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중재법>】《중재인선정재판(중재법 제12조 제3항)의 심리대상 및 중재인선정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사유의 범위(대법원 2022. 12. 29.자 2020그633 결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피신청인이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특별항고를 하면서 그 사유로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사건]
【판시사항】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이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를 심리하여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에 관한 주장이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중재법의 내용, 목적 및 그 취지 등에서 알 수 있는 자율성, 신속성 등 중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이 있는 경우, 중재법 제8조가 정하는 중재합의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중재법 제12조 제2항에 의한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바로 중재인을 선정해야 하고,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까지 중재판정부에 앞서 심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다. 따라서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 사건에서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과 같이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 사유는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건에서도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김영석 P.624-645 참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이의영 P.2958-2961 참조]
가. 사안의 개요
⑴ 피신청인은 동리엔과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을, ‘포스코아시아’와 이 사건 화물(수하인: 포스코VST)을 운송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에서 중재로 해결하고 영국법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중재조함’이 포함되어 있다.
⑵ 동리엔은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페스카도레스호에 선적하였고, 페스카도레스호 선장은 포스코VST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준거법과 중재조항을 포함한 용선계약의 모든 내용은 선하증권에 편입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
⑶ 신청인은 포스코VST와 ‘이 사건 화물’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신청인은 포스코VST에게 보험사고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 후, 포스코VST로부터 위 사고와 관련된 포스코VST의 권리 일체를 양수하였다.
⑷ 신청인은 ‘이 사건 중재조항’에 따라 법원에 중재인 선정을 신청(이 사건 신청)하였다.
⑸ 원심은 이 사건 신청을 인용하였고, 피신청인은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이유로 특별항고를 하였으나, 대법원은 특별항고를 기각하였다.
나. 사실관계
⑴ 피신청인(A, 운송인)은 선박소유자(B)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정기 용선한 다음, 위 선박을 이용하여 송하인(X)과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하는 내용의 항해용선계약(이 사건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피신청인(A)이 이 사건 화물을 송하인(X)으로부터 수하인(Y)에게로 운송하는 도중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신청인(Z, 수하인의 적하보험자)은 피보험자인 수하인(Y)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선하증권을 교부받았다.
⑵ 그런데 이 사건 용선계약에는 당사자 간의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기로 하는 중재조항(이 사건 중재조항: 중재지 한국)이 있었고,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위 용선계약 및 중재조항을 선하증권에 편입한다는 문구가 있었다[참고로 이 사건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되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에서 제시한 ① 선하증권에 편입문구가 있을 것, ② 해당 용선계약이 특정되어 있을 것, ③ 중재조항도 편입된다는 것이 특정되어 있을 것(만약 그렇지 않다면 선하증권의 양수인이 중재조항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을 충족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어 특별히 문제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한 신청인(Z)이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한 피신청인(A)을 상대로 위 중재조항을 근거로 중재절차의 개시를 요구하면서 중재인선정 합의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신청인(A)은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면서 중재인선정 합의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신청인(Z)은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법원에 중재인선정을 신청하였다.
⑶ 제1심법원은 피신청인(A)의 중재합의 부존재 주장(=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한 주체는 B로 보아야 함 →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신청인 Z는 B에게만 이 사건 중재조항을 주장할 수 있음 → 즉, Z와 A의 사이에서는 중재합의가 없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한 주체는 A라고 판단하여 당사자 간에 중재합의가 존재한다고 보고 중재인선정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고(중재법 제12조 제5항), 이에 피신청인(A)은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이 사건 특별항고를 제기하면서 그 사유로 위와 같은 취지의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였다.
⑷ 특별항고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은 피신청인(A)이 아니라 B로 보아야 하므로, 신청인(Z)이 B를 상대로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된 중재조항에 기한 중재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신청인(A)과 중재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의 중재인선정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다.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중재합의 존부가 중재인선정 신청사건(중재법 제12조 제3항)의 심리대상에 해당하는지 및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는지(소극) 여부이다.
⑵ 중재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재산권상의 분쟁 및 당사자가 화해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는 비재산권상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중재법 제3조 제1호). 중재절차에서는 당사자의 자치가 존중되어야 하므로 법원의 관여는 중재법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중재법 제6조). 이에 따라 중재인선정도 먼저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야 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만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할 수 있다(중재법 제12조 제2항, 제3항). 또한, 중재법은 당사자들 사이에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우선 중재판정부를 구성하여 그로 하여금 선결문제로서 결정하거나 본안에 관한 중재판정에서 함께 판단하도록 하고, 법원은 그 이후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대한 심사재판이나 중재판정의 취소재판 내지 승인․집행재판을 통해 사법심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중재법 제17조, 제36조, 제37조, 제38조).
