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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공정대표의무>】《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2.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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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공정대표의무>】《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26319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취지 내지 목적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 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교섭 과정에서 마련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조합원 총회 또는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거나 그들의 찬반의사를 고려 또는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전국금속노동조합)는 사업장에 지회를 두고 있는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피고(두산모트롤 노동조합)3)는 사업장에 설립된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원고 지회와 피고는 사용자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결과 피고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

 

피고는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한 후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다음, 원고 지회에 잠정합의안 마련 사실과 해당 내용을 통보하였다.

 

피고 노동조합 규약 제16조는 잠정합의안 의결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고, 43조는 단체협약체결권은 위원장이 대표로 하되 총회의 과반수 의결을 거친 후 위원장 및 교섭위원이 연명으로 서명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피고는 원고 지회 조합원을 배제한 채, 자신 소속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총회를 개최하여 인준투표(찬반투표)를 시행하였는데, 다수가 찬성하였다(총원 136명 중 126명이 참석하여 그중 72명이 찬성하였다).

 

그러나 원고 지회는 피고가 원고 지회 조합원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인준투표를 시행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별도로 찬반투표 시행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였다. 원고는 원고 지회 조합원 인준투표결과까지 반영하면 교섭참여노동조합 전체 조합원 중 다수가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반대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29조의4 1항이 정하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1심과 원심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후,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를 거치지 아니한 사안에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내용은 크게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법리 부분과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관한 법리 부분으로 나뉜다.

대상판결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일반 법리를 최초로 판시하면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가 공정대표의무의 하나임을 정면으로 밝히고,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위자료)책임을 인정하며,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해당함을 판시하면서 아울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소수노동조합)(반드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할 때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교섭참여노동조합이 소수노동조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는 소수노동조합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여 편의상 소수노동조합이라 칭한다) 소속 조합원을 배제한 채 교섭대표노동조합 조합원만으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노사 간 구두합의는 있었으나 노동조합 내부의 인준투표를 거치지 않아 아직 정식의 단체협약으로 되지 아니한 안)에 대한 인준투표를 거쳤다 하더라도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함으로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범위를 특정하였다.

 

.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법리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29조의4 1).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소수노동조합에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하고(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218642 판결 등 참조),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단체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소수노동조합을 절차 면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아야 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공정대표의무를 절차적으로 적정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정보를 소수노동조합에 적절히 제공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다만 단체교섭 과정의 동적인 성격 및 실제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모습, 노동조합법에 따라 인정되는 대표권에 기초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권 등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이러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의 모든 단계에 있어서 소수노동조합에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완벽하게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이때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절차를 누락하거나 충분히 거치지 아니한 경우 등과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함으로써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관한 법리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교섭 과정에서 마련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자신의 조합원 총회 또는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는 경우,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동등하게 그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거나 잠정합의안에 대한 가결 여부를 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찬반의사를 고려 또는 채택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나 목적,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의 규정 내용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및 조합원 전체를 대표하여 독자적인 단체협약체결권을 가지므로, 단체협약 체결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소수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의 의사에 기속된다고 볼 수 없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규약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해당 교섭대표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마련된 내부적인 절차일 뿐이지, 법률상 요구되는 절차는 아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14조의7에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확정에 필요한 조합원 수 산정 기준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 후문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찬반투표를 거칠 것인지 여부는 물론이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별로 찬반투표 실시 여부, 실시기관, 실시방법 및 정족수 등에 관하여 각기 다른 규약상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노동조합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3. 공정대표의무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569-570 참조]

 

. 도입 경위와 내용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확정된 교섭대표노조만이 각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고, 각 노동조합은 개별적으로 교섭할 수 없다.

이때 소수노조는 단체교섭권뿐만 아니라 단체 행동권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공정대표의무는 위와 같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소수노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교섭창구 단일화 참여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사이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대표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 주체(노동조합법 제29조의4)

 

 관련규정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공정대표의무 등)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주체

 

교섭대표노동조합뿐 아니라 사용자도 위 의무의 주체가 된다.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것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본 사례로는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218642 판결이 있다.

 

4. 교섭창구 단일화 및 공정대표의무 일반론과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이하 사법 제65호 임상민, P.623-659 참조]

 

. 교섭창구 단일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1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에[단수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따라 사용자가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고 그 단수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공고를 하더라도, 노동조합법이 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단수노동조합에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서울고법 2016. 1. 22. 선고 201554690 판결, 대법원 2016. 6. 10. 201633797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 이후의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36956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단체교섭을 하도록 하지 아니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도록 강제하는데, 이를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라고 한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2개 이상의 노동조합 조합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교섭대표기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만 제2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이 조에서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010. 1. 1. 법률 제9930호로 개정된 구 노동조합법은 복수노동조합 설립을 전면 허용함과 아울러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단체교섭의 원칙적인 방식으로 도입하였고, 위와 같이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2011. 7. 1.부터 시행되었다. 이러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도입 경위에 비추어 보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복수노동조합 설립을 전면 허용함에 대한 반대급부로 경영계의 요구로 함께 도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미국의 배타적 교섭대표 제도에서 기원하는 것인데, 그 성격상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제한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므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하여 위헌성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들이 먼저 헌법 소원을 제기하였는데 헌법재판소가 공정대표의무 등으로 합헌성이 담보된다는 등을 이유로 합헌으로 결정함으로써 실무상으로는 위헌성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1헌마338 전원재판부 결정 : 노동조합법상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교섭절차를 일원화하여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동조합과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것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수노동조합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는 절차에 참여하게 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하고 있으며, 그러한 실질적 대등성의 토대 위에서 이뤄낸 결과를 함께 향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노사대등의 원리하에 적정한 근로조건의 구현이라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노동조합법은 위와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원칙으로 하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자율교섭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노동조합 사이에 현격한 근로조건 등의 차이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 교섭창구 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들이 2020년 상반기에 또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 소원을 제기함으로써 여전히 위헌성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목적 내지 취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교섭단위분리 관련 판결(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39361 판결 :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 외에는 노동조합법이 복수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라고 판시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36956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37772 판결 등).

