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아픈 몸이 보내는 신호】《인생은 숨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결정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2. 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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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이 보내는 신호】《인생은 숨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결정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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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전혀 아프지 않다.

인후통을 유발한 3일간의 코로나에서 완치된 것 같다.

 

그동안 운동도 꾸준히 하고, 건강관리도 잘해서 최근 2년간 독감 등에 걸려 본 일이 없다.

그런데 덜컥 코로나에 걸리고 보니, 자신하던 내 면역력과 신체능력에 우려와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다.

 

신체의 작동원리는 정말 신비롭고 놀랍다.

코로나를 핑계로 며칠간 강제휴식을 취했더니, 오히려 몸이 개운하고 전보다 더 상쾌하다.

아마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몸이 아프지 않다면, 어떻게 며칠간 아무 일 안 하고 빈둥거리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팔팔하게 살다가 갑자기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바라는 소원일 것이다.

난 혹시라도 내가 치매에 걸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식물인간이 된다면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가족들에게 누누이 말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나에게도 고통이고, 가족들에게 좋은 모습과 아름다운 추억만을 남긴 채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그때쯤에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도 제정될 것이라 확신한다.

 

건강에 자신만만해 하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잠시 무너지고 나니, 정말 삶에는 알 수 없는 온갖 변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인태 시인의 라면 같은 시가 생각난다.

 

꼬이지 않으면 라면이 아니다?

 

그럼, 꼬인 날이 더 많았던

내 살아온 날들도

라면 같은 것이냐?

 

삶도 라면처럼 꼬일수록

맛이 나는 거라면,

내 인생은 얼마나 더 꼬여야

제대로 살맛이 날 것이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름조차 희한한 생라면을 먹으며

 

영락없이, 맞다, 생은 라면이다.

 

쭉 뻗은 길과 같은 그런 인생은 없다. 꼬부라지고 비탈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그 가운데 웅덩이도 있고 평지도 있다.

오른쪽으로 꼬이는 칡인가 싶어 몸을 돌렸더니 왼쪽으로 감아온 등나무가 몸을 죄이기도 한다.

변화무쌍하고, 새옹지마가 있은며, 전화위복이 존재한다.

꼬일수록 재미있는 것이 인생, 맞다.

 

근데 그런 인생, 참 짧다.

대전에서 서울 온 것만 같다.

유자효 시인은 시 인생에서 삶을 더 짧게 말했다.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며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겨우 버스 네뎃 정거장 정도의 거리가 시인이 말하는 인생행로다.

 

그러나 순간들 하나하나를 의미 있는 삶의 아름다운 풍경, 두근거리는 심장의 리듬 있는 박동과 팔딱거리는 생기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의 시간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인생은 숨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결정된다.

그래서 누구는 100년을 살고도 하루살이를 산 게 되지만, 또 다른 사람은 70년을 살고도 700년을 산 것처럼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온갖 활력과 감동, 선의와 삶의 가치를 새겨 넣는다면 말이다.

 

아침 산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떨치고 일어나고 싶다.

도시의 찌든 벽돌담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운율을 가진 새의 소리를 듣고 싶다.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을 보고, 시원한 바람을 코 끝에 느끼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난 여전히 미지의 자연 속으로 훌쩍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