⑶ 한편, 중재법은 중재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중재법 제1조), 이를 위해 중재인선정 신청, 중재인이나 감정인에 대한 기피 신청, 권한심사 신청, 권한종료 신청 등에 따른 법원의 재판에 불복이나 항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중재법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15조, 제17조, 제27조). 그중에서도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당사자들이 불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중재법 제12조 제5항)은 중재판정부를 신속히 구성하여 중재절차를 원활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중재인선정 단계에서부터 그 선정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인하여 중재절차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1. 6. 22.자 2007그154 결정 등 참조).
⑷ 이와 같은 중재법의 내용, 목적 및 그 취지 등에서 알 수 있는 자율성, 신속성 등 중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이 있는 경우, 중재법 제8조가 정하는 중재합의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중재법 제12조 제2항에 의한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바로 중재인을 선정해야 하고,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까지 중재판정부에 앞서 심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10. 14.자 2009마1395 결정, 대법원 2011. 6. 22.자 2011그82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 사건에서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과 같이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 사유는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건에서도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⑸ 이 사건 화물 운송 중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피보험자(수하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신청인(수하인의 적하보험자)이 위 선하증권에 편입된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을 근거로 피신청인(운송인)에게 중재절차의 개시를 요구하였으나 피신청인은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면서 중재인선정에 합의하지 않았고, 이에 신청인은 법원에 중재인선정을 신청하여 그 중재인선정 결정을 받았는데(중재법 제12조 제3항),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불복이 허용되지 않자(중재법 제12조 제5항), 피신청인이 위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특별항고를 하면서 그 사유로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한 사안이다.
⑹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후, 중재합의의 존부를 다투는 이 사건 피신청인(특별항고인)의 주장은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달리 이 사건에서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당사자 간에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고 보아, 특별항고를 기각하였다.
라. 대상결정의 취지
⑴ 사법상 분쟁을 소송 외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대체분쟁해결 제도는 점차 확대되고 있고 그 중심에 중재가 있다. 중재절차의 가장 큰 특징은 당사자들이 해당 분쟁에 관한 판정을 내릴 중재인을 직접 선정함으로써 중재판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이 중재지[중재지는 소송에서의 법정지에 준하는 개념으로서 중재의 법적 환경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데, 가령 중재판정 취소의 소는 중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제기하여야 하는 등(중재법 제7조 제3항 제2호) 중재절차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가 대한민국인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중재법이 적용되는데(중재법 제2조 제1항), 우리 중재법 제12조는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중재인을 선정하고(제2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에는 당사자 일방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다(제3항).
⑵ 그런데 이와 같은 중재인선정 신청에 대해 상대방은 중재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무효라고 주장하며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주장은 타당할까. 중재인선정 신청은 그 개념상 당연히 유효한 중재합의를 존재로 하므로 논리적으로 가능한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와 같은 주장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면 중재판정부의 구성단계에서부터 절차가 지연되고, 중재판정부 스스로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관한 판단을 선결적으로 하도록 한 중재법 제17조의 취지에도 반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⑶ 대상결정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중재법 제8조), 당사자 간에 중재인선정에 관한 사전합의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에 대한 실질적인 심리까지 진행하여 그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신속히 중재판정부가 구성되도록 하여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과 같은 실질적 쟁점은 중재판정부가 먼저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위 사유가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이의영 P.2958-2961 참조]
가. 중재법 해석 관련 유의점 일반
⑴ 중재의 특수성 인식 필요 (분쟁의 사적 해결절차) ⇒ 소송법 해석 유추는 위험함
※ 중재합의 - 중재판정부의 구성 – 절차진행(심리기일 등) - 중재판정
⑵ 법원의 역할은? : 당사자자치 존중, 최소한으로 관여
⑶ 중재법은 1999년 전부개정을 통해 UNCITRAL 1985년 모델중재법을 수용하였고 2016년 개정을 통하여 모델중재법의 개정 사항을 반영하였다.
