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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책임제한의 법리, 영업비밀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방식>】《부당한 가압류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에서의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 및 책..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 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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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책임제한의 법리, 영업비밀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방식>】《부당한 가압류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에서의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 및 책임제한(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24293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서 고의 또는 과실 추정의 번복 및 책임 제한이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의 집행 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경우,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에서 진정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경우,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의 정함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따라 집행되지만, 이는 실체법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를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따라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보전처분의 집행 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집행채권자는 보전처분의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에서 진정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후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 다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진 경위와 대상, 해당 판단 요소들의 사실적·법률적 성격, 판단의 난이도, 당사자의 인식과 검토 여부 등 관여 정도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의 정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이현경 P.369-405 참조]

 

. 사실관계

 

원고의 피고 영업비밀 침해 : 원고와 피고는 모두 반도체 제조장비 전문 생산업체로, 피고 직원이었던 최○○ 등은 원고 회사로 전직을 하면서 피고의 기술정보를 구현한 소스 프로그램 등 파일 401개를 무단으로 복사한 뒤 원고의 업무용 컴퓨터에 복사하였고, ○○는 그 중 85개 파일의 부정사용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 본안소송의 경과 : 피고는 2011. 5. 6. 원고와 최○○ 등이 피고의 영업비밀과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손해 중 일부인 50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1심은 2013. 12. 6. 원고와 최○○에게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약 4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은 2017. 6. 1. 원고와 최○○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에서 2017. 11. 29.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관련 본안소송 제1심과 제2심의 손해액 산정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이 사건 가압류 : 피고는 2013. 7. 16.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원고가 A 회사에 대하여 반도체장비 등의 거래로 인하여 가지는 물품대금채권 중 청구금액 51200원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하였고, 2013. 7. 24. 가압류결정이 내려졌으며(이하 최초 가압류라 한다), 2013. 12. 19. 관련 본안소송 제1심 판결에 따라 최초 가압류 결정 중 청구금액 4,118,841,283원의 범위 내에서 이를 인가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취소하는 결정이 내려졌다(이하 최종 가압류라 한다). 이후 관련 본안소송 확정 후 2017. 12. 4. 보전소송절차에서 최종적으로 가압류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원심판결의 요지

 

부당 가압류 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된 3,000만 원을 초과하여 가압류 집행된 5,068,651,200원 부분(최종 가압류 결정의 효력 발생 전까지) 4,088,841,283원 부분(최종 가압류 결정의 효력 발생 이후부터)은 피보전권리가 없음에도 이루어진 것이므로 부당한 보전집행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가압류신청 당시 원고에 대하여 관련 본안소송에서 확정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채권을 초과하여 이 사건 각 초과 가압류 부분 상당의 손해배상채권까지도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으며, 달리 과실 추정의 번복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어 집행채권자인 피고의 고의ㆍ과실이 추정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부당 보전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손해배상의 범위 :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손해액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 쟁점

 

이 사건은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기는 하였으나 집행된 가압류의 청구금액과 본안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인용된 금액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이른바 과잉 가압류의 경우로서, 그 본안소송이 손해액 산정이 쉽지 않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사건이었고, 본안소송에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14조의2 5항에 근거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였으며, 본안소송 제1심에서는 가압류 청구금액에 가까운 상당한 손해액이 인정되기도 하였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위 판결의 쟁점은, 부당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책임제한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따라 집행되지만, 이는 실체법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를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따라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보전처분의 집행 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집행채권자는 보전처분의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2. 9. 25. 선고 928453 판결,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34764 판결 등 참조).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에서 진정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후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3757 판결 등 참조). 다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107662 판결 등 참조),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진 경위와 대상, 해당 판단 요소들의 사실적법률적 성격, 판단의 난이도, 당사자의 인식과 검토 여부 등 관여 정도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의 정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42532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원고 회사와 원고 직원이 피고의 영업비밀과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원고 회사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물품대금채권 중 청구금액 51200원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하여 가압류결정을 받았다. 손해배상청구 본안소송(이하 관련 본안소송’) 1심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약 4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자, 위 가압류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에서 법원은 가압류결정 중 청구금액 약 41억 원의 범위 내에서 이를 인가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관련 본안소송 제2심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 3,000만 원만이 인정되었고 그 판결이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되자, 원고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부당한 가압류 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관련 본안소송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5항의 적용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이 인정되었다거나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상당인과관계나 기여율의 판단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자인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만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의 차이가 생긴 대상, 판단에 참작하는 요소들의 성격, 판단의 난이도와 판단이 달라진 경위, 관련 소송의 경과, 쌍방 당사자들의 관여 정도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기각하였다.

 

3. 부당보전처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과 고의과실 추정 번복의 일반적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이현경 P.369-405 참조]

 

. 부당보전처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보전처분 집행 후 피보전권리 또는 보전의 필요성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의 손해배상책임

 

보전처분이 집행된 후에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부존재가 확정되거나 이의취소 절차에서 피보전권리 또는 보전의 필요성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보전처분이 취소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민사집행법 제308조는 가처분의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부당한 보전처분 집행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민사집행법 제308(원상회복재판) 가처분을 명한 재판에 기초하여 채권자가 물건을 인도받거나, 금전을 지급받거나 또는 물건을 사용ㆍ보관하고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가처분을 취소하는 재판에서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그 물건이나 금전을 반환하도록 명할 수 있다.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 등 실체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한 부당한 민사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하여서는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의 인정 여부에 논의가 집중되어 있고(보전처분이 법원의 승인을 받아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피보전권리 또는 보전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중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데에 이론이 없음.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34919 판결은 보전처분의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은 피보전권리 없이행해진 것으로 위법한 것이라고 판시함), 이와 관련하여 전통적으로 과실추정설, 무과실책임설이 대립하여 왔다.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의 인정 여부에 관한 학설

 

과실추정설 :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인정되어야 하지만, 부당한 민사보전처분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고의과실이 추정되므로 집행채권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법률에 명문규정이 없는 이상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집행채권자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무과실책임설에 따를 경우 집행채권자는 본안소송에서 패소하기만 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개별적인 특별한 사정을 참작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하여 집행채무자의 입증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고의과실은 사실상 추정되는 것이므로 증명책임이 전환되는 것은 아니고 집행채권자는 반증을 들어 추정을 깰 수 있다.

 

무과실책임설 : 집행채권자는 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보전처분은 채권자의 일방적 소명에 기하여 발령되고 채무자에게 충분한 방어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도 마땅히 채권자가 부담함으로써 손해 부담상 공평을 기할 수 있다. 또한 보전처분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고 불법행위책임은 사회변화에 따라 종래의 과실책임에서 무과실책임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가집행의 경우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이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가집행의 경우보다 보전처분에 기한 집행채무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므로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의 유추적용을 통해서 가집행의 경우와 같이 무과실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

 

판례 (= 과실추정설)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34764 판결 :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그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2. 9. 25. 선고 928453 판결 등 참조).

 

판례는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면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을 사실상 추정하고 있고,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경우이므로 보전소송에서의 이의신청으로 보전처분이 취소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같은 취지의 하급심판결로는 청주지법 2012. 11. 27. 선고 20121901 판결).

 

판례는 고의과실을 추정하는 근거로 보전처분은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라는 점과 가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인정한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의 규정과의 균형(대법원 1962. 1. 18. 선고 4294민상507 판결)을 들고 있으며, 위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으로 집행채권자가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반증이 있으면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과실추정의 번복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

 

총설

 

전체적으로 대법원은 대체로 당사자 사이의 관계나 제반 사정을 고려하였을 때 고의과실을 인정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상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을 쉽게 인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보전처분이나 본안소송에서 법원이 심리에 관여하였고 그 심리결과 집행채권자가 한때 승소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고의과실 추정이 유지된다고 보고 있고(대법원 1980. 2. 26. 선고 792138, 2139 판결), 추정의 번복이나 무과실을 인정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보전권리의 존부와 관련된 사실을 오인한 경우는 추정의 번복을 쉽게 허용하지 않고 피보전권리의 법적 해석이나 법률적 평가에 관한 오인의 경우에는 비교적 관대하게 추정의 번복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적 해석이나 법률적 평가의 오인을 이유로 추정의 번복을 인정한 판례들이 비교적 오래전에 선고된 사건들이어서 현재까지도 그와 같은 경향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기는 하다.

 

아울러 하급심에서도 고의과실의 추정의 번복을 인정한 사안은 매우 드물었는데, 하자 있는 행정처분을 신뢰하여 보전처분으로 나아간 경우[서울중앙지법 2012. 9. 27. 선고 2011가합133560 판결(서울고법 201290919호로 항소되어 조정성립함)], 민법 제104조가 규정하고 있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안의 제1, 2심이 엇갈린 판결을 내린 경우[] 등에 있어 고의과실의 추정을 번복한 사례가 있었다.

