개월 이내에, 원고가 자발적으로 피고에게 A 등 지분을 포함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압류 등 일체의 제한을 제거한 상태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것 등을 정지조건으로 한 의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판시 인정 사실과 같이 수차례에 걸친 피고의 이행최고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판시 채권가압류 신청 취하일로부터 5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원고는 피고에게 A 등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지 아니하였고, 이에 피고가 사업상의 막대한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수용절차를 통하여 A 등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것이라면, 원고가 위 정지조건을 성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위 지장물보상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에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판시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은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행위의 해석, 정지조건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

 

사안

 

피고(매수인)는 원고(매도인)로부터 토지를 7억 원 상당으로 정하여 매수하고 그 계약금 및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 지급과 동시에 소유권이전을 구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잔금 지급과 동시이행 조건부로 승소 취지의 제1심판결을 선고받았다. 그 후 피고는 원고를 위해 잔금을 변제공탁하였는데, 항소심에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추가로 지장물보상대금 16,500만 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항소심판결을 선고받았다.

원고가 재차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 소송 외에서, 원고와 피고는 별도 합의를 하면서 원고가 위 토지에 관한 지분담보 등을 모두 정리하기로 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지장물보상대금 123,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새로운 약정을 하였다.

그 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지장물보상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추가 소송을 제기하자, 피고는 원고가 이행하기로 한 위 약정(= 위 토지에 관한 지분담보 등 정리)정지조건이라고 주장한 사안이다.

 

㈐ 대상 판결(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 사건과 비교

 

위 사례의 사안은 원고가 원래 지급받아야 할 지장물보상대금보다 ‘7배 높은 금액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이고, 이 사건 사안도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투자금의 5를 지급받기로 한 경우이므로, 일반적으로 예정된 통상적인 액수보다 현저히 높은 금액을 지급받게 된다는 점에서 각 사안이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 사건의 경우 (= 피고 회사의 매출 발생은 정지조건에 해당함)

 

매출 발생(사업 성공) 여부를 불문하고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투자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 회사의 사업 성공에 따른 매출 발생이라는 장래의 발생 사실이 불확실한 정지조건으로 해석함이 타당해 보인다.

게다가 아래 판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투자협정에 따른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서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지급의무를 다투는 피고 회사에 주장입증책임이 있는데(피고 회사의 항변 사실에 해당), 이와 같이 피고가 주장한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별다른 다툼은 없었다.

대법원 1993. 9. 28. 선고 9320832 판결 : 어떠한 법률행위가 조건의 성취 시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는 소위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그 법률행위로 인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저지하는 사유로서 그 법률효과의 발생을 다투려는 자에게 주장입증책임이 있다.

 

, 원고는 피고의 항변’(이 사건 투자협정이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이라는 점)

대하여 다투지 않고 이를 전제로 재항변으로 이 사건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점과 관련하여 피고 회사의 방해에 따른 조건의 성취 의제만이 실질적 다툼이 되었던 사안이다.

 

5. 조건의 성취 방해와 의제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 이동진 P.458-484 참조]

 

. 관련 법령

 

민법 제150(조건성취, 불성취에 대한 반신의행위)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 민법 제150[= 조건의 성취(또는 불성취) 의제]

 

의의

 

부정한 수단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고, 부정한 수단 내지 부당한 방법으로 조건의 성부를 확정시킨 자에게 그에 따른 법률효과를 취득하게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민법 제150조를 통해 조건의 성취 내지 불성취 효과를 제한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된다고 할 수 있다.

