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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와 집단적 동의권 남용법리, 취업규칙불이익변경>】《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타당성 여부(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7. 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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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와 집단적 동의권 남용법리, 취업규칙불이익변경>】《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타당성 여부(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최윤정 P.477-505 참조]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의미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일방적 변경은 거기에 필요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효력이 없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 구 근로기준법 제97조 제1항의 내용도 이와 동일).

 근로기준법

94(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변경한다고 하더라

,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그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

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종전 판례가 적용하여 온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이다.

 

. 우리나라 판례 법리의 형성과정

 

 1953. 5. 10.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95조에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없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들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고, 불리한 변경도 근로자들 과반수의 의견만 들으면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제정 근로기준법

95(규칙의 작성변경의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당해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사용자는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전항의 의견을 기입한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1977. 7. 26. 선고 77355 판결에서 법해석을 통해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제한하는 판례 법리를 도입하였다. 아래와 같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함으로써, 취업규칙 변경 효력에 대한 제한 법리를 처음으로 설시하였다.

 대법원 1977. 7. 26. 선고 77355 판결 :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기업경영권에 기하여 사업장에 있어서의 근로자의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의 기준을 획일적 통일적으로 정립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서 이는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향상시키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은 사용자에게 있다 할 것이나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할 것이며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조합의 그와 같은 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그러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동의한 근로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1978. 9. 12. 선고 781046 판결을 통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의 효력을 제한하는 판례 법리에 대한 제한 법리로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도입하였다.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그 변경을 위법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1978. 9. 12. 선고 781046 판결 : 원심은, 피고조합의 종전 취업규칙에 직원의 정년에 관한 아무런 제한규정이 없었다 해서 그 직원인 원고가 그 연령에 관계없이 무한정 피고조합에서 근무할 수 있음을 보장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바이라고 설시하고 나서, 피고조합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직원의 정년을 만 55세로 하고 정년에 달한 때에는 해직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새로이 두었으나, 그 정년을 위와 같이 만 55세까지로 정한 것이 사회의 일반 통례에서 벗어난 불합리한 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위 정년제의 신설이 원고 등 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상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근로조건 변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피고조합의 위와 같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위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와는 반대의 견해에서 정년제를 신설한 피고조합의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므로 피고조합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동의를 얻은 바 없으니 이는 법률상 당연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 하여 그런 주장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건 급여금 및 퇴직금청구를 배척하고 있는바, 원판결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후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하 ‘1989년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은 판례 법리에 따라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동의를 그 요건으로 명시하였다. 그러나 같은 조항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경우에 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1989년 근로기준법

95(규칙의 작성변경의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당해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용자는 제94조의 규정에 의하여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제1항의 의견을 기입한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이후 1997년 제정 근로기준법 제97조 및 2007년 전부 개정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의 규정이 유지되었다.

 [1997년도 근로기준법] 97(규칙의 작성, 변경의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

 [2004년도 근로기준법] 94(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편 1989년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계속 적용하여 왔다. 다만 판례는 2015. 8. 13. 선고 201243522 판결을 통해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의 문언상 불이익변경이 명백한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법리는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라는 입장을 취하였다. 위 판결 이후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명시적으로 적용한 판례는 찾기 어려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43522 판결 :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를 비교하여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 자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2.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타당성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최윤정 P.477-505 참조]

 

. 견해의 대립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 대하여 학계는 대체로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법리 유지설과 법리 폐기설이 대립한다.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법리 폐기설의 입장을 취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다만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의 행사에도 동의권 남용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3.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의 적용 및 판단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최윤정 P.477-505 참조]

 

. 동의권 남용 법리의 기초 : (= 권리남용금지의 원칙)

 

 민법

2(신의성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의의

 

민법 제2조는 일반조항으로서 다양한 사례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항이다. 민법 제2조 전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규정이고,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은 권리행사의 국면에서 나타나는 신의성실의 원칙의 한 발현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사법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법 영역에서 당사자가 마땅히 지켜야 할 대원칙으로서 기능하므로, 노동관계 영역에서도 당연히 적용된다.

 

 권리남용의 요건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 권리가 행사되어야 하며, 그 행사가 남용에 해당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권리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5310 판결 등 다수).

 

 다만 권리남용의 주관적 요건에 관하여는 이를 반드시 요구하지 않거나(상표권남용이 문제 된 사안인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67223 판결), 주관적 요건은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71522, 71539 판결 등).

 

 권리남용의 효과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그 권리행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형성권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형성권을 행사할 때 발생하는 본래의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나 소멸시효의 항변권과 같이 항변권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그 항변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민법 제2조는 강행규정으로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권리남용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다.