 

채권자가 사실관계를 오인한 경우

 

일반적으로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이 어려운데(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57254 판결은, 계약의 해석은 법리의 문제가 아닌 사실의 문제라고 보아 과실의 추정을 유지함), 특허침해금지가처분사건의 본안의 제1, 2심에서 승소하고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되는 등 7년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패소 확정된 경우 비록 채권자가 한때 승소한 일이 있다고 하여도 채권자에게 과실이 없다는 반증이 없는 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본 판례(대법원 1980. 2. 26. 선고 792138, 2139 판결), 실용신안권에 기한 제조, 판매금지 가처분이 발하여진 후 본안소송에서 실용신안권자(채권자)의 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원심이 인정한 정도의 가처분 심리경과나 채권자가 자신의 전용실시권에 기하여 제품을 생산, 판매한 기간이 오래 되었다는 점 및 채권자가 변리사로부터 침해 여부에 대한 감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과실이 있다는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본 판례(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46184 판결) 등이 있다.

 

다만 채무자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사정이 있어 채권자가 오인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피보전권리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불명확하거나, 그 주요 내용이 채무자와 제3자의 영역에 있어 채권자의 판단이 어려운 경우 등에는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가압류의 본안소송에서 채권자 패소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당시 위 본안소송에서 채권자는 채무자가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대출관계서류를 소지하고 있었고, 증인이 채무자의 승낙을 받아 위 서류들을 작성하였다고 증언하였던 점, 그 후 관련 형사소송에서 실제로 채무자가 이 사건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승낙하였음이 인정된 경우 채권자의 과실을 부정한 판례(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82046, 82053 판결)가 있다.

 

채권자가 법적 해석이나 법적 평가를 착각한 경우

 

일반적으로 사실의 착오에 비해 고의과실 추정이 번복되기 쉽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21122 판결은, 연대보증인의 보증책임 범위는 단순한 사실인정 문제라기보다 법적 해석 내지 평가상의 문제라고 보아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을 인정함). 판례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중대한 과실유무에 관한 평가의 차이로 인해 피보전권리가 부정된 경우(대법원 1993. 3. 23. 선고 9249454 판결), 분양계약을 수량지정매매가 아니라 특정물매매로 판단함으로써 피보전권리가 부정된 경우(대법원 1998. 6. 29.9822383, 22390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 화해조서의 기판력의 범위에 관한 법적 견해 차이로 피보전권리가 부정된 경우(대법원 1980. 11. 25. 선고 80730 판결), 주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확인의 이익 또는 제소권 등에 관한 법적 해석 내지 평가상의 차이에 따라 본안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경우(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29373 판결) 고의과실 추정을 번복한 바 있고, 법원이나 학계에서 해당 법적 쟁점에 관하여 견해가 엇갈리거나, 채권자의 견해가 해당 사건의 수소법원과 집행법원에서 일부 받아들여진 경우(대법원 1980. 11. 25. 선고 80730 판결)라면 일응 채권자가 법적 해석이나 평가를 잘못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 중 일부만 인용된 경우

 

본안소송에서 가압류청구금액(피보전권리) 중 일부만 인용된 경우에도 기각 부분에 대하여는 가압류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242935)의 경우가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83757 판결 : 가압류신청에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경우 본안판결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고의과실이 추정되고 다만 특단의 사정이 있으면 고의과실이 부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34095, 34101 판결 참조). 실제 채권액보다 10 내지 30배 금액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가압류를 한 사례로,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하여 그의 과실이 추정되는 경우, 패소 확정된 금액에 관해서 제1심은 이를 인용하였으나 항소심에 서 결론을 달리한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 금액은 가압류채권자에게 귀책사유 있는 잘못된 충당행위로 인한 손해임이 본안소송에서 이미 확정된 이상 가압류채무자가 업무상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거나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가 복잡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부당 보전처분에 대한 가압류채권자의 과실 추정이 번복되지는 않는다고 본 사안이다.

 

대법원은 실제 채권액은 약 1억 원 남짓이나 청구금액을 약 4억 원으로 하여 가압류를 한 경우에도 초과 가압류 부분에 대하여 고의과실의 추정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90026 판결). 다만 이는 보전의 필요성 문제가 아닌 피보전권리의 존부에 관한 문제로, 초과한 정도가 근소하거나 청구금액 상당의 채권이 있다고 채권자가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고의나 과실의 추정이 번복될 수 있고(가압류에 관한 본안소송에서 법원이 일단 청구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공평의 부담 차원에서 책임을 제한하여 청구금액이 실제로 인용된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채권자의 고의나 과실의 추정 번복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13241 판결 :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채권가압류의 피보전권리로 주장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본안소송에서 주식회사 신동방씨피의 이사로서 분식회계에 가담한 원고에게 일단 17,239,054,263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나, 다른 한편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신의칙에 기하여 위 손해배상책임을 16,000만 원으로 제한한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 회사로부터 상환받지 못한 금액 전부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은 데에 어떠한 잘못이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초과한 정도가 과다하다면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에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피보전권리가 전부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고의과실 추정이 번복될 여지가 더 큰 것은 사실이고, 집행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판결의 사례들도 단순한 고의과실의 추정으로 해당 결론에 이르렀다기보다 사안의 실질을 보면 본안에서 기각된 부분에 대한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을 인정함이 상당한 사안들로 평가된다. 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34095, 34101 판결은 원고(부당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반소피고)가 피고를 상대로 42,000만 원의 계약금 반환을 구하면서 같은 금액으로 가압류를 하였는데 본안소송에서 원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액 예정의 감액으로 원고가 14,000만 원을 돌려받게 된 사안으로, 원고는 계약금 42,000만 원을 몰취당할 개연성이 높은 상태에서 그 전액의 반환채권이 있음을 전제로 가압류를 한 것이므로 가압류의 부당성이 높은 사안이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83757 판결은 피고가 여러 개의 독립한 손해배상채권을 이유로 순차로 가압류(직전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하여 청구금액을 순차 확대)를 한 사안에서 일부 청구는 인용되고, 일부 청구는 기각된 사안으로, 전체로서는 일부 인용이지만, 청구기각 부분만 분리하여 보면 전부 기각이라고 볼 수 있다.

 

.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 기준

 

공평의 실현과 관련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손실의 공평한 분담과 절차상 지위의 불평등의 회복이 이루어질 필요57)58)가 있는 한편 보전제도의 기능 유지의 경우 법원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보전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보전 제도 남용을 방지하면서도 채권자가 권리 보전을 위해 이를 지장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 문제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공평의 실현과 보전제도의 기능 유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원칙적으로 부당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고의과실의 추정 번복을 엄격하게 판단함으로써 집행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부당 보전처분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함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과 절차상 불평등의 회복에 부합한다. 부당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는 채권자의 일방적 행위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채무자는 절차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있고(보전처분은 채권자의 일방적 신청과 소명에 기하여 발령되고 채무자에게 충분한 방어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 남용에 대한 제재수단 또한 미흡하고, 집행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적극적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피보전채권에 기한 보전처분으로 인하여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 셈이다), 손해의 공평한 분담 측면에서도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을 엄격하게 함으로써 무과실책임에 가깝게 운영하되 과실상계, 책임제한 법리 등을 통해 구체적 타당성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며,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과의 균형에 비추어 보아도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은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보전제도의 기능 유지 측면에서도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을 엄격하게 하여 부당 보전처분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할 경우 집행채권자가 보전처분으로 나아가는 것을 꺼리게 되고 보전처분 제도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보전처분의 남용을 방지하고, 제도의 건전한 이용을 촉진하고자 하는 정책적 고려에 부합한다.

물론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을 엄격하게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무과실책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추정을 번복할 만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고의과실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다만 각 사안별로 결론에 구체적 타당성을 가질 수 있도록 판단해야 할 것이지 기존의 분석과 같이 사실을 오인한 경우, 법적 해석이나 법률적 평가에 관해 오인한 경우 등으로 유형화하여 판단할 것은 아니다.

 

4.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호, 이현경 P.369-405 참조]

 

. 손해액의 추정 등 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는 부정경쟁행위에 의하여 영업상의 이익 침해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를 법률상 추정하는 다양한 특칙을 두고 있고, 그중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서 주로 활용되는 조항은 제1, 2, 5항이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1, 2, 5항은 특허법 제128조 제2, 4, 7항에 대응되는 것으로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논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양도수량 산정방식(1) : 피침해자가 영업비밀침해가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침해제품 양도수량 X 피침해자의 단위 수량당 이익)

침해자이익 산정방식(2) : 침해자가 영업비밀침해로 얻게 된 이익(= 영업비밀침해행위로 인한 매출액 비용)

상당한 손해액 인정방식(5) :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산정

 

위와 같은 손해액 추정 규정들은 부정경쟁방지법뿐만 아니라 특허법, 상표법, 저작권법 등 지식재산권법 전반에 걸쳐 규정되어 있고 제5항의 상당한 손해액 산정방식 또한 마찬가지인데, 지식재산권의 종류 여하를 불문하고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이 문제 되었을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산정방식은 상당한 손해액 인정방식이다[2009년에서 2016년 사이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57건의 판결 중 양도수량 산정방식(1)으로 산정한 것은 2(3.5%), 침해자 이익 산정방식(2)으로 산정한 것은 8(14%)이었고, 나머지 47(84.2%)은 상당한 손해액 인정방식(5)으로 산정되었다(3항의 실시료 산정방식에 의한 판결은 없었다). 특허실용신안권 침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2010. 1. 1.부터 2017. 4. 30.까지 제1심에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163건의 판결 중 양도수량 산정방식에 의한 것이 17(10.43%), 침해자 이익 산정방식으로 산정한 것이 15(9.2%), 상당한 손해액 인정방식으로 산정한 것이 90(55.21%)이었다].

