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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탄력적 근로시간제,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구별기준,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 판단 기준>】《개별근로계약으로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남..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 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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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탄력적 근로시간제,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구별기준,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 판단 기준>】《개별근로계약으로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의 판단방법, 임금 등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 판단기준(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청소 용역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인 피고인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미지급 등을 이유로 기소된 사건]

 

판시사항

 

[1] 구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에서 정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에 의하여만 도입이 가능한지 여부(적극) 및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하여 도입할 수 없도록 한 취지

 

[2]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 36, 43조 제2항 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51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기간을 단위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구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정한 1주간 및 1일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법률에 규정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므로 법률에서 정한 방식, 즉 취업규칙에 의하여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하여 도입할 수 없다.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2]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09조 제1, 36, 43조 제2항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김태욱 P.451-476 참조]

 

. 사실관계

 

⑴ ○○공항 내 ○○항공 항공기 기내청소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고 한다)를 통하여 유효한 탄력적 근로시간제(2주 이내 단위)가 도입되었으므로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없고 설령 유효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였다[이 사건 회사의 경우 3일 근무 후 1일 휴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 4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합할 수 있으나, 이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의해야 한다(구 근로기준법 제51조 제2). 검사와 피고인 모두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2016. 1. 이후에 도입하였다고 주장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내용 또한 2주 이내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구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이므로 이를 전제로 검토한다.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4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없으므로 당연히 유효하게 도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1심은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에 탄력적 근로제가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과 근로자들과의 사이에 탄력적 근로제에 관하여 별도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으며 고의도 인정된다고 보아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반면 원심은 개별 근로계약에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이 또한 취업규칙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회사와 당해 근로자들 사이에 작성된 개별 근로계약서에는 귀책사유에 의한 징계, 근로시간, 휴가, 임금에 관한 사항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는 점, 위와 같이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는 개별 근로계약서 제6조에는 근무시간은 OJT기간 종료 후 조편성에 의거 아래와 같이 탄력적으로 근무를 실시한다(06:0013:00/ 07:00 14:00/07:3019:30/11:3021:00/16:0021:00/13:0022:00).” 등의 탄력적 근로에 관한 근로조건이 공통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비록 개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규정의 형식과 내용이 미흡하여 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장기간 이 사건 회사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여 운영하여 왔고, 2016년경 취업규칙에 명시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하여 규정하기 전까지 근로자들로부터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었다거나 노사 간에 의견대립 등의 다툼이 있어 왔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당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 상고이유 요지 : 개별 근로계약서에 단위기간의 시작일과 종료일, 단위기간 내 각 근로일의 근로시간 등에 관한 구체적 기재가 없으므로 취업규칙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개별 근로계약서의 작성만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착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므로 유죄로 인정되어야 한다.

 

. 쟁점

 

위 판결의 쟁점은, 개별 근로계약으로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 가치 노동의 판단 방법이다.

 

원심은 이 사건 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음을 근거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되어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았으며(이하 번 쟁점이라고 함), 설령 탄력적 근로시간제로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판단(이하 번 쟁점이라고 함)하였는데 번 쟁점은 아래 세부 쟁점으로 구별할 수 있다.

세부 쟁점 : 근로계약서에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에 이를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세부 쟁점 :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근로계약3)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

세부 쟁점(포섭 판단) :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통하여 유효하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어서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지 여부이다.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51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기간을 단위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구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정한 1주간 및 1일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법률에 규정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므로 법률에서 정한 방식, 즉 취업규칙에 의하여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하여 도입할 수 없다.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 36, 43조 제2항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2188 판결 참조).

 

⑶ ①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기소된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사업장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시행되었거나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없고, 이 사건 사업장에는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였으므로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으며 설령 근로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 중 이 부분을 파기·환송하었다.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된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회사의 남성근로자와 여성근로자의 객실 업무의 내용은 기내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고 특별한 기술자격이나 경력조건이 요구되지 않는 점, 남성근로자와 여성근로자가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근로자만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 등 성별에 따른 명확한 역할 분담에 의하지 않는 점, 남성근로자가 순간적인 근력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중량물 처리 작업에 비하여 여성근로자가 기내 화장실과 주방을 청소하고 좁은 객실 사이에 들어가 오물을 수거하며 자리를 정돈하는 작업의 노동 강도가 더 낮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근로자가 근무한 기간의 출근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근무일수에 연동하는 정근수당을 출근 성적이 아닌 성별에 따라 지급에 차별을 둔 것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부분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3. 근로계약서에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에 이를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호, 김태욱 P.451-476 참조]