※ 법제처 개정이유: ‘국제적으로 확립된 기준과 선진입법례를 적극 수용’(1999), ‘중재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선진화함’(2016)
나. 중재인선정 신청에 대한 법원의 재판
⑴ 중재인 선정절차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때 법원에 선정신청을 할 수 있는데(중재법 제12조 제2항, 제3항, 제4항), 이때 법원 또는 그 법원이 지정한 중재기관의 결정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없다(같은 조 제5항).
⑵ 대상결정(대법원 2022. 12. 29. 자 2020그633 결정) 이유 1.의 나항 판시에서 언급된 중재법 규정들은 모두 1999년 전부개정으로 신설된 조항들이다(⇐ 신속성, 중재판정부의 competence-competence 원칙 반영함).
⑶ 중재인선정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원칙적으로 바로 중재인을 선정하여야 하고, 법원이 중재판정부에 앞서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 등을 심리할 수는 없다.
중재판정부가 먼저 이를 결정한다(중재법 제17조 제1항).
법원은 중재판정 취소재판 또는 승인ㆍ집행 단계에서 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⑷ 중재법 제12조 제5항에서 항고를 금지하는 법원의 결정은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만을 가리킨다.
법원이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는 비송사건절차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항고할 수 있다(대법원 2009. 4. 15.자 2007그154 결정).
◎ 대법원 2009. 4. 15.자 2007그154 결정 : 중재합의를 한 양 당사자 사이에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일방 당사자가 중재법 제12조 제3항, 제4항에 의하여 법원에 중재인의 선정을 신청한 경우, 그 신청사건은 비송사건이므로 비송사건절차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중재법 제12조 제5항은, “제3항, 제4항에 규정에 의한 법원에 결정에 대하여는 항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중재판정부를 신속히 구성하여 중재절차를 원활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는데도 중재인선정 단계부터 그 선정결정에 대한 항고로 인하여 중재절차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인 점, 위 제3항 각 호 후단은 “일방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위 제4항 본문 후단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위 제5항에서 규정하는 “제3항,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법원의 결정”이 그 각 문언상 반드시 중재인선정 신청에 대한 기각결정까지 포함하는 취지라고는 보이지 아니한 점,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과 달리 법원의 중재인선정 신청 기각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허용하는 것은 위 제5항의 규정 취지에 위반되지 않고, 이에 대한 항고를 금지한다면 그 기각결정이 위법하더라도 그에 불복하여 위법을 시정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어 오히려 중재절차의 원활한 진행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 참작하여 보면, 중재법 제12조 제5항에서 항고를 금지하는 “제3항,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법원의 결정”이라 함은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만을 가리키고 법원의 중재인선정 신청 기각결정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법원의 중재인선정 신청 기각결정에 대하여 불복하려는 신청인은 비송사건절차법 제20조 제1항에 의하여 항고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cf. 중재법 제14조 제4항은 ‘기피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피결정에 대하여는 불복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기피결정은 인용결정뿐만 아니라 기각결정도 포함된다[서울고등법원 2019. 7. 24.자 2019라20272 결정(확정) 등].
기피신청이 법원에 계속 중일 때에도 중재절차를 진행하거나 중재판정을 내릴 수 있다(중재법 제14조 제3항 2문).
⑸ 불복할 수 없는 결정에 대하여 항고장 등이 제출된 경우, 특별항고(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로 볼 수 있으면 이를 대법원으로 송부하여야 한다.
특별항고의 사유는 매우 제한적이다. 헌법상 대법원의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심사권과 관련된다. 불복할 수 없는 재판일지라도 헌법위반이 있다면 대법원에서 시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2002년 전부개정 전 구 민사소송법 제420조에서 법률위반도 사유로 했던 것과 구별).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나 실체법상 권리 존부에 관한 주장은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 6. 22.자 2011그82 결정).
◎ 대법원 2011. 6. 22.자 2011그82 결정 : 중재법 제12조 제5항 에 따르면 같은 조 제3항 및 제4항 의 규정에 의하여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한 결정에 대하여는 항고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중재인 선정결정에 불복하여 제기한 이 사건은 특별항고로 보아 처리한다.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 에 의하면, 특별항고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이 있거나 재판의 전제가 된 명령·규칙·처분의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하다는 것을 이유로 한 때에만 제기할 수 있는데, 특별항고인의 원심결정에 대한 불복이유는 중재인의 판단대상이 될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나 실체법상의 권리 존부에 관한 주장에 불과하여 위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 에서 정한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특별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또한 특별항고가 있더라도 중재판정부가 그대로 구성되어 절차진행 및 중재판정이 이루어질 수 있고, 나중에 중재판정 취소의 사유 등으로 다툴 수 있으므로(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가~라목 참조), 중재절차 중간에 법원이 관여하는 여러 불복불가 재판들에 대하여 특별항고할 실익은 사실 크지 않다.