 

다만 제5항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때에도 법원이 자유재량에 의하여 손해액을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나머지 산정조항들이 그 재량을 제어통제하고 재량행사의 방향을 지시하는 일종의 지도규범으로 기능하고 있다.69)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58728 판결 : 법원은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에 있어서 손해의 발생 사실은 입증되었으나 사안의 성질상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극히 곤란한 경우 특허법 제128조 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같은 조 제5항에 의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자유심증주의하에서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증명도심증도를 경감함으로써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과 기능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지, 법관에게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은 아니므로, 법원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구체적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와 같이 탐색해 낸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356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664627 판결 등 참조). 구 특허법 제128조 제5(= 현행 특허법 제128조 제7)의 적용과 관련하여 설시한 법리로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5항에 따른 재량 손해액 산정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1, 2, 3항 등의 각 요건사실(특히 단위수량당 이익액 내지 한계이익 또는 이익률 등)이 증거로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은 경우 제5항을 근거조항으로 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면서도 양도수량 산정방식이나 침해자의 이익 산정방식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는 경우들이 있는데[법원이 실질적으로 기초한 산정방식을 기준으로 분류하더라도 양도수량 산정방식(1)으로 산정한 것은 5(8.7%), 침해자 이익 산정방식(2)으로 산정한 것은 14(24.6%)이었고, 나머지 38(66.7%)은 순수하게 상당한 손해액 인정방식(5)으로 산정되었다고 한다], 관련 본안소송(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242935)의 경우도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5항에 기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경우(상당인과관계), 한계이익률, 기여도, 영업비밀 보호기간 등을 고려하여[원고의 단위당 한계이익액 × 피고의 판매대수(= 영업비밀 보호기간 동안 상당인과관계 있는 판매대수) × 기여율]의 산식으로 손해액을 35,762,991원으로 산정한 뒤 그중 상당한 금액으로 30,000,000원의 배상을 명하였는데, 이는 사실상 양도수량 산정방식(1)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 양도수량 산정방식(1)에 따라 고려되는 요소들에 관한 검토

 

적극적 요건 : 침해물건의 양도수량 × 단위수량당 이익액

 

민법상 일반불법행위의 원칙인 차액설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면, [피침해자의 감소한 판매량(= 침해가 없었다면 판매가능한 판매량 실제 판매량) × 피침해자의 물건 단위수량당 이익액]과 같이 산정할 수 있으나, 침해가 없었다면 판매가능한 판매량을 증명하기 쉽지 않으므로 제14조의2 1항을 두어 침해물건의 양도수량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위수량당 이익액은 한계이익(침해가 없었다면 증가하였을 것으로 상정되는 대체제품의 단위당 매출액으로부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증가하였을 것으로 상정되는 단위당 비용을 공제한 액)으로 보는 견해가 특허법 제128조에 관한 다수설이자 판례이고, 영업비밀침해의 경우에도 같게 볼 수 있다.

 

소극적 요건 :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 기여율, 영업비밀 보호기간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 : 피침해자가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침해자의 양도수량 전부 또는 일부를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때에는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에 따른 금액을 손해액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이 부분에 해당하는 판매금액은 침해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없는 손해인데,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에는 침해물건의 기술적 우수성, 침해자의 영업노력 등으로 침해물건이 많이 팔렸다는 사정, 시장에서의 대체품의 존재 등이 있다. 이러한 사정은 감액 요소로서 침해자가 주장, 증명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사정이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정에 의하여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에 대하여도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의 판단은 침해가 없었던 가상적인 상황을 전제하여 영업비밀 보유자가 침해자의 판매를 대신할 수 있었을 것인지 여부를 살피는 것으로 규범적 판단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어디까지나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그러한 가정적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실인정 문제를 떠난 법적 평가 내지 판단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침해물건의 기술적 우수성이나 침해자의 영업노력 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 또는 피침해자에게 생산능력이 없었다거나 피침해품이 침해물건이나 제3자 생산 물건에 비하여 기술적 열위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고, 그와 같은 사정이 사실로 확정되어야만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될 여지가 있다).

 

기여율 : 침해자의 이익액 가운데 영업비밀과 관계된 비율을 말하며, 기여율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은 곧 침해품의 전체 매출 중 영업비밀이 공헌하지 않은 부분에 해당하므로 손해액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과거에는 특허발명의 실시부분이 침해품의 일부에만 해당하는 경우 기여율을 고려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특허권, 저작권, 영업비밀 등의 침해에 있어 기여율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별다른 이견이 없고, 실무는 법에 규정된 손해액 산정방식에 따라 산정된 전체 손해액에 기여율을 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여율에 관한 주장, 증명책임은 침해자에게 있으며, 구체적 직접증거나 일정한 계산식에 의해 구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간접증거들에 의해 종합적으로 판단되고 있으므로, 기여율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으로서 그 산정은 단순한 사실인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평가까지 반영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218244 판결,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34981 판결 등에서 기여율 산정에 고려할 사항들에 관하여 제시하고 있으나, 추상적인 고려 요소들만이 제시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산식 등이 제시된 바 없어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의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법원이 기여율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예측가능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이에 따라 기여율 산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당사자들이 나름의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218244 판결 : 기여율은 침해자가 얻은 전체 이익에 대한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관계된 부분의 불가결성, 중요성, 가격비율, 양적 비율 등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34981 판결 : 물건의 일부가 영업비밀 침해에 관계된 경우에 있어서 침해자가 그 물건을 제작판매함으로써 얻은 전체 이익에 대한 영업비밀의 기여율은 전체 물건에서 영업비밀의 침해에 관계된 부분이 필수적 구성인지 여부, 그 기술적경제적 가치, 전체 구성 내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한편 영업비밀의 기여 부분 및 정도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영업비밀 보호기간 :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은 영업비밀이 그 요건(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갖추고 있어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기간으로, 보호기간이 도과하였다면 더 이상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을 수 없어 영업비밀 보유자가 그 사용자를 상대로 보호기간 도과 이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영업비밀침해사건에 있어서 법원이 반드시 보호기간을 제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대법원 2019. 3. 14.20187100 결정),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영업비밀 보유자의 기술정보 취득에 소요된 기간과 비용 등에 관한 사실인정을 토대로 하지만 규범적 평가를 통해 그 합당한 기간이 판단되게 되므로(대법원 1998. 2. 13. 선고 9724528 판결) 법원이 종국적으로 인정할 영업비밀보호기간을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24528 판결 :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보장 및 인적 신뢰관계의 보호 등의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하고,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영업비밀인 기술정보의 내용과 난이도, 영업비밀보유자의 기술정보 취득에 소요된 기간과 비용, 영업비밀의 유지에 기울인 노력과 방법, 침해자들이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기술정보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 침해자가 종업원(퇴직한 경우 포함)인 경우에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그에 종속하여 근무하였던 기간, 담당업무나 직책, 영업비밀에의 접근 정도,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내규나 약정, 종업원이었던 자의 생계 활동 및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지적재산권의 일종으로서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허권 등의 보호기간과의 비교, 기타 변론에 나타난 당사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손해액의 인정은 일반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로 이해되고 있으나,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하여 고려되는 요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히 사실관계 확정적용의 문제로 취급하기는 어렵고 법적 해석평가의 측면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는 경우(5)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 여부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고려되는 요소들의 경우 법원에서 그 수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5항에 따라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한다고 볼 여지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손해액 산정에 고려되는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 법관의 규범적 평가의 개입은 비단 영업비밀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 손해액이 확정됨에 따른 내재적 한계로 볼 수 있으며, 5항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때에도 법원이 자유재량에 의하여 손해액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심리과정에서의 긴급성과 밀행성을 강조하여 쉽게 보전처분을 인용하는 실무 관행에 따라 채권자가 채무자를 압박하여 손쉽게 권리실현을 할 목적으로, 또는 본안에서 채무자보다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보전처분을 신청하는 보전처분 남용이 문제 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상당한 손해액 인정 조항에 따라 손해액이 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상당한 손해액 인정 방식에 따라 손해액이 산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고의과실 추정을 번복할 경우 보전처분의 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한 보전처분의 경우 단순히 집행채무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집행채무자의 신용도를 훼손하는 등의 부수적 효과로 인하여 시장에서 경쟁업체를 도태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남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이 사건 가압류와 같은 채권가압류의 경우 집행채무자의 현금 유동성 악화에 따른 여러 부수적인 효과(신용평가 하락, 추가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 등)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 사건의 경우(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242935 판결)에도 국내에서 레이저 드릴링 장비를 생산하여 A 회사에 납품할 만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는 원고, 피고, B 회사 등 소수의 업체뿐이었는데, 피고가 이 사건 가압류를 통해 A 회사를 제3채무자로 하여 원고의 A 회사에 대한 장비 납품대금 채권을 가압류한 이후 원고의 A 회사에 대한 매출액이 급락하였다(원고의 A 회사에 대한 매출액은 2011397억 원, 2012383억 원, 2013126억 원, 2014101억 원, 2015106억 원, 201650억 원 가량이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가압류 이후인 2015년 원고 주식이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코스닥에 공시되고, 원고 회사에 대한 신용평가 역시 2012BBB, 2013BB+에서 2014B-, 2015CCC+, 2016CCC+로 하락하였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은행으로부터 약 113억 원의 대출을 받고 그 이자로 12억 원 가량을 지급하였다. 원고의 사정이 위와 같이 악화된 것이 전적으로 피고의 이 사건 가압류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 사건 가압류가 원고의 신용도나 자금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 인정 조항에 근거하여 손해액을 산정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를 들어 쉽게 고의과실 추정을 번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며 제도적 한계로 인하여 집행채권자가 보전처분 신청 당시 법원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인정될 손해액을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정은 책임의 제한에 고려함으로써 그로 인하여 확대된 손해를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분배함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고의과실 추정의 번복은 기본적으로 엄격하게 하여야 하며 관련 본안소송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를 상당한 손해액 인정 규정에 근거하여 산정하였다고 하여 고의과실 추정이 번복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관련 본안소송 제1심과 제2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동일함에도 단지 법적 해석과 평가를 달리함으로써 인정된 손해액에 큰 차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나, 손해액의 산정은 일반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로 이해되고,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액 산정에 고려되는 요소들(영업비밀침해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기여율, 영업비밀 보호기간)에 법원의 규범적 평가가 개입되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증거에 의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적 해석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규범적 평가의 개입을 들어 고의과실의 추정을 번복할 것은 아니다.