 

. 근로계약을 취업규칙으로 쉽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준칙은 그 명칭을 불문하고 취업규칙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근로계약이라면 취업규칙으로 쉽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 법률적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법규설, 계약설, 근거이분설, 집단합의설 등의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은 많은 판결을 통하여 취업규칙은 󰡔법규범󰡕이라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355 판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30270 판결 등 다수). 법규범의 일종인 취업규칙과 당사자의 합의에 기초하는 근로계약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라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개별 동의가 아니라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요하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나, 그에 따라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된 이상 근로자 개인의 찬성/반대 여부는 취업규칙이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지를 결정하는 요건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들을 설명하기 어렵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4750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85997 판결 등 다수).

 

. 이른바 표본계약도 취업규칙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움

 

기업실무에서 근로계약의 내용은 통일화정형화되는 경향이 있고 이와 같은 계약의 형태를 표본계약이라고 한다. 표본계약과 취업규칙은 근로조건의 통일을 기한다는 기능적 측면에서는 유사하나 표본계약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별적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어서 표본계약을 취업규칙으로 볼 수는 없다. 근로계약의 내용에 통일적집단적 준칙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적 합의에 의하여 성립한 이상 이에 대하여는 취업규칙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 판례의 취지

 

근로계약서를 취업규칙으로 인정한 판례

 

근로계약서를 취업규칙으로 인정한 대법원판결들이 일부 존재하는데, 모두 해당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없었고 동시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당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근로계약서에 정한 후 개별 근로자는 이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의 자유만을 가지고 있었던 사안들로 보인다.

 

대법원 1992. 2. 28. 선고 9130828 판결

 

[사안] : 상하차반원들이 제분회사와 조작노역계약을 체결한 후 제공한 노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및 제분회사의 종업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에 따른 상여금,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및 연월차휴가근로수당을 청구한 사안이다. 상하차반원들의 경우 위 조작노역계약서 외에 상하차반원들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판단] : 상하차반원들만 상고하였는데 상고이유 중 위 조작노역계약서는 취업규칙이 아니므로 제분회사 종업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상하차반원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대법원은 위 조작노역계약서는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사용자는 근로자 직종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위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24511 판결

 

[사안] : 퇴직금 산정 시에 국내 일반 사원은 취업규칙(누진제에서 단수제로 변경)에 의하고, 해외 기능공들은 개별 근로계약(단수제)에 의하는 것이 하나의 사업에서 퇴직금을 차별적으로 정한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해외 기능공들의 경우 개별 근로계약 외에 해외 기능공들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은 존재하지 않았고, 개별 근로계약은 정부의 표준근로계약서에 의한 것으로서 계약기간, 취업지, 취업직종, 시급의 액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약관과 같이 모두 동일하게 이미 작성이 되어 있었던 사안이다.

[판단] : 대법원은 해외 기능공들과 사용자가 작성한 개별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위 사건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1980. 12. 31. 법률 제3349호로 개정된 것) 부칙 제2항은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서 설정한 퇴직금 제도가 차등적인 경우에 1981. 3. 31.까지 차등적인 부분을 변경한 후 신고하도록 정하였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 내의 최다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 제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해외 기능공들과 체결한 개별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했다] 해외 기능공들과 국내 일반 사원들의 퇴직금을 서로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구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퇴직금 차등제도에 해당하므로 국내 일반 사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 산정 방식을 변경(누진제 단수제)할 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변경된 단수제 취업규칙이 다수 근로자(해외 기능공)들에게 적용되는 퇴직금 산정 방법(단수제)과 동일한 이상 국내 일반 사원(2,057)에게도 다수인 해외 기능공(2,900)에게 적용되는 단수제 퇴직금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98. 3. 24. 선고 9624699 판결

 

[사안] : 회사는 그 소속 근로자들을 일반사원과 일용직사원의 두 직류로 나누어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44개월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며 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원고가 일반사원과 같은 상여금, 유급휴일수당, 월차 및 연가수당, 퇴직금을 청구한 사안이다. 일용직사원에게는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근로계약서 외에 별도의 취업규칙은 두고 있지 않았다.