 

요건

 

진정한 조건부 법률행위의 존재

 

기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유효한 조건부 법률행위가 존재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조건이라고 볼 수 없는 이와 달리 가장(假裝)조건, 기성(旣成)조건 내지 불능(不能)조건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조건의 성취로 인해 직접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방해행위

 

조건부 법률행위를 체결한 당사자가 이에 해당함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 그 법률관계로 인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보증인도 포함되며, 해제조건부 계약의 경우 그로 인해 권리를 취득한 제3자도 포함된다고 본다.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행위

 

당사자의 방해행위는 신의성실에 반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다만 그와 같은 방해행위에는 고의에 의한 방해행위 외에 과실에 의한 경우도 모두 포함되고 방해행위의 종류 등도 불문한다. 따라서 조건의 성취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작위 또는 부작위, 법률행위 또는 사실행위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방해행위와 조건 불성취의 인과관계

 

조건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가 존재하고, 결과적으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경우라도, 위 방해행위로 인한 조건 성취가 의제되려면 조건의 성취가능성 측면에서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 조건 불성취가 당사자의 방해행위에 따른 결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있더라도 그로 인해 당해 조건의 성취에 사실상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방해행위가 있었음에도 장래 조건의 성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경우라면 조건의 성취 의제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민법 제148(조건부권리의 침해금지)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 등으로 취급될 여지가 있다.

 

다만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로 인하여 그 조건이 성취될 수 없게 된 것인지, 아니면 조건의 성부에 영향을 주지 않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가 존재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당해 조건에 관한 체결 경위를 비롯한 여러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개별적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 일방 당사자의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로 인하여 조건이 성취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그 방해행위로 인해 조건의 성취가 현저히 어렵게 되었거나 상당기간 내에 성취될 수 없는 경우라면 사회통념상 조건의 불성취로 보아 조건 성취의 의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나, 단지 방해행위로 인하여 단지 조건 성취가 다소 지연된 정도에 불과한 경우 내지 추후 그 조건이 실제 성취된 경우라면 민법 제150조의 적용 대상은 아니게 된다.

 

조건 성취(불성취) 의제의 적용 범위 확대 내지 유추적용

 

한편 민법 제150조는 조건부 법률관계 외에도 쌍무계약상 일부 당사자가 다른 상대방에 대하여 협조의무 내지 협력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이를 위반하여 다른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유추적용되어 조건의 성취 의제와 같은 법률효과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대법원은 계약관계상 조건이 아니라 형평의 관점에서 기대될 수 있는 협력을 거부한 경우, 그로 인해 권리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조건 등을 성취시킬 수 없게 된 경우라면, 이러한 협력의무 위반(= 소극적 부작위)에도 민법 제150조를 (유추)적용하여 조건의 성취 의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88다카29290 판결, 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42356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2757 판결 등 참조).

 

이는 당사자의 개별적 권리의 발생요건에 관한 약정이 있고 그 충족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민법 제150조에 따라 신의칙에 반하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인해 다른 상대방이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고 해석되는데, 신의성실의 원칙 자체가 민사적 법률관계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고, 민법 제150조는 이와 같은 신의칙의 한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현되었던 하나의 유형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확장하여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거나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조건부권리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148)과 조건의 성취 의제(민법 제150조 제1)의 관계

 

조건부 권리자는 해당 조건이 성취되면 권리를 갖게 되므로, 조건 성취에 따른 권리를 취득할 기대를 갖는데, 민법 제148조 내지 제150조는 이러한 조건부권리의 보호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고, 그중 민법 제148조는 조건부권리의 침해금지라는 소극적 측면의 보호규정으로 볼 수 있고, 150조는 신의성실의 반한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 방해에 대한 제재규정 등으로 볼 수 있다.

 

,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 성취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기간에 당사자가 갖는 이익은 단순한 기대를 넘어 법적 이익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민법 제148조 이하는 이러한 조건부 권리자의 기대를 법률상 보호한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한 것이다.

 

따라서 조건 성취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는 조건부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조건부 권리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갖게 되는데, 3자가 아닌 조건부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조건부권리를 침해한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보아야 하는지, 불법행위책임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경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견해가 나뉜다.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성립될 수 있으므로, 각 책임이 성립되어 경합된다고 보더라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한편 조건부 법률행위 당사자가 조건 성취를 부당하게 방해한 경우 조건부 권리자로서는 그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한편, 민법 제150조 제1항 후단에 따라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도 있게 된다.