 

또한 손해액 산정에 고려된 개별 요소들에 관한 관련 본안소송 제2심의 판단을 살펴보아도 피고의 고의과실 추정을 번복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5.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한 책임제한 법리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92-495 참조]

 

. 의의

 

 판례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채권자나 피해자 측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리를 창조하여 발전시켜 왔다. 이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비율의 결정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812270 판결,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619603 판결 등 참조).

 

 그렇지만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가 실질적으로 전부 회복되었다거나 그 손해를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해자의 책임을 함부로 면제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68357 판결).

 

. 자연력의 기여도 공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행위가 경합되어 발생된 경우 가해자의 배상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함이 상당하고(대법원 1993. 2. 23. 선고 925212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통상의 손해와는 달리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자연적 조건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사고방지 조치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31334 판결 참조).

 

. 기왕증의 기여도 공제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그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애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그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대하여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케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하고, 법원이 기왕증의 상해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학상으로 정확히 판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변론에 나타난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상해의 부위 및 정도, 기왕증과 전체 상해와의 상관관계, 치료경과,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및 건강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1517 판결,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447734 판결 등 참조).

 

.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가해행위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종류·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812270 판결 등).

 

.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사용자가 피용자의 업무집행으로 행해진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접 손해를 입었거나 또는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 결과로 손해를 입게 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업의 성격과 규모, 사업시설의 상황, 피용자의 업무내용, 근로조건이나 근무태도, 가해행위의 상황, 가해행위의 예방이나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의 정도 등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피용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손해의 배상이나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옳다(대법원 1987. 9. 8. 선고 86다카1045 판결 등).

 

.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260467,60474 판결 등).

 

.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

 

자본시장법 제125, 126조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때에는 과실상 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주식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어느 특정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려운 사정을 감안할 때,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의 거짓 기재 이외에도 취득한 때부터 손실이 발생한 때까지의 기간 동안 발행회사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16758, 16765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223747 판결).

 

. 고의적 불법행위의 경우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230730 판결).

 

. 법원의 심리, 판단

 

 배상의무자가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 책임감경사유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심리ㆍ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91262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76437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85172 판결 등 참조).

 

차.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부담 원인이 될 수 있는 합의가 지방자치법상 요구되는 지방의회의 의결 없이 체결되어 무효로 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제한 가부(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24726 판결)

 

⑴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이 사건 합의 체결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에도 책임제한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무효인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고 그에 기한 금원 지출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 이 사건 경과에 비추어 그 주된 책임이 피고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사건 합의의 당사자로서의 원고의 지위에 비추어 스스로 강행규정 위반의 합의를 체결한 원고의 책임을 부정하고 오로지 피고에게만 책임을 지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보아, 책임제한 법리의 적용을 부정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⑵ 갑 주식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에 거액의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합의를 체결하면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답변에 따라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을 지방자치단체와 합의를 하였는데, 위 합의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되어 갑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자 갑 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합의는 기초자치단체인 을 지방자치단체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우월적 지위에서 체결한 것이 아니라 계약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체결한 것인 점, 계약의 체결 절차가 법령에서 정한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계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체결상의 과실이나 귀책사유가 쌍방 당사자 모두에게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데, 갑 회사에도 지방의회 의결 없이 체결되는 위 합의가 무효임을 모른 데 대하여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인정되는 점, 을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갑 회사 역시 위 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았음에도, 지방의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자문의견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만연히 합의를 체결하였는바, 을 지방자치단체가 그 과정에서 받은 자문의견서를 갑 회사에 송부한 반면 갑 회사는 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와 관련된 의견이나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도 없는 점,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인 위 합의를 체결하고 그에 기한 금원 지출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과에 비추어 그 주된 책임이 을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대규모 기업인 갑 회사의 위상에 비추어 강행규정 위반의 합의를 체결한 갑 회사의 책임을 부정하고 오로지 을 지방자치단체에만 책임을 지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되는데도, 합의를 체결하면서 갑 회사에 과실상계를 할 만한 부주의가 있었다거나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아니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6. 책임제한의 법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이현경 P.369-405 참조]

 

. 책임제한의 법리

 

피해자에게 과실이나 이익이 없지만 가해자에게 손해를 전부 배상시키는 것이 지배적인 법감정 내지 정의감에 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와 같은 경우 법원이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일부를 감액하여 배상하도록 하는 것을 판례상의 책임제한이라 한다. 예를 들어, 의료 사건에서 환자의 기왕증 내지 체질적 소인이 피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경우와 같이 손해의 발생여부 및 범위가 피해자와 무관하지 않은 경우, 자연력과 같은 불가항력적 요인이 경합되어 저지른 불법을 넘어서 불가항력적인 요인에 따른 손해까지 채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손해는 손해를 야기한 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수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원인이 발생한 영역에 따라 스스로 손해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에도 가해자의 가해행위만으로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지 않은 경우 그 책임을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전가시키기는 어렵다. 이러한 책임제한을 통해 손해배상법의 두 가지 이념인 시정적 정의(corrective justice)뿐 아니라 분배적 정의(distributive justice)까지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민법상 책임제한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손해배상법의 기본원리인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 과실상계 규정의 유추에 기초하여 가해자의 배상액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16713 판결 : 가해행위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850586 판결 참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16905 판결 :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통상의 손해와는 달리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자연적 조건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사고방지 조치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가해자의 배상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하며(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1734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69652 판결 등 참조), 이때 자연력의 기여 부분 및 그 정도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66476 판결 참조).

 

책임제한여부 및 정도에 고려될 수 있는 요인들은 크게 가해자 측 요인, 피해자 측 요인, 3의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가해자 측 요인으로는 가해자가 어떠한 내용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그 불법행위로 민사적 손해배상과 별개로 형사상 또는 행정상 제재를 받았는지, 가해자가 손해발생의 예방 및 확대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가해자가 동일한 사건에서 마찬가지로 손해를 입었는지, 호의관계 등 피해자와 사이에 인적내부적 관계가 있는지 여부 등이 책임제한의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피해자 측 요인으로는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인적 손해인지 재산권에 대한 물적 손해인지와 같은 손해의 종류 및 가치, 손해의 규모, 지병, 기왕증, 심인적 요인, 성격, 기질 등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 피해자 측 과실 등이 책임제한의 요소로 고려될 수 있고, 3의 요인으로 가해자의 통제 내지 지배 영역을 벗어나 통상의 정도를 넘어선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나 불운은 가해자의 배상액에서 공제되며, 업무 내지 직위의 특수성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도 책임제한의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한편 책임제한의 여부 및 그 비율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42532 판결 등).