 

. 공정대표의무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는데, 이와 같은 차별금지의무를 공정대표의무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소수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한다. 따라서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소수노동조합이 가진)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218642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37772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262582 판결 등).

 

공정대표의무가 미치는 범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체결 과정(절차), 단체협약의 내용, 단체협약의 이행 과정을 열거하고 있다.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전반적인 절차와 내용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넓게 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반면,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고충처리 등 모든 노동조합활동에 대하여 공정대표의무를 인정하는 고용노동부의 입장과 비교하면 공정대표의무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좁게 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대표의무는 목적 정당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제도이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권 범위와 일치시킬 필요가 있고, 수단의 적정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공정대표의무가 미치도록 한다면 교섭대표노동조합 등에 오로지 부담 내지 의무만 부담시키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판례의 입장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사용자가 소수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이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218642 판결).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에 복수의 노동조합(및 그 조합원들)을 소극적으로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넘어서 차별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볼 것인가? 이를 긍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한편 판례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 모두에게 적극적 차별금지의무를 인정한다[서울고법 2017. 5. 12. 선고 201668191 판결(상고미제기로 확정), 서울고법 2018. 6. 20. 선고 201786233 판결(상고취하로 확정). 대법원 2020. 1. 9. 201952713 심리불속행 판결(원심은 서울고법 2019. 8. 30. 선고 201936829 판결)].

 

한편 판례는 공히 공정대표의무를 실체적 공정대표의무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로 나눈다[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단체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소수노동조합을 절차 면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아야 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263192 판결), 서울고법 2017. 1. 18. 선고 201652882 판결(대법원 201737772 판결로 상고기각 확정), 대구지법 2018. 11. 15. 선고 2018303347 판결(1심 인용판결, 그대로 확정) ].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결과 발생하는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한 것과 단체협약의 이행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복지기금 지급(대법원 201641248 판결, 대법원 201642654 판결 등), 근로시간면제 인정 내지 배분(대법원 201641224 판결, 대법원 2017218642 판결 등), 노동조합사무실 제공(대법원 2017218642 판결, 대법원 201740655 판결, 대법원 201948561 판결 등), 복수노동조합의 각 창립기념일의 취급(대법원 201737772 판결, 대법원 201862577 판결 등), 게시판 제공(대법원 201861222 판결 등) 등에서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되었다.

 

.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에 절차적 공정대표의무가 미치는지 여부

 

대상판결(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판결)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으로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정보 제공 및 의견수렴을 들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나 목적,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의 규정 내용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및 조합원 전체를 대표하여 독자적인 단체협약체결권을 가지므로, 단체협약 체결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소수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의 의사에 기속된다고 볼 수 없는 점,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규약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조합원의 인준투표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해당 교섭대표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마련된 내부적인 절차일 뿐이지, 법률상 요구되는 절차는 아닌 점,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인준투표를 거칠 것인지 여부는 물론이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별로 인준투표 실시 여부, 실시기관, 실시방법 및 정족수 등에 관하여 각기 다른 규약상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노동조합법 및 같은 법시행령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효과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구제절차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구제절차로는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과 손해배상청구 등 사법적 구제가 있다. 사법적 구제절차는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과 별도로 진행될 수 있고, 차별에 따른 임금차액 청구, 인사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 모두에게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 중 일방만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되면 일방만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소수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도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해석할 것이다. 공정대표의무 위반행위에 의하여 발생하는 손해는 경우에 따라 재산적 손해일 수도 있고, 비재산적 손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비재산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만을 인정하는 것이 현재의 실무례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하여도 위자료를 인정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협약의 효력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시정절차와는 별개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은 어떠한 효력을 가지는지 문제 될 수 있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바로 노사 간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직접 관련 단체협약의 내용을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정대표의무를 헌법상 노동 3권의 보장취지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합헌성을 담보하기 위해(또는 위헌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정된 의무라고 한다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단체협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서 사법상 무효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미국의 경우에도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조합이 체결한 협약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한다.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 제6조나 노동조합법 제9조에 입각하여 차별대우 금지 규정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단체협약의 규정 중 규범적 부분의 경우에서는 근로계약을 매개로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 사이에 적용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채무적 부분의 경우에도 공정대표의무 규정의 강행규정성을 원용하거나 아니면 실정법적으로는 노동조합법 제30조의 성실교섭의무 위반 규정을 원용하여 무효라고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6(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노동조합법 제9(차별대우의 금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 종교, 성별, 연령, 신체적 조건, 고용형태, 정당 또는 신분에 의하여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

노동조합법 제30(교섭 등의 원칙)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에 대하여도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과 같이 무효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판결)은 의견수렴 관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위자료 상당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인정하였는데, 이는 단체협약 자체는 무효가 아님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단체협약의 내용 자체에 차별적 내용이 없다면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함으로써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권리구제가 족하다고 볼 수 있고, 단체협약 자체를 무효로 함으로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의견수렴 관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단체협약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인준투표와 같이 본질적인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하여는 단체협약을 무효로 함으로써 본질적인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준수를 강제할 필요성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