그렇다면 조건부 권리자는 손해배상청구를 구하면서 이와 동시에 조건 성취 의제를 함께 주장할 수도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해 보인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조건부 권리자로서는 상대방(방해행위자)으로부터 본래 계약의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받게 되면 원래 계약상 의도하였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더 이상 조건 성취를 주장할 이유가 없다. ,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가 있었더라도 그로 인한 조건의 성취 효과를 주장할 수 있더라도 그와 같은 효과는 손해를 배상받음에 따라 소멸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조건부 권리자가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원래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예정된 반대급부 등을 수령한 경우에는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갖던 기대의 만족이 이루어져 방해행위로 인해 발생된 손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조건부 권리자가 갖는 조건부권리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의 경우

 

이 사건은 조건부 권리자에 해당하는 원고가 피고 회사의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로 인한 조건의 성취 의제를 주장한 사안이고, 별도로 조건부권리의 침해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주장한 경우가 아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 회사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조건의 성취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조건의 성취 의제가 문제 된 대법원 판례

 

아래에서는 조건의 성취 방해 및 의제가 긍정된 사례와 부정된 사례를 비교하여 검토해 본다.

 

긍정 사례

 

대법원 1990. 11. 13. 선고 88다카29290 판결 : 조건의 불성취로 의무를 면하게 될 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위하여 자기가 이행하여야 할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하여 상대방이 조건의 성취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본 사례이다.

 

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42356 판결 : 상대방이 하도급받은 부분에 대한 공사를 완공하여 준공필증을 제출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하거나 위 채무를 보증한 사람은 위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들이 위 공사에 필요한 시설을 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사장에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위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머지 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하였다면, 그것이 고의에 의한 경우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상대방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 공사대금채무자 및 보증인에 대하여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2757 판결 : 주식회사의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중간평가일의 종가인 평가가격이 발행일의 종가인 기준가격보다 높거나 같을 경우 중도상환금을 지급하는 주가연계증권을 발행하여 등 투자자에게 판매한 증권회사가 중간평가일의 장 종료 무렵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대량의 매도 주문을 함에 따라 장 종료 10분 전까지 기준가격을 상회하던 회사의 보통주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져 중도상환조건의 성취가 무산된 사안에서, 회사의 행위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중도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 사례.


부정 사례

 

대법원 1979. 6. 26. 선고 772091 판결 : 소취하를 승소로 간주하여 성공보수금을 지급한다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약정특약에서 의뢰인의 소취하가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례이다. 위 사안은 소송에서 승소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성공보수금 특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행위(의뢰인의 소취하)로 인해 조건 성취 내지 불성취 결과(= 승소 내지 패소)가 좌우된다고 볼 수 없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경우 의뢰인의 소취하를 신의칙을 위반한 방해행위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워, 조건의 성취 의제를 부정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 1990. 3. 27. 선고 88다카2868 판결 : 위 선례는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 자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조건 성취 의제를 부정한 사례이다.

 

대법원 1990. 3. 27. 선고 88다카2868 판결 : 위 선례는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 자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조건 성취 의제를 부정한 사례이다.

 

대법원 1996. 1. 23. 선고 9421665 판결 : 해제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고 귀책사유도 없다고 보아 조건 성취 의제를 부정한 사례이다.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23241 판결 :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 성취가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건 성취 의제를 부정한 사례이다.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 :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전제로 법인 지분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다가 상대방이 자료제공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절차를 중단한 다음, 상대방을 상대로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었다며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으로,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도 없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더라도 법인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대법원 판례들의 태도 분석

 