 

. 부당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책임제한 법리 적용 여부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책임제한 법리를 통해 감경한 대법원판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하급심의 경우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책임제한 법리를 적용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부산지법 2005. 7. 21. 선고 20047016 판결(원고 측에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각 가압류를 성급하게 감행토록 유발시킨 책임이 있음을 들어 위 가압류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전부 피고에게 책임 지우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피고가 배상할 책임이 있는 손해액은 전체손해액의 55% 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확정됨), 서울중앙지법 2022. 9. 21. 선고 2020가합607636 판결(확정됨), 수원지법 2022. 10. 20. 선고 202189244 판결(확정됨) ], 책임제한 법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전반에 걸쳐 일반적으로 적용가능하므로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도 피해자 측 요인, 3의 요인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를 전부 배상시키는 것이 법감정 내지 정의감에 반하는 경우 공평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부당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집행채권자의 과실로 집행채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고, 집행채무자에게 달리 과실이 없거나 책임을 제한할만한 손해의 확대 등에 기여한 부분이 없음에도 그 보전처분으로 발생한 손해 전부를 집행채권자에게 분배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부당해 보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7. 대상판결(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242935 판결)의 요지

 

관련 본안소송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5항의 적용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이 인정되었다거나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상당인과관계나 기여율의 판단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자인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음을 인정한 판례이다.

 

부당한 보전처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당한 가압류·가처분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위자료 및 소송비용, 과실상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부당한 보전처분과 손해배상책임 [이하 재판실무연구 2010, 김동기 P.209-230 참조]

 

. 총설

 

보전처분은 본안소송에 부수하여 채권자의 잠정적이고 가정적인 권리상태를 간이신속한 절차에 따라 보전하는 제도이므로 이는 항상 본안에 의한 권리의 종국적 확정을 전제로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권리의 부동성을 다투는 채무자의 이의에 의하여 취소될 수 있는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보전처분이 애당초 채권자가 주장한 근거가 부인되어 부당한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에 채권자가 제도화된 절차를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어떠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면 이는 채무자에게 심히 부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및 채권자의 책임이 인정된다면 그 요건과 범위 등이 문제된다.

 

.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

 

 이에 대하여는  절대적 과실책임설,  과실추정설,  무과실책임설이 대립한다.

 

 대법원은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그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84874 판결. 같은 취지의 판결로는 대법원 1977. 6. 7. 선고 77294 판결, 대법원 1995. 4. 14. 선고 946529 판결, 2002. 9. 24. 선고 200046184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24872 판결 등 다수에 이른다).

 

 과실책임주의를 유지하여 우리 민법의 전체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일정한 경우에 과실을 사실상 추정함에 의하여 공평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실추정설이 타당하다.

다만, 채권자의 과실이 추정되는 범위는 채권자 패소의 본안판결이 확정되었다거나 보전처분이 그후 취소된 모든 경우에 다 해당된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 성립요건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을 과실추정설의 입장에 서는 한 그 손해배상의 성립요건은 민법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와 같이 객관적 요건인 위법성과 주관적 요건인 고의·과실로 구성된다.

 

 위법성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하나이므로 그 객관적 요건으로서 위법성을 필요로 함은 당연하다.

 

여기서 위법성이라 함은 법 내지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 또는 질서에 위반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전처분은 원래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라는 요건을 법원으로부터 잠정적으로 승인받아 집행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면에서는 적법하지만, 반면 그에 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채무자가 손해를 입고 있는 면에서는 위법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적법·위법이라고 하는 문제가 어떤 행위가 한 면에서는 적법이라도 다른 면에서는 위법이라고 함과 같이 문제되는 측면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이 보전처분의 집행에 적법한 면도 있다는 것이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

 

 고의ㆍ과실

 

채권자가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고의로 이것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이것이 없음을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고 보전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책임을 지고, 채권자가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어 보전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고의, 과실은 추정되므로 결국은 채권자의 입증에 의해 그 추정이 번복되느냐에 따라 고의, 과실이 정해질 것이다.

 

 피보전권리에 관한 사실관계의 착오

 

 사실관계의 착오에 있어서는 과실을 인정하기 쉬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판례가 채권자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신원보증계약 갱신계약서가 피보증인에 의하여 위조된 것을 모르고 신원보증인의 재산을 가압류집행한 뒤 그를 상대로 제소하였으나 패소확정된 경우 채권자의 과실을 추정하여 무과실의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채권자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1976. 7. 27. 선고 76570 판결).

 

 특허침해금지가처분사건의 본안의 제1, 2심에서 승소하고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되는 등 7년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패소확정된 경우 비록 채권자가 한때 승소한 일이 있다고 하여도 채권자에게 과실이 없다는 반증이 없는 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80. 2. 26. 선고 792138, 2139 판결).

 

 신용카드회사가 골드회원가입신청서를 우편접수한 후 또는 가압류신청을 함에 있어서 채무자에게 연대보증여부를 확인한 바도 없고, 위 가입신청서상 채무자의 주소가 실제와 다르게 기재되어 있고 채무자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지 아니하고 막도장이 찍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채무자의 재산세 과세증명서가 첨부되어 있어도, 채무자의 부동산을 가압류한 신용카드회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본 사례(대법원 1992. 9. 25. 선고 928453 판결).

 

 채권자가 가압류 신청당시에는 그 신청이 부당함을 알지 못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가압류집행 후 채무자측으로부터 항의와 설명을 들은 후에는 사실을 확인하여 보았다면 자기의 위 가압류집행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부당함을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가압류집행을 계속 유지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28518 판결).

 

 실용신안권에 기한 제조, 판매금지 가처분이 발하여진 후 본안소송에서 실용신안권자(채권자)의 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원심이 인정한 정도의 가처분 심리경과나 채권자가 자신의 전용실시권에 기하여 제품을 생산, 판매한 기간이 오래 되었다는 점 및 채권자가 변리사로부터 침해 여부에 대한 감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과실이 있다는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46184 판결).

 

 그러나 채무자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사정이 있어 채권자가 오인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채권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채무자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사정이 중하지 않으면 채권자의 과실을 인정하기는 하되 채무자의 과실도 참작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서 타당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채무자가 실제로 공탁금을 회수한 자의 아버지이고 일련의 소송진행과정에 줄곧 관여하였으며 그 공탁금 회수절차에서도 사법서사를 소개해준 것 등으로 보아 공탁금 불법회수에 공모가담한 것으로 오인하고 가압류를 한 경우 채권자의 과실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1978. 4. 11. 선고 772164 판결).

 

 타인에게 보관시키고 있던 중 횡령당한 채권자 소유의 물건을 매수하였다고 주장하는 상대방이 매매계약서나 영수증도 없고 채권자 명의의 송장을 변조하는 등으로 횡령의 공범 내지 장물취득자라고 확신한 경우 채권자의 과실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1970. 3. 24. 선고 692259 판결).

 

 가압류의 본안소송에서 채권자 패소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당시 위 본안소송에서 채권자는 채무자가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대출관계서류를 소지하고 있었고, 증인이 채무자의 승낙을 받아 위 서류들을 작성하였다고 증언하였던 점, 그 후 관련 형사소송에서 실제로 채무자가 이 사건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승낙하였음이 인정된 경우 채권자의 과실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82046, 82053 판결, 피고는, 원고가 갑의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소송에서 원고가 대출신청서의 진정성립을 부정하였고,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인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 패소판결이 확정되었음. 한편 피고는 위 민사소송 계속 중에 경찰청에 갑을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는데, 사실은 갑에게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이유로 무고죄로 처벌받은 사안).

 

 사실관계에 착오가 있는 이상 그에 터잡은 법률판단이 정확하여도 과실이 있다 할 것이다.

 

기계가 갑, 을의 소유인데도 갑, ,  3인의 합유인 것으로 오인하여 그 조합원의 일부에 불과한 갑, 을이 병의 동의 없이 기계를 처분한 행위가 무효라고 믿고 또 변호사와 상의하여 가처분집행을 한 경우 채권자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1983. 2. 8. 선고 80300 판결, 병의 채권자인 피고는, 병이 이 사건 기계를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여 갑, 을을 상대로 제기한 동산 소유권 확인소송에서 청구기각의 판결이 선고된 것을 알면서도, 병이 선임한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역시 갑, 을을 상대로 위 사건과 동일한 내용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판결을 받은 사안으로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뿐 아니라 부당항쟁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되었음).