⑹ 대상결정(대법원 2022. 12. 29. 자 2020그633 결정)은 ‘중재법 제8조가 정하는 중재합의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중재법 제12조 제2항에 의한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은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바로 중재인을 선정해야’라고 하여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판시하였다.
기존 대법원 2009마1395 결정의 ‘중재인선정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바로 중재인을 선정하여야 할 것’이라는 판시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2009. 10. 14.자 2009마1395 결정 : 중재법 제12조 제3항,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당해 분쟁이 중재합의의 대상에 포함되는 분쟁으로서 중재인선정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바로 중재인을 선정하여야 할 것이고, 분쟁의 내용까지 심리하여 분쟁당사자인 신청인이 주장하는 이행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실무상 외관상 중재합의도 없이 또는 사전 합의절차도 없이 법원에 중재인 선정신청이 들어오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중재법 제8조의 중재합의 방식 구비 여부가 다투어지는 때에도 ‘외관상 부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중재인선정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안이 아닌,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안에서 위와 같은 판시가 나왔으나, 이는 중재인선정 신청 사건에서 심리방법 및 판단기준에 관한 내용임에 유의해야 한다.
⑺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 등은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본건의 결론이고 타당하다.
만일 위 특별한 사정이 존재함에도 법원이 간과하고 중재인선정결정을 하였다면 어떠한가? 일응 법률위반에 불과하므로 특별항고를 인용할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고, 중재판정부의 판정 권한에 관한 이의 사건, 중재판정 취소재판 등 중재법에서 예정하는 절차를 통해 시정하는 것이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4. 중재절차의 특성 (= 자율성, 신속성)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김영석 P.624-645 참조]
가. 중재절차 일반
중재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재산권상의 분쟁 및 당사자가 화해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는 비재산권상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중재법 제3조 제1호). 우리 중재법은 1999년 전부 개정 과정에서 UNCITRAL 모델법(UNCITRAL Model Law o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1985)을 받아들였는데, 현재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① 법원의 관여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고, ② 법원의 결정에 대한 불복도 제한함으로써 신속한 중재절차의 진행을 꾀하고 있다.
나. 자율성
⑴ 중재절차에서는 당사자의 자치가 존중되어야 하므로 법원의 관여는 이와 같이 중재법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중재법 제6조). 이런 점에서 중재법은 당사자들 사이에 중재합의 존부나 유효성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먼저 중재판정부를 구성하여 중재판정부로 하여금 이에 관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중재법 제17조). 법원은 그 이후에 비로소 중재판정부의 판단에 대해 사후 심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⑵ 이것이 이른바 중재판정부의 권한심사 원칙(Kompetenz-Kompetenz, 이하 ‘KompetenzꠓKompetenz 원칙’이라는 표현도 함께 사용한다)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독일/영국/싱가포르 등 UNCITRAL 모델법을 받아들인 나라는 대부분 위 원칙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대법원은 2004. 6. 25. 선고 2003다5634 판결에서 위 원칙에 따른 판시를 한 바 있다.
다. 신속성
⑴ 한편 중재법은 중재절차를 통한 사법(私法)상 분쟁해결이 적정․공평․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중재법 제1조), 그중 신속성을 위해 중재절차의 각 진행단계에서 불복이나 항고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① 중재인선정 신청, ② 중재인이나 감정인에 대한 기피신청, ③ 권한심사신청, ④ 권한종료신청 등에 따른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불복이나 항고가 허용되지 않는다(중재법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15조, 제17조).