[판단] : 유효한 포괄임금제가 도입되었는지가 쟁점 중 하나였는데, 그 판단 과정에서 대법원은 피고와 일용직사원 사이의 근로계약를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일용직 근로계약서(=취업규칙)의 내용에 비추어 불이익 여부를 판단하면 되고 일반 사원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14132 판결

 

[사안] : 관현악단원의 전속계약(계약기간 1)이 제반 사정에 비추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묵시적 갱신되었다면 회사가 재계약불가 통보를 한 것이 정당한 해고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전속 계약서 외에 계약직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은 존재하지 않았고, 개별 근로계약은 계약기간, 기본급, 상여금, 복지후생비, 연습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약관과 같이 모두 동일하게 이미 작성이 되어 있었던 사안이다.

[판단] : 대법원은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을 판단하면서 위 전속계약서가 취업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음을 사실상 전제로 한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들에 대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개별적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는 근로계약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취업규칙은 구별되어야 하다는 비판 있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5254873 판결은 앞의 4건의 대법원판결과는 다소 다른 입장에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사안] : 대법원 2015254873 판결 사안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된 근로자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에 따른 임금과 기지급된 임금의 차액 및 호봉 적용 등을 주장한 사안이다.

[원심 판단] : 원심은 기간제(계약직)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는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계약직 운영 규정도 적용될 수 없다고 한 다음, 사용자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담고 있는 고용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여 이를 기간제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해 왔는데, 위 고용계약서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인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위 고용계약서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나,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사실상의 전제로 하여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보았다(원심 파기).

실제 사실관계를 보면 위 고용계약서는 근로자 개개인에 대하여 임금을 특정하여 약정한 것이고,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취지로 기재된 것이 아니어서 취업규칙의 개념에 부합하지 않고, 피고용자의 의무 등과 같이 취업규칙의 중요 사항의 주요 부분을 고용주의 제 규정, 규칙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 있고, 본 계약에서 정함이 없는 사항은 관계 법령 및 고용주의 규정에 따른다고 하여 고용계약서 그 자체가 취업규칙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존재하였으며, 회사가 정한 취업규칙(정확히는 그 위임을 받은 보수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이상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없는 상태라고 보기도 어려운 사안이었다.

 

. 소결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은 그 법률적 성질이 다르므로 근로계약서를 취업규칙으로 쉽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해당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없고(취업규칙의 최저기준적 효력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음), 동시에(and) 해당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하여 통상적인 취업규칙에 준할 정도 완결된(근로기준법 제93조의 취업규칙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참조할 수 있을 것임) 준칙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서에 정한 후 개별 근로자는 이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의 자유만을 가지고 있었던 사안(취업규칙의 성질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음)인 경우에는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러한 경우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서를 취업규칙으로 인정할 여지는 있다고 보인다.

 

4. 근로계약으로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김태욱 P.451-476 참조]

 

. 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은 상시 59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지 근로계약을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없음

 

취업규칙은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그 작성 의무가 있는 반면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상시 59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도 도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가 도입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으로, 가 도입하는 경우에도 임의로 취업규칙을 작성했다면 󰡔취업규칙󰡕으로 하되 취업규칙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취업규칙에 준하는 것󰡕 으로 도입하라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의 취지로 보인다. 학설도 대체로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이고 대상판결의 사안 당시 및 현재의 고용노동부 매뉴얼및 가이드도 같은 취지이다. 노사협정 또는 취업규칙 기타 이에 준하는 것으로 1개월 단위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한 일본에서도 취업규칙 기타 이에 준하는 것은 취업규칙 작성 의무가 없는 상시 1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만 적용된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상시근로자 400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용자이므로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는 경우 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으로 도입할 수는 없고, 취업규칙과는 그 성질이 다른 근로계약을 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없다.