 

. 노동관계에서 권리남용 법리의 적용

 

 노동조합 가입을 승인할 노동조합의 권리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유니언 숍 협정)이 체결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승인하지 않는 노동조합의 행위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6. 10. 29. 선고 9628899 판결 : 조합이 조합원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근로자의 조합 가입을 함부로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고, 특히 유니언 숍 협정에 의한 가입강제가 있는 경우에는 단체협약에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노동조합의 요구가 있으면 사용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 측에서 근로자의 조합 가입을 거부하게 되면 이는 곧바로 해고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조합은 노조가입 신청인에게 제명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가입에 대하여 승인을 거부할 수 없고, 따라서 조합 가입에 조합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거나 탈퇴 조합원이 재가입하려면 대의원대회와 조합원총회에서 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된다는 조합 가입에 관한 제약은 그 자체가 위법부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까지 그와 같은 제약을 가하는 것은 기존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남용 내지 신의칙 위반에 해당된다.

 

 단체협약상 사전합의권 남용

 

단체협약에서 인사에 관하여 사전에 노동조합과 협의 등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단순한 사전협의를 넘어서서 노동조합의 동의 또는 승인이 있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합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경우가 있다. 이때 사용자가 노동조합 간부 등에 대한 징계해고를 하면서 노동조합과 사전합의를 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그 해고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사전합의(동의)권의 남용이 쟁점이 된 사안은 경영상 해고(정리해고) 또는 징계해고가 문제 된 경우들인데, 그중 다수가 노동조합 임원에 대한 징계해고 사례이다.

 

대법원의 노동조합의 사전합의권 행사는 어디까지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라 전제한 다음,  노동조합 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 측의 절차의 흠결이 초래된 경우이거나,  피징계자가 사용자인 회사에 대하여 중대한 위법행위를 하여 직접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비위사실이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며, 사전 동의절차를 다하기 위한 회사의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도 없이 무작정 징계에 반대함으로써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노동조합 측이 스스로 사전동의권의 행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이른바 합의거부권의 포기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2003. 6. 10. 선고 20013136 판결 :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승낙을 얻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한 논의를 하여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을 하도록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이는 사용자의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것이지 사용자의 본질적 권한에 속하는 피용자에 대한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행사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의 간부인 피용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음이 발견된 경우에 어떠한 경우를 불문하고 노동조합 측의 적극적인 찬성이 있어야 그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노동조합의 사전동의권은 어디까지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 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 측의 절차의 흠결이 초래된 경우이거나, 또는 피징계자가 사용자인 회사에 대하여 중대한 위법행위를 하여 직접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비위사실이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며 회사가 노동조합 측과 사전 합의를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징계에 반대함으로써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나 노동조합 측이 스스로 이러한 사전동의권의 행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 없이 한 해고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의 적극적 행사의 남용

 

과반수 노조와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경우에 그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무효가 된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18584 판결). 이 경우 위와 같은 단체협약으로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한 집단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취업규칙 변경 역시 무효이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7790 판결 :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에게서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검토

 

 이처럼 노동관계 사안에서 판례는 권리남용 법리를 명시적으로 원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권리남용금지라는 대원칙에 입각하여 단체협약 체결의 한계, 단체협약에서 부여한 사전합의권의 한계를 설정하여 왔다.

 

 동의권의 적극적 행사에서 이러한 한계가 설정되는 것처럼 동의의 거부와 같은 동의권의 소극적 행사에 대하여도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근거하여 한계가 설정될 수 있으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 역시 동의권의 소극적 행사에 관한 것이다.

 

.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판단 기준

 

 대상판결(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은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판단 기준으로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하였다.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어야 한다는 요건은 종전 판례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할 때에도 고려되는 요소이다.

 

 그런데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이 성립하려면 객관적 요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이나 노력이 있을 것을 전제로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합리적 이유나 근거 없이 이루어졌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고,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은 강행규정인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관한 것이므로 당사자의 명시적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라.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의 의미 /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 ()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32조 제3, 근로기준법 제4, 94조 제1항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에 한계를 설정하고 헌법 제32조 제3항의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차적 권리로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하 ‘1989년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이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문화하기 전부터 이미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다.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된다. 이러한 집단적 동의는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 유효요건이다. 나아가 현재와 같이 근로기준법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취업규칙의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은 취업규칙의 본질적 기능과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유효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하여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단체협약은 법률보다 하위의 규범임에도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의하여 발생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을 침해하여 행해진 인사처분을 무효라고 보았고, 다만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유연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동의권 남용 법리를 통해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는 단체협약보다 상위 규범인 법률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되, 다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의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일관되고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적 평가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유효성이 확정되지 않은 취업규칙의 적용에 따른 법적 불안정성이 사용자나 근로자에게 끼치는 폐해 역시 적지 않았다.

 

 종전 판례의 해석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으로 기존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에게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헌법 정신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

 

()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의성실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