⑵ 위 표에서 본 것처럼, 불복이나 항고를 금지하는 규정은 UNCITRAL 모델법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위 모델법은 중재인선정(제11조), 기피신청(제13조), 권한종료심판(제14조)에 관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을 금지(no appeal)하고 있는 이유를 “긴급성을 고려하고, 중재절차를 지연시키려는 책략(dilatory tactics)의 위험과 효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UNCITRAL 모델법 해설서(Explanatory Note), para. 24]. 특히, 중재인선정과 기피신청 단계에서 불항고를 금지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⑶ 특히, 중재인선정과 기피신청 단계에서 불복을 금지하는 것은 중재판정부를 조속히 구성하여 중재절차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중재판정부가 먼저 판단하도록 하려는 것이기도 하므로 중재절차의 자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5. 중재법 제12조에 관한 기본 법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김영석 P.624-645 참조]
가. 중재인선정 절차 일반
⑴ 중재법 제12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당사자들은 ⅰ) 먼저 합의를 통해 중재인을 정하고(중재법 제12조 제2항), ⅱ) 그 합의가 결렬될 시 법원에 중재인선정을 신청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물론, 당사자들이 중재절차(중재인선정 방식 포함)에 관하여 별도로 합의하여 둔 경우에는 그 합의가 우선된다(중재법 제20조).
⑵ 따라서 가령 기관중재[institutional arbitration. 당사자 간에 특정 상설기관에서 중재하기로 이미 합의하여 둔 경우를 말하는데, 그 상설기관(가령, 대한상사중재원, ICC, LCIA, SIAC, HKIAC)에서 정한 절차규칙이 적용된다]의 경우는 당사자들이 해당 중재기관의 절차를 따르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의제되므로, 중재기관 자체의 중재규칙(가령,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인선정 절차가 진행된다.
⑶ 반면에 이 사건과 같은 임시중재(ad hoc arbitration)에서는 당사자 간에 중재절차에 관한 사전 합의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이때는 중재법 제12조가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임시중재라고 하더라도 당사자들 간에 별도로 중재절차를 합의하여 둘 수도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그와 같은 합의된 내용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당연한 것이지만 중재법은 원칙적으로 중재지가 한국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중재법 제2조 제1항), 중재지가 한국 외의 곳인 경우에는 중재법 제12조가 적용되지 않음에 유의해야 한다.
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는 허용됨
⑴ 중재인선정 사건은 ‘비송’ 사건이므로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송사건절차법 제20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통상항고가 가능하지만(대법원 2009. 4. 15. 자 2007그154 결정), 중재법 제12조 제5항은 불복을 불허하고 있으므로 통상항고를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으로서 기능한다.
● 중재법 제12조(중재인의 선정)
⑤ 제3항 및 제4항에 따른 법원 또는 그 법원이 지정한 중재기관의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할 수 없다.
⑵ 그런데 중재법 제12조 제5항에서 항고를 금지하는 “제3항,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법원의 결정”이라 함은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만을 가리키고 법원의 중재인선정 신청 기각결정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법원의 중재인선정 신청 기각결정에 대하여 불복하려는 신청인은 비송사건절차법 제20조 제1항에 의하여 항고를 할 수 있다(위 대법원 2007그154 결정. 위 사건은 ‘통상항고’가 가능함에도 특별항고로 대법원에 이송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보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송한다는 결정을 한 사안이다).
⑶ 한편 대법원 2011. 6. 22. 자 2011그82 결정은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서는 특별항고가 허용된다고 직접 판시하였다(= 중재법 제12조 제5항이 적용되어 통상항고는 불가능하지만 특별항고는 가능하다는 취지. 다만 그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음).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6. 중재판정부의 권한심사 원칙(Kompetenz-Kompetenz)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김영석 P.624-645 참조]
가. 도입배경
⑴ 중재절차에서 당사자들이 중재합의의 유무 등을 이유로 중재판정부의 권한을 다툴 경우, 중재판정부가 중재절차를 중지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면 나중에 중재판정부의 권한이 부정될 위험이 있음에도 그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중재절차를 진행해야 하는지가 문제 된다.
⑵ 이에 대해 종래 불필요한 중재절차의 진행에 따른 시간/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법원이 조기에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1설)와 당사자가 중재절차 지연을 위해 법원의 심사 제도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법원의 심사는 중재판정이 이루어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견해(2설)가 대립하여 왔는데, UNCITRAL은 논의 끝에 모델법 제16조를 통해 Kompetenz-Kompetenz 원칙을 확립하여 아래와 같은 절충안을 확립하였다.