 

.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근로조건을 하회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방식(취업규칙)으로만 이루어져야 함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근로조건을 하회(탄력적으로 적용, derogation. 최저 기준을 하회하는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derogation이라 하고, 이를 규제 완화라고 번역하기도 함)하는 방법은 근로기준법이 직접 정하고 있으므로 그 방법에 의해야 한다. 앞에서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관한 4건의 대법원판결을 검토하였는데, 이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법률에서 정하지 않은 약정 근로조건 그 자체(상여금, 징계절차) 혹은 법정 근로조건보다 유리하거나 최소한 불리하지 않은 약정 근로조건(퇴직금, 연장휴일근로수당, 연차 및 월차휴가수당)의 영역이어서[대법원 9130828 판결(상여금,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 및 월차휴가수당이 쟁점인 사안), 대법원 9724511 판결(퇴직금(단수제)이 쟁점인 사안), 대법원 9624699 판결(유효한 포괄임금제가 도입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안), 대법원 9714132 판결(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안)], 근로기준법에서 위 근로조건 결정 방식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법정 근로조건인 기준근로시간(근로기준법 제50, 18시간, 140시간)󰡕을 위반한 것을 일정한 조건(혹은 예외적으로)하에 유효하게 하는 것이고, 근로기준법에서 그 일정한 조건 중 하나로 취업규칙으로 정할 것을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법률에서 정한 방식(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는 것이지 개별 동의에 맡겨둘 수 없다. 만일 개별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이 가능하게 된다면 강행규정인 법정 기준근로 시간(18시간, 140시간)을 위반하는 것을 개인의 동의로 허용하게 되어, 강행규정의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근로계약으로 도입하는 것을 허용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법리가 잠탈될 수 있음

 

⑴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법정 기준시간(18시간, 140시간) 규제와 이를 초과한 경우에 발생하는 연장근로수당이 일정한 조건하에 배제되는데, 배제되는 근로조건은 해당 사업장의 종전 취업규칙에 의해서가 아니라[다만 해당 사업장의 취업규칙에서 직접 정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이 사건(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회사도 마찬가지임], 근로기준법의 직접 적용으로 보호되는 근로조건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으로 법정 기준시간 수와 연장근로수당에 관한 근로조건이 하회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더라도 이것이 법률에 의해서 보호되는 이익일 뿐 종전의 취업규칙에 의하여 보호되던 이익이 아니어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인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취업규칙의 불이익 신설에 해당하므로 이 역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법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필요한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불요설, 절충설, 필요설(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으로 근로자의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제한되고, 근로시간이 불규칙하게 변화되며, 종래 지급받을 수 있었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초래되는 점,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여가 이용이 증대되고 근로조건 수준 저하가 없다면 얼마든지 근로자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이 제도 도입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요구되는 동의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이 대립한다.

 

⑶ 「필요설이 타당하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특히 대상판결(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선고 이후에 선고된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에 한계를 설정하고 헌법 제32조 제3항의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차적 권리로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다만 위 논의들은 모두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취업규칙으로 도입되었고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그 자체는 불이익 요소(要素)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인다. , 대법원 200142301 판결 등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판단의 물적 기준에 대하여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가 있는 경우 그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위 논의들은 「㉡, ㉢」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서 결과적으로 동의 절차가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이고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그 자체는 「㉠, 불리한 요소에 해당한다는 점을 공통적인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애당초 불리한 요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굳이 「㉡, ㉢」을 검토할 필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취업규칙이 아닌 근로계약을 통해서 도입된다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요소를 도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법리의 적용 대상에서 처음부터 배제되어 이론의 여지없이 동의 절차가 불필요하게 되고 사용자로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근로자에게 유리한 다른 조치들(ex. 임금보전방안 강구를 포함하여 다른 근로조건 요소의 개선)을 도입하려는 유인(誘因) 자체를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법리를 잠탈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소결

 

2항과 3항의 검토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5. 대상판결(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사안의 경우 유효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김태욱 P.451-476 참조]

 

.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음

 

근로계약서를 취업규칙으로 인정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없고, 동시에 해당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하여 통상적인 취업규칙에 준할 정도 완결된 준칙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서에 정한 후 개별 근로자는 이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의 자유만을 가지고 있었던 사안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른바 표본계약도 개별적 합의에 의하여 서립하는 이상 취업규칙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취업규칙으로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모든 근로계약서에 아래와 같은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는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으로서의 기능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이다.