 

 피보전권리를 기초지우는 사실관계의 주요한 것이 채무자와 제3자의 영역에 있고 채권자의 판단이 곤란한 경우(예를 들면, 어음금청구, 사해행위·허위표시·사회질서위반의 법률행위임을 주장하는 본안소송)에는 채권자의 과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피보전권리에 관한 법적 해석의 착오

 

 법적 해석의 착오의 경우에는 앞의 사실관계의 착오의 경우보다 상당한 사유를 인정하기가, 즉 채권자의 고의, 과실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판례는 피보전권리를 부인하게 된 사유가 법적 해석의 차이에 의한 경우에 있어서 채권자의 과실을 일반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운송 도중 화재로 운송물이 전소된 데 대하여 화주가 운송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가압류 집행을 하고, 본안소송이 파기환송되자 소를 취하하였지만, 그 파기환송의 사유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소정의 중대한 과실 유무에 대한 법적 해석 및 평가상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아 부당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1993. 3. 23. 선고 9249454 판결).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처분금지가처분의 집행채권자인 피고가 그 신청이유로서 주장한 피보전권리의 존부가 사실관계의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화해조서의 기판력에 관한 법적 해석 내지는 평가상의 차이에 기인된 것이고 피고의 그에 대한 법적 견해가 가처분 법원과 본안소송의 제2심에서 인용된 바 있었다면 피고가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믿었음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1980. 11. 25. 선고 80730 판결, 원고가 소외인 갑을 상대로 한 원인무효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에서 갑은 원고에게 1,200만 원을 지급하되, 지급기일까지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한다라는 내용으로 화해가 성립되었는데, 갑이 지급기일 이전에 피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원고가 갑의 이행이 없자 위 화해조서를 집행하여 갑의 소유권이전등기, 피고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처분금지가처분의 집행을 한 사인에서, 원심은 피고에게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승소판결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고가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사유가 화해조항상의 갑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의무가 새로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것과 같은 채권적 의무로 해석한 것인바, 이는 법적 견해의 차이로 인한 것으로 피고에게 과실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

 

 반면 법적 해석의 차이에 의한 경우라도 다음의 사례에서 대법원은 채권자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자동차소유권확인의 제소를 하고 가처분집행을 함에 있어서 상대방이 빌려간 돈을 갚지 않을 때에는 그 차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귀속되기로 약속하고 약정기일 내에 그 돈을 갚지 않았기 때문에 그 차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있는 것으로 믿었다 하여도 그것만으로 위 가처분집행에 과실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1966. 5. 24. 선고 66605 판결).

 

 분배받은 농지에 대하여는 상환완료시까지 매매 기타 소유권의 처분을 할 수 없다는 농지개혁법의 규정을 알지 못한 채 상환완료전의 분배농지를 양수하였다는 이유로 토지인도소송을 제기하고 입도를 가압류한 경우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65. 7. 6. 선고 65541 판결).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채권자가 변제기를 도과하면 만연히 가압류신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채무자의 변제능력에 문제가 없는 경우 채권자의 과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피보전채권이 존재하나 그 채권액을 초과하여 여러 필지의 부동산 등에 대하여 가압류한 경우에 이를 과잉가압류로 인정하여 채권자의 고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하여 판례(대법원 1993. 3. 23. 선고 9249454 판결)는 가압류채권자는 우선변제권이 없고 다른 채권자들과 경합하여 채권액에 안분하여 평등배당 받음에 그치므로 가압류 당시에는 알지 못하였던 다른 채권자들이 나중에 나타나 가압류채권자의 채권이 만족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압류 목적물의 가액이 피보전채권액을 초과하여도 그 사실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넘어서 가압류하였다거나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대체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49454 판결은 원고의 트럭운전사들이 피고의 기계들을 운송하던 도중, 원고소유의 트럭에 화재가 발생하여 위 기계들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피고는 트럭운전사들의 사용자인 원고에게 사용자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소유인 위 트럭외 11대의 화물차를 가압류하였고, 본안의 항소심에서 피고 일부승소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된 후 피고가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하자, 원고가 과잉가압류로 인하여 위 전소된 트럭을 대차하지 못함으로써 위 가압류시부터 가압류가 해제된 때 사이의 그 휴차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사용자책임이 있다고 확신하고, 고문변호사와의 상의를 거친 끝에 가압류집행을 한 점, 본안소송에서도 대법원이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인하게 된 사유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소정의 중대한 과실의 유무에 관한 법적 해석 내지 평가상의 차이에서 기인된 점, 또 피고로서는 가압류신청 당시 사고직후라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데다가 위 가압류의 목적물의 가액을 확인할 수도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부당하게 과도한 가압류집행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인과관계의 존재 및 손해의 발생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마찬가지로 위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도 부당한 채권가압류의 집행으로 인하여 가압류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제때 채권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가압류채무자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하여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이나, 부당한 채권가압류의 집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집행기간 동안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의 불성취 등의 사유로 인해 가압류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채권을 바로 지급받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가압류채무자가 부당한 채권가압류의 집행으로 인하여 어떤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10408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 손해배상의 범위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하여서도 일반불법행위의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부당한 보전처분을 한 채권자는 그로 인해 채무자가 입은 손해 중 상당인과관계가 긍정되는 통상손해 및 예견가능한(이 경우 채권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결정하는 시기는 가압류의 집행시가 아니라 가압류명령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별손해에 대하여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불문하고 모두 배상하여야 한다.

 

 재산적 손해

 

 해방공탁금의 이자

 

 통상손해인지의 여부

 

채무자는 가압류명령에 기재된 해방공탁금을 공탁하고 집행법원 또는 가압류명령을 발한 법원에 가압류집행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민사집행법 제282). 여기서 채무자가 부당한 가압류에 대하여 해방공탁금을 공탁하고 그 집행취소를 한 경우에 해방공탁금의 이자 상당액이 보전처분의 집행에 의한 통상손해인지 여부는 해방공탁금을 공탁하여 집행을 취소받을 통상적인 필요성이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상품이나 가재도구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당하면 경제활동이나 일사생활에 지장이 크기 때문에 이를 곧 취소받고자 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따라서 해방금의 이자 상당핵은 통상손해라고 함에 별 이론이 없다.

 

그러나 부동산 가압류집행의 경우에는 견해가 나누어진다.

통상손해가 아니라는 견해는 부동산은 가압류집행을 당하여도, 이를 매도 또는 임대나 담보설정하려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가압류집행을 취소받아야 할 필요는 없고, 따라서 위법한 부동산 가압류에 있어 해방금의 이자 상당액이 통상손해라고 하기는 어렵고 특별손해로서 가압류채권자가 위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통상손해라는 견해는 부동산에 가압류가 집행되면 실질적으로 채무자의 처분행위가 제한되고, 현금으로만 해방공탁이 허용되고 있는 실무관행에 비추어, 채무자가 해방공탁을 통해 집행취소를 하였다면 해방공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의제하여 해방금 이자 상당액을 통상손해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판례는 특별손해로 보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인 언급없이 부동산가압류채무자가 가압류 이후 공탁하고 그 집행취소결정을 받았다면 채무자는 적어도 그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가압류해방 공탁금에 대한 민사 법정이율의 이자와 공탁금의 이율 상당의 이자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34095, 34101 판결; 같은 취지로 대법원 1991. 3. 8. 선고 9017606 판결,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8453 판결 등 다수).

 

 손해배상액

 

손해액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적어도 그 가압류 집행으로 가압류해방 공탁금에 대한 민사 법정이율인 연 5푼 상당의 이자와 공탁금 이율 상당의 이자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34095, 34101 판결; 같은 취지로 대법원 1991. 3. 8. 선고 9017606 판결,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8453 판결 등 다수).

 

 부동산에 대한 보전처분 집행으로 인한 손해

 

 가압류의 경우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의 집행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여전히 목적물의 이용 및 관리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을 뿐더러(민사집행법 제83조 제2),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동산이 가압류되었더라도 채무자는 그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기타의 처분행위를 할 수 있고, 다만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처분행위의 유효를 주장할 수 없을 뿐이며, 다른 한편 가압류는 언제든지 해방공탁에 의하여 그 집행취소를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의 집행이 부당하게 유지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가압류는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서 법률상의 장애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다만 가압류가 집행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자로서는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완전하게 취득하지 못하게 될 위험을 고려하여 당해 부동산의 매수를 꺼리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압류가 집행된 부동산의 처분이 곤란하게 될 사실상의 개연성은 있을 수 있다고 할 것인데, 만일 어떤 부동산에 관한 가압류 집행이 있었고, 그 가압류 집행이 계속된 기간 동안 당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였으며, 나아가 주위 부동산들의 거래상황 등에 비추어 그와 같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한 것이 당해 가압류의 집행으로 인하였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된다면, 달리 당해 부동산의 처분 지연이 가압류의 집행 이외의 사정 등 가압류채권자 측에 귀책사유 없는 다른 사정으로 인한 것임을 가압류채권자 측에서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가압류와 당해 부동산의 처분 지연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071715 판결, 위 판결에서는 채무자가 가압류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는 방법으로 매도가 가능하였던 점, 매수를 희망하는 자가 있었음에도 채무자와 매매대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매매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점, 채권자가 가압류를 해제할 당시까지도 매매계약이 이루어 지지 않은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의 매각지연은 채권자의 귀책사유 없는 다른 사정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 하여 채무자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음;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34919 판결, 위 판결에서도 역시 가압류청구채권의 금액이 다액이라는 사실만으로 처분지연이 가압류로 인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는 없고, 채무자가 부동산을 처분하려 하였으나 가압류로 인하여 이를 처분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음).