나. 주요내용
⑴ Kompetenz-Kompetenz 원칙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는 2설에 기초하고 있는데, 중재판정부의 권한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중재판정부에 먼저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즉, 중재판정부가 먼저 스스로 자신에게 권한이 있는지[중재합의의 존부 및 유효성에 관한 판단 포함(the existence or validity of the arbitration agreement)]를 판단하고, 법원은 이후 그에 대해 사후 심사만 할 수 있다.
⑵ 다만 이와 같이 중재판정부가 선결문제(preliminary question)로 먼저 권한 유무를 판단한 경우에는 법원이 (중재판정이 내려질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중재절차 진행 중에도 사후 심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2설과 차이가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① 중재판정부가 중재판정을 내리면서 비로소 권한심사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경우
➠ 법원은 중재판정취소소송/중재판정의 승인․집행소송 단계에서 비로소 권한심사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음(☜ 기존 2설의 입장)
② 다만 중재판정부가 중재판정을 내리기 전에 선결문제(preliminary question)로서 해당 쟁점을 판단하는 경우
➠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중재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권한심사 유무에 관한 판단을 할 수 있음(☜ 절충적인 방법 추가)
다. 우리 중재법의 태도
⑴ 우리나라 중재법 제17조도 마찬가지로 위 원칙을 수용하였고, 대법원은 2004. 6. 25. 선고 2003다5634 판결에서 위 원칙을 명확히 판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중재합의의 존부에 관한 법원의 심사는 ① 중재판정부의 선결판정에 대한 심사재판(제17조 제6항), ② 중재판정 이후 그에 대한 취소재판, ③ 중재판정 이후 그에 대한 승인․집행재판과 같은 3가지의 절차에서만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위 대법원 2003다5634 판결은 중재합의 없이 중재절차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3가지 방법(①, ②, ③) 외의 방법으로 중재절차에 대해 사법적 통제를 할 수는 없으므로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중재절차위법확인청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사례이다].
⑵ 위 판결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 중재합의 없이 중재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중재법이 인정하고 있는 사법적 통제는 ①… 중재법 제17조 제6항에 의하여 … 법원이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의 권한을 심사함으로써 하는 방법(☜ 권한심사재판)과, ② … 중재법 제36조에 의하여 … 중재판정취소의 소에서 중재합의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심리하는 방법, ③ … 중재법 제37조에 따라 중재판정에 대한 승인 또는 집행판결을 신청하는 경우 그 소송절차에서 중재합의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심리하는 방법 등 3가지가 있는데, … 중재법 제6조는 “법원은 이 법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 관한 사항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법원이 중재활동에 개입할 수 있는 범위를 ‘이 법이 정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중재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중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위 3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원은 중재절차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
⑶ 즉, 중재합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중재판정부가 선결판정 내지 중재판정을 통해 먼저 하고 법원은 그 이후에 비로소 그에 대한 사후심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재인선정 단계에서 중재합의 유무에 관한 판단을 법원이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면 ⅰ) 이는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기도 전에 법원이 선제적으로, ⅱ) 그것도 위 대법원 2003다5634 판결에서 허용한 3가지 외의 방법을 허용하는 셈이어서 기존 법리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
앞서 본 논의에 따라 당사자 일방이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무효라면서 중재판정부에 권한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를 상정해 본 우리 중재법상의 흐름은 아래와 같다(특정중재기관이 지정되지 않은 임시중재 기준).
7.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허용되는 특별항고 사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김영석 P.624-645 참조]
가. 특별항고 사유 일반론
⑴ 특별항고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이 있거나 재판의 전제가 된 명령․규칙․처분의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에만 가능하다(민사소송법 제449조). 참고로 이와 같이 특별항고 이유를 제한하는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문제 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규정한 조항이라면서 헌법소원청구를 기각하였다(헌재 2007. 11. 29. 선고 2005헌바12 전원재판부 결정).
⑵ 구체적으로 ① 헌법 위반은 특별항고 사유가 되지만(대법원 2004. 6. 25. 자 2003그136 결정 등. 가령,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이 내려진 정도로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 제27조에 따른 권리를 침해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② 법률 위반[대법원 2008. 1. 24. 자 2007그18 결정 등.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0조 제1항은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이 있는 때’로 특별항고 사유를 널리 인정하고 있었으나 ➠ 재판지연을 위한 수단으로 특별항고가 남용되자 ➠ 법률개정을 통해 특별항고 사유를 현행법과 같이 제한하였다)과 ③ 대법원 판례 위반(대법원 2014. 5. 26. 자 2014그502 결정 등)은 특별항고 사유가 되지 못한다.