근로계약서 제○○

1. 기타 이 계약서에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당사 취업규칙,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2. ‘은 취업규칙 등 근로조건을 에게 충분히 숙지시켰으며, ‘으로부터 취업규칙 등 제반 근로조건에 대해서 충분히 들었음을 상호 확인함

 

또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개별 근로자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내용이 다양하게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이 다양한 계약서는 개별 근로계약의 성질에 부합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의 성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근거는 될 수 있다.

 

.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필수적 요소인 단위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근거가 될 수 없음

 

설령 근로계약으로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반론적으로 긍정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상판결(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사안의 경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필수 요건인 󰡔단위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단위기간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필수 요건이다.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근로시간의 편차(유연화 정도)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보다 적으므로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의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 유효기간 등을 정할 것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개념 그 자체에서 단위기간, 단위기간의 시작일과 종료일이 특정되어야 시행이 가능하다[단위기간은 반드시 2주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2주 이내(ex.10)면 됨]. 단위기간, 단위기간의 시작일과 종료일이 정해지지 않으면 󰡔단위기간을 평균한 값이 140시간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적법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시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하급심판결들은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도 단위기간의 설정(단위기간의 시작일과 종료일 포함)’은 물론이고 근로일과 근로일별 소정근로시간 특정도 유효요건 내지 요소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대전지법 2018. 11. 28. 선고 2016가단218215 판결(미항소 확정), 수원고법 2022. 9. 1. 선고 202121162 판결(미상고 확정) ],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단위기간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대상판결(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사안의 경우 다른 요건 내지 요소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단위기간 자체가 설정되어 있지 않아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실질적으로도 도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두고 있는데(근로시간은 개별 근로자별로 여러 유형이 있고, 그중 한 유형인데, 다른 유형들도 마찬가지임), 아래와 같은 근무시간에 따라 근로한 경우 2주 이내의 단위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연장근로시간이 발생하기도 하고 발생하지 않기도 한다. , 휴게시간을 제외한 실근로시간 기준으로 첫째 주와 둘째 주를 단위기간으로 하면 1시간의 연장근로가 발생하나, 둘째 주와 셋째 주를 단위기간으로 하면 연장근로시간이 발생하지 않는다. 단위기간이 어떠한지 또는 동일하게 2주를 단위기간으로 설정하더라도 단위기간의 시작일과 종료일이 어떠한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위 예시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또 다른 유형의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로시간에 의하면 조금 더 많은 연장근로시간이 발생함).

근로계약서 제○○(근로시간 및 휴게)

1. 근무일은 요일에 상관없이 3일 근무 1일 휴무로 한다.

2.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의 범위 내에서 공합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 근무편성표에 의거 변형근로를 실시하며, 조업량의 증감 및 항공기 스케줄 변경에 따라 심야근로(22:0006:00)를 할 수 있다.

3. 근무시간은 일 8시간 근무 기준하여 1시간은 식사 및 휴게시간으로 한다.

4. 근무시간은 OJT기간 종료 후 조편성에 의거 아래와 같이 탄력적으로 근무를 실시한다.(06:0013:00/07:0014:00/07:3019:30/11:3021:00/16:0021:00/13:0022:00)

5. 상기 근무형태는 조업량 증감 및 항공기 스케줄에 따라 매월 변경 실시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근무편성표에 의거 변형근로를 실시하며’, ‘탄력적으로 근무를 실시한다.’, ‘조업량 증감 및 항공기 스케줄에 따라 매월 변경 실시할 수 있다.’는 등의 문구가 있으나 위 문구에서도 단위기간 및 단위기간의 시작일과 종료일을 확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와 같이 일반적인 선언적 규정만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유효하게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의 길이를 1(8시간)1(40시간) 단위로 규제하는 것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지 사용자가 필요한 임의의 시기에 근로를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복격일제 근무합의를 일정한 단위기간을 정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키로 합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근로기준과-1662. 2004. 4. 6. 회시)]과 매뉴얼[① 「그날 그날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변경하여 근로시킬 수 없으며, 근로시간을 변경할 경우 연장근로를 위한 사전동의와 가산수당 지급 문제가 따를 수 있음[고용노동부,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 매뉴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2010. 12.), 18], 아래 예시와 같이 선언적 규정만을 취업규칙에 명시하여 놓고 사용자가 필요한 시기에 임의로 제도를 도입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법하게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없음[고용노동부, 24]. (예시) ○○(탄력적 근로시간제) 회사는 업무의 사정에 따라 2주 이내의 단위기간을 설정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도 마찬가지 입장으로 보인다.