 

다만, 부동산에 대한 강제관리를 위한 가압류의 경우, 채무자는 부동산의 이용·관리 및 수익의 처분도 금지되므로( 민사집행법 제164조 제1) 만약 가압류의 부당집행으로 밝혀진다면 차임상당액이 통상손해가 될 것이다.

 

 가처분의 경우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이 집행된 경우 그 처분금지의 효력이 상대적인 효력만을 가지기 때문에 그 부동산의 처분이 법률상 불가능해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자로서는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금지가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그 부동산의 처분은 대단히 어려워질 개연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만일 어떤 부동산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 집행이 있었고, 그 가처분 집행이 계속된 기간 동안 당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였으며, 나아가 주위 부동산들의 거래상황 등에 비추어 그와 같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한 것이 당해 가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였을 개연성이 입증된다면, 달리 당해 부동산의 처분 지연이 가처분의 집행 이외의 사정 등 가처분 신청인측에 귀책사유 없는 다른 사정으로 인한 것임을 가처분 신청인측에서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처분금지가처분과 당해 부동산의 처분 지연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부당한 처분금지가처분의 집행으로 그 가처분 목적물의 처분이 지연되어 소유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가처분 신청인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데, 가처분 집행 당시 부동산의 소유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의 처분이 지체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부동산의 환가가 지연됨으로 인한 손해는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수익함으로 인한 이익과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부동산의 처분이 지체됨에 따른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만일 그 부동산의 환가가 지연됨으로 인한 손해가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수익하는 이익을 초과한다면 이는 특별손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26774 판결, 원심은 채권자의 처분금지가처분 집행으로 인하여 부동산의 처분이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가처분과 손해 발생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가처분으로 인하여 부동산 매각이 법률적으로 불가능 여부가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하였는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채무자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음;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58132 판결, 채권자의 처분금지가처분 집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손실보상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되었다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가처분의 집행이 해소된 이후에야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협의취득하였으므로 채무자에게 위 보상금에 대한 민사법정자 상당의 통상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동산에 대한 보전처분 집행으로 인한 손해

 

 유체동산에 대한 가압류는 집행관이 목적물을 점유하므로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사용이 금지되나, 집행관이 채무자에게 보관시킨 경우에는 통상의 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집행관보관의 경우 가압류의 부당집행으로 인한 손해는 통상 이를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일실이익)이 통상손해가 될 것이다.

 

 대법원은 채권자의 이 사건 기계들에 대한 해체 및 반출금지가처분으로 말미암아 채무자가 그 주강 공장의 기본설비인 전기주강로를 포함한 이 사건 기계들을 그 설치된 장소에서나 또는 타에 이전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된 이상 결국 전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부당가처분으로 인한 손해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상응하는 주강 공장 전체에 대한 차임상당액을 기준으로 하여 산출하여야 할 것이고, 이는 이 사건 부당가처분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통상의 손해라 할 것이다고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0300 판결).

 

 또한 보전처분 집행 중 목적물이 변질 또는 가격하락으로 인하여 가치가 감소한 경우에는 그 차액에 대한 손해도 전보되어야 할 것이다.

 

 채권 기타 재산권에 대한 보전처분 집행으로 인한 손해

 

민사상의 금전채권에 있어서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하여 그 채권금을 제때에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통상의 손해액은 그 채권금에 대한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 상당액이라 할 것이고, 이 채권이 공탁되었다면 그 공탁금에 딸린 이자와의 차액 상당액이 손해액이 된다고 할 것이며, 설사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해 채무자가 실제로 부당하게 가압류된 금원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었던 금융상의 이익이나 강제집행정지의 담보제공을 위하여 공탁한 금원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상의 이자 상당액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손해로서 보전처분 채권자 또는 가집행 채권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3757 판결).

 

 계약해제된 경우의 배상액

 

대법원은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집행이 되어 있다고 해서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다만 가압류채권자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여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경매가 개시되는 경우에는 매매목적물의 매각으로 인하여 매수인이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으나 이는 담보책임 등으로 해결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의칙 등에 의해 대금지급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음에 그치므로, 매매목적물이 가압류되는 것을 매매계약 해제 및 위약금 지급 사유로 삼기로 약정하지 아니한 이상, 매수인으로서는 위 가압류집행을 이유로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매도인이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에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매매계약에 의거한 의무에 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호의적인 지급이거나 지급의무가 없는데도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지급한 것이라고 보일 뿐이어서 위 위약금 지급과 위 가압류집행 사이에는 법률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84874 판결, 대법원 1995. 4. 14. 선고 946529 판결,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28518 판결)고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정신적 손해(위자료)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서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이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법원 판례도 같은 취지로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1988. 3. 22. 선고 87다카1096 판결, 대법원 1991. 6. 11. 선고 9020206 판결,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25628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350116 판결).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도 본질적으로 재산상 손해이므로, 마찬가지로 볼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침해된 재산에 대하여 특별한 주관적·정신적 애정을 갖고 있는 경우,  가해방법·목적·상황 등이 현저하게 반도덕적이어서 채무자에게 특히 현저한 정신적 타격을 준 경우와 같이 비록 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남는다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손해로서 채권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부당한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명예, 영업상의 신용이 침해된 경우에는 이에 기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명예, 신용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에게도 있기 때문에 법인에 대하여도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80. 2. 26. 선고 792139 판결).

 

 소송비용 특히 변호사비용

 

채무자가 가압류의 부당집행으로 인하여 소송비용을 지출한 경우, 그 비용도 채권자는 배상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채무자가 가압류명령에 대한 이의, 취소, 상소소송에서 승소하여 소송비용 중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 의하여 상환받을 수 있는 것은 따로 손해배상으로 소구할 수 없다.

 

문제는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우리 법제 아래서 채무자가 지급한 변호사 보수에 대한 배상을 인정할 것인가인데, 이에 관하여 대법원판례는 상대방의 보전처분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응소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에는 그 불법보전행위와 지출된 변호사 비용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대법원 1970. 11. 30. 선고 702218 판결)고 하여 적극적으로 변호사 보수의 배상을 인정하고, 다만 그 금액은 실제로 지급된 금액을 표준으로 하지 않고 관계 제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한 금액만의 지급을 명하고 있다(대법원 1978. 12. 13. 선고 781542 판결).

 

그런데,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은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에게 당사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보수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소송비용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전처분에 대한 이의, 취소, 상소소송에서 승소한 채무자는 위 범위 내의 변호사 보수를 따로 소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변호사보수의소송비용산입에관한규칙상 소송비용에 산입할 변호사 보수의 기준을 초과하는 액수도 채권자의 손해배상범위에 포함되는가가 문제되는바, 이러한 보수도 손해배상범위에 포함시키되 특별손해로 보아 채권자의 예견가능성에 의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할 것이다.

 

채무자가 부담한 가압류의 집행비용도 가압류가 부당집행으로 밝혀진 경우 당연히 채권자의 손해배상범위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과실상계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으로 보는 이상 이에 대하여도 민법 제763, 396조에 따라 과실상계가 인정된다.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을 무과실책임으로 보는 입장에서도, 보전처분채권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당사자간의 공평을 실현하려 함에 있는 이상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꾀하는 제도인 과실상계는 오히려 그 적용의 필요성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고 한다.

 

 채무자가 이의신청이나 해방공탁을 하여 손해를 방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자체만으로는 그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나, 채무자의 지식이나 경험 및 객관적인 사정에 비추어 위와 같은 법률상 수단을 취하여 손해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것이 신의칙이나 공평의 관념으로 보아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손해배상청구권의 소송상 행사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

 

가압류의 부당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가압류절차와는 독립된 별개의 소송절차에서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압류절차는 소명으로써 족하지만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는 증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압류에 대한 이의·상소·취소절차에서 이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방이 가압류후 본안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반소로써 손해배상을 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상계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권과 담보

 

가압류신청이 담보를 조건으로 인용된 경우, 그 담보는 가압류의 부당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를 직접 담보하므로 채무자는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공탁된 보증금에 대해 질권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보전처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기산점에 관한 것이다.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 즉 언제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볼 것인가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피보전권리가 없는 경우에는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패소확정 판결을 받은 때(또는 채무자의 제소명령신청에 대하여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전명령이 취소된 때)이고, 보전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한 것을 채무자가 안 때라는 견해,  가압류에 대한 이의, 상소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는 가압류취소판결이 확정된 때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채무자로서는 보전처분 당시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 정확히 판단한다는 것은 무리라 할 것이므로 가압류취소판결이 확정된 때라고 함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1963. 11. 7. 선고 63626 판결에서 가처분명령의 집행으로 인하여 손해를 받은 자는 그 당시 손해의 발생사실을 알았다고 할수 있으나 아직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임을 알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는 상대방의 청구권 또는 청구권 실현의 위해가 가처분명령 당시 없었다는 것이 재판상 확정된 것을 안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2. 부당한 보전처분과 손해배상  [이하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V) P.144-149 참조]

 

가. 불법행위책임

 

 보전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도 가능하다.