나. 중재인선정에 관한 대법원 선례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에서도 특별항고 사유를 위와 달리 볼 이유는 없다. 대법원 2011그82 결정(=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건)도 같은 취지에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ⅰ) 실체법상의 권리 존부뿐만 아니라, ⅱ)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 유효한 중재합의의 존부)도 중재인선정 재판에서 고려대상이 아니고,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하였다.
『중재법 제12조 제5항에 따르면 같은 조 제3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한 결정에 대하여는 항고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불복하여 제기한 이 사건은 특별항고로 보아 처리한다.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에 의하면, 특별항고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이 있거나 재판의 전제가 된 명령․규칙․처분의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하다는 것을 이유로 한 때에만 제기할 수 있는데, 특별항고인의 원심결정에 대한 불복이유는 중재인의 판단대상이 될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나 실체법상의 권리 존부에 관한 주장에 불과하여 위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특별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다. 상정 가능한 중재인선정 재판의 심리 범위
⑴ 기존의 논의
이에 관하여 구체적 기준을 설시한 선례는 없지만, 대법원 2009. 10. 14. 자 2009마1395 결정의 “분쟁이 중재합의의 대상에 포함되는 분쟁으로서 중재인선정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바로 중재인을 선정하여야 할 것이고, 분쟁의 내용까지 심리하여 분쟁당사자인 신청인이 주장하는 이행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다.”라는 판시 부분을 참조할 만하다.
위 대법원 2009마1395 결정(= 중재인선정 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통상항고로서 재항고한 사건)은 절차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먼저 중재인을 선정하고, 실체적 권리관계 유무는 이후 구성되는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먼저 받으라는 취지인데, 앞서 본 대법원 2011그82 결정과 마찬가지로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에 대해 법원이 적어도 중재인선정 재판 단계에서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후술하는 Kompetenz-Kompetenz 원칙을 받아들인 우리나라 중재법의 체계에 부합하는 타당한 판단이다.
중재인선정 신청 사건에서 심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는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심에서도 당연히 특별항고 사유가 되지 못할 것이므로, 중재인선정 신청 사건에서의 기각사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그러나 중재법의 문언과 그 내용 및 체계에 비추어 보면 아래와 같은 정도의 사정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중재법 제12조 제2항의 문언에 비추어 중재인선정에 관한 당사자 간의 사전합의절차가 아예 진행되지 않았던 경우이다. 당사자 간에 협의를 진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즉시 법원에 중재인선임이 신청된 경우까지 법원이 무조건 중재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도 기각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 중재합의가 서면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그와 같이 간주할 수도 없어 중재법 제8조 제2항, 제3항에 따른 서면방식을 구비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까지 법원이 중재인선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⑵ 검토
앞서 본 논의들을 모두 정리하여 중재인선정 재판의 심리․검토 대상 및 그에 대한 특별항고 사유에의 해당 여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8. 특별항고 기각 시 후속재판과의 관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김영석 P.624-645 참조]
가. 문제 제기
특별항고를 기각하여 중재인선정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 후속절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중재인선정은 비송사건으로서 대립당사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변론”에 비해 증거조사가 제한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향후 “변론”으로 진행되어 보다 충실한 심리를 거칠 것으로 보이는 후속소송(= 가령, 중재판정취소소송 내지 중재판정의 승인․집행소송)에서 동일 쟁점에 대한 판단을 구속하거나 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특별항고 사유를 조금 더 넓힐 수 있다는 입론을 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나. 결정의 형식으로 내려지는 비송재판 일반의 효력
⑴ 결정․명령의 기판력 일반
결정․명령재판도 실체관계를 종국적으로 판단하는 내용인 것인 경우에는 기판력을 가지는데(대법원 2002. 9. 23. 자 2000마5257 결정), 기판력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구분하면 아래와 같다.