근로계약서 외에 다른 증거에 의해서도 단위기간을 확인하기 어렵다.

 

. 소결

 

대상판결(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에 의해서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해서 도입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 사업장에는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단위기간 등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그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정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였다.

 

6. 설령 탄력적 근로시간제로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김태욱 P.451-476 참조]

 

.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판례 검토

 

판례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혹은 퇴직급여법 위반죄, 퇴직 후 14일내로 금품을 청산하지 않은 금품청산의무 위반죄 등이 있으나 고의에 관한 법리는 다르지 않다).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4343 판결(고의 인정하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사안) :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 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 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8248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1539 판결(고의 부정하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사안) :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36, 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구 근로기준법 제36, 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의를 인정한 판결들의 근거

 

고의를 인정한 판결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들고 있는 것으  보인다. 

 

피고인이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를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함

 

피고인 스스로 학원강사들에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결근일수에 따라 급여에 서 공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음(대법원 20222188 판결 사안) 근로자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그에 따라 발생하는 퇴직금 지급 의무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

② 「재활트레이너 계약서트레이너 용역 도급계약서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임(대법원 201713767 판결 사안) 근로자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그에 따라 발생하는 퇴직금 지급 의무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

고의는 퇴직금 미지급 당시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근로자의 퇴직 직후에는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었음(대법원 20116272 판결 사안)

 

피고인이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를 다툴 만한 타당한 사정들이 없음

 

위약금 조항이 사법상 무효인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음(대법원 20222188 판결 사안) 위약금 조항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임금채권을 상계하였으므로 지급의무가 없었고, 지급의무를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음

계열사 법무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고, 유사한 쟁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이미 있었음(대법원 201713767 판결 사안)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은 강행법규에 반하는 무효의 계약이므로, 설령 그러한 관행이 동종 업계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만연히 위 약정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음(대법원 20202146 판결 사안)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확립된 판례이므로, 이에 반하는 주장을 하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없음(대법원 20174343 판결 사안)

퇴직금을 월 급여에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약정은 무효라는 것은 이미 확립된 판례이므로 이에 반하는 약정을 신뢰하였다는 이유로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없음(대법원 20074171 판결 사안)

 

고의를 부정한 판결들의 근거

 

고의를 부정한 판결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함

 

피고인이 영업직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식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고, 영업직원들이 개인사업자로서 4대 보험 등의 업무가 처리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음(대법원 201914126 판결 사안)

 

피고인이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를 다툴 만한 타당한 사정들이 존재하였음

 

소속 택시운전근로자 다수의 자발적인 동의를 받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순차로 변경하였고, 피고인은 그렇게 변경한 취업규칙에 따른 의무는 모두 이행하였으며, 당시에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효력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의 명시적 지침이나 법원의 판결이 존재하지 않았음(대법원 2015676 판결 사안)

퇴직금 중간정산 시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간정산 퇴직금의 지급이 지연되면 회사에 지급을 요청하기도 하였음. 비정규직 촉탁제 근로기간은 종전의 근로관계와 단절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었음(대법원 201014693 판결 사안)

피고인은 미지급 행위(2006)이후에 선고된 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및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9150 판결의 법리에 포섭될 수 있는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였는데, 2건의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주장이었음(대법원 20098248 판결 사안)

임금 미지급은 회사의 일방적인 조치가 아니고 경영이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 합리화를 위한 시도로서 공식적인 절차를 갖추어 노동조합의 의견을 물어 행한 것이고, 노동조합도 여러 차례의 회신 및 단체협상을 통하여 이러한 조치를 받아들였음. 노동관행상 비노조원들에게도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 왔음. 피고인 스스로도 수십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였고, 진정인들을 제외한 다른 사원들은 대체로 피고인의 조치를 수용하였음(대법원 20071539 판결 사안)

교사들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일반 공사립 고등학교도 동일한 방식으로 정액수당제 포괄임금약정에 따라 정액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였으며,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려운 점 등 정액수당제 포괄임금제가 유효라고 볼 사정이 존재하였음(대법원 20051089 판결 사안) 환송 후 원심이 유효한 정액수당제 포괄임금제로 인정하면서 가정적 판단으로 고의도 부정하였음

 

.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는지 여부가 가지는 의미

 

대상판결(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의 원심은 근로자들의 이의제기가 장기간 없었다는 점을 고의 부정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의제기 여부고의의 관계에 대한 판례도 검토한다.