기존 대법원 선례들에서 방해행위와 그로 인한 조건의 불성취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구체적인 판단 기준 등을 명확하게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각 사안별로 해당 조건이 어느 정도의 성취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조건의 성취 의제 여부를 달리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사안에서 조건의 성취의제를 부정한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대법원 1979. 6. 26. 선고 772091 판결 : 성공보수금 관련 승소가능성이 없는 사안에서 소취하(방해행위)를 한 경우 성공으로 의제할 수 없다고 본 사안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23241 판결 : 건물의 용도 등 제반 사정상 해당 건물을 7억 원 이상으로 매도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사안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223054 판결 :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으로 매매계약 체결을 의제하기 어렵다고 본 사안

 

따라서 민법 제150조 법문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단지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가 존재한다는 점을 넘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해야 비로소 조건 성취의 의제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기존 선례들도 이와 같은 조건의 성취가능성이라는 인과관계를 요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아래와 같은 다른 선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조건 성취가 의제가 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42356 판결 :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공사 진행 자체를 할 수 없도록 방해하였지만, 만일 수급인이 실제 공사를 진행하였을 경우 반드시 준공을 받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본 사안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2757 판결 : 주식시장의 장 종료 10분 전까지 기준가격을 상회하던 상황으로, 증권회사가 당일 대량 매도를 하지 않았을 경우 중도상환조건인 기준가격을 상회하였을 가능성이 높았던 사안

 

만일 조건부 법률관계에서 실제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면,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있었더라도 그로 인해 조건의 성취를 의제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해 보이고, 이러한 결론에 대하여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건의 성취가능성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요구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려운데, 이는 각 사안별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다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례가 발생될 여지도 있어 그 가능성의 정도에 관한 일률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섣불리 어느 기준점을 명시적으로 설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는 이와 같은 조건의 성취가능성에 관한 평가 문제는 사회통념상조건의 성취를 방해하는 행위가 없었더라면, ‘일응그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예견되는 정도라면, 조건의 성취 의제가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만일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현저히 낮은 사안이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여, 이러한 경우에는 단지 상대방의 방해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조건부 권리자가 조건 성취 의제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조건 성취를 의제할 경우에는 방해행위가 없었을 경우 실제 발생하였을 결과에 비하여 오히려 조건부 권리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얻게 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 사건의 경우

 

피고 회사가 관련 전자제품을 실제 양산판매하여 매출을 발생시키려는 의사나 능력 없이 원고로부터 투자금을 지급받기만 하였다면, 이는 이 사건 투자협정의 상대방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는 있다.

 

다만 이 사건은 전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그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상당히 낮았던 경우로 볼 수 있어,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 회사의 부작위(전자제품 양산 및 판매를 하지 않은 행위) 정도만으로 원고가 원하는 이 사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로 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 요약

 

일방 당사자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의해 그 상대방이 발생할 것으로 희망했던 결과까지 의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방해행위로 인하여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경우를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조건 성취를 의제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만일 그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조건의 성취를 의제할 경우 단지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조건의 성취로 인한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평타당한 결과를 초과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결과, 즉 또 다른 불합리를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사안에서 당해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문제 자체는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 그러한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높거나 낮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일반인의 법 감정과 합치되도록 사회통념상 적정한 기준에 비추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개별적인 사안에서 당사자들이 조건부 법률행위 등을 하게 된 경위나 의사, 조건부 법률행위의 목적과 내용, 방해행위의 태양, 해당 조건의 성취가능성 및 방해행위가 조건의 성취에 미친 영향, 조건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6. 대상판결(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의 결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 이동진 P.458-484 참조]

 

원심판단은 피고 회사의 행위가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을 들어 그로 인해 이 사건 투자협정에서 정한 이 사건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의제하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 해당한다면, 비록 피고 회사의 방해행위가 존재하고 그 방해행위가 신의칙에 반하는 부당한 개입이라고 보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바로 이 사건 조건의 성취를 의제해야 할 것은 아니다. , 이 사건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현저히 낮은 경우에도 피고 회사가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조건의 성취가능성에 관한 인과관계 측면에서 보다 면밀하게 심리하였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