다만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었다면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대판 1999. 4. 13. 9852513, 대판 2010. 2. 11. 200982046 ).

또한 가압류신청에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금액을 주장하여 그 청구금액대로 가압류결정이 된 경우, 본안판결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범위 내에서는 가압류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대판 1999. 9. 3. 983757).

여기서 추정은 사실상 추정이므로 반증에 의하여 그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대판 2010. 2. 11. 200982046).

어떤 경우에 추정이 깨지고 채권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는 채무자에게 책임 지울 수 있는 사정이 있어 채권자가 오인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부당집행에 대한 과실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판 2011. 7. 14. 201113241).

채권자가 법적 해석을 잘못하여 보전처분을 한 경우에 과실을 부정한 판례도 다수 있다(대판 1980. 11. 25. 80730, 대판 1993. 3. 23. 9249454 참조).

 

 부당한 가압류에 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가압류채권자는 그 가압류집행으로 손해를 입은 제3자에게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판 2009. 2. 26. 200624872).

가압류채권자가 아닌 사람도 가압류채권자의 보전처분신청이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기인한 것임을 알면서 또는 통상인이라면 그 점을 용이하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압류채권자의 보전처분신청을 방조하는 행위를 하여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보전처분신청을 하게 만든 경우에는 그 사람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판 2002. 10. 11. 200235461).

 

나. 부동산에 대한 부당한 보전처분과 손해배상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또는 처분금지가처분의 집행과 당해 부동산의 처분지연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판례는 일정한 조건 아래 이를 긍정하고 있다.

즉 판례는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가압류는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서 법률상의 장애가 될 수는 없지만, 가압류가 집행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자로서는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완전하게 취득하지 못하게 될 위험을 고려하여 당해 부동산의 매수를 꺼리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 사실상의 장애가 될 수는 있으므로, 주위 부동산들의 거래상황 등에 비추어 채무자가 가압류가 집행된 부동산에 대한 처분필요성에 기하여 처분을 계획 또는 시도하였으나 처분하지 못한 것이 당해 가압류의 집행으로 인하였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비록 가압류가 그 부동산의 처분에 있어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아니라 하여도 그 가압류와 당해 부동산의 처분지연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하였고(대판 2002. 9. 6. 200071715, 대판 2007. 11. 15. 200534919), 부동산에 처분금지가처분이 집행된 경우에도 유사한 조건 아래 이를 긍정하고 있다(대판 2001. 11. 13. 200126774).

 

 그러나 부동산의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이 부당하게 집행되어 그로 인해 부동산의 처분이 지체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처분집행 당시 부동산의 소유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의 환가가 지연됨으로 인한 손해는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수익함으로 인한 이익과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부동산의 처분이 지체됨에 따른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있고, 만일 그 부동산의 환가가 지연됨으로 인한 손해가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수익하는 이익을 초과한다면 이는 특별손해라는 것이 판례이다(대판 2001. 1. 19. 200058132 ).

다만 분양할 목적으로 신축한 연립주택이 부당한 가처분으로 인하여 처분이 제한된 경우와 같이 채무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이 지연된 기간동안 입은 손해 중 적어도 부동산의 처분대금에 대한 법정이율에 따른 이자 상당의 금액은 통상손해에 속한다(대판 2001. 11. 13. 200126774).

 

 토지에 대한 부당한 가압류집행으로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됨으로 인한 손해는 특별손해이므로, 가압류채권자가 토지에 대한 가압류집행이 그 지상 건물 공사도급계약의 해제사유가 된다는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대판 2008. 6. 26. 200684874).

 

다. 금전채권에 대한 부당한 보전처분과 손해배상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하여 그 금전채권을 제때에 변제받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통상의 손해액은 그 채권금에 대한 민법 소정의 연 5%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 상당액이고, 채무자가 실제로 부당하게 가압류된 금원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었던 금융상의 이익이나 공탁한 돈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상의 이자 상당액은 특별손해로서 채권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배상책임이 있다(대판 1999. 9. 3. 983757).

그러나 부당한 채권가압류의 집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집행 기간 동안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의 불성취 등의 사유로 인해 가압류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채권을 바로 지급받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가압류채무자가 부당한 채권가압류의 집행으로 인하여 어떤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판 2006. 6. 15. 200610408).

 

라. 주식에 대한 부당한 보전처분과 손해배상

 

주식의 매매에서 주식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주식가격의 변동성이 심하여 누구도 그 가격의 상승 여부와 그 정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주식가격 이 상승하였다고 할 지라도 주식소유자가 주가상승을 기대하며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설사 그 당시 매도주문을 내더라도 그 주문가격에 매 매가 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주식가압류집행기간 동안 주식가격이 상승하였다고 하더라도 가압류집행 기간 중 주식의 최고가액과 가압류집행 당시 주식의 시가의 차액 상당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것이어서  주식 소유자인 채무자가 가압류집행 후 주식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점에 주식을 매도하여 그로 인한 이익을 확실히 취득할 수 있었고,  채권자가 가압류집행 당시 위와 같은 사정을 일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채권자가 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하급심판결도 있다.

 

마. 동산에 대한 부당한 보전처분과 손해배상

 

채권자의 기계들에 대한 해체 및 반출금지가처분으로 말미암아 채무자가 그 주강공장의 기본설비인 전기주강로를 포함한 기계들을 그 설치된 장소나 또는 다른 곳에 이전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결국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된 경우, 부당가처분으로 인한 손해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상응하는 주강공장 전체에 대한 차입 상당액을 기준으로 하여 산출하여야 하고, 이는 부당가처분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통상의 손해이다.(대판 1983. 2. 8. 80300).

 

바. 해방공탁을 한 경우의 손해배상

 

가압류채무자가 가압류 이후 가압류청구금액을 공탁하고 그 집행취소결정을 받았다면, 가압류채무자는 적어도 가압류집행으로 인하여 공탁금에 대한 민사법정이율인 연 5% 상당의 이자와 공탁금이율 상당 이자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대판 1992. 9. 25. 928453, 대판 1995. 12. 12. 9534095, 34101).

 

사. 위자료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고, 재산적 손해의 배싱에 의하여서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이를 청구할 수 있다(대판 2005. 11. 10. 200537710 참조).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증명곤란 등의 이유로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 법원이 위자료액을 산정할 때 이러한 사정을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다(대판 2007. 6. 1. 20055843. 대판 2010. 8. 26. 200967979 참조).

 

 일상에 사용할 성질의 가재도구를 장기간 가압류당한 채무자에게 정신상의 고통이 있었음은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고(대판 1967. 9. 19. 671219), 부당한 가처분집행으로 채무자가 공장을 운영하지 못하고 제품과 기구의 점유마저 방해당하여 재산상 손해 이외에도 영업상의 신용과 명예의 손상 등을 초래케 되어 정신상 고통을 적지 않게 받았으리라는 것은 경험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대판 1972. 1. 31. 712368).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가처분사건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에 계획했던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 당하였고 또 가처분에 대한 이의소송, 본안에 대한 응소, 그 본안사건의 전제가 된 특허권쟁송 등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재산상 손해를 입었고, 채무자의 명예·신용 및 사회적 목적 사업수행에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 채무자에 대한 위자료를 인용함이 상당하다(대판 1980. 2. 26. 792138, 2139)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아. 소송비용

 

부당한 가처분의 취소를 위하여 변호사에게 사건처리를 위탁한 사람은 자신이 지급한 변호사보수 전액이 아니라 소송비용액확정절차를 거쳐 상환받을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대판 2000. 12. 22. 200054390).

 

자. 과실상계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으로 보는 이상 이에 대하여도 민법 763, 396조에 따라 과실상계가 인정된다.

 

 사용금지가처분의 집행을 받은 채무자가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제1심에서 그 가처분집행을 불허하는 취지의 승소판결과 가집행의 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정지나 가처분에 대한 해제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손해가 증대되었다면 과실상계를 해야 하고(대판 1970. 11. 30. 702218), 채무자가 집행관의 위탁으로 보관하는 그 소유의 철망을 오랫동안 그가 지배하는 창고 내에 보관함으로 인하여 녹이 슬게 될 것을 예견하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적당한 처분을 할 것을 집행관에게 촉구하지 아니한 경우 과실을 참작하여야 한다(대판 1975. 2. 25. 741590).

 

 채무자가 쌀이 부패하기 쉬운 물건임을 알면서 위 쌀의 보관방법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집행관에게 촉구하거나 또는 법원에 대하여 환가처분에 의한 금전보관방법 등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면 채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대판 1972. 5 . 23. 72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