 

⑴ 「근로자들의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점에 관한 판례

 

고의를 부정한 판결들은 대체로 근로자들의 이의가 없었던 사정(대법원 20051089 판결, 대법원 20098248 판결, 대법원 201014693 판결, 대법원 201914126 판결), 동종 업계의 관행(대법원 20051089 판결) 혹은 그보다 더 적극적인 의사표시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을 변경한 사정(대법원 2015676 판결), 중간정산금 퇴직금 지급이 지연되면 근로자가 지급을 요청하기도 한 점(대법원 201014693 판결), (비록 과반수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노동조합과 합의하였고 다른 직원들도 대체로 상여금 삭감 조치를 수긍하고 받아들인 점(대법원 20071539 판결)등과 같은 사정을 고의를 부정하는 하나의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고의를 인정한 판결 사안들도 실제로는 근로자들의 이의제기가 없었던 경우가 상당수 있으나 아래 「⑵ 검토에서 보듯이 더 중요하게 고려될 요소가 있었던 사안들로 보인다.

 

한편 고의를 인정한 대법원 20202146 판결의 원심판결(수원지방법원 20192564 판결)에서 근로자의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사실을 약정임금과 퇴직금에서 각기 달리 판단한 것이 있는데 참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해당 사건은 「① 약정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부정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서 대법원에서는 「② 퇴직금 미지급만 판단 대상이 되었는데, 원심은 약정임금 미지급에 관해서는 미지급 액수가 크지 않고, 해당 근로자(의사) 근무기간(6) 동안 이에 대하여 약정임금 미지급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는데 이의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약한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업계 관행이나 다른 근로자(의사들)도 마찬가지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약정임금 미지급 금액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하였다(1, 원심 모두 고의 부정). 반면, 퇴직금 미지급에 대해서는 미지급 원인이 매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였다는 것인데 그러한 방식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무효라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이미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고의를 인정하였다(1심은 고의 부정, 원심은 고의 인정하고 대법원도 원심을 수긍함).

 

검토

 

임금 미지급에 관하여 근로자들의 이의가 없었다는 것은 고려할 수 있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고의를 부정할 사유는 아니고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을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 고의를 부정한 판결들은 피고인이 인식한 근로자 측의 의사(ex. 이의제기 여부)를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설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임금지급 의무의 존재를 다툴 만한 다른 더 중요한 사유들이 있었던 사안들이므로 근로자들의 이의제기 여부가 핵심적인 기준이 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대법원 20202146 판결의 원심판결과 같이 약정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와 강행규정에 의하여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근로자들이 이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적 평가를 다소 달리할 여지도 있다고 보인다. 약정임금은 사용자와 근로자 상호 간의 의사가 중요한 것이지만, 법정근로조건은 근로자의 의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이 법률에 의하여 발생하는 채권이므로 약정임금 미지급 사안에서는 근로자가 이의하지 않은 것이 조금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겠지만,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판단 요소로서의 가치가 더 줄어들 수 있다.

 

또한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는지도 같이 고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와 같이 그 경제적 지위가 통상의 근로자보다 높은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통상의 근로자들의 경우(특히, 재직 중인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의 경우

 

대상판결의 해당 근로자들이 1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한 일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따라서 피고인은 약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56조 제1에 따라 발생하는 법정수당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유효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었다는 주장을 하므로 결국 고의를 부정하는 임금지급의무에 대한 인식은 유효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한 인식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유효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었다고 다툴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의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본 대법원 20174343 판결, 대법원 20071539 판결 등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 사건 회사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 및 시행되어 있지 않고, 피고인에게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그럼에도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유효 요건,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구별 및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상판결은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2주 이내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계약으로 도입할 수 없고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는 점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구별 기준,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