⑵ 비송재판의 기판력 일반
① 그렇다면 결정 등으로 내려지는 비송재판에 대해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쟁점을 정면으로 판시한 선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다수설은 기판력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비송사건에 대한 재판의 경우 형성력은 생기나 원칙적으로는 기판력이 생긴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뒤에 이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② 비송사건은 대립당사자 구조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제한된 증거조사를 통해서 재판이 내려지는 점을 고려하면, 비송재판에 기판력을 부여하는 것은 조심스러우므로 원칙적으로는 부정설이 타당하다. 다만 비송재판에 대해 그 어떤 예외도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도 있다. 가령, 실체적 법률관계에 관한 판단을 전면적으로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는 유형의 재판이고, 이를 위해 해당 재판부도 심문기일을 지정하고 당사자들에게 출석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며, 당사자들도 법률적 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은 경우에는 해당 재판에 기판력을 허용하는 것이 다른 법령과의 체계에 비추어 조화로운 해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다. 중재인선정 결정의 효력에 대한 구체적 검토
⑴ 중재인선정 부분
① 중재인선정 결정은 중재판정부를 구성하는 형성력(재판의 내용대로 새로운 법률관계의 발생이나 종래의 법률관계의 변경․소멸을 낳는 효력을 말한다)을 가지는 재판이므로 전형적인 비송의 실질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비송재판 일반에 대한 통설처럼 기판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결정의 형식으로 내려지더라도 실체관계를 종국적으로 판단하는 내용이라면 기판력을 인정할 수 있으나(대법원 2000마5257 결정), 중재판정부 구성은 소송지휘의 실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실체관계를 다루는 재판으로 볼 수 없다.
② 다만 기판력은 없더라도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후 당사자 일방이 “중재판정부의 구성이 임의로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이유로 중재판정취소소송을 제기하거나 승인․집행소송의 거부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제38조 제1호 (가)목].
⑵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
① 중재인선정 재판에서 절차적 요건의 준수만을 검토하여 그 당부를 판단하고 중재합의 존부와 유효성과 같은 실체적 쟁점은 심리되지 않는다면, 중재합의의 유무에 관한 실체적 판단은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기판력이 발생할 여지 자체가 없게 된다.
② 그런데 독일과 영국도 중재인선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중재합의 유무에 관한 선결적 판단은 후속절차의 동일 쟁점에 관한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이 중재인선정 재판의 심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라. 결론 (= 중재인선정 재판 v. 중재판정부 권한심사 재판)
⑴ 중재인선정 재판은 후속재판(권한심사재판, 중재판정취소재판, 중재판정의 승인․집행재판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중재판정부를 구성하는 형성력만을 가진 전형적인 비송재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판단의 전제로서 중재합의의 유무가 검토되기는 하지만 그 판단 범위는 절차적 요건 충족 여부(= 서면요건 충족 여부, 사전협의절차 유무)에 국한되므로,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관한 실체 판단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⑵ 반면에 중재판정부 권한심사재판(중재법 제17조 제6항)은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대해 직접 판단하는 것이므로(해당 쟁점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선결판정을 사후심사) 후속재판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권한심사재판에서 중재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면 중재판정이 내려진 이후 그 취소재판이나 승인․집행재판에서는 동일 쟁점(중재합의의 유효성)을 다시 다투지 못하도록 보아야 한다.
9. 대상결정의 내용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김영석 P.624-645 참조]
가. 대상결정의 결론 (= 특별항고 기각)
⑴ 피신청인(A)은 이 사건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신청인(Z, 보험자)과의 사이에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제1심법원)은 피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재인선정 결정을 하였다.
⑵ 이에 대해 피신청인(A)이 특별항고를 하여 개시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은 중재판정부가 판단하여야 하는 사항이므로 중재인선정 재판에서 법원이 이를 먼저 심리하여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다는 법리를 판시하면서,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 이상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보았다.
⑶ 그리고 기록상 이 사건에서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당사자 간에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보아 특별항고를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판시 요지
대상결정은 중재인선정 재판(중재법 제12조 제3항)에서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과 같은 실체적 사유는 심리대상이 되지 않고, 따라서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에서도 그와 같은 사유는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선언하였다. 이는 자율성과 신속성 등 중재절차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중재법의 내용,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특히 UNCITRAL 모델법을 받아들인 우리 중재법이 따르는 Kompetenz-Kompetenz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한 결론이다.
한편 중재판정부 권한심사에 대한 재판(중재법 제17조 제6항)에서는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이 직접 검토되므로 중재인선정 재판과는 그 성질이 상이하다고 보아야 한다. 당사자 간의 실체적 권리․의무관계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권한심사재판에서 중재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면 이후 중재판정취소재판이나 그 승인․집행재판에서는 동일 쟁점(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을 다시 다투지